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1:26,295 --> 00:01:35,262 “움직이는 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니요 그대의 마음이다” 2 00:01:35,387 --> 00:01:38,724 동사서독 리덕스 Ashes of Time (2008) 3 00:01:40,726 --> 00:01:45,147 금년엔 오황이 태세를 만나서 천하가 가뭄에 시달렸다 4 00:01:45,231 --> 00:01:50,236 가뭄을 당하면 문제가 생기고 나도 일거리를 얻게 된다 5 00:01:50,319 --> 00:01:57,243 나는 문제 해결이 직업인 구양봉이란 사람이다 6 00:01:58,452 --> 00:02:01,539 나이가 40대 초반이군요 7 00:02:03,791 --> 00:02:10,381 살다 보면 들추기 싫은 일이나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죠? 8 00:02:11,173 --> 00:02:18,097 당신에게 잘못한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적도 있을 테고? 9 00:02:21,433 --> 00:02:23,686 하지만 용기가 없었군요 10 00:02:26,272 --> 00:02:28,691 필요성을 못 느꼈든가 11 00:02:31,861 --> 00:02:35,823 살인은 아주 쉽소 12 00:02:37,491 --> 00:02:43,998 무공은 뛰어나지만 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있는데 13 00:02:44,081 --> 00:02:49,795 돈만 조금 주면 그 사람을 죽여 줄 거요 14 00:02:52,882 --> 00:02:54,717 잘 생각해 보시오 15 00:02:55,259 --> 00:02:57,595 살인이 쉬운 일은 아니다 16 00:02:58,554 --> 00:03:03,058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쓴다 17 00:03:03,184 --> 00:03:08,772 나는 백타산을 떠나 사막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8 00:03:14,486 --> 00:03:17,239 경칩 19 00:03:18,449 --> 00:03:24,830 매년 경칩을 즈음해서 한 친구가 술을 마시자고 찾아온다 20 00:03:24,955 --> 00:03:27,333 그의 이름은 황약사이다 21 00:03:27,416 --> 00:03:31,754 그는 이상하게도 매번 동쪽에서 왔다 22 00:03:31,837 --> 00:03:38,052 몇 년 동안 계속 그랬다 금년엔 선물을 가지고 왔다 23 00:03:42,932 --> 00:03:49,688 얼마 전에 어떤 여자가 술을 한 병 주었는데 24 00:03:51,941 --> 00:03:55,486 술 이름이 취생몽사(醉生夢死)야 25 00:03:56,612 --> 00:04:01,200 마시면 지난 일을 모두 잊는다고 하더군 26 00:04:03,327 --> 00:04:08,332 난 그런 술이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았어 27 00:04:10,292 --> 00:04:18,717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라고 하더군 28 00:04:18,926 --> 00:04:24,807 잊을 수만 있다면 매일매일이 새로울 거라 했어 29 00:04:24,890 --> 00:04:26,892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 30 00:04:30,771 --> 00:04:34,149 자네 주려고 가져온 술인데 31 00:04:36,276 --> 00:04:42,116 함께 나눠 마셔야겠군 32 00:04:45,411 --> 00:04:48,789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33 00:04:50,791 --> 00:04:53,794 그래서 마시지 않았다 34 00:04:57,506 --> 00:04:59,425 효과가 있었던 걸까? 35 00:05:01,385 --> 00:05:04,638 그날 이후로 황약사는 많은 일을 잊었다 36 00:05:09,810 --> 00:05:12,354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37 00:05:13,647 --> 00:05:18,152 기억 안 나 38 00:05:20,029 --> 00:05:22,406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는? 39 00:05:22,489 --> 00:05:24,992 모르겠어 40 00:05:26,744 --> 00:05:29,413 왜 자꾸 새장을 쳐다봐? 41 00:05:30,330 --> 00:05:34,752 무척 낯이 익어 42 00:06:37,147 --> 00:06:41,527 그날 그는 잔뜩 취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났다 43 00:06:41,652 --> 00:06:47,324 그가 왜 취생몽사를 가져 왔는지는 모르지만 무슨 걱정이 있는 것 같았다 44 00:06:52,412 --> 00:06:56,750 한 달 후 황약사는 남쪽으로 갔다 45 00:06:57,960 --> 00:07:00,295 그곳은 친한 친구의 고향이다 46 00:07:02,840 --> 00:07:07,219 친구가 혼인하던 해에 황약사는 그곳에서 거처했다 47 00:07:08,137 --> 00:07:17,646 어느 날 친구가 집을 떠나자 황약사도 그곳에 가지 않았다 48 00:09:28,026 --> 00:09:30,112 술 한 잔 권해도 되겠나? 49 00:09:30,195 --> 00:09:32,614 오늘은 물이나 마시겠네 50 00:09:54,136 --> 00:09:56,471 우린 아는 사이인가? 51 00:09:59,224 --> 00:10:04,855 옛날에 절친한 친구였어 52 00:10:06,189 --> 00:10:07,899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53 00:10:13,989 --> 00:10:15,657 여긴 왜 왔나? 54 00:10:17,951 --> 00:10:24,082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취생몽사라는 