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sub2smi by PiXEL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바람이요

 

허리케인이 온대요

 

내가 배를 탔는데

 

떠내려가고 있어

 

내가 해줄 거 없어요?

 

좀 편하게?

 

얘야

 

달라질 게 없어

 

갈 때가 됐는걸

 

눈을 뜨고 있는 게
점점 힘들어

 

입속은 타들어 가고

 

그만 긁으세요

 

그러다 피나겠어요

 

진통제 더 놔줘요?

 

박사님이
얼마든지 괜찮대요

 

참으실 필요 없어요

 

엄마 임종을 못 지켰던
친구가 있어요

 

- 엄마가...
- 괜찮다

 

너무 보고 싶을 거예요

 

캐롤라인

 

죽음이 무서워요?

 

궁금해

 

죽음 이후가...

 

그 기차역은
1918년에 지어졌다

 

네 외할아버지가
준공식에 가셨었지

 

튜바 밴드가

 

기념 공연을 했대

 

남부 최고의 시계공이

 

그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었지

 

이름이...

 

개토였는데
불어로

 

케이크란 뜻이야

 

프랑스계 흑인
여자와 결혼해서

 

아들 하나를 뒀지

 

개토 씨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전혀 못 봤다

 

장성한 아들은
군에 입대했고

 

부부는 아들이 무사하길
신께 기도했지

 

그는 아무것도 않고
시계만 만들었어

 

그러던 어느 날

 

편지가 왔지

 

개토 씨는
아무 말 없이

 

혼자 방에 들어가
잠을 잤어

 

얼마 후
아들이 돌아왔다

 

부부는 나중에

 

자신들이 묻힐 가족 묘지에
아들을 묻었어

 

이후로 개토 씨는
시계 제작에만

 

매달렸고

 

결국 완성했어

 

역사적인 날이었지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역에 모였다

 

루즈벨트 대통령까지...

 

거꾸로 가잖아!

 

그렇게 만들었소

 

전사한 자식들이

 

시간을 거슬러 돌아와

 

농사를 짓고

 

일을 하고

 

자식을 낳아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라는 바램에서요

 

제 아들도
살아올지 모르죠

 

기분 나쁘시더라도

 

맘에 들길 바랍니다

 

그날 이후 개토 씨는
보이질 않았어

 

아들을 잃은 슬픔에
죽었단 소문도 있고

 

바다로 갔다는
소문도 있었지

 

집에 애가 잘 있는지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저한테 실망했죠?

 

실망이라니,
그런 거 없다

 

별 볼일 없이 컸잖아요

 

내 검은 가방을 보렴

 

일기장이 있어

 

이거요?

 

네가 좀 읽어주련?

 

듣고 싶어요?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

 

엄마, 이건...

 

네 목소리로 듣고 싶구나

 

알았어요

 

쓰인 날짜가
1985년 4월 4일이고

 

뉴올리언스네요

 

"이게 나의
마지막 유언이다"

 

"남길 게 별로 없다
재산도 없고"

 

"이 세상에 왔을 때처럼
빈손으로 떠난다"

 

"나의 특별한 삶을"

 

"아직 기억이 날 때
적어둔다"

 

"내 이름은 벤자민"

 

"벤자민 버튼"

 

난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

 

1차 대전이 끝나

 

모두가 축제에 휩싸인
기쁜 밤이었지

 

전쟁이 끝났어!

 

우리가 이겼어!

 

- 신부님이 왜?
- 토마스

 

산모가 위독하네

 

뭐?

 

전부 비켜
아내한테서 떨어져

 

최대한 빨리 온 거야
길에 사람들이 많아

 

토마스

 

약속해요
아기를 잘 돌봐준다고...

 

날 낳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그 은혜를
어찌 잊겠는가

 

주인 나리

 

토마스!

 

어딜 가는 거야?

 

거기서 뭐 하쇼?

 

품속에 뭐요?

 

어서, 퀴니

 

할 일이 산더미야
알면서 자꾸 그래

 

- 잠깐만 쉬어
- 꼬시지 말라니까

 

밤바람이 좋네

 

참 예뻐, 퀴니

 

오늘따라 유난히

 

갈색 드레스가
눈이랑 어울려

 

그만해

 

어디 봐
당신도 인물 훤하네

 

햄버트가 돌아왔어

 

전장에서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짝사랑했었잖아

 

상처만 입었지

 

시몬이 쌌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기저귀 채워야겠네

 

- 금방 들어갈게요!
- 퀴니

 

- 이리로 와
- 금방 들어온대

 

뒷마당으로 가자

 

기분 전환 시켜줄게

 

엉큼하긴

 

- 하나님 맙소사!
- 뭐야?

 

갓 태어난 아기야

 

살짝 밟았는데 안 다쳤겠지?

 

경찰에 알리자

 

가여워라

 

경찰 불러올게

 

누가 버린 게 틀림없어

 

가자, 아가

 

퀴니? 어딨어?

 

잠깐만요!
당신이 좀 가봐

 

금방 올게

 

애플이 또 쌌어!

 

목욕물 받아요!

 

싸든 말든 신경 끊어요
자기도 그럴 거면서!

 

목걸이 도둑맞았어

 

알았어요
금방 갈 테니까

 

올라가 계세요

 

아무리 흉측해도

 

너도 주님의 자식이야

 

네가 와야 목욕한대!

 

미치겠네

 

지금 가요!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언니가 준 목걸이인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

 

누가 훔쳐 간 거야

 

여기 있잖아요

 

할머니 하얀 목에
걸려있잖아요

 

- 의사 선생님은요?
- 몰라

 

심장은 튼튼해요

 

하지만 지나친
자극은 안 좋아요

 

숙녀분들, 잘들 아셨죠?

 

백내장이라
앞을 거의 못 보고

 

듣지도 못할 거야

 

관절염이 아주
심각한 상태에

 

피부는 탄력이 없고
손발은 경직됐어

 

갓 태어난 아기지만
몸은...

 

죽음 앞둔 80대 노인과
다를 게 없어

 

- 죽어가요?
- 살아보지도 못하고

 

세상 하직하는 거지

 

누구야?

 

언니가 백인 유부남과
눈 맞아서 낳았는데

 

천벌을 받은 건지
흰 피부를 가졌어요

 

버려진 아기들을
돌봐주는 곳이 있어

 

여기선 못 키워

 

재단 지원이 줄어서

 

근근이 버티는 상황인데

 

- 아기까지...
- 죽는다면서요

 

퀴니, 죽는 게
이 아이의 운명이야

 

아뇨, 이 아기는 기적이에요

 

좀 달라 보일 뿐이죠

 

여러분, 모두 잘 들으세요

 

당분간 같이 지낼
새 식구를 소개할게요

 

언니 아기인데
키울 형편이 안 돼요

 

아기 이름은...

 

벤자민예요

 

벤자민

 

건강하지 않으니까
잘 보살펴줘야 돼요

 

애 보는 건 내가 선수야
어디 봐

 

세상에, 내 전남편과
똑같이 생겼어

 

빨리 늙는 병인데

 

오래 못 살 거래요

 

우리랑 똑같네

 

웃고 있어!

 

햄버트가 안부 전해달래

 

정신 나갔어?

 

불임이라 아기
못 갖는 건 알지만

 

얠 키우는 건 안 돼
괴물이잖아

 

티지, 이리 와

 

제발...

 

운명은 아무도 몰라

 

그렇게 내겐 집이 생겼다

 

이거 실화예요?

 

네 목소리가 참 좋다

 

엄마, 옛날 전차 토큰이에요

 

거꾸로 가는 그 시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갔어

 

난 내가
아이인지 몰랐다

 

맨날 똑같은 메뉴네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인 줄 알았다

 

좀 말려

 

포크로 장난치지 마
장난감 아냐

 

턱받이도 꼭 하고, 벤자민

 

퀴니!

 

꼬맹아

 

난 항상 궁금했다

 

길 저편엔 뭐가 있을까?
모퉁이를 돌아선?

 

잡아!

 

벤자민, 그럼 위험해
이쪽으로 와

 

여기 가만있어

 

난 그녀를 사랑했다

 

엄마였으니까

 

엄마

 

내가 점점 변해가는 것 같아

 

딴 사람들도 다 변해
넌 좀 다르지만

 

삶의 종착역은
다 같아

 

어떤 길로 가는지가
다를 뿐이지

 

넌 네 길을 가는 거야

 

엄마? 난 얼마나 더 살아?

