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진에

그딴 눈은 집어치워
발도재

날 죽이겠다고 할 때의
눈은 훨씬 근사했다고

네놈의 본성은 역시 칼잡이야

같은 칼잡이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없어

칼잡이는 결국
죽을 때까지 칼잡이

다른 삶은 살 수 없어

네가 언제까지 나그네라고
떠들어댈 수 있을지

지옥 밑바닥에서 지켜보마

 

진에

지옥 밑바닥에 지켜봐라

본성이 칼잡이라도
난 평생 억눌러보겠어

 

나는 죽을 때까지
불살의 나그네다

 

다녀왔어

나도

 

상처를 지닌 나그네여

아픔에 둔감한 우리

이제 웅크리고 있지만은 않아

세상에 나선 칼 끝

 

바람의 검심
-메이지검객 낭만담-

어디까지나 감각적으로

옳다고 믿었던 길을

우리는 속고 속이며 달려왔지

잘못 하나둘 쯤이야 있을 수 있어

틀에 박힌 상대적인

행복에는 관심없어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며 칼을 들었지

사거리에서 교차

어제 일 같아

기억 속에서 눈을 뜨는 동란

이토록 쉽게

홀릴 것만 같지

새빨간 비가 연주하는 진혼가

덧없이 흩날리는 망자

손짓하는 문지기

속에서부터 불타오르는 업화

지옥인가

천국인가

지켜보기 전에 걸음을 옮겨

이미 상처투성이

딱지는 이미 한 번 떨어졌고

비천

저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오늘이 최악의 하루라도

내일이 끝나버렸을지라도

한 명 정도는 이렇더라도

사랑해주리라 진심으로 믿어

언젠가 그 어느 날에

진흙 속에서 피어나 구름 위에서 지는

어리석은 나날을

살아가겠어

 

제8화
도망치는 미녀

 

거기 서라

 

이 년이!
거기 서라니까

 

켄신

어디 있어?

켄신

 

켄신?

 

설마…

켄신은 사노스케가
데리고 나갔어

 

정말이야?

왜 거짓말 하겠어?

뭐야

이번엔 진짜로
다시 길을 떠난 줄 알았네

다행이야

걱정이 너무 많은 거 아냐?

켄신에게 목줄이라도 달든가

 

주인님과…
반려켄신?

 

아잉

아잉은 무슨!

 

켄신 어디 간다고 했어?

슈에이야라는 요정

거기서 오늘 도박장이 열린다던데

도박장?

 

자 시작이오
홀짝 걸어들 보시라고

 

어디?

5, 6에 홀
아마도

 

홀!

승부!

 

5, 6 홀!

역시 비천어검류야

간파하는 게 보통이 아니라니까

큰일이래서 따라왔더니

사노, 도박은 금물이야

무슨 소리야
그럼 네 역날검도 금물이지

폐도령 위반

그것도 맞네

걱정하지 마

여기 있는 자들은
다 내 친구들이야

사람 속여가며 돈 뜯어가는
전문 타짜들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즐기기만
하는 정도야

그래도…

기왕 온 거

제대로 즐겨봐

죽상도 오늘까지만 해

 

진에의 마지막…

카오루 낭자에게 들었어?

글쎄
모르겠는걸?

 

시작합니다

 

그보다 다음

이번엔 홀수야, 짝수야?

 

1, 1로 짝이야
아마도

 

좋았어!
1, 1 짝!

사노, 오늘 상태 좋네

오랜만에 왔는데 좀 봐줘요

농담하지 마

오늘은 훈도시만 남기고
다 뜯어먹을 거니까 각오해

사노…

 

피곤하게 만들고 말야

혼자서 언제까지고
달아날 줄 알았어?

 

아직 도망가는 거냐!

거기 서!

 

그러고보니 엿 팔던
요이타는 어디로 갔어?

 

그 도박꾼이 코빼기도 안 보이네

 

모르셨어요, 사노 형님?

