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500 --> 00:00:05,500 한글화: 태름아버지(200809) 2 00:00:36,413 --> 00:00:40,942 {\an8}프롤로그 3 00:00:40,942 --> 00:00:47,074 {\an8}마리안이 사진을 보여줌 4 00:01:03,551 --> 00:01:07,612 요한은 말년에 백만장자가 됐어요 5 00:01:07,789 --> 00:01:13,694 예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던 덴마크인 숙모가 6 00:01:13,862 --> 00:01:18,128 유산을 요한에게 물려줬죠 7 00:01:18,933 --> 00:01:23,336 재정적으로 독립을 하자 8 00:01:23,505 --> 00:01:26,906 요한은 대학을 떠났어요 9 00:01:28,143 --> 00:01:33,979 조부모님의 여름 별장을 사들였는데 10 00:01:34,649 --> 00:01:39,746 오르사 근처 외진 곳에 있는 1백 년쯤 된 쓰러져가는 집이었죠 11 00:01:43,491 --> 00:01:46,824 그동안 요한을 만나지 못했어요 12 00:01:47,695 --> 00:01:50,994 오랫동안 전혀 못 만났어요 13 00:01:53,001 --> 00:01:58,439 딸들은 멀리 떠났어요 내게서조차 14 00:02:00,642 --> 00:02:03,770 마르타는 집안에서만 사는데 15 00:02:03,945 --> 00:02:07,642 병 때문에 더 외톨이가 돼버렸어요 16 00:02:07,816 --> 00:02:11,513 가끔 마르타에게 가는데 나도 못 알아봐요 17 00:02:12,454 --> 00:02:13,682 아, 사라 사라는 18 00:02:13,855 --> 00:02:17,882 성공한 호주인 변호사랑 결혼해서 19 00:02:18,059 --> 00:02:24,055 호주로 이사했고 유명한 법률회사에서 일해요 20 00:02:24,232 --> 00:02:25,893 아이들은 없어요 21 00:02:29,070 --> 00:02:30,503 나요? 22 00:02:34,943 --> 00:02:38,003 아직은 열심히 일하지만 23 00:02:38,179 --> 00:02:41,512 무리가 없을 정도만 해요 24 00:02:41,683 --> 00:02:45,312 대부분 가정이 다투고 이혼하니까요 25 00:02:52,794 --> 00:02:55,092 그간 내내 생각했어요 26 00:02:56,731 --> 00:02:58,460 요한에게 가봐야겠다고 27 00:02:59,067 --> 00:03:01,558 {\an8}1장 28 00:03:01,736 --> 00:03:05,467 {\an8}마리안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다 29 00:05:43,264 --> 00:05:45,994 그간 내내 생각했어요 30 00:05:46,968 --> 00:05:49,129 요한에게 가봐야겠다고 31 00:05:54,409 --> 00:05:57,071 진짜로 이렇게 왔고요 32 00:05:59,380 --> 00:06:02,679 저 밖에 앉아있네요 베란다에 33 00:06:03,885 --> 00:06:05,853 난 여기 서 있고요 34 00:06:06,254 --> 00:06:08,222 그이를 보면서 35 00:06:08,856 --> 00:06:13,122 이렇게 참고 있는 게 최소한 10분은 됐나 봐요 36 00:06:16,497 --> 00:06:22,060 이런 말도 안 되는 충동을 떨쳐버렸어야 했는지도 모르죠 37 00:06:22,704 --> 00:06:24,797 이번 여행 말이에요 38 00:06:27,008 --> 00:06:33,470 사실, 난 전혀 충동적인 타입이 아니에요 39 00:06:34,582 --> 00:06:36,641 근데 이렇게 왔네요 40 00:06:40,021 --> 00:06:43,184 마음을 정해야겠어요 41 00:06:43,358 --> 00:06:46,759 조용히 차로 돌아가든지 42 00:06:46,928 --> 00:06:50,022 길가에 세워뒀거든요 43 00:06:51,766 --> 00:06:55,497 아니면 그에게 다가가든지 44 00:06:56,137 --> 00:06:58,037 물론 45 00:06:58,206 --> 00:07:03,735 이렇게 좀 더 있어도 되겠죠 46 00:07:03,911 --> 00:07:06,744 좀 더 혼란스러워질 때까지 47 00:07:07,882 --> 00:07:09,850 너무 오래는 아니고 48 00:07:11,386 --> 00:07:14,184 1분만 더요 49 00:07:19,360 --> 00:07:22,727 1분이야 금방 지나가죠 50 00:07:26,067 --> 00:07:28,763 33초 51 00:07:33,641 --> 00:07:36,405 47초 52 00:07:41,816 --> 00:07:44,307 55초 53 00:08:05,540 --> 00:08:06,905 뭐야 54 00:08:12,213 --> 00:08:15,273 - 내가 깨웠어? - 당신이잖아, 마리안 55 00:08:16,017 --> 00:08:20,181 - 안녕 - 아냐, 일어나지 마 56 00:08:21,823 --> 00:08:26,351 - 여전하네, 몰래 다가오는 건 - 전혀 몰래 다가온 거 아니었어 57 00:08:27,528 --> 00:08:31,931 30년 동안 못 봤어 32년이군 58 00:08:32,667 --> 00:08:36,398 - 그냥 서로 연락이 끊긴 거지 - 거야 당연하지 뭐 59 00:08:36,571 --> 00:08:41,668 처음엔 함께 살고 헤어지면 전화를 하다가 60 00:08:41,843 --> 00:08:44,676 - 결국엔 침묵하게 되는 거야 - 슬픈 일이지 61 00:08:45,146 --> 00:08:46,408 지금 날 비난하는 거야? 62 00:08:46,581 --> 00:08:51,018 아니야, 요한 피차 할 말이 없었던 거지 63 00:08:51,185 --> 00:08:54,814 근데 갑자기 당신이 전화해서 날 찾아오겠다고 했잖아 64 00:08:56,123 --> 00:08:59,058 별로 안 내켜 하는 것 같던데 65 00:08:59,227 --> 00:09:01,422 안 내켜 했다고? 나야 싫다고 했지 66 00:09:01,596 --> 00:09:03,154 지금도 싫어 67 00:09:03,331 --> 00:09:07,734 이러기 싫었어 당신은 신경도 안 쓰겠지만 68 00:09:07,902 --> 00:09:10,029 꼭 와야 했어 69 00:09:10,238 --> 00:09:12,103 왜 와야 했는데? 70 00:09:12,273 --> 00:09:16,209 - 얘기 안 할래 - 웃고 있네 71 00:09:17,011 --> 00:09:18,672 요한 72 00:09:20,248 --> 00:09:23,740 320km를 운전해왔어 73 00:09:23,918 --> 00:09:27,752 외딴곳 한가운데 있는 은신처를 찾아내야 했고 74 00:09:28,489 --> 00:09:31,390 이제 당신을 보고 키스하고 75 00:09:31,559 --> 00:09:35,188 얘기도 나눴으니까 이만 갈래 76 00:09:35,363 --> 00:09:36,796 그렇게는 안 될걸 77 00:09:38,266 --> 00:09:40,468 - 안된다고? - 안되지 78 00:09:40,468 --> 00:09:42,436 최소한 저녁은 먹고 가야지 79 00:09:42,603 --> 00:09:45,299 - 저녁 식사는 왜? - 1주 전에 80 00:09:45,473 --> 00:09:51,378 미스 닐손에게 전처가 올 거라고 말해뒀어 81 00:09:51,546 --> 00:09:55,607 갑자기 가서 저녁 식사는 필요 없다고 말할 순 없잖아 82 00:09:55,783 --> 00:09:58,411 그럼 내게 엄청 화낼 거야 83 00:09:58,586 --> 00:10:00,417 미스 닐손이 누군데? 84 00:10:00,588 --> 00:10:03,421 아그다 아그다 닐손 85 00:10:03,591 --> 00:10:05,218 당신 애인이야? 86 00:10:07,962 --> 00:10:12,899 무슨 당치 않은 소리 안 돼, 절대 안 되지 87 00:10:15,202 --> 00:10:20,105 둘이서 이런 깊고 컴컴한 숲에서 산단 말야? 88 00:10:20,274 --> 00:10:23,437 미스 닐손은 마을에 살아 89 00:10:23,611 --> 00:10:26,079 여기 와서 청소랑 90 00:10:26,247 --> 00:10:30,980 요리를 해주고 집으로 돌아가 91 00:10:31,152 --> 00:10:34,417 독실한 신자란 여자가 얼마나 심술궂은지 몰라 92 00:10:34,956 --> 00:10:37,481 그럼 사이가 좋진 않겠는데 93 00:10:38,459 --> 00:10:40,646 솔직히 그 할망구가 무서워 94 00:10:41,725 --> 00:10:43,698 - 무섭다고? - 그래 95 00:10:43,698 --> 00:10:48,465 혹시 그 여자가 나랑 결혼하려 할까 봐 무섭다니까 96 00:10:48,636 --> 00:10:50,467 어쨌든 저녁은 먹고 가 97 00:10:50,638 --> 00:10:53,300 손님방도 치워놨으니까 98 00:10:53,474 --> 00:10:56,307 안 자고 가면 난리 날걸 99 00:10:59,180 --> 00:11:01,478 그럼 어쩔 수 없이 그래야지 뭐 100 00:11:02,450 --> 00:11:05,338 이 의자를 벗어나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101 00:11:05,362 --> 00:11:06,295 도와줄게 102 00:11:06,320 --> 00:11:08,880 아니, 됐어 103 00:11:09,790 --> 00:11:11,758 요한 뭐 하러 일어나? 104 00:11:13,728 --> 00:11:15,958 당신을 좀 안아보려고 105 00:11:16,130 --> 00:11:19,099 날 안아주려고? 106 00:11:29,010 --> 00:11:31,604 이런, 요한 107 00:11:34,415 --> 00:11:37,316 멍청이 영감탱이 108 00:11:37,485 --> 00:11:43,117 - 당신 몇 살이지? - 글쎄, 당신 보기엔? 109 00:11:43,290 --> 00:11:47,317 - 여든여섯 - 당신 말고, 나 110 00:11:47,495 --> 00:11:50,953 글쎄 대략 쉰다섯 111 00:11:53,367 --> 00:11:56,495 올해 예순셋이야 112 00:11:56,671 --> 00:11:59,265 정말? 그렇게 늙었어? 113 00:12:01,342 --> 00:12:07,372 의사들이 난소랑 자궁도 다 가져가 버렸어 114 00:12:08,616 --> 00:12:10,277 그게 슬퍼? 115 00:12:11,318 --> 00:12:13,843 응 그냥 가끔 116 00:12:14,622 --> 00:12:16,180 벤치에 좀 앉자 117 00:12:17,591 --> 00:12:19,923 요한 너무 아름답다 118 00:12:20,094 --> 00:12:25,327 '지극한 아름다움은 저절로 드러나도다 모든 생명에, 모든 창조물에' 119 00:12:25,499 --> 00:12:29,333 '아름다움의 근원이 무엇이리오? 아름다움은 영원하도다' 120 00:12:29,503 --> 00:12:34,167 - 시편도 외는 줄은 몰랐네 - 할머니께 배웠지 121 00:12:34,408 --> 00:12:37,571 그걸 외면 할아버지께서 상으로 장난감 병정을 주셨어 122 00:12:42,883 --> 00:12:45,351 경치나 감상하자 123 00:12:45,519 --> 00:12:49,853 - 손을 잡고 - 내 손을 잡게? 124 00:12:50,024 --> 00:12:52,015 예전에 많이 안 했던가? 125 00:12:52,193 --> 00:12:54,388 그래 많이 했지 126 00:12:54,562 --> 00:12:56,462 손을 잡아본 지가 언젠지 127 00:12:56,630 --> 00:12:58,894 그만둔 지 오래됐어 128 00:13:04,371 --> 00:13:07,602 여기 경치가 정말 좋다 129 00:13:08,743 --> 00:13:12,474 여기서 호숫가 오두막이 보여? 130 00:13:12,646 --> 00:13:17,174 저기 빛이 반사되는 곳 보이지? 바위 너머에 131 00:13:18,986 --> 00:13:21,716 오다가 그 오두막을 지나왔어 132 00:13:21,889 --> 00:13:23,789 누가 사는 것 같던데? 133 00:13:23,958 --> 00:13:27,161 - 그럴 거야 - 누가 사는데? 134 00:13:27,161 --> 00:13:29,425 헨리크 귀신이 붙었어 135 00:13:29,425 --> 00:13:30,825 - 헨리크? - 그래, 헨리크 136 00:13:30,998 --> 00:13:33,728 사랑하는 내 아들 조교수 137 00:13:34,268 --> 00:13:38,705 - 이제 드디어 서로 얘기를 해? - 그렇진 않아 138 00:13:39,540 --> 00:13:45,001 저기서 지내겠노라고 짤막한 편지를 보냈더라고 139 00:13:45,412 --> 00:13:49,041 지난 4월부터 거기서 딸 카린이랑 살고 있어 140 00:13:50,251 --> 00:13:54,017 서로 별로 안 만나나 보네 141 00:13:54,188 --> 00:13:58,852 맞아, 어쩌다 마주쳐도 의례적인 인사뿐이야 142 00:13:59,260 --> 00:14:01,854 통통한 헨리크 143 00:14:02,029 --> 00:14:05,089 - 이제 나이가 - 예순하나 144 00:14:05,266 --> 00:14:06,324 세상에 145 00:14:08,035 --> 00:14:09,195 그래 146 00:14:11,705 --> 00:14:14,003 딸, 카린은? 147 00:14:14,308 --> 00:14:16,173 카린은 19살이야 148 00:14:17,111 --> 00:14:21,673 걔 엄마는 암으로 죽었어, 2년 전에 149 00:14:22,583 --> 00:14:25,643 - 안나는 - 말해봐 150 00:14:26,487 --> 00:14:29,285 안나와 헨릭은 결혼해서 20년간 살았어 151 00:14:29,456 --> 00:14:32,721 아내의 죽음을 못 견뎌 했어 152 00:14:33,561 --> 00:14:36,052 일찍 은퇴했는데 153 00:14:37,464 --> 00:14:40,592 그만둔다니까 다들 좋아했다더군 154 00:14:41,268 --> 00:14:44,863 거기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았대 155 00:14:47,341 --> 00:14:50,674 - 당신, 그 나이 때처럼? - 나? 아냐 156 00:14:50,845 --> 00:14:52,073 아, 그래 157 00:14:52,246 --> 00:14:56,444 난 일반적인 학문적 난센스에 들러붙어 있었는데 158 00:14:57,184 --> 00:15:03,248 미시간 대학교의 명예박사 학위 덕에 끝냈어 159 00:15:03,991 --> 00:15:06,789 요한 헨리크 얘기 중이었잖아 160 00:15:06,961 --> 00:15:12,126 악단 단장이야 '웁살라 체임버 솔리스트' 161 00:15:12,299 --> 00:15:14,733 그것도 곧 그만둘 거야 162 00:15:14,902 --> 00:15:19,271 - 뭔가 할 거 아냐 - 하겠지, 책을 쓰나 보더라고 163 00:15:21,842 --> 00:15:23,400 딸은? 