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추적은 가능하겠나, 귀버?

네.

하지만 인간은 기척이 약하므로

특정해 내려면 다소 시간이...

아아, 한심하네, 백룡 귀버.

 

내게, 맡기라고.

설마 당신은...

불사조 벤누 님?

응, 올만.

은거하신 거 아니셨습니까?

사정이 있어서 네가 찾는 아씨가
지금 이 몸의 주인이거든.

성수와 주인은 영혼의 한 쌍.

아씨가 어디에 있든
난 훤히 다 알지.

사리피의 성수냐.

뭐라고 얘기하고 있지?

자기 여자 납치당해서 허둥대는
한심한 왕에게 힘 좀 빌려주겠다잖아.

감사나 해, 띨빵문어 자식아.

와, 왕을 위해 반드시 인간 공주를
찾겠다고 하시고 있사옵니다.

그런가.

 

상당히 순화시켜 먹었구만.

감사한다, 불사조 벤누여.

네놈을 위해서가 아냐.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

아씨가 없으면 내가
현역 복귀한 의미가 없으니까.

아, 이대로 북쪽으로 곧장.

 

사리피, 용서해라.

혹시 네가 녀석과의 행복을
바랐다고 해도,

그래도 난...

더는 너를 바라지 않을 수는 없다.

 

제물공주와 짐승의 왕

이 목숨을 바쳐야 할 숙명이라면

거스를 생각은 어릴 적에 잃어버렸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긴 그 시선은

마음의 저주가 되었어

증오가 분쟁을 분쟁이 슬픔을

윤회처럼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면

자그마한 이 목숨에

살아있는 의미를 당신이 깃들여줬어

 

모조품끼리,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어

바란다면 마지막까지

 

이 소원을, 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칠 거라면

위로도 연민도

필요 없으니까

 

이 목숨을 이 세상을

당신이 받아들이겠다면

그 목숨 울려 퍼지기를

이 맹세를, 이 숙명을

당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괴로움도, 슬픔도

끌어안아줄 테니까

 

사랑과 증오의 소년

 

왕궁에서 상당히 멀어졌군.

 

여긴 폐허인가?

 

우리 하이에나 족의 영역에 들어오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이
있나 했더니만.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인간의 냄새가 나는데?

심지어 그쪽에 있는 건?

암컷이잖아!

이거 희한한 일이군!

정전 이후 우리 하층민은

인간 같은 건
좀처럼 얻어먹기 힘들어졌거든.

우리는 친절하니까
수컷은 눈감아주지.

대신 거기 있는 암컷을 두고 가.

우리가 뼈까지 쪽쪽 빨아먹을 테니.

 

이리야?

 

젠장, 강해, 이 자식!

물러나, 물러나!

 

아빠!

 

그만둬, 인간!

아빠를 죽이지 마!

 

도망쳐, 어서!

 

이리야, 어째서?

어째서 저런 어린애한테까지...!

지금은 꼬맹이라도

어른이 되면 반드시 인간을 죽일 거야.

녀석들은 그런 생물이야.

 

하지만 이리야는...

국경을 어기고 인간 마을을 습격하는

나쁜 마족을 쫓아내기 위해서,

약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겠다고 했잖아.

내가 알고 있는 이리야는
그런 사람이었어.

그래.

하지만 그런 미적지근한 방식으론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단 걸
확실히 알았어.

사리피, 넌 마족에게 홀려버린 거야.

네 눈을 뜨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마족 전부를 몰살시키는 일 정도쯤은
해내주겠어.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이리야가 날...?

 

이리야?

 

이리야, 뭐야?

 

너를...

너를 좋아하니까야.

사리피,

어릴 적부터 계속...

 

어디냐, 사리피.

국경을 넘어 요아나에 숨었다간

더는 추적이...

야, 좀만 진정해.

덩치는 산만해갖고
안절부절, 안절부절.

왕이라면 어느 때든
배에 힘 딱 주고 폼 잡고 있으라고.

뭐라고 했나, 귀버?

전력을 다해 인간의 기척을
쫓고 있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너도 참 고생 많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조금은 말을 가려서 해주십시오.

