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일본 예술 페스티발 입상

 

1630년

 

5월 13일, 맑음

 

이른 아침 무더위

 

이와이 가문 일지

 

아침 10시
베노수케 장군님은

 

그의 마을의 시라가와 강에서 잡은
신선한 송어를 드리기 위해서

 

도이 가 천황님이 계시는

 

칸다바시 저택을 방문하셨다

 

다른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

 

그러나...

 

오후 4시경

 

이전 게이슈 히로시마에서
후쿠시마 가의 가신이었던 한 무사가

 

우리 가문에 찾아왔다

 

하라키리(할복)
(Harakiri, 1962)

 

제작: 타츠오 호소야

 

원작: 야스히코 타키구치

 

타츠야 나카데

 

아키라 이시하마

 

시마 이와시타

 

테츠로 탐바

 

마사오 미시마, 이치로 나카야

 

케이 사토

 

요시오 이나바
요시로 아오키

 

렌타로 미쿠니

 

감독 : 마사키코바야시

 

에도 토사쿠라 다마치
이와이 가문 카미야시키

 

카미야시키는 에도시대에
평상시 주거로 삼는 집을 말함

 

게이슈 히로시마에서
후쿠시마 가의 가신이란 말인가?

 

그렇소

 

내 이름은
츠구모 한시로요

 

츠구모의 츠는
나루터를 뜻하고

 

구모는 구름을 뜻하는
한자를 쓰지요

 

그래서 여길 온
목적이 무엇인가?

 

제 영주의 가문은
1619년에 몰락했소

 

그 이후 나는 그 지역을 떠나
이곳 에도로 이주했지요

 

뒤쪽 골목 어귀에
살 곳을 마련해 두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가 막막하여

 

새로운 영주 밑에서 일하기 위해
알아보고 다니고 있소

 

하지만 지금
이 평화로운 때에

 

새로운 주군을 찾기란
쉽지 않았소

 

거듭되는 실패로 인해

 

살길이 꽤나
막막해진 듯싶습니다

 

이대로는 더 견딜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가난으로
불명예를 안고 살 바엔

 

차라리 명예롭게 할복하여
죽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의식을 저희 앞마당에서
하길 원하고 있지요

 

이것이
그 자의 청입니다

 

다시는 그럴 수 없어

 

그만 멈출 수는 없는 것인가?

 

어찌 답할까요?

 

알았네
그를 부르게

 

이 방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고맙소

 

게이슈 히로시마에서

 

후쿠시마 가의 가신으로서

 

이름은
한시로 츠구모 입니다

 

이런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카게유 사이토
이와이 가의 상임 고문일세

 

이런 예기치 못한 대면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찾아온 목적은

 

이미 그대의 청은
들어 알고 있네

 

끝없는 굶주림으로
죽는 날만 기다리다

 

살아갈 바에야

 

무사답게 할복자살로
그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

 

그 뜻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참으로
감동적인 결의군

 

내 그대에게
높은 존경심을 표하네

 

자네가 말했었지

 

전에 후쿠시마 주군을
모셨다고 말이야

 

혹시 모토메 치지와라는
무사를 아는가?

 

치지와?

 

그렇다네

 

그를 모르는가?

 

그 자가 전에 그대와 같은
주군을 섬긴 걸로 기억하네만

 

한때 부유했던 때는
가문의 가신이

 

대략 12,000명 정도 됩니다

 

그들을 다
알 수는 없지요

 

그렇군

 

신경 쓰지 말게나

 

올해 초, 아마
1월 말쯤 되었을 걸세

 

모토메 치지와라는 자가
온 적이 있었지

 

자네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말이야

 

그 자 또한 명예롭게 죽기 위해
앞마당에 왔었지

 

그렇습니까?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들려줘도 되겠는가?

 

예, 그러시지요

 

당신이 게이슈 히로시마
후쿠시마 가의 가신이란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전 히로시마 마사노리
후쿠시마 주군을 모신

 

모토메 치지와 라고 합니다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가?

 

가문이 망한 뒤

 

이곳 에도로 왔고, 뒤쪽 골목에
살 곳도 마련해 두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워서

 

새로운 주군을 모시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영주를 찾는 노력은
매번 수포로 돌아갔지요

 

이제 우리 차례인가 보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생각을 좀 해 봄세

 

어찌 그런 바보가
붙어 있었는지 놀랍군

 

센고쿠 가문 탓입니다

 

- 실수였다고 말해보게
- 인정 못합니다, 야자키

 

- 사실이 아닙니다
- 왜지?

 

센코쿠 가를 찾아서 온 자는
진정 할복을 하기 위해 온 무사였죠

 

그의 의지의
곧고 고결했습니다

 

그래서 센코쿠 가의 영주 또한
그 결연함에 감탄을 한 것이죠

 

끝내 센코쿠 가문은
그를 수하로 맞아들였고

 

잘 마무리가 되었지요
이는 옳은 결정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그 무사를 모방하는 자들이
떼거지로 생겨났다는 겁니다

 

진정 할복할 의지도 없는
쭉정이 같은 놈들 말입니다

 

그들은 단지 굶주리고
가난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속이 뻔히 보이는
연기를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그 자를 우리 가문에서
할복하게 놔둘 수는 없네

 

다른 가문에서 그랬듯
그대로 하면 됩니다

 

약간의 여비나 챙겨주고
여길 떠나라고 하시오

 

안됩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돈을 주고
그냥 돌려보낸다면

 

분명 다른 이들도
똑같이 할 겁니다

 

그 이후에도 줄곧

 

설탕에 개미 꼬이듯
계속 몰려올 거라고요

 

세키가하라 전쟁 이후로

 

에도는 주군 없는
무사 집단들이 흘러넘칩니다

 

그들은 사냥개처럼 구걸하며
방랑을 일삼고 있지요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생각해보게

 

이와이 가문이
다른 가문들처럼 물러졌다...

 

우리 가문이 본보기가 되어
다들 저희한테만 오고 있지요

 

하지만 지금 그들이
하는 걸 보십시오

 

그들은 자신들의 용맹스러움을
자랑하고 있지요

 

하지만 지금은
전생 없는 시대입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는 거지요

 

우리의 이런 모습을
에도 전역에

 

퍼지게 할 겁니까?

 

특히 영주님은
영지에 계시지 않지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결코 우리는
영주님이 안 계시는 동안

 

영주님 이름에
먹칠을 할 순 없습니다

 

그에게 돈을 건네주고
여기를 떠나라 하게

 

그런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할복 의식을
허락한다고 해도

 

해낼 의지조차 없는 놈입니다

 

고문관님!

 

제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나는 이와이 가문에 호위무사
카와베 우메노수케다

 

저는 히로시마 무사인
치지와 모토메입니다

 

이렇게 와줘서
참으로 고맙네

 

네?