카린은 뭐 해? 164 00:15:25,045 --> 00:15:27,479 카린도 첼리스트야 165 00:15:27,648 --> 00:15:30,617 올가을에 예술학교 입학 오디션을 볼 거야 166 00:15:30,784 --> 00:15:32,877 헨리크가 걔를 가르쳐 167 00:15:33,053 --> 00:15:39,288 둘이 첼로를 들고 매일 같이 거기 앉아있어 168 00:15:40,361 --> 00:15:43,023 카린을 보면 얼마나 예쁜지 알 거야 169 00:15:43,197 --> 00:15:45,028 제 엄마처럼 170 00:15:46,400 --> 00:15:47,833 그래 171 00:15:56,543 --> 00:15:59,205 우리 딸내미들 소식을 전혀 못 들었어 172 00:16:03,517 --> 00:16:07,647 - 사라는 호주인과 결혼했어 - 호주인이랑? 173 00:16:08,689 --> 00:16:09,986 그래, 호주인 174 00:16:10,157 --> 00:16:13,820 용케 멀리 잘 달아났네 175 00:16:15,562 --> 00:16:19,225 편지도 보내고 전화 통화도 해 176 00:16:20,367 --> 00:16:21,664 잘살고 있어 177 00:16:21,835 --> 00:16:24,235 좋은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남편도 착해 178 00:16:25,072 --> 00:16:27,700 행복하게 살고 있어 179 00:16:28,609 --> 00:16:30,008 가여운 마르타는? 180 00:16:32,212 --> 00:16:35,909 마르타는 점점 나빠지고 있어 181 00:16:36,784 --> 00:16:39,048 나도 몰라봐 182 00:16:39,753 --> 00:16:44,383 세상 사람들 입장에선 의식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183 00:16:46,894 --> 00:16:48,293 그렇군 184 00:16:49,930 --> 00:16:51,192 당신은? 185 00:16:51,365 --> 00:16:53,697 나야, 그럭저럭 186 00:16:53,867 --> 00:16:59,066 가끔 일부러 고립돼 사는 나를 보면 지옥에 있는 것 같아 187 00:16:59,773 --> 00:17:02,333 난 모르고 있지만 이미 죽은 거야 188 00:17:03,510 --> 00:17:07,571 하지만 괜찮아 189 00:17:07,748 --> 00:17:11,775 과거를 되돌아보고 답안지를 작성해뒀어 190 00:17:12,453 --> 00:17:14,478 재미있을 것 같진 않네 191 00:17:14,655 --> 00:17:18,147 맞아, 마리안 재미없어 192 00:17:18,325 --> 00:17:21,783 어떤 인사가 그딴 게 재미있다고 하겠어? 193 00:17:23,230 --> 00:17:27,599 '답안지'에 뭐라고 쓰여있는데? 194 00:17:27,768 --> 00:17:30,999 - 정말로 알고 싶어? - 그럼, 알고 싶으니 물었겠지? 195 00:17:31,171 --> 00:17:34,572 내 인생은 엉망이었대 196 00:17:34,775 --> 00:17:39,212 전혀 의미 없는 바보 같은 인생 197 00:17:40,447 --> 00:17:45,612 우리 결혼생활도 그 지옥의 일부야? 198 00:17:46,587 --> 00:17:51,024 - 솔직히 말하면, 그래 - 그렇다니 유감이네 199 00:17:51,191 --> 00:17:53,591 어떤 늙은 신부가 이랬어 200 00:17:53,761 --> 00:17:57,993 좋은 관계엔 두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201 00:17:58,165 --> 00:18:01,328 좋은 우정과 흔들림 없는 에로티시즘 202 00:18:02,202 --> 00:18:05,968 우리더러 좋은 친구였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거야 203 00:18:06,140 --> 00:18:08,301 친절하고 유능한 204 00:18:09,676 --> 00:18:13,305 - 좋은 친구 - 그렇지 205 00:18:14,014 --> 00:18:16,710 - 당신은 바람둥이였어 - 내가 너무 206 00:18:16,884 --> 00:18:19,853 - 나도 그랬고 - 당신도 그랬어? 207 00:18:20,020 --> 00:18:22,614 - 너무 슬프다 - 오래전 일이잖아 208 00:18:22,790 --> 00:18:25,782 - 지금도 가슴 아파 - 난 안 그래 209 00:18:26,527 --> 00:18:29,553 아니 아닌 것 같기도 해 210 00:18:31,887 --> 00:18:33,565 마리안 211 00:18:33,934 --> 00:18:35,265 당신이 그렇대서 212 00:18:35,903 --> 00:18:37,666 그래, 내가 그랬지 213 00:18:39,006 --> 00:18:42,339 이렇게 앉아있으니까 참 좋다 214 00:18:42,810 --> 00:18:47,247 당신 손을 잡고 멋진 경치를 보면서 215 00:18:47,414 --> 00:18:50,281 가슴 아픈 얘기는 안 하고 216 00:18:51,485 --> 00:18:54,613 손을 잡은 건 당신이야 217 00:18:55,389 --> 00:18:58,415 제길 저녁 식사 218 00:18:58,592 --> 00:19:01,857 늦으면 미스 닐손이 불같이 화낼 거야 219 00:19:02,029 --> 00:19:07,729 요한, 나 좀 씻어야 해 차에서 가방도 가져와야 하고 220 00:19:20,681 --> 00:19:22,706 오지 말걸 221 00:19:22,950 --> 00:19:24,577 {\an8}2장 222 00:19:24,751 --> 00:19:30,155 {\an8}거의 한 주가 흘렀다 223 00:19:35,562 --> 00:19:38,053 네가 카린이지? 224 00:19:38,232 --> 00:19:40,894 할아버지랑 얘기를 하려고? 225 00:19:41,568 --> 00:19:47,370 할아버지랑 미스 닐손은 치과에 가셨어 226 00:19:49,743 --> 00:19:51,043 난 마리안이야 227 00:19:51,668 --> 00:19:53,201 전에 할아버지랑 결혼했던 사람이야 228 00:19:53,380 --> 00:19:56,247 - 잠시 다니러 왔어 - 알아요 229 00:19:57,217 --> 00:19:59,208 와서 앉아 230 00:20:05,292 --> 00:20:08,728 괜찮으면, 좀 도와줄래? 버섯 좀 다듬어 231 00:20:08,896 --> 00:20:11,364 칼은 여기 232 00:20:16,336 --> 00:20:20,397 얘기를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그냥 함께 있자 233 00:20:22,242 --> 00:20:26,679 - 헨리크 아시죠, 아빠요? - 안다고 할 순 없어 234 00:20:26,847 --> 00:20:30,305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네 아빠를 잘 몰라 235 00:20:31,185 --> 00:20:34,382 -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 알아 236 00:20:34,955 --> 00:20:36,718 2년 전에 돌아가셨죠 237 00:20:38,492 --> 00:20:40,585 할아버지께 들었어 238 00:20:42,196 --> 00:20:46,633 아빠는 음악에 모든 힘을 쏟고 계셔요 239 00:20:47,534 --> 00:20:48,796 첼로, 맞지? 240 00:20:48,969 --> 00:20:53,702 - 바흐의 '요한 수난곡'에 대해 쓰세요 - 너도 첼리스트 아니니? 241 00:20:55,776 --> 00:20:58,472 예술학교에 가려고요 242 00:21:00,180 --> 00:21:03,672 아빠가 선생님이고 네가 학생이지, 응? 243 00:21:07,154 --> 00:21:08,781 맞아요 244 00:21:13,026 --> 00:21:14,653 왜 그러니? 245 00:21:16,230 --> 00:21:20,826 폴 힌데미트 첼로 소나타 3번 아세요? 246 00:21:20,851 --> 00:21:24,343 난 음악엔 문외한이야 247 00:21:25,138 --> 00:21:28,437 아빠는 그걸로 오디션을 보라셔요 248 00:21:28,609 --> 00:21:31,806 - 근데 너무 어려워요 - 아빠는 그렇게 생각 안 하시고? 249 00:21:31,979 --> 00:21:34,948 생리 직전에 어떠셨어요? 250 00:21:37,951 --> 00:21:40,351 마법에 걸린 괴물로 변했지 251 00:21:41,321 --> 00:21:45,052 전날엔 천사처럼 잠자리에 들었다가 252 00:21:45,225 --> 00:21:48,786 괴물이 돼서 일어났어 253 00:21:48,962 --> 00:21:53,194 머리가 멍해져서 일어나기 힘들었어요 254 00:21:53,367 --> 00:21:55,528 아빠는 일찍 일어나거든요 255 00:21:56,370 --> 00:21:58,235 오늘 아침에도 레슨이 있었구나? 256 00:21:58,405 --> 00:22:03,433 항의 표시로 잠옷을 입고 있었고 257 00:22:03,610 --> 00:22:05,976 하품도 좀 했어요 258 00:22:06,847 --> 00:22:08,712 4악장을 연주 중이었는데 259 00:22:08,882 --> 00:22:11,214 빌어먹을 힌데미트가 써놓길 260 00:22:11,385 --> 00:22:18,086 '힘있게 1/4박자로 감정 없이 계속 약하게' 261 00:22:18,625 --> 00:22:22,356 - 아시겠어요? - 모르긴 해도 되게 어렵겠다 262 00:22:22,663 --> 00:22:25,591 멍한 머리로 앉아서 애썼어요 263 00:22:25,615 --> 00:22:28,101 '감정을 배제하고 힘있게' 264 00:22:29,202 --> 00:22:34,401 좀 쉬게 해달라고 애걸했지만 아빠는 꿈쩍도 안 하고 265 00:22:34,574 --> 00:22:38,874 같은 곳을 20번이나 연주하게 했어요, 20번이나 266 00:22:39,046 --> 00:22:41,694 결국, 내가 조용히 말했어요 267 00:22:41,718 --> 00:22:44,780 '난 이딴 것에 관심 없어요' 268 00:22:44,951 --> 00:22:49,547 '이건 레슨이 아니라 동물 학대야'라고 말했죠 269 00:22:49,723 --> 00:22:55,059 헨리크도 화가 났지만, 웃으면서 첫 부분을 해보자고 했는데 270 00:22:55,228 --> 00:22:57,093 거기 쓰여 있기를 271 00:22:57,264 --> 00:23:01,428 '힘을 주어 강조해 확고부동한 활 놀림으로' 272 00:23:01,601 --> 00:23:04,479 너무 화가 나서 못하겠다고요 273 00:23:04,503 --> 00:23:06,561 아빠가 나더러 일부러 틀린다고 하길래 274 00:23:06,740 --> 00:23:11,404 '아빠 교습법은 형편없고' 275 00:23:11,578 --> 00:23:13,341 '내겐 안 맞아' 라고 했어요 276 00:23:13,513 --> 00:23:18,951 아빠는 누구보다 잘 참고 섬세하며 친절한 선생님이세요 277 00:23:19,119 --> 00:23:23,146 아빠는 '교습법 문제가 아니고' 278 00:23:23,323 --> 00:23:26,292 '네 의지와 기강이 문제야'라며 279 00:23:26,460 --> 00:23:30,624 나더러 게으르댔어요 내가 게을러서라고 280 00:23:34,401 --> 00:23:37,837 그래서 난 일어서서 조심스레 첼로를 내려놨어요 281 00:23:38,004 --> 00:23:39,972 온몸이 떨렸거든요 282 00:23:40,874 --> 00:23:43,707 오늘은 그만하겠다고 했어요 283 00:23:43,877 --> 00:23:47,176 산책하러 가겠노라고 284 00:23:55,922 --> 00:23:57,355 아빠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285 00:23:58,458 --> 00:24:00,653 그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286 00:24:02,863 --> 00:24:06,993 이러시더군요 '이 방에서 못 나가' 287 00:24:08,402 --> 00:24:12,168 장화를 신고 문을 향해 걸어갔어요 288 00:24:13,840 --> 00:24:16,502 아빠가 따라오는 소리를 못 들었는데 289 00:24:17,477 --> 00:24:19,240 내 어깨를 움켜잡았어요 290 00:24:19,413 --> 00:24:21,881 절대 못 가 291 00:24:25,385 --> 00:24:27,717 넌 못 나가 292 00:26:22,602 --> 00:26:24,832 거기 앉아서 울었어요 293 00:26:26,806 --> 00:26:28,398 이렇게 말했죠 294 00:26:29,376 --> 00:26:31,496 '절대 다신 안 돼' 295 00:26:31,828 --> 00:26:33,889 '절대 다시는 안 돼' 296 00:26:34,188 --> 00:26:35,969 '다시는 안 돼' 297 00:26:37,284 --> 00:26:40,742 가슴이 텅 빈 느낌이 들 때까지 울었어요 298 00:26:44,524 --> 00:26:46,389 그리곤 생각했죠 299 00:26:46,560 --> 00:26:50,690 '할아버지께 가서 도움을 청하자' 300 00:26:50,864 --> 00:26:53,355 '저 미치광이에게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301 00:26:53,533 --> 00:26:58,527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 302 00:26:58,705 --> 00:27:00,536 '이젠 못 참는다' 303 00:27:00,707 --> 00:27:04,074 '이제 할아버지가 미친 아들을 돌봐야 한다' 304 00:27:04,244 --> 00:27:10,376 '정신병원으로 보내든 경찰에 신고하든, 죽이든' 305 00:27:18,525 --> 00:27:22,757 그리곤 알게 됐어요 지금도 난 306 00:27:23,229 --> 00:27:25,163 아무것도 몰라요 307 00:27:27,300 --> 00:27:30,064 내 인생에 대해서도 전혀 몰라요 308 00:27:30,236 --> 00:27:34,900 뭘 할건지 뭐가 될 건지 309 00:27:38,912 --> 00:27:40,880 그리곤 알았어요 310 00:27:41,581 --> 00:27:44,709 엄마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는 것을 311 00:27:45,518 --> 00:27:48,681 이젠 엄마께 아무것도 부탁할 수 없다는 것을요 312 00:27:50,323 --> 00:27:56,785 자기연민에 빠져서 다시 울기 시작했어요 313 00:28:07,374 --> 00:28:10,775 저를 까탈스러운 애라고 생각하시겠지만 314 00:28:11,845 --> 00:28:14,439 