 

아직 살아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

 

원래는 오래 못 산댔어

 

가끔은 혼자 자야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집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든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그곳 일상은
어김없이 똑같았다

 

새벽 5시 30분이면
날씨에 상관없이

 

퇴역 장군 인슬로가
국기를 걸었고

 

오페라 가수였던
와그너 부인은

 

바그너 가곡을 불렀지

 

다리를 구부려봐

 

나무토막 같아도
운동시켜줘야 해

 

그래서 걷게 되면
엄마 일 도와주고

 

계절에 상관없이
저녁은 항상 5시 반

 

다... 앙... 밀

 

당밀

 

당밀

 

난 다섯 살 때 글을 배웠다

 

할아버지가 유명 배우의
의상 담당이었는데

 

대본을 갖다주며
읽으라셨지

 

쇠잔해진 이 몸을
지켜주시는 여러분

 

죽어가는 모티머를
쉬게 해주시오

 

내 손발은
오랜 감금 생활로

 

아무런 기력이 없고

 

죽음의 사자와 같은
나의 백발은

 

모티머의 최후를
고해주는구나

 

내가 무식한 줄 알았지?

 

존 윌크스 부스란
배우였는데

 

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사람이야

 

운명은 아무도 몰라

 

토요일 밤에는
엄마와 교회에 갔다

 

벤자민!

 

아멘!

 

고민이 뭡니까, 자매님?

 

이 불쌍한 자매님은
아기를 못 낳습니다

 

주여, 이 여인의 죄를
용서하시어

 

아길 잉태하게 하소서

 

사탄아 물러가라!

 

주를 찬양하라!

 

할렐루야!

 

이 노인의 고민은 뭡니까?

 

사악한 악마가 씌워

 

죽을 날만 기다려요

 

사탄아!

 

썩 물러가라!

 

연세가?

 

7살이요
근데 좀 늙어 보여요

 

축복받았군요

 

7살이랍니다

 

희망으로 가득 찬

 

가슴을 지닌 분입니다

 

믿음을 가지셨죠

 

주님 앞에선 모두가
어린양입니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게 될 겁니다

 

괜찮아

 

하나님의 이름으로

 

일어나라!

 

어서

 

걸어봐요

 

하나님께서 길을
인도하실 겁니다

 

지팡이 없이도
걷게 해주실 겁니다

 

믿음을 가진다면
걸을 수 있습니다

 

걸어요

 

놔둬요!

 

일어나시오

 

주님이 걷게 해준
앉은뱅이처럼

 

벌떡 일어나시오!

 

모두 할렐루야!

 

걸어요

 

계속 걸어요

 

지금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었지

 

하지만 주님은

 

주신만큼 가져가셨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합시다!

 

생일이 참 많았다

 

돈을 아끼려고
초를 아껴 썼지

 

난 생일이 싫어
케이크도 질색이고

 

죽음은 종종 찾아오는
불청객이었고

 

누군가가 떠난 날에는
집에 적막이 흘렀다

 

거기서 자란 건
축복이었다

 

사람들은 젊은 시절의
짐을 벗어버리고

 

날씨나 목욕물 온도, 혹은...

 

일몰에 더 신경 썼지

 

죽은 사람의 빈자리는
새 사람으로 채워졌다

 

난 5번 결혼했어요

 

첫 번째 아내와
식인종한테 잡혔는데

 

난 간신히 도망쳤지만

 

아내는 잡아먹혔어요

 

둘째 아내는 뱀한테
물려 죽었고

 

나랑 결혼한 게 죄죠

 

오티 아저씨야
내 친구의 친구인데

 

- 다음 해 여름에...
- 피그미야

 

다른 부족한테
붙잡혔는데

 

괴짜 백인한테 팔려
미국에 오게 됐어요

 

늙어 보이지만
실은 꼬마라면서?

 

뭐가 문제야?
배 속에 기생충 있어?

 

그게 뭐죠?

 

벌레

 

제 뱃속엔 벌레 없어요

 

원래 이렇게
태어난 거죠

 

가자, 음료수 사줄게

 

베개 밑에 약 있어요

 

나가면 안 돼요
밖은 위험해요

 

누가 그래?
가자, 꼬맹아

 

안녕

 

잠깐만, 세워요!

 

필라델피아 동물원에서
원숭이들과 살았는데

 

첫날에 3천 명이
날 구경하러 왔어

 

 

'원숭이와 사는 부시맨'

 

우리에 사는 건
어때요?

 

냄새가 고약해

 

그치만 원숭이들과
노는 건

 

아주 재밌었어

 

창 던지고, 코왈리랑
레슬링하고

 

친했던 오랑우탄이야

 

원숭이들과 안 놀 땐
구경꾼들을 겁줬지

 

이빨을 드러내고...

 

그리곤 뭘 했죠?

 

동물원을 나와선
여기저기 좀 떠돌아다녔어

 

혼자서요?

 

삶은 외로운 거야

 

우리처럼 특별한
사람들한텐 더욱

 

비밀 말해줄까?

 

뚱보, 말라깽이, 꺽다리
전부다

 

우리만큼 외로워해
차이라면

 

그들은 외로움을
무서워한다는 거지

 

때론 고향의 강이 생각나

 

그 강가에
다시 가보고 싶어

 

가자, 약속 있어

 

안녕, 꼬마 신사
즐길 준비 됐어?

 

항상 준비돼있지

 

얜 벤자민이야

 

- 만나서 반가워요
- 저도요

 

집 찾아갈 수 있지?

 

전차 타고
나폴레옹 가로 가

 

도대체 어딜 갔었어?
빨리 들어와

 

엄마 심장 마비로
죽는 거 보고 싶어?

 

얼마나 걱정했다고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 호흡은?
- 약해요

 

허리케인 오기 전에

 

애를 언니 집에
데려다줘야 해요

 

병원은 안전해요

 

간호사도 있고요
괜찮아요?

 

네, 뭘 읽느라...

 

1시간이면 와요

 

누가 다녀갔니?

 

도로시인데
집에 다녀온대요

 

계속 읽으렴

 

"일요일엔
가족들이 찾아왔다"

 

1930년, 추수 감사절

 

내 삶을 영원히 바꾼
사람을 만났다

 

벤자민

 

아주 젊어 보이는구나

 

풀러 할머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지팡이 하나로 걷는 게

 

젊어지는 약이라도
먹은 거 같아

 

감사합니다

 

할머니, 날 봐요!

 

아주 잘 하는구나

 

이리 와

 

내 손녀딸, 데이지야

 

이 아인...

 

벤자민,
네 성을 모르겠구나

 

그냥 벤자민이요

 

그녀의 파란 눈을
잊은 적이 없었다

 

여러분, 저녁 준비됐어요

 

음식, 사랑, 친구를 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아멘

 

칠면조는 새가 아냐

 

왜?

 

꿩이랑 친척인데
하늘을 못 날아

 

슬프지 않니?
못 나는 새라니

 

난 못 나는 새가 좋아

 

아주 맛있거든

 

끔찍해요

 

주님께 감사하는 자리니
지금 말할게요

 

기적이 일어났어요
주님이 제 기도를 들어주셨죠

 

기도를 들어주다뇨?

 

고마워요

 

아기를 낳는다고

 

동생이 생기기 전에
우리 엄마도 그랬어

 

그치만 동생은
오래 못 살았어

 

숨을 잘 못 쉬었거든

 

"엔콩 님의 약속대로
캥거루한텐"

 

"아주 예쁜 뒷다리가 생겼어요"

 

"그때가 5시였죠"

 

"엔콩 님의 시계가
5시였거든요"

 

재밌지?

 

- 또 읽어줘요
- 또 읽어줘요, 네?

 

좋아, 한 번만 더 읽고
자는 거야

 

약속해요

 

"늙은 캥거루가..."

 

자니?

 

누구세요?

 

나야, 데이지

 

안녕

 

따라와

 

어디 가는 거야?

 

빨리 와

 

이 밑으로 들어와

 

성냥 켜

 

성냥 갖고 놀면 혼나

 

겁쟁이처럼 굴지 마
빨리 켜

 

내 비밀 말해줄게
너도 비밀 말해줘

 

알았어

 

엄마가 딴 아저씨랑
뽀뽀하는 걸 봤는데

 

엄마 얼굴이 새빨개졌어

 

네 차례야

 

나, 사실 안 늙었어

 

어쩐지!

 

늙은 사람 안 같아

 

- 할머니랑 달라
- 당연하지

 

아픈 거야?

 

엄마랑 아저씨가
속삭이는 걸 들었는데

 

난 금방 죽을 거래
그치만...

 

아닐 수도 있고

 

넌 이상해

 

다른 사람들하곤
완전히 달라

 

만져봐도 돼?