 

목욕 물을 받아 두었네

 

영주님께서는
지금 계시지 않아서

 

세이토 상임 고문관님께서 자네의 청을
천황의 아드님이신 베노수케 장군께 전달하셨네

 

고문관님께서는 자네 결의에
큰 감동을 받으셨네

 

그래서 그분들께서 자네와
직접 만나기를 원하셨네

 

제가 베노수케 님을
접견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하네

 

나를 용서하게
하지만 지금 옷차림으로는 안되네

 

목욕을 하는 동안에

 

내 자네의 새로운 예복을
준비해 두도록 하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호의에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꿈만 같아

 

정말이지

 

기대도 못했었는데

 

완전히

 

실례하겠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자, 이제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 같네

 

자네 예복이네

 

뭐가 잘못되었는가?

 

베노수케 주군님과의
접견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저는 접견하는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네

 

- 뭔가 오해를 한 것 같군
- 그럴 리 없습니다

 

저는 카와베 우메노수케 호위무사님의
말씀을 따랐을 뿐입니다

 

카와베?

 

그러니까 자네 말은...

 

역시 틀림없군

 

제가 오해한 것이 아니지요?

 

알겠네
이해했네

 

사이토 상임 고문관님께서
자네의 청을

 

베노수케 님께 전하자
베노수케 님께서는

 

이 시대에 정말 드문
훌륭한 정신이라며

 

그런 그대를 수하로
삼고 싶을 정도라고 하셨네

 

하지만 자네가 진정
할복을 하길 원한다면

 

그 뜻을 이루도록
도울 것이네

 

나는 자네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수 없다 여기네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비록 자네처럼 비범한 무사를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나

 

자네의 숭고의 기품에
감동을 받았네

 

불행히도 정시에
도이 가를 방문해야만 하네

 

허니, 그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모든 무사들을 불러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좋은 본보기로 여겨
기억하도록 하게

 

지금까지가 베노수케 님께서
전하란 말씀이네

 

내가 들려준
이야기가 어떻소?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와이 가문의 상징인
유명한 빨간 갑옷 이야기이지요

 

무사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
꽤 효과가 좋지요

 

자네 마음이
좀 바뀌었는가?

 

그러니까

 

할복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마음 놓으십시오

 

저는 진정 할복할 마음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가

 

정말 대단한 결의로군

 

이럴 경우는 말이지
츠구모 군

 

자네에게 이야기를 좀 더
들려줘야 할 듯싶네

 

모토메 치지와 군에
대해서 말이야

 

그러시지요

 

자...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이네

 

예복으로 갈아입도록 하게

 

할복 의식 절차와 도구는

 

모두 준비해 두었네

 

청이 있습니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시간을 달라고?

 

도망가거나 숨지 않겠습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하루나 이틀 정도만
말미를 주십시오

 

너무 늦었네

 

- 너무합니다!
- 너무하다고?

 

우리는 자네의 청에 따라
할복 의식을 준비해 두었네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시간을 주시면
꼭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무사의 말은
번복되지 않는다

 

결코 늦출 수 없네!

 

최고의 검객
야자키 하야토 장군이시다

 

그의 칼 솜씨는
완벽하지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단칼에 널 베어버릴 것이다

 

다른 이들 또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생선 마냥 갈기갈기
찢겨 죽는 것보단

 

무사답게 할복하여
최후를 맞이하게

 

어서
예복으로 갈아입고 오시게

 

이와이 가문을 지켜주시는
조상님이시여

 

부디 가문의 마당이
하찮은 무사의 피로

 

더럽혀지는 것을
용서해 주소서

 

저는 이 집과
도쿠가와 가문을 위해

 

그리한 것이고

 

이는 무사 법도를
따른 것입니다

 

부디, 제 결정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이 자의 단검 또한
마찬가지네

 

보게

 

이거 원
두부도 못 썰겠구먼

 

대나무로 만든 검이라니!
무사로서 자격이 없는 놈이라고

 

그래 놓고선 뭐?
할복을 하겠다고?

 

뻔뻔한 놈 같으니!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치지와 모토메 군

 

가난으로
굶주려 죽는 것보다

 

그대는 할복으로서
명예를 지키고자 선언했다

 

이는 매우 훌륭한 결정이네

 

그대는 모든 무사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걸세

 

나는 인정하기 부끄럽지만

 

나오마사 조상님 이후로
무사의 용맹으로 알려진 이 집에서도

 

그대가 보여준 결의는
보기 드물지

 

그렇기에 이들은 그대의 숭고한
무사의 결연을 지켜볼 것이며

 

이들 마음속 깊이
오래도록 새길 것이네

 

내가 우리 가문의 모든 무사들을
총 집결 시켰네

 

편히 가도록 하게

 

부탁드립니다!

 

무언가?

 

하루나 이틀 정도만
제게 말미를 주십시오!

 

결코 숨거나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제발!
이렇게 간청 드립니다!

 

꽤나 당황스럽군

 

최근 에도에 퍼져 있는
일들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무사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무리들에 대해 말이다

 

할복하겠다고 앞마당을
내어 달라고 하고선

 

동전 몇 푼 받고는
줄행랑을 친다고 하지

 

부디 그대가
그런 부류가 아니길 바라네

 

결코 아닙니다

 

아니야, 아니지

 

물론 아니겠지

 

그대의 고결한 성품이나 모습을 보아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런 비열한
제비족 일리 없네

 

그럼 지금부터

 

진행을 하도록 하게

 

부족하지만
내가 자네의 대신일세

 

나는 신도 무넨 이치
학교의 대표 일세!

 

그대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확신이 들면 내게 신호를 보내게

 

할복 의식의 절차는
많이 변했네

 

최근에는 이름만 존재할 뿐
매우 드문 일이 되었지

 

대상자가 소반 위에 있는
칼을 잡으면

 

대신이 즉시 그의 머리를
내려치고 있네

 

다시 말해 내장을
실제로 가르지 않으며

 

소반 위의 것도 차고 다니던
와키자시나 단검이 아닌

 

접선(부채)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네

 

그러나

 

오늘 우리 의식은
그런 질 떨어지는

 

날림 법 따윈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전통 방식 그대로의
할복 의식을 따르도록 한다

 

이해하겠나?

 

그대는 이렇게 내장을
열 십자로 갈라야 한다

 

그것을 본 후에
내가 그대의 머리를 칠 것이네

 

그대가 창자를 제대로
다 가르지 않는다면

 

절대 내 검은
움직이지 않을 걸세

 

알아듣겠나?
그럼 이제

 

이것이 그대의 검이네

 

그대의 검을 사용하게

 

검은 무사의 영혼과
마찬가지이니

 

자신의 검이
이 의식에 가장 적합하지

 

어서
무얼 망설이는가?