그건 절대 아니에요 315 00:28:14,614 --> 00:28:16,710 헨리크에게 자살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니? 316 00:28:16,735 --> 00:28:19,342 - 자살 성향요? - 그래 317 00:28:19,747 --> 00:28:21,486 아빠가 자살할 수도 있다고요? 318 00:28:21,655 --> 00:28:24,624 그래, 네가 말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라면 319 00:28:24,791 --> 00:28:29,057 자신을 해칠 것 같니? 320 00:28:29,229 --> 00:28:32,630 음, 솔직히 말하면 321 00:28:32,799 --> 00:28:35,859 아빠에 대해서 잘 몰라요 322 00:28:36,536 --> 00:28:40,939 그저 마음 깊은 곳엔 좋은 분이라는 것밖엔 323 00:28:42,308 --> 00:28:44,776 그렇지 않았으면 엄마가 절대 324 00:28:46,279 --> 00:28:48,474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셨어요 325 00:28:49,115 --> 00:28:50,980 두 분이 서로 사랑했죠 326 00:28:52,018 --> 00:28:54,077 아마 내가 327 00:28:54,988 --> 00:28:58,048 그 사랑에 방해물이 아니었나 싶어요 328 00:28:59,192 --> 00:29:01,267 아니면 자기연민을 키우고 329 00:29:01,291 --> 00:29:04,994 남자친구가 싫증 나 그렇게 생각했겠죠 330 00:29:06,633 --> 00:29:10,933 왜 난 엄마 같은 사랑을 경험하지 못할까요? 331 00:29:14,874 --> 00:29:19,902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가 자살하실까 봐 무서웠니? 332 00:29:20,080 --> 00:29:23,447 아빠가 힘든 거에 대해선 별로 생각 안 해봤어요 333 00:29:25,485 --> 00:29:29,182 하지만 엄마가 허용하시는 한 최대한 돌봐드렸어요 334 00:29:32,025 --> 00:29:36,155 언제나 엄마는 말씀이 별로 없었죠 335 00:29:38,498 --> 00:29:41,228 하지만 돌아가시기 며칠 전 336 00:29:41,768 --> 00:29:45,864 대부분 비몽사몽이셨어요 모르핀 주사 때문에 337 00:29:48,374 --> 00:29:51,969 돌아가시기 며칠 전 엄마 곁에 앉아있었는데 338 00:29:52,312 --> 00:29:54,974 저를 가만히 바라보시더니 339 00:29:55,648 --> 00:29:58,344 또렷이 말하셨어요 340 00:30:01,254 --> 00:30:03,347 '내가 널 사랑하는 거 알지?' 341 00:30:06,159 --> 00:30:08,992 '널 사랑하는 거 알지, 카린?' 342 00:30:15,135 --> 00:30:18,195 엄마는 한번도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343 00:30:20,640 --> 00:30:25,009 언젠가 아빠가 농담으로 아주 오래전에 이러셨어요 344 00:30:25,178 --> 00:30:28,011 '안나는 내게 사랑한다고 한 적 없어' 345 00:30:28,181 --> 00:30:31,582 '하지만 끊임없이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해' 346 00:30:37,056 --> 00:30:40,253 할아버지가 오시면 어떡하죠? 347 00:30:40,426 --> 00:30:44,487 괜찮아 한 병 더 있거든 348 00:30:58,578 --> 00:31:01,638 정말 할아버지랑 결혼했었어요? 349 00:31:01,981 --> 00:31:04,381 그게 그렇게 이상하니? 350 00:31:04,551 --> 00:31:06,746 상상이 안 돼서요 351 00:31:07,921 --> 00:31:10,913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요 솔직하게요? 352 00:31:11,191 --> 00:31:13,091 좋은 질문이야 353 00:31:14,093 --> 00:31:15,856 할아버지를 사랑하셨어요? 354 00:31:16,629 --> 00:31:19,325 평생 고민한 문제네 355 00:31:19,632 --> 00:31:21,532 그게 그렇게 어려웠어요? 356 00:31:22,468 --> 00:31:26,666 결혼하고 16년을 함께 살았어 357 00:31:27,106 --> 00:31:28,334 그 뒤에 이혼했지 358 00:31:28,508 --> 00:31:33,445 딴 여자가 생겼는데 폴라라는 멍청한 여자였어 359 00:31:34,848 --> 00:31:40,343 난 재미라곤 없는 글라이더 조종사랑 재혼했는데 360 00:31:41,221 --> 00:31:45,590 어느 날 조용히 날아가 버렸어 361 00:31:45,758 --> 00:31:47,885 다신 찾을 수 없었지 362 00:31:53,266 --> 00:31:59,034 몇 가지 이유로, 요한과 난 몇 년간 다시 만났었는데 363 00:31:59,806 --> 00:32:01,364 그러다 알게 됐어 364 00:32:01,541 --> 00:32:04,882 딴 여자를 만나더라고 365 00:32:04,906 --> 00:32:08,003 진짜 헤픈 여자였어 366 00:32:08,281 --> 00:32:10,977 너무 화가 났고 상처받았지 그래서 할아버지랑 헤어졌어 367 00:32:12,819 --> 00:32:15,117 그리곤 문득 깨달았어 368 00:32:15,288 --> 00:32:21,420 난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고 배신당한 아내이자 애인이란걸 369 00:32:22,128 --> 00:32:28,294 요한은 지독히 강박적인 오입쟁이였어 370 00:32:28,468 --> 00:32:33,167 - 그럼 할아버지가 - 완전 구제 불능 거짓말쟁이였어 371 00:32:34,007 --> 00:32:35,838 꼴에 시도 썼단다 372 00:32:37,143 --> 00:32:41,011 시집을 한 권 출판했는데 전혀 팔리지 않았어 373 00:32:41,180 --> 00:32:45,082 - 할아버지가 시를요? - 그래, 정말로 374 00:32:45,251 --> 00:32:47,845 내게 사랑의 시도 써줬어 375 00:32:48,021 --> 00:32:50,353 - 가지고 계세요? - 아니 376 00:32:50,523 --> 00:32:52,081 그런데도 사랑하셨군요? 377 00:32:58,698 --> 00:33:04,330 난 정말 순진했어 378 00:33:04,504 --> 00:33:10,374 지금 와 생각하면 어쩜 그렇게 유치하고 379 00:33:10,374 --> 00:33:13,842 어쩜 그렇게 헛똑똑이였는지 모르겠어 380 00:33:16,686 --> 00:33:21,984 그래 사랑했었던 것 같아 381 00:33:24,490 --> 00:33:26,890 완전히 아무 조건 없이 382 00:33:27,794 --> 00:33:30,285 흔들린 적 없어요? 383 00:33:30,596 --> 00:33:32,496 단 한 순간도 없었어 384 00:33:34,300 --> 00:33:36,734 왜 갑자기 오셨어요? 385 00:33:38,638 --> 00:33:40,833 모르겠어 386 00:33:43,209 --> 00:33:46,269 아직 사랑하시는군요 387 00:33:46,713 --> 00:33:48,578 아닌가요? 388 00:33:48,748 --> 00:33:52,377 전적으로 정직하게 말해보세요 389 00:33:53,186 --> 00:33:54,881 마리안 390 00:33:59,125 --> 00:34:01,855 사람들이 이러더라 391 00:34:02,895 --> 00:34:06,228 '요한은 이런 사람이야 요한은 저런 사람이야' 392 00:34:06,399 --> 00:34:08,924 대개 안 좋게 얘기했어 393 00:34:11,437 --> 00:34:15,635 내가 아는 요한은 그들이 말하는 요한이 아니었거든 394 00:34:17,543 --> 00:34:20,307 항상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왔어 395 00:34:21,214 --> 00:34:25,082 더없이 좋은 사람 396 00:34:25,251 --> 00:34:28,118 그에게 상처 주긴 쉬웠어 397 00:34:28,488 --> 00:34:31,389 자신을 방어하지 못했으니까 398 00:34:37,430 --> 00:34:39,728 난 요한이 399 00:34:41,834 --> 00:34:44,496 가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400 00:34:48,307 --> 00:34:50,138 가련한 사람이야 401 00:34:51,644 --> 00:34:53,077 우세요? 402 00:34:53,646 --> 00:34:55,375 그래, 조금 403 00:34:56,949 --> 00:34:58,541 할아버지를 위해 우시는 거예요? 404 00:35:04,991 --> 00:35:07,016 이 눈물은 405 00:35:08,094 --> 00:35:09,891 요한과 마리안을 위한 거야 406 00:35:10,830 --> 00:35:12,457 알겠네요 407 00:35:16,903 --> 00:35:19,599 이건 미친 짓이야 408 00:35:30,750 --> 00:35:33,378 얘야 409 00:35:36,789 --> 00:35:38,780 이제 어떻게 할 거니? 410 00:35:39,025 --> 00:35:40,686 헨리크에게 돌아가야죠 411 00:35:40,860 --> 00:35:45,388 - 지혜로운 일일까? - 지혜와 무관한 일이에요 412 00:35:46,466 --> 00:35:50,630 며칠 더 있을 거니까 어떻게 됐는지 알려줘 413 00:35:52,772 --> 00:35:54,797 그건 걱정 마세요 414 00:36:04,951 --> 00:36:06,475 {\an8}3장 415 00:36:06,652 --> 00:36:11,180 {\an8}안나에 대하여 416 00:36:24,971 --> 00:36:27,337 절대 다시는 이러시면 안 돼요 417 00:36:28,407 --> 00:36:30,875 - 절대 - 절대 418 00:36:32,245 --> 00:36:34,076 진지하게 얘기 좀 해요 419 00:36:34,247 --> 00:36:37,842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잖아 420 00:36:38,017 --> 00:36:41,646 더 해결할 일 없어 421 00:36:41,921 --> 00:36:44,116 그렇게 간단하니 좋네요 422 00:36:46,826 --> 00:36:50,455 정말 두려웠어 달리 표현할 수가 없어 423 00:36:51,664 --> 00:36:53,222 정말 무서웠어 424 00:36:53,399 --> 00:36:55,890 무슨 말인지 알아? 응? 425 00:36:56,068 --> 00:36:58,798 너무 피곤해요 자러 갈래요 426 00:37:06,112 --> 00:37:07,670 자니? 427 00:37:07,847 --> 00:37:09,576 아니, 안 자요 428 00:37:28,734 --> 00:37:31,931 전에 안나랑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어 429 00:37:36,142 --> 00:37:39,737 아직 결혼 전이었지만 함께 살았었어 430 00:37:43,583 --> 00:37:45,744 내가 좀 취했었나 봐 431 00:37:47,453 --> 00:37:49,717 온갖 불평을 털어놨지 432 00:37:49,889 --> 00:37:52,483 빌어먹을 대학교와 433 00:37:53,192 --> 00:37:56,161 동료들과 근무 환경에 대해서 434 00:37:56,829 --> 00:38:01,459 또 아버지에 대해서 바로 그 영감쟁이 말야 435 00:38:04,503 --> 00:38:06,528 안나는 한마디도 안 했어 436 00:38:06,939 --> 00:38:09,066 그래서 더 짜증이 났지 437 00:38:11,544 --> 00:38:13,637 이런 생각을 한 게 생각나 438 00:38:15,448 --> 00:38:17,575 '안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439 00:38:17,750 --> 00:38:20,776 '저 등 옆에서 치마를 고치면서' 440 00:38:23,022 --> 00:38:24,717 '무슨 생각을 할까?' 441 00:38:25,558 --> 00:38:30,791 '헨리크를 도저히 못 봐주겠다고 생각할 거야' 442 00:38:32,531 --> 00:38:34,726 근데 안나가 이랬어 443 00:38:36,369 --> 00:38:38,564 '당신이 계속 이러면 이렇게 생각할 거야' 444 00:38:39,272 --> 00:38:42,469 '내가 결혼하려던 사람이 아니구나' 445 00:38:46,746 --> 00:38:51,376 그러더니 현관으로 나가서 코트를 챙기더라 446 00:38:52,084 --> 00:38:57,351 두려움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냥 화가 났어 447 00:38:59,625 --> 00:39:01,593 안나를 잡으려고 했지 448 00:39:02,028 --> 00:39:03,552 근데 그대로 서 있었어 449 00:39:04,597 --> 00:39:09,296 하지만 안나에게서 내게로 450 00:39:09,468 --> 00:39:11,663 메시지가 건너왔어 451 00:39:12,371 --> 00:39:14,999 이러더라 '난 떠나' 452 00:39:17,443 --> 00:39:20,378 '당신을 떠날 거야' 453 00:39:25,484 --> 00:39:28,544 나도 모르는 사이 이렇게 말했어 454 00:39:29,755 --> 00:39:31,746 '아무도 날 떠나지 못해' 455 00:39:33,592 --> 00:39:38,552 '아무도 날 떠날 수 없어' 456 00:39:39,899 --> 00:39:43,494 '아무도 내게 등을 돌려' 457 00:39:43,769 --> 00:39:47,967 '떠날 수, 없어' 458 00:39:54,647 --> 00:39:57,115 그리곤 바닥에 앉아 생각했어 459 00:39:58,184 --> 00:40:00,175 '이제 끝장이구나' 460 00:40:01,487 --> 00:40:03,955 눈을 감고 생각했어 461 00:40:04,957 --> 00:40:08,586 '안나가 떠나는구나 다신 안 돌아오겠지' 462 00:40:13,199 --> 00:40:17,101 근데 주방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어 463 00:40:18,471 --> 00:40:20,666 안나가 커피를 끓이고 있었어 464 00:40:24,176 --> 00:40:25,973 하지만 한마디도 안 하더라 465 00:40:27,880 --> 00:40:31,316 내가 술이 깨게 하려고 했나 봐 466 00:40:33,185 --> 00:40:36,382 그날 저녁 내내 아무 말 