 

 

거기서 뭐 해?

 

당장 나와서 방으로 가!

 

자정이 넘었어!

 

같이 놀면 안 돼

 

 

당장 방으로 가

 

너처럼 어린애가
깨있을 시간이 아냐

 

그리고 너!
창피한 줄 알아라

 

넌 남들과 달라

 

어른 몸에 갇혀있지

 

사람들이 그걸
이해 못 할 뿐이야

 

난 왜 이렇게 태어났어?

 

이리 와

 

다 주님의 뜻이란다

 

그만 자렴
말썽부리지 말고

 

어서, 기도 꼭 해

 

내가 7번이나
번개 맞은 거 말해줬어?

 

한번은 지붕을
고치고 있었어

 

한번은 우편물을
가지러 갈 때였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파란 눈을..."

 

엄마?

 

그가 첫눈에 엄마를
사랑한 걸 알았어요?

 

그런 경험
없는 사람 많아요

 

계속 읽을까요?

 

이 부분은 지워졌네요

 

아기가 태어나고

 

많은 게 달라졌다

 

아기가 태어났고
사람들은 죽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집을 거쳐 갔다

 

작별 인사하러 왔다
떠날 거야

 

떠나요?

 

어디로요?

 

어디로 갈진 몰라도

 

엽서 보낼게

 

그 큰 아줌마는요?

 

이젠 친구 아냐

 

큰 사람들은 잘 변하지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 해, 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냈다

 

저기요?

 

- 안녕하세요
- 새로 왔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루소 할머니가 쓰던
방으로 안내해드려

 

죄송하지만
개는 못 키워요

 

나만큼 늙어서
앞도 거의 못 보고

 

얼마 못 살거라우

 

대신 다른 분들한테
피해 주면 안 돼요

 

따라오세요

 

그 할머니 이름이
기억 안 난다

 

로슨, 하트포드...

 

메이플이었나?

 

참 이상해
이름은 모르는데

 

모습은 또렷이
기억나니...

 

다이아 반지를 끼고

 

항상 외출할 것처럼
차려입었지만

 

외출한 적도
누가 찾아온 적도 없었다

 

내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셨다

 

중요한 건
잘 치는 것보단

 

음악을 느끼는 거야

 

같이 해보자

 

느낌을 담아서 연주해

 

그 무렵 내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몸에도, 마음에도...

 

몸 여기저기서 털이 났고

 

거기도 아주 커졌다

 

몸은 늙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얘야, 너무 아파

 

간호사를 불러올게요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많이 아프세요?

 

대피해야 할지
다들 갈등해요

 

전 남을 거예요

 

됐어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작별 인사는 하셨어요?

 

우리 아버진 동생을
4시간 동안 기다려서

 

보고 돌아가셨죠

 

좋으신 분 같아요

 

네, 자주 못 뵌 게...

 

- 좀 도와줄래?
- 실례해요

 

 

"도즈 아저씨와
항구에 나가서..."

 

강을 오르내리는 배를
구경하곤 했다

 

모두가 힘들던
시절이었지

 

내가 7번이나
번개 맞은 거 말해줬어?

 

한번은 들에서
소 떼를 보고 있었지

 

잡부 하나 필요해

 

일당 2달러인데
관심 있는 사람?

 

뭐야, 땀 흘리느니
빈둥빈둥...

 

- 노시겠다?
- 돈 잘 떼먹어요

 

할 사람 없어?

 

저요

 

그런 약골 다리로?

 

문제없어요

 

그럼 좋수다

 

배에 타쇼
두고 보면 알겠지

 

그땐 정말 기뻤다

 

지원자!

 

못할 게 없었지

 

네, 선장님!

 

새똥 다 닦아내

 

알았어요

 

그냥도 해줄 일인데
돈을 준다니!

 

마이크 클라크 선장은

 

7살부터 배를 탔다

 

빨리 오쇼

 

가까이 좀

 

그 나이에도...
서나?

 

아침마다요

 

아침마다 아랫도리에
텐트 친다고?

 

 

여자랑 잔지
얼마나 됐나?

 

- 없어요
- 없다고?

 

제 기억으론요

 

잠깐만

 

지금 그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여자를
안 품어봤다?

 

이렇게 슬픈 얘기는
또 처음 들어보네

 

단 한 번도?

 

 

놀랄 노 자구만
나랑 같이 갑시다

 

아버지는 뭘 했어?

 

누군지 몰라요

 

행운아네

 

아버지란 작자들은
인생에 도움 안 돼

 

난 우리 꼰대 배에서
노예처럼 일했어

 

작고 뚱뚱해서
별명이

 

땅딸보였는데

 

하루는 용기를 내서 말했지

 

예인선에서 일하다
인생 쫑내긴 싫다고

 

말뜻 알지?

 

예인선에서 일하다
인생 쫑내긴 싫다고요

 

그렇지, 그거야

 

그랬더니 꼰대가
뭐랬는지 알아?

 

이러더군
"주제를 알고 까불어"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그래서 말했지

 

"난 꿈이 있어요"

 

"예술가가 될래요"

 

비웃더군

 

"예술가 좋아하네"

 

"넌 애비처럼 평생을"

 

"예인선에서 일하다
죽을 거야"

 

하지만 난 예술가의
꿈을 이뤘지

 

문신 예술가!

 

전부 내가 새긴 거야

 

예술과 내가
한 몸이 된 거지

 

죽으면 꼰대한테
팔을 잘라 보낼 거야

 

이쪽 팔

 

남들 말엔 신경 끄고

 

네 꿈을 쫓아

 

나도 그랬기에
예술가가 된 거야

 

예인선 선장이잖아요

 

마이크?

 

친구분하고 같이 와요

 

가자구
총각 딱지 떼야지

 

안녕, 예쁜이들!

 

안녕하세요

 

저런 노친네하곤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해

 

안녕하세요?

 

평생 못 잊을 밤이었다

 

얼마나 굶은 거예요?
쉬었다 해요

 

또 할래

 

- 고마워요
- 뭘요, 잘 가요

 

- 내일도 나와요?
- 일요일만 빼고요

 

돈벌이의 가치를
깨달은 날이었다

 

또 오세요

 

돈이면 여자도
살 수 있으니까

 

날씨가 나쁜데

 

가는 곳까지
태워줘도 되겠소?

 

친절하시군요

 

토마스 버튼이요

 

- 벤자민예요
- 벤자민

 

만나서 반갑소

 

술 한잔하겠소?

 

그러죠

 

어서 오세요, 버튼 씨

 

뭘 드릴까요?

 

버튼 씨랑 같은 걸로...

 

사제락 칵테일 주게
위스키 넣어서

 

술 안 마시는군요

 

- 오늘 처음인 게 많아요
- 예를 들면?

 

색시집에도
처음 가 봤어요

 

- 큰 경험 했군요
- 말이라고요

 

- 인생에도 때가 있나 봐요
- 맞소

 

여기요

 

무례하긴 싫지만...

 

손이... 아프시오?

 

병을 갖고 태어났어요

 

무슨 병을?

 

늙은이로 태어났죠

 

- 안됐군요
- 아뇨

 

늙은 게
꼭 나쁜 건 아녜요

 

아주 오래전에 아내를 잃었소

 

저런, 유감이군요

 

아이를 낳다가...

 

아이들을 위하여

 

어머니들을 위해

 

무슨 일 해요, 버튼 씨?

 

버튼 공장을 운영하죠
못 만드는 단추가 없소

 

지퍼 만드는
굿리치가 경쟁사고

 

더 필요하신 건?

 

마지막으로 한잔 더?

 

술값을 내가
내게 해주면요

 

무슨 일 하시오?

 

예인선에서 일해요

 

대화 즐거웠소

 

술 즐거웠어요

 

벤자민?

 

가끔씩 안부 전하러
들러도 괜찮겠소?

 

언제든지요
잘 가세요, 버튼 씨

 

그럼...

 

가세

 

어디 갔었어?

 

아무 데도요
그냥 사람들 만나서...

 

음악 들었어요

 

맙소사!

 

아이들이 크는 건
순식간의 일이다

 

코흘리개였던 아이가
어느덧 훌쩍 커서

 

소녀가 돼 있었다

 

벤자민, 빨리 와

 

알았어

 

그녀가 오는 주말이
참 좋았다

 

데이지

 

뭐 보여줄까?

 

비밀로 해야 돼

 

옷 입고 뒤로 나와

 

빨리 와

 

헤엄칠 줄 알아?

 

네가 하는 건 다 해

 

이걸 입어, 서둘러

 

이 아저씨 괜찮아?