 

속행하게!

 

날 죽여주시오!
죽여줘!

 

아직!
아직 아니야!

 

배를 정확히
열십자로 갈라!

 

뭘 망설이는 건가?

 

검으로 베란 말이야!
오른쪽으로 더 갈라!

 

그 자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 같네

 

결국 혀를 깨물고
자결하지 않았나?

 

자네 보기엔 그 자가 영리해 보이나
아니면 그저 꼴사나워 보이는가?

 

그리고 다시

 

누가 감히 대나무 검으로
할복하겠다 바른 말을 하겠는가?

 

이제 조금

 

생각이 바뀌었는가?

 

그러니까

 

할복 말씀이십니까?

 

나는 자네에게
모토메 치지와의 마지막까지

 

상세하게 다 들려주었네

 

내 말을 잘 새겨듣게나
츠구모 군

 

빨리 이곳을 떠나게

 

치지와 같은 자의 일과

 

저를 그리 연관 짓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군요

 

제 허리 끈 안에 있는 것은
검은 대나무가 아닙니다

 

혀를 깨물고 자결할 일도 없고
절차대로 배를 정확히 가를 겁니다

 

그렇군

 

츠구모 군

 

자네의 결의가 그리 단단하다면
자네 뜻대로 해주지

 

여봐라!

 

히로시마 무사
한시로 츠구모 군은

 

할복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마당을 사용해도 좋다

 

그의 옷 품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니

 

좋은 세상으로 떠날 만한
예복을 가져다주게

 

잠시!

 

무언가?

 

저 같은 거렁뱅이 따위에게

 

그런 호위는
별로 필요치 않습니다

 

황천길 가는 길에는 제가 걸친
이 옷이 가장 잘 어울리지요

 

제게 베풀어주신 호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참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군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고문관님께
여쭤볼 것이 있는데

 

어떤 분께서
제 죽음을 도우시는지요?

 

신멘 이치로 군으로
지명하였습니다

 

신멘 군?

 

원하는 이가 있는가?

 

그렇습니다

 

오모다카 히코쿠로 군으로
하고 싶습니다

 

히코쿠로 군 말인가?

 

이 가문의 사람인 걸로
알고 있지요

 

듣기로는 신도 무넨 이치 학교를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네

 

그도 괜찮지

 

히코쿠로

 

하지만 오늘은
그가 참석하질 못했습니다

 

몸이 좀 안 좋아서
며칠 좀 쉬겠다고 전해 왔지요

 

그렇군
안된 일이군

 

츠구모 군

 

들었다시피, 오모다카 군은
오늘 참석하지 못했네

 

다른 이를 선택해 보게

 

이거 꽤 실망이군요

 

마음속으로 그가 도와주길
바라고 또 바랐는데 말입니다

 

그의 특별한 배려를
부탁할 수 있을지요

 

글쎄

 

아프다고는 하나
어제만 해도 괜찮아 보였으니

 

크게 심각한 정도는
아닐 것이다

 

사자!

 

지체 말고 오모다카 군
집에 다녀오거라

 

병이 깊지 않다면 지금 당장
이리로 오라고 전하거라

 

제가 일을 번거롭게
해 드린 듯싶군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면

 

여기서 좀 기다리시게

 

아니면 안에서
좀 쉬고 있겠는가?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제 결심이
조금이라도 흔들리게 될 것 같습니다

 

애초에 싹을 틔우면 안 되지요
여기 있겠습니다

 

그대의 기개가
참으로 높군

 

내 경의를 표하네

 

그렇다면, 고문관님

 

기다리는 동안 둘 다
꽤 지루한 시간을 보낼 텐데

 

도착할 때까지

 

제 얘기를 좀
들어 보시겠습니까?

 

자네의 이야기를?
그러도록 하지

 

가난에 허덕이는 무사 이야기는
대단한 것이 못되지요

 

허나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불행이 일어난다면

 

내일 당장 고문관님께서도
그리될 수 있지요

 

어쩌면 고문관님의
수하들까지도 말입니다

 

별것 아닌 제 이야기
가운데에서도 한두 개 정도는

 

귀감이 되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오늘 다른 이에게 닥친 불행이
내일의 당신이 될 수도 있다?

 

재미있군

 

모두들 이 자의 말을
잘 들어 보도록 하게

 

곧 죽음을 앞둔 이가
말하는 것이니

 

쓸데없는 무용담은
아닐 듯싶군

 

분명 배울 게
있을 겁니다

 

고문관님

 

제 이야기는 오래전 일부터
거슬러 시작되지요

 

좀 상세하게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시게

 

히로시마 무사
치지와 모토메는

 

제가 아는 지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치지와 모토메는

 

제가 아는 이였습니다

 

당시 모토메는
15살이었고

 

내 딸 미호는 11살

 

11년 전 일이었지요

 

하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마치 어제 일처럼
그때의 그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 내 차례군
- 그만두게

 

성벽을 수리하려면 우리는
하루 종일 돌을 셈해 놔야 하네

 

이렇게 한가하게
활이나 쏠 시간이 없다고

 

평화로운 시대네
사면의 바다가 다 조용하다고

 

그건 그렇고
이제 22일이야

 

내 아내 기일이
벌써 7년째를 맞는 군

 

알고 있었네
헌데 벌써 7년이나 되었단 말인가?

 

그렇다네, 그래서 집에서 제사를
성대하게 치를 생각이야

 

따로 가져올 것은 없네

 

알겠네

 

믿을 수가 없군

 

벌써 7년이나 흘렀다니

 

놀랄 일은 따로 있지

 

어떻게 자네처럼
뻣뻣한 인사가

 

새 장가도 안 가고
홀로 미호를 길렀다니 말이야

 

이보게, 진나이

 

사돈 남 말 하는 군

 

유기가 죽었을 때, 난 자네가
어찌 살아가나 걱정했었네

 

하지만 자넬 보게

 

평범한 새 하나가 매를
길러낸 셈이 아닌가?

 

새가 매를 길러냈다고?

 

사실 홀아비 새인 셈이지

 

자넨 정말 훌륭하게
아이를 잘 훈육해 왔네

 

보게나

 

아이는 새가 아닌, 훌륭한
매의 새끼로 장성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네

 

아직 저놈은 멀었네
철들려면 아직 멀었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매로 견줄 수 있을 걸세

 

자네도 알다시피
우린 둘 다 애들에게

 

전쟁에서 이긴 것 빼고는
달리 잘해 준 것 없어

 

헌데 또 우리가 크게
못해 준 것도 없는 것 같군그래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모든 게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끝내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없었습니다

 

무사들의 목숨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처럼 불안했지요

 

강한 바람 한방에
모든 것은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그 수많은
영토를 지닌

 

내 주군의 가문이
망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히로시마 성
보수 공사 일에 관련한

 

도쿠가와 장군의
부당한 편파 판정으로

 

1619년 6월

 

후쿠시마 영주님은
카와나카자마로 유배를 가셨고

 

남겨진
12,000명의 무사들은

 

끝없는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며 살아가야 했습니다

 

진나이!