예이, 예이.

그나저나 인간의 발 치고는
상당히 이동했군.

도중에 말이라도 주웠나?

조금 서두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이리야,

미안해.

나 지금은

이리야의 말을 받아줄 수 없어.

 

지금의 이리야의 눈엔
내가 비치지 않는걸.

있는 건 그저 증오뿐.

무서울 정도로,

슬플 정도로...

 

고향을 습격한 마족을
이리야가 원망하는 건 어쩔 수 없어.

이러고 있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인간과 마족이
다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몰라.

슬픈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마족 모두가 그런 걸 바라는 건 아니야.

다정한 사람도 겁 많은 사람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마족이
다투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건

현실에서는 무리일지도 몰라.

하지만

임금님은 조금이라도 그런 세상에
가깝게 하려고 하고 있어.

강함과 무서움 이면에
다정한 마음을 숨기고,

마족도 인간도 지키려고 해주고 있어.

그런 임금님이니까

나도 곁에서 할 수 있는 한의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설령 마족에 대한 원한은
사라지지 않아도,

이리야는 조금이라도 좋으니
믿어줬으면 해,

임금님을 믿고 있는 나를.

 

마족이 인간과 똑같아?

넌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 그런 헛소리를 할 수 있는 거야.

 

그야 인간 중에도 살 가치가 없는
쓰레기는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말이야,

녀석들은 근본부터가 달라.

어린애가 천진난만하게
벌레의 날개나 다리를 찢고 놀거나,

당연한 듯이 고기나 생선을 먹듯이...

 

자신이 그것을 당하는 측이 되는 걸
상상해 본 적 있어?

 

내 소중했던 건 전부

그렇게 빼앗겼어!

 

13년 전 그날에!

 

이런!

이리야다, 도망쳐!

 

아얏!

 

다음에 우리 동생 울리면

이걸론 안 끝날 줄 알아!

 

괜찮아, 미샤?

녀석들이 뭐라고 했어?

미샤만 엄마나 오빠랑
머리색이 다르니까,

미샤가 어디서 주워온 애라고 했어.

곧 있으면 마족의 나라에서
맞이하러 온댔어!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죽은 아빠는
너와 똑같은 붉은 머리였고,

그리고 혹시 정말로 마족이 온대도

오빠가 반드시 지켜줄 테니까!

안심해, 미샤.

 

응, 약속이야, 오빠!

꼭이야!

 

엄마 늦네.

간식 아직일까?

 

이리야, 미샤!

이리 오렴!

 

뭐야, 숨바꼭질?

조용히.

여기서 가만히 있으렴.

절대 소리를 내선 안 돼!

알겠지, 이리야?

미샤를 부탁한다.

 

뭐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이거 봐, 뭔가 냄새가 난다 싶더니만.

마족?
이거 봐, 뭔가 냄새가 난다 싶더니만.

그 여자 역시 애를 숨겨뒀군.

오빠, 무서워, 오빠!

그럼 엄마는...!

디저트로 딱 좋군.

 

미샤!

그만둬!

미샤를 놔줘!

오빠...!
미샤를 놔줘!

 

이쪽은 어떡할까?

수컷은 애도 맛이 없단 말이지.

 

그래,

이 녀석이 우리한테서
얼마나 도망칠 수 있나 내기해 볼까?

그거 좋네.

내가 이기면
네가 아까 붙잡은 암컷들을 절반 내놔.

자, 일어나, 꼬맹아.

자, 어서.

얼른 도망쳐 봐.

 

자자, 도망쳐, 도망쳐!

따라잡히겠다!

 

가족도, 고향도, 존엄도 전부 빼앗기고,

혹시 도중에
스승님이 주워주시지 않았으면

난 벌레처럼 죽어버렸을 거야.

 

그리고 모든 걸 잃어버린 내 앞에...

 

새로이 나타난 희망...

 

하지만 녀석들은 그것조차 빼앗아 갔어.

 

좀 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어.

이 세상에 마족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평온하게 살 수 있는 나날은
오지 않아.

그렇다면 죽일 거야.

어린애든 왕이든 내가 죽일 거야!