안 하고 467 00:40:37,156 --> 00:40:40,284 바느질만 하고 앉아있었어 468 00:40:41,794 --> 00:40:44,695 안나는 원래 조용한 편이었지 469 00:40:45,297 --> 00:40:47,788 절대 수다 떠는 법도 없었고 470 00:40:50,236 --> 00:40:54,172 우린 말이 별로 필요 없었어 눈길만 보면 알았으니까 471 00:40:58,010 --> 00:41:01,411 애가 엄마에게 빌듯 용서를 빌었어 472 00:41:01,580 --> 00:41:04,481 '다시는 안 그럴게' 473 00:41:08,020 --> 00:41:11,421 바로 네게 하고 싶은 말인데 474 00:41:11,991 --> 00:41:14,516 너무 이상할 것 같아 475 00:41:14,693 --> 00:41:18,185 누구든 '미안해'라고 할 순 있지만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 476 00:41:23,269 --> 00:41:26,363 그래서 그날 밤엔 아무 말도 안 했어 477 00:41:29,241 --> 00:41:33,041 밤이 되고 478 00:41:33,846 --> 00:41:36,178 아주 깊은 밤이 됐어 479 00:41:41,253 --> 00:41:43,483 안나는 조용히 자고 있었고 480 00:41:44,457 --> 00:41:47,483 난 안나의 숨소리를 들으며 깨어있었어 481 00:41:49,695 --> 00:41:55,565 그녀를 바라봤어, 창문으로 가로등 불빛이 들어왔거든 482 00:41:56,869 --> 00:41:59,201 그렇게 오랫동안 바라봤어 483 00:42:00,105 --> 00:42:04,565 마음 깊이 이런 생각을 했지 484 00:42:04,743 --> 00:42:09,407 '안나가 알까 내 마음에' 485 00:42:09,648 --> 00:42:12,879 '자기가 얼마나 크게 자리 잡았는지' 486 00:42:15,721 --> 00:42:19,782 안나와 난 소속감의 문제였어 487 00:42:20,059 --> 00:42:22,050 네가 이해할지 모르지만 488 00:42:23,095 --> 00:42:25,928 그 소속감이란 489 00:42:26,966 --> 00:42:28,126 기적 같았지 490 00:42:28,534 --> 00:42:31,628 잘난 체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491 00:42:32,838 --> 00:42:34,897 더 적당한 말이 없구나 492 00:42:40,145 --> 00:42:42,409 난 새벽이 돼서야 잠들었고 493 00:42:42,615 --> 00:42:46,608 알람이 울리자 우린 일어나, 아침을 먹고 494 00:42:46,785 --> 00:42:48,719 평소처럼 얘기를 나눴어 495 00:42:50,122 --> 00:42:54,081 난 강의하러 가고 안나는 도서관으로 갔지 496 00:43:02,134 --> 00:43:06,571 이건 설명을 하는 거지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야 497 00:43:07,206 --> 00:43:09,265 용서란 없는 거야 498 00:43:14,647 --> 00:43:16,740 네가 떠나면 499 00:43:18,951 --> 00:43:20,976 너무 허전할 거야 500 00:43:21,520 --> 00:43:24,489 더 적당한 말을 모르겠다 501 00:43:25,391 --> 00:43:27,518 때가 되면 넌 자유로워질 거야 502 00:43:27,693 --> 00:43:31,288 예술학교에 가게 될 것이고 503 00:43:31,463 --> 00:43:35,627 전문가 선생님들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될 거야 504 00:43:38,571 --> 00:43:40,596 내 인생도 달라지겠지 505 00:43:50,215 --> 00:43:53,309 너랑 지냈던 지난 몇 달은 506 00:43:53,485 --> 00:43:57,353 신의 은총이었어 507 00:43:58,724 --> 00:44:00,885 네가 아니라 내게 말야 508 00:44:03,696 --> 00:44:06,722 빨리 돌아와 줘서 고마워 509 00:44:08,867 --> 00:44:11,131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510 00:44:12,204 --> 00:44:14,138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서 511 00:44:14,840 --> 00:44:16,831 말 안 해도 돼요 512 00:44:29,121 --> 00:44:30,383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513 00:44:30,556 --> 00:44:34,117 엄청난 형벌이 날 기다린다는 생각 514 00:45:01,754 --> 00:45:05,554 {\an8}4장 515 00:45:05,724 --> 00:45:10,684 {\an8}1주일쯤 후에 헨리크가 아버지를 찾아갔다 516 00:45:12,297 --> 00:45:17,064 {\an8}키르케고르 인생의 편린 517 00:45:32,418 --> 00:45:34,113 방해됐나요? 518 00:45:35,320 --> 00:45:36,719 너로구나 519 00:45:38,323 --> 00:45:39,984 오랜만이네 520 00:45:43,762 --> 00:45:45,389 잘 지내냐? 521 00:45:46,832 --> 00:45:48,629 네, 고마워요 522 00:45:49,168 --> 00:45:50,795 아버지는요? 523 00:45:51,637 --> 00:45:53,798 60대엔 여섯 가지 흠결이 524 00:45:53,972 --> 00:45:58,033 70대엔 일곱 가지 흠결이 있는 거야 525 00:45:58,510 --> 00:46:00,535 공정한 평가지 526 00:46:00,713 --> 00:46:04,308 물론 사람마다 우선순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527 00:46:17,696 --> 00:46:21,723 전 부인이 찾아오셨다고 들었어요 528 00:46:21,900 --> 00:46:23,231 마리안다운 일이지 529 00:46:23,402 --> 00:46:27,702 애초부터 마리안은 내가 즉흥적인 걸 싫어하는 줄 알았어 530 00:46:28,874 --> 00:46:30,535 만나 뵐 수도 있겠네요 531 00:46:30,809 --> 00:46:32,674 산딸기 따러 갔어 532 00:46:33,345 --> 00:46:36,337 돌아올 때까지 네가 여기 있을지 모르겠다 533 00:46:38,650 --> 00:46:42,711 - 방해할 생각 없었어요 - 배려 고맙다 534 00:46:47,126 --> 00:46:48,889 근데 어쩐 일이냐? 535 00:46:56,168 --> 00:47:00,434 89만 크로네가 필요해요 유산을 미리 주시면 좋겠어요 536 00:47:00,606 --> 00:47:05,134 - 또 돈이 필요하냐? - 알아요, 20만 크로네 빌린 거 537 00:47:05,310 --> 00:47:09,679 - 그것도 한 푼 안 갚았잖냐? - 네, 아직 안 갚았죠 538 00:47:09,848 --> 00:47:13,340 그 돈 받기는 틀린 것 같은데 539 00:47:14,453 --> 00:47:18,480 빌리는 거라 하다니 재밌구나 540 00:47:19,124 --> 00:47:24,562 제게 창피를 주는 게 즐겁다면 이것도 잊지 마세요 541 00:47:24,730 --> 00:47:29,190 호숫가 오두막을 빌린값을 한 푼도 안 드렸다는 거요 542 00:47:30,369 --> 00:47:33,270 거기서 다섯 달을 살면서 543 00:47:34,540 --> 00:47:36,599 한 푼도 못 받으셨잖아요 544 00:47:36,775 --> 00:47:40,973 - 새 차는 잘도 사더구나 - 빌린 거예요, 주인이 외국에 가서 545 00:47:41,146 --> 00:47:43,114 10월에 돌아오면 546 00:47:43,549 --> 00:47:45,517 차도 없이 살아야 해요 547 00:47:51,557 --> 00:47:53,787 책은 어찌 돼가냐? 548 00:47:54,693 --> 00:47:55,955 네, 고마워요 549 00:47:58,096 --> 00:47:59,529 참 공허한 대답이네 550 00:48:04,136 --> 00:48:09,130 여기 10분간 있으면서 절 놀리게 해드렸어요 551 00:48:09,308 --> 00:48:11,401 돈이 필요하지 않았으면 552 00:48:11,577 --> 00:48:14,842 - 벌써 가버렸을 겁니다 - 그럼 가든지 553 00:48:31,296 --> 00:48:33,196 제가 쓸 거 아니에요 554 00:48:33,866 --> 00:48:35,128 카린에게 필요해요 555 00:48:37,135 --> 00:48:38,625 맞아 556 00:48:39,771 --> 00:48:42,831 둘이 싸웠다고 마리안에게 들었다 557 00:48:43,041 --> 00:48:45,566 걔를 잡아둘 돈이 필요하냐? 558 00:48:45,811 --> 00:48:48,075 걔가 뇌물을 받을 것 같냐? 559 00:48:49,882 --> 00:48:53,818 안나가 어떻게 참고 살았나 모르겠다 560 00:48:53,986 --> 00:48:56,318 안나를 끌어들이지 마세요 561 00:48:57,689 --> 00:49:01,420 안나 이름을 그 고약한 입에 올리지 마시라고요 562 00:49:02,628 --> 00:49:08,294 그런 투로 말할 때면 네가 더 좋아지고, 덜 싫어져 563 00:49:09,001 --> 00:49:14,166 네 전반적인 유약함 속에 건강한 증오가 남아있는 거니까 564 00:49:26,818 --> 00:49:29,184 이것 때문이에요 565 00:49:29,755 --> 00:49:34,692 카린에게 사줄 첼로가 있어요 1815 파뇰라 첼로 566 00:49:34,860 --> 00:49:38,352 아주 훌륭한 악기예요 과르네리와 맞먹는 567 00:49:39,097 --> 00:49:42,760 카린의 재능은 특별해요 568 00:49:43,001 --> 00:49:46,061 위대한 음악가가 될 수 있어요 569 00:49:46,238 --> 00:49:51,198 지금껏 내가 가르쳐 왔지만 570 00:49:51,376 --> 00:49:54,402 걔 재능엔 그 이상이 필요해요 571 00:49:54,579 --> 00:49:56,513 첼로도 마찬가지고요 572 00:49:56,682 --> 00:49:59,310 지금은 무난한 독일산 첼로를 쓰고 있는데 573 00:49:59,484 --> 00:50:02,476 예술학교 시험을 보게 돼요 574 00:50:02,921 --> 00:50:06,482 그게 좋은 첼로인 건 확실하냐? 575 00:50:07,192 --> 00:50:11,219 남들에게 사기당한 게 처음이 아닐 텐데 576 00:50:11,396 --> 00:50:15,890 진품 보증서도 있고 악기상도 믿을만해요 577 00:50:16,068 --> 00:50:19,504 근데 왜 그렇게 헐값에 판다는 거냐? 578 00:50:21,273 --> 00:50:25,004 주인이 늙고 병들어서 더이상 관리하기가 힘들대요 579 00:50:27,312 --> 00:50:31,173 카린에게 딱 맞는 악기랬어요 580 00:50:31,273 --> 00:50:33,048 감동적이기도 하지 581 00:50:51,341 --> 00:50:52,968 아버지 582 00:50:53,844 --> 00:50:56,745 대체 그런 적개심은 어디서 오는 거죠? 583 00:50:58,448 --> 00:51:00,416 네가 말해봐라 584 00:51:01,385 --> 00:51:05,446 네가 18, 19살 때 난 너와 가까워지려고 애썼다 585 00:51:06,857 --> 00:51:08,984 넌 많이 아팠고 586 00:51:09,192 --> 00:51:14,095 네 엄마는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해보길 원했지 587 00:51:14,965 --> 00:51:18,457 내가, 좋은 아빠가 아닌 줄은 알았지만 588 00:51:18,769 --> 00:51:21,237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589 00:51:21,505 --> 00:51:23,666 근데 소리를 질렀지 590 00:51:24,174 --> 00:51:26,165 그래, 네가 소리를 질렀어 591 00:51:26,343 --> 00:51:28,174 '나쁜 아빠라고?' 592 00:51:28,545 --> 00:51:31,275 '당신은 아버지도 아니야' 593 00:51:31,448 --> 00:51:37,785 그리고 내 도움 없이도 혼자 잘할 수 있다고 했어 594 00:51:38,889 --> 00:51:41,517 솔직한 증오심은 존경받아야 해 595 00:51:41,691 --> 00:51:43,522 난 그걸 존경해 596 00:51:43,693 --> 00:51:46,992 네가 날 증오한다 해도 아무 상관 없어 597 00:51:47,898 --> 00:51:50,093 넌 내게 거의 없는 거니까 598 00:51:50,667 --> 00:51:52,999 네게 카린이 없었다면 599 00:51:53,637 --> 00:51:55,628 세상에 누가 안나를 돌봤겠냐? 600 00:51:55,872 --> 00:51:58,898 그럼 넌 내게 그림자도 없었을 거야 601 00:52:01,978 --> 00:52:06,438 이 일에 적개심은 없다 약속하지 602 00:52:06,850 --> 00:52:10,183 첼로 주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주고 가거라 603 00:52:10,487 --> 00:52:13,786 내가 전화해서 알아볼 테니까 604 00:52:35,912 --> 00:52:37,140 여기 있어요 605 00:52:38,348 --> 00:52:39,576 고맙다 606 00:52:49,693 --> 00:52:50,751 어떻게 하실 거예요? 607 00:52:52,562 --> 00:52:55,395 알려줄게 적당한 시간에 608 00:52:56,566 --> 00:52:58,534 이제 가도 되죠? 609 00:53:02,372 --> 00:53:03,999 이만 갈게요 610 00:53:07,410 --> 00:53:10,504 - 한마디만 해도 돼요? - 꼭 해야만 된다면 611 00:53:16,887 --> 00:53:21,722 50년 전 언쟁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겠어요 612 00:53:21,892 --> 00:53:22,881 거짓말로라도 613 00:53:23,059 --> 00:53:25,084 - 그게 네 생각이냐? - 네, 그래요 614 00:53:25,729 --> 00:53:27,526 안나가 불쌍하구나 615 00:53:29,799 --> 00:53:31,460 날 칠 작정이냐? 616 00:53:38,575 --> 00:53:40,702 {\an8}5장 617 00:53:40,702 --> 00:53:44,707 {\an8}바흐 618 00:55:33,423 --> 00:55:35,516 방해가 안 되면 좋겠는데 619 00:55:37,494 --> 00:55:40,292 아뇨 방금 끝났어요 620 