 

한시로 츠구모에게

 

우리의 오랜 우정으로
내 뜻을 잘 따라주길 바라며

 

성 수리 건을 맡은

 

마사카츠 후쿠시마
장군께서는

 

언제든지 죽음을
각오하고 계시네

 

그러니 내가 먼저
그를 앞서 갈 것이네

 

나 혼자로 충분하네

 

부디 날 따라오지 말게

 

내 외아들 모토메는

 

비록 장성하였지만
아직 15살에 불과하네

 

부디 그 놈이 잘 살 수 있도록
내 부탁함세

 

왜 이렇게
서둘러야만 했는가?

 

나보다 먼저
할복해 버리다니

 

한시로 자네는
결코 따라 해선 안되네

 

아직 가문을 구할 수 있다면
너와 나 함께 죽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그 또한 부질없는 일이지

 

- 진나이 하나로 족하다
- 하지만 장군!

 

바보같이 굴지 마라
한시로

 

진나이가 하지 않았다면
자네가 할 걸 알았기 때문에 죽은 거다

 

또한 그는 나와 너를 살리기 위해
죽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시로

 

그대는 반드시
살아야만 하네

 

자네와 진나이를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모토메를 자네 말고
누가 돌봐줄 수 있겠는가?

 

진나이를 보러
갈 것이네

 

한시로
그에게 전할 말은 없는가?

 

진나이에게 전할 말이
아무것도 없는가?

 

진나이에게

 

진나이에게
이 말을

 

모토메는 걱정 말라고

 

제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거라고

 

제 인생을 걸고 그리 하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계속하게
츠구모 군

 

어찌 되었는가?

 

아무래도 병이
심각한 듯싶습니다

 

무슨 병이더냐?

 

가족 말로는
열도 꽤 높고

 

관절 마디마디가 아파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한답니다

 

계속 말해보게

 

이곳을 방문이 가능한지
청을 넣어봤으나

 

병 상태가 심각하여
지금 당장 이곳을

 

찾기란 어려울 듯싶다
전하였습니다

 

혼신을 다해 간청해 보았으나
일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하는 수 없군

 

최근 며칠간 이어진 무더위로
맥을 못 추는 모양이군

 

츠구모 군

 

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

 

다른 이를
선택해야 할 듯싶소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허나 하는 수 없지요

 

그렇다면

 

하야토 야자키 군으로
요청하고 싶습니다

 

하야토?

 

이나바 군 역시 안 보인 지
4~5일 정도 되었습니다

 

그렇군

 

몸이 별로 좋지 않다며
잠시 요양을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츠구모 군

 

하야토 야자키 무사 또한
병으로 자리를 비웠네

 

야자키 군도
몸이 안 좋습니까?

 

미안하게 됐네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면 우메노수케 카와베 군을
요청하겠습니다

 

고문관님

 

혹, 카와베 군도
몸이 아파서

 

자리를 비운 것은
아니겠지요?

 

이런 법이 있나

 

그 자 또한
몸이 편치 않은가 보군

 

어찌 3명 모두 다
병이 나 버린 겐가

 

참으로 기묘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 저놈 뭔가 꿍꿍이가 있다
- 맞습니다

 

히코쿠로 군은 맨 처음
모토메 치지와를

 

강제로 할복 시키자고
주장 한 자였다

 

야자키 군도 치지와의
대나무 검을 발견 한 후

 

그 검으로 할복 시키자
주장한 무사 중 하나였지

 

거기에 카와베 군 또한
재빨리 동조를 했고

 

그래서 그때 대나무 검만은
아니 된다 말씀드린 겁니다

 

- 그게 지금 와 무슨 소용인가?
- 죄송합니다

 

이제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그가 순순히 할복할지
믿기 힘듭니다

 

분명 숨기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라도

 

저 자는 결코
도망가지는 못할 걸세

 

반드시 그놈이
할복하도록 해야 한다

 

혹 그가
거절한다 해도

 

강제로 그 자의
목을 치면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일은 결코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되네

 

내가 신호를 보내면
모두 알아서 행동들 하게

 

히코쿠로 군을 포함한
그 두 사람의 일이 신경 쓰이는 군

 

사람을 시켜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게

 

상황이 급박하니
그 자가 가진 속셈이 무엇인지

 

서둘러 알아내도록 하게

 

츠구모 군

 

여름날이 길기는 하나
벌써 1시간이 지체됐소

 

어서 속히 진행을
해주길 바라오

 

그러나 고문관님

 

의식 절차에서 돕는 무사가
빠질 수는 없습니다

 

자네의 사정을 이해하네만

 

이미 자네가 거론했던
이들에 대해 논의해 보지 않았는가

 

그 3명 모두 몸이 아파
자네의 청을 들어줄 수가 없네

 

순순히 우리의 뜻을
받아들이게

 

이치로 신멘!

 

지금부터 츠구모 군의
죽음을 돕는 무사로서

 

그 임무를 충실히
이행토록 한다

 

그럴 수는 없소!

 

내 죽음을 돕는 자는

 

내가 특별히 호명한 자만이
될 수 있소

 

반드시 이 세 사람 중
하나여야 하오

 

자네 귀가 먹었는가?

 

그 3명 모두는 아파서
참석하질 못했다고 했다!

 

이미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알아듣겠는가?

 

그렇다면 야...

 

저도 할복하는 것을
그만두겠습니다

 

멈춰라!
한시로 츠구모!

 

자네의 뻔한 수법을
다 알고 있다

 

할복 의식을 한다는 빌미로
이곳에 와서

 

말도 안 되는
변명들만 늘어놓다니

 

네 놈은 처음부터
할복할 마음조차 없었다

 

돈이나 뜯어내려고
온 것이겠지!

 

고문관님!

 

제가 그런
파렴치한 놈이었다면

 

여기 이렇게 조용히
앉아만 있었겠소?

 

- 그러면 왜 빨리 서두르지 않는가?
-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소

 

내를 가르는 행위
자체보다는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가게 해줄

 

숙련된 기술을 가진

 

무사가 필요할 뿐입니다

 

나는 죄를 지어
할복을 하는 것이 아니오

 

적어도 내 죽음을 돕는
무사를 선택할 권리는 있다 보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자네는 우리 가문을 욕보인
사기꾼에 불과하다

 

결코 할복할 마음이 없지

 

무례한 개자식!

 

멈추게!

