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1:48,258 --> 00:01:51,427 보기보다 불가사의한 사람이에요 2 00:01:56,767 --> 00:01:59,185 평생 사랑해 온 지인 같아요 3 00:02:03,232 --> 00:02:05,316 아주 진지한 사람이죠 4 00:02:05,943 --> 00:02:07,944 늘 한결같이... 5 00:02:08,612 --> 00:02:09,821 일에 몰두했어요 6 00:02:13,575 --> 00:02:17,328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데 주저하지 않지만 7 00:02:17,579 --> 00:02:21,332 자기다움도 잃지 않는 놀라운 재능을 지닌 분이죠 8 00:02:26,839 --> 00:02:28,798 천재라고 해야겠죠 9 00:02:32,302 --> 00:02:35,972 어떤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없어요 10 00:02:43,939 --> 00:02:47,233 나한테는 위대한 음악적 지침이에요 11 00:02:51,196 --> 00:02:54,490 평소에는 숨겨뒀던 엄청난 재능이 12 00:02:54,658 --> 00:02:56,785 곡을 쓰면 폭발했어요 13 00:03:01,040 --> 00:03:03,749 음악이 갈 길을 결정한 사람이죠 14 00:03:08,839 --> 00:03:11,674 최고의 경이를 보여 줬어요 15 00:03:13,635 --> 00:03:19,182 걸작이 탄생하는 순간을 다 함께 목격한 거예요 16 00:03:22,186 --> 00:03:25,146 일할 때는 운동선수 같았어요 17 00:03:28,192 --> 00:03:29,775 전설이죠 18 00:03:29,944 --> 00:03:33,237 협업했다는 사실 자체가 훈장이에요 19 00:03:35,657 --> 00:03:37,931 혁신적인 음악가였어요 20 00:03:38,035 --> 00:03:42,038 그때도 새로웠고 지금 들어도 새로워요 21 00:03:46,376 --> 00:03:48,336 오묘한 사람이었어요 22 00:03:49,338 --> 00:03:50,713 광기가 있었죠 23 00:03:51,715 --> 00:03:52,548 확실히요 24 00:03:59,723 --> 00:04:04,227 우리는 지금도 엔니오를 완전히 다 알지 못해요 25 00:05:58,342 --> 00:06:01,844 음악이 내 운명일 줄은 나도 몰랐어요 26 00:06:02,221 --> 00:06:05,495 원래는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27 00:06:05,599 --> 00:06:09,060 아버지가 트럼펫을 배워야 한다면서 28 00:06:09,519 --> 00:06:11,687 날 음악원에 보냈죠 29 00:06:11,855 --> 00:06:16,192 결국 내 미래를 정한 건 아버지였지 30 00:06:16,318 --> 00:06:18,194 내 의지가 아니었어요 31 00:06:22,241 --> 00:06:25,034 난 평범한 어린애였거든요 32 00:06:27,329 --> 00:06:30,373 음이름에 약해서 첫 시험을 망치자 33 00:06:30,499 --> 00:06:33,459 엄격하게 변한 아버지는 34 00:06:33,585 --> 00:06:36,879 방학 때도 놀 시간을 전혀 안 줬어요 35 00:06:38,382 --> 00:06:40,841 덕분에 실력은 좋아졌죠 36 00:06:52,896 --> 00:06:56,046 여섯 살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37 00:06:56,150 --> 00:06:59,485 높은음자리표와 보표를 배웠어요 38 00:06:59,861 --> 00:07:03,572 아버지가 군악대 출신 트럼펫 주자였죠 39 00:07:03,740 --> 00:07:06,575 극장에서 공연 반주를 했대요 40 00:07:07,411 --> 00:07:09,995 어릴 때 집에 전축이 있어서 41 00:07:10,289 --> 00:07:14,125 '마탄의 사수' 서곡을 듣고 곡을 쓴 적이 있어요 42 00:07:14,418 --> 00:07:17,336 두 대의 호른을 위한 사냥 음악인데... 43 00:07:23,593 --> 00:07:25,575 이런 형편없는 곡이라 44 00:07:25,679 --> 00:07:28,597 열 살이 됐을 때 찢어 버렸지만요 45 00:07:29,308 --> 00:07:33,436 트럼펫은 열한 살 때 시작해서 열여섯에 졸업장을 받았죠 46 00:07:33,645 --> 00:07:35,938 우리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47 00:07:36,148 --> 00:07:38,274 웬 트럼펫 주자의 아들이 48 00:07:38,400 --> 00:07:42,070 늘 무대 밑 악단석에서 악보를 쓰다가 49 00:07:42,196 --> 00:07:43,279 잔다고 하더군요 50 00:07:43,613 --> 00:07:45,136 트럼펫을 연주하고 51 00:07:45,240 --> 00:07:49,452 연주가 끝나면 그대로 거기서 잠을 자더래요 52 00:07:50,120 --> 00:07:53,561 마리오 리바가 나오던 클럽 공연에서 53 00:07:53,665 --> 00:07:56,542 엔니오의 아버지가 연주자로 일했죠 54 00:07:56,668 --> 00:07:58,794 빼어난 연주자였지만 55 00:07:58,920 --> 00:08:00,171 아주 엄격하고 56 00:08:00,339 --> 00:08:02,423 돈 쓰는 데도 신중해서 57 00:08:02,549 --> 00:08:04,467 평생 악기를 바꾸신 적이 없어요 58 00:08:04,593 --> 00:08:07,303 아버지께서 트럼펫을 사 주며 59 00:08:07,512 --> 00:08:12,600 선생님에게 그 악기로 가족을 부양하라 하셨대요 60 00:08:12,892 --> 00:08:13,684 그 말씀만 하셨다고요 61 00:08:13,852 --> 00:08:15,583 중고를 사 줬어요 62 00:08:15,687 --> 00:08:19,773 뭐든 아끼려던 분이라 싼 걸 샀을 거예요 63 00:08:20,817 --> 00:08:23,361 영락없는 음악인이셨죠 64 00:08:25,114 --> 00:08:29,992 독일군과 미군이 차례로 주둔하던 시기에는 65 00:08:30,202 --> 00:08:33,496 작은 악단에 들어가 호텔을 돌았는데 66 00:08:33,747 --> 00:08:36,332 돈 대신 음식을 보수로 줬어요 67 00:08:36,625 --> 00:08:41,712 그래서 드럼 치던 친구는 작은 접시를 악기에 달고 68 00:08:41,838 --> 00:08:43,589 군인들 돈을 받았죠 69 00:08:44,133 --> 00:08:47,092 엔니오의 가족은 아버지 외벌이라 70 00:08:47,511 --> 00:08:52,348 아버지가 병이 나면 어린 엔니오가 대신 일했어요 71 00:08:52,641 --> 00:08:55,976 나이트클럽을 돌며 악단에서 일했죠 72 00:08:56,395 --> 00:09:00,731 먹고살 돈을 벌자고 트럼펫을 연주하는 건 73 00:09:01,275 --> 00:09:04,235 굴욕적인 일이었어요 74 00:09:04,361 --> 00:09:05,444 끔찍하게도... 75 00:09:07,489 --> 00:09:09,532 굴욕적이었어요 76 00:09:11,368 --> 00:09:13,202 트럼펫까지 싫어졌죠 77 00:09:18,041 --> 00:09:21,752 아버지를 대신해 새벽까지 연주하고도 78 00:09:22,171 --> 00:09:25,381 일찍 일어나 음악원에 가야 했고 79 00:09:25,757 --> 00:09:26,946 숙제도 해야 해서 80 00:09:27,050 --> 00:09:30,761 입술이 다 튼 채로 실기 시험을 봤어요 81 00:09:30,929 --> 00:09:33,055 너무 고단하더군요 82 00:09:33,223 --> 00:09:37,226 시험 성적도 고만고만해서 83 00:09:37,686 --> 00:09:39,144 7.5점을 맞았죠 84 00:09:41,731 --> 00:09:44,733 그때 화성학도 같이 공부했는데 85 00:09:44,901 --> 00:09:49,280 이론보다 더 풍부하고 다양한 화음을 써봤어요 86 00:09:49,698 --> 00:09:53,223 학기말쯤 카자노라는 교수님이 권하셨죠 87 00:09:53,327 --> 00:09:55,286 '자네 작곡을 해보는 게 어떤가' 88 00:09:55,912 --> 00:09:58,289 그래서 그 말을 듣기로 했죠 89 00:10:09,759 --> 00:10:10,759 그 부분은... 90 00:10:11,345 --> 00:10:16,307 20세기의 위대한 음악가인 고프레도 페트라시로부터 91 00:10:16,433 --> 00:10:19,310 사사하였어요 멋진 스승이셨죠 92 00:10:21,104 --> 00:10:22,813 7학년에 올라가서 93 00:10:22,939 --> 00:10:26,005 고급 작곡학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 94 00:10:26,109 --> 00:10:28,611 작곡으로 유명했던 두 교수님 중 한 분이 95 00:10:28,862 --> 00:10:31,010 페트라시 선생님이었죠 96 00:10:31,114 --> 00:10:34,617 음악은 지적인 과제입니다 97 00:10:34,743 --> 00:10:38,120 그분의 악보를 공부하는 게 좋았어요 98 00:10:38,288 --> 00:10:39,830 자필 악보였는데 99 00:10:39,956 --> 00:10:42,625 필체가 얼마나 정갈하던지 100 00:10:42,876 --> 00:10:45,210 같은 음도 달리 들리게 하는 101 00:10:45,629 --> 00:10:47,921 그분만의 능력이 있었죠 102 00:10:48,089 --> 00:10:50,466 악보 자체가 학교였어요 103 00:10:50,634 --> 00:10:53,844 그래서 제자가 되기로 한 거예요 104 00:10:54,053 --> 00:10:57,806 페트라시의 제자가 된 건 본인의 의지였다고 105 00:10:58,016 --> 00:11:00,100 늘 강조하고 다녔어요 106 00:11:00,394 --> 00:11:02,478 한번은 교무원이 107 00:11:02,646 --> 00:11:06,106 정원이 다 차서 다른 교수님께 가라길래 108 00:11:06,358 --> 00:11:10,861 다른 교수님이 배정되면 자퇴할 거라고 우겼죠 109 00:11:11,154 --> 00:11:15,305 학생들의 목표는 스승 작곡가의 기술을 110 00:11:15,409 --> 00:11:16,492 터득하는 거예요 111 00:11:16,826 --> 00:11:18,661 처음에는 창피했어요 112 00:11:18,787 --> 00:11:21,727 다른 학생들은 실력이 좋았거든요 113 00:11:21,831 --> 00:11:24,333 기막히게들 작곡했죠 114 00:11:24,543 --> 00:11:27,503 엔니오의 초기 실력은 또래들에 비해 115 00:11:27,671 --> 00:11:29,338 초라한 수준이었어요 116 00:11:29,506 --> 00:11:31,571 영재들이 모인 곳이니까요 117 00:11:31,675 --> 00:11:34,802 다들 실력이 뛰어난데 나만 아닌 것 같아서 118 00:11:35,136 --> 00:11:37,888 수치심마저 느꼈어요 119 00:11:38,181 --> 00:11:41,892 자기 혼자만 뒤처지는 것 같았겠죠 120 00:11:42,185 --> 00:11:45,688 작곡을 배우는 연주자가 드물던 때라 121 00:11:45,855 --> 00:11:49,024 엔니오도 차별을 받았을 거예요 122 00:11:49,359 --> 00:11:54,196 나한테는 몇 달 내내 춤곡 작곡만 시키더군요 123 00:11:54,656 --> 00:11:55,864 타란텔라 무곡 124 00:11:56,950 --> 00:11:58,200 부레 춤곡 125 00:11:59,035 --> 00:12:00,118 지그 126 00:12:00,537 --> 00:12:01,787 부기우기 127 00:12:02,163 --> 00:12:03,372 삼바 128 00:12:03,707 --> 00:12:05,040 불만스러웠어요 129 00:12:05,208 --> 00:12:08,711 칭찬 한 번을 안 해 주더라고요 130 00:12:09,087 --> 00:12:15,343 나도 처음에는 선생님이 엔니오가 부족해서 131 00:12:15,719 --> 00:12:20,556 신경을 덜 쓰는 줄 알았어요 132 00:12:20,932 --> 00:12:23,623 온갖 춤곡을 다 쓰고 났더니 133 00:12:23,727 --> 00:12:25,561 선생님이 드디어 134 00:12:25,729 --> 00:12:28,689 '리체르카레'를 작곡해 보라더군요 135 00:12:30,734 --> 00:12:37,406 그때부터는 나도 더는 허튼짓하지 않았어요 136 00:12:38,408 --> 00:12:42,411 선생님의 지도도 아주 만족스러웠고요 137 00:12:44,373 --> 00:12:47,165 사중, 오중대위법을 배웠는데 138 00:12:47,459 --> 00:12:50,586 프레스코발디의 '푸가'로 이어지는 139 00:12:50,920 --> 00:12:53,338 음악 형식이 흥미롭더군요 140 00:12:54,215 --> 00:12:56,155 바흐보다 한 세기 앞서 141 00:12:56,259 --> 00:13:00,929 이중대위법을 만든 게 프레스코발디였어요 142 00:13:03,933 --> 00:13:05,915 페트라시와의 10년 동안 143 00:13:06,019 --> 00:13:09,229 엔니오가 매달린 게 팔레스트리나와 144 00:13:09,564 --> 00:13:10,898 몬테베르디의 음악이라 145 00:13:11,024 --> 00:13:14,943 세상 그 누구보다 대위법을 잘 알게 됐죠 146 00:13:16,738 --> 00:13:19,845 페트라시는 자신이 받은 스트라빈스키의 영향을 147 00:13:19,949 --> 00:13:23,952 엔니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줬어요 148 00:13:30,960 --> 00:13:34,963 스트라빈스키의 걸작 '시편 교향곡'은 전에도 149 00:13:35,465 --> 00:13:37,132 들은 적이 있었어요 150 00:13:37,509 --> 00:13:42,680 '세게, 여리게'잖아요 적혀 있는 그대로예요 151 00:13:45,809 --> 00:13:49,645 스트라빈스키가 직접 리허설을 지휘하는 걸 152 00:13:49,813 --> 00:13:52,481 어릴 적 음악원에서 봤거든요 153 00:13:53,191 --> 00:13:57,049 살짝 열린 문 너머에 오케스트라가 있었죠 154 00:13:57,153 --> 00:13:58,446 좋아요 155 00:13:59,698 --> 00:14:00,531 그 곡은... 156 00:14:06,580 --> 00:14:09,164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에요 157 00:14:11,543 --> 00:14:14,127 '여리게 갑자기 여리게!' 158 00:14:17,966 --> 00:14:21,552 아버지한테는 작곡한 곡을 숨겼어요 159 00:14:21,970 --> 00:14:24,513 방 안에서 혼자 곡을 썼죠 160 00:14:24,848 --> 00:14:26,474 쓰고 또 썼어요 161 00:14:26,725 --> 00:14:29,477 세심하고 똑똑한 학생이라 162 00:14:29,686 --> 00:14:33,856 뿌듯한 마음으로 미래를 기대했습니다 163 00:14:34,107 --> 00:14:36,191 하지만 돈도 벌어야 했죠 164 00:14:36,526 --> 00:14:38,569 극장에서 일했어요 165 00:14:38,862 --> 00:14:42,512 트럼펫 반주를 하며 온갖 희극인을 봤어요 166 00:14:42,616 --> 00:14:45,200 발테르키아리 토냐치, 라셸 167 00:14:45,368 --> 00:14:48,829 다포르토, 반다 오시리스 마카리오, 토토... 168 00:14:49,372 --> 00:14:54,459 댄서들의 마지막 행진이 특히 매력적으로 느껴져 169 00:14:55,044 --> 00:14:57,713 소리 내 찬사를 보내기도 했죠 170 00:14:58,632 --> 00:15:02,593 연주하느라 알게 된 미국 곡들의 제목을 171 00:15:02,886 --> 00:15:04,469 댄서들에게 외쳤어요 172 00:15:05,054 --> 00:15:05,971 '마이 드림!' 173 00:15:07,724 --> 00:15:09,558 그러면 댄서들이 웃어 줬어요 174 00:15:09,768 --> 00:15:12,060 그리고서 막차를 타느라 175 00:15:12,228 --> 00:15:15,313 만사 제치고 급히 달려 나갔지만요 176 00:15:15,565 --> 00:15:16,607 음악 주세요! 177 00:15:18,610 --> 00:15:21,111 은근슬쩍 편곡 일도 했는데 178 00:15:21,279 --> 00:15:22,613 페트라시 선생님은 179 00:15:22,906 --> 00:15:24,239 처음에는 모르셨죠 180 00:15:24,574 --> 00:15:27,075 첫 고객은 카를로 사비나였죠 181 00:15:27,368 --> 00:15:29,912 사비나는 편곡이 시원찮다고 182 00:15:30,079 --> 00:15:32,520 대놓고 불만을 표시했어요 183 00:15:32,624 --> 00:15:35,417 악보를 집어던지기도 했죠 184 00:15:35,585 --> 00:15:38,253 내가 변주를 시도할 때마다 185 00:15:38,421 --> 00:15:40,756 사비나는 화를 냈어요 186 00:15:40,882 --> 00:15:42,132 '샵은 어디 갔죠?' 187 00:15:42,258 --> 00:15:43,133 '플랫은?' 188 00:15:43,259 --> 00:15:45,343 '음이 불분명하잖아요' 189 00:15:45,554 --> 00:15:49,932 사비나 음악은 구식 스타일이었는데 190 00:15:50,099 --> 00:15:53,602 엔니오의 편곡은 아주 현대적이었거든요 191 00:15:53,812 --> 00:15:54,895 갑니다 192 00:15:55,146 --> 00:15:56,564 하나 둘 셋 193 00:15:58,692 --> 00:16:04,071 내 첫 영화음악 일은 트럼펫 연주였어요 194 00:16:05,949 --> 00:16:09,242 {\an8}오델로 (1951) 오슨 웰스 195 00:16:12,956 --> 00:16:16,063 그 당시에 작곡가 라바니노나 196 00:16:16,167 --> 00:16:20,045 다치아르디, 엔조 마세티의 명곡을 연주했죠 197 00:16:22,966 --> 00:16:26,699 영화 삽입곡 연주도 했어요 198 00:16:26,803 --> 00:16:28,804 블라세티가 감독한 영화 '파비올라'요 199 00:16:36,730 --> 00:16:40,983 음악원 졸업시험은 오페라 작곡이었어요 200 00:16:41,150 --> 00:16:43,151 난 이중 '푸가'를 썼죠 201 00:16:43,361 --> 00:16:45,445 대립하는 두 개의 성부로 202 00:16:45,655 --> 00:16:49,157 폭풍우를 뚫고 상륙하는 글라우코스와 203 00:16:49,701 --> 00:16:52,391 그를 유혹하는 키르케의 이야기였어요 204 00:16:52,495 --> 00:16:55,519 어딘가 뒤틀린 것 같지만 우아하고 205 00:16:55,624 --> 00:16:58,709 유연한 듯 관능적인 정서의 206 00:16:59,002 --> 00:17:02,212 곡을 만들고 싶었는데 207 00:17:02,338 --> 00:17:06,008 머릿속에만 있지 표현을 못 하겠더군요 208 00:17:08,469 --> 00:17:11,722 당시 심사 위원은 학장인 구에리니와 209 00:17:12,015 --> 00:17:14,163 투르키 프레비탈리 210 00:17:14,267 --> 00:17:16,644 페트라시 모르타니였는데 211 00:17:16,895 --> 00:17:18,603 음악적 성향이 너무 달랐어요 212 00:17:18,772 --> 00:17:21,420 학장은 페트라시를 이해 못 했고 213 00:17:21,524 --> 00:17:23,525 경쟁의식도 있어서 214 00:17:23,777 --> 00:17:26,111 나한테 까칠한 질문을 했죠 215 00:17:26,362 --> 00:17:30,365 '왜 콘트라베이스에 피치카토를 넣은 거지?' 216 00:17:30,659 --> 00:17:34,662 '한 옥타브 위에서는 개방현 아니었나?' 217 00:17:35,538 --> 00:17:38,749 페트라시 선생님은 내 대답을 막고 218 00:17:39,208 --> 00:17:41,043 학장 말에 대신 반박했어요 219 00:17:41,419 --> 00:17:43,045 '무슨 질문이 그래요?' 220 00:17:43,254 --> 00:17:44,880 아주 노여워했죠 221 00:17:45,131 --> 00:17:46,506 결과는 9.5점이었고요 222 00:17:47,717 --> 00:17:51,053 내가 9점을 받아서 생생히 기억해요 223 00:17:51,220 --> 00:17:54,181 엔니오의 점수가 부러웠거든요 224 00:17:54,432 --> 00:17:56,205 그 후 학교를 걸어 나가 225 00:17:56,309 --> 00:17:59,687 늘 그랬듯이 페트라시 선생님과 함께 226 00:17:59,938 --> 00:18:02,522 선생님 댁으로 향하는데 227 00:18:03,191 --> 00:18:05,275 문득 둘 다... 228 00:18:13,242 --> 00:18:15,243 감정이 북받쳤어요 229 00:18:21,459 --> 00:18:23,585 선생님도 울고 나도 울고... 230 00:18:26,214 --> 00:18:31,259 선생님은 내게 일자리를 찾아 주겠다고도 했어요 231 00:18:31,594 --> 00:18:34,221 음악원 교수로서 한 얘기였지만 232 00:18:34,472 --> 00:18:35,931 일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233 00:18:39,310 --> 00:18:43,002 그래서 입대했는데 군악대에 배치되어서 234 00:18:43,106 --> 00:18:47,317 대령이 의뢰한 관현악곡 작곡을 하기도 했죠 235 00:18:47,861 --> 00:18:49,319 연주 행진을 하는데 236 00:18:52,782 --> 00:18:56,451 그럼 여자 친구 마리아가 행렬을 따라왔어요 237 00:18:56,619 --> 00:18:58,328 막 뛰어오는데 238 00:18:58,621 --> 00:19:00,455 너무 귀엽더라고요 239 00:19:05,128 --> 00:19:09,965 엔니오의 부인 마리아는 우리의 이상형이었어요 240 00:19:10,299 --> 00:19:11,967 남편과 꼭 닮은 241 00:19:12,301 --> 00:19:14,261 차분한 여성이었는데 242 00:19:14,387 --> 00:19:18,348 늘 웃는 얼굴이라 우리 모두 마돈나라 불렀죠 243 00:19:18,892 --> 00:19:20,642 음악원을 졸업하니 244 00:19:20,810 --> 00:19:26,356 말이 작곡가지 세상에 발가벗고 나온 듯했어요 245 00:19:26,816 --> 00:19:30,485 어떻게든 그 고독감을 떨치고 싶어서 246 00:19:30,862 --> 00:19:33,488 첫 관현악곡을 쓰게 됐죠 247 00:19:34,657 --> 00:19:39,161 내가 작곡을 시작하자 어머니는 늘 말했어요 248 00:19:39,537 --> 00:19:43,123 '엔니오 좋은 멜로디를 쓰렴' 249 00:19:43,666 --> 00:19:45,417 '아름다운 노래를 써' 250 00:19:45,543 --> 00:19:49,004 지겨울 정도였죠 '좋은 노래를 써' 251 00:19:49,338 --> 00:19:51,631 '멜로디가 좋아야 해' 252 00:19:51,841 --> 00:19:53,341 '그래야 유명해져' 253 00:20:03,895 --> 00:20:07,522 엔니오의 연주라면 종일이라도 들었어요 254 00:20:07,816 --> 00:20:11,401 그때는 영화음악을 작곡하기 전이라 255 00:20:11,694 --> 00:20:12,820 형편이 어려웠죠 256 00:20:13,029 --> 00:20:17,032 기독교민주당에서 일하던 마리아가 257 00:20:17,533 --> 00:20:22,037 나 몰래 RAI 방송국에 내 일자리를 구했더군요 258 00:20:22,371 --> 00:20:26,041 그런데 출근 첫날부터 스튜디오 감독이 259 00:20:26,417 --> 00:20:27,522 이러더라고요 260 00:20:27,626 --> 00:20:32,630 '경고 말씀 드리는데 여기서는 일 못하십니다' 261 00:20:32,882 --> 00:20:36,927 '작곡하시는 곡들도 RAI가 안 쓸 거예요' 262 00:20:37,470 --> 00:20:39,930 뭔가 싶어서 당장 그만뒀어요 263 00:20:44,268 --> 00:20:47,145 그러다 페트라시 선생님 덕에 264 00:20:47,480 --> 00:20:49,189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 갔죠 265 00:20:49,565 --> 00:20:52,734 당시는 현대음악이 인정을 못 받았어요 266 00:20:58,407 --> 00:21:02,807 거기에 맞서 존 케이지가 다름슈타트에 나타나 267 00:21:02,912 --> 00:21:06,145 건반 두 개로만 피아노를 치고 268 00:21:06,249 --> 00:21:08,397 라디오를 켰다 끄는 등 269 00:21:08,501 --> 00:21:10,252 굉음과 소음을 냈죠 270 00:21:21,764 --> 00:21:23,723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271 00:21:23,892 --> 00:21:26,768 옆에는 작곡과 졸업생들인 272 00:21:26,936 --> 00:21:29,001 에반젤리스티 포레나 273 00:21:29,105 --> 00:21:32,107 클레멘티, 마키 등이 있었고요 274 00:21:32,441 --> 00:21:35,193 '자, 넌 끙끙대는 소리를 내' 275 00:21:35,444 --> 00:21:39,114 '넌 목 안쪽을 긁는 소리를 내고' 276 00:21:39,782 --> 00:21:41,783 '지휘는 내가 할게' 277 00:21:48,749 --> 00:21:51,793 '일 그루포'가 결성된 순간이었어요 278 00:21:56,299 --> 00:21:58,300 반향이 정말 컸어요 279 00:21:58,467 --> 00:22:03,138 전통적 기교를 배제한 소리를 만들어 냈는데 280 00:22:03,264 --> 00:22:06,975 늘 아주 급진적인 방법을 사용했죠 281 00:22:07,310 --> 00:22:11,646 '트라우마'라고 할 만한 강렬한 소리를 원했어요 282 00:22:15,318 --> 00:22:17,967 트럼펫도 트럼펫 같지 않도록 283 00:22:18,071 --> 00:22:19,737 다르게 연주했는데 284 00:22:19,989 --> 00:22:23,825 벨 앞을 손으로 막고 버튼을 반만 누르면 285 00:22:23,952 --> 00:22:26,725 묘하게 그르렁대는 소리가 나서 286 00:22:26,829 --> 00:22:27,955 신경을 긁었죠 287 00:22:30,708 --> 00:22:33,251 전혀 색다른 음악이었어요 288 00:22:44,847 --> 00:22:47,412 음향 작업에 가까웠을 거예요 289 00:22:47,516 --> 00:22:49,748 선율은 관심 밖이었고 290 00:22:49,852 --> 00:22:52,187 오히려 금지했어요 291 00:22:52,313 --> 00:22:55,254 생업에서는 선율을 다뤘으니 292 00:22:55,358 --> 00:23:00,570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극단적인 모험이었죠 293 00:23:05,409 --> 00:23:08,370 '콰르테토 체트라' 팀과 일했는데 294 00:23:08,496 --> 00:23:10,080 팀이 부를 노래를 295 00:23:10,206 --> 00:23:12,499 목록으로 만든 걸 주면서 296 00:23:12,625 --> 00:23:15,460 관현악으로 편곡해 달랬어요 297 00:23:20,133 --> 00:23:23,801 대중이 이미 아는 노래들을 골라서 298 00:23:24,053 --> 00:23:26,888 가사만 고쳐 부르는 식이었죠 299 00:23:38,026 --> 00:23:40,318 매회 여러 곡이 필요했지만 300 00:23:40,653 --> 00:23:43,052 곡 목록은 방송 전날 나왔고 301 00:23:43,156 --> 00:23:45,240 녹음 일정은 아침이라 302 00:23:45,616 --> 00:23:48,410 밤을 새워 편곡해야 했어요 303 00:23:57,753 --> 00:24:01,923 그런 경우를 우리끼리 '노예로 잡혔다'고 해요 304 00:24:02,091 --> 00:24:04,384 편곡하는 기계였죠 305 00:24:04,552 --> 00:24:09,347 그런데도 제작진으로 이름조차 안 올려줬어요 306 00:24:09,598 --> 00:24:12,642 초기 영화음악가 중 치코니니라고 307 00:24:12,768 --> 00:24:16,604 데 시카 감독과 일한 작곡가가 있어요 308 00:24:18,607 --> 00:24:21,609 {\an8}최후의 심판 (961) 비토리오 데 시카 309 00:24:24,322 --> 00:24:28,158 치코니니가 쓴 곡을 편곡하고 지휘했었죠 310 00:24:31,120 --> 00:24:32,454 모리꼬네 씨 오십니다 311 00:24:32,705 --> 00:24:36,355 어느 날 바리톤 가수가 음반사에 와서 312 00:24:36,459 --> 00:24:39,108 30년대 노래들을 불렀는데 313 00:24:39,212 --> 00:24:41,463 편곡이 굉장한 거예요 314 00:24:41,589 --> 00:24:44,174 모리꼬네 씨는 유명한 편곡자시죠 315 00:24:45,134 --> 00:24:47,177 그때 엔니오를 알았어요 316 00:24:47,636 --> 00:24:51,181 파산 직전이던 음반사를 구한 내 곡이 317 00:24:51,974 --> 00:24:53,558 '일 바라톨로'예요 318 00:24:58,439 --> 00:25:01,149 캔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어갔어요 319 00:25:02,318 --> 00:25:05,069 {\an8}일 바라톨로 (1960) 잔니 메치아 320 00:25:05,863 --> 00:25:07,636 전형적인 60년대 곡에 321 00:25:07,740 --> 00:25:11,640 난데없는 캔 소리가 워낙 생소하다 보니 322 00:25:11,744 --> 00:25:14,496 듣는 입장에서는 충격적이죠 323 00:25:24,173 --> 00:25:25,840 가수는 겁에 질렸지만 324 00:25:26,008 --> 00:25:29,136 엔니오는 이미 이런저런 캔을 구해 325 00:25:29,262 --> 00:25:30,512 굴리고 있었어요 326 00:25:33,474 --> 00:25:35,517 선율에만 익숙했던 327 00:25:35,684 --> 00:25:38,417 그때까지의 이탈리아 음악계에 328 00:25:38,521 --> 00:25:40,605 신선한 소리를 던졌죠 329 00:25:46,154 --> 00:25:51,032 타자기 같은 것도 악기로 사용하셨잖아요 330 00:25:51,284 --> 00:25:55,036 네, 정식 악보도 있고 연주자도 있어요 331 00:25:57,581 --> 00:26:00,292 {\an8}핀네, 푸칠레 에드 오키알리 (1962) 에도아르도 비아넬로 332 00:26:00,543 --> 00:26:03,378 '핀네, 푸칠레 에드 오키알리'는 333 00:26:03,546 --> 00:26:07,131 욕조에 물을 채워 첨벙 소리를 냈는데 334 00:26:07,383 --> 00:26:09,656 엔니오의 성에 안 차서 335 00:26:09,760 --> 00:26:13,388 세제도 넣어 보고 위를 덮어도 봤어요 336 00:26:13,556 --> 00:26:15,557 내려는 소리가 좀... 337 00:26:15,891 --> 00:26:17,016 물소리 알잖아요 338 00:26:21,314 --> 00:26:23,398 곡마다 천재성이 보였죠 339 00:26:25,443 --> 00:26:30,905 트럼펫과 트롬본 소리를 여자, 남자 목소리와 섞어 340 00:26:31,073 --> 00:26:33,408 전혀 새로운 걸 만들었어요 341 00:26:35,035 --> 00:26:36,744 RCA를 뒤엎어버린 거죠 342 00:26:36,912 --> 00:26:40,665 그 시절 편곡자들은 고리타분했거든요 343 00:26:42,793 --> 00:26:47,297 그때 RCA에 모리꼬네와 루이스 바칼로프가 있었는데 344 00:26:47,590 --> 00:26:51,926 더 기발하다 싶은 모리꼬네에게 의뢰했는데 345 00:26:52,261 --> 00:26:53,220 내가 옳았죠 346 00:26:56,599 --> 00:26:59,392 {\an8}사포레 디 살레 (1963) 지노 파올리 347 00:27:12,323 --> 00:27:14,198 정말 단순했는데도 348 00:27:14,450 --> 00:27:16,243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349 00:27:17,870 --> 00:27:19,621 거기에 피아노를 더했죠 350 00:27:28,631 --> 00:27:30,840 작곡가로서의 위엄을 351 00:27:31,008 --> 00:27:33,532 선생님이 가르쳐 준 그대로 352 00:27:33,636 --> 00:27:36,596 보여 줘야 할 때라고 느꼈어요 353 00:27:36,847 --> 00:27:40,099 단순하고 사소한 작업에서도 354 00:27:40,351 --> 00:27:43,978 조성음악 속 12음도의 원칙을 살려 355 00:27:44,146 --> 00:27:46,481 자부심을 지키는 거죠 356 00:27:52,029 --> 00:27:54,781 {\an8}안다보 아 첸토 알로라 (1962) 잔니 모란디 357 00:27:56,825 --> 00:28:01,621 노래에 색채를 가미해 새로운 곡을 내놨어요 358 00:28:01,914 --> 00:28:03,665 그대는 과분해요 359 00:28:05,668 --> 00:28:07,168 더는 안 되겠어요 360 00:28:09,547 --> 00:28:13,341 {\an8}논 손 데뇨 디 테 (1966) 잔니 모란디 361 00:28:14,176 --> 00:28:16,240 대위법을 사용했어요 362 00:28:16,345 --> 00:28:19,681 화음은 충분했는데 이유도 없이요 363 00:28:19,848 --> 00:28:21,391 늘 대위법을 썼죠 364 00:28:24,728 --> 00:28:28,398 {\an8}테 로 레고 넬리 오키 (1964) 디노 365 00:28:30,526 --> 00:28:32,902 편곡을 재정의한 거예요 366 00:28:33,070 --> 00:28:35,530 반주가 전부였던 시절에요 367 00:28:35,698 --> 00:28:38,325 그 시절 편곡은 반주에 불과했죠 368 00:28:38,534 --> 00:28:41,911 화음에 맞춰서 연주하면 그뿐이던 369 00:28:42,287 --> 00:28:43,413 배경 음악에 370 00:28:43,539 --> 00:28:46,541 엔니오가 개성을 부여했어요 371 00:28:50,087 --> 00:28:55,425 곡 자체의 수준을 올릴 요소를 더하려던 거지 372 00:28:55,718 --> 00:28:57,719 혁신을 노린 건 아니에요 373 00:28:58,929 --> 00:29:02,474 {\an8}일 몬도 (1965) 지미 폰타나 374 00:29:03,476 --> 00:29:06,124 곡을 쓰는 게 참 쉬워 보였어요 375 00:29:06,228 --> 00:29:09,647 바이올린, 트럼펫 파트를 편곡하면서 376 00:29:09,857 --> 00:29:12,233 동시에 통화를 하고는 했죠 377 00:29:12,360 --> 00:29:16,696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앞에 서서 378 00:29:17,740 --> 00:29:20,908 건반을 보고 바로 악보를 썼어요 379 00:29:21,243 --> 00:29:22,952 머리로 들었던 거예요 380 00:29:23,245 --> 00:29:24,871 그냥 적었다니까요 381 00:29:25,080 --> 00:29:26,706 건반도 안 치면서요 382 00:29:26,915 --> 00:29:28,458 머릿속에 다 있었죠 383 00:29:28,584 --> 00:29:31,753 모리꼬네 씨의 지휘로 들으시겠습니다 384 00:29:41,054 --> 00:29:44,538 {\an8}파를라미 디 테 (1966) 에도아르도 비아넬로 385 00:29:44,642 --> 00:29:46,476 비법을 아시겠나요? 386 00:29:48,396 --> 00:29:49,771 그가 편곡한 많은 곡이 387 00:29:50,022 --> 00:29:53,441 귀를 사로잡는 전주로 시작해요 388 00:29:53,942 --> 00:29:56,235 지휘자 엔니오 모리꼬네 씨! 389 00:29:56,445 --> 00:30:00,615 폴 앵카의 곡 편곡 때도 기막힌 전주를 썼어요 390 00:30:10,626 --> 00:30:12,148 10초 만에 매혹돼요 391 00:30:12,252 --> 00:30:14,211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죠 392 00:30:15,798 --> 00:30:19,426 {\an8}오니 볼타 (1964) 폴 앵카 393 00:30:20,803 --> 00:30:23,930 엔니오는 계속 반복할 수 있는 악구를 394 00:30:24,056 --> 00:30:26,641 정말 절묘하게 찾아냈는데 395 00:30:26,809 --> 00:30:30,311 모두 곡을 대표하는 부분이 됐어요 396 00:30:38,195 --> 00:30:40,738 {\an8}아브론차티시마 (1963) 에도아르도 비아넬로 397 00:30:41,031 --> 00:30:44,534 엔니오가 곡의 정체성을 만들어 준 거죠 398 00:30:46,286 --> 00:30:49,747 최고의 예술가들이 엔니오를 찾았어요 399 00:30:52,835 --> 00:30:55,002 쳇 베이커와도 일했는데 400 00:30:55,337 --> 00:30:57,547 비범한 소리를 내더군요 401 00:30:57,840 --> 00:31:00,049 플뤼겔혼처럼 깊은 소리였죠 402 00:31:05,347 --> 00:31:10,017 55세가 된 아버지는 트럼펫 실력이 녹슬었고 403 00:31:10,478 --> 00:31:13,312 나도 곡에 트럼펫을 잘 안 쓰게 됐어요 404 00:31:14,064 --> 00:31:15,482 아버지를 위해서였어요 405 00:31:15,733 --> 00:31:19,569 우리 부자에게는 변곡점이 찾아온 시기였죠 406 00:31:20,112 --> 00:31:23,322 아버지와 일하라는 어머니에게 407 00:31:23,616 --> 00:31:28,578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어서 408 00:31:28,746 --> 00:31:32,456 트럼펫을 안 쓰기로 마음을 정했어요 409 00:31:32,750 --> 00:31:34,333 그게 옳은 일 같았죠 410 00:31:34,627 --> 00:31:38,212 아버지 사후에는 다시 트럼펫을 썼지만요 411 00:31:43,385 --> 00:31:45,283 음악밖에 몰랐어요 412 00:31:45,387 --> 00:31:48,389 음악 말고는 안중에도 없어서 413 00:31:48,641 --> 00:31:52,018 늘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 같았어요 414 00:31:55,188 --> 00:31:56,313 기적을 만들었죠 415 00:31:56,774 --> 00:31:59,066 '논 손 데뇨 디 테' '인 지노키오 다 테' 416 00:31:59,234 --> 00:32:01,611 편곡하는 곡마다 인기였어요 417 00:32:02,112 --> 00:32:05,406 싱글 음반은 판매량이 중요해서 418 00:32:05,574 --> 00:32:09,619 나도 리듬에 신경 써서 작업해야 했어요 419 00:32:09,787 --> 00:32:12,747 반면에 정규 앨범은 덜 팔리는 편이라 420 00:32:13,081 --> 00:32:16,543 내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었죠 421 00:32:17,377 --> 00:32:20,318 {\an8}나폴리 미란다 마르티노 422 00:32:20,422 --> 00:32:23,507 엔니오가 세련된 차용을 시도해서 423 00:32:23,676 --> 00:32:24,926 '밤의 목소리'에 424 00:32:25,177 --> 00:32:27,845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넣었어요 425 00:32:30,098 --> 00:32:33,726 {\an8}밤의 목소리 (1963) 미란다 마르티노 426 00:32:37,648 --> 00:32:41,025 베토벤의 야상곡과 통한다고 봤어요 427 00:32:41,276 --> 00:32:44,278 곡 제목이 '밤의 목소리'니까요 428 00:32:46,907 --> 00:32:49,681 {\an8}치리비리빈 (1964) 미란다 마르티노 429 00:32:49,785 --> 00:32:54,163 '치리비리빈'의 편곡은 네 대의 피아노를 썼어요 430 00:32:58,335 --> 00:33:00,419 처음부터 이렇게 갔죠 431 00:33:04,341 --> 00:33:05,614 도입 선율을 432 00:33:05,718 --> 00:33:08,469 곡 전체의 단서로 봤거든요 433 00:33:08,679 --> 00:33:11,472 전에 없던 편곡 방식이었어요 434 00:33:11,724 --> 00:33:13,307 이런 말도 하더군요 435 00:33:13,433 --> 00:33:17,144 '이 곡에 맞는 편곡은 내 편곡밖에 없어요' 436 00:33:17,646 --> 00:33:19,188 매번 증명도 했어요 437 00:33:19,439 --> 00:33:21,649 100번 중에 99번은 그랬죠 438 00:33:22,525 --> 00:33:24,401 한 번은 예외였지만요 439 00:33:24,612 --> 00:33:26,946 참브리니의 곡이 문제였어요 440 00:33:27,155 --> 00:33:30,449 내 곡의 1차 편곡을 엔니오가 했죠 441 00:33:30,659 --> 00:33:32,702 녹음실에 들어가자 442 00:33:32,911 --> 00:33:36,497 엔니오가 단상에 올라 지휘를 시작했어요 443 00:33:36,749 --> 00:33:38,146 다들 집중했죠 444 00:33:38,250 --> 00:33:41,127 작사가와 밀리아치 프로듀서가 445 00:33:41,461 --> 00:33:43,004 고개를 젓더군요 446 00:33:43,505 --> 00:33:44,964 과하게 달콤했어요 447 00:33:45,215 --> 00:33:48,592 '이러면 안 돼요 리듬감이 더 필요해요' 448 00:33:48,969 --> 00:33:52,160 '탄력이 붙는 대목이 있어야죠' 449 00:33:52,264 --> 00:33:54,598 '그래서요?' '다시 해 줘요' 450 00:33:54,767 --> 00:33:56,183 별 반응 없더라고요 451 00:33:56,351 --> 00:33:58,019 결국 재편곡을 했죠 452 00:33:58,186 --> 00:33:59,729 다시 만난 엔니오는... 453 00:34:00,773 --> 00:34:03,524 이미 신경이 날카로웠어요 454 00:34:03,734 --> 00:34:06,527 노래를 불러보라고 해서 455 00:34:06,987 --> 00:34:08,029 그렇게 했죠 456 00:34:11,033 --> 00:34:13,200 하지만 밀리아치가 영... 457 00:34:14,494 --> 00:34:15,745 못마땅해했어요 458 00:34:16,038 --> 00:34:19,040 '엔니오 이것도 너무 감미로워요' 459 00:34:19,249 --> 00:34:21,208 다시 해 달라고 했어요 460 00:34:22,044 --> 00:34:23,670 '선율 중심인 곡이에요' 461 00:34:23,879 --> 00:34:25,443 '춤추기 힘들다고요' 462 00:34:25,547 --> 00:34:28,446 '난 더 못해요 다른 데 가 봐요' 463 00:34:28,550 --> 00:34:29,906 '아니 다시 해 줘요' 464 00:34:30,010 --> 00:34:33,512 난 더 절박하고 맹렬한 편곡을 원했어요 465 00:34:36,016 --> 00:34:38,059 녹음을 다시 해야 해서 466 00:34:38,393 --> 00:34:40,394 50명 정도 연락을 돌렸죠 467 00:34:40,562 --> 00:34:42,271 백 보컬 여덟 명에 468 00:34:42,439 --> 00:34:45,171 기타, 키보드 피아노, 하프시코드 469 00:34:45,275 --> 00:34:48,235 트롬본, 호른도 다시 잡아놓고 470 00:34:49,196 --> 00:34:51,572 분노에 차 또 재편곡을 했어요 471 00:34:51,782 --> 00:34:53,471 - 다음 날... - 다시 만났죠 472 00:34:53,575 --> 00:34:55,743 끝이라고 더는 못 한다고 473 00:34:56,244 --> 00:34:58,412 원하는 쓰레기 가져왔다며 474 00:34:59,039 --> 00:35:00,206 악보를 던지더군요 475 00:35:00,415 --> 00:35:03,084 '이 거지 같은 곡 가져가요!' 476 00:35:03,543 --> 00:35:05,795 그리고 지휘를 시작했어요 477 00:35:06,338 --> 00:35:08,089 기억이 생생하네요 478 00:35:08,215 --> 00:35:09,173 피아노부터였죠 479 00:35:25,482 --> 00:35:26,941 밀리아치 표정이... 