난 그걸 위해서 강해진 거야!

 

이리야?

 

이리야의 증오,

슬픔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어.

도무지 말릴 수 없어.

 

나로선...

 

너무 오래 떠들고 있었네.

하지만 마침 잘 됐어.

 

이리야?

 

아얏!

거기서 보고 있어.

 

이리야?

 

네 눈, 금방 뜨게 해줄게.

 

임금님...?

 

설마 난폭한 짓을 하진 않았겠지.

내 왕비를 돌려받아야겠다.

착각하지 마.

사리피는 인간이야.

네가 너한테서 사리피를 돌려받는 거야.

꼭 되찾고 싶으면
여기서 나와 승부해라.

사리피를 갖고 싶으면

힘으로 빼앗아가.

 

이리야!

그만둬, 이리야!

이리야!

여어, 무사했구만.

벤누 쨩?

옙.

부탁이야, 이걸 풀어줘!

풀어서 어쩌게?

저 녀석들 말리려고?

그만둬, 그만둬, 그런 눈치 없는 짓.

남자에겐 서로 막 주먹질을 해야지만
해결이 날 때가 있는 법이야.

하지만 그랬다간 이리야가...

잘 아네.

상대는 마족의 왕.

인간 혼자서 당해낼 도리가 없지.

그건 저 인간 애송이가
제일 잘 알고 있겠지.

 

그래도...

 

힘뿐만이 아니야.

모든 걸 다 꿰뚫어보고 있어.

당해낼 리가 없어.

그래도...

물러설 것 같아?

여기서 물러났다간

난 또 그날처럼...

또...

아무것도...

아무것도...!

 

빈틈은 한순간!

잡았다!

 

마왕의 힘이란 건...

고작 이 정도냐?

이런 장난으로는 난 멈추지 않아.

그 손톱으로 날 잡아찢고,

그 송곳니로 씹어 으깨서

날 죽여봐라!

보여봐라,

아무리 덮으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그 잔학한 괴물의 본성을,

사리피 앞에서!

 

그걸로 네 눈이 뜨인다면

난 여기서

기꺼이 죽어줄 거야!

 

어... 째서...?

네가 다치면 사리피가 슬퍼한다.

그것뿐이다.

 

하지만 나도 물러날 순 없다.

 

나에겐

사리피가 필요하다.

 

임금님!

임금님, 정신 차려, 임금님!

제발 대답해!

안 돼!

사리피...
안 돼!

죽으면 안 돼!

누구야...?

누가 널 울린 거지...?

 

잘 들어, 사리피.

널 울리는 녀석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이든
내가 지켜줄게.

 

진정해라.

마족의 몸은 인간보다 훨씬 튼튼하다.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그것보다도...

 

대체 뭐였지...?

이런 데에 쳐들어오면서까지

내가 하려고 했던 건...?

 

난...

지금까지 뭘 했던 거지...!

 

이리야,

미안해.

나,

어릴 적부터
제물이 되는 걸 받아들였었어.

그래서

친구도 추억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있지,

지금 이제야 깨달았어.

내가 제물이 되기까지의 나날을

무척 평온하게 보낼 수 있었던 건...

이리야,

네가 있어줬으니까.

난 이리야에게 내내 구원받았던 거야.

그러니

이제 용서해 줘,

자신을.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하진 말아줘.

자신을 탓하거나 하지 마.

이리야,

나를 지켜줘서 고마워.

 

이제야 해가 떴군.

 

자, 대충 나았어.

이 덩치면 뭐 괜찮겠지만.

고마워, 벤누 쨩.

주인의 명령이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 불사조 님께 인간을 바래다주는
일까지 시키다니 배짱 한번 좋군.

 

배웅 따위 필요 없어.

마족의 힘은 안 빌려.

난 마족이 아니다!

네놈보다 백 배는 더 산 성수,

불사조 님이시다, 문어띨빵 자식아!

네놈은 반영구적 국외 퇴거를 명했다.

사리피도 마지막까지
바래다주고 싶겠지.

 

고마워, 임금님.

하지만 정말 괜찮아?

그래.