 

기다려!

 

할 말이 있소!

 

이 모든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잠시만
아주 잠시면 되오

 

자네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네

 

그럴 수 없소
나는 해야 할 말이 있소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단 말이오

 

그대의 쓸데없는 이야기 따윈
듣고 싶지 않네

 

고문관님!

 

이런 식으로
나오신다면

 

불리할지라도 목숨 바쳐
이 자들과 싸울 것이오

 

당신 부하들은
억울하게 당할 것이오

 

그중 몇몇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지요

 

그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제 이야기를
다 마친 후에는

 

조용히 할복하겠습니다

 

아니면
할복도 할복이고

 

수하들을 시켜
저를 처결하라셔도 좋습니다

 

어찌 됐든

 

먼저,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십시오

 

자네가 말한 약조를

 

지킬 수 있을 텐가?

 

네, 그러도록 하지요

 

자네의 검을 가지고
맹세할 수 있겠나?

 

알았네

 

허나 짧게 하도록 하게

 

자네의 그런 부질없는 이야기를
오래 듣고 싶지 않아

 

모두 물러서거라

 

어디까지 말씀드렸더라?

 

그렇지

 

제 주군의 가문이 망하고

 

진나이 치지와가 죽고

 

죽기 전
그 친구가

 

모토메를
내게 부탁했지요

 

가문이 망한 뒤

 

우리는 그곳을 떠나
에도로 이주를 왔습니다

 

에도 거리는 세키가하라 전쟁 이후
부랑자와 무사들로 흘러넘쳤습니다

 

이 전에는

 

무사 출신이라면
어디서든 환영받았지만

 

무인이나 말 따위가 필요한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평화로운 시대가 오자
그 모두가 쓸모없게 되었지요

 

그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치욕스러운 일이군요

 

비참한 우리의 삶은
8~9년 동안이나 더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역경 속에서도

 

제 딸 미호는 빠르게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고 있었지요

 

그리고는 어느덧 미호가
18살 봄이 되는 해였습니다

 

아버지

 

혹 제가 늦더라도
점심 차려 놨으니, 꼭 드세요

 

혼자 먹으면
영 밥맛이 나질 않아

 

너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마

 

일감을 얻고, 이따가 요시자키초 댁에
말린 생선을 가져다 드려야 해요

 

안녕하신가

 

어서 오세요, 아저씨

 

여전히 바쁘지?
나가는 길인가 보구나

 

네, 교바시 장터
상인을 좀 만나러요

 

미카와야 씨 말이구나
조심히 다녀오거라

 

경험만큼
훌륭한 스승도 없지

 

이제 꽤
능수능란해졌군 그래

 

죄송합니다

 

먼저 말씀드리기가
힘들었는데

 

돈벌이가
잘 되지 않아서요

 

자네는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군

 

집 불편한 이야기랑
다른 것을 겸사해서 얘기하러 왔네

 

자네가
처음 이리로 왔을 때

 

내가 뭐라 그랬는가?

 

그건 그렇고

 

내가 지난번에 이야기한 건
좀 생각해 봤나?

 

결정을 내렸는가?

 

그렇습니다

 

잘 되었구먼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구먼

 

아니요

 

미호에 대한 제안은
감사드리지만

 

거절하겠습니다

 

결국 조수야 가문에
양녀로 보내자는 거 아닙니까?

 

가족이 된다 해도

 

형편이 나아지는 건
6개월 이상 못 갑니다

 

사카키바라 장군에게
미호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츠구모 군

 

그 가문은 십일만 평 정도 되는
토지를 가진 부호일세

 

자네 딸로 배를 채우자는
소리는 아니네만

 

준비할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기회는 아직 열려 있네

 

알고 있습니다

 

허나 세베이 님

 

제가 아무리
가진 게 없다 해도

 

돈 때문에 딸을
파는 일 따윈 할 수 없소

 

자존심 세우는 건 좋네

 

하지만 부모로서
딸의 입장도 이해해줘야지

 

무슨 말씀이오?

 

미호는 젊고
저리 고운데

 

그저 저 옷 한 벌
뿐이지 않는가

 

아버지 그늘에 가려
평생 저 꼴로 살아가게 할 텐가

 

츠구모 군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지 말고

 

이치에 맞게 좀 살게나

 

자네가 어찌 생각하든

 

이건 정말 미호와
자네를 위한 좋은 기회 일세

 

솔직히 말해서

 

미호의 외모가 출중하니까
이런 좋은 기회나 있는 거지

 

아니 그러한가?

 

공자께서 가로 사되

 

하늘의 뜻을 모르는 자는
큰 인물이 될 수 없고

 

예를 모르는 자는
성공할 수 없으며

 

진실로 말하지 않는 자는
사람의 진실을 알 수 없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안녕히 계세요

 

이봐 카츠조
우리 참새 잡으러 가자!

 

어서 오세요
한시로 삼촌

 

그래 반갑구나

 

차 한잔 들게나

 

감사합니다

 

적어도 물 끓이는 일은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어

 

무슨 일인가 하면
모토메

 

중요한 일을 좀 논의할 게 있어
이렇게 찾아왔네

 

말투가 영 딱딱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세월이 참 유수 같더구나

 

미호가 벌써 18살이다

 

점점 더 엄마를
쏙 빼닮아가고 있어

 

내 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야

 

그 애가 날 닮았다면
그렇게 예쁠 수는 없었겠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그러니까
모토메

 

미호를
자네의 아내로 맞아주게

 

물론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겠지만

 

어찌 생각하는가?

 

그렇게 해줄 텐가 모토메?

 

삼촌도 아시겠지만
저는 보다시피

 

형편이 넉넉지 않아요

 

그저 몇 안 되는 애들 모아 놓고
한문이나 가르치는 정돈 걸요

 

입에 근근이
풀칠하는 정도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미호와 혼인을 하겠어요?

 

미호가 싫은가?

 

그 애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자네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미호와
혼인해 주길 바라네

 

평소 우둔하고
눈치가 없긴 하지만

 

자네의 감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닐세

 

모토메를 설득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완강하고

 

의지가 강한 청년인지
이 전엔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호를
사랑한다는 건 알고 있었고

 

미호 또한 이 혼인을
마다하지 않았지요

 

학은 천 년의 삶을
살아가고

 

이는 기쁨의 상징이도다

 

거북이는
만 년의 삶을 살아가고

 

천국과 대지 그리고 사람의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네

 

해변의 모래는

 

무수히 많고 부드럽다네

 

그대들은 떠오르는 태양처럼
영원할 것이 도다

 

2년 후

 

아이가 태어났지요

 

사내아이였고
이름은 킨고라고 불렀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지어 준
이름이었지요

 

아버지
오셨어요

 

뭐야?
자고 있는 거야?