 

요이타…

이번 달 초에 죽었습니다

 

뭐라고?

죽어?
병이야?

아니면 사고?

 

아편이요

 

대량의 아편을
단번에 피워서…

 

아편은 양귀비
열매에서 채취되는

유액 상태의 수액을
건조시켜 만드는 마약이다

무시무시한 금단 증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 당시에는 한 나라조차
멸망시킬 수 있는 몹쓸 약으로

강하게 금지되었다

 

멍청한 놈…
아편 따위에 손을 대?

 

그런데 이상하군
아편은 제법 고가야

일반인은 그렇게 대량으로
사들일 수 없을 텐데

 

당신 누구야?

 

도와주세요!

 

악당들에게 쫓기고 있어요

부탁이에요
살려주세요

 

메구미 네년!

이제 더는 도망 못 간다

 

네놈들은 또 뭐야?

시끄러워!
꺼지라고

그 여자 어서 내놔
안 그러면…

 

내가 지금 기분이 안 좋아

말조심하라고

이, 이놈!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우린 칸류 님의 사병단이야

우리에게 손을 대면
칸류 님을 적으로 돌리는 거야!

 

조심하라잖아
이 졸병이

 

칸류?

위험한데
그 타케다 칸류 맞지?

 

타케다 칸류?
뭐하는 사람입니까?

 

마을 외곽에 사는
청년 실업가야

겉으로는

하지만 뒤로 무슨 짓을 하는지

최근 몇 년 동안에 재력을
어마어마하게 쌓았어

지금은 사병까지 거느리고 있는
수상한 놈이지

이 동네 야쿠자에서 정치가까지
모두 그놈과 대립하길 꺼려

이놈들이 사병이라면

 

너 칸류의 여자야?

아니에요!

전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칸류라는 사람도…

거짓말하면 곤란한데
타카니 메구미

 

저놈은 언제부터 방 안에…

 

감시자가 둘 뿐인 줄 알고
도망쳤나본데

넌 항상 두목의 휘하에
감시당하고 있어

 

하지만 칸류의 여자가
아니라는 건 사실이야

 

돌아가서 칸류에게 전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달아날 거라고

 

귀엽네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특히

 

이 자식이
어서 꺼져!

 

토모, 긴지!

천격나선정

지금 그건 인사 대신이지만
다음은 메구미

네 다리를 꿰뚫을 거야

벌주는 겸이다

 

다다미를 뒤집어서?

하지만 내 나선정이라면…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난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건 잠자코 못 보는 성격이라

뭘 잘났다고!

잘도 내 친구들을 건드렸겠다!

 

이거 위험해…

타케다 칸류의 사병을
셋이나 쓰러뜨리면…

 

강하네

특히 검객씨는
적수가 없을 것 같아

 

어때?
당신들

내가 칸류에게서 달아날 수 있도록
지켜주지 않을래?

보수는 충분히 지불할 테니까

그런 것보다
설명이 우선 아냐?

 

친구가 둘이나 다쳤어

무슨 일인지 알아야겠어

아파!

힘만 무식하게 세네!

 

아편이야

 

그 종이
요이타 거처에서 봤어

보수라는 게 설마
이건 아니겠지?

 

늦네
켄신이랑 사노스케

이거 대박이거나 쪽박이네

쪽박이면 옷까지 다 털리고
훈도시 한 장만 걸치고 오겠어

 

안 돼
그런 건 보기 싫어

다녀왔어

켄신, 어서 와…

 

많이 낡았네
검술 도장?

 

이분은 타카니 메구미 님

실은 도박장에서 일이 있어서…

상대가 우리가 딴 거
못 주겠다고 드러누워서

대신에 이 여자를
데려온 거야

 

미안한데 당분간
여기 머물게 해줘

그래?
대박이었네

사노…

사실대로 말하면
아편 얘기도 꺼내야 돼

지금은 숨기는 게 좋아

켄신

 

그거 정말이야?