480 00:35:29,111 --> 00:35:30,778 '엔니오 놀라워요' 481 00:35:31,113 --> 00:35:33,511 '아니, 끔찍해요 이건 아니죠' 482 00:35:33,615 --> 00:35:34,698 난 좋았는걸요 483 00:35:34,867 --> 00:35:37,534 주고받는 방식이 일품이었어요 484 00:35:37,828 --> 00:35:39,578 돌아오겠소 485 00:35:41,123 --> 00:35:42,623 무릎을 꿇고 486 00:35:44,542 --> 00:35:47,795 {\an8}인 지노키오 다 테 (1964) 잔니 모란디 487 00:35:48,255 --> 00:35:49,756 뮤직비디오 편곡도 488 00:35:49,882 --> 00:35:51,548 엔니오에게 맡겼어요 489 00:35:55,888 --> 00:35:58,848 내가 유별난 편곡자이긴 했죠 490 00:35:59,141 --> 00:36:00,349 좀 까다로웠어요 491 00:36:01,268 --> 00:36:05,312 엔니오는 점점 더 음반사 밖 일을 맡았어요 492 00:36:10,152 --> 00:36:11,861 루차노 살체 감독 의뢰로 493 00:36:12,154 --> 00:36:13,988 '파시스트' 작업을 하며 494 00:36:14,322 --> 00:36:17,992 처음 이름을 걸고 영화음악을 하게 됐어요 495 00:36:19,202 --> 00:36:22,435 {\an8}파시스트 (1961) 루차노 살체 496 00:36:22,539 --> 00:36:24,248 말하자면 데뷔였죠 497 00:36:30,130 --> 00:36:33,007 '텍사스 결투'와 '총은 말이 없다'가 498 00:36:33,341 --> 00:36:35,509 엔니오의 첫 서부극인데 499 00:36:35,718 --> 00:36:37,845 둘 다 1963년 작품이에요 500 00:36:40,849 --> 00:36:43,142 처음에는 예명을 써서 501 00:36:43,351 --> 00:36:47,771 엔니오가 서부극을 한 걸 아무도 몰랐어요 502 00:36:48,023 --> 00:36:51,150 단 사비오라는 아내 친구가 있어서 503 00:36:51,443 --> 00:36:52,776 그 이름을 빌렸어요 504 00:36:54,446 --> 00:36:59,305 서부극 음악을 하는 걸 페트라시나 동료들에게 505 00:36:59,409 --> 00:37:00,534 숨기려 했죠 506 00:37:05,958 --> 00:37:09,043 승마 장면에서는 기타를 썼어요 507 00:37:11,004 --> 00:37:13,923 {\an8}총은 말이 없다 (1964) 마리오 카이아노 508 00:37:17,260 --> 00:37:20,387 {\an8}텍사스 결투 (1963) 리카르도 블라스코, 마리오 카이아노 509 00:37:21,181 --> 00:37:22,723 세르지오 레오네가 510 00:37:22,891 --> 00:37:25,226 그 두 편의 서부극을 보고 511 00:37:25,393 --> 00:37:26,727 집에 찾아와서는 512 00:37:26,895 --> 00:37:29,230 영화음악을 부탁하더군요 513 00:37:29,397 --> 00:37:31,190 그런데 신기하게... 514 00:37:31,358 --> 00:37:33,131 아는 얼굴인 거예요 515 00:37:33,235 --> 00:37:37,947 카리시미에서 학교 다닌 그 세르지오냐고 물었더니 516 00:37:38,490 --> 00:37:39,740 그렇다고 하길래 517 00:37:39,908 --> 00:37:41,575 나 엔니오라고 했죠 518 00:37:42,702 --> 00:37:44,203 반 친구였어요 519 00:37:44,496 --> 00:37:45,955 사진도 있는데 520 00:37:46,123 --> 00:37:48,582 생활복을 입은 아이들 중에 521 00:37:48,750 --> 00:37:52,025 세르지오와 엔니오를 알아볼 수 있죠 522 00:37:52,129 --> 00:37:54,922 그랬던 두 꼬마가 일로 다시 만나 523 00:37:55,423 --> 00:37:56,966 절친이 된 거예요 524 00:37:58,010 --> 00:38:01,762 그날 세르지오는 일본 영화를 보여 주며 525 00:38:01,972 --> 00:38:04,913 '황야의 무법자'와 접점이 있는 526 00:38:05,017 --> 00:38:06,767 작품이라고 했어요 527 00:38:10,647 --> 00:38:15,359 몇 년 전 엔니오가 편곡한 미국 가수의 노래가 528 00:38:15,527 --> 00:38:16,944 한 곡 있었어요 529 00:38:17,154 --> 00:38:19,488 작업한 곡을 듣고 싶었는데 530 00:38:19,739 --> 00:38:23,450 저음의 가수가 부른 음반이 있더라고요 531 00:38:29,457 --> 00:38:32,960 서부극에 넣기에는 생소한 편곡이었죠 532 00:38:33,170 --> 00:38:36,213 내 영화음악으로 달라고 했어요 533 00:38:36,464 --> 00:38:39,466 예전 편곡을 전체적으로 바꿨죠 534 00:38:39,801 --> 00:38:42,136 새로운 선율을 만들었고요 535 00:38:42,304 --> 00:38:43,387 휘파람도 썼어요 536 00:38:52,064 --> 00:38:54,023 엔니오가 전화를 해서는 537 00:38:54,149 --> 00:38:57,151 잠깐 휘파람을 불어 달라는 거예요 538 00:38:57,986 --> 00:39:00,654 해보니 영 잠깐이 아니었죠 539 00:39:03,951 --> 00:39:05,993 그게 '황야의 무법자'예요 540 00:39:06,328 --> 00:39:10,998 {\an8}황야의 무법자 541 00:39:16,838 --> 00:39:19,528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542 00:39:19,632 --> 00:39:21,842 음악이 참 독특했거든요 543 00:39:26,848 --> 00:39:28,515 그때가 전환점이었죠 544 00:39:28,641 --> 00:39:32,625 서부영화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아니잖아요 545 00:39:32,729 --> 00:39:35,794 당시만 해도 아무도 서부극에는 546 00:39:35,898 --> 00:39:38,400 그런 장엄한 곡을 안 썼어요 547 00:39:42,114 --> 00:39:45,366 평범한 작곡가의 음악은 아니었죠 548 00:39:45,617 --> 00:39:46,867 전례가 없었어요 549 00:39:47,119 --> 00:39:48,952 낯선 조합이었고요 550 00:39:49,079 --> 00:39:51,497 전자기타와 채찍 소리라뇨 551 00:39:51,706 --> 00:39:52,789 피리도 썼어요 552 00:39:53,000 --> 00:39:54,958 모루 치는 소리 휘파람... 553 00:39:55,127 --> 00:39:57,878 - 종도 쳤죠 - 새로운 언어랄까요 554 00:40:00,007 --> 00:40:04,010 그 당시로서는 아주 큰 문화 충격이었어요 555 00:40:21,153 --> 00:40:23,987 편집 중인 작품을 보게 됐는데 556 00:40:24,364 --> 00:40:28,742 세르지오가 결투 장면에 '데게요'란 곡을 썼더군요 557 00:40:29,411 --> 00:40:32,746 영화 '리오 브라보'의 트럼펫 곡인데 558 00:40:33,415 --> 00:40:34,581 절묘하긴 했어요 559 00:40:47,929 --> 00:40:50,264 {\an8}리오 브라보 (1959) 하워드 혹스 560 00:40:50,432 --> 00:40:53,517 세르지오는 그 곡을 고집했지만 561 00:40:53,935 --> 00:40:56,353 난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죠 562 00:40:56,563 --> 00:41:00,046 중요한 장면에 기존 곡을 사용할 거면 563 00:41:00,150 --> 00:41:02,631 난 뒤처리나 해야 하냐고요 564 00:41:02,735 --> 00:41:06,029 음악 들려요? 연주를 부탁했대요 565 00:41:07,365 --> 00:41:08,596 무슨 곡이지? 566 00:41:08,700 --> 00:41:11,682 '데게요'래요 참수라는 의미고요 567 00:41:11,786 --> 00:41:14,080 난 빠지겠다고 했어요 568 00:41:14,456 --> 00:41:16,457 결국 포기한 세르지오는 569 00:41:16,833 --> 00:41:18,041 이렇게 응수했죠 570 00:41:18,293 --> 00:41:21,087 '그럼 베껴 봐 너무 잘 맞잖아' 571 00:41:21,421 --> 00:41:23,611 그때 한 곡이 떠올랐어요 572 00:41:23,715 --> 00:41:26,614 몇 년 전 TV용으로 만든 곡인데 573 00:41:26,718 --> 00:41:28,969 '피터스 시스터스' 멤버가 574 00:41:29,179 --> 00:41:32,473 멋진 콘트랄토 저음으로 불러줬죠 575 00:41:43,485 --> 00:41:45,402 그 곡을 쓰자 싶었어요 576 00:42:03,045 --> 00:42:08,342 음악 덕에 내가 주목받았죠 그러기 쉽지 않은데 577 00:42:13,431 --> 00:42:16,517 {\an8}황야의 무법자 (1964) 세르지오 레오네 578 00:42:20,897 --> 00:42:24,233 트럼펫 주자 라세렌자를 직접 감독해 579 00:42:24,484 --> 00:42:27,236 떨리는 소리를 내게 했어요 580 00:42:33,785 --> 00:42:35,118 '데게요'처럼요 581 00:42:41,918 --> 00:42:46,380 최우수 음악상 모리꼬네 '황야의 무법자' 582 00:42:53,555 --> 00:42:55,264 모리꼬네 씨 축하드립니다 583 00:42:55,557 --> 00:42:56,890 한 말씀 들을까요? 584 00:42:57,225 --> 00:43:01,061 - 수상은 뜻밖이시죠? - 네 585 00:43:01,229 --> 00:43:03,230 - 첫 수상이시고요? - 네 586 00:43:03,440 --> 00:43:06,525 영화음악 작업을 자주 하시나요? 587 00:43:06,734 --> 00:43:08,902 굉장히 어려 보였어요 588 00:43:09,070 --> 00:43:13,574 둥글둥글한 얼굴 하며 그 안경 하며 589 00:43:13,783 --> 00:43:16,076 '피너츠' 캐릭터 같았죠 590 00:43:16,286 --> 00:43:18,787 다 큰 찰리 브라운이랄까요 591 00:43:20,039 --> 00:43:23,584 수많은 영화에 엔니오의 음악이 쓰여서 592 00:43:23,835 --> 00:43:26,753 감독과의 협업 과정을 상상하며 593 00:43:27,088 --> 00:43:28,922 즐겁게 듣고는 했어요 594 00:43:29,090 --> 00:43:31,800 {\an8}호주머니 속의 손 595 00:43:31,968 --> 00:43:35,011 위험 부담이 커도 신인 감독들과 함께 596 00:43:35,222 --> 00:43:37,223 색다른 실험을 했어요 597 00:43:38,350 --> 00:43:41,435 {\an8}호주머니 속의 손 (1966) 마르코 벨로키오 598 00:43:42,061 --> 00:43:45,314 엔니오는 말수가 적고 독실했는데 599 00:43:45,440 --> 00:43:46,690 인상 깊게도 600 00:43:46,858 --> 00:43:51,445 반종교적인 영화에까지 최선을 다하더군요 601 00:43:52,113 --> 00:43:56,116 여자 목소리로 녹음할 자장가를 썼을 때는 602 00:43:56,493 --> 00:43:59,683 곡 전체를 지배하는 불협화음을 603 00:43:59,787 --> 00:44:03,206 금속 면을 진동시켜 만들어 냈어요 604 00:44:19,098 --> 00:44:21,289 그런 작품들이 좋았어요 605 00:44:21,393 --> 00:44:24,395 덜 상업적이라는 면에서요 606 00:44:27,899 --> 00:44:31,485 그러다 '황야의 무법자'를 세르지오와 다시 봤죠 607 00:44:31,778 --> 00:44:35,572 알고 보니 각자 만족 못 한 곳이 있더군요 608 00:44:35,823 --> 00:44:38,367 난 음악이 불만이었어요 609 00:44:38,868 --> 00:44:42,663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나와 달리 세르지오는 610 00:44:43,080 --> 00:44:45,624 트럼펫과 휘파람에 집착했죠 611 00:44:54,926 --> 00:44:57,093 두 사람의 우정 덕분에 612 00:44:57,345 --> 00:44:59,388 공조가 잘됐지만 613 00:44:59,681 --> 00:45:01,097 견해차도 많았어요 614 00:45:01,349 --> 00:45:03,809 아니 싸운 적이 많았죠 615 00:45:04,185 --> 00:45:05,602 풀어 줘 616 00:45:06,396 --> 00:45:09,523 {\an8}석양의 건맨 (1965) 세르지오 레오네 617 00:45:29,210 --> 00:45:32,212 세르지오는 트럼펫을 원했지만 618 00:45:32,380 --> 00:45:36,925 난 바흐를 차용해서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619 00:45:37,218 --> 00:45:38,802 넣고 싶었어요 620 00:45:45,893 --> 00:45:49,229 엔니오가 고안한 서부극 음악에는 621 00:45:49,397 --> 00:45:51,231 어떤 구조가 있어요 622 00:45:51,691 --> 00:45:55,235 엄청난 지혜와 축조 기술이 엿보이죠 623 00:46:09,250 --> 00:46:12,085 세르지오 레오네는 '석양의 건맨'에서 624 00:46:12,253 --> 00:46:15,964 엔니오가 작업한 사운드트랙의 중요성을 625 00:46:16,132 --> 00:46:17,924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626 00:46:18,426 --> 00:46:22,596 엔니오가 관객을 모은다는 걸 깨달은 거죠 627 00:46:33,483 --> 00:46:37,277 페트라시 선생님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628 00:46:37,487 --> 00:46:40,363 내 영화음악을 좋아한다더군요 629 00:46:40,532 --> 00:46:44,410 그러면서 언급한 영화가 뜻밖이었어요 630 00:46:44,911 --> 00:46:46,787 '석양의 건맨'이라니 631 00:46:46,996 --> 00:46:48,622 충격적이었죠 632 00:46:48,790 --> 00:46:51,625 더 잘한 영화가 많다고 여겼거든요 633 00:46:52,043 --> 00:46:56,505 선생님은 나라면 앞으로 만회할 수 있다면서 634 00:46:57,048 --> 00:46:59,633 더 나은 음악을 하라고 했어요 635 00:47:03,430 --> 00:47:07,307 선생님은 엔니오의 음악을 인정 안 했어요 636 00:47:07,809 --> 00:47:10,727 나도 그때는 진가를 몰랐고요 637 00:47:11,062 --> 00:47:13,980 어떤 점에서 보면 선생님도 나도 638 00:47:15,316 --> 00:47:16,399 참 고루했던 거죠 639 00:47:16,651 --> 00:47:18,819 작곡가가 영화음악에 640 00:47:18,986 --> 00:47:22,656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641 00:47:22,824 --> 00:47:28,912 전적으로 반예술적인 행동이라고 봅니다 642 00:47:29,581 --> 00:47:32,833 페트라시 선생님 문하의 작곡가들은 643 00:47:33,835 --> 00:47:37,504 내 일에 조금도 우호적이지 않았어요 644 00:47:37,797 --> 00:47:39,673 영화음악을 무시했죠 645 00:47:40,007 --> 00:47:43,051 그런 시선이 날 고립시킨 것 같아요 646 00:47:44,220 --> 00:47:47,681 젊은 시절 엔니오의 전화를 받고 647 00:47:48,224 --> 00:47:50,476 참 딱했던 적이 있어요 648 00:47:50,810 --> 00:47:54,688 순수주의자인 나와 달리 자기는 배신자랬죠 649 00:47:55,482 --> 00:47:59,006 주변 환경 때문에 내적 갈등이 심했어요 650 00:47:59,110 --> 00:48:01,862 양쪽의 정체성을 오갔으니까요 651 00:48:02,822 --> 00:48:06,783 일종의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어요 652 00:48:07,201 --> 00:48:10,704 페트라시 선생님이 말한 음악적 순수성을 653 00:48:10,872 --> 00:48:12,498 포기했다고요 654 00:48:12,624 --> 00:48:16,793 하지만 선생님도 전적이 몇 번 있었어요 655 00:48:17,419 --> 00:48:20,714 {\an8}쓰디쓴 쌀 (1949) 감독 주세페 데 산티스 음악 고프레도 페트라시 656 00:48:24,051 --> 00:48:26,219 페트라시도 영화음악을 했죠 657 00:48:26,387 --> 00:48:31,892 그러면서도 영화음악을 가짜 음악이라고 봤고요 658 00:48:32,393 --> 00:48:33,727 엔니오는 달랐어요 659 00:48:35,229 --> 00:48:38,524 {\an8}혁명 전야 (1964)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660 00:48:39,400 --> 00:48:42,800 페트라시 선생님은 알지 못했어요 661 00:48:42,904 --> 00:48:45,803 엔니오의 재능을 못 알아봤죠 662 00:48:45,907 --> 00:48:51,036 상황과 장면을 표현해내는 엔니오만의 능력이 663 00:48:51,245 --> 00:48:54,915 선생님이나 나에게는 없었으니까요 664 00:48:55,082 --> 00:48:59,567 페트라시 선생님조차 어느 정도 그런 열등감에 665 00:48:59,671 --> 00:49:01,755 매여 있었던 것 같아요 666 00:49:01,923 --> 00:49:04,758 저도 '천지창조'라는 영화를 했죠 667 00:49:04,884 --> 00:49:08,325 감독 이름이 휴스턴인가 그랬을 거예요 668 00:49:08,429 --> 00:49:11,264 선생님이 공들여 쓴 음악을 669 00:49:11,599 --> 00:49:15,018 휴스턴 감독이 마음에 안 들어 했어요 670 00:49:15,144 --> 00:49:17,145 너무 어렵다고 했죠 671 00:49:17,564 --> 00:49:22,442 그래서 영화음악 일은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672 00:49:23,152 --> 00:49:26,613 악연인지 몰라도 어찌 보면 운명인 게 673 00:49:27,114 --> 00:49:31,117 제작자 디노에게서 음악을 의뢰받았는데 674 00:49:34,455 --> 00:49:37,457 페트라시 선생님의 대타였어요 675 00:49:39,085 --> 00:49:42,420 {\an8}존 휴스턴 감독의 '천지창조'에 엔니오 모리꼬네가 제안한 음악 676 00:49:42,589 --> 00:49:45,632 영화음악 제작은 RCA 음반사와 677 00:49:45,925 --> 00:49:48,635 디노의 협업으로 진행됐는데 678 00:49:49,136 --> 00:49:52,430 천지창조를 표현한 곡을 하나 써 주면 679 00:49:52,599 --> 00:49:55,642 감독 승인 후에 전체를 맡긴댔어요 680 00:49:58,479 --> 00:50:01,314 그래서 빛으로 시작해서 681 00:50:01,482 --> 00:50:05,048 점점 넓어져 넘치는 강줄기를 거쳐 682 00:50:05,152 --> 00:50:07,112 폭발하는 화염과 683 00:50:07,238 --> 00:50:09,197 동물들 새들의 동력을 684 00:50:09,699 --> 00:50:11,700 곡 속에 반복해 묘사했죠 685 00:50:13,160 --> 00:50:16,329 {\an8}존 휴스턴 감독의 '천지창조'에 엔니오 모리꼬네가 제안한 음악 686 00:50:16,497 --> 00:50:18,832 마리아가 유대교 회당에서 687 00:50:19,000 --> 00:50:22,335 히브리서를 가져와 도와주기도 했어요 688 00:50:25,506 --> 00:50:28,925 휴스턴과 디노가 여러 번 찾아왔고 689 00:50:29,176 --> 00:50:31,136 둘 다 흡족해하면서 690 00:50:31,846 --> 00:50:33,013 일을 맡게 됐죠 691 00:50:33,264 --> 00:50:37,600 디노는 RCA 음반사는 신경 쓰지 말라면서 692 00:50:37,769 --> 00:50:39,728 바로 계약하자고 했지만 693 00:50:40,021 --> 00:50:43,189 난 RCA 전속이라 안 된다고 했어요 694 00:50:43,650 --> 00:50:45,923 너무 무례한 짓이라고요 695 00:50:46,027 --> 00:50:48,862 그래서 따로 RCA 사장을 만나 696 00:50:49,155 --> 00:50:53,700 '천지창조'는 내게 정말 특별하고 귀한 기회니 697 00:50:54,201 --> 00:50:55,952 허가해 달라고 했는데 698 00:50:56,162 --> 00:51:00,248 사장은 계약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더군요 699 00:51:00,792 --> 00:51:03,543 결국 안 했죠 어쩔 수 있나요 700 00:51:04,045 --> 00:51:06,254 어찌 됐든 페트라시는 701 00:51:06,380 --> 00:51:10,948 영화 같은 상업 매체에 음악을 써 주는 행위는 702 00:51:11,052 --> 00:51:14,763 학계 음악인에게 매춘 같은 거랬어요 703 00:51:15,389 --> 00:51:17,390 엔니오를 비난한 거죠 704 00:51:17,767 --> 00:51:18,892 천박한 짓이라는 거예요 705 00:51:20,061 --> 00:51:21,186 천박하다니... 