 

아버지는 정말 살가우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너야말로 시집 간 이후로도
줄곧 내 끼니를 챙겨 주잖니

 

이젠 나도 혼자
생활해 나갈 수 있다

 

나는 어찌 돈 모으는 일보다
쓰는 일을 더 잘하니

 

앞으로
돈 모으기 힘들겠다

 

그래

 

일어났구나?

 

이 장난꾸러기 같은 녀석

 

무사의 아들에게
보조개는 어울리지 않는데

 

지금 내가 뭐라고 했냐?

 

정말이요? 심지어 다와 마을에
마츠다이와 가문까지요?

 

그렇단다

 

최근의 가신들의 토지가
폐지된 이유를 알겠구만

 

헌데 오랫동안 도쿠가와 가를 지지했던
가신들에게마저 이리 가혹할까?

 

막부의 법이 완전히 군벌 정책을
옹호하겠다는 속셈이지

 

굶주리는 무사들의 수가
급증했겠군요

 

혹 들어 봤는가?

 

쿠로메 가의 무사였던
슈메 우오이라는 자인데

 

센고쿠 가에서 할복자살을
시도했다고 하더구나

 

저도 들었는데
그날 이후 그 가문에

 

가신이 되었다지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아주 잘 된 일이지
이후 어찌 되었는지 알지?

 

네, 들어 알고 있어요

 

소문을 들은
다른 무사들도

 

에도 전역에 다이묘 가문들을
찾아가기 시작했지요

 

할복하겠다는 것을
빌미로 하여

 

돈 몇 푼을 받고는

 

곧 자리를
떠난다는 이야기요

 

같은 무사로서
정말 수치스러워요

 

참으로 그러하구나

 

아무리 먹고 살기가
어려워도 그렇지

 

어찌 그런 비열한 짓을
한단 말인가

 

워낙 궁핍하다 보니
그저 살기 위해서 그런 것이겠죠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해야만 하지요

 

자네 말이 맞네

 

자네도 일자리 구하는데
너무 연연하지만 않는다면

 

윗사람 눈치나 보며
지내지 않고

 

지금처럼 살 수 있겠지

 

깼느냐
우리 손자?

 

밥 먹을 시간이에요
젖을 줘야 해요

 

울 때마다 젖 물리면
이제 안 된다

 

애 버릇 나빠진다

 

여기 봐라
킨고

 

이것 봐라
재미있지?

 

좋아?

 

이것 좀 봐라
킨고

 

칸다의

 

묘진 시린 에서는

 

오늘 밤

 

축제가 열린 다네

 

킨고는
내 인생의 전부였소

 

우리는 즐겁게 웃으며

 

모든 것이
평온했던 삶에서

 

너무도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소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지요

 

어느 날 미호는
각혈을 하기 시작했고

 

몸이 계속 허약해져

 

일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고

 

더는 제 몸 조차도
가누기 힘들어했습니다

 

모토메는 두려워했습니다

 

불쌍한 놈

 

다떼 가의 건설현장이다

 

40몬 까지
50명의 인부가 필요하다

 

잠시만요
무사님

 

저를 난처하게
만드실 작정입니까?

 

이 마을 사람들도
일거리가 부족합니다

 

나라에서 무사 출신의
일꾼을 부렸다간

 

전 크게 혼이 난다고요

 

호소카와 가 건설현장이다

 

45몬 까지
20명의 인부가 필요하다

 

불쌍한 모토메

 

그는 모든 걸 다 해봤지만
소용없었지요

 

미호는 점점
쇠약해져 갔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제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간신히
한 해를 넘겼고

 

자두나무에
자두가 열렸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무렵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냐?

 

혹시 미호가?

 

미호에게?

 

킨고가

 

뭐?
킨고가?

 

열이 나요

 

불처럼 뜨거워요

 

미호야!

 

왜 이러고 가만히 있느냐?

 

그냥
감기인 것 같아서요

 

의사가 뭐라고 하던?

 

의사가 뭐라고
했을 거 아니냐?

 

의사에게도
보이지 않은 게냐?

 

왜 그랬느냐?

 

킨고
정신 차리거라

 

이 할아버지도
엄마 아빠처럼

 

값나가는 건
이미 모두 팔은 지라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킨고야

 

하지만
넌 무사의 아들이다

 

이 고통은 분명
널 더 강하게 해 줄 것이야

 

반드시 이겨내거라

 

안 돼
이대로는 안 돼

 

아버님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뭔가?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킨고를 좀 부탁드립니다

 

무슨 생각이냐?

 

가토 가 전직 무사가
니혼바시에 살고 있어요

 

그 자에게
돈을 좀 빌려보겠습니다

 

전엔 이자가 너무 높아
엄두도 못 냈는데

 

더 이상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그래, 바로 그거다!
어서 서두르거라!

 

네, 다녀오겠습니다

 

늦어도 저녁 무렵까지는
돌아올게요

 

아시겠지만
미호가 많이 약해졌어요

 

킨고를 잘 부탁드립니다

 

당연하지
걱정 말거라

 

모토메

 

킨고는 지금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네

 

부디 서두르시게
실패하면 안 되네!

 

성공해서
꼭 저녁까지 돌아올게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모토메!
모두 너에게 달려있다

 

안 된다
내가 하마

 

조금만 참거라
킨고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거야?

 

상대가 더 안 좋아졌어

 

모토메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안 된다, 네가 일어나 봤자
킨코에게 도움이 안 돼

 

모토메는 대체
어디를 간 거야?

 

분명 저녁까지
돌아온다고 했는데

 

왜 아직
돌아오지 않는 건가?

 

기다렸습니다

 

순간순간이 참으로
길게만 느껴졌지요

 

하지만 모토메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녁까지는 돌아올 테니
킨고를 잘 부탁드려요

 

이것이 그가 했던
마지막 말이었고

 

내가 본 모토메 치지와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밤 9시경
그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지요

 

이와이 가 무사들이
그를 데리고 왔습니다

 

최고의 예를 갖춰

 

이것이
모토메 치지와가

 

우리에게 한 요청이었소

 

우리 가문의 앞 마당은
복잡하고 가장 불편한 곳이기에

 

대신 안마당을 내어 주었고
그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했소

 

이에 그는 자신의 청을 수렴하여
할복을 거행하였소

 

최근에 에도 전역에 퍼져있는
일들을 알고 있소

 

다이묘 가문들의 집 앞에서
무사들이 나타나

 

할복을 빌미로 돈을 받고
떠난다는 일들에 대해 말이오

 

이 수치스러운 일에 대해 많은 가문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난감해 했소

 

그러나 명예로운 죽음으로서
결의를 지켜 낸

 

모토메 치지와는
진정한 무사였소

 

그리고 우리는 그의 청을
적절히 수용하고

 

받아들여준
이와이 가문의 사람들이오

 

많은 치욕스런 무사들과

 

다이묘 가 사람들의
약한 모습과는 달리

 

우리 둘 모두
이 세상을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만한
좋은 본보기를 보여 주었소

 

이는 서로가
축하해 줄만한 일이오

 

- 그럼 이만
- 기다리시오

 

오해가 없도록
그의 검을 확인해 봐야겠소

 

그러도록 하지

 

공식적으로 우리는 치지와 군이
가져온 검을 보여 주는 것이오

 

잘 봐 두시오

 

둘 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것이오

 

대나무?

