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모름지기 신기한 면을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다.

 

예감이 좋은 사람

 

살아있는 듯한 그림을
쉽게 그리는 사람

 

예쁜데 음치라든지

 

말랐는데도 대식가라든지

 

혹은 얼굴은 잘나지 않았는데
이성에게 인기가 있다든지

 

등등...

 

그런 신기한 면이
나한테도 딱 하나...

 

아, 키타세군

 

오늘 부서 회식이 있는데
너도 올래?

 

아뇨, 죄송해요.
저는 안갈거 같아요.

 

뭐, 그렇겠지.

 

나는 키타세가 정시귀택하지 않는 걸
본적이 없어.

 

수고하셨습니다.

 

내 이름은 키타세 카즈히로

 

출세보다도 정시 퇴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취미는 요리...
정확히는 아니다.

 

싫어하지는 않지만

 

내 취미, 라고 할까
삶의 버팀목은

 

그래, 자는 거다.

 

에? 왜 도시락을
준비해 둔 거냐고?

 

그건 말이지...

 

아니, 이건 설명하는 것 보다는
실제로 보는게 빠르려나.

 

어린 시절부터 환상 속 세계를
동경해왔다.

 

검이나 방패, 마법으로
마물들과 싸우고

 

승리를 얻는다.

 

그런 이야기들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책이 닳을 때까지 읽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꿈 속에서,

 

그런 검과 마법의 세계를
있게 된 거다.

 

여기는 아침 7시인가.

 

어제는 여기서 잤던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지만

 

꿈 속에서는 지금도 자유롭게
모험을 즐기고 있다.

 

마물을 퇴치하거나

 

거꾸로 당해서 한밤 중에
놀라서 깨어나거나 말이지.

 

그것 말고도 무서운 일들을
종종 겪곤 하지만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나쁘지 않단 말이지!

 

음. 아직 어린애네.

 

이쪽에서는 나이를 먹는게 느린가?

 

어머, 안녕 카즈히호

 

아, 안녕 마리.

 

그녀는 마리아 벨.
줄여서 마리.

 

엘프라는 종족으로

 

이래뵈도 100년은 살았다고 한다.

 

눈동자는 예쁜 자수정 색을
띄고 있다.

 

오랜만이네~

 

마법사 길드에
들어가고 나서 바쁘지?

 

그래.

 

너는 여전히 이런 원시적인
노숙생활을 하고 있구나

 

내 입장에서는

 

카즈히호야 말로
엘프로 보일 지경이야.

 

에? 그러려나...

 

참고로, 카즈히호라는 건
이 세계에서의 내 이름이다.

 

카, 즈, 히... 호?

 

옛날에, 이름 등록을 미스한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아 맞아, 괜찮으면
근처 유적에 놀러가지 않을래?

 

뭐, 뭐야 그게!

 

유적에 초대받으면
인간 여자들은 기뻐하나보지?

 

사람에 따라 다르려나

 

하지만, 혹시 따라와준다면,
또 이 도시락을 대접할텐데?

 

으...응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가볼까.

 

이 근처라고 하면
나즐나즐 유적이네.

 

응.

 

나즐나즐 유적.

 

천년 전에 갑자기
멸망한 지하도시.

 

하지만 유적 자체에
전투의 흔적은 없고

 

거의 망가지지 않고
보존되어있다.

 

그 탓인지, 문명 붕괴의 원인은
미지의 병원균 따위가 정설이지만...

 

마법이 발달했던 도시에서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을까...?

 

이 지방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던데~

 

그런 큰 비밀을
네가 풀어내려고?

 

비밀은 풀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궁금하다고 생각할 뿐이고

 

게다가,

 

오늘은 마리랑 함께니까

 

정말, 그 졸린 듯한 눈
어떻게 할 수 없어?

 

이렇게... 태어났는걸...

 

트윌!

 

헤에, 안은 꽤 넓구나.

 

그러게, 원래는 도시였으니
그럴만도.

 

엄청난 기술이네.
천년이나 견뎌냈다니...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에 태어났다보니

 

강도를 올리는 마법은
좀 부러운걸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

 

마리!

 

쉴만한 장소가 있어

 

저기서 점심먹을까?

 

앗싸! 그게 지금이란 말이지?

 

오늘 메뉴는 뭘까~

 

그... 그럼, 열게!

 

그래

 

맛있는 냄새...
엄청 멋져!

 

자, 얼른 먹어봐.

 

달달해!!

 

자, 여기 차.

 

천천히 마ㅅ...

 

이건 무슨 요리야?

 

유부초밥이라고 불러

 

좀 식어도 맛은
유지되어서 맛있다고

 

그건 치쿠젠니야
(주 : 일본의 닭고기, 야채요리)

 

봄 야채를 썼으니까
영양도 가득해

 

역시 카즈히호를
따라오길 잘했어

 

근데 이런 요리 본 적이 없는데
넌 대체 어디 출신이야?