00:55:40,530 --> 00:55:42,498 아침에 연습해요 621 00:55:42,699 --> 00:55:47,762 오르간 주자가 임신해서 내가 임시로 맡고 있어요 622 00:55:47,937 --> 00:55:52,636 - 첼리스트인 줄 알았는데 - 오르간으로 학위를 받았어요 623 00:55:52,809 --> 00:55:56,768 그 당시엔 오르간 학위가 최고였죠 624 00:55:57,147 --> 00:56:00,275 교회는 많고 오케스트라는 적었으니까요 625 00:56:00,950 --> 00:56:02,349 연주한 곡이 뭐지? 626 00:56:02,519 --> 00:56:07,013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1악장 627 00:56:08,792 --> 00:56:11,727 - 아주 아름다웠어 - 오르간이 아주 훌륭하죠 628 00:56:12,062 --> 00:56:16,021 1728년에 제작한 건데 629 00:56:16,866 --> 00:56:20,393 이런 외딴곳 교회에 놓이리라곤 아무도 몰랐죠 630 00:56:23,873 --> 00:56:28,401 몇 주 전에 카린과 둘이 여기서 콘서트를 했어요 631 00:56:28,578 --> 00:56:29,977 사람들로 꽉 들어찼었죠 632 00:56:30,146 --> 00:56:33,343 - 콘서트를 또 할 건가? - 아뇨, 시간이 없어요 633 00:56:33,516 --> 00:56:37,122 카린은 오디션 연습을 해야 하고 난 책을 마저 끝내야 해요 634 00:56:37,215 --> 00:56:38,249 책? 635 00:56:38,421 --> 00:56:41,185 네, 책을 쓰고 있어요 636 00:56:41,591 --> 00:56:44,287 바흐의 '요한 수난곡' 에 대해서 637 00:56:46,596 --> 00:56:51,533 카린을 만났어 재능이 뛰어나다던데 638 00:56:51,701 --> 00:56:56,035 비범하다고 평하는 사람이 걔 아버지뿐만은 아니죠 639 00:56:56,940 --> 00:57:00,000 - 자네가 가르치고? - 그렇게 됐어요 640 00:57:01,111 --> 00:57:05,548 예술학교에 가면 유럽 최고의 교수들을 만날 거예요 641 00:57:05,915 --> 00:57:07,507 딸을 보내기 힘들지 않을까? 642 00:57:08,818 --> 00:57:10,308 힘들겠죠 643 00:57:14,924 --> 00:57:16,755 아니라곤 못 하겠죠 644 00:57:17,894 --> 00:57:20,590 - 카린을 많이 사랑하지? - 네 645 00:57:21,831 --> 00:57:26,495 - 미안해 - 아뇨, 괜찮아요 646 00:57:29,472 --> 00:57:31,337 카린이 안나를 닮았나? 647 00:57:31,875 --> 00:57:33,467 엄마를 닮진 않았어요 648 00:57:35,111 --> 00:57:36,135 왜 그러나? 649 00:57:41,885 --> 00:57:44,445 안나 얘기를 할 때면 눈물이 나요 650 00:57:45,755 --> 00:57:47,347 그냥 그래요 651 00:57:48,358 --> 00:57:50,189 어쩔 수가 없어요 652 00:57:52,395 --> 00:57:55,489 안나가 죽은 지 2년이 지났는데도 653 00:57:56,733 --> 00:57:58,758 아직도 그때처럼 가슴이 아파요 654 00:58:01,371 --> 00:58:02,998 그냥 그렇게 됐어요 655 00:58:10,413 --> 00:58:13,177 사는 것 자체가 의식이 됐어요 656 00:58:17,353 --> 00:58:19,685 글쎄요 말로는 표현 못 해요 657 00:58:22,292 --> 00:58:24,351 장애인이 돼버렸어요 658 00:58:26,262 --> 00:58:31,325 그냥 그렇게 불구가 됐어요 659 00:58:36,372 --> 00:58:39,000 카린이 내 삶의 전부가 됐어요 660 00:58:41,044 --> 00:58:42,264 또 661 00:58:45,915 --> 00:58:48,349 카린이 없다면 인생의 의미가 별로 없죠 662 00:58:59,262 --> 00:59:02,322 요즘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663 00:59:04,534 --> 00:59:06,399 이런 상상을 하죠 664 00:59:09,405 --> 00:59:13,239 어느 날 강으로 향하는 숲길을 걸어가요 665 00:59:14,911 --> 00:59:19,939 안개가 낀, 바람 없는 어느 가을날에 666 00:59:21,050 --> 00:59:22,881 완벽하게 고요한데 667 00:59:26,589 --> 00:59:28,716 누군가를 봐요 668 00:59:29,325 --> 00:59:31,555 저기 문 옆에서 669 00:59:32,529 --> 00:59:34,554 내게로 다가오는 사람을 670 00:59:35,698 --> 00:59:38,667 파란 데님 스커트와 671 00:59:38,835 --> 00:59:40,894 파란색 카디건을 입었고 672 00:59:43,306 --> 00:59:48,300 맨발에 머리를 길게 땋았고요 673 00:59:49,512 --> 00:59:52,413 그녀가 나를 향해 걸어와요 674 00:59:55,018 --> 00:59:59,648 안나가 내게 다가와요 675 00:59:59,822 --> 01:00:01,813 저 문 곁에서 676 01:00:04,894 --> 01:00:07,556 그리곤 내가 죽었다는 걸 깨닫게 돼요 677 01:00:10,800 --> 01:00:12,995 그 후 정말로 이상한 일이 일어나요 678 01:00:14,337 --> 01:00:18,467 '이렇게 쉬워?' 라고 생각하죠 679 01:00:21,311 --> 01:00:25,247 사람들은 평생을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680 01:00:25,481 --> 01:00:27,642 사후를 궁금해하는데 681 01:00:28,718 --> 01:00:30,652 이렇게 쉽다니 682 01:00:36,392 --> 01:00:38,519 음악에서 희미한 빛을 찾고 있어요 683 01:00:38,695 --> 01:00:41,255 희미한 빛 바흐 음악 같은 684 01:00:45,234 --> 01:00:46,428 무슨 말인지 알겠어 685 01:00:46,769 --> 01:00:51,069 저녁 먹게 우리 집으로 가죠 686 01:00:51,240 --> 01:00:54,573 - 우리 요리 잘해요 - 고마워, 그러고 싶긴 한데 687 01:00:54,744 --> 01:00:57,235 이제 가야 해요 레슨이 있어요 688 01:00:57,413 --> 01:01:02,350 늦으면 카린이 화낼 거예요 689 01:01:02,986 --> 01:01:04,817 이따가 봐요 690 01:01:05,355 --> 01:01:08,847 잠깐 난 못 갈 것 같은데 691 01:01:09,025 --> 01:01:13,018 - 아, 영감님이 화를 내겠죠 - 아니, 그래서가 아니야 692 01:01:13,229 --> 01:01:15,026 근데 정말로 왜 왔어요? 693 01:01:15,198 --> 01:01:16,597 모르겠어 694 01:01:22,538 --> 01:01:25,530 - 변호사신 거 맞죠? - 그래, 왜? 695 01:01:26,042 --> 01:01:29,239 그 영감을 내가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요? 696 01:01:29,412 --> 01:01:31,710 왜 그런 짓을 하려고 하는데? 697 01:01:32,415 --> 01:01:36,749 재산은 많은데 죽을 생각을 안 하니까요 698 01:01:37,787 --> 01:01:41,723 못된 성질머리 때문에 미라가 됐나 봐요 699 01:01:43,593 --> 01:01:46,084 유산을 좀 미리 달랬더니 700 01:01:46,262 --> 01:01:48,856 창피만 주더군요 701 01:01:49,699 --> 01:01:53,931 - 소송을 내고 싶어요 - 정신이 또렷하면 안 돼 702 01:01:54,504 --> 01:01:57,234 그런 면에선 아직 건강하죠 703 01:01:57,507 --> 01:02:00,271 그럼 미치광이는 아니니까 704 01:02:00,543 --> 01:02:02,875 돈이라도 좀 받아내려고 온 거예요? 705 01:02:03,212 --> 01:02:06,204 늙고 버려진 아내로서? 706 01:02:07,183 --> 01:02:09,413 화내지 말아요 707 01:02:09,986 --> 01:02:13,319 궁금한 게 당연하잖아요 수십 년 연락도 없다가 708 01:02:15,291 --> 01:02:17,759 돈을 뜯어내러 온 거 아니야 709 01:02:19,295 --> 01:02:21,092 영감이랑 잤어요? 710 01:02:22,665 --> 01:02:27,295 그렇게 말할 정도로 아버지를 미워하는 거야? 711 01:02:27,470 --> 01:02:31,839 아, 미안해요 이곳을 모독하고 712 01:02:32,008 --> 01:02:34,636 즐거운 대화를 망쳤네요 713 01:02:36,479 --> 01:02:39,539 모든 면에서 그 영감을 증오해요 714 01:02:41,117 --> 01:02:45,781 너무 미워서 끔찍한 병에 걸려 죽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보고 싶어요 715 01:02:47,156 --> 01:02:48,783 매일 찾아가서 716 01:02:49,158 --> 01:02:53,322 마지막 순간의 고통을 낱낱이 적어두고 싶어요 717 01:02:57,767 --> 01:03:01,430 그 영감은 비참한 영혼일 거예요, 이론적으로는 718 01:03:03,973 --> 01:03:08,034 그 눈에 경악과 혐오가 가득하군요 719 01:03:08,211 --> 01:03:13,308 변호사로서, 어리석고 혐오스런 이 세상에 익숙하실 텐데요 720 01:03:19,222 --> 01:03:22,487 잘 있어요, 마리안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721 01:03:27,563 --> 01:03:31,192 가끔은 내가 꽤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722 01:03:32,335 --> 01:03:34,769 항상 그런 고통에 시달리죠 723 01:05:31,587 --> 01:05:34,954 {\an8}6장 724 01:05:35,124 --> 01:05:40,494 {\an8}어떤 제안 725 01:06:54,537 --> 01:06:57,529 - 카린 - 안녕하셨어요, 할아버지 726 01:07:00,743 --> 01:07:04,304 여기가 내 서재야 727 01:07:04,480 --> 01:07:06,675 오랜만에 들어와 봐요 728 01:07:06,849 --> 01:07:09,443 안나랑 넌 가끔 왔었잖아 729 01:07:09,618 --> 01:07:12,451 호숫가 오두막에서 지낼 때 730 01:07:12,621 --> 01:07:15,351 - 그땐 시가를 피우셨었는데 - 어? 731 01:07:15,524 --> 01:07:17,856 그래, 맞아 732 01:07:18,027 --> 01:07:21,087 프로이트 전기를 읽고 끊었어 733 01:07:21,263 --> 01:07:25,359 구강암으로 33번이나 수술받았더구나 734 01:07:25,534 --> 01:07:27,764 그런데도 시가를 끊지 못했지 735 01:07:27,937 --> 01:07:29,598 할아버지는 괜찮으시죠? 736 01:07:29,805 --> 01:07:34,606 늙은 걸 병으로 보지 않는다면 737 01:07:35,277 --> 01:07:37,541 멋진 엄마 사진이 있네요 738 01:07:38,514 --> 01:07:43,110 언젠가 어디 있는 걸 봤는데 739 01:07:43,786 --> 01:07:46,550 그걸 내가 확대한 거야 740 01:07:46,822 --> 01:07:48,380 바로 저거 말야 741 01:07:49,492 --> 01:07:51,221 매일 엄마 생각을 해요 742 01:07:51,761 --> 01:07:54,355 밤이면 엄마 꿈을 꾸고요 743 01:07:54,530 --> 01:07:58,330 슬픔이 점차 엷어질 줄 알았는데 744 01:07:58,601 --> 01:08:00,535 그렇지 않았어요 745 01:08:00,903 --> 01:08:04,430 하지만 가슴이 처음처럼 많이 아프진 않아요 746 01:08:05,641 --> 01:08:07,836 지금은 여기 있어요 747 01:08:08,077 --> 01:08:10,238 나의 일부처럼요 748 01:08:10,980 --> 01:08:13,710 사라지게 하기 싫어요 749 01:08:14,116 --> 01:08:16,016 나도 안나가 보고 싶어 750 01:08:17,420 --> 01:08:19,479 고통스럽게 751 01:08:20,089 --> 01:08:22,523 자주 만나진 못했어 752 01:08:22,758 --> 01:08:26,353 헨리크와 나 때문이지만 753 01:08:26,929 --> 01:08:29,159 안나가 애를 많이 썼어 754 01:08:29,331 --> 01:08:31,799 하지만 헨리크와 난 도저히 755 01:08:32,168 --> 01:08:33,635 너도 알 거야 756 01:08:33,803 --> 01:08:36,237 제게 할 말 있으세요? 757 01:08:36,472 --> 01:08:39,168 그래, 맞아 앉거라 758 01:08:39,375 --> 01:08:44,608 어젯밤 미스 닐손이 와서는 편지를 주고 갔어요 759 01:08:44,780 --> 01:08:49,012 - 아빠는 보시면 안 된다며 - 그 말 그대로야 760 01:08:49,251 --> 01:08:52,550 아빠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웁살라에 가셨어요 761 01:08:52,721 --> 01:08:54,484 여기 편지가 있는데 762 01:08:54,657 --> 01:08:59,822 며칠 전에 온 건데 너랑 상관있는 거야 763 01:09:00,096 --> 01:09:02,860 혹시 너 이반 샤블로프라고 들어봤냐? 764 01:09:03,032 --> 01:09:06,160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휘자시잖아요 765 01:09:06,335 --> 01:09:08,701 최근 연주 투어를 왔었지 766 01:09:08,971 --> 01:09:13,203 교향악단과 함께 환상적이었죠 767 01:09:13,409 --> 01:09:17,311 레닌그라드에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야 768 01:09:17,480 --> 01:09:21,211 그 친구가 보낸 거야 769 01:09:21,550 --> 01:09:25,646 '요한, 친애하는 친구이자 형제에게' 770 01:09:25,821 --> 01:09:28,051 '미안하단 말을 해야겠군' 771 01:09:28,224 --> 01:09:31,955 '이렇게 서툰 영어랑 독일어로 편지를 쓴 거 말이네' 772 01:09:32,128 --> 01:09:35,029 '멋진 내 비서가' 773 01:09:35,264 --> 01:09:40,258 '쌍둥이를 