 

보다시피 둘 다
대나무로 만들어졌소

 

나중에 검이 바뀌었다는
소린 마시오

 

잘 살펴보시오

 

맞소?

 

그러면

 

모토메는 다른 이의 검을
빌려 할복한 것이오?

 

아니요
그러지 않았소

 

그의 검을 사용했소

 

모토메가

 

이 대나무 검으로
자결을 했다고?

 

그렇소

 

우리 가문의 모든 이들이
그가 대나무 검으로

 

할복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소

 

생각보다
보기가 꽤 흉측했소

 

허나 그것이 무사의
영혼을 팔아먹은 자의

 

마지막 모습이라면
그리 나쁘지 않았소

 

그러면

 

안녕히 계시오

 

모토메!

 

날 용서해 다오

 

날...

 

미호를 위해
아끼는 검까지

 

팔아야만 했던 걸

 

난 알지 못했네

 

하지만 난
난...

 

이대로 널
보낼 수는 없다

 

이렇게 널
보낼 수는 없어

 

널 너무 아끼고
사랑했단다

 

정말 아끼고 아꼈단다

 

널 정말...

 

손자는 여전히 열이 높았고
사경을 헤매었지요

 

그렇게 이틀 후
킨고는 죽었습니다

 

킨고가 죽고
3일이 지난 후

 

손자를 따라가듯

 

미호도 역시 죽었지요

 

그래서
한시로 츠구모는

 

그렇게 함께하던
마지막 이까지 떠나보내고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렸지요

 

츠구모 군

 

그것이 자네의 결말인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지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십시오

 

아무리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인다 해도

 

다른 가문의
문 앞에서

 

무사가 할복을 하겠다
청하는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며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요

 

하지만

 

이와이 가문이 문제를 쉽게
처결하기 위해 보여줘야 하는 예의는

 

무사가 원하는 대로 돈을 주고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무사가 끼니를 구걸하기 위해
수치스러워져야 한다면

 

분명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간단한 질문으로

 

요청을 한
이유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들을
했을 테지만

 

혼자가 아닌
이 많은 목격자들은

 

생각을 해봤을 것이오

 

하나뿐인 아들은
고열로 의사가 필요하고

 

부인은 심한 기침을 하며
사경을 헤매고 있었소

 

모토메는 분명 나에게 와
모든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을 거요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이든 했을 겁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기 전에 말이오

 

그리고는 이와이 가문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한시로 츠구모!

 

이제 그만
자기변명은 그만두게!

 

뭐라고?

 

모토메 치지와의 일은

 

모두 그가 자처하여
이루어진 일이다

 

그는 분명
할복하기를 원했었고

 

그 속 사정이야 어쨌든
나는 알 길이 없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

 

그는 그 누구에게도
비난이나 불평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받아들여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어떠한 흔들림 없이
죽음과 대면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무사 정신이다

 

하지만
그 자는 어떠했는가?

 

겁쟁이처럼 며칠의
말미를 달라 요청했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런 요청을 하겠나!

 

맞습니다

 

모토메는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에게
잘 된 일인지도 모르지요

 

그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는 진정한 무사였지요

 

하지만 동시에
평범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혼자 살 수
없었을 겁니다

 

그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을 때

 

모토메는 미쳐가면서까지 가족을
지킬 줄 아는 남자 중의 남자였습니다

 

난 그런 그가
아주 자랑스럽소

 

무사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조차

 

그를 대나무 검 무사라고
비웃겠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어느 누가 이 자의
깊은 속을 알 수 있겠소?

 

막부 정권의 무자비한 법으로 인해
지방 영주들은 살 길을 잃었고

 

지방 무사들 또한
그들의 주군을 잃었소

 

그리고는 멀리 추방되거나
죽어 버렸지

 

가난의 고통을 모르는 자가
어찌 그들의 비참함을 이해할 수 있겠소?

 

그의 변명조차 듣기 싫은 자들을 위해
나는 묻고 싶소

 

만약 그대가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전혀 다르게
행동했을 것 같은가?

 

결국 무사의 명예라고
말들 하지만

 

이는 그저
허울에 지나지 않소

 

이것이 자네의 불만인가?

 

불만?

 

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무사의 명예는
그저 허울뿐이라고?

 

그렇소

 

내가 할복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진정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희망을 품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오

 

할복하기를 원하는 자가 있다면
나는 허락할 것이오

 

실제로 그 자가 할복한 이후에도
내 뜻에는 변함이 없소

 

이것이
이와이 가문의 법도요

 

우리에게 무사의 명예는
결코 허울뿐이 아니네!

 

그리하여
한시로 츠구모 또한

 

할복할 의지 없이
이곳에 온 것인가

 

이거 꽤 씁쓸한 일이군

 

이와이 가문은 모토메 치지와를
법도로서 양자로 대접해야 하며

 

그의 많은 원한 또한
풀어줘야 하오

 

어찌 생각하시오?

 

그것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자네는 오직
자기감정밖에 모르는 군

 

그건 모두 다 같지요

 

고문관님께서도 저를
살려둘 생각은 없지 않습니까?

 

그것이 나의 결정이네

 

그대에게 용서를 구할
이유는 없겠지

 

고문관님

 

"의심하는 마음은 악하게 만든다"
라는 속담이 있는데

 

아시는지요?

 

제가 할복하겠다면 하면
진정 하는 것입니다

 

할 말을 다 했음에도
할복의 명을 내리시지 않는다면

 

저는 계속 살아가겠지요

 

제가 과연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모토메와 미호
그리고 킨고가

 

먼저 가 있는
저세상으로

 

너무나 가고 싶습니다

 

허나 이대로
빈손으로 간다면

 

그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지요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이와이 가의 사람일지라도
이런 식으로 설명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지요

 

우리가 그날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아무도 그 상황이 이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방식이었던 것 같다고 말이요

 

그렇다면 틀림없이
둘 모두에게 더 좋았을 것을

 

이런 의도로서
단 한마디일지라도 이해를 했다면

 

모토메에게
위안이 되었을 것이오

 

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선물이 되지 않았겠소?