 

아, 일본이라고 하는...

 

일본?

 

아마 지도에는 안나올거야
먼 섬나라거든.

 

뭐, 언제든지 대접할테니까

 

여유있을 때,
또 같이 놀러오자.

 

어머,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바쁘다고
마술의 공부 때문에.

 

하지만 뭐...

 

가끔이라면 상관없을지도!

 

마물이야.
들키면 큰일이라고

 

잠깐 기다려 봐.

 

- 예이~

 

이야 카즈히호 씨.

 

오늘은 엘프님과
데이트인가요?

 

배가 아프네요~

 

아니, 저 아이는 도시락이
목적이지 않을까?

 

참고로 이건,
마물의 언어이다.

 

마리는 알아들을 수 없다.

 

마리와 말할 때는 엘프어로
말하고 있다.

 

어이없네.
마물의 언어도 배운거야?

 

응. 어떻게 열심히 하다보니...

 

몇 번이고
습격당하기도 했고

 

공부하는데 3년정도 걸렸어.

 

그래서 저 마물은 뭐래?

 

안쪽을 침실로 쓰는 용이
산란기에 들어갔으니까 조심하래.

 

음. 그치만 용의 알이라니
보고 싶은걸~

 

무슨 말을 하는거야!

 

산란기 용은
흉포해서 위험하다고

 

그런거에 가까이 다가간다니...!

 

저기, 듣고 있어?

 

어라, 뭔가 있나?

 

쉿. 조용히.

 

지금 암시를 걸어줄게.

 

엄청 크네

 

이 소리 용이 자면서 내는
숨소리 였구나

 

검은색이고 마력도 엄청 강해
마도룡일지도 몰라.

 

저거 봐, 몸의 무늬가
빛나고 있어!

 

호흡하는 것 만으로도

 

마력을 만들어낸다는 게
진짜였던 거야!

 

듣고 있어 카즈히호?

 

으응... 물론.

 

혹시 마도룡이라면
정말 큰일이야.

 

천년에 한번 있다는 산란기 이외에는
모습을 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이런, 깨워버렸나...?

 

괜찮아. 만일의 상황에는
왔던 길로 돌아가면...

 

절체절명 인거지...?

 

그럴지도...

 

마리!

 

아아, 이거 오늘도 죽겠구만

 

그래도 용의 알 정도는
보고 싶었는데

 

이게, 평범한 회사원인 나에게
딱 한가지 있는 신기한 비밀.

 

꿈 속에서 놀고,
도시락까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있고 싶었는데~

 

모처럼 마리랑
노는 꿈이었는데...

 

ㅇ, 어, 어째...서!

 

그 날, 내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일이 갱신되었다.

 

카즈히호...?

 

이야, 좋은 아침, 마리...

 

뭔가 나이를
먹은듯 보이는데...?

 

아버님이라던가... 는 아니고
본인?

 

응 본인이야...

 

그건 나중에 설명할건데

 

그 전에 어디 아프거나
한 곳은 없어?

 

그 왜, 우리 용의 브레스를
맞았으니까

 

하아?!

 

너지?!

 

미안! 정말 맹세하건데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덕분에 다친 곳은
없는거 같은데

 

제대로 이것저것
설명해 주실까?

 

그거야 물론...!

 

그러니까 이쪽은 보지 말라고!

 

먼저 내 옷을 가져와!!

 

그렇게 되어, 일을 쉬고
쇼핑을 하게 됐는데...

 

어째서 알몸인거야...

 

그보다 어째서,
꿈 속의 그녀가 이곳으로...?

 

아니, 애초에 내가 꿈이라고
여겼던 그 세계는...

 

- 저거 봐...
- 정말이네

 

정말 열심히 보고...

 

- 저렇게 잔뜩 사다니
- 진심인가보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사러 올때는
마리와 같이 오자...

 

다녀왔어.

 

카즈히호,
여기는 대체 어디인거야?

 

그건...

 

그래 쇼크겠지.

 

갑자기 홀로
본 적 없는 세계에 떨어져...

 

이렇게 엄청 높은
건물에 살고 있다니!

 

카즈히호는 실은
엄청난 부자였던 거지?

 

아, 아니었네.

 

대단해 대단해!

 

이렇게 발전된 도시는
난생 처음 봐

 

우와~ 아래를 내려다 보면
다리가 벌벌 떨릴 정도야~!

 

처음 유원지에 온
듯한 하이텐션이네~

 

저기, 저 탑은 뭐야?

 

역시 엄청 고명한 대마법사가
살고 있는걸까?

 

아, 저건 스카이트리야.

 

분명 경치가 좋을거야.
마침 벚꽃 계절이기도 하고.