706 00:51:21,312 --> 00:51:23,730 처음에는 수치심을 느꼈지만 707 00:51:23,898 --> 00:51:26,649 서서히 의욕에 타올랐어요 708 00:51:26,818 --> 00:51:30,486 그 상황을 음악으로 설욕하고 싶었죠 709 00:51:32,740 --> 00:51:34,032 이겨 내고 싶었어요 710 00:51:36,285 --> 00:51:37,744 내가 느끼는... 711 00:51:40,707 --> 00:51:42,082 자격지심을요 712 00:51:50,758 --> 00:51:54,052 {\an8}알제리 전투 (1966) 질로 폰테코르보 713 00:52:18,077 --> 00:52:21,184 엔니오를 알게 된 건 '알제리 전투'예요 714 00:52:21,288 --> 00:52:23,186 정말 충격적이었죠 715 00:52:23,290 --> 00:52:26,564 영상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세계를 716 00:52:26,668 --> 00:52:29,295 음악으로 만들어 냈더라고요 717 00:52:31,298 --> 00:52:33,716 질로 감독이 연락을 줬는데 718 00:52:34,385 --> 00:52:37,637 그런 거장 감독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 719 00:52:38,305 --> 00:52:42,809 워낙 특별한 사람이라 만나기 겁이 나더군요 720 00:52:43,811 --> 00:52:45,020 이미 거물이었죠 721 00:52:45,897 --> 00:52:48,982 {\an8}알제리 전투 722 00:52:50,902 --> 00:52:52,568 이런 곡을 썼어요 723 00:52:56,323 --> 00:52:59,742 프레스코발디의 주제를 변주해서요 724 00:53:09,837 --> 00:53:12,820 세 음씩 사용했죠 라, 시플랫, 시 725 00:53:12,924 --> 00:53:15,884 그와 대비되는 파샾, 파, 미 726 00:53:16,844 --> 00:53:18,575 내가 배운 그대로 727 00:53:18,679 --> 00:53:22,579 내가 공부한 지식을 모두 담은 것이 728 00:53:22,683 --> 00:53:23,766 그 음악이었어요 729 00:53:24,560 --> 00:53:26,102 좀 더 왼쪽으로요 730 00:53:28,522 --> 00:53:32,650 파솔리니는 사용할 곡을 사전에 정해 왔어요 731 00:53:34,028 --> 00:53:35,904 말하자면 이런 식이었죠 732 00:53:36,072 --> 00:53:39,825 '여기에는 바흐의 이 곡을 넣고 싶군요' 733 00:53:40,076 --> 00:53:44,037 미안하지만 작곡을 하는 건 나니까 734 00:53:44,705 --> 00:53:48,541 기존 곡을 그대로 넣을 순 없다고 했어요 735 00:53:48,709 --> 00:53:50,043 안 되는 일이니 736 00:53:50,169 --> 00:53:51,419 거절하겠다고요 737 00:53:52,213 --> 00:53:55,882 그랬더니 내 뜻대로 하라더군요 738 00:53:56,342 --> 00:54:01,243 {\an8}알프레도 비니가 739 00:54:01,347 --> 00:54:03,473 {\an8}제작해 선보이는 740 00:54:03,933 --> 00:54:07,077 {\an8}이상하고 바보 같지만 인간적인 토토 741 00:54:07,253 --> 00:54:09,163 {\an8}내가 쓴 리듬이에요 742 00:54:09,563 --> 00:54:11,689 심각하면서도 웃기죠 743 00:54:12,438 --> 00:54:15,544 {\an8}영화 '매와 참새' 744 00:54:17,529 --> 00:54:20,656 {\an8}감독은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745 00:54:20,992 --> 00:54:25,453 내 이름도 노래처럼 외치도록 했어요 746 00:54:25,621 --> 00:54:28,103 노래를 하다가... 웃게 했죠 747 00:54:28,207 --> 00:54:30,876 {\an8}음악은 엔니오 모리꼬네 748 00:54:37,925 --> 00:54:41,761 그전까지 파솔리니는 바흐 음악만 썼는데 749 00:54:42,263 --> 00:54:43,930 엔니오로 갈아탔어요 750 00:54:45,641 --> 00:54:47,934 {\an8}석양의 무법자 (1966) 세르지오 레오네 751 00:54:48,936 --> 00:54:52,878 영화관에서 '석양의 무법자'를 보고 752 00:54:52,982 --> 00:54:57,235 이 영화는 뭔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753 00:54:57,403 --> 00:54:59,779 그런 음악은 처음이었죠 754 00:55:01,115 --> 00:55:05,451 음악 담당이 누군지 처음으로 궁금해졌어요 755 00:55:09,665 --> 00:55:14,377 세르지오의 초기작을 했을 때는 아쉬운 게 많았어요 756 00:55:14,628 --> 00:55:17,463 그 친구의 노예 처지라 내 능력을 다 못 담았어요 757 00:55:17,673 --> 00:55:23,428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코요테의 울음소리였죠 758 00:55:28,434 --> 00:55:29,642 이 음악요 759 00:55:32,021 --> 00:55:35,481 극적이고 재밌어서 세르지오도 좋아했어요 760 00:55:38,129 --> 00:55:39,536 {\an8}좋은 놈 761 00:55:42,208 --> 00:55:43,368 {\an8}추한 놈 762 00:55:57,926 --> 00:55:58,833 {\an8}나쁜 놈 763 00:56:02,843 --> 00:56:04,907 기타를 아는 사람이에요 764 00:56:05,012 --> 00:56:08,014 기타의 매력을 최고로 끌어내죠 765 00:56:21,070 --> 00:56:24,302 영화에서 처음 듣는 기발한 음악이었고 766 00:56:24,406 --> 00:56:29,119 바로 나가 음반을 산 건 그때밖에 없었어요 767 00:56:35,792 --> 00:56:38,441 '엑스터시 오브 골드'를 들으며 자랐죠 768 00:56:38,545 --> 00:56:42,048 아치 스탠턴의 무덤을 찾는 장면에 나와요 769 00:56:48,514 --> 00:56:51,057 엔니오 모리꼬네 씨 모셨습니다 770 00:56:51,558 --> 00:56:55,895 이탈리아 음악사에 한 획을 그으셨잖아요 771 00:56:56,063 --> 00:57:00,108 두 해 동안 두 장의 영화음악 음반만으로 772 00:57:00,401 --> 00:57:02,402 최고 성적을 거두셨는데 773 00:57:02,569 --> 00:57:04,904 어마어마한 인기였어요 774 00:57:05,031 --> 00:57:06,239 운이 좋았죠 775 00:57:06,407 --> 00:57:07,907 아뇨 실력이에요 776 00:57:08,034 --> 00:57:09,617 난 악보가 탐나서 777 00:57:09,868 --> 00:57:11,744 영사 기사를 매수한 후 778 00:57:12,079 --> 00:57:15,562 악보 필경사한테 기보도 의뢰했었어요 779 00:57:15,666 --> 00:57:19,524 작품들을 추적하면서 마침내 알게 됐죠 780 00:57:19,628 --> 00:57:22,630 명성을 좇는 사람이 아니란 걸요 781 00:57:22,798 --> 00:57:24,507 모리꼬네 씨입니다 782 00:57:24,675 --> 00:57:27,427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아시겠죠 783 00:57:27,553 --> 00:57:30,055 서부영화 음악의 명인입니다 784 00:57:30,431 --> 00:57:34,559 확실히 서부극이라면 다 나를 찾더군요 785 00:57:34,893 --> 00:57:38,104 그때는 운명이다 싶어 전부 맡아 했죠 786 00:57:40,441 --> 00:57:44,152 {\an8}앤젤 페이스 - 총잡이 링고 (1965) 마우리치오 그라프 787 00:57:44,945 --> 00:57:46,779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788 00:57:46,947 --> 00:57:48,656 엔니오는 감독이 789 00:57:48,949 --> 00:57:52,660 촬영본을 처음 보여 주면 늘 졸았대요 790 00:57:56,165 --> 00:57:59,106 서부극에서 졸다가 총 맞아 죽는 791 00:57:59,210 --> 00:58:01,919 청부업자처럼 잤다더라고요 792 00:58:02,463 --> 00:58:05,548 {\an8}빅 건다운 (1966) 세르조 솔리마 793 00:58:07,676 --> 00:58:09,969 영화를 이미 꿰뚫은 거죠 794 00:58:10,137 --> 00:58:13,139 엔니오의 말은 늘 정곡을 찔렀어요 795 00:58:16,084 --> 00:58:19,251 {\an8}위대한 침묵 (1968) 세르조 코르부치 796 00:58:22,463 --> 00:58:27,697 영화 '위대한 침묵'은 전체를 눈 속에서 찍어서 797 00:58:27,801 --> 00:58:30,284 말발굽 소리가 안 났어요 798 00:58:30,389 --> 00:58:32,346 주인공은 말을 못 했고요 799 00:58:35,394 --> 00:58:36,791 코르부치 감독이 800 00:58:36,895 --> 00:58:38,978 내 음악을 극찬했는데 801 00:58:39,272 --> 00:58:41,856 음악이 들리는 영화라서였죠 802 00:58:46,862 --> 00:58:50,740 소리를 믹싱할 때 자칫 균형을 잃으면 803 00:58:50,866 --> 00:58:52,992 영화와 음악이 다 무너져요 804 00:58:53,537 --> 00:58:57,665 그 기준이 추상적이라 늘 고려할 순 없지만 805 00:58:57,831 --> 00:59:03,170 영화음악을 듣고 싶다면 그만큼의 자리를 줘야죠 806 00:59:04,880 --> 00:59:08,007 {\an8}컴 플레이 위드 미 (1968) 살바토레 삼페리 807 00:59:10,886 --> 00:59:15,683 한동안은 음의 사용을 줄이려고 애써 봤어요 808 00:59:15,849 --> 00:59:19,101 관객의 기억에 남고 싶었거든요 809 00:59:34,703 --> 00:59:38,330 {\an8}세 텔레포난도 (1966) 미나 810 00:59:39,414 --> 00:59:43,858 가스 요금을 내다가 문득 악상이 떠올라서 811 00:59:43,962 --> 00:59:46,420 '세 텔레포난도'를 썼어요 812 00:59:46,715 --> 00:59:47,672 미나의 그 노래로 813 00:59:48,091 --> 00:59:51,719 처음으로 세 음을 쓰는 실험을 해 봤죠 814 00:59:51,970 --> 00:59:55,870 4분의 4박자에 세 음을 주로 넣었어요 815 00:59:55,974 --> 01:00:00,059 같은 음을 사용하면 불협감이 없다는 건 816 01:00:00,479 --> 01:00:04,857 조성음악 역사에서 중대한 발견이었어요 817 01:00:04,962 --> 01:00:08,901 같은 음이 반복되면 기억에 잘 남거든요 818 01:00:34,884 --> 01:00:36,009 변화도 있지만... 819 01:00:41,684 --> 01:00:42,641 중심인 세 음이... 820 01:00:44,562 --> 01:00:46,770 강도를 달리할 뿐이에요 821 01:00:56,949 --> 01:01:02,160 반복도 식상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어요 822 01:01:05,208 --> 01:01:08,542 음을 절제한 건 평생 남는 경험이었죠 823 01:01:08,711 --> 01:01:11,713 그런 재미는 늘 환영이었어요 824 01:01:23,683 --> 01:01:25,874 한번은 피아노에 앉더니 825 01:01:25,978 --> 01:01:31,064 두 개의 주제를 교차해서 연주하겠다고 하더군요 826 01:01:31,484 --> 01:01:34,818 나도 모르게 자꾸 두 개의 주제를 써요 827 01:01:34,987 --> 01:01:39,906 주제 안에 주제를 넣으면 곡에 융통성이 생기죠 828 01:01:41,244 --> 01:01:43,599 {\an8}어느 날 밤의 만찬 (1969) 주세페 파트로니 그리피 829 01:01:43,703 --> 01:01:46,413 두 주제를 섞어서 들려줬어요 830 01:01:57,592 --> 01:02:01,219 확실히 말하지만 난 성에 안 찼어요 831 01:02:01,514 --> 01:02:03,847 그래서 페피노 그리피 감독에게 832 01:02:03,973 --> 01:02:06,600 이건 버려야겠다고 했더니 833 01:02:06,769 --> 01:02:08,101 미쳤냐는 거예요 834 01:02:10,605 --> 01:02:12,649 '어느 날 밤의 만찬'은... 835 01:02:13,441 --> 01:02:14,608 최고였어요 836 01:02:19,282 --> 01:02:23,450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미니멀한 곡이었죠 837 01:02:23,911 --> 01:02:25,619 페피노 감독이 옳았어요 838 01:02:26,789 --> 01:02:30,457 내가 쓴 곡에는 객관적이기 힘들더군요 839 01:02:30,668 --> 01:02:32,294 그래서 그때부터 840 01:02:32,545 --> 01:02:36,380 곡을 쓸 때마다 모두 아내에게 들려주고 841 01:02:36,549 --> 01:02:39,301 아내가 좋다면 감독에게 보였어요 842 01:02:39,509 --> 01:02:42,866 아내가 승인한 곡만 감독에게 간 거죠 843 01:02:42,970 --> 01:02:45,722 엔니오는 혼자였던 적이 없어요 844 01:02:46,309 --> 01:02:47,891 늘 마리아가 있었죠 845 01:02:48,060 --> 01:02:52,979 어머니, 아내, 동반자의 역할에 충실한 동시에 846 01:02:53,316 --> 01:02:58,777 남편의 재능을 곁에서 너그럽게 지켜봐 줬어요 847 01:02:59,071 --> 01:03:00,676 자신을 희생해서요 848 01:03:00,780 --> 01:03:04,908 사랑하는 남편의 첫 번째 팬이 돼 준 거죠 849 01:03:05,159 --> 01:03:10,497 음악적 지식은 없어도 솔직한 의견을 들려줘서 850 01:03:10,665 --> 01:03:13,500 계속 아내와 곡을 상의했어요 851 01:03:29,352 --> 01:03:33,186 마리아가 엔니오의 울타리가 돼 준 덕에 852 01:03:33,521 --> 01:03:37,065 엔니오가 천재성을 발산할 수 있었어요 853 01:03:41,489 --> 01:03:47,494 영화음악을 하면서도 실험 정신을 잃지 않아서 854 01:03:47,827 --> 01:03:51,705 나한테는 늘 신기한 작곡가였어요 855 01:03:56,043 --> 01:03:58,380 영화음악을 할 때의 나와 856 01:03:58,546 --> 01:04:01,590 내 음악을 할 때의 나는 달라요 857 01:04:02,049 --> 01:04:06,513 다양하고 상반된 기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죠 858 01:04:06,639 --> 01:04:09,598 두 얼굴을 지닌 느낌이랄까요 859 01:04:10,057 --> 01:04:12,726 '수오니 페르 디노'는 엔니오가 860 01:04:12,852 --> 01:04:14,728 디노 아시올라를 통해 861 01:04:14,897 --> 01:04:17,564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862 01:04:17,775 --> 01:04:21,234 자기 생각을 밝힌 곡입니다 863 01:04:24,238 --> 01:04:27,388 다들 엔니오를 향해 물었어요 864 01:04:27,492 --> 01:04:30,412 스파게티 웨스턴의 영화음악가가 865 01:04:30,578 --> 01:04:33,622 이렇게 실험적일 수 있는 거냐고요 866 01:04:34,041 --> 01:04:37,419 음악적 실험 정신을 끝내 잃지 않았고 867 01:04:37,585 --> 01:04:40,422 영화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죠 868 01:04:43,175 --> 01:04:46,760 엘리오 감독은 처음부터 못 박더군요 869 01:04:46,886 --> 01:04:49,763 '난 한 작곡가와 한 번만 일해요' 870 01:04:49,932 --> 01:04:53,099 '이번이 나와는 처음이자 끝일 겁니다' 871 01:04:54,519 --> 01:04:58,146 {\an8}이 나라에서 가장 조용한 곳 (1968) 엘리오 페트리 872 01:05:01,275 --> 01:05:03,109 난해한 곡을 썼어요 873 01:05:03,277 --> 01:05:07,656 실존적 혼란을 겪는 화가가 주인공이라 874 01:05:07,950 --> 01:05:11,159 내가 속해 있기도 한 '일 그루포'를 875 01:05:11,454 --> 01:05:12,661 부르기로 했죠 876 01:05:12,830 --> 01:05:14,205 ' 877 01:05:14,707 --> 01:05:18,960 열한 대의 바이올린이 등장하는 내 이전 곡에 878 01:05:19,126 --> 01:05:22,295 타악기와 여자의 음성을 입혔어요 879 01:05:37,229 --> 01:05:40,544 광기에 찬 화가의 꿈 장면에 맞춰 880 01:05:40,648 --> 01:05:44,132 그 곡을 즉석에서 연주해 보였더니 881 01:05:44,236 --> 01:05:48,196 페인트가 엎어지고 화판이 쓰러질 때 882 01:05:48,447 --> 01:05:51,157 음악이 음향처럼 들리더군요 883 01:06:09,762 --> 01:06:13,118 영화와 음악 모두 호평이었지만 884 01:06:13,222 --> 01:06:15,849 흥행에는 실패했어요 885 01:06:16,393 --> 01:06:20,353 내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안 좋았죠 886 01:06:28,656 --> 01:06:30,929 피렌체 공연 때의 일이에요 887 01:06:31,033 --> 01:06:34,701 한번은 무대 담당자가 무대를 정리하면서 888 01:06:35,162 --> 01:06:38,039 사다리를 잡고 이렇게 비트는데 889 01:06:38,205 --> 01:06:41,543 낡은 나무가 삐걱대는 소리가 났어요 890 01:06:46,130 --> 01:06:49,883 {\an8}옛날 옛적 서부에서 (1968) 세르지오 레오네 891 01:06:51,679 --> 01:06:54,578 10분쯤 뒤 담당자는 내려갔고 892 01:06:54,682 --> 01:06:57,265 공연은 잘 마무리됐죠 893 01:07:01,063 --> 01:07:02,854 세르지오에게 말했더니 894 01:07:04,774 --> 01:07:06,733 바로 요점을 읽더군요 895 01:07:16,744 --> 01:07:20,206 '옛날 옛적 서부에서'는 구체 음악을 썼죠 896 01:07:27,755 --> 01:07:30,989 피렌체에서 겪은 사다리 해프닝이 897 01:07:31,093 --> 01:07:34,596 음악적인 결과물로 이어졌어요 898 01:07:43,981 --> 01:07:47,065 때에 따라서는 소음도 음악이 돼요 899 01:08:05,628 --> 01:08:08,837 과묵한 주인공이 부는 하모니카는 900 01:08:09,632 --> 01:08:11,214 인물의 목소리죠 901 01:08:15,594 --> 01:08:20,203 음악가에게 일을 맡기는 건 곧 자신을 맡기는 일이라 902 01:08:20,307 --> 01:08:23,810 우리 아버지는 늘 엔니오와만 일했어요 903 01:08:33,030 --> 01:08:35,719 엔니오 모리꼬네의 장기는 904 01:08:35,823 --> 01:08:39,160 음악으로 인물을 창조하는 거예요 905 01:08:52,381 --> 01:08:56,592 정말 너무나도 매혹적인 음악이에요 906 01:08:57,179 --> 01:09:02,515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우리를 감싸 안아 주죠 907 01:09:03,350 --> 01:09:05,687 한참을 머릿속에 남아요 908 01:09:26,916 --> 01:09:29,876 당일에 악보를 받아 불렀어요 909 01:09:30,087 --> 01:09:31,713 연습은 없었는데 910 01:09:32,214 --> 01:09:33,922 아름다운 곡이라더군요 911 01:09:34,591 --> 01:09:38,885 평생을 두고 계속 들을 그런 음악이에요 912 01:09:39,722 --> 01:09:42,931 우리 일상의 한 축이 됐어요 913 01:10:04,954 --> 01:10:10,899 음성, 음향, 소음과 어조, 분위기는 물론 914 01:10:11,003 --> 01:10:12,754 짧은 악구까지 915 01:10:12,920 --> 01:10:14,462 저마다 살아 있어요 916 01:10:14,757 --> 01:10:18,424 음악은 음을 쌓는 건축과도 같아요 917 01:10:19,136 --> 01:10:23,890 벽돌은 어디나 똑같지만 건물은 다 다르잖아요 918 01:10:24,516 --> 01:10:28,476 그렇다면 엔니오는 대성당을 지은 거죠 919 01:10:44,661 --> 01:10:47,685 서부극 음악만 하는 사람으로 920 01:10:47,790 --> 01:10:49,622 낙인찍히긴 싫었어요 921 01:10:51,794 --> 01:10:56,462 그때 라투아다 감독이 교향곡을 써 보라더군요 922 01:10:56,799 --> 01:11:01,009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현악기 성부를 나눴어요 923 01:11:01,428 --> 01:11:03,970 진정한 교향곡을 목표로 했죠 924 01:11:05,639 --> 01:11:09,017 {\an8}사랑과 죽음의 전장 (1969) 알베르토 라투아다 925 01:11:17,194 --> 01:11:20,987 정작 가장 난해한 곡은 다른 작품 때 썼지만요 926 01:11:24,408 --> 01:11:27,660 {\an8}시실리안 (1969) 앙리 베르누이 927 01:11:37,004 --> 01:11:40,673 '시실리안'의 음악에 특히 공을 들였어요 928 01:11:51,854 --> 01:11:53,855 반갑군요 말라네제 씨 929 01:11:54,481 --> 01:11:56,689 놀라신 건 아니겠죠? 930 01:11:57,359 --> 01:11:59,525 언제든 오라고 했잖소 931 01:12:04,616 --> 01:12:07,368 일단은 중심 주제가 먼저 나와요 932 01:12:17,586 --> 01:12:22,048 그리고 바흐의 철자를 두 번째 성부로 넣었죠 933 01:12:22,634 --> 01:12:26,616 B는 시 B 플랫으로 A는 라 A로 쓰고 934 01:12:26,720 --> 01:12:30,723 C는 도 C로 H는 시 B로 쓰는 935 01:12:31,393 --> 01:12:32,558 'BACH'를요 936 01:12:33,270 --> 01:12:36,604 대위법의 각 성부가 절묘하게 섞여서 937 01:12:36,899 --> 01:12:39,400 드럼, 콘트라베이스 등 938 01:12:39,566 --> 01:12:41,734 모든 성부가 빛났어요 939 01:12:44,863 --> 01:12:47,408 바흐의 철자를 순서만 바꿨죠 940 01:12:52,414 --> 01:12:53,329 이렇게요 941 01:13:05,802 --> 01:13:07,093 그런 재밌는 곡으로 942 01:13:07,511 --> 01:13:11,014 '시실리안'에 바흐의 이름을 넣었어요 943 01:13:31,118 --> 01:13:33,101 언뜻 들으면 소품 같지만 944 01:13:33,205 --> 01:13:36,164 방대한 지식이 숨겨진 곡이에요 945 01:13:36,415 --> 01:13:39,522 모든 작곡가가 매혹된 이름 946 01:13:39,626 --> 01:13:42,463 '바흐'로 만든 음악이죠 947 01:13:43,422 --> 01:13:45,091 그게 핵심은 아니지만요 948 01:13:46,675 --> 01:13:48,970 중요한 건 음이 아니라 949 01:13:49,136 --> 01:13:52,598 작곡가가 어떤 음악을 만드느냐예요 950 01:13:56,518 --> 01:14:00,481 {\an8}더 캐니벌스 (1970) 릴리아나 카바니 951 01:14:09,366 --> 01:14:10,992 이름을 대 이름! 952 01:14:11,994 --> 01:14:16,579 '더 캐니벌스' 작업 때는 음악 편집을 끝낸 시점에 953 01:14:16,873 --> 01:14:20,083 '번!'