 

섣불리 아가씨랑 꼬마를
끌어들여선 안 된다니까

 

켄신

 

사실…이야

잘못 봤어!

 

어떻게 인신매매 같은 걸 해?!

 

사노스케는 이해하겠지만
켄신까지?!

무슨 말이 그래?

 

타카니 씨라고 했죠?

미안해요

이 녀석에겐 제가
잘 말해둘게요

돌아가셔도 돼요

난 돌아가기 싫은걸?

 

나 이분이 마음에 들거든
한시도 떨어지기 싫을 정도로

 

이런 땀내나는 애보다
제가 훨씬 괜찮죠?

켄 씨

 

켄신 제법이네…

 

안 돼!
그런 건 안 돼요!

왜?

너 켄 씨 연인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런 말할 입장이 되나?

 

너무 놀리지 마
이 아가씨 엄청 단순하거든

 

나가!
다 나가!

 

이거야 원

큰일이네

그쪽이 잘못한 거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하고

한시도 떨어지기
싫다는 건 사실이야

이쪽은 엄청 강하면서
사람은 좋으니까

옆에 있으면 습격당해도
반드시 지켜줄 것 같아

히무라 켄신이랬지?
당신, 호위로는 최고야

 

그럼 최소한 사정이라도
설명해줬으면 하는데

동감이야

네 정체가 뭐고

칸류에게서 왜
달아나려고 하는지

칸류는 왜
널 찾아내려고 하는지

그리고 이거!

어디서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여자의 과거를 묻다니
눈치가 없네

놀리냐!

진정, 진정

뭐 됐어

널 따라다니다보면
언젠가 아편의 출처를 알겠지

 

내 친구를 죽인 이걸!

이게 더 이상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어

반드시 박살내겠어

 

사노 형님!

 

여기 있었군요
찾아 헤맸어요

너 다친 애들 의원에
데려간 거 아냐?

긴이랑 다친 사람 모두
괜찮습니다

그보다 큰일이에요!
같이 가주세요

 

아까 봤던 칸류 사병이잖아?

 

심하군

 

쓸모없어지면
사정없이 버려…

칸류가 항상 하는 방식이야

 

베시미

네!

네 코를 뭉갠 검객

붉은 머리에 왼쪽 뺨에
십자 흉터가 있다고 했지?

 

저놈!
메구미도!

마침 잘 됐어
지금 죽여주마

이런 인파 속에서
소동은 곤란합니다

그만둬

 

고맙습니다

어차피 저 사내는
보통이 아니다

베시미
너 혼자서는 무리야

 

놈이 여기 있다는 말은

한냐, 너도 왔나?

저들의 거처는 알아냈나?

저 사내는 감이
대단히 좋아서

미행이 힘들었지만
알아냈습니다

잘했다

베시미의 타카니 메구미
탈환 임무

너도 도와라
횻토코에게도 전하고

알겠습니다

들었지, 베시미?
둘을 더 붙여줬다

더 이상 실수해선 안 돼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기회를 두 번 주다니

두목이 인정이 많으시군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전 흉내도 못 내겠군요

뼛속까지 실업가라

쓸모없는 버러지는 빠르게
정리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여요

무사히 없애고 나면
기분이 좋거든요

그런데

메구미 씨도 힘들게 하는군요

소중하고 귀중한
황금알을 낳는 암탉

절대 놓칠 수 없죠

 

칸류!

틀림없군

켄신, 저기 안경 쓴
남자가 칸류야

그보다 오른쪽에 서있는 사내

저 자는 누구지?

글쎄…

사병단 단장?

