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600년 정도 전에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왜냐면, 진실된 느낌을 주기에는
너무나도 옛날 이야기이고,
교훈도 없을 뿐더러
분명 거짓말이라고 해두는 편이
좋을 테니까요.
600년 정도 전,
지금은 더는 어디에도
무척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유복한 귀족의
그 아름다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국내에 모르는 사람은 없고
어느 가정에든
남녀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가 그녀에게 매료되었습니다.
그 아름다움만으로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소문으로 들은 그 모습을
국민들은
매일 매일
귀녀님의 아름다움을
부디 거둬주십시오.
음악가는 그리 말하며
귀녀님의 아름다움을
부디 거둬주십시오.
시인은 그리 말하며
귀녀님의 아름다움을
부디 거둬주십시오.
예술가는 그리 말하며
하지만 어떤 선물도
공주님을 미소짓게 하진 못했습니다.
아무도 날 봐주지 않아.
공주님은 방에서 홀로 한탄했습니다.
아름답다, 아름답다며
그 이상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나의 내면을 몰라.
그것이 아름다운 공주의
그녀가 뭘 하든 무슨 말을 하든
감상은 언제나
'아름답다' 한 마디.
성공해도 실패해도
좋은 일을 해도 나쁜 일을 해도
평가는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무얼 해도 아름답다.
자나깨나 아름답다.
아름다운 공주란
그런 아름다움,
마치 마성 같지 않습니까.
이래선 내게는 의지 따윈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잖아.
나는 나의 겉모습의
우연히 날 때부터 가진
방해밖에 되지 않아.
난 외모가 아니라
좀 더 내면을 봐줬으면 해.
자신의 아름다움에 기대지 않는
이 나라에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아름다운 공주,
네 미모를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 대신, 네 마음이
앞으로는 너의 내면이
마녀 할머니가 주문을 외며
비쳐보일 듯하던 공주님의 피부가
정말로 투명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공주는
외모의 아름다움이 걷히고,
드러난 공주님의 마음이 아름다움은
지금까지와는
그 반짝임은 성에 있으면서도
나라의 구석구석까지 고루 미쳤습니다.
공주님의 아버지는
지금껏 못 보고 있었던
자신을 부끄러워 하며,
아침에 인사를 한 다음 순간
발코니에서 뛰어내려서
공주님의 어머니는
이렇게나 어엿한 마음을 가진 딸을
그것만으로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생을 부여받은
아침식사를 한 후,
평온하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아름다운 공주의 다정함을
곡으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다고
거기에 걸맞는 선물로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
즉, 악기를 켜기 위한
공주님께 바쳤습니다.
아름다운 공주의 총명함을
시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다고
거기에 걸맞는 선물로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
즉, 시를 낭송하기 위한
공주님께 바쳤습니다.
정말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위안도 없는 이런 이야기는,
그 이름을 남기지 않은 나라에
외동딸로 태어난 그녀의
그녀의 초상화가 걸려있을 정도였습니다.
황제 폐하로부터 칭호를 받은 그녀는
아름다운 공주, 라 불리며
한 번이라도 보고자
그녀가 사는 성에 장사진을 쳤고,
성앞에 선물의 산이 쌓였습니다.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바이올린을 켰습니다.
시로 만들었습니다.
드높이 낭송하였습니다.
조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백 개의 상을 조각했습니다.
극찬을 해주지만,
그 자들은 아무것도 몰라.
고민이었습니다.
참 잘 표현한 말입니다.
노예가 아니란 말이야.
아름다움 따윈
이 어엿한 마음가짐에 감동을 받은 것이
마녀 할머니였습니다.
투명빛으로 만들어주마.
주변의 모두에게 보이게 해주지.
시험받게 될 거란다.
지팡이를 휘두르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딸의 마음이 하도 아름다워서
스스로를 벌하였습니다.
낳은 걸 자랑스레 생각하여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한 탓에
생각한 음악가는
양손목을 잘라내고
생각한 시인은
혀를 잡아뜯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