을 편집 중이던 질로 감독이 954 01:14:20,252 --> 01:14:24,337 같은 건물에 있다가 내 음악을 듣게 됐었어요 955 01:14:28,010 --> 01:14:32,660 카바니 감독이 없을 때라 질로 감독이 편집실에서 956 01:14:32,764 --> 01:14:36,182 '더 캐니벌스'의 테이프를 가져다가 957 01:14:36,350 --> 01:14:41,522 자기 영화에 틀었는데 너무 완벽하다는 거예요 958 01:14:57,204 --> 01:15:03,044 자유를 향한 찬송처럼 내 영화와 딱 맞더라고요 959 01:15:03,210 --> 01:15:05,046 그래서 싸웠어요 960 01:15:05,212 --> 01:15:08,446 카바니 감독에게서 그 곡을 빼내 961 01:15:08,550 --> 01:15:09,882 넘겨달라잖아요 962 01:15:10,302 --> 01:15:13,261 최소한 비슷한 곡을 달라더군요 963 01:15:15,514 --> 01:15:18,224 {\an8}번! (1969) 질로 폰테코르보 964 01:15:29,821 --> 01:15:32,970 '번!'을 보니 바로 알겠던데요 965 01:15:33,075 --> 01:15:35,533 내 영화에 쓴 테마였어요 966 01:15:35,742 --> 01:15:38,911 다른 곡이지만 확실히 비슷하긴 해요 967 01:15:50,549 --> 01:15:52,300 양쪽으로 곤란했죠 968 01:16:15,117 --> 01:16:19,702 '아볼리손'을 부르겠냐는 질문이 전부였어요 969 01:16:19,828 --> 01:16:22,455 사전 조율도 없이 공연 직전에요 970 01:16:24,876 --> 01:16:25,791 당연히 해야죠! 971 01:16:35,302 --> 01:16:39,787 엔니오 음악의 중심에는 여성의 목소리가 있어요 972 01:16:39,891 --> 01:16:42,933 늘 여성을 곡 전면에 내세우죠 973 01:16:43,977 --> 01:16:45,561 마법처럼요 974 01:16:51,985 --> 01:16:55,678 사람의 목소리 자체가 마법이에요 975 01:16:55,782 --> 01:16:57,658 우리 몸이 내는 소리라 976 01:16:57,824 --> 01:16:59,992 다른 악기가 필요 없죠 977 01:17:25,143 --> 01:17:26,834 60년대 말이 되자 978 01:17:26,938 --> 01:17:31,192 엔니오는 영화계의 절대적 신임을 얻었어요 979 01:17:31,443 --> 01:17:35,258 1969년에만 21편의 영화를 맡아 980 01:17:35,362 --> 01:17:37,405 음악을 발표했죠 981 01:17:38,700 --> 01:17:41,867 {\an8}칼리파 부인 (1970) 알베르토 베빌라쿠아 982 01:17:42,704 --> 01:17:47,208 엔니오의 큰 성공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어요 983 01:17:47,416 --> 01:17:51,337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들 엔니오를 베꼈죠 984 01:17:51,838 --> 01:17:54,046 비방도 시작됐고요 985 01:17:54,216 --> 01:17:57,425 1년에 18편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986 01:17:57,594 --> 01:17:59,220 하청을 하느냐더군요 987 01:18:00,887 --> 01:18:02,179 그냥 이렇게 앉아 988 01:18:02,349 --> 01:18:05,933 무슨 편지 쓰듯 음악을 써 내려갔어요 989 01:18:06,435 --> 01:18:10,563 구상 단계부터 명확한 음악을 내놨어요 990 01:18:10,732 --> 01:18:12,898 모든 게 분명하고 시원했죠 991 01:18:15,402 --> 01:18:17,069 지금까지 쓴 곡 수는요? 992 01:18:17,904 --> 01:18:19,865 글쎄요 안 세어 봤어요 993 01:18:22,409 --> 01:18:27,144 엔니오의 경력을 보면 계속 새 장이 열리듯이 994 01:18:27,249 --> 01:18:29,897 지식이 쌓이고 연구가 깊어지고 995 01:18:30,001 --> 01:18:31,667 모험정신도 커져요 996 01:18:31,878 --> 01:18:35,671 처음이자 끝이라던 엘리오 페트리 감독이 997 01:18:36,089 --> 01:18:38,841 차기작을 다 맡아 달라더군요 998 01:18:45,892 --> 01:18:48,976 '완전 범죄' 때는 아르페지오를 썼죠 999 01:19:00,031 --> 01:19:03,366 한참 믹싱 중일 때 엘리오 감독이 1000 01:19:03,660 --> 01:19:05,701 도입부를 보여 줬어요 1001 01:19:13,502 --> 01:19:17,713 난 당황해서 이게 대체 뭐냐고 했죠 1002 01:19:23,595 --> 01:19:26,078 음악을 교체했더라고요 1003 01:19:26,182 --> 01:19:30,311 내가 공포 영화용으로 쓴 몇 년 전 곡으로요 1004 01:19:37,319 --> 01:19:39,652 엘리오는 너무 좋다면서 1005 01:19:40,322 --> 01:19:44,490 살해당하기 직전인 인물과 딱이랬어요 1006 01:19:49,456 --> 01:19:52,833 내 옆에 앉아 있던 편집자 루제로도 1007 01:19:53,335 --> 01:19:57,338 기막히게 잘 어울리지 않느냐고 하는데 1008 01:19:57,589 --> 01:20:01,489 난 어떻게 이 장면에 그 음악을 쓰느냐며 1009 01:20:01,593 --> 01:20:02,550 아니랬어요 1010 01:20:06,179 --> 01:20:08,849 하지만 결국 자포자기 상태로 1011 01:20:09,057 --> 01:20:10,516 알아서 하랬죠 1012 01:20:14,020 --> 01:20:15,356 상영이 끝나고 1013 01:20:16,107 --> 01:20:20,192 엘리오가 했던 말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요 1014 01:20:21,237 --> 01:20:25,072 '상상도 못 한 최고의 음악을 써 줬는데' 1015 01:20:26,993 --> 01:20:29,201 '내가 뺨 맞을 짓을 했네요' 1016 01:20:33,582 --> 01:20:38,711 {\an8}완전 범죄 (1970) 엘리오 페트리 1017 01:20:53,895 --> 01:20:56,522 기발한 발상들이 어우러지고 1018 01:20:56,898 --> 01:20:59,314 그동안 이룬 모든 것과 1019 01:20:59,901 --> 01:21:02,214 앞으로 이룰 모든 것이 담겨 1020 01:21:02,318 --> 01:21:05,738 '완전 범죄'는 엔니오의 미래였어요 1021 01:21:13,164 --> 01:21:16,041 '완전 범죄'로 큰 충격을 받았어요 1022 01:21:16,374 --> 01:21:19,982 그렇게 많은 곡을 쓴 엔니오 같은 사람도 1023 01:21:20,086 --> 01:21:22,923 이런 실험이 가능하구나 싶었죠 1024 01:21:27,429 --> 01:21:30,327 영화보다 음악이 기억에 남아요 1025 01:21:30,432 --> 01:21:32,890 사실 음악이 다 했잖아요 1026 01:21:42,068 --> 01:21:46,153 영화음악의 체계를 발명한 사람이에요 1027 01:21:46,448 --> 01:21:48,449 영화음악의 창시자죠 1028 01:21:53,955 --> 01:21:55,871 오늘은 어떻게 죽일 거지? 1029 01:21:57,459 --> 01:21:59,667 당신 목을 그을 거야 1030 01:22:04,215 --> 01:22:09,051 '시계태엽 오렌지'로 큐브릭의 의뢰도 받았죠 1031 01:22:09,636 --> 01:22:14,306 '완전 범죄'가 좋았다며 비슷한 곡을 달라더군요 1032 01:22:18,186 --> 01:22:23,484 그러기로 약속했는데 세르지오가 큐브릭에게 1033 01:22:23,817 --> 01:22:26,318 내가 바쁠 거라고 했대요 1034 01:22:26,488 --> 01:22:30,491 우리 작곡가 엔니오가 내 곡을 써 주고 있어요 1035 01:22:30,657 --> 01:22:33,701 차기작 '석양의 갱들'에 넣을 곡이죠 1036 01:22:33,952 --> 01:22:37,498 안 바빴어요 믹싱 단계였거든요 1037 01:22:37,624 --> 01:22:39,146 곡은 완성돼 있었죠 1038 01:22:39,250 --> 01:22:42,585 그때 큐브릭이 말도 없이 포기한 게 1039 01:22:42,711 --> 01:22:45,838 지금도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아요 1040 01:22:46,007 --> 01:22:49,675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1041 01:22:53,264 --> 01:22:56,413 엔니오와의 만남을 꿈꿨던 터라 1042 01:22:56,518 --> 01:22:58,018 아주 신이 났어요 1043 01:22:58,685 --> 01:23:02,523 그런데 녹음실에 가니 네 명이나 와 있더군요 1044 01:23:04,776 --> 01:23:07,359 엔니오는 한 장면을 틀더니 1045 01:23:08,862 --> 01:23:11,739 몇 마디 지시 후 바로 녹음을 했죠 1046 01:23:14,325 --> 01:23:16,243 {\an8}공포의 차가운 눈 (1971) 엔조 G. 카스텔라리 1047 01:23:17,789 --> 01:23:20,497 엔니오는 여러 곡을 발전시켜 1048 01:23:20,707 --> 01:23:23,669 스릴러 음악을 만들고자 했어요 1049 01:23:29,050 --> 01:23:31,967 약간 화난 어조로 묻더라고요 1050 01:23:32,385 --> 01:23:34,261 '이건 다 뭐예요?' 1051 01:23:34,387 --> 01:23:38,684 참고가 될까 싶어서 가져온 음반들이라니까 1052 01:23:38,810 --> 01:23:40,142 내다 버리랬어요 1053 01:23:40,311 --> 01:23:41,268 제발 열어 줘! 1054 01:23:41,394 --> 01:23:44,211 {\an8}수정 깃털의 새 (1970) 다리오 아르젠토 1055 01:23:44,315 --> 01:23:47,900 시도해 본 적 없는 스타일을 실험했어요 1056 01:23:48,444 --> 01:23:52,029 엔니오는 주로 오선지에 곡을 썼어요 1057 01:23:57,243 --> 01:24:01,914 녹음실에 온 연주자들이 그 초안을 받아 연주했죠 1058 01:24:02,083 --> 01:24:03,666 트럼펫은 직접 했고요 1059 01:24:08,922 --> 01:24:12,257 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맞춰서 1060 01:24:12,594 --> 01:24:16,053 연주자를 지목해 연주할 부분을 1061 01:24:16,262 --> 01:24:18,430 번호로 알려줬어요 1062 01:24:18,600 --> 01:24:21,266 내가 불시에 지목하니까 1063 01:24:21,559 --> 01:24:23,769 모두 대기 상태여야 했죠 1064 01:24:24,105 --> 01:24:27,107 담당 악기를 즉석에서 정했거든요 1065 01:24:27,273 --> 01:24:30,235 그래서 감독이 좋다고 해도 1066 01:24:31,069 --> 01:24:33,445 똑같이는 다시 못 했어요 1067 01:24:33,990 --> 01:24:38,701 덕분에 예상 밖의 음악을 영화에 넣을 수 있었죠 1068 01:24:40,496 --> 01:24:42,497 {\an8}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고양이 (1971) 다리오 아르젠토 1069 01:24:54,010 --> 01:24:56,741 감독의 아버지였던 제작자 살바토레는 1070 01:24:56,845 --> 01:24:59,471 세 곡 내내 똑같은 음악이라더군요 1071 01:24:59,641 --> 01:25:01,849 계속 같은 음악 같댔죠 1072 01:25:02,143 --> 01:25:03,143 아니었어요 1073 01:25:03,351 --> 01:25:06,353 엔니오는 똑같지 않다고 했어요 1074 01:25:06,648 --> 01:25:08,105 똑같게 들린 건 1075 01:25:08,314 --> 01:25:10,838 불협화음 위주라 그랬을 거예요 1076 01:25:10,942 --> 01:25:14,905 불안정한 장면에는 불협화음을 썼죠 1077 01:25:16,322 --> 01:25:19,682 그 아이디어를 여러 영화에 적용해 1078 01:25:19,786 --> 01:25:22,788 23곡이나 만들기는 했지만요 1079 01:25:22,996 --> 01:25:26,832 좀 과했던 지점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1080 01:25:27,168 --> 01:25:30,753 곡이 거부당하고 싫은 소리도 듣게 됐죠 1081 01:25:30,922 --> 01:25:34,589 '엔니오, 계속 이러면 더는 일 못 합니다' 1082 01:25:35,176 --> 01:25:37,384 그래서 방식을 바꿨어요 1083 01:25:41,890 --> 01:25:44,434 {\an8}사코와 반제티 (1971) 줄리아노 몬탈도 1084 01:25:51,149 --> 01:25:53,358 엔니오는 이미 신화였고 1085 01:25:53,695 --> 01:25:58,864 조앤 바에즈는 미국 청춘의 대명사 같은 가수였어요 1086 01:25:59,200 --> 01:26:01,533 엔니오는 영어를 조금 했고 1087 01:26:01,828 --> 01:26:04,204 바에즈도 이탈리아어를 좀 했죠 1088 01:26:05,081 --> 01:26:08,623 물론 공통의 언어는 음악이었지만요 1089 01:26:10,794 --> 01:26:14,296 {\an8}사코와 반제티의 발라드 (1971) 조앤 바에즈 1090 01:26:16,049 --> 01:26:19,720 굉장히 날것의 상태로 녹음했어요 1091 01:26:20,847 --> 01:26:25,057 기본 반주에 노래 먼저 부르고 악기는 나중에 입혔죠 1092 01:26:25,351 --> 01:26:28,894 피아노와 드럼 반주로 임시 녹음하고 1093 01:26:29,062 --> 01:26:32,898 바에즈의 목소리에 오케스트라를 더했어요 1094 01:26:33,484 --> 01:26:34,735 바에즈의 말로는 1095 01:26:34,901 --> 01:26:37,738 자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1096 01:26:37,864 --> 01:26:40,512 쓸 수 있는 곡이었다더군요 1097 01:26:40,616 --> 01:26:44,391 가장 잘 부르는 음역을 정확히 짚어냈다며 1098 01:26:44,495 --> 01:26:45,953 경이롭다고 했어요 1099 01:27:03,930 --> 01:27:06,245 한번은 녹음이 끝났는데 1100 01:27:06,349 --> 01:27:10,811 엔니오가 막판에 이런 멜로디를 내놨어요 1101 01:27:13,940 --> 01:27:17,277 가사를 붙여 달라길래 알겠다고 했죠 1102 01:27:18,529 --> 01:27:21,613 {\an8}히어즈 투 유 (1971) 조앤 바에즈 1103 01:27:38,549 --> 01:27:41,949 그 곡은 얼마 안 가 큰 인기를 끌었고 1104 01:27:42,053 --> 01:27:46,263 다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난리였어요 1105 01:27:46,472 --> 01:27:49,331 단순한 인기곡이 아니라 1106 01:27:49,435 --> 01:27:51,476 찬송가처럼 불렸어요 1107 01:28:13,709 --> 01:28:16,043 선율이 있는 곡이 성공했다고 1108 01:28:16,337 --> 01:28:18,735 전통적 선율을 벗어나려던 1109 01:28:18,840 --> 01:28:22,174 내 시도가 틀린 건 아니었어요 1110 01:28:22,593 --> 01:28:26,261 나올 만한 선율은 다 나왔다고 봐요 1111 01:28:26,597 --> 01:28:30,412 선율에 딱히 애착은 없는 것 같았어요 1112 01:28:30,516 --> 01:28:31,516 본인도 인정했죠 1113 01:28:31,727 --> 01:28:36,521 하지만 선율을 만드는 능력을 억누를수록 1114 01:28:36,983 --> 01:28:40,567 강한 선율이 핵심인 음악가가 됐어요 1115 01:28:43,865 --> 01:28:45,280 선율 말인가요? 1116 01:28:45,406 --> 01:28:49,034 선율을 경멸했다면 그렇게 잘 못 쓰죠 1117 01:28:49,535 --> 01:28:50,495 거짓말이에요 1118 01:28:55,041 --> 01:28:57,149 진실은 알 수 없지만 1119 01:28:57,253 --> 01:29:01,381 그런 걸 작곡가가 분열증을 겪는다고 해요 1120 01:29:01,714 --> 01:29:06,718 완전히 상반되는 열정을 동시에 품게 되는 거죠 1121 01:29:07,638 --> 01:29:10,472 {\an8}아네스, 죽음을 택하다 (1976) 줄리아노 몬탈도 1122 01:29:24,655 --> 01:29:28,740 창작 작업도 엄격한 규칙에 따라서 했어요 1123 01:29:28,910 --> 01:29:32,327 체스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는데 1124 01:29:32,620 --> 01:29:35,540 사고가 수학적, 기하학적이에요 1125 01:29:35,748 --> 01:29:39,566 접근법이 선험적이고 영적이기까지 해요 1126 01:29:39,670 --> 01:29:42,819 그런 자질의 작곡가는 흔치 않아요 1127 01:29:42,924 --> 01:29:47,656 장면에 맞는 음악을 본능적으로 찾아내고 1128 01:29:47,760 --> 01:29:50,720 누구나 듣고 알 만한 개성을 담죠 1129 01:29:59,647 --> 01:30:01,964 어떻게 첫 음만 듣고도 1130 01:30:02,065 --> 01:30:05,001 엔니오라는 걸 알 수 있을까요? 1131 01:30:07,530 --> 01:30:11,388 엔니오는 음악에 자기 자신을 넣었어요 1132 01:30:11,492 --> 01:30:14,454 현악기가 들어오는 방식만으로도 1133 01:30:14,620 --> 01:30:18,623 엔니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요 1134 01:30:21,712 --> 01:30:24,965 강하게 각인되는 엔니오의 작품들은 1135 01:30:25,091 --> 01:30:27,882 진이 빠질 만큼 긴장도가 높아요 1136 01:30:28,634 --> 01:30:32,679 아주 단호한 힘으로 관객들을 도취시키죠 1137 01:30:32,974 --> 01:30:38,478 분석하려 들었다가도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1138 01:30:38,980 --> 01:30:41,646 그냥 음악에 빨려들거든요 1139 01:30:56,454 --> 01:31:01,166 날 위해 쓰인 곡처럼 느껴지는 매력이 있어요 1140 01:31:01,502 --> 01:31:04,336 사람들이 엔니오를 손꼽는 이유는 1141 01:31:04,505 --> 01:31:08,405 엔니오의 음악이 한번 들으면 1142 01:31:08,509 --> 01:31:11,426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1143 01:31:12,138 --> 01:31:14,804 {\an8}조르다노 브루노 (1973) 줄리아노 몬탈도 1144 01:31:25,776 --> 01:31:29,133 써야 할 곡들이 머릿속에 한가득일 때 1145 01:31:29,237 --> 01:31:31,738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요 1146 01:31:31,989 --> 01:31:35,700 그러니 말수가 적고 내성적으로 보이겠죠 1147 01:31:35,993 --> 01:31:38,995 굉장히 소극적인 사람인데 1148 01:31:39,290 --> 01:31:42,207 결의만큼은 어마어마해요 1149 01:31:42,375 --> 01:31:44,941 엔니오와 음악을 논하는 건 1150 01:31:45,046 --> 01:31:48,213 엔니오의 심연과 대화하는 일이에요 1151 01:31:54,720 --> 01:31:56,953 자기 음악에 자부심이 있어요 1152 01:31:57,058 --> 01:31:59,706 영상의 들러리가 아닌 거죠 1153 01:31:59,810 --> 01:32:02,644 자기를 카멜레온에 비유하더군요 1154 01:32:02,895 --> 01:32:05,730 감독에 따라 색깔을 바꾸지만 1155 01:32:05,898 --> 01:32:08,733 본연의 자신은 그대로라고요 1156 01:32:09,026 --> 01:32:12,072 매번 감독을 이해하려 애썼고 1157 01:32:12,198 --> 01:32:15,782 감독의 영혼을 탐구하려 했어요 1158 01:32:16,077 --> 01:32:20,162 그런 점에서는 훌륭한 심리학자기도 해요 1159 01:32:20,538 --> 01:32:23,915 복잡하고 혼란한 인간의 내면을 1160 01:32:24,085 --> 01:32:27,587 그 정도로 다뤄 내면 심리학자가 맞죠 1161 01:32:30,716 --> 01:32:33,218 어느 감독과 함께 일하든 1162 01:32:33,719 --> 01:32:36,721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알았어요 1163 01:32:36,972 --> 01:32:38,763 자기만의 사전이 있었죠 1164 01:32:39,100 --> 01:32:43,665 한 명의 감독이 만든 한 편의 영화를 놓고 1165 01:32:43,769 --> 01:32:46,438 열 명의 작곡가가 곡을 쓰면 1166 01:32:46,857 --> 01:32:49,316 열 가지 음악이 나올 거예요 1167 01:32:49,775 --> 01:32:52,569 그만큼 영화음악을 하는 건 1168 01:32:52,778 --> 01:32:55,240 아주 까다로운 작업이에요 1169 01:32:55,616 --> 01:32:57,742 그렇게 많은 답이 있다면 1170 01:32:58,369 --> 01:33:00,745 결국 작곡가의 역할이란 1171 01:33:00,871 --> 01:33:03,330 그중 최선을 택하는 것이니 1172 01:33:03,956 --> 01:33:07,792 숙명적인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죠 1173 01:33:14,510 --> 01:33:18,303 '알롱상팡'은 결말부에 춤 장면이 있었어요 1174 01:33:18,471 --> 01:33:20,765 촬영용 곡을 요청했더니 1175 01:33:20,891 --> 01:33:23,725 직접 와서 반주를 해 주더군요 1176 01:33:28,899 --> 01:33:30,650 리듬이 너무 좋았어요 1177 01:33:34,820 --> 01:33:37,864 이 장면은 완성이구나 싶었죠 1178 01:33:38,991 --> 01:33:41,243 그렇게 촬영이 끝났어요 1179 01:33:41,412 --> 01:33:44,829 그런데 편집 때 보니 뭔가 허전해서 1180 01:33:45,040 --> 01:33:47,314 온갖 음악가의 음악을 조합해 1181 01:33:47,418 --> 01:33:50,001 기존 리듬에 추가해 봤어요 1182 01:33:50,336 --> 01:33:52,984 그때 편집실에 온 엔니오가 1183 01:33:53,088 --> 01:33:56,633 다 좋은데 자기는 왜 부른 거냐면서 1184 01:33:56,927 --> 01:33:57,884 가버리는 거예요 1185 01:33:58,135 --> 01:34:00,637 기존 음악을 흉내만 내면 1186 01:34:00,931 --> 01:34:04,391 내 생각을 음악에 실을 수가 없어요 1187 01:34:04,517 --> 01:34:05,767 그래서 싫었죠 1188 01:34:05,936 --> 01:34:08,395 황급히 쫓아가 붙잡았어요 1189 01:34:08,896 --> 01:34:12,339 해달라, 못 한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1190 01:34:12,443 --> 01:34:15,695 결국 승낙하고 새로 곡을 썼어요 1191 01:34:16,362 --> 01:34:19,781 {\an8}알롱상팡 (1974) 파올로 타비아니, 비토리오 타비아니 1192 01:34:25,831 --> 01:34:29,105 춤 장면에 쓸 곡을 녹음하러 모였는데 1193 01:34:29,210 --> 01:34:31,711 엔니오가 음악을 바꿨대서 1194 01:34:31,837 --> 01:34:37,382 그걸 원한 게 아니라고 리듬은 지금이 좋다니까 1195 01:34:38,719 --> 01:34:39,719 일단 보라더군요 1196 01:34:44,432 --> 01:34:47,309 얼싸안았죠 훨씬 좋았거든요 1197 01:34:54,109 --> 01:34:55,442 감독의 역량은 1198 01:34:55,611 --> 01:34:58,635 각본, 세트 디자인, 의상 1199 01:34:58,739 --> 01:35:01,948 연기, 조명, 장면을 다 아우르지만 1200 01:35:02,283 --> 01:35:03,450 음악은 논외예요 1201 01:35:15,381 --> 01:35:20,592 엔니오는 일할 때 직접 멜로디를 흥얼거렸어요 1202 01:35:31,522 --> 01:35:35,231 목소리가 좋지는 않죠 영 별로예요 1203 01:35:35,441 --> 01:35:38,860 사실 그렇게만 들으면 이해가 안 갔어요 1204 01:35:39,111 --> 01:35:43,114 오케스트라 버전을 감독들은 상상 못 해요 1205 01:35:43,284 --> 01:35:48,453 엔니오의 음악이니까 감히 의심은 안 했어요 1206 01:35:48,621 --> 01:35:52,749 현악기와 관악기로 바뀔 거라는 건 알았죠 1207 01:35:52,958 --> 01:35:58,880 설명만 해서는 감독들이 최종본을 못 그려 내요 1208 01:35:59,006 --> 01:36:01,966 음악이 원래 설명으로는 안 되죠 1209 01:36:18,944 --> 01:36:22,719 어떤 음악을 써야겠구나 바로 느낌이 오는 1210 01:36:22,823 --> 01:36:25,325 영화들이 가끔 있었어요 1211 01:36:29,370 --> 01:36:32,664 {\an8}1900 (1976)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212 01:36:41,342 --> 01:36:43,239 네 것이 곧 우리 것이지 1213 01:36:43,344 --> 01:36:47,472 '1900년'의 1차 편집본을 같이 확인하던 중에 1214 01:36:48,055 --> 01:36:50,515 그 자리에서 곡을 쓰더군요 1215 01:36:50,726 --> 01:36:55,269 상영실이 어두웠지만 종이가 있길래 썼어요 1216 01:37:00,986 --> 01:37:02,068 이런 곡을요 1217 01:37:41,402 --> 01:37:46,571 엔니오가 만든 음악은 또 한 편의 영화 같았어요 1218 01:37:58,419 --> 01:38:02,378 음악이라는 세계에서 움직이는 사람이죠 1219 01:38:02,588 --> 01:38:05,256 못 들어 주는 요구가 없어요 1220 01:38:06,091 --> 01:38:08,575 예를 들면 녹음 중이라도 1221 01:38:08,679 --> 01:38:13,264 이 곡을 베르디 풍으로 바꿔 줄 수 있냐고 하면 1222 01:38:13,599 --> 01:38:16,768 그 즉시 엔니오의 재능이 폭발해요 1223 01:38:19,104 --> 01:38:21,670 베르디 같은 곡이 바로 나오는데 1224 01:38:21,774 --> 01:38:24,631 원래 있던 오페라인가 싶지만 1225 01:38:24,735 --> 01:38:25,652 놀랍게도 아니죠 1226 01:38:27,448 --> 01:38:28,279 그게 엔니오예요 1227 01:38:39,585 --> 01:38:42,627 '1900년'은 혹평받았어요 1228 01:38:43,213 --> 01:38:46,466 음악 탓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1229 01:38:46,717 --> 01:38:48,800 그걸 안 추를리니 감독이 1230 01:38:48,969 --> 01:38:50,970 반박 기사를 써 준대서 1231 01:38:51,096 --> 01:38:52,972 얼마나 고마웠나 몰라요 1232 01:39:00,813 --> 01:39:03,733 {\an8}타타르인의 사막 (1976) 발레리오 추를리니 1233 01:39:11,156 --> 01:39:14,701 '타타르'는 상실한 젊음을 꿈꾸는 영화예요 1234 01:39:14,870 --> 01:39:18,144 같이 일할 때도 추를리니 감독은 1235 01:39:18,248 --> 01:39:20,957 이렇게 피아노로만 들려줘도... 1236 01:39:29,259 --> 01:39:32,011 좋다고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1237 01:39:34,014 --> 01:39:37,120 최종본이 어떨지 전혀 모르는 상태고 1238 01:39:37,224 --> 01:39:40,226 오케스트라 버전도 상상 못 하면서 1239 01:39:40,477 --> 01:39:43,187 감독으로서 날 믿어 준 거죠 1240 01:40:06,171 --> 01:40:07,171 잘 가게, 드로고 1241 01:40:07,297 --> 01:40:09,714 '타타스'에서는 전쟁 나팔로 1242 01:40:10,007 --> 01:40:13,217 오지 않는 적군이 오고 있는 듯한 1243 01:40:13,761 --> 01:40:15,011 느낌을 줬어요 1244 01:40:26,942 --> 01:40:29,483 내가 마지막으로 트럼펫을 연주한 건 1245 01:40:29,695 --> 01:40:32,737 캄피돌리오에서 있었던 질로 감독의 결혼식이었어요 1246 01:40:33,030 --> 01:40:35,782 결혼행진곡을 연주해 달라길래 1247 01:40:36,076 --> 01:40:39,601 한동안 손에서 놨던 트럼펫을 다시 잡고 1248 01:40:39,705 --> 01:40:40,745 이 곡을 불었죠 1249 01:40:44,416 --> 01:40:46,751 아주 행복해하더군요 1250 01:41:05,562 --> 01:41:08,733 테런스 맬릭과는 뭔가 특별했어요 1251 01:41:08,859 --> 01:41:10,775 영화를 보고 귀국하니 1252 01:41:10,986 --> 01:41:14,946 그사이 떠오른 주제가 열여덟 개나 됐죠 1253 01:41:22,830 --> 01:41:24,936 엔니오는 편곡하면서 1254 01:41:25,040 --> 01:41:27,148 나와 원격으로 체스를 뒀다 1255 01:41:27,252 --> 01:41:30,358 지휘하면서 다음 수를 외치면 1256 01:41:30,462 --> 01:41:33,154 조정실의 내가 말을 움직였는데 1257 01:41:33,258 --> 01:41:35,113 놀랍게도 엔니오는 1258 01:41:35,217 --> 01:41:38,302 머릿속 체스판만으로도 날 이겼다 1259 01:41:43,894 --> 01:41:45,852 테런스 감독의 부탁으로 1260 01:41:46,271 --> 01:41:49,355 나한테도 큰 의미가 있는 곡을 썼어요 1261 01:41:49,900 --> 01:41:51,983 '불'이라는 교향곡이죠 1262 01:42:07,499 --> 01:42:08,730 활활 타라! 1263 01:42:08,834 --> 01:42:13,504 가장 많은 편지를 교환한 감독도 테런스였어요 1264 01:42:24,309 --> 01:42:27,791 엔니오가 없었다면 21세기 영화음악은 1265 01:42:27,895 --> 01:42:31,462 지금과는 아주 다른 양상이었을 거예요 1266 01:42:31,566 --> 01:42:35,048 그전까지의 영화음악은 B급 영화에 1267 01:42:35,152 --> 01:42:37,008 관현악을 붙인 정도였죠 1268 01:42:37,112 --> 01:42:40,636 그런 음악들을 모아 한계를 무너뜨린 건 1269 01:42:40,741 --> 01:42:42,598 엔니오의 힘이었어요 1270 01:42:42,703 --> 01:42:45,536 영화음악가는 교향곡, 유행가 등 1271 01:42:46,246 --> 01:42:47,872 모든 장르에 능해야 해요 1272 01:42:54,171 --> 01:42:57,381 이봐, 자기 해야 할 일은 다 했어? 1273 01:42:57,674 --> 01:42:59,218 세르지오 레오네가 1274 01:42:59,384 --> 01:43:02,303 내 데뷔작의 제작을 맡았을 때 1275 01:43:02,472 --> 01:43:04,871 엔니오에게 요청한 음악은 1276 01:43:04,975 --> 01:43:07,934 채플린 영화처럼 귀여운 분위기였어요 1277 01:43:09,686 --> 01:43:10,959 그랬더니 엔니오는 1278 01:43:11,063 --> 01:43:13,397 무슨 소린지 감 잡을 수 있게 1279 01:43:13,565 --> 01:43:15,566 대본이나 달라더군요 1280 01:43:15,861 --> 01:43:17,884 '스승님, 뭘 드릴까요?' 여쭈니 1281 01:43:17,988 --> 01:43:19,653 '사랑, 사랑이지' 하시더군 1282 01:43:19,990 --> 01:43:21,447 그러고는 이틀 뒤에 1283 01:43:21,907 --> 01:43:24,075 대여섯 음을 연주해 보였죠 1284 01:43:25,577 --> 01:43:28,873 {\an8}펀 이즈 뷰티풀 (1980) 카를로 베르도네 1285 01:43:31,001 --> 01:43:32,458 세르지오는 흡족해했어요 1286 01:43:32,753 --> 01:43:34,754 '내 말대로 하니 됐잖아' 1287 01:43:34,880 --> 01:43:37,922 '아냐, 이 곡은 채플린과는 달라' 1288 01:43:38,090 --> 01:43:39,590 '뭘, 비슷한데' 1289 01:43:42,719 --> 01:43:44,889 세르지오가 다음 작품에서 1290 01:43:45,766 --> 01:43:48,289 팬플루트를 영화 전체에 1291 01:43:48,393 --> 01:43:51,978 깔아야겠다고 했던 때가 기억나네요 1292 01:44:00,280 --> 01:44:03,614 엔니오는 필요할 때만 쓰겠다고 했죠 1293 01:44:04,116 --> 01:44:06,285 '남발하면 안 돼 세르지오' 1294 01:44:06,451 --> 01:44:07,787 '팬플루트인데?' 1295 01:44:07,953 --> 01:44:10,246 '잘 쓸 테니 나한테 맡겨' 1296 01:44:11,416 --> 01:44:13,082 벅시 온다 뛰어! 1297 01:44:18,005 --> 01:44:21,257 {\an8}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4) 세르지오 레오네 1298 01:44:22,928 --> 01:44:25,805 두 사람은 평생 파트너였어요 1299 01:44:25,931 --> 01:44:30,016 세르지오는 대본 구상을 엔니오와 공유했죠 1300 01:44:41,321 --> 01:44:44,886 음악을 의뢰할 때 세르지오는 가장 먼저 1301 01:44:44,990 --> 01:44:46,657 영화를 설명해줬어요 1302 01:44:55,042 --> 01:44:59,753 누들스 나 미끄러졌어 1303 01:45:07,804 --> 01:45:10,724 설명을 어찌나 자세하게 하는지 1304 01:45:10,851 --> 01:45:13,477 프레임 단위로 보일 정도였죠 1305 01:45:17,858 --> 01:45:20,524 아버지는 엔니오를 믿었고 1306 01:45:20,735 --> 01:45:24,778 엔니오의 음악에 영화를 맡기려 했어요 1307 01:45:38,543 --> 01:45:41,3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같은 경우는 1308 01:45:41,421 --> 01:45:44,530 독창적인 발상과 독창적인 악기가 1309 01:45:44,634 --> 01:45:46,760 모든 곡에 가득해요 1310 01:45:53,894 --> 01:45:59,605 아버지 영화에서 음악은 사운드트랙 이상이에요 1311 01:45:59,731 --> 01:46:01,983 작품과의 대화 그 자체죠 1312 01:46:09,784 --> 01:46:13,995 세르지오는 크랭크인 전에 곡부터 써 달라는 요청을 1313 01:46:14,289 --> 01:46:15,915 종종 하고는 했어요 1314 01:46:16,248 --> 01:46:20,501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영화 완성 수년 전부터 1315 01:46:20,710 --> 01:46:24,380 엔니오가 영화에 쓸 곡을 들려줬었어요 1316 01:46:24,756 --> 01:46:29,053 그 작품 때는 세르지오가 확신이 없어서 1317 01:46:29,386 --> 01:46:32,513 여러 곡 중에서 고르고 싶어 했죠 1318 01:47:00,460 --> 01:47:03,359 묵음과 늘임표로 주제를 썼어요 1319 01:47:03,463 --> 01:47:05,464 내가 좋아하는 요소죠 1320 01:47:09,719 --> 01:47:13,054 실은 다른 영화를 위해 쓴 곡이었어요 1321 01:47:13,223 --> 01:47:16,475 제피렐리 감독의 '끝없는 사랑' 때 1322 01:47:16,726 --> 01:47:18,477 감독이 한 장면에는 1323 01:47:18,643 --> 01:47:21,645 다른 작곡가의 곡을 쓰겠다잖아요 1324 01:47:21,938 --> 01:47:26,339 내 곡만 쓸 수 없다면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1325 01:47:26,443 --> 01:47:28,487 아버지는 엔니오가 쓴 1326 01:47:28,653 --> 01:47:32,448 미선정 곡들에도 자주 관심을 가졌어요 1327 01:47:32,657 --> 01:47:35,181 제피렐리를 위해 쓴 그 곡이 결국 1328 01:47:35,285 --> 01:47:37,078 데보라의 테마가 됐죠 1329 01:47:37,247 --> 01:47:38,829 정말 좋아하더군요 1330 01:47:38,999 --> 01:47:41,290 솔직히 나도 마음에 들어요 1331 01:47:42,834 --> 01:47:45,211 {\an8}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4) 세르지오 레오네 1332 01:47:58,393 --> 01:48:02,000 한참을 끄는 저음으로 곡이 시작돼요 1333 01:48:02,104 --> 01:48:05,774 그리고 아주 천천히 다른 음이 이어지죠 1334 01:48:16,368 --> 01:48:20,643 한 음을 길게 끌어서 이야기를 전하는 건데 1335 01:48:20,747 --> 01:48:23,957 상당히 과감해야 가능한 일이에요 1336 01:48:33,885 --> 01:48:37,056 음악을 빼고는 전혀 상상이 안 돼요 1337 01:48:37,307 --> 01:48:41,016 그 음악이 없었다면 영화가 어땠을까요? 1338 01:48:45,230 --> 01:48:50,401 감독은 엔니오의 음악을 촬영 내내 틀어 놨어요 1339 01:48:50,695 --> 01:48:54,905 스피커를 여럿 가져다 엔니오의 음악을 틀었죠 1340 01:48:55,075 --> 01:48:57,408 음악을 깔고 연기를 한 거예요 1341 01:48:57,577 --> 01:49:01,412 엔니오의 음악을 깔다니 끝내주는 환경이죠 1342 01:49:01,956 --> 01:49:02,913 카메라! 1343 01:49:03,083 --> 01:49:06,292 위치에서 준비 144에 18, 테이크 1 1344 01:49:14,094 --> 01:49:14,508 액션 1345 01:49:16,096 --> 01:49:18,512 현장의 모두가 영향을 받았어요 1346 01:49:18,848 --> 01:49:20,931 배우는 물론 스태프도요 1347 01:49:22,434 --> 01:49:23,934 왜 그러고 섰어? 1348 01:49:24,811 --> 01:49:26,605 모르겠어요 베일리 씨 1349 01:49:26,856 --> 01:49:29,565 아직 촬영 단계일 뿐인데도 1350 01:49:29,774 --> 01:49:32,548 완성될 영화가 온몸으로 느껴졌죠 1351 01:49:32,652 --> 01:49:34,195 궁금했어요 1352 01:49:36,072 --> 01:49:40,951 드니로 같은 대배우들도 현장 녹음 때는 예민해서 1353 01:49:41,328 --> 01:49:45,249 배경 음악을 깔고 장면을 연기하려면 1354 01:49:45,457 --> 01:49:48,356 조심해야 할 것이 많은데도 1355 01:49:48,460 --> 01:49:50,254 음악이 도움이 됐대요 1356 01:50:05,395 --> 01:50:09,355 엘리트 음악계에서 엔니오의 이름은 1357 01:50:09,649 --> 01:50:13,859 익숙하기는 해도 주목받지는 못했어요 1358 01:50:14,154 --> 01:50:16,155 우리 쪽 세계가 그랬죠 1359 01:50:16,613 --> 01:50:20,366 이전 세대에 활동한 음악 학계의 거물들은 1360 01:50:20,535 --> 01:50:24,163 엔니오의 재능을 좀처럼 못 알아봤어요 1361 01:50:24,414 --> 01:50:28,999 '원스 어폰 어 타임'이 확실한 전환점이 됐죠 1362 01:50:29,334 --> 01:50:34,630 음악을 깊이 이해해야만 쓸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1363 01:50:45,059 --> 01:50:48,519 한층 더 심오해진 마력이 있더군요 1364 01:50:48,688 --> 01:50:52,856 피상적으로만 호소하는 음악이 아니라 1365 01:50:53,318 --> 01:50:55,401 내면에 말을 걸었어요 1366 01:50:55,860 --> 01:50:59,530 그걸 깨닫고 나서야 엔니오를 이해했어요 1367 01:51:00,074 --> 01:51:01,031 전에는 못 했죠 1368 01:51:01,826 --> 01:51:04,868 보리스 포레나가 쓴 사과 편지에는 1369 01:51:05,330 --> 01:51:08,914 개인적 사과보다는 시대에 대한 반성과 1370 01:51:09,291 --> 01:51:10,874 자괴감이 담겨 있어요 1371 01:51:11,711 --> 01:51:13,919 기존 관념에 굴복해서 1372 01:51:14,214 --> 01:51:17,923 깨닫지 못하고 눈과 귀를 틀어막은 채 1373 01:51:18,174 --> 01:51:21,760 다른 세계에 속해 우월감을 느꼈다는 거죠 1374 01:51:22,053 --> 01:51:26,557 음악 학계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1375 01:51:28,435 --> 01:51:31,437 엔니오의 천재성을 인정했어요 1376 01:51:31,981 --> 01:51:34,733 그 편지를 읽어주자 엔니오는 1377 01:51:35,066 --> 01:51:38,237 일어나 눈물을 흘렸어요 1378 01:51:38,363 --> 01:51:39,903 해방감의 눈물이었죠 1379 01:51:40,071 --> 01:51:43,095 그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데 1380 01:51:43,199 --> 01:51:44,825 탄식이 나오더군요 1381 01:51:45,995 --> 01:51:47,703 뭔가 달랐어요 1382 01:51:48,248 --> 01:51:53,709 영화음악에 대한 통념을 뛰어넘은 걸작이었죠 1383 01:52:10,477 --> 01:52:13,168 영상 시사 때 엔니오 쪽을 보니 1384 01:52:13,273 --> 01:52:16,337 등받이 위 머리가 보일락 말락 하게 1385 01:52:16,441 --> 01:52:18,609 몸을 낮춰 앉았더라고요 1386 01:52:27,869 --> 01:52:31,246 {\an8}미션 (1986) 롤랑 조페 1387 01:52:33,918 --> 01:52:36,627 옆얼굴을 봤는데 울고 있었죠 1388 01:52:45,054 --> 01:52:49,705 학살당하는 원주민과 선교사들이 애통했어요 1389 01:52:49,809 --> 01:52:52,476 음악 없이도 아름다운 영화라 1390 01:52:53,062 --> 01:52:54,269 망칠 것 같았고요 1391 01:52:54,479 --> 01:52:57,481 음악이 필요 없는 영화라길래 1392 01:52:57,692 --> 01:52:59,024 그렇지 않다니까 1393 01:52:59,275 --> 01:53:01,485 엔니오가 못하겠다며 1394 01:53:02,487 --> 01:53:03,612 그냥 나갔어요 1395 01:53:07,201 --> 01:53:10,100 '미션'의 음악을 의뢰받았을 당시 1396 01:53:10,204 --> 01:53:13,038 영화음악 은퇴를 결심했던 터라 1397 01:53:13,458 --> 01:53:17,668 엔니오에게 '미션'은 존재론적인 과제였어요 1398 01:53:25,259 --> 01:53:27,743 그러던 중 전화를 받았어요 1399 01:53:27,847 --> 01:53:31,600 '롤랑이에요?' '네, 그런데요' 1400 01:53:31,851 --> 01:53:33,352 '나, 엔니오예요' 1401 01:53:34,811 --> 01:53:36,019 '생각해 봤는데...' 1402 01:53:36,813 --> 01:53:39,440 '이런 악상이 떠올라서요' 1403 01:53:56,000 --> 01:53:58,083 머리칼이 쭈뼛 서더군요 1404 01:53:58,209 --> 01:54:02,421 음악을 들으니 영화가 펼쳐졌죠 1405 01:54:06,886 --> 01:54:10,554 '미션' 작업 때는 나도 내가 신기했어요 1406 01:54:10,722 --> 01:54:12,055 통제가 안 됐죠 1407 01:54:12,266 --> 01:54:14,600 무아지경에서 곡을 썼어요 1408 01:54:15,019 --> 01:54:17,020 아무리 엔니오라도 교향곡은 1409 01:54:17,146 --> 01:54:19,898 1년도 걸릴 수 있는 작업인데 1410 01:54:20,024 --> 01:54:23,567 '미션'의 음악은 두 달 만에 썼어요 1411 01:54:23,778 --> 01:54:27,553 엔니오의 비밀의 방이 또 한 번 열린 거죠 1412 01:54:27,657 --> 01:54:32,411 우리는 또 한 번의 경이를 목격하게 됐고요 1413 01:54:33,162 --> 01:54:35,328 오보에 테마부터 썼는데 1414 01:54:35,580 --> 01:54:38,624 영화의 배경이 1750년이라 1415 01:54:38,875 --> 01:54:41,524 당시의 기교에 영향을 받았어요 1416 01:54:41,628 --> 01:54:44,548 겹잔결꾸밈음 겹돈꾸밈음 1417 01:54:44,674 --> 01:54:47,758 장식음, 전타음 같은 요소를 넣어 1418 01:54:47,927 --> 01:54:49,760 선율을 풍부하게 했죠 1419 01:54:51,556 --> 01:54:52,596 잔결꾸밈음 1420 01:55:03,943 --> 01:55:05,025 장식음 1421 01:55:06,696 --> 01:55:07,653 잔결꾸밈음 1422 01:55:23,920 --> 01:55:29,132 영화에 모테트도 한 곡 넣어야 할 것 같았어요 1423 01:55:29,469 --> 01:55:32,928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담아서요 1424 01:56:08,508 --> 01:56:09,673 거기에... 1425 01:56:10,174 --> 01:56:14,513 원주민들을 위해서는 원시 음악 요소를 넣어 1426 01:56:14,721 --> 01:56:17,598 모테트의 형식 안에서 1427 01:56:17,892 --> 01:56:21,184 리듬이 강조된 주제를 추가로 썼죠 1428 01:56:43,750 --> 01:56:44,855 운동선수 같아요 1429 01:56:44,959 --> 01:56:47,399 헤드폰을 벗어 쾅 내려놓고는 1430 01:56:47,503 --> 01:56:51,446 연필을 쥐고 거침없이 썼다 지웠다 하는데 1431 01:56:51,551 --> 01:56:55,428 녹음실이 떨릴 정도의 에너지가 느껴져요 1432 01:56:55,720 --> 01:56:56,970 어떤 기분일까요? 1433 01:57:02,311 --> 01:57:04,062 가장 멋진 순간은 1434 01:57:04,313 --> 01:57:08,316 오보에의 선율이 모테트와 결합하고 1435 01:57:09,318 --> 01:57:12,571 그 모테트가 다시 원주민의 테마를 1436 01:57:12,947 --> 01:57:15,739 원주민의 테마가 다시 오보에를 만나 1437 01:57:16,032 --> 01:57:18,533 셋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예요 1438 01:57:18,953 --> 01:57:20,744 저절로 그렇게 됐어요 1439 01:57:21,037 --> 01:57:22,746 마치 무언가가... 1440 01:57:23,958 --> 01:57:27,500 그게 음악적 논리라고 말하는 듯했죠 1441 01:59:45,181 --> 01:59:49,750 엔니오는 음악을 통해 작품 전체를 재정의했고 1442 01:59:49,854 --> 01:59:53,253 영화의 육신이 아닌 영혼을 봤어요 1443 01:59:53,357 --> 01:59:55,462 분리할 수 없는 영혼을요 1444 01:59:55,566 --> 01:59:58,693 '미션'의 엔니오 모리꼬네 1445 01:59:59,739 --> 02:00:04,389 오스카상을 탈 거라고 더없이 확신했었어요 1446 02:00:04,493 --> 02:00:06,284 수상자는... 1447 02:00:07,246 --> 02:00:09,873 '라운드 미드나잇'의 허비 행콕! 1448 02:00:10,206 --> 02:00:13,774 아카데미를 대신해서 그 끔찍한 실수를 1449 02:00:13,878 --> 02:00:15,901 사과하고 싶었죠 1450 02:00:16,005 --> 02:00:17,420 허비 행콕이 1451 02:00:17,757 --> 02:00:20,738 훌륭한 재즈 음악가라는 데는 1452 02:00:20,842 --> 02:00:21,967 이견이 없어요 1453 02:00:25,264 --> 02:00:28,723 {\an8}라운드 미드나잇 (1986)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1454 02:00:29,018 --> 02:00:31,935 다만 연주만 다시 한 기존 곡들이 1455 02:00:32,271 --> 02:00:34,980 수록곡의 절반 정도였으니 1456 02:00:35,274 --> 02:00:38,276 창작곡으로 분류하면 안 됐죠 1457 02:00:38,778 --> 02:00:41,987 현장에서도 수상자를 발표하자 1458 02:00:42,281 --> 02:00:43,907 관객들이 반발했어요 1459 02:00:44,909 --> 02:00:47,117 난 급히 빠져나왔고요 1460 02:00:54,293 --> 02:00:57,710 엔니오의 음악은 자타공인 최고였지만 1461 02:00:57,962 --> 02:01:01,464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는 못했어요 1462 02:01:01,801 --> 02:01:03,508 이해받지 못한 거죠 1463 02:01:03,803 --> 02:01:06,386 영화음악을 주로 하시더니 1464 02:01:06,555 --> 02:01:08,703 이제 실내악도 하시네요 1465 02:01:08,808 --> 02:01:12,310 실내악 작곡을 꾸준히 늘려 왔어요 1466 02:01:12,643 --> 02:01:15,020 다시 주력해 보려고요 1467 02:01:15,314 --> 02:01:17,981 영화음악만 하다 죽을 순 없죠 1468 02:01:18,482 --> 02:01:20,443 엔니오는 지난 몇 년간 1469 02:01:20,569 --> 02:01:24,322 양식 있는 음악도 꾸준히 작곡했습니다 1470 02:01:24,573 --> 02:01:27,722 예술적, 미학적으로 아주 뛰어난 1471 02:01:27,827 --> 02:01:30,410 수준 높은 작품들을 썼어요 1472 02:01:31,330 --> 02:01:35,248 엔니오의 연주회에 페트라시가 왔을 때 1473 02:01:35,499 --> 02:01:39,044 존경 어린 눈빛의 엔니오를 보니 1474 02:01:39,338 --> 02:01:44,174 스승과 제자의 탯줄을 끊지 않았구나 싶었죠 1475 02:01:49,013 --> 02:01:51,514 {\an8}시네마 천국 (1988) 쥬세페 토르나토레 1476 02:01:54,518 --> 02:01:59,272 제작자 크리스탈디가 '시네마 천국'을 의뢰하자 1477 02:01:59,565 --> 02:02:01,256 엔니오는 거절했어요 1478 02:02:01,360 --> 02:02:05,864 곧 다시 전화가 왔죠 대본부터 봐 달라더군요 1479 02:02:06,740 --> 02:02:08,198 보고 얘기하자고요 1480 02:02:08,699 --> 02:02:10,325 전화가 울려 받았더니 1481 02:02:10,619 --> 02:02:12,953 엔니오가 만나자고 했어요 1482 02:02:14,748 --> 02:02:15,874 들어가세요 1483 02:02:18,627 --> 02:02:20,710 신이 나서 자리에 나갔죠 1484 02:02:26,217 --> 02:02:31,221 시칠리아 민속 음악을 쓰고 싶으냐고 묻길래 1485 02:02:31,555 --> 02:02:33,556 생각 안 해 봤다고 했더니 1486 02:02:33,849 --> 02:02:35,308 나를 쳐다보면서 1487 02:02:35,851 --> 02:02:37,727 영화를 맡겠다고 했어요 1488 02:02:44,403 --> 02:02:45,904 '시네마 천국' 작업은 1489 02:02:46,655 --> 02:02:48,571 굉장히 즐거웠어요 1490 02:03:02,796 --> 02:03:04,484 제 인생에 손에 꼽을 경험이었죠 1491 02:03:04,588 --> 02:03:08,591 엔니오는 신인인 나를 동등하게 대해줬어요 1492 02:03:08,928 --> 02:03:12,931 이미 350편의 작품을 했을 때였는데도요 1493 02:03:15,184 --> 02:03:17,392 엔니오가 영화를 멀리할수록 1494 02:03:19,438 --> 02:03:21,064 의뢰가 쏟아졌죠 1495 02:03:24,275 --> 02:03:25,650 '언터처블' 때는 1496 02:03:25,945 --> 02:03:28,611 전 곡을 뉴욕에서 썼는데 1497 02:03:28,737 --> 02:03:30,613 감독이 워낙 열성이라 1498 02:03:30,824 --> 02:03:32,847 마지막 회의에서까지 1499 02:03:32,952 --> 02:03:36,119 경찰 승전곡을 새로 요청했어요 1500 02:03:36,455 --> 02:03:39,122 로마에서 써 보내겠다고 했죠 1501 02:03:42,461 --> 02:03:45,420 아홉 개의 데모와 메모를 보냈어요 1502 02:03:45,629 --> 02:03:47,465 '6번은 고르지 말아요 1503 02:03:47,967 --> 02:03:50,050 '가장 마음에 안 들어요' 1504 02:03:50,970 --> 02:03:52,927 감독은 그걸 고르더군요 1505 02:03:55,681 --> 02:03:58,933 {\an8}언터쳐블 (1987) 브라이언 드 팔마 1506 02:04:13,492 --> 02:04:15,618 엔니오가 대단한 이유는 1507 02:04:15,826 --> 02:04:18,703 장면에 맞는 음악을 쓸 뿐 아니라 1508 02:04:19,205 --> 02:04:22,415 장면에 대한 접근법을 알아서예요 1509 02:04:25,169 --> 02:04:27,045 - 회계사가... - 뭐? 1510 02:04:28,672 --> 02:04:29,672 회계사... 1511 02:04:30,174 --> 02:04:32,489 - 회계사라고 했어? - 맞아 1512 02:04:32,593 --> 02:04:33,593 뭔데? 1513 02:04:35,264 --> 02:04:37,577 - 놈이 이 기차를 타? - 그래 1514 02:04:37,681 --> 02:04:39,017 이 기차를? 1515 02:04:41,020 --> 02:04:44,522 자, 이제 뭘 할 각오지? 1516 02:04:46,190 --> 02:04:49,924 폭력적인 장면에서는 영상과 맞추기보다 1517 02:04:50,029 --> 02:04:51,694 완전히 거리를 둬요 1518 02:04:51,905 --> 02:04:56,199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게 엔니오의 재능이죠 1519 02:05:07,296 --> 02:05:11,881 기차역 장면에는 왈츠를 넣고 싶었어요 1520 02:05:13,759 --> 02:05:15,260 고맙습니다 1521 02:05:20,391 --> 02:05:22,332 정말 친절하시네요 1522 02:05:22,436 --> 02:05:25,728 카리용으로 연주한 왈츠를 넣으면 1523 02:05:25,896 --> 02:05:28,338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에 1524 02:05:28,442 --> 02:05:32,070 가벼운 변화의 여지가 생기거든요 1525 02:05:36,740 --> 02:05:38,701 드 팔마는 반대했지만 1526 02:05:39,118 --> 02:05:41,911 다른 감독들처럼 결국 받아들였죠 1527 02:05:46,917 --> 02:05:50,670 몇 달 뒤 신문에서 감독 인터뷰를 봤는데 1528 02:05:50,839 --> 02:05:53,716 내 결정이 옳았는데 믿지 못하고 1529 02:05:55,094 --> 02:05:56,176 흠잡았다더군요 1530 02:05:59,098 --> 02:06:02,515 아주 뿌듯했고 그 솔직함이 고마웠어요 1531 02:06:04,518 --> 02:06:06,894 빨리 와! 어서 빠져나가자 1532 02:06:07,771 --> 02:06:09,504 - 무슨 짓이야? - 닥쳐! 1533 02:06:09,608 --> 02:06:11,566 - 이리 와! - 닥치라고! 1534 02:06:14,320 --> 02:06:17,322 드 팔마 감독 영화로 후보 지명은 1535 02:06:17,491 --> 02:06:19,617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1536 02:06:19,783 --> 02:06:23,828 - 기대되시나요? - 더는 기대 안 합니다 1537 02:06:24,123 --> 02:06:28,251 세 번쯤 되니 익숙해요 이번에도 못 타겠죠 1538 02:06:32,296 --> 02:06:35,570 류이치 사카모토와 데이비드 번과 1539 02:06:35,674 --> 02:06:37,739 소 총의 '마지막 황제' 1540 02:06:37,843 --> 02:06:39,594 왜 체스를 두냐고요? 1541 02:06:39,763 --> 02:06:42,640 인생의 고난을 가르쳐 주거든요 1542 02:06:42,973 --> 02:06:44,974 도전 정신과 1543 02:06:45,269 --> 02:06:46,976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1544 02:06:47,146 --> 02:06:50,648 상대의 온갖 수에 대항하면서 1545 02:06:50,899 --> 02:06:53,651 각자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1546 02:06:53,902 --> 02:06:55,485 무혈의 전장이죠 1547 02:06:59,240 --> 02:07:01,284 {\an8}유-턴 (1997) 올리버 스톤 1548 02:07:01,742 --> 02:07:04,934 곡을 받았을 때 좋기는 했는데 1549 02:07:05,038 --> 02:07:09,542 내 감성을 오해했다고 생각되는 면이 있었어요 1550 02:07:12,503 --> 02:07:15,445 세르지오 레오네 스타일로 1551 02:07:15,549 --> 02:07:17,882 회귀하기를 원했거든요 1552 02:07:20,344 --> 02:07:23,846 더 과장된 소리를 원했죠 예를 들면... 1553 02:07:31,690 --> 02:07:33,691 똑같은 걸 하라더군요 1554 02:07:33,857 --> 02:07:37,592 '톰과 제리'까지 보여 줬는데 이런... 1555 02:07:37,696 --> 02:07:41,971 부딪치고 넘어지고 하는 우스운 장면이었어요 1556 02:07:42,075 --> 02:07:44,556 충격을 받더라고요 1557 02:07:44,660 --> 02:07:47,161 '나보고 만화영화 음악을 쓰라고요?' 1558 02:07:48,289 --> 02:07:51,291 대충 방향은 그렇다고 했죠 1559 02:07:53,752 --> 02:07:56,611 그걸 모욕으로 받아들였나 봐요 1560 02:07:56,715 --> 02:07:59,904 박차고 떠나면서 소리쳤어요 1561 02:08:00,008 --> 02:08:02,009 '쓰레기를 써 드리죠' 1562 02:08:03,262 --> 02:08:05,785 가만있으면 아무도 안 다쳐 1563 02:08:05,889 --> 02:08:09,227 문제는 엔니오의 영화 해석 역량이 1564 02:08:09,560 --> 02:08:13,438 감독이나 편집자보다 더 독창적일 때였어요 1565 02:08:13,732 --> 02:08:15,064 바로 떠오른 곡은 1566 02:08:15,566 --> 02:08:18,067 그만큼 영화와 잘 맞아요 1567 02:08:18,237 --> 02:08:21,886 첫눈에 반해 결혼한 부부처럼 찰떡궁합이죠 1568 02:08:21,990 --> 02:08:23,366 늘 그런 건 아니었죠 1569 02:08:25,451 --> 02:08:26,951 힘들 때도 있었어요 1570 02:08:27,996 --> 02:08:31,749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를 꽤 힘들어했어요 1571 02:08:34,960 --> 02:08:38,881 어디서 영감을 얻을지 모르겠다더라고요 1572 02:08:42,261 --> 02:08:44,969 그러던 어느 날 엔니오의 집 앞을 1573 02:08:45,264 --> 02:08:48,723 시위 행렬이 북을 치며 지나갔어요 1574 02:08:52,603 --> 02:08:56,230 파업 행렬이었는데 익숙한 리듬이 들렸죠 1575 02:09:00,444 --> 02:09:04,238 그 박자를 가져다가 영화 전체에 담았어요 1576 02:09:06,910 --> 02:09:09,452 이봐, 청년 와서 앉게 1577 02:09:11,915 --> 02:09:15,458 십계명에는 없는 조언을 하나 해 주지 1578 02:09:15,919 --> 02:09:17,295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게... 1579 02:09:19,298 --> 02:09:20,630 가장 중요한 거야 1580 02:09:21,049 --> 02:09:24,509 1968년 구호의 리듬을 사용했어요 1581 02:09:24,803 --> 02:09:26,636 '이것은 시작 함께 싸우자' 1582 02:09:26,805 --> 02:09:30,390 그걸 영화음악의 뼈대로 변환해서 1583 02:09:32,476 --> 02:09:34,644 주인공의 결단을 표현해낸 거예요 1584 02:09:35,188 --> 02:09:36,646 그 리듬을 1585 02:09:36,815 --> 02:09:39,023 작곡의 재료로 쓴 덕에 1586 02:09:39,192 --> 02:09:43,653 일종의 혁명정신이 음악에 깃들게 됐어요 1587 02:09:50,078 --> 02:09:54,332 난 그 시대 노래를 쓰자고 고집을 피웠지만요 1588 02:09:58,712 --> 02:10:01,546 엔니오가 옳았죠 멋진 곡을 줬어요 1589 02:10:35,374 --> 02:10:39,208 영화음악도 곡 자체로 의미가 있어야 해요 1590 02:10:39,378 --> 02:10:43,005 그래야 영화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어요 1591 02:10:54,099 --> 02:10:57,477 엔니오의 음악에는 특별한 게 느껴져요 1592 02:11:08,113 --> 02:11:10,990 영혼을 깨우는 음악으로 1593 02:11:11,284 --> 02:11:14,201 잠들어 있던 힘을 불러내죠 1594 02:11:21,752 --> 02:11:23,628 오케스트라 녹음 때는 1595 02:11:24,087 --> 02:11:27,550 틈틈이 조정실 소파에 쓰러져서 1596 02:11:27,926 --> 02:11:31,636 전장의 나폴레옹처럼 20초를 잤어요 1597 02:11:33,263 --> 02:11:35,389 깰세라 가만히 지켜보면 1598 02:11:35,559 --> 02:11:37,935 20초 뒤 떨치고 일어나서 1599 02:11:38,226 --> 02:11:40,770 맹수처럼 다시 지휘했고요 1600 02:11:51,324 --> 02:11:54,452 {\an8}피아니스트의 전설 (1998) 쥬세페 토르나토레 1601 02:11:57,456 --> 02:11:58,956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1602 02:11:59,207 --> 02:12:02,460 대본과 곡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어요 1603 02:12:06,922 --> 02:12:10,174 촬영에 들어가서도 계속 교류하며 1604 02:12:10,594 --> 02:12:11,676 줄곧 상의했죠 1605 02:12:15,138 --> 02:12:17,640 왠지 몰라도 엔니오는 1606 02:12:17,851 --> 02:12:21,604 젊은 피아니스트에 감정이입을 했어요 1607 02:12:21,937 --> 02:12:25,314 끝내 음악과 배를 못 버린 인물이죠 1608 02:13:22,916 --> 02:13:26,941 뉴욕 참사를 애도하며 엔니오 모리꼬네가... 