아냐

 

저 자는…

두목

 

사병단과는 별개의

최근 칸류가 고용한 전 은밀

어정번중을 거느린 남자야

 

은밀은 에도시대에 활약한 밀정
간자의 일종이다

현대에는 시노비나 닌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어정번중은
쇼군 직속의 첩보 기관으로

다른 어떤 은밀보다 전투에
뛰어난 자들로 구성됐다

그리고 저 남자가

메이지 유신 직전

약관 15세에 에도성
어정번중의 두목이 된 천재 은밀

시노모리 아오시

 

왜 저런 놈이 칸류
밑에 있는 거야?

모르지

어찌됐든 상대는
수상쩍은 실업가에

위험한 어정번중

이 상황에 메구미 님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겠어

 

붉은 머리에 십자 흉터

설마…

 

그러니까

칸류 사병은 대략 60명 정도군

맞아

어정번중은?

아마 5~6명이야

 

그럼 다음

메구미 님은 아편을
어디서 입수했지?

 

아편 얘기만 나오면 침묵이라니

난 당신이 싸우기 편하라고
얘기하는 거야

아편이랑은 상관없어

 

쓸데없는 거 묻지 말고
그놈들만 쫓아내주면 돼

그래도

어정번중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이쪽도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텐데

오래 머무르면 안 돼

싸움으로 어수선할 때
더 멀리 달아나야겠어

-그럼 메구미 님은…
-내 얘기는 안 할 거라니까

몰래 엿보면 안 되지
아가씨

그래도, 그래도!

돌아오자마자 둘만
방에 들어갔다고

 

걱정하지 마

아가씨가 걱정하는
그런 게 아냐

 

그럼 왜…

저 녀석 성격이 저렇잖아

 

곤경에 처했거나 사연이 있는
사람만 보면 도와줘야 되는

나그네의 성격 말야

 

검은 무지막지 강하면서
사람한테는 너무 약하잖아?

여자나 아이에게는 특히

 

그건 그렇지

그럼 사노스케도 그래?

무슨 소리

난 친구 원수를 갚고 싶은 거야

저런 여우가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야

 

사노
이상 없지?

 

칸류 일파의 조직도야
한 번 봐둬

저쪽에 어정번중이 있는 이상

이곳도 이미 들통났다고
보는 게 좋아

방심해선 안 돼

 

카오루 낭자

 

자세하게는 말 못 하지만

곧 이곳에서 소동이
일어날지도 몰라

진에 때와 같은
실수는 이제 하지 않아

카오루 낭자는
내가 반드시 지킬 거야

 

알았어

그래도 일이 다 끝나면
제대로 설명해줘야 돼

 

들었다, 켄신

 

소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야히코!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저녁때부터 계속

전혀 몰랐네

그런 것보다!
나만 빼놓기야?

나도 켄신파의 일원이잖아

그게 뭐야?

언제 만든 거야?

꼬마가 건방진 말이나 하고

뭐라고?!

사노스케 주제에
무슨 그런 말을!

애초에 내가 먼저…

 

그래서 꼬마라는 거야

뭐라고?!

 

왔어

 

문쪽이야!

 

어정번중이군

 

얌전히 메구미를 내놔라
그럼 조금은 봐주지

 

칼끝에 비친 그대가

떠도는 가을 하늘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옆 모습에

난 항상 다가가지 못 해

잊고 싶지만

생각처럼 잊혀지지 않아

칼날을 드리운 과거가 날 찔러

소매가 닿은 새벽보다 먼저

만나기 전으로는 이제 돌아가지 못 해

누구를 위해서도 꽃은 피지 않아

이 마음 닿지 않더라도

사랑 같은 게 사랑 같은 걸로

눈물자국은 지우지 못 해

하지만 언젠가 용서할 수 있다면

이 칼끝에 비친 내일을

한 명, 한 명 떠도는 가을 하늘

지금 우리 다시 만난다면

그 날의 기억은 아픔도 거짓도

흐르는 시간과 함께 녹아들 테니

 

잊을 수 없는 그대여

 

이제는 떠돌지 않도록

 

다음 회
어정번 강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