 

제 생각처럼
그랬다면 말이오

 

허나 이제
희망 같은 건 없소

 

그렇다니
내 마음이 더 편해지는 군

 

세상은 그런 감정적인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만약 자네가
진정 무사의 명예는

 

외관이 중요하다 여겼다면

 

자넨 결코 우리에게
동요되는 일은 없었을 걸세

 

결국은

 

그저 괴팍한 늙은이의 쓸데없는
불평들이었을 뿐, 아무것도 아니었소

 

허나,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겠지요

 

자 그럼

 

제 장황했던 이야기를
용서해 주시오

 

이제 의식을 시작하겠소

 

잠깐

 

그전에

 

이 가문 소유인 물건들을
돌려줘야만 할 것 같소

 

구별하기 쉽도록 붙여진
각각의 꼬리표를 붙여 놓았소

 

잘 관찰해 보시오

 

야자키 하야토 군

 

그리고
카와베 우메노수케 군

 

둘 다 이와이 가문의
출중한 무사다웠소

 

그들의 용기와 명예를
높게 평가했지요

 

허나 고문관님!

 

제군들
잠시 마음을 가다듬으시오

 

그들의 상투만
잘라 왔을 뿐

 

죽인 것은 아니오

 

야자키 하야토 경우

 

6일 전이었소

 

멈춰라!

 

카와베 우메노수케 경우

 

5월 8일
5일 전이었소

 

하지만

 

신도 무넨 이치 학교의
검객이었던

 

오모다카 히코쿠로 군의 경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야자키와 카와베에게
일어난 일로 눈치를 챘던 것 같소

 

나는 경계를
늦출 수 없었소

 

솔직히 말해
우모다카 군과

 

거래하는 방법에 있어서
꽤 손해를 보았지요

 

들어가도 되겠는가?

 

네가 검을 잡는 동안

 

내 검이 네 몸을
두 동강 낼 것이다

 

허나 그리하기엔

 

가로대가 낮아
내 검 끝이 걸릴 것 같군

 

측면으로 검을
휘두른다 하여도

 

이 기둥이
방해가 될 것이다

 

네 집을 찾기 위해 며칠이 걸렸다
지연된 걸 사과하지

 

준비는 되어 있겠지

 

이곳은 결투를 할 장소가
못 되는 것 같군

 

이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고지인 가와라에서 하자

 

이곳이
낡은 오두막집이니만큼

 

자네가 거절한다면
집주인은 편치 못할 것이다

 

무덤 만들어 줄 사람도 없으니
자네의 영혼은 구천을 떠돌 것이네

 

기록을 남겨두거라

 

그것은 이와이 가의 우모다카 히코쿠로와
결투를 하기 위해

 

고지인 가와라로 향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바람을 이용하는 것은
영리한 일이었소

 

허나 검은 베는 거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요

 

찌를 수도 있고 두 개의 검을
같이 사용할 수도 있소

 

전쟁에서
검증되지 않은 검술은

 

다른 땅 위에
수영을 하는 것과 같지요

 

그에 반해서 저는

 

16년 전
오사카 성 공격 이래로

 

전쟁을 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그의 머리를 잡기란
꽤 어려운 일이었지요

 

더욱이 상투만 잡아채기란
더욱 힘이 들었지요

 

기술의 차이가
무엇이었든지

 

무사가 상투를
잘린다는 것은

 

머리를 잘린 거나
진배없는 일이오

 

그것은 기량이
부족한 걸 뜻하며

 

간신히 목숨만 건진
치욕스러운 일이오

 

아직도 그들은 아프다는 핑계로
회피하고 있지요

 

그들의 상투가 다 자라기까지
기다리셔야 할 거요, 고문관님

 

이 붉은 갑옷은 가문의 자랑이며
전장의 용기를 상징하지요

 

그러한 위대한 이와이 가문에서
무사의 명예는

 

외관 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나 봅니다

 

미친놈!

 

그를 죽여라!

 

물러 서라!

 

한시로 츠구모가 죽었습니다
고문관님

 

우리 쪽의 피해는?

 

사상자는 얼마나 되느냐?

 

수기타 마사카츠
우에무라 소베이

 

신멘 이치로
요시오카 우에몬

 

4명이 죽었습니다

 

8명은
부상이 심각합니다

 

히로시마 무사

 

한시로 츠구모는
할복하여 죽었다

 

우리 쪽 무사 모두는
병으로 죽은 것이다

 

이와이 가문의 가신들은
가난한 무사들로 인해

 

죽거나 부상당한 이가
한 명도 없다

 

후쿠시마 가의 전 가신이었던
한시로 츠구모는

 

그의 요청에 따라
명예롭게 할복했다

 

우리 가문의 자들은
모두 병으로 죽었다

 

그들의 죽음은
츠구모 일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제 더 이상 병으로 죽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

 

부상당한 자들을 보면
즉시 치료받게 하라

 

막 돌아왔습니다
고문관님

 

우모다카 히코쿠로는

 

지난밤 그의 집에서
자살했습니다

 

카와베와 야자키는
둘 다 병이 났다고는 하지만

 

- 사실은...
- 바보 같으니라고!

 

왜 그들에게 당장 할복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는가?

 

즉시 돌아가서
그들에게 할복 명을 내리게

 

그리고 숙련된 검객
몇 명과 함께 가게나

 

그들이 할복하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하도록 만들게

 

당연히 공식적으로, 이 세 명은
할복하지 않은 걸세

 

병으로 죽은 것이다

 

- 예?
- 멍청한 놈!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어찌 멍청하다고 생각지 않는 거냐?
이 머저리 같은!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장군

 

후쿠시마 가의 전 가신이었던
한시로 츠구모는

 

오후 6시경
할복하여 죽었다

 

그의 말과 행동은
다소 기이해 보였다

 

대다수의 참관자들은
그가 광기의 조짐을 보였다고 느꼈다

 

더욱 그것은 확실했다

 

후쿠시마의 또 다른
모토메 치지와 전직 가신이

 

올해 1월에
할복을 요청했던 것이다

 

우리의 행동이
죄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 가문의 근엄한 법도는
에도 전역에 널리 퍼져있다

 

이번 경우에도 우리는
우리가 굳게 정한 법도가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도시 전체로 퍼져갔다

 

그 결과로써 삼일째 되던 날에도
성에서 열린 공식 석상에서

 

도이 천황께서는
우리의 베노수케 장군께

 

다음과 같은
칭찬의 말을 하사하셨다

 

평화롭되 아직은 경계를
늦추어서는 아니 되네

 

이와이 가문은 이 법도를
계속 지켜 나가도록 하게

 

그리고 그대의 가문은 앞으로도
계속 번영해 나갈 것일세

 

1630년

 

5월 16일

 

SUB 변환 : BartSimp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