 

여유 부리고 있네.

 

말해두지.

난 마족의 룰 따위 지킬 생각 없어.

내가 또 그 녀석을 데려가면 어쩌려고?

네놈은 이제 그러한 짓은
하지 않을 거다.

사리피가 그렇게 믿는다면
나도 그걸 믿을 뿐이다.

 

터무니없이 물러터졌군.

이런 게 마왕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그건 인간 놈들이
멋대로 그리 부르는 것일 뿐.

이 나라에 마왕이라는 직함은 없다.

나의 이름은 레온하트,

용감한 마음이란 의미를 가졌지.

 

거창한 이름이나 가지고 앉아선...

잘 들어,

혹시 네놈이 앞으로
사리피를 울리는 일이 생기면...

그때야말로 사리피를 돌려받겠어.

잊지 말라고,

레온하트.

 

확실히 명심해두지.

 

자, 형씨, 국경이 보이는군.

저 숲을 빠져나가면 요아나,

인간의 나라야.

곧 있으면 국경이래, 이리야.

이리야?

 

혹시 높은 데 싫어해?

시끄러!

지금 말 걸지 마!

괜찮은 척 안 해도 되는데.

 

그렇구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게 됐구나,

사리피...

 

미안했어,

내 멋대로만 해서.

아니, 나야말로.

제물에 대한 걸 말 안 해서,

이리야가 이렇게나
날 생각해 줬단 걸

지금껏 눈치채지 못해서...

당연해.

네가 말한 대로 난 눈앞의 너 너머의

증오스런 마족의 모습만을 보고 있었어.

난 마족을 용서 못 하고,

분명 앞으로도 계속 증오할 거야.

하지만...

그 녀석을 믿은 너를,

나도 믿어볼게.

 

널 좋아하는 마음은 정말이니까.

 

이리야, 고마워!

또 만날 수 있겠지?

 

그래,

너를 위해서라면 난...

어디까지든 달려가줄게.

 

정말로 미안해, 임금님,

잔뜩 폐를 끼쳐서.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나야말로...

난 널 뒤쫓는 걸 한 번은 망설였다.

 

자신이 없었다.

그 남자와 요아나에서 사는 게

네게 있어서 더 행복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 네가 스스로 그 남자와 떠나길
선택한 게 아닐까 하고...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인간의 나라도 마족의 나라도 아닌

여기야, 임금님.

 

고마워, 레오.

 

사리피!

미안한 거야!

우리가 붙어있었는데!

정말로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다들...

나야말로 걱정 끼쳐서 미안해.

맞아,

축하하는 뜻으로 다과회를 열어요.

 

아무리 임금님이 노력해도
인간을 미워하는 마족은 있고,

이리야처럼
마족을 미워하는 인간도 있어.

영원히 한데 섞일 수 없어.

이게 현실일까?

 

사리피 님, 다과회 준비가 되었답니다.

 

가든 파티!

가끔은 개방적인 것도 좋지요?

자, 앉으세요.

어라, 퀴 쨩이랑 롭 쨩은?

그리고 의자 수가 많은 것 같은데...

아, 앉으세요, 이쪽입니다.

 

임금님!

어떻게?

잠시라도 좋으니
얼굴을 비춰줬으면 좋겠다고

이들이 부탁했다.

 

네가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지는
짐작이 간다.

 

사리피,

너 하나가 근심한들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테이블엔
마족과 인간이 모여있다.

성수 님도 있다고, 이 띨빵아!

네가 돌아온 걸 진심으로 기뻐하고,

앞으로도 함께 있고 싶다고
바라는 자들이 있다.

이것도 또한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정말이네.

어째서 나, 못 보고 있었던 걸까?

마족도,

성수도,

인간도,

함께 웃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여기 있어.

언젠가 이 작은 테이블이...

온 세상에도 퍼질 수 있기를.

 

다녀왔어, 재상님!

걱정 끼쳐서 미안...

왜 그래, 재상님?

재상님?

저기, 재상님, 들려?

아누비스 님이...

바다신과 제2의 시련
아누비스 님이...

바다신과 제2의 시련
숨이 끊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