 

선장님?

 

마이크 선장님!

 

선장님, 배 태워줄래요?

 

무슨 요일인지 아냐?

 

일요일이요

 

뭘 뜻하는지 알아?

 

내가 어젯밤에
퍼마셨단 뜻이야

 

매일 마시잖아요

 

여자야?

 

친구예요
강을 보여주려고요

 

예인선에 아무나 태웠다간

 

면허 취소돼

 

뭘 꾸물대?

 

고장 나서
수리 들어 온 거야

 

엄청 빠르지?

 

안녕하쇼!

 

우리도 유람선
탔으면 좋겠다

 

뭐라고 했어요?

 

점점 심해져요

 

제 말 들려요?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

 

"모든 게 빠르게
변해갔다"

 

참 별일이네
머리숱이 많아졌어

 

사람들이
점점 늙어갈 때

 

난 점점 젊어진다면요?

 

그렇담...

 

슬픈 일이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걸 봐야잖아

 

끔찍한 책임이지

 

삶과 죽음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법이야

 

어느 가을날,
낯익은 손님이 찾아왔다

 

약국 같이 갈래요?

 

내게 피아노와...

 

그리움의 의미를
가르쳐준 분이다

 

가자

 

색시집에 가봤고

 

처음 술을 마셨고

 

한 친구와 작별했고

 

또 다른 친구를
묻었다

 

1936년, 난 태어난 지
17년 만에

 

짐을 싸고
작별 인사를 했다

 

내가 돌아올 때쯤엔
이분들은 이 세상에 없겠지

 

- 행운을 빈다
- 고마워요

 

- 사랑해요
- 사랑한다, 아가

 

밤마다 꼭 기도해, 알았지?

 

몸조심하고!

 

벤자민!

 

어디 가?

 

바다에

 

엽서 보낼게

 

어딜 가든지!

 

어딜 가든지
꼭 엽서 보내

 

믿어지니?

 

정말 엽서를 보냈어

 

세상 어디를 가든

 

어디서 일하든...

 

뉴파운드랜드, 배핀 베이

 

글래스고, 리버풀, 나르비크

 

마이크 선장과 같이 떠났지

 

선장이 큰 회사와
계약을 맺어서

 

배에 새 디젤 엔진과
장비를 달고

 

대서양을 누볐다

 

총 7명이 같이 갔다
선장님과 나...

 

주방장인 델러웨어 출신
프렌티스

 

쌍둥이 형제인
릭과 빅

 

둘은 배에선
잘 지내다가

 

마른 땅에 발 디디면
주먹다짐을 했다

 

8대 중 1대는 못 돌아가

 

매사에 부정적인
존 그림은...

 

물귀신 되는 거지

 

사우스 다코타 출신

 

노치가 고향인 커티스는

 

과묵하고 혼잣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자주 편지를 썼어

 

뉴욕에 있는 발레 학교
오디션을 본다는 것도

 

편지로 알려줬고

 

통과예요

 

수고했어요, 수고했어요

 

통과예요

 

그렇게 발레단에 들어갔다

 

춤추는 집시가 됐지

 

벤자민!

 

처음 만났을 땐

 

곧 관속에 들어갈
사람 같았는데

 

요즘 내가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런지...

 

더 젊어진 거 같아

 

비결이 뭐야?

 

선장님이...

 

폭음하는 게 문제죠

 

우린 '겨울 궁전'이란
호텔에서 지냈다

 

모르는 소리 마

 

벌새는 보통 새가 아냐

 

심장은 분당 1,200번 뛰고

 

초당 80번씩
날갯짓을 하는데

 

날개를 못 움직이면
10초도 안 돼서 죽어

 

평범한 새가 아냐

 

기적을 불러오는
영물이지

 

날개 움직임을
느린 화면으로 보면

 

어떤지 알아?

 

날개 끝이 이렇게 돼

 

숫자 8이
뭘 상징하는지 알아?

 

무한대

 

무한대!

 

성격은 제각각이고

 

언어, 피부색은 달랐지만

 

한가지는 똑같았다

 

모두 술독에
빠져 살았다는 거

 

3층이요

 

기다려줄래요?

 

고맙소

 

엘리자베스 애봇

 

백지처럼 평범하게
생긴 여자였지만

 

내 눈엔 명화처럼
아름다웠다

 

왜 그렇게 봐요?

 

우리 부부는 맨정신으론
잠을 못 자요

 

- 안 그래요?
- 그렇지

 

남편 월터 애봇은

 

러시아 무르만스크 주재
영국 무역 대표부 대표다

 

동시에 스파이였지

 

- 여보
- 고마워요

 

- 열쇠 줘
- 네

 

굽이 떨어져서요

 

평소엔 이렇게
맨발로 안 다녀요

 

하루가 참 길었다

 

밤은 물론 더 길고...

 

그날 밤엔
잠이 통 오질 않았다

 

죄송해요

 

잠이 안 와서요

 

차를 만들 건데 드실래요?

 

아뇨, 괜찮아요

 

우유, 꿀?

 

꿀 조금요

 

파리 들었는데
괜찮아요?

 

아뇨, 됐어요

 

차가 좀 더 우러나게
좀 기다려요

 

- 네?
- 더 담가둬요

 

영국에선 다들
그렇게 하거든요

 

우리 고향에선
뜨거워야 좋아해요

 

그것도 괜찮고요

 

- 뱃사람이죠?
- 선원이요

 

무례한 질문 같지만...

 

배 타기엔 나이가
좀 많지 않아요?

 

나이 제한 없어요
일만 잘하면 되죠

 

잠을 잘 못 자요?
고마워요

 

평소엔 아기처럼
잘 자는데

 

오늘은 예외네요

 

우리 아버진 80이 되자
잠들면 죽는다고

 

밤엔 안 자고
낮잠만 주무셨어요

 

그럼 안 죽을 거라면서

 

- 그래서요?
- 뭘요?

 

잠자다 죽었어요?

 

좋아하시던 의자에
앉아 돌아가셨죠

 

좋아하던 라디오
프로 들으시면서

 

죽음을 예감했군요

 

남편 따라 여기 온 지
14개월이나 됐어요

 

- 맙소사
- 베이징으로 가려다

 

잘 안 됐죠

 

동양에 가봤어요?

 

아뇨, 안 가봤어요

 

외국에 가도
항구에만 있었고

 

고향이?

 

뉴올리언스,
루이지애나 주예요

 

어딘지 알아요

 

그녀는 자신의
세상 경험을 들려줬고

 

우린 동틀 때까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각자의 방으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우린 매일 밤
로비에서 만났다

 

한밤중의 호텔은
마법의 성과 같다

 

쥐가 뛰어다니고

 

난방기가 스팀을 내뿜고

 

커튼은 흔들리고...

 

세상은 평온하고
마음은 편안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곤히 잠들어있다는
생각에...

 

엘리자베스와 난
시간을 잊고

 

대화를 나눴다

 

오해하진 말아요

 

네?

 

대개 유부녀가
낯선 남자하고

 

호텔에서 밤새
수다 떨진 않잖아요

 

유부녀라고 해서
선입견은 없어요

 

굿나잇

 

무르만스크

 

"여기서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졌어"

 

엄마?

 

60년도 넘은 일이야

 

그를 사랑했어요?

 

어린 처녀가
사랑을 뭘 알았겠니

 

'사랑에 빠졌어'

 

난...

 

편한 복장인데

 

지금 모습도 너무 멋져요

 

이곳의 와인과
치즈는 별로예요

 

너무 평범하거든요

 

하지만 캐비아와 보드카는

 

무르만스크 산이 최고죠

 

이제...

 

맛을 느껴봐요

 

바로 삼키지 말고

 

입안에 머금고
맛을 음미해요

 

이제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셔요

 

여자 경험 별로 없죠?

 

일요일엔 없어요

 

캐비아도 처음
먹어보죠?

 

 

19살 때...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너는
최초의 여성이 되고 싶었죠

 

진짜요?

 

하지만 그날따라
파도가 심해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참 힘들었어요

 

32시간을 헤엄쳐서

 

프랑스 해안을
2마일 남겨뒀는데...

 

비가 쏟아졌죠

 

힘내!

 

더는 갈 수가 없어서...

 

멈췄어요

 

포기한 거죠

 

사람들이 묻더군요

 

다시 도전하겠냐고...