낳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네' 774 01:09:41,237 --> 01:09:44,968 '하지만 중요한 문제로' 775 01:09:45,207 --> 01:09:47,266 '친구에게 편지를 써야만 했어' 776 01:09:47,476 --> 01:09:50,912 '그 이유는 바로' 777 01:09:51,514 --> 01:09:56,383 '어느 날 밤에 시간이 나서 어린 음악가의 연주회에 갔었네' 778 01:09:56,585 --> 01:10:00,180 '난 깜짝 놀랐고 행복했다네' 779 01:10:02,491 --> 01:10:06,791 '거기서 어린 아가씨가 첼로를 연주했는데' 780 01:10:07,029 --> 01:10:12,067 '코다이 졸탄의 독주곡이었네' 781 01:10:12,067 --> 01:10:17,699 '젊은 음악가의 비범한 재능에 깜짝 놀랐다네' 782 01:10:17,907 --> 01:10:20,137 '연주의 원숙함과 기교와' 783 01:10:20,309 --> 01:10:21,970 '용기에 말일세' 784 01:10:22,144 --> 01:10:24,339 이런 그럴 리가요 785 01:10:27,383 --> 01:10:30,318 '교장 선생님이 그녀와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줬는데' 786 01:10:30,486 --> 01:10:32,647 '주로 아버지가 가르친다기에' 787 01:10:32,821 --> 01:10:38,384 '아버지를 찾아갔는데 무례하게 날 쫓아내더군' 788 01:10:38,627 --> 01:10:41,061 '거만했다는 게 맞을 거야' 789 01:10:42,464 --> 01:10:45,831 '난 친구인 자네가 그녀의' 790 01:10:46,035 --> 01:10:48,435 '할아버지라는 걸 알았고' 791 01:10:48,604 --> 01:10:53,268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거라네' 792 01:10:54,109 --> 01:10:57,510 '젊은 연주가의 기교는 아주 위험한 거라네' 793 01:10:57,680 --> 01:10:59,910 '한편으론 부족한 상태에선' 794 01:11:00,082 --> 01:11:05,486 '조만간 비극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되지' 795 01:11:07,289 --> 01:11:09,257 '내가 아마 자넨 모르겠지만' 796 01:11:09,425 --> 01:11:13,623 헬싱키에 있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객원 교수인데 797 01:11:13,829 --> 01:11:16,229 '유럽 최고의 음악학교 중 하나지' 798 01:11:16,665 --> 01:11:21,068 '난 그곳 총장이랑 교수들과 친분이 있다네' 799 01:11:21,270 --> 01:11:25,639 '우리가 의무적인 오디션 후에' 800 01:11:25,808 --> 01:11:28,675 '젊고 재능있는 첼리스트에게' 801 01:11:28,877 --> 01:11:32,677 '최고의 레슨을 제공하겠네' 802 01:11:33,816 --> 01:11:37,445 '훌륭한 재능을 가진 손녀에게 걸맞은 교육 말일세' 803 01:11:40,656 --> 01:11:43,625 '최대한 빨리 자네 생각을 알려주게나' 804 01:11:43,792 --> 01:11:46,886 '그럼 잘 있게, 이반' 805 01:11:49,231 --> 01:11:51,563 카린 어떻게 생각하냐? 806 01:11:51,767 --> 01:11:54,395 이 말도 해둬야겠구나 807 01:11:54,603 --> 01:11:59,734 물론 네게 필요한 비용은 내가 부담하도록 하마 808 01:12:01,443 --> 01:12:07,109 좋은 첼로 주인에게 얘기해뒀다, 요구하는 값보다 809 01:12:07,283 --> 01:12:09,547 더 좋은 가격에 사겠다고 810 01:12:09,718 --> 01:12:12,585 네가 원한다면 네 손에 쥐여주마 811 01:12:12,755 --> 01:12:14,313 물론 내 생각엔 812 01:12:14,490 --> 01:12:19,325 네가 샤블로프의 제안을 받아들일 걸로 본다만 813 01:12:20,496 --> 01:12:22,589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814 01:12:23,565 --> 01:12:25,829 너무 당황스러운 제안이라서 815 01:12:26,468 --> 01:12:31,633 물론 이 편지에 좀 당황스러울 거다 816 01:12:31,840 --> 01:12:36,709 - 답장을 뭐라고 할까? 네가 - 당황했다고요 817 01:12:36,879 --> 01:12:40,906 네 결정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거다 818 01:12:41,850 --> 01:12:44,978 - 다른 사람요? - 음 819 01:12:45,154 --> 01:12:47,918 특히나 네 아빠 말야 820 01:12:48,090 --> 01:12:50,354 좀 쉬어야겠다 잘 가거라, 카린 821 01:12:51,293 --> 01:12:52,692 말씀 감사해요 822 01:12:57,933 --> 01:13:01,425 마리안은 나더러 사람을 전혀 볼 줄 모른댔어 823 01:13:01,603 --> 01:13:04,595 상대의 감정을 이해 못 한다고 824 01:13:04,773 --> 01:13:06,832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825 01:13:07,009 --> 01:13:11,503 하지만 적어도 이건 알고 있어 826 01:13:11,980 --> 01:13:17,384 네 어머니가 살아있을 땐 날 덜 힘들게 해줬어 827 01:13:17,553 --> 01:13:22,547 안나가 죽고 어둠은 더 어두워졌고 등불은 빛을 잃었어 828 01:13:22,725 --> 01:13:26,092 헨리크에게도 힘들어요 그냥 살고 있을 뿐이에요 829 01:13:26,261 --> 01:13:29,890 뭐니 뭐니 해도 넌 네 엄마를 닮았어 830 01:13:30,065 --> 01:13:34,365 난 네게 정이 많이 가, 캐리 831 01:13:34,937 --> 01:13:37,371 잘 가거라, 카렌 832 01:13:37,539 --> 01:13:39,632 안녕히 계세요 할아버지 833 01:14:43,872 --> 01:14:47,968 {\an8}7장 834 01:14:48,177 --> 01:14:54,514 {\an8}안나의 편지 835 01:15:47,603 --> 01:15:51,835 안나가 헨리크에게? 엄마가 아빠께 쓴 거니? 836 01:15:52,007 --> 01:15:54,703 네, 책갈피에서 발견했어요 837 01:15:58,280 --> 01:16:00,908 5월 18일 838 01:16:01,383 --> 01:16:02,504 안나가 839 01:16:02,528 --> 01:16:05,149 돌아가시기 1주 전에 쓰신 거예요 840 01:16:05,320 --> 01:16:07,379 좀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841 01:16:11,927 --> 01:16:14,953 난 안나 글씨를 못 알아보겠는데 842 01:16:15,130 --> 01:16:17,530 네가 읽어야겠다 843 01:16:18,433 --> 01:16:20,401 읽어볼게요 844 01:16:21,136 --> 01:16:24,537 자 위스키 좀 마셔 845 01:16:31,513 --> 01:16:36,951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걸 아셨어요 846 01:16:37,653 --> 01:16:42,818 헨리크가 감기에 걸려 면회가 안 되니까 편지를 쓰신 거예요 847 01:16:44,993 --> 01:16:47,257 뭐랬냐면 848 01:16:50,198 --> 01:16:55,636 '당신이 면회를 못 오는 게 우리에겐 다행인 것 같아' 849 01:16:56,705 --> 01:16:59,902 '우린 서로를 안색을 너무 잘 읽잖아' 850 01:17:00,075 --> 01:17:02,202 '당신이 문을 열면' 851 01:17:02,811 --> 01:17:06,747 '나도, 당신도 태연한 척 애쓰겠지만' 852 01:17:07,349 --> 01:17:12,946 '당신 얼굴에서 내가 얼마나 안 좋은지 읽을 수 있어' 853 01:17:19,394 --> 01:17:21,760 읽기 힘든 부분인가 보구나 854 01:17:23,932 --> 01:17:26,730 저와 아빠에 대해 쓰셨어요 855 01:17:27,502 --> 01:17:29,197 가슴 아픈 내용이니? 856 01:17:29,371 --> 01:17:31,669 네, 맞아요 857 01:17:32,975 --> 01:17:36,467 병원에 엄마랑 있을 때 858 01:17:36,645 --> 01:17:40,012 네게 편지 얘기를 안 하셨니? 859 01:17:40,349 --> 01:17:42,681 안 했어요 전혀 860 01:17:43,819 --> 01:17:45,787 뭐라고 쓰셨는데? 861 01:17:55,263 --> 01:17:57,322 '사랑하는 헨리크' 862 01:17:57,933 --> 01:18:02,393 '지금껏 한번도 안 했던 얘기를 해야겠어' 863 01:18:04,072 --> 01:18:07,530 '카린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지만' 864 01:18:08,510 --> 01:18:11,570 '그럴 필요가 없었지' 865 01:18:11,747 --> 01:18:14,841 '내가 항상 함께 있었으니까' 866 01:18:15,217 --> 01:18:19,654 '그러다 내가 병에 걸렸고 이젠 내가 곁에 없잖아' 867 01:18:20,422 --> 01:18:23,880 '물론 내가 있었을 때도' 868 01:18:24,359 --> 01:18:26,953 '난 뒷전에 물러나 있었지' 869 01:18:28,530 --> 01:18:31,556 '우린 서로 사랑했어' 870 01:18:31,900 --> 01:18:36,599 '난 그 사랑에 안주했고 당신도 알 거야' 871 01:18:37,639 --> 01:18:40,904 '하지만 그 어떤 사랑도' 872 01:18:41,076 --> 01:18:47,072 '지금 내 병처럼 파괴적인 것을 견뎌낼 만큼 강하지 못해' 873 01:18:48,784 --> 01:18:51,548 '당신이 카린을 사랑하는 거 알아' 874 01:18:51,853 --> 01:18:55,152 '또, 당신이 카린을 매어두고 있다는 것도' 875 01:18:56,191 --> 01:18:59,058 '카린의 선생님으로선 그래도 좋지만' 876 01:18:59,594 --> 01:19:02,290 '한계가 있는 거야' 877 01:19:03,231 --> 01:19:07,292 '내가 죽으면 그 한계가 불분명해질 거야' 878 01:19:08,537 --> 01:19:11,438 '카린이 당신을 사랑하는 거 알지만' 879 01:19:12,774 --> 01:19:17,074 '그 사랑을 이용해선 안 돼' 880 01:19:17,546 --> 01:19:19,707 '카린에게 상처를 줄 거야' 881 01:19:20,816 --> 01:19:24,274 '영원한 상처로 남을 수도 있어' 882 01:19:26,755 --> 01:19:31,715 '그래서 카린을 놓아주라고 부탁하는 거야' 883 01:19:33,462 --> 01:19:37,091 '그런 친밀감을 절대 이용해선 안 돼' 884 01:19:37,632 --> 01:19:40,226 '카린을 이용하지 마' 885 01:19:40,402 --> 01:19:45,066 '당신 혼자 결정한 선생이라는 역할로 말야' 886 01:19:47,509 --> 01:19:50,376 '사랑하는 헨리크' 887 01:19:50,879 --> 01:19:52,972 '당신은 정말 민감하고' 888 01:19:53,148 --> 01:19:57,346 '사려 깊고 애정이 많아' 889 01:19:58,286 --> 01:20:03,781 '함께 사는 동안, 난 그걸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 890 01:20:05,494 --> 01:20:11,433 '하지만 위험하다는 걸 알아야 해 카린을 둘러싸던 사랑은' 891 01:20:11,600 --> 01:20:16,162 '내가 죽고 나면 정처를 잃어버리게 될 거야' 892 01:20:19,040 --> 01:20:21,099 더 있는데 893 01:20:21,476 --> 01:20:24,411 더 읽기 싫어요 894 01:20:25,013 --> 01:20:26,503 못 읽겠어요 895 01:20:26,681 --> 01:20:29,673 너무너무 가슴이 아파요 896 01:20:29,851 --> 01:20:33,514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요 897 01:20:40,128 --> 01:20:41,891 카린 898 01:20:43,498 --> 01:20:47,958 왜 편지를 내게 가져왔니? 899 01:20:48,136 --> 01:20:51,071 할머니도 깊이 관련돼 있잖아요 900 01:20:51,239 --> 01:20:53,571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901 01:20:53,742 --> 01:20:56,108 할아버지의 계획도 아시고요 902 01:20:56,278 --> 01:20:58,508 그래, 들었어 903 01:20:58,947 --> 01:21:02,439 좋은 충고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904 01:21:02,617 --> 01:21:05,108 내 생각을 털어놓고 싶었어요 905 01:21:05,287 --> 01:21:08,313 털어놓으면 일이 확실해질 것 같았어요 906 01:21:09,357 --> 01:21:11,518 그럼 얘기해봐 907 01:21:13,762 --> 01:21:15,889 엄마는 알고 있었어요 908 01:21:17,132 --> 01:21:18,121 그래 909 01:21:19,334 --> 01:21:20,494 그랬던 것 같구나 910 01:21:20,769 --> 01:21:24,967 모든 게 엄마가 경고했던 그대로였고요 911 01:21:25,874 --> 01:21:28,069 할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912 01:21:28,243 --> 01:21:30,871 - 못 받아들인다고? - 안 돼요, 그렇게 못해요 913 01:21:31,046 --> 01:21:32,343 대체 이유가 뭔데? 914 01:21:32,747 --> 01:21:35,443 내가 헨리크를 떠나면 죽게 될 거예요 915 01:21:37,552 --> 01:21:39,635 아버지를 떠나면 죽을 거라고요 916 01:21:39,659 --> 01:21:40,715 확실히 알아요 917 01:21:40,889 --> 01:21:42,379 마리안 918 01:21:42,557 --> 01:21:47,085 이제 아빠는 오케스트라 단장도 아니에요 919 01:21:47,262 --> 01:21:51,824 단원으로 남아 음악을 계속할 순 있지만 920 01:21:52,000 --> 01:21:54,161 대대적으로 재편될 건데 921 01:21:54,336 --> 01:21:58,534 아빠는 더이상 행정에 참여하지 못할 거예요 922 01:21:58,707 --> 01:22:01,267 그래서 그만두는 거예요 923 01:22:01,443 --> 01:22:03,775 아빠를 떠날 수 없어요 924 01:22:03,945 --> 01:22:07,142 가끔은 정말로 아빠가 지겨웠어요 925 01:22:07,315 --> 01:22:11,649 내 미래가 어떨지 다 알아요 926 01:22:13,822 --> 01:22:15,346 하지만 이제 엄마도 돌아가시고 927 01:22:15,523 --> 01:22:18,287 헨리크는 자기 인생을 감당 못 해요 928 01:22:19,494 --> 01:22:23,430 어떻게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929 01:22:23,598 --> 01:22:27,034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요? 930 01:22:27,469 --> 01:22:33,339 안 돼요, 지금 나와 아빠의 미래는 분리 불가능할 정도로 얽혀버렸어요 931 01:22:34,242 --> 01:22:36,608 최소한 '지금'이라곤 하는구나 932 01:22:39,214 --> 01:22:42,479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거예요 933 01:22:43,318 --> 01:22:46,913 하지만 카린 내 생각은 달라 934 01:22:47,088 --> 01:22:49,113 아뇨, 난 확신해요 935 01:23:01,503 --> 01:23:04,529 안나의 사랑 936 01:23:04,706 --> 01:23:07,869 사랑이란 이 편지 같은 거예요 937 01:23:09,077 --> 01:23:11,170 안 그런가요? 938 01:23:17,485 --> 01:23:19,419 글쎄다 939 01:23:20,355 --> 01:23:22,789 {\an8}8장 940 01:23:22,789 --> 01:23:24,907 {\an8}사라방드 941 01:23:31,499 --> 01:23:33,296 벌써 돌아왔어요? 