 

벚꽃?

 

벚꽃이라는 건...

 

보러갈까?

 

마침 휴가도 냈고

 

오늘은 내가 사는
이곳을 안내해줄게.

 

배도 슬슬 고프지?
어디서 밥도 먹자.

 

정말 괜찮은거지?

 

우와 완전 기대돼~

 

잘 부탁해 카즈히호!

 

마리?!

 

저쪽의 세계가
또 다른 현실이었다고 하면...

 

그 때, 우리는 확실히
용의 브레스에...

 

내가 데려와 버린 건가?

 

기다렸지, 카즈히호?

 

이거 옷이 완전 가벼워~

 

이렇게 쭉쭉 늘어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맘에 들어서 다행이야.

 

솔직히 뭐를 골라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서.

 

하지만 이렇게 보니,
마리라면 뭘 입어도 귀엽겠네

 

어라, 좀 더 칭찬해보라고~

 

엄청 잘 어울려

 

그 졸린듯한 눈...

 

역시 너는 카즈히호구나.
안심했어.

 

그렇다는 건,
여기가 네가 말했던 일본?

 

맞아.

 

안내하면서 설명해줄게.

 

와!

 

일단 그 전에...

 

자.

 

이건?

 

가능하면 이 모자로
귀를 가려줄래?

 

에? 할 수는 있는데...

 

실은 이 세계에는
엘프가 없어서 말이야.

 

흐음, 그렇구나

 

뭐 알겠어.
멋진 모자네!

 

그러면 드디어
모르는 세계로 나아갈건데

 

괜찮아? 무섭지는 않아?

 

물론!

 

나 지금, 엄청 두근두근 거려!

 

뭔가 좋아보이는 곳이네...
살기 편해보여서

 

그, 그렇지...?
마물도 없고.

 

자동차는 좀 빨랐으려나...

 

에 또, 이걸 2인분

 

그리고 이 추천 메뉴를
하나 주세요.

 

아 그리고,
포크도 하나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편한 시간 되시길.

 

저 사람은
방금 뭐라고 한거야?

 

편한 시간 보내라고 하네.

 

그렇구나

 

그래서, 슬슬 부탁해도 될까?

 

설명해 줘, 내가 어째서
일본에 있는건지.

 

응.

 

마도룡에게 공격받았던
즈음부터 기억이 없어

 

정신차려보니, 말도 문자도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에 와서...

 

거기다 네가,
엄청 어른이 되어있고...

 

지금 뭐가 뭔지...!

 

솔직히,
나도 모르는게 많아.

 

그래서 이런저런 추측이 섞인
설명이 될거 같은데

 

괜찮을까?

 

잘 때, 꿈을 꿀 때가 있잖아?

 

그럴 때, 한번도 본 적 없는 곳에
떨어지거나 할 때 있지?

 

있긴 한데,
그게 대체 어쨌다는거야?

 

나에게 마리랑 놀던 그게

 

완전히 그런...
꿈 속 세계에서의 일이었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째선지 너도 있어서...

 

그 때 처음으로,
꿈이라고 생각해왔던 세계가

 

사실은 현실이란 걸
알아차렸어.

 

너는 잠을 자는 행위로,

 

두 세계를 왕복 하며
살고 있었다는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같아.

 

다만 저쪽에서 돌아올 때는

 

잠을 자는 것 이외에도

 

마물에게 습격당한다든지
할 때도...

 

아! 마도룡의 브레스...

 

그때 무심코 끌어안은 탓에

 

너도 함께 이쪽 세계로
끌려와버린 건 아닐까

 

자, 잠깐!

 

그건 그러니까...

 

나는 죽었다는 거야?

 

아, 아니.

 

보다시피 너는 살아있어.

 

아마 이쪽에서 잠들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구나...

 

아 그리고,
내 나이에 대한 건데...

 

아마도 두 세계는 시간의 흐름에
차이가 있는게 아닐까

 

혹은 내가 저쪽에 있을 때는
그 시간만 성장한다던가...

 

그래서 카즈히호는
지금 몇 살이야?

 

25살이야.

 

25?!
그렇게 나이가 많아?!

 

하지만 확실히 그렇긴 하네...

 

뭔가 의지가 된다 싶었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 뒤는, 밥먹고 이야기해볼까?

 

응, 응!

 

굉장해...

 

벚꽃이 이렇게나 잔뜩!

 

본 적 없는 정령이 잔뜩 있어서
취해버릴거 같아!

 

예쁘네...

 

응, 정말로.

 

일본에서 벚꽃이 필 무렵은 특별해.

 

모처럼 왔으니까

 

이 특별한 계절을
잔뜩 만끽했음 해.

 

일본에 어서오세요
엘프 씨.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함께...

 

새로운 이야기에
발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