 

그러겠다고 했지만

 

안 했어요

 

그 후론 아무것도
해낸 게 없죠

 

손이 참 거칠어요

 

볼에서 바닷바람이
느껴져요

 

헤어질 시간이에요

 

그날 밤
처음 키스를 해봤다

 

그런 건 평생 못 잊지

 

젊어진 기분이에요

 

나도 그런걸요

 

다시 젊어진다면

 

바꾸고 싶은 게 많아요

 

실수도 바로 잡고요

 

어떤 실수요?

 

기다리기만 했어요

 

뭔가를 할 수 있는 때가
저절로 찾아올 거란

 

환상을 갖고

 

젊은 시절을 허비해버렸죠

 

헛살았어요

 

우리가 연인이 되면

 

낮엔 날 쳐다보지 마요

 

해뜨기 전엔
헤어져야 하고

 

사랑한단 말은
절대 금지예요

 

그게 규칙이에요

 

- 추워요?
- 얼어 죽겠어요

 

미안해요

 

난 모피를 입어서 몰랐어요

 

날 사랑해준 첫 여자였다

 

건너뛸까요?

 

아니다, 행복했다니
난 기쁘구나

 

"밤이 기다려졌다"

 

우린 매일 밤 만났고

 

항상 같은 방을 썼다

 

하지만 매번 새롭고 달랐다

 

이리 와요

 

엘리자베스

 

굿나잇

 

그러던 어느 날 밤...

 

어제 1941년 12월 7일은
치욕적인 날입니다

 

일본군이
미국을 공격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려고
모이라고 한 거야

 

미래가 걸렸지

 

계획을 바꿨어

 

알지 모르지만...

 

어제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했어

 

국민 된 도리로서
가만있을 수 없지

 

우리 예인선이
해군에 징발됐어

 

전함 수리, 예인, 구조
임무를 맡는 거지

 

빠지고 싶은 사람은
지금 말해

 

배에 타는 순간
해군에 입대하는 거야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마누라가 아파요

 

곁에 있어 주고 싶어요

 

망설일 거 없어
집으로 돌아가

 

요리는 누가 해요?

 

바다에선 식중독이
사망 원인 2위야

 

안전사고가 1위고

 

제가 할게요
저 요리 잘해요

 

글쎄, 전쟁에 나가긴
좀 늙었는데...

 

까짓거!

 

일본 놈들 때려잡는데
나이 제한 있나

 

전부 짐 챙겨
일본군 잡으러 간다!

 

그녀는 쪽지를 남겼다

 

당신을 만나서 좋았어요

 

그게 다였지

 

전쟁은 기대와 달랐다

 

우린 파괴된 전함을
예인해서 해체했다

 

전쟁이라고 하지만
실감할 수가 없었다

 

해군이 우리 배로
포수를 보내 줬다

 

미국을 사랑한 애국자였지

 

미국만큼 자유가
보장된 나라는 없어요

 

이름은 데니스 스미스,
체로키 후예로

 

500년간 미국에서
살아온 인디언이었다

 

젊은이들이

 

양심을 들먹이며

 

징병을 기피하면
누가 조국을 지켜요?

 

그쯤 해둬

 

쭉 지켜봤는데

 

자넨 믿을만해

 

내가 잘못되면

 

이걸 아내한테 전해줄래?

 

월급을 전부 내게 맡겼다

 

단 한 푼도 안 쓰고...

 

사랑했다고 전해줘

 

갑판에 집합!

 

꾸물대지 말고 빨리!

 

전쟁이 마침내
우리를 찾아왔다

 

정지!

 

커티스, 조명!

 

1,300명을 태우고 가던
수송선이 격침됐고

 

우리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엔진 꺼요!

 

엔진 꺼!

 

생존자는 없었다

 

봐!

 

잠수함이야!

 

도망치긴 글렀어

 

전투 위치로!

 

고마워

 

왜?

 

그게 마지막이야?

 

선장님!

 

내 작품이 망가졌어

 

손잡아줘

 

걱정하지 마세요

 

천국이 선장님을
기다리잖아요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을 하고

 

신을 저주해도 돼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받아들여야 해

 

선장님?

 

1,328명이
그날 목숨을 잃었다

 

인디언 데니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바다에서 죽을 거라던
존한테도...

 

커티스 아내한텐 돈을 보냈다

 

쌍둥이 중 한 명인 빅과

 

마이크 선장한테도
작별을 고했고...

 

보험 판매원, 변호사, 의사 혹은

 

인디언 추장이 되고픈
꿈을 가졌던

 

그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이건 악몽이야

 

여기선 죽음이
당연시되지 않았다

 

그렇게 먼 바다에서
벌새를 본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945년 5월

 

내가 26살이었을 때
집에 돌아갔다

 

준비 다 했어!

 

지금 가요

 

- 빨리 와!
- 알았어요, 간다고요

 

- 퀴니
- 네?

 

세상에!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 얼굴 좀 보자
- 누구야?

 

- 네 오빠 벤자민
- 오빠가 있었어?

 

넌 모르는 거 많아
가서 청소나 끝내

 

곧 저녁 차려야 해

 

좀 돌아봐
다시 태어난 거 같네

 

몰라보게 젊어졌어

 

옛날에 그 목사님이
기적을 일으킨 거야

 

특별한 아이란 걸
난 첫눈에 알았지

 

엄마 무릎 나갔어

 

왠지 알아?
밤마다 무릎 꿇고

 

네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했거든

 

엄마 말 기억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 앉아

 

세상 유람하면서
많은 걸 배웠니?

 

많은 걸 봤죠

 

고통을 봤구나

 

재미도 봤어?

 

- 그럼요, 말이라고요
- 그럼 된 거야

 

우리 아들!

 

티지는요?

 

이런...

 

4월에 먼저 세상 떴다

 

- 죄송해요
- 괜찮아

 

한두 명만 빼곤
전부 다

 

새로 오신 분들이야

 

저세상 갈 날만
기다리고 있지

 

정말 잘 돌아왔다

 

이제 결혼하고 일자리도 잡아

 

와서 좀 도와주렴

 

벤자민

 

시간 낭비야, 귀가 먹었어

 

데소록스 부인이
쓰던 방을 쓰렴

 

다른 사람과
한방 쓰긴 너무 컸어

 

집은 영원한
안식처라고 했던가

 

예전의 모습, 냄새, 느낌
다 그대로였다

 

내가 7번이나
번개 맞은 거 말해줬어?

 

한번은 차를 몰고 있었어

 

바뀐 거라곤
나 자신뿐이었다

 

돌아오고 얼마 안 지난
아침이었다

 

퀴니 아줌마 계세요?

 

데이지?

 

나야, 벤자민

 

벤자민?

 

어쩜 세상에!

 

정말 너구나, 벤자민!

 

어떻게 지냈어?
너무 오랜만이다

 

언제 돌아왔어?

 

- 몇 주 됐어
- 전쟁에 나갔다고

 

아줌마한테 들었어

 

- 얼마나 걱정했다고
- 난 괜찮아

 

보기 좋은걸

 

예뻐졌네

 

왜 편지 멈췄어?

 

"내가 고향을 떠날 땐
소녀였던 아이가"

 

"여자로 변해있었다"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여자로"

 

아름답다고?

 

"세상 누구보다도"

 

- 우리 할머니 기억해?
- 그럼

 

돌아가셨어

 

들었어

 

우리가 다시 만난 건
운명이 틀림없어

 

아니, 뭐라더라?

 

숙명!

 

유명한 점술가
케이시 알아?

 

미신 안 믿어서...

 

그는 인간사가
미리 정해진댔는데

 

난 운명으로 여기고 싶어

 

운명이든 우연이든
만나서 기뻐

 

맨해튼 가봤어?
난 강 건너편에 살아

 

침대 위에 서면
엠파이어 빌딩도 보여

 

어딜 가봤어?
전부 말해줘

 

마지막 엽서 보낸 게
러시아였잖아

 

나도 러시아 가고 싶어

 

사람들 말처럼 추워?

 

2배는 더 추워

 

맙소사

 

사람들 말처럼

 

넌 정말 다른 거 같아

 

여자를 만났다면서

 

어떻게 됐어?

 

금방 끝났어

 

이거 기억나?

 

"늙은 캥거루의
오후 5시 모습입니다"

 

저녁 먹을래?

 

발란신 무용단
들어간 거 말했나?

 

유명한 안무가인데
내 바디라인이 좋대

 

한번은 연습 중에
단원이 쓰러졌는데

 

그걸 즉흥적으로
안무에 넣더라니까

 

극중에서 댄서가
일부러 넘어진 것처럼

 

요샌 실험적인 무용이 대세야

 

다른 안무가도 그래

 

링컨 커스틴, 루시아 체이스

 

아그네스 드밀은 어떻고!