942 01:23:33,468 --> 01:23:36,494 웁살라에 할 일이 별로 없었어 943 01:23:36,671 --> 01:23:39,868 - 안녕, 아빠 - 안녕, 내 딸 944 01:23:45,747 --> 01:23:47,908 그 악보는 뭐죠? 945 01:23:48,817 --> 01:23:51,308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946 01:23:51,486 --> 01:23:53,078 말도 안 돼 947 01:23:53,521 --> 01:23:54,886 내 얘기를 들어봐 948 01:23:55,056 --> 01:23:58,992 안데르베르그가 콘서트를 제안했어 949 01:23:59,160 --> 01:24:02,129 우리 둘이서 11월에 950 01:24:02,297 --> 01:24:06,927 - 이건 내게 너무 어려워요 - 함께 연주할 거야 951 01:24:07,102 --> 01:24:09,002 무슨 말이에요 함께라뇨? 952 01:24:09,170 --> 01:24:12,571 대화하듯이 서로 마주 보고 953 01:24:12,741 --> 01:24:18,111 넌 네가 할 수 있는 데를 난 어려운 부분을 연주할 거야 954 01:24:18,279 --> 01:24:22,340 특히 도입부 말이야 정말 환상적일 거야 955 01:24:22,517 --> 01:24:25,213 내게 가능한 데가 어딘데요? 이건 말도 안 돼요 956 01:24:25,387 --> 01:24:27,912 사라방드 같은 거 말야 957 01:24:28,089 --> 01:24:30,057 그걸 숙달하려면 평생 걸릴걸요 958 01:24:30,225 --> 01:24:35,185 우리에겐 아직 3개월이나 남았어 959 01:24:35,363 --> 01:24:37,422 오디션은 어떡하고요? 960 01:24:37,599 --> 01:24:39,226 그건 거의 끝났잖아 961 01:24:39,401 --> 01:24:42,199 콘서트가 있으면 외출 허락을 받을 수 있어 962 01:24:42,370 --> 01:24:45,601 - 보르츠에게 얘기 해뒀어 - 고마워요 963 01:24:45,774 --> 01:24:49,938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을 거야 964 01:24:50,111 --> 01:24:53,239 이제 나도 오케스트라 일로 바쁘지 않잖아 965 01:24:55,884 --> 01:25:00,685 이젠 수석 연주자도 안 해도 될 거야 966 01:25:00,855 --> 01:25:04,723 - 화가 많이 났나 보네요 - 아마 그럴걸 967 01:25:04,893 --> 01:25:09,193 하지만 네게 시간을 더 많이 낼 수 있겠지 968 01:25:09,564 --> 01:25:12,089 널 더 잘 도와줄 수 있어 969 01:25:12,267 --> 01:25:14,895 맞아요, 그럼요 970 01:25:18,940 --> 01:25:21,465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971 01:25:24,579 --> 01:25:28,879 이봐, 예쁜 꼬맹이 972 01:25:42,497 --> 01:25:46,524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973 01:25:52,707 --> 01:25:57,542 - 왜 그래, 캐리? - 모르겠어요 974 01:25:59,914 --> 01:26:04,044 알긴 하지만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지 975 01:26:37,886 --> 01:26:39,945 할아버지랑 얘기한 모양이구나 976 01:26:40,121 --> 01:26:41,486 - 네 - 얘기 안 했어? 977 01:26:41,656 --> 01:26:44,386 - 네, 얘기했어요 - 그 할망구랑도? 978 01:26:44,559 --> 01:26:47,824 - 마리안 말야? - 네 979 01:26:48,796 --> 01:26:50,423 그래 980 01:26:50,965 --> 01:26:54,264 아주 멋진 자리였겠네 981 01:26:54,435 --> 01:26:56,403 결정을 내려야만 해요 982 01:26:56,571 --> 01:27:00,234 - 이미 결정한 줄 알았는데 - 아니, 아빠가 결정하셨죠 983 01:27:00,575 --> 01:27:02,440 정말이야? 984 01:27:04,679 --> 01:27:08,012 여태 그렇게 생각했었어? 985 01:27:08,483 --> 01:27:11,111 생각할 것도 없었어요 986 01:27:11,286 --> 01:27:12,587 이렇게 생각했어요 987 01:27:12,611 --> 01:27:17,316 '아빠는 어떤 게 최선인지 알고 있어' 988 01:27:25,567 --> 01:27:28,832 이미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겠구나 989 01:27:29,003 --> 01:27:31,198 그러니? 990 01:27:32,140 --> 01:27:34,506 할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니? 991 01:27:44,852 --> 01:27:48,151 - 이걸 읽었어? - 읽었어요 992 01:27:50,024 --> 01:27:54,427 - 내게 보낸 편지를 읽었어? - 나에 대한 편지예요 993 01:27:54,596 --> 01:27:58,726 내게 보낸 거였어 근데 읽었어, 그냥? 994 01:27:59,634 --> 01:28:05,539 너에 대한 내용이니까 읽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995 01:28:05,707 --> 01:28:11,373 계속 이러실 거면 이런 얘기 할 필요도 없어요 996 01:28:11,546 --> 01:28:14,447 미안해, 미안 997 01:28:14,616 --> 01:28:17,983 - 미안하다니까, 빌어먹을 - 뭐가 미안한데요? 998 01:28:19,454 --> 01:28:22,617 연습이나 할까 아니면 다른 게 또 있었니? 999 01:28:32,900 --> 01:28:34,561 아빠 1000 01:28:35,637 --> 01:28:37,764 많이 괴로울 거예요 1001 01:28:37,939 --> 01:28:39,702 네게 아니면 내게? 1002 01:28:39,874 --> 01:28:43,310 비보처럼 들리겠지만 네 말투가 무섭구나 1003 01:28:43,604 --> 01:28:45,265 난 마음을 정했어요 1004 01:28:45,780 --> 01:28:49,307 평생 처음으로 나 혼자서 결정한 거예요 1005 01:28:49,751 --> 01:28:50,979 그런데 슬프니? 1006 01:28:51,152 --> 01:28:54,747 네, 슬퍼요 1007 01:28:57,925 --> 01:29:02,225 엄마가 보낸 편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더라면 1008 01:29:03,197 --> 01:29:06,098 그 편지를 읽게 해주셨더라면 1009 01:29:06,934 --> 01:29:09,095 아마도 우린 1010 01:29:11,205 --> 01:29:13,435 아무 말도 안 해줬어요 1011 01:29:13,608 --> 01:29:15,838 말씀하셨어야죠 1012 01:29:22,483 --> 01:29:26,715 - 근데, 이렇게 돼버렸네요 - 어떻게 됐다는 거야? 1013 01:29:30,758 --> 01:29:34,489 다음 주에 엠마랑 함부르크로 갈 거예요 1014 01:29:35,730 --> 01:29:40,258 젊은 오케스트라 단원을 위한 학교에 입학할 거예요 1015 01:29:41,836 --> 01:29:44,600 10월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올 건데 1016 01:29:44,772 --> 01:29:47,240 그럼 뮌헨으로 가게 될 거예요 1017 01:29:53,281 --> 01:29:56,978 유럽의 모든 젊은 음악가들을 위한 행사예요 1018 01:29:57,151 --> 01:29:59,779 22살 이하만 참가할 수 있어요 1019 01:30:00,588 --> 01:30:03,580 6주 동안 아바도와 함께 연주하고 1020 01:30:03,758 --> 01:30:06,386 4번의 콘서트를 열 거예요 1021 01:30:07,261 --> 01:30:10,230 엠마가 비디오를 찍었어요 1022 01:30:10,398 --> 01:30:13,561 입학 심의 위원회에 재미 삼아 보내봤어요 1023 01:30:13,735 --> 01:30:15,896 브람스 곡을 연주해서요 1024 01:30:17,238 --> 01:30:22,141 엠마와 내게 편지가 왔어요, 그 학교에 1025 01:30:22,977 --> 01:30:25,036 입학을 허락한다는 1026 01:30:26,013 --> 01:30:28,038 기꺼이 받아주겠대요 1027 01:30:29,717 --> 01:30:31,378 그리고 1028 01:30:34,589 --> 01:30:37,183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예요 1029 01:30:40,128 --> 01:30:43,529 그게 바로 내가 하기로 결정한 일이고요 1030 01:30:45,666 --> 01:30:47,600 예술학교는 어떡하고? 1031 01:30:57,011 --> 01:30:59,445 함부르크 과정이 얼마 동안이지? 1032 01:31:01,749 --> 01:31:03,683 2년요 1033 01:31:03,851 --> 01:31:08,788 그 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교향악단에서 유급 인턴 과정이 있어요 1034 01:31:09,757 --> 01:31:11,520 3년 동안 1035 01:31:13,694 --> 01:31:16,561 학비는 어떻게 감당할 건데? 1036 01:31:16,731 --> 01:31:18,858 상속받은 걸로요 1037 01:31:21,702 --> 01:31:23,657 그간 많이 생각했나 보구나 1038 01:31:23,681 --> 01:31:27,641 엠마에겐 가망 없다고 했어요 1039 01:31:27,809 --> 01:31:30,539 아빠가 이미 마음을 정했다고 1040 01:31:36,117 --> 01:31:38,108 세상에 1041 01:31:39,954 --> 01:31:41,615 난 1042 01:31:41,923 --> 01:31:43,948 세상에 1043 01:31:47,862 --> 01:31:49,796 하지만 아빠 1044 01:31:49,964 --> 01:31:54,424 난 싫어요, 독주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1045 01:31:54,602 --> 01:31:57,332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연주하고 싶어요 1046 01:31:57,505 --> 01:32:03,535 공동 노력의 일부가 되고 싶어요 1047 01:32:03,711 --> 01:32:07,078 무대에 혼자 발가벗겨져 앉아있기 싫어요 1048 01:32:07,248 --> 01:32:12,151 다른 사람들이 나더러 별로라고 말하는 거 싫어요 1049 01:32:12,320 --> 01:32:15,221 내 미래는 내가 결정하고 싶어요 1050 01:32:15,389 --> 01:32:18,415 단순한 인생을 살고 싶어요 1051 01:32:18,593 --> 01:32:20,458 또 바라는 것은 1052 01:32:20,628 --> 01:32:22,391 가정이에요 1053 01:32:22,563 --> 01:32:24,793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어요 1054 01:32:24,966 --> 01:32:26,831 가련한 엄마의 대리인이 아니고 1055 01:32:27,001 --> 01:32:32,598 내가 아닌 걸로 아빠 칭찬을 받는 거 말고요 1056 01:32:33,541 --> 01:32:35,532 그건 그만둬야 해요 1057 01:32:37,645 --> 01:32:39,272 이제 끝났어요 1058 01:32:47,121 --> 01:32:50,386 최소한 완벽하게 결말은 지어야지 1059 01:32:50,558 --> 01:32:52,458 무슨 뜻이에요? 1060 01:33:01,736 --> 01:33:05,194 5번 사라방드를 연주하고 싶지 않니? 1061 01:33:05,373 --> 01:33:06,738 네가 아는 곡이잖아 1062 01:33:06,908 --> 01:33:10,173 - 지금요? - 그래, 부탁해 1063 01:34:27,822 --> 01:34:29,158 {\an8}9장 1064 01:34:29,183 --> 01:34:30,014 네 1065 01:34:31,587 --> 01:34:32,922 여기 있어요 1066 01:34:32,947 --> 01:34:34,802 {\an8}결정적인 순간 1067 01:34:34,827 --> 01:34:36,214 네, 고마워요 1068 01:34:41,335 --> 01:34:45,499 - 누가 전화한 거야? - 병원에서 전화했어 1069 01:34:45,673 --> 01:34:50,201 헨리크가 자살을 