1609 02:13:27,045 --> 02:13:29,233 엔니오 모리꼬네의 교향곡이 1610 02:13:29,337 --> 02:13:32,049 911의 비극을 위로합니다 1611 02:13:39,890 --> 02:13:43,643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쓰게 된 작품인데 1612 02:13:43,812 --> 02:13:47,146 쌍둥이 빌딩이 공격받은 것을 보고 1613 02:13:47,272 --> 02:13:50,650 인류 역사 속 학살을 기리려 했어요 1614 02:13:50,901 --> 02:13:55,802 무지개가 끝난 자리에 그곳이 있다네, 형제여 1615 02:13:55,906 --> 02:13:58,973 온 세상이 입을 모아 노래하고... 1616 02:13:59,077 --> 02:14:02,977 여러 영역을 연결하는 통찰력이 있었어요 1617 02:14:03,081 --> 02:14:05,873 소리,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을 1618 02:14:06,041 --> 02:14:08,565 무수한 방식으로 연결했죠 1619 02:14:08,669 --> 02:14:10,878 하지만 그 곡조를 우리는 모르지 1620 02:14:11,214 --> 02:14:13,923 물론 어려운 곡조이기는 해 1621 02:14:14,843 --> 02:14:16,969 그래도 배울 수 있다네 1622 02:14:17,135 --> 02:14:20,680 {\an8}침묵으로부터의 음성 (2002) 내레이션, 녹음 음성, 합창, 오케스트라 1623 02:14:22,601 --> 02:14:24,058 대형 오케스트라와 1624 02:14:24,352 --> 02:14:27,519 합창단과 내레이터의 낭송과 1625 02:14:27,771 --> 02:14:29,939 녹음된 민속 음악까지 1626 02:14:30,483 --> 02:14:32,441 다양한 양식을 모았어요 1627 02:14:37,616 --> 02:14:40,825 음악을 들으니 911 테러 당시 1628 02:14:41,119 --> 02:14:43,621 집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이 1629 02:14:43,954 --> 02:14:46,624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1630 02:14:54,840 --> 02:15:00,594 내면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을 1631 02:15:00,804 --> 02:15:03,641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에요 1632 02:15:05,851 --> 02:15:09,772 {\an8}충만한 영혼의 공허 (2012) 합창을 위한 칸타타, 금관악기, 타악기, 두 대의 피아노, 현악기 1633 02:15:12,816 --> 02:15:15,484 영화음악을 한 건 후회 안 해요 1634 02:15:15,779 --> 02:15:19,238 오히려 순수음악과 영화음악이 1635 02:15:19,614 --> 02:15:23,075 수렴하는 지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1636 02:15:24,870 --> 02:15:26,620 서로 영향을 줬죠 1637 02:15:29,918 --> 02:15:33,377 관념적으로도 그 두 영역의 접점이 1638 02:15:33,797 --> 02:15:35,880 내 삶의 기반이었고요 1639 02:15:44,182 --> 02:15:45,683 어느 순간에... 1640 02:15:47,060 --> 02:15:50,019 두 영혼이 서로 만난 거예요 1641 02:15:52,190 --> 02:15:55,317 여러분 엔니오 모리꼬네입니다 1642 02:16:15,253 --> 02:16:18,716 오스카 공로상은 정말 기뻤어요 1643 02:16:19,174 --> 02:16:22,885 할리우드의 사과라는 느낌이 들어 좋았죠 1644 02:16:23,053 --> 02:16:24,722 나도 미안했거든요 1645 02:16:25,889 --> 02:16:27,556 정말 감사합니다 1646 02:16:29,227 --> 02:16:31,228 아카데미 관계자분들 1647 02:16:32,437 --> 02:16:37,566 명예로운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1648 02:16:38,236 --> 02:16:39,966 아카데미가 마침내 1649 02:16:40,070 --> 02:16:43,888 엔니오의 음악 인생에 걸맞은 답을 줬어요 1650 02:16:43,992 --> 02:16:46,891 수상 순간은 정말 아름다웠죠 1651 02:16:46,995 --> 02:16:50,079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1652 02:16:50,248 --> 02:16:52,331 평생 저를 지지해 줬고 1653 02:16:52,958 --> 02:16:54,834 지금도 서로 사랑합니다 1654 02:16:55,003 --> 02:16:57,461 이건 둘이 함께 받은 상입니다 1655 02:17:02,761 --> 02:17:05,241 이제 그 정도 나이가 됐으니 1656 02:17:05,345 --> 02:17:07,451 그만 은퇴할 줄 알았는데 1657 02:17:07,555 --> 02:17:10,768 놀랍게도 계속 음악을 하더군요 1658 02:17:22,030 --> 02:17:24,196 로열 앨버트 홀 공연 때는 1659 02:17:24,489 --> 02:17:27,785 엔니오가 무대에 서자 관객들이 일어나 1660 02:17:27,951 --> 02:17:32,454 한참 기립박수를 친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죠 1661 02:17:44,467 --> 02:17:46,510 이탈리아의 자랑인 1662 02:17:46,761 --> 02:17:49,721 진정한 거인이자 비범한 예술가 1663 02:17:50,140 --> 02:17:53,811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입니다 1664 02:18:09,409 --> 02:18:12,892 영원히 사랑할 제 마음속 작곡가입니다 1665 02:18:12,996 --> 02:18:16,498 거장 중의 거장이죠 엔니오 모리꼬네! 1666 02:18:33,016 --> 02:18:37,769 유럽은 물론이고 남미, 아시아, 어디를 가든 1667 02:18:37,981 --> 02:18:41,440 열렬히 환영받는 음악가예요 1668 02:18:42,525 --> 02:18:44,068 팝 스타 못지않죠 1669 02:18:47,615 --> 02:18:51,700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엔니오 모리꼬네가... 1670 02:18:51,995 --> 02:18:56,080 파리 공연 때 열광하던 관객들이 떠오르네요 1671 02:18:56,374 --> 02:18:57,706 어마어마했죠 1672 02:18:57,876 --> 02:19:01,043 난 대기실에 가서 이렇게 말했어요 1673 02:19:01,544 --> 02:19:04,046 '엔니오 방금 들려준 음악이' 1674 02:19:04,507 --> 02:19:07,299 '20세기 최고의 음악 아닌가요?' 1675 02:19:07,592 --> 02:19:08,592 '인정하죠?' 1676 02:19:10,053 --> 02:19:12,514 그건 생각 중이라더군요 1677 02:19:12,891 --> 02:19:17,019 영화음악을 하는 게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1678 02:19:17,395 --> 02:19:19,021 점점 달라졌어요 1679 02:19:19,647 --> 02:19:22,564 지금은 영화음악이야말로 1680 02:19:22,901 --> 02:19:26,028 현대음악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1681 02:19:26,236 --> 02:19:28,737 음악적 성년기를 맞은 거죠 1682 02:19:28,863 --> 02:19:33,075 화려한 예술적 청년기가 그 전에 있었고요 1683 02:19:38,456 --> 02:19:41,647 왜 창작곡을 의뢰하냐고 했어요 1684 02:19:41,751 --> 02:19:46,652 기존 곡들을 즐겨 쓰는 감독으로 알고 있었는데 1685 02:19:46,756 --> 02:19:48,279 이유가 뭐냐고요 1686 02:19:48,383 --> 02:19:50,324 난 이 도전에 확신은 없지만 1687 02:19:50,428 --> 02:19:54,203 한다면 엔니오의 곡을 받고 싶다고 답했어요 1688 02:19:54,307 --> 02:19:55,264 설득당했네요 1689 02:19:58,937 --> 02:20:02,396 {\an8}헤이트풀8 (2015) 쿠엔틴 타란티노 1690 02:20:08,446 --> 02:20:10,654 음악적 취향을 드러내 1691 02:20:11,114 --> 02:20:14,116 '시편 교향곡'에 대한 애정을 담았죠 1692 02:20:29,217 --> 02:20:32,594 타란티노는 레오네 감독의 광팬이라 1693 02:20:32,720 --> 02:20:34,803 다른 기대를 했을 거예요 1694 02:20:43,688 --> 02:20:48,400 이미 갔던 길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1695 02:20:48,987 --> 02:20:51,695 난 정통 교향곡을 만들었어요 1696 02:20:55,243 --> 02:20:58,660 자신의 영역으로 감독을 끌어들인 거죠 1697 02:20:58,997 --> 02:21:01,455 엔니오의 음악은 눈에 보여요 1698 02:21:06,461 --> 02:21:09,506 서부극에 대한 한풀이로 생각하고 1699 02:21:09,672 --> 02:21:12,466 과거를 청산할 각오로 썼어요 1700 02:21:17,722 --> 02:21:22,416 엔니오 모리꼬네는 최고의 작곡가예요 1701 02:21:22,520 --> 02:21:27,689 영화음악이라는 이 부실한 바닥에서 말고 1702 02:21:28,026 --> 02:21:30,589 모차르트랑 비교해도 그래요 1703 02:21:30,693 --> 02:21:33,592 베토벤 같은 사람들요 1704 02:21:33,696 --> 02:21:36,137 슈베르트도 있었네요 1705 02:21:36,241 --> 02:21:38,992 타란티노는 허풍이 심하죠 1706 02:21:39,287 --> 02:21:41,538 엔니오의 답은 이랬어요 1707 02:21:41,789 --> 02:21:47,126 '모차르트, 베토벤 운운은 200년 뒤에나 합시다' 1708 02:21:47,502 --> 02:21:51,380 악보만 가지고는 그게 베토벤 곡이라도 1709 02:21:51,799 --> 02:21:53,006 연주가 힘들어요 1710 02:21:54,217 --> 02:21:58,055 하지만 엔니오의 악보는 모든 게 분명하죠 1711 02:21:58,263 --> 02:22:00,619 엔니오의 작품세계에는 1712 02:22:00,723 --> 02:22:02,538 견줄 만한 게 없어요 1713 02:22:02,642 --> 02:22:06,250 영화음악계의 어떤 경우를 들어도 1714 02:22:06,354 --> 02:22:07,793 그만은 못하죠 1715 02:22:07,897 --> 02:22:10,339 경쟁자는 밖에 있어요 1716 02:22:10,443 --> 02:22:14,633 비틀스나 바흐나 찰리 파커처럼요 1717 02:22:14,737 --> 02:22:18,740 쇼팽, 차이콥스키도 오래 살아남았잖아요 1718 02:22:19,033 --> 02:22:22,035 모리꼬네라고 안 될 이유 있나요? 1719 02:22:22,330 --> 02:22:24,246 타란티노 말에 동의해요 1720 02:22:24,539 --> 02:22:27,106 200년 후에도 거론될 겁니다 1721 02:22:27,210 --> 02:22:31,650 작곡가이자 한 인간으로 엔니오가 위대한 이유는 1722 02:22:31,754 --> 02:22:34,488 자기 시대의 음악을 해서예요 1723 02:22:34,592 --> 02:22:37,801 엔니오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건 1724 02:22:38,221 --> 02:22:42,099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본 덕이죠 1725 02:22:42,475 --> 02:22:45,309 음악의 어제와 내일을 생각했어요 1726 02:22:45,935 --> 02:22:49,062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자는... 1727 02:22:50,315 --> 02:22:52,546 '헤이트풀8'의 엔니오 모리꼬네 1728 02:22:52,650 --> 02:22:54,818 우리 형님 나오세요 1729 02:22:56,114 --> 02:22:57,511 정말 축하합니다 1730 02:22:57,615 --> 02:23:02,223 후보 지명은 여섯 번째 수상은 첫 번째입니다 1731 02:23:02,327 --> 02:23:05,226 2006년 공로상 수상으로 1732 02:23:05,330 --> 02:23:08,187 영화음악계에 대한 폭넓은 공헌을 1733 02:23:08,291 --> 02:23:10,377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1734 02:23:22,765 --> 02:23:25,307 나도 같이 울고 싶었어요 1735 02:23:27,145 --> 02:23:30,229 전설의 품위가 뭔지 보여 줬어요 1736 02:23:30,398 --> 02:23:33,297 마침내 큰 상을 받음으로써 1737 02:23:33,401 --> 02:23:37,654 창작 활동의 정점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1738 02:23:37,862 --> 02:23:40,282 당당히 인정받았잖아요 1739 02:23:40,408 --> 02:23:42,366 작곡가로서 뿌듯했겠죠 1740 02:23:42,910 --> 02:23:45,952 {\an8}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미사곡 (2015) 이중 합창, 오케스트라 1741 02:23:46,289 --> 02:23:48,290 자격은 차고 넘쳐요 1742 02:23:48,416 --> 02:23:51,668 아주 근면한 최고의 음악가니까요 1743 02:23:52,335 --> 02:23:53,502 허세도 없고요 1744 02:23:56,839 --> 02:23:58,840 공연하러 다니던 중 한번은 이스라엘에서 1745 02:23:59,177 --> 02:24:02,386 출입국 관리직원이 알아봐서 1746 02:24:02,680 --> 02:24:04,806 깜짝 놀랐다더군요 1747 02:24:05,183 --> 02:24:07,581 거만할 줄 모르는 사람이죠 1748 02:24:07,685 --> 02:24:11,688 지금은 전 세계적인 우상인데도요 1749 02:24:22,950 --> 02:24:26,410 엔니오의 음악은 설명하지 않아도 1750 02:24:26,829 --> 02:24:28,537 전 세계 누구나 알아요 1751 02:24:39,882 --> 02:24:42,344 많이들 내 음악을 써요 1752 02:24:42,970 --> 02:24:44,846 내가 만든 주제들을 1753 02:24:45,054 --> 02:24:48,682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죠 1754 02:24:58,067 --> 02:25:00,569 언어를 초월해 영원할 거예요 1755 02:25:00,738 --> 02:25:02,571 음악으로 말하니까요 1756 02:25:03,491 --> 02:25:06,908 선구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1757 02:25:15,209 --> 02:25:17,669 영역을 넘나드는 선구자죠 1758 02:25:25,177 --> 02:25:27,701 젊은 예술가들도 열광해요 1759 02:25:27,805 --> 02:25:29,453 자기 작품에 끌어와 1760 02:25:29,557 --> 02:25:32,018 엔니오에게 영감을 받죠 1761 02:25:39,402 --> 02:25:42,779 어린 친구들도 엔니오의 음악에 끌려요 1762 02:25:49,452 --> 02:25:51,892 한참 영향을 미칠 거예요 1763 02:25:51,996 --> 02:25:53,955 엔니오잖아요 1764 02:25:54,292 --> 02:25:55,206 솔직해요 1765 02:25:55,793 --> 02:25:57,584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1766 02:25:57,960 --> 02:26:00,797 음악을 들으면 느낄 수 있어요 1767 02:26:13,267 --> 02:26:16,542 '시네마 천국'은 내 밑바탕인 동시에 1768 02:26:16,646 --> 02:26:20,296 상징적이며 예술적인 고향이고 1769 02:26:20,400 --> 02:26:23,610 영원히 꺼내 볼 참고서예요 1770 02:26:37,875 --> 02:26:41,713 우리가 언제고 기꺼이 우리를 맡길 1771 02:26:41,839 --> 02:26:44,798 깊고 진한 정서가 있어요 1772 02:26:51,849 --> 02:26:54,182 수많은 팝, 록 아티스트가 1773 02:26:54,352 --> 02:26:56,184 엔니오만의 소리를 1774 02:26:56,519 --> 02:26:58,562 재현하고 차용해서 1775 02:26:58,731 --> 02:27:01,920 엔니오의 색깔을 되살리고 싶어 하죠 1776 02:27:02,024 --> 02:27:05,987 20년 전보다 지금 영향력이 더 크다고 봐요 1777 02:27:10,825 --> 02:27:14,433 그만의 소리와 힘과 다층성을 사랑해요 1778 02:27:14,537 --> 02:27:16,309 엔니오의 음악에서 1779 02:27:16,414 --> 02:27:18,500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1780 02:27:21,379 --> 02:27:24,921 사람들을 노래하게 하는 음악가예요 1781 02:27:26,674 --> 02:27:28,550 우리 심장을 뛰게 하죠 1782 02:27:35,725 --> 02:27:38,059 기타곡은 전부 쳐 봐야겠어요 1783 02:27:38,185 --> 02:27:40,228 아무도 방해 못 해요 1784 02:27:46,068 --> 02:27:50,614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내 음악에 애정을 표하는 1785 02:27:50,783 --> 02:27:52,240 음악가가 많아요 1786 02:27:56,496 --> 02:27:57,746 좋았어요? 1787 02:28:00,958 --> 02:28:06,129 웬만한 작곡가들은 전부 엔니오 음악에 박식해요 1788 02:28:06,714 --> 02:28:08,507 누가 가르쳐서일까요? 1789 02:28:13,931 --> 02:28:15,514 엔니오가 없었다면 1790 02:28:16,766 --> 02:28:18,582 지금의 우리도 없어요 1791 02:28:18,686 --> 02:28:22,646 음악 언어가 현재보다 훨씬 빈약했겠죠 1792 02:28:25,399 --> 02:28:29,508 서로 다른 음악 영역을 결합하는 용기는 1793 02:28:29,612 --> 02:28:33,615 엔니오 작품의 과감함을 통해 배웠어요 1794 02:28:35,284 --> 02:28:40,288 무언의 교훈을 줘요 직접 강의하진 않았죠 1795 02:28:41,834 --> 02:28:45,794 엔니오스러운 음악이 어디선가 계속 나와요 1796 02:28:46,128 --> 02:28:49,112 현악기를 쓰는 방식이 비슷하고 1797 02:28:49,216 --> 02:28:52,175 피아노도 치지만 엔니오는 아니죠 1798 02:28:52,970 --> 02:28:54,971 음악 그 자체예요 1799 02:28:55,179 --> 02:28:58,600 엔니오가 뭘 쓰든 늘 음악이 돼요 1800 02:28:59,183 --> 02:29:02,393 무의식 속에도 음악이 있나 봐요 1801 02:29:12,446 --> 02:29:15,406 영화음악을 시작한 게 1961년인데 1802 02:29:15,658 --> 02:29:19,578 1970년까지만 한다고 아내에게 말했었죠 1803 02:29:20,498 --> 02:29:25,208 1970년이 됐을 때는 1980년까지만 이랬고 1804 02:29:26,003 --> 02:29:29,631 1980년이 됐을 때는 1990년까지랬다가 1805 02:29:29,882 --> 02:29:32,340 다음에는 2000년이 됐어요 1806 02:29:33,636 --> 02:29:35,011 더는 그런 말 안 해요 1807 02:29:51,986 --> 02:29:54,863 엔니오가 만든 음악 속에는 1808 02:29:55,197 --> 02:29:57,115 산문도 있고 시도 있어요 1809 02:30:02,872 --> 02:30:04,748 틀을 깨부순 음악가죠 1810 02:30:05,167 --> 02:30:07,709 평범에서 예외를 만들었어요 1811 02:30:12,214 --> 02:30:14,738 모든 곡이 고양감을 줘요 1812 02:30:14,842 --> 02:30:16,718 듣는 사람의 의식을... 1813 02:30:16,886 --> 02:30:18,136 날아오르게 하죠 1814 02:30:22,892 --> 02:30:26,978 여전히 엔니오에게서 배우고 있어요 1815 02:30:31,569 --> 02:30:33,735 음악이 이 세상을 넘어 1816 02:30:33,903 --> 02:30:36,738 다른 은하까지 퍼지는 느낌이에요 1817 02:30:42,244 --> 02:30:45,707 음악의 신이 빙의해 말한 게 아닐까요? 1818 02:30:48,836 --> 02:30:52,485 신이 의심스럽다면 엔니오를 들어야 해요 1819 02:30:52,590 --> 02:30:54,591 초월자를 믿게 되거든요 1820 02:30:58,095 --> 02:31:01,179 엔니오의 음악은... 영원해요 1821 02:31:05,267 --> 02:31:08,895 음악의 일인자라고 할만해요 1822 02:31:09,063 --> 02:31:11,064 영원할 음악을 썼죠 1823 02:31:13,986 --> 02:31:16,778 엔니오를 설명하려고 든다면 1824 02:31:17,114 --> 02:31:18,740 평생도 모자랄 거예요 1825 02:31:21,493 --> 02:31:22,826 엔니오의 음악은 1826 02:31:23,285 --> 02:31:25,954 영원히 역사에 남을 겁니다 1827 02:31:30,835 --> 02:31:33,233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죠 1828 02:31:33,337 --> 02:31:38,531 일하고 사랑하고 웃고... 모든 삶이 녹아 있어요 1829 02:31:38,636 --> 02:31:40,551 가족처럼 느껴져요 1830 02:31:41,388 --> 02:31:42,721 한 핏줄 같아요 1831 02:31:43,222 --> 02:31:46,307 언제나 우리 곁에 있겠죠 1832 02:31:47,476 --> 02:31:48,977 여기 머물 거예요 1833 02:31:59,321 --> 02:32:01,865 생각이 바로 곡이 되지는 않아요 1834 02:32:03,367 --> 02:32:04,661 그게 문제죠 1835 02:32:05,537 --> 02:32:10,498 작곡을 시작할 때면 늘 그 점 때문에 괴로워요 1836 02:32:11,418 --> 02:32:14,585 눈앞의 빈 종이 위에 작곡가는 1837 02:32:15,673 --> 02:32:17,881 어떤 곡을 써야 할까요? 1838 02:32:18,801 --> 02:32:20,008 그 빈 종이에 1839 02:32:20,634 --> 02:32:22,385 무엇을 적을까요? 1840 02:32:23,430 --> 02:32:25,346 생각은 이미 있지만 1841 02:32:25,808 --> 02:32:27,348 더 다듬어야 하고 1842 02:32:28,435 --> 02:32:30,018 더 나아가야 하고 1843 02:32:31,020 --> 02:32:34,605 찾아내야 해요 뭘 찾느냐고요? 1844 02:32:34,899 --> 02:32:36,107 그건 알 수 없죠 1845 02:33:54,061 --> 02:33:57,045 자막 / 정혜영 번역 / 박효정 1846 02:33:57,149 --> 02:34:00,151 자막 제작 스튜디오210 1847 02:34:00,277 --> 02:34:03,279 자막 제공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