 

발레의 틀을
완전히 무너뜨렸어

 

형식보단 댄서의
느낌을 중시하지

 

그녀가 말해준
새로운 세상은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난 귀담아 안 들었다

 

현대적 요소를 가미하고

 

댄서들의 육체적
능력을 최대한 살려

 

이런, 나만 떠드네

 

아냐, 재밌어

 

담배 피우는지 몰랐어

 

어른이잖아

 

어른들이 하는 건
다 하는걸

 

뉴욕에선 밤새 즐기고

 

빌딩 너머로 뜨는
해를 구경해

 

잠들지 않는 도시야

 

나, 내일 돌아가

 

- 벌써?
- 더 있고 싶은데...

 

댄서한테 의상이나
무대는 중요치 않아

 

벌거벗고 춤추는 걸
상상하곤 해

 

D.H. 로렌스 책 읽어봤어?

 

출판 금지됐는데

 

글들이 마치
사랑을 나누는 것 같아

 

단원들끼린

 

신뢰가 생명이야

 

섹스는...

 

신뢰를 쌓는
좋은 방법이고

 

댄서들 중엔
동성애자가 많아

 

나랑 자고 싶어 한
여자도 있었어

 

화 안나?

 

뭐가?

 

누군가 나랑
자고 싶어 하는 거

 

매력적인 너를
그냥 놔두는 게 이상하지

 

집으로 가자

 

아님 방을 잡을까?

 

여기서도 괜찮고

 

아냐, 데이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네가 실망할 거야

 

더 나이 든 사람하고도
해봤는걸

 

아침에 돌아가잖아

 

친구들 만나서 즐겨

 

- 젊음은 잠깐이야
- 난 어른이야

 

데이지, 난 싫어

 

음악 들으러 갈까?

 

우리의 삶은
기회로 결정된다

 

놓쳐버린 기회에 의해서도...

 

너무 잘생기고

 

멋졌단다

 

허리케인이 비껴간대요

 

- 다행이에요
- 난 엄마랑 담요 덮고 있을래

 

엄마가 날...

 

벤자민?

 

"난 점차 변해갔다"

 

머리는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랐고

 

후각과 청력은 더 예민해졌다

 

걸음도 빨라지고

 

남들이 늙어가는 동안
난 더욱 젊어졌다

 

오직 나만이...

 

들어와요

 

벤자민

 

- 날 기억하나?
- 그럼요, 버튼 씨

 

목발은 왜?

 

발에 염증이 나서

 

잘 돌아왔네

 

지금도 위스키 칵테일을
드시는군요

 

습관이지

 

요즘도 색시집에 가세요?

 

발길 끊었네

 

흥미로운 시대야

 

하루에 단추를
50만 개씩 만들어

 

직원을 10배 늘렸고

 

24시간 생산하지

 

전쟁 덕분에

 

우리 사업이 호황이야

 

사실...

 

난 죽어가네

 

얼마 못 살아

 

유감이군요, 버튼 씨

 

아니

 

난 친척이 없어
항상 혼자지

 

시간 날 때
집에 한 번 찾아오게

 

그럴게요

 

버튼에 대해 좀 아나?

 

124년간 이어진
우리 가문 가업이야

 

작은 양복점을 하던
할아버지가

 

남북 전쟁 직후
뉴올리언스에 왔고

 

그때부터 아버지가
버튼을 만들었는데

 

덕분에 작은 양복점이

 

이렇게 큰 회사가 됐네

 

난 바느질도 못 하지만

 

재밌는 얘기네요

 

크게 성공하셨군요

 

근데,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뭐죠?

 

벤자민...

 

넌 내 아들이야

 

그동안 숨겨서 미안하구나

 

넌 1차 대전 종전일에
태어났다

 

엄마는 널 낳다가
돌아가셨어

 

널 괴물로 생각했다

 

엄마한텐
잘 돌보겠다 했지만...

 

널 버리지 말았어야 했어

 

엄마요?

 

호숫가 여름 별장이야

 

어렸을 때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그 호수로 달려가서
일출을 봤다

 

세상에 나뿐인 것 같았지

 

첫눈에 네 엄마를
사랑했다

 

엄마 이름은
캐롤라인 머피

 

할아버지 댁
주방에서 일했는데

 

아일랜드 태생으로

 

1903년에 가족이
미국으로 건너와

 

뉴올리언스에 정착했어

 

온갖 핑계를 대고
주방에 가서

 

엄마를 훔쳐봤지

 

1918년 4월 25일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그날 네 엄마와 결혼했지

 

왜 진작 말 안 했죠?

 

내 전 재산을
너한테 남길 거야

 

- 갈게요
- 어디로?

 

집에요

 

뭔 생각을 했대?

 

그렇게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면

 

반겨줄지 알았대?

 

웃기지 말라고 해

 

하나님이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달랑 18달러를
담요에 넣어놨더라

 

18달러랑
더러운 기저귀...

 

주무세요

 

잘 자렴

 

내가 7번이나
번개 맞은 거 말해줬어?

 

한번은 개를
산책시키고 있었어

 

한쪽 눈은 멀고

 

잘 듣지도 못해

 

몸은 경련을 일으키고

 

하려던 말도 자꾸 까먹어

 

그치만 아냐?

 

이렇게 살아있는 걸
하나님께 감사한다

 

폭풍이 몰려와

 

이층 첫 번째 방입니다

 

일어나세요

 

옷 입혀드릴게요

 

절 잡으세요

 

고맙네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을 하고
신을 저주해도 되지만

 

마지막 순간엔

 

받아들여야 한다

 

근사한 장례식이야

 

네 엄마 곁에 묻히실 거다

 

내 어머니는 당신이에요

 

내 아들...

 

뉴욕은 처음이었다

 

데이지 친구예요

 

따라와요

 

데이지! 누가 찾아왔어!

 

알았어!

 

누가 날 찾는데?

 

- 벤자민
- 안녕

 

여긴 웬일이야?

 

그냥 왔어

 

널 만나고 싶어서

 

미리 연락하지

 

깜짝 놀랐잖아

 

- 버려도 돼
- 아냐

 

고마워, 예쁘다

 

너한테서 눈을 못 뗐어
환상적이었어

 

고마워, 칭찬 들으니까 좋네

 

옷 갈아입을게
뒤풀이에 같이 갈래?

 

네가 좋아할 만한
레스토랑을

 

예약해뒀어
혹시 몰라서...

 

공연 끝나면 모여서
뒤풀이를 해

 

같이 가자

 

옷 갈아입고 올게

 

정말 최고의 안무가야

 

진짜 끝내줬어

 

자기야

 

데이빗이라고 우리 단원이야

 

여긴 벤자민

 

- 말했었잖아
- 그래

 

반가워요

 

술 가져올게

 

그래

 

데이지 할머니랑
친구라던가

 

뭐 그렇다죠?

 

뭐 그렇죠

 

잠깐만요

 

- 벤자민의 술이야
- 춤추자

 

네가 오는 걸 몰랐잖아

 

젠장, 벤자민

 

뭘 기대한 거야?

 

만사 제쳐두고
널 반겨주라고?

 

나도 내 삶이 있어

 

자기야, 안 가?

 

가자

 

음악도 좋고
다 재밌는 사람들이야

 

그럴 거 없어
내 잘못이야

 

연락 했어야 했어

 

그냥 찾아오면
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데이지, 빨리 와

 

- 가자니까
- 금방 갈게

 

좋은 사람 같아

 

사랑해?

 

그런 거 같아

 

잘됐어

 

고향에서 보자

 

그래

 

공연 잘 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러 온 거였어

 

엄마는 몰랐잖아요

 

난 그때 23살이었어
관심 없었지

 

그리곤요?

 

사진이 있다

 

회색 가방 앞에...

 

그때 난 잘나가는 댄서였다

 

5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했어

 

런던, 비엔나, 프라하

 

이 사진들은 처음 봐요

 

엄마

 

발레리나였다고
말한 적 없잖아요

 

볼쇼이 발레단하고
공연한 미국인으로는

 

내가 최초였어

 

좋은 시절이었지

 

하지만 벤자민을
잊은 적은 없었다

 

밤마다 이렇게 중얼댔지

 

"굿나잇, 벤자민"

 

"굿나잇, 데이지"

 

그가 그랬어?

 

"삶은 단순했고"

 

"난 존재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르토어 부인이
방금 돌아가셨다

 

벤자민 버튼 씨?