시도했어 약을 먹었대 1070 01:34:50,378 --> 01:34:54,439 그 뒤 면도날로 팔과 목을 그었어 1071 01:34:54,615 --> 01:34:56,082 지금 중환자실에 있대 1072 01:34:56,250 --> 01:34:58,411 이 번호로 전화해서 1073 01:34:58,953 --> 01:35:01,421 잉그야드 간호사에게 물어봐 1074 01:35:01,589 --> 01:35:03,113 빌어먹을 1075 01:35:03,924 --> 01:35:07,451 죽기 직전에 발견됐대 1076 01:35:07,628 --> 01:35:12,691 베르그 부인이란 분이 오두막을 지나가다가 1077 01:35:12,867 --> 01:35:14,664 발가벗은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걸 봤대 1078 01:35:14,835 --> 01:35:16,666 빌어먹을 1079 01:35:16,837 --> 01:35:19,601 문은 열려있었고 1080 01:35:19,774 --> 01:35:24,507 부인이 깨워보려고 했지만 의식이 없었대 1081 01:35:24,779 --> 01:35:26,610 출혈이 심했고 1082 01:35:26,781 --> 01:35:31,241 - 구급차가 20분 후에 도착했고 - 이런, 빌어먹을 1083 01:35:31,419 --> 01:35:32,681 카린에게 전화해야 하는데 1084 01:35:33,754 --> 01:35:37,246 아직 함부르크로 가는 중일 거야 1085 01:35:38,793 --> 01:35:42,126 헨리크 녀석 하는 일마다 실패로군 1086 01:35:42,296 --> 01:35:44,730 자살 하나도 제대로 못하다니 1087 01:35:46,400 --> 01:35:48,766 뭐라고 얘길 해봐 젠장 1088 01:35:48,936 --> 01:35:52,838 - 그 말에 대답하길 바라? - 아무 말이나 해 1089 01:35:53,007 --> 01:35:57,244 - 생각나는 거 아무 말이나 하라고 - 싫어, 난 못해 1090 01:35:57,244 --> 01:35:58,575 못한다고? 1091 01:35:58,746 --> 01:36:04,981 당신은 가끔 엉터리 옛날 영화의 잊혀진 배우처럼 행동해 1092 01:36:05,152 --> 01:36:08,986 - 실제 사람이 아닌 것처럼 - 그럴 리가 있나 1093 01:36:10,925 --> 01:36:13,155 방금도 아니, 그만두자고 1094 01:36:13,327 --> 01:36:16,091 아니, 계속해봐 할 말 있으면 해보라고 1095 01:36:16,964 --> 01:36:19,023 어디서 이런 경멸을 주워 온 거야? 1096 01:36:19,200 --> 01:36:22,727 당신이 이랬던 기억 없어 1097 01:36:22,903 --> 01:36:25,269 - 경멸? - 그래, 경멸 1098 01:36:25,439 --> 01:36:27,168 나도 모르겠어 1099 01:36:27,341 --> 01:36:30,606 내가 누군가를 경멸한다면 바로 내 자신일 거야 1100 01:36:30,778 --> 01:36:34,373 모르겠어, 그런 것에 대해선 생각 안 해봤어 1101 01:36:37,351 --> 01:36:39,945 불쌍한 애 같으니 1102 01:36:40,254 --> 01:36:42,518 뭐, 애라니? 1103 01:36:42,690 --> 01:36:44,851 아, 헨리크 1104 01:36:45,025 --> 01:36:48,688 나랑 너무나 똑같다는걸 깨달은 모양이야 1105 01:36:48,863 --> 01:36:52,560 헨리크를 좋아한 적 없었어 애가 너무 이상했어 1106 01:36:52,733 --> 01:36:55,201 뚱뚱한데다 순해 터져서 1107 01:36:55,369 --> 01:36:58,429 끈적거리는 사랑으로 내게 들러붙었어 1108 01:36:58,606 --> 01:37:01,803 그런 사랑을 모른 척한 것은 인정해 1109 01:37:02,243 --> 01:37:06,009 개처럼 헌신적이었지만 난 걷어차 버리고 싶었어 1110 01:37:06,180 --> 01:37:10,173 말하자면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야 1111 01:37:15,156 --> 01:37:18,887 - 이제 어떻게 될까? - 카린이 어떻게 될 것 같아? 1112 01:37:19,760 --> 01:37:22,194 자신을 원망하게 될 거야 1113 01:37:22,363 --> 01:37:26,356 헨리크 녀석이 그 생각을 했어야지 1114 01:37:26,534 --> 01:37:31,972 카린이 돌아올 것 같아? 돌아올 것 같냐고? 1115 01:37:32,606 --> 01:37:34,096 모르겠어 1116 01:37:34,608 --> 01:37:36,701 당신이 얘길 해봐 응? 1117 01:37:37,678 --> 01:37:41,478 - 카린을 찾게 되면 - 당신을 고용할게 1118 01:37:41,649 --> 01:37:44,914 얼마면 되겠어? 얼마가 들어도 좋아 1119 01:37:45,085 --> 01:37:49,044 카린의 죄책감을 금고 속에 가둘 수만 있다면 1120 01:37:49,590 --> 01:37:51,922 카린이 돌아오면 어쩌지? 1121 01:37:52,092 --> 01:37:55,323 그 형편없는 썩을 놈에게 너무 정이 들어 있는데 1122 01:37:55,496 --> 01:37:57,828 그럼 큰일인데 1123 01:37:57,998 --> 01:38:00,899 그래 내 생각도 같아 1124 01:38:08,709 --> 01:38:13,203 뭐라고 하지? 1125 01:38:13,714 --> 01:38:16,740 난 안나와 정이 돈독했어 1126 01:38:18,185 --> 01:38:21,882 안나가 죽었을 때 정말 끔찍했어 1127 01:38:22,890 --> 01:38:24,915 나도 그랬어 1128 01:38:25,092 --> 01:38:29,688 그 재앙의 변두리에 있었는데도 그랬어 1129 01:38:31,832 --> 01:38:33,993 이해할 수가 없었어 1130 01:38:34,201 --> 01:38:37,295 헨리크가 안나의 사랑을 받을 특권을 받았다는 걸 1131 01:38:38,973 --> 01:38:41,305 또 안나가 헨리크를 사랑하는 걸 1132 01:38:44,845 --> 01:38:47,712 당신 비웃고 있을 거야 1133 01:38:48,148 --> 01:38:49,706 아니 1134 01:38:50,551 --> 01:38:52,576 전혀 웃지 않았어 1135 01:38:53,787 --> 01:38:56,551 울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 1136 01:38:56,991 --> 01:39:00,256 - 당신이 울 이유는 없을 텐데 - 있어 1137 01:39:01,061 --> 01:39:04,121 하지만 얘기하고 싶지 않아 1138 01:39:07,902 --> 01:39:09,062 {\an8}10장 1139 01:39:09,236 --> 01:39:13,332 {\an8}여명의 시간 1140 01:40:51,138 --> 01:40:52,605 마리안 1141 01:40:53,974 --> 01:40:57,239 마리안 깨워서 미안해 1142 01:40:58,112 --> 01:41:00,979 아, 괜찮아 다시 잠들게 될 거야 1143 01:41:03,917 --> 01:41:07,546 왜 그래? 요한, 왜 그래? 1144 01:41:07,721 --> 01:41:09,552 모르겠어 1145 01:41:10,591 --> 01:41:14,994 어떤 불안 때문인가 봐 1146 01:41:15,162 --> 01:41:18,689 무슨 불안? 무슨 불안 말이야? 1147 01:41:19,833 --> 01:41:21,425 알겠다 1148 01:41:21,602 --> 01:41:24,127 - 당신 슬픈 거야 - 슬프지 않아 1149 01:41:24,938 --> 01:41:29,500 더 나쁜 거야 지옥 같은 불안 때문이야 1150 01:41:29,676 --> 01:41:31,576 나보다 더 큰 불안 1151 01:41:31,745 --> 01:41:37,012 그게 내 모든 구멍으로 밀고 나오려고 해, 내 눈과 1152 01:41:37,184 --> 01:41:38,742 항문을 통해서 1153 01:41:40,020 --> 01:41:44,582 꼭 거대한 정신적 설사처럼 1154 01:41:48,729 --> 01:41:52,096 그 불안에 비해 내가 너무 작아 1155 01:41:52,266 --> 01:41:54,097 죽음이 두려워 요한? 1156 01:41:54,268 --> 01:41:57,499 제일 먼저 비명을 지르고 싶어 1157 01:41:57,671 --> 01:42:03,371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기를 어떻게 할 거야? 1158 01:42:03,544 --> 01:42:07,571 - 내 옆에 누워 - 자리가 좁잖아 1159 01:42:09,216 --> 01:42:13,346 - 더 좁은 침대에서도 잤었잖아 - 잠을 잘 수 없을걸 1160 01:42:14,221 --> 01:42:15,745 하루 못 자는 게 대수야 1161 01:42:15,923 --> 01:42:18,448 인생 말년인데 1162 01:42:18,625 --> 01:42:24,291 잠옷을 벗어야 하는데 몸이 안 좋아서 다 젖었어 1163 01:42:24,465 --> 01:42:26,330 그럼 벗어 1164 01:42:32,072 --> 01:42:36,509 - 당신도 벗어야 해 - 나도? 1165 01:42:38,545 --> 01:42:39,807 알았어 1166 01:43:09,042 --> 01:43:12,842 어서 와, 요한 이리 와 1167 01:43:18,418 --> 01:43:23,412 자, 누워 1168 01:43:34,768 --> 01:43:38,898 - 잘 자, 마리안 - 잘 자 1169 01:43:55,822 --> 01:44:00,259 이제 왜 갑자기 왔는지 설명할 수 있겠어? 1170 01:44:00,427 --> 01:44:04,727 - 당신이 전화한 줄 알았는데 - 난 아무에게도 전화 안 해 1171 01:44:04,898 --> 01:44:09,858 -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 거참 이상하네 1172 01:44:10,037 --> 01:44:14,064 당신이 이해 못 하는 거 난 이해해 1173 01:44:14,942 --> 01:44:17,376 얼마나 더 있을 거야? 1174 01:44:17,544 --> 01:44:21,810 - 27일에 재판이 있어 - 11월? 1175 01:44:22,883 --> 01:44:24,510 10월 1176 01:44:28,622 --> 01:44:31,614 - 그럼, 잘 자 - 잘 자 1177 01:44:34,326 --> 01:44:36,597 {\an8}에필로그 1178 01:44:36,597 --> 01:44:38,963 아마 그 후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시겠죠? 1179 01:44:40,634 --> 01:44:44,764 요한 집에서 10월 초까지 지냈어요 1180 01:44:45,672 --> 01:44:49,130 함께 지낸 시간은 기분 좋게 느긋했어요 1181 01:44:49,309 --> 01:44:52,278 민감한 내용의 이야기는 1182 01:44:52,446 --> 01:44:55,176 거의 안 했고요 1183 01:44:56,149 --> 01:44:58,447 마지막 날 밤에 축하했어요 1184 01:44:58,619 --> 01:45:02,817 대단친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인생을요 1185 01:45:02,990 --> 01:45:06,824 서로 연락하기로 약속했어요 1186 01:45:06,994 --> 01:45:11,954 내년 봄에 피렌체로 여행가는 꿈도 꿨던 것 같아요 1187 01:45:13,000 --> 01:45:16,299 물론 여행은 못 갔어요 1188 01:45:16,470 --> 01:45:22,636 하지만 일요일마다 전화로 얘기를 나눴어요 1189 01:45:24,044 --> 01:45:28,481 그러던 어느 날 미스 닐손이 전화를 받더니 1190 01:45:28,649 --> 01:45:33,348 이젠 요한이 전화를 못 받는다더군요 1191 01:45:33,520 --> 01:45:35,681 편지는 쓸 수 있댔어요 1192 01:45:36,356 --> 01:45:38,916 요한은 괜찮냐고 물었더니 1193 01:45:39,092 --> 01:45:42,584 자기가 보기엔 괜찮다고 하더군요 1194 01:45:42,763 --> 01:45:45,823 근데 좀 피곤하다고 편지를 쓰겠다고 했대요 1195 01:45:46,466 --> 01:45:49,128 물론 편지는 오지 않았어요 1196 01:45:49,303 --> 01:45:53,171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어요 1197 01:45:54,274 --> 01:45:55,866 침묵이 내린 거죠 1198 01:45:56,977 --> 01:46:01,607 난 모든 게 예전과 똑같아요 질서정연하죠 1199 01:46:01,782 --> 01:46:03,647 모든 게 제자리에 있어요 1200 01:46:03,817 --> 01:46:08,186 난 좀 외로운 것 같아요 잘 모르겠지만 1201 01:46:11,725 --> 01:46:16,185 가끔 안나에 대해 생각해요 1202 01:46:17,898 --> 01:46:24,235 어떻게 그녀의 인생을 살았는지 궁금해요 1203 01:46:29,643 --> 01:46:33,409 말투가 어땠는지 1204 01:46:35,682 --> 01:46:37,809 걸음걸이는 어땠는지 1205 01:46:40,587 --> 01:46:42,578 그녀의 눈길 1206 01:46:44,124 --> 01:46:48,652 보일 듯 말 듯한 미소 1207 01:46:53,333 --> 01:46:55,494 안나의 느낌 1208 01:46:59,339 --> 01:47:01,500 안나의 사랑 1209 01:47:10,350 --> 01:47:11,977 글쎄요 1210 01:47:14,588 --> 01:47:18,422 내게 일어난 일들이 1211 01:47:18,592 --> 01:47:23,029 이것과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죠 1212 01:47:24,364 --> 01:47:25,956 집으로 돌아와서 1213 01:47:26,133 --> 01:47:29,466 병원에 있는 내 딸 마르타를 만나러 갔었어요 1214 01:49:01,495 --> 01:49:07,525 불가사의한 사실에 대해 생각했어요 1215 01:49:10,237 --> 01:49:15,675 난생처음으로 1216 01:49:15,842 --> 01:49:18,106 함께 산 이후로 1217 01:49:19,279 --> 01:49:23,443 난 깨달았어요 느껴졌어요 1218 01:49:25,819 --> 01:49:28,481 내가 딸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1219 01:49:31,525 --> 01:49:33,550 내 자식을 1220 01:51:46,497 --> 01:51:51,497 한글화: 태름아버지(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