 

나예요

 

고마워요

 

데이지 풀러요

 

잠깐 앉아 계세요

 

 

우린 살아가면서
끝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우연이든 고의든,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쇼핑을 나선 여자가

 

외투를 깜박해
다시 들어갔어

 

그때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약 2분간
통화를 했다

 

같은 시각에 데이지는

 

공연 리허설 중이었지

 

여자는 전화를 끊고
택시를 타려고

 

밖으로 나왔다

 

금방 손님을 내려준
택시 기사는

 

커피를 사려고
카페에 들렀고

 

데이지는
계속 연습 중이었어

 

손님을 내려주고
커피를 산

 

그 택시 기사는

 

앞선 택시를 놓쳤던

 

그 쇼핑객을 태웠다

 

길을 건너던 남자는

 

평소보다 5분 늦게
출근하는 길이었어

 

알람 맞추는 걸
깜박했지

 

회사에 늦은 남자가
길을 건널 때

 

데이지는 연습을 끝내고
샤워 중이었어

 

데이지가 샤워할 때

 

그 쇼핑객은
부티크에 있었는데

 

미리 주문한 물건이
포장 안 돼 있었어

 

전날 애인과 헤어진
점원이 깜박한 거지

 

여자는 택시를 다시 탔는데
배달 트럭이

 

길을 막았어

 

그때 데이지는
옷을 입고 있었지

 

트럭이 비켜줘서
택시가 다시 움직였고

 

옷을 다 갈아입은
데이지는

 

신발 끈이 끊어진
친구를 기다렸어

 

택시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 동안

 

데이지와 친구는
극장 뒷문을 나왔지

 

단 한 가지만 달랐더라면...

 

신발끈이
안 끊어졌거나

 

트럭이 길을 막지
않았거나

 

부티크 점원이

 

실연 안 당해
물건을 포장해놨거나

 

그 남자가 알람을 맞췄거나

 

택시 기사가
커피를 안 샀거나

 

쇼핑객이 코트를 안 잃고
앞 택시를 탔다면

 

데이지와 친구는
길을 건너고

 

택시는 그냥 지나갔겠지

 

하지만 삶은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의 연속이다

 

누구도 통제 못 하는...

 

그 택시 기사는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았고

 

- 데이지!
- 데이지를 치었다

 

데이지! 도와줘요!

 

데이지의 다리가 으스러졌다

 

데이지?

 

- 누가 알려줬어?
- 네 친구가 전보로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지만 난 괜찮아

 

너라도 왔을 거야

 

맙소사

 

네 모습을 봐

 

완벽해

 

오지 말지 그랬어

 

이런 모습은 보이기 싫어

 

다리뼈는 5조각이 났고

 

장기간 치료받으면
걸을 수는 있겠지만

 

춤은 못 추게 됐다

 

나랑 집에 가자

 

- 내가 돌봐줄게
- 뉴올리언스에는 안 가

 

그럼 내가 파리에 있을게

 

모르겠어?
네 도움 필요 없어

 

이런 꼴 됐다고
너랑 사귀긴 싫어

 

뉴욕에서 말했잖아
왜 듣질 않아?

 

맘 바뀔지 몰라

 

우린 더 이상 애들이 아냐

 

제발 내 삶에서 사라져줘

 

내가 잔인했어

 

그는 이해 못 했다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어

 

"바로 떠나지 않고"

 

"파리에 머물며
그녀 곁을 맴돌았다"

 

난 몰랐어

 

간호사 좀 불러줄래?

 

다시 걷게 됐을 때

 

기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로 갔어

 

좀 볼게요

 

정상이긴 한데
맥박이 떨어지네요

 

호흡이 힘들 거예요

 

- 괜찮겠어요?
- 네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부터는

 

여러 페이지가
뜯겨져 나갔어요

 

"집의 숨소리를 들으며"

 

여긴 읽었고

 

뭔가 얼룩이 져서
잘 못 알아보겠어요

 

보트 얘기 나오는데,
뭔지 알아요?

 

아버지가 물려준 보트
조종법을 배웠다

 

거짓말 않겠다

 

그때 여자 둘을
사귀었고 즐거웠다

 

셋일지도 모른다

 

내일 또 쌓일 텐데
뭐 하러 치워?

 

어머니

 

그리고 1962년 봄

 

그녀가 돌아왔다

 

궁금해?

 

아니

 

왜 편지 한번 안 했어?

 

죽은 사람마냥...

 

혼자 생각 좀
하고 싶었어요

 

널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내가 안 틀렸길 바라마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거든

 

- 주무세요
- 잘 자렴

 

좋은 시간 보내

 

두 마디도 안 했어

 

이 순간을 망치기 싫어

 

- 나랑 잘래?
- 말이라고!

 

우린 함께 떠났고

 

플로리다 키스 제도
연안을 항해했다

 

26살 때 연인이 안 된 게
참 다행이야

 

왜?

 

난 너무 젊었었고

 

자긴 너무 늙었었어

 

지금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봐

 

자기와 있는 매 순간을
소중히 보낼 거야

 

내가 더 오래 버틸걸?

 

어림없어

 

자긴 얼굴에
잡티 하나 없는데

 

난 주름투성이야

 

불공평해

 

난 자기 주름이 좋아

 

많지도 않지만...

 

젊어지는 기분 어때?

 

잘 모르겠어

 

나도 못 믿겠거든

 

내 피부가 늘어져도
사랑해줄 거야?

 

내가 여드름 생겨도
사랑해줄 거야?

 

잠자릴 적셔도?

 

어둠이 무섭다고 울어도?

 

왜?

 

무슨 생각해?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어

 

정말 슬픈 일이지

 

영원한 것도 있어

 

굿나잇, 데이지

 

굿나잇, 벤자민

 

엄마?

 

아빠를 언제 만났어요?

 

그건 한참 후였어

 

벤자민에 대해
말해줬어요?

 

알만큼은 알았다

 

어머니?

 

퀴니?

 

누구세요?

 

벤자민이에요
다들 어딨죠?

 

벤자민, 퀴니가 죽었어

 

안됐구나

 

너무 그리울 거예요

 

참 안됐소
좋은 분이셨는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마워요

 

티지 곁에
어머니를 묻었다

 

우리만의 보금자릴
마련하려고

 

아버지 집을 팔았다

 

집이 맘에 쏙 들어요

 

여기서 살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

 

전통 있는 가문이네요

 

집 사면 드리죠

 

침실 보러 가요

 

그 돈으로
작은 집을 샀다

 

그 집이 참 좋았다

 

장작 나무 냄새가 풍기고...

 

계속 읽으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가구라곤 없었고

 

거실은 소풍지였다

 

배고플 때 먹었고

 

밤새 사랑을 나눴고

 

판에 박힌 듯 살지 않기로
굳게 맹세했다

 

매트리스를
벗어나지 않았지

 

이웃인 반담 부인은
물리치료사였고

 

집 근처엔
수영장이 있었다

 

사고가 안 났으면
조금 더 활동했겠지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무용가라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순 없는 거야

 

사고가 안 났어도

 

당신은 지금
여기 있었을 거야

 

늙어가는 게 너무 싫어

 

물에 소독약을
너무 많이 넣었어

 

미련 따윈 다 버릴게
약속해

 

그제서야 그녀는
깨달은 거다

 

영원히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댄스 스쿨'

 

그녀는 안정을 찾았고

 

어린 학생들에게
발레를 가르쳤다

 

준비

 

반대쪽으로,
눈은 정면을 응시해

 

잘했다

 

- 안녕히 계세요
- 잘 가렴

 

춤추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발레의 생명은 라인이야

 

몸의 라인

 

한번 잃으면
다신 되찾지 못해

 

당신은 1918년에
태어났으니까

 

49살이고

 

난 43살이니까

 

나이가 비슷해졌네

 

또 달라지겠지만...

 

이제야 서로
맞는 것 같아

 

잠깐만

 

지금 이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나, 임신했어

 

간호사가 아들이란
암시를 했는데

 

내 생각엔 딸 같아

 

걱정하는 거 알아

 

걱정돼

 

좋아

 

- 뭐가 제일 무서워?
- 나처럼 태어날까 봐

 

그럼 더 사랑할 거야

 

그래

 

난 점점 어려질 텐데
어떻게 아빠 역할을 해?

 

아이한테 불공평해

 

짐이 되긴 싫어

 

누구든 늙으면
기저귀를 차게 돼

 

내가 잘할게

 

당신과 같이
가정을 꾸리고 싶어

 

당신이 원하는 건
모두 주고 싶지만

 

해결책이 없는 문제라...

 

병 있다고 자식 못 가져?

 

여기요

 

당신도 얼마든지
아빠가 될 수 있어

 

힘들 걸 알면서도
아기를 가진 거야

 

당신을 사랑하니까

 

화장실 다녀올게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넌

 

- 최고령 여성!
- 잔돈은 됐소

 

기록은 34시간 22분
14초입니다

 

올해 68세인
엘리자베스 애봇 씨가

 

그 주인공이죠

 

부인, 소감 한마디만
부탁합니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어요

 

갈까?

 

그래

 

여느 날과 다름없는
봄날이었다

 

1시간이면 와

 

여보?

 

앰뷸런스 불러!

 

아기가 나와

 

앰뷸런스 보내줘요

 

- 아기가 나와!
- 나폴레옹 2714번지

 

아기, 산모 다 건강해요
따님입니다

 

여보?

 

2.4kg의 건강한 딸이었다

 

발가락 수 세봤어?

 

다 있구나

 

"어머니 이름을 따서
캐롤라인이라 지었다"

 

벤자민이 제 생부예요?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알려줘요?

 

잠깐만요

 

5등급의 강력한

 

허리케인입니다

 

힘드신 건 알지만
여긴 금연이에요

 

허리케인이

 

어디로 상륙할진
아무도 모르지만

 

보도가 들어오는 대로...

 

"넌 의사 말처럼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자랐다"

 

잘 키워줄
진짜 아빠를 찾아

 

무슨 소리야?

 

같이 늙어갈 아빠

 

당신이 어떻게 되든
사랑할 거야

 

필요한 건 아빠지
소꿉친구가 아냐

 

- 내가 싫어졌어?
- 그런 거 아냐

 

내가 너무 늙어서?

 

그런 거야?

 

당신 혼자 아기 둘을
키울 순 없어

 

네 첫 번째 생일이었다

 

파티를 했지

 

집안은 애들로
가득했다

 

좀 어때요?

 

눈 깜짝할 새에 고등학생 될 거요
연애도 하고...

 

호숫가 여름 별장과

 

버튼 공장

 

보트를 팔고
그 돈을 은행에 넣었다

 

엄마와 네가 편안히
살 수 있게...

 

그리고 떠났다

 

네가 날 기억하기 전에...

 

"난 빈손으로 떠났다"

 

이젠 읽기 싫어요

 

어디로 갔는지
그냥 말해줘요

 

나도 정말 몰라

 

내게 보낸 거예요

 

1970년, 2살 때요

 

"생일 축하해"

 

"굿나잇 키스를
해주고 싶구나"

 

전부 나한테
보낸 거예요

 

5살 때, "학교 입학식에
널 데려가고 싶다"

 

6살 때

 

"네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싶구나"

 

1981년, 13살 때

 

"남자애를 쫓아다닌다면
말리고 싶구나"

 

"네가 슬퍼할 땐
안아주고 싶어"

 

"아빠 노릇을
할 수만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텐데..."

 

인도에 갔나 봐요

 

"살아가면서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건 없다"

 

넌 뭐든지 될 수 있어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단다

 

지금처럼 살아도 되고
새 삶을 시작해도 돼

 

최선과 최악의 선택 중
최선의 선택을 내리길 바라마

 

네가 새로운 걸 보고

 

새로운 걸
느꼈으면 좋겠다

 

너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후회 없는 삶을
살면 좋겠구나

 

조금이라도
후회가 생긴다면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하렴"

 

오랜 세월이 지나고
다시 돌아왔어

 

목요일에 보자

 

- 안녕히 계세요
- 잘 가렴

 

죄송하지만 끝났어요

 

어떻게 오셨죠?

 

학생을 데리러 오셨나요?

 

왜 돌아온 거야?

 

엄마?

 

엄마?

 

아직 멀었어?

 

왜 그래?

 

친구에 대해
안 좋은 소식을 들어서

 

오랫동안 못 본 친구

 

캐롤라인,
벤자민 아저씨야

 

네가 아기 때 본 적이 있어

 

- 안녕하세요
- 안녕

 

미안해
끝난 줄 알았어

 

가족이 잘 알던 친구예요

 

벤자민 버튼,
남편 로버트예요

 

안녕하시오

 

반갑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소

 

- 차에 있을게
- 알았어요

 

안녕

 

금방 닫고 갈게요

 

너무 예뻐

 

엄마를 쏙 빼닮았어
춤도 잘 춰?

 

- 별로야
- 그건 날 닮았나 봐

 

아주 착한 아이야

 

좀 산만하긴 하지만

 

12살 땐 다 그렇잖아?

 

아일 볼 때마다
당신 생각이 나

 

남편은 전 부인과
사별했는데

 

똑똑하고 자상한 사람이야
모험심도 강하고

 

애한테 잘해줘

 

다행이군

 

당신, 더 젊어졌어

 

겉모습만 그래

 

당신이 옳았어

 

아기 둘은
못 키웠을 거야

 

난 그렇게 강하질 않아

 

어디서 지내?

 

뭘 할 거야?

 

폰차트레인 호텔에
묵고 있어

 

뭘 할진 모르겠고

 

하지만...

 

가족이 기다려

 

기억나요

 

그 사람이었어요?

 

허리케인이 진로를
바꿔서 곧 상륙한대요

 

어쩌죠?

 

병원에 남으실진
본인 선택이에요

 

우린 남을게요

 

문제가 생기면
알려드릴게요

 

"그날 밤, 왜 돌아왔는지
생각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괜찮아?

 

미안해, 왜 왔는지 모르겠어

 

영원한 건 없어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은 영원해

 

벤자민, 난 늙은 여자야

 

영원히 못 잊을 거야

 

굿나잇, 벤자민

 

굿나잇, 데이지

 

난 그녀를
붙잡지 않았고

 

그녀는 그렇게 떠났다

 

이게 끝이에요

 

네 아빠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네, 전데요

 

죄송하지만
이해가 안 돼요

 

모퉁이 집이에요

 

들어오세요

 

데이지 풀러예요

 

아동복지과에서 나온
데이빗입니다

 

버려진 건물에서
발견됐어요

 

아이가 갖고 있던
일기장에

 

여기 주소랑 부인에 대해
적혀있어요

 

상태가 좋질 않아요

 

자기가 누군지,
어디 있는지 모르죠

 

우리 가족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지낼 곳이 필요하면
여기서 지내도 돼요

 

벤자민?

 

아주 잘 치는구나

 

손대면 싫어해요
인지력이 떨어져요

 

의사는 전형적인
치매 초기 증상이래요

 

나 누군지 알겠니?

 

데이지야

 

난 벤자민

 

만나서 반갑구나

 

옆에 앉아도 돼?

 

네 연주를 듣고 싶어

 

날 알아?

 

매일 그 집에 들러서
벤자민을 보살폈다

 

아냐!

 

방금 먹었잖아

 

전부 못됐어!
거짓말하지 말란 말야!

 

아침 먹은 걸
기억 못 해요

 

할머니랑...

 

뭘 하고 놀지 찾아볼까?

 

내가 기억 못 하는 게
많은 거 같아

 

예를 들면?

 

뭐랄까...

 

오래 산 거 같은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괜찮아

 

기억 못 해도 돼

 

자기가 누군지, 어딨는지
자주 잊어버렸어

 

쉽질 않았다

 

벤자민!

 

여기선 전부 다 보여
강도 보이고

 

그래, 잘 보일 거야

 

엄마가 묻힌 묘지도 보여

 

이제 내려와

 

내가 날 수 있으면?

 

하늘을 나는 사람을 알아

 

내려오면 다 말해줄게

 

빨리 올라가요

 

벤자민이 5살 때부턴
같이 살았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였지

 

"늙은 캥거루의
오후 5시 모습입니다"

 

"예쁜 뒷다리가..."

 

시간이 흐르면서

 

벤자민은 걷는 법을
잊어버렸고

 

- 말도 못 했어
- 내 이름이 뭐지?

 

데이지야

 

데이지 해볼래?

 

2002년에 그 기차역엔
새 시계가 설치됐어

 

2003년 봄이었지

 

그가 날 쳐다봤어

 

알겠더구나
내가 누군질 그가 안다는 걸

 

그리곤 눈을 감았어

 

마치 잠이 들듯이...

 

아빠를 알았다면...

 

이젠 알잖니

 

엄마, 무슨 일인지 가볼게요

 

굿나잇, 벤자민

 

갑자기 불어난 물로

 

저지대가 침수돼...

 

누군가는 강가에
앉으려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번개를 맞고

 

누군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예술가이고

 

누군가는 수영을 하고

 

누군가는
버튼을 만들고

 

누군가는
셰익스피어를 읽고

 

누군가는 그냥 엄마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