술을 줬는데 55 00:10:24,666 --> 00:10:28,879 마시면 지난 일을 모두 잊는다고 하지 56 00:10:30,881 --> 00:10:34,760 마셔 봤는데 정말이더군 57 00:10:35,677 --> 00:10:37,638 마셔 볼 텐가? 58 00:10:40,724 --> 00:10:43,644 술과 물의 차이점을 아나? 59 00:10:45,854 --> 00:10:48,065 술은 몸이 달아오르고 60 00:10:50,192 --> 00:10:52,194 물은 몸이 차가워지지 61 00:11:02,579 --> 00:11:04,956 우린 또 만나겠지? 62 00:11:05,332 --> 00:11:06,416 아니 63 00:11:09,211 --> 00:11:15,008 이자를 다시 만나면 꼭 죽이겠다고 맹세했지만 64 00:11:16,093 --> 00:11:22,599 시력이 나빠져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65 00:11:22,891 --> 00:11:25,102 남자야, 여자야? 66 00:11:30,816 --> 00:11:39,491 지엄하신 대연국의 공주인 내게 이런 무례를 범하다니 67 00:11:40,409 --> 00:11:42,953 내 손에 죽고 싶은가? 68 00:11:50,377 --> 00:11:51,920 취하셨군요 69 00:12:41,845 --> 00:12:46,016 기억이 흐린 사람은 남의 일에 관여해선 안 된다 70 00:12:46,808 --> 00:12:50,896 원수까지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71 00:12:52,522 --> 00:12:56,610 그날 황약사는 죽을 뻔했다 72 00:13:10,207 --> 00:13:13,794 누구나 1년 중 몇 달은 죽음이 두려운 모양이다 73 00:13:13,877 --> 00:13:19,925 입춘 후에 전혀 일이 없어서 한 달 동안 손님은 1명뿐이었다 74 00:13:21,092 --> 00:13:26,640 황약사라는 사람을 죽여 주시오 75 00:13:27,474 --> 00:13:32,354 그는 뛰어난 검객이라 죽이기가 쉽지 않을 거요 76 00:13:32,437 --> 00:13:35,816 그를 죽여만 준다면 어떤 대가도 치르겠소 77 00:13:36,983 --> 00:13:43,949 하지만 가장 고통스럽도록 내 손으로 죽이게 해 주시오 78 00:13:44,032 --> 00:13:46,368 왜 그렇게 그를 저주하시오? 79 00:13:52,582 --> 00:13:57,295 다른 여자 때문에 내 여동생을 버렸소 80 00:13:59,965 --> 00:14:04,636 그의 이름은 모용연이고 모용 공자의 후손이라 했다 81 00:14:04,719 --> 00:14:08,765 그는 고소성 밖 도화림에서 황약사와 친구가 됐다 82 00:14:08,848 --> 00:14:17,148 그날은 겨울이 끝나고 새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었다 83 00:14:18,066 --> 00:14:21,945 그날 밤 황약사는 그에게 농담을 했다 84 00:15:03,612 --> 00:15:08,283 자네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꼭 아내로 맞이하겠네 85 00:15:21,296 --> 00:15:25,592 좋아, 약속 지키게 86 00:15:26,009 --> 00:15:31,264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87 00:15:32,265 --> 00:15:33,934 내 손에 죽을 거야 88 00:15:36,519 --> 00:15:44,152 후에 그녀와 만나기로 했는데 황약사가 약속을 어겼다 89 00:16:44,295 --> 00:16:46,673 제 오라버니가 찾아왔었나요? 90 00:16:47,048 --> 00:16:48,800 낭자의 오라버니가 누구요? 91 00:16:50,260 --> 00:16:52,929 모용연이라고 해요 92 00:16:53,430 --> 00:16:55,306 왔었소 93 00:16:56,057 --> 00:16:58,226 누굴 죽이라던가요? 94 00:16:58,727 --> 00:17:00,311 모르겠소 95 00:17:00,603 --> 00:17:06,818 그를 죽이는 날엔 당신도 살아남지 못해요 96 00:17:09,195 --> 00:17:15,160 큰 돈을 제시했기 때문에 거절하면 난 큰 손해를 입소 97 00:17:17,162 --> 00:17:20,206 요즘은 큰 돈을 주는 사람이 별로 없소 98 00:17:21,249 --> 00:17:26,755 일을 못 하겠다고 하면 2배로 보상해 드리죠 99 00:17:27,505 --> 00:17:31,092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100 00:17:32,010 --> 00:17:36,514 제 오라버니 모용연을 죽여 주세요! 101 00:17:39,142 --> 00:17:41,644 남매간의 감정이 묘하군요 102 00:17:43,313 --> 00:17:45,148 그렇게 오라버니가 싫소? 103 00:17:45,273 --> 00:17:46,357 그래요! 104 00:17:47,817 --> 00:17:53,740 저와 황약사를 못 만나게 해요 나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해요 105 00:17:53,823 --> 00:17:55,742 그래서 죽여야 해요! 106 00:18:07,587 --> 00:18:10,006 내 여동생이 찾아왔었소? 107 00:18:10,840 --> 00:18:11,966 그렇소 108 00:18:12,509 --> 00:18:17,222 동생에게 흑심 품었다가는 당신도 죽을 줄 아시오 109 00:18:17,347 --> 00:18:19,432 동생 걱정을 많이 하는군요 110 00:18:19,516 --> 00:18:23,728 유일한 혈육이라 돌봐야 하오 111 00:18:23,853 --> 00:18:25,146 왜 당신을 찾아왔죠? 112 00:18:25,230 --> 00:18:27,357 누군가를 죽여 달랬소 113 00:18:30,777 --> 00:18:32,946 이름은 모용연이오 114 00:18:37,116 --> 00:18:39,369 황약사가 시켰을 것이오 115 00:18:39,452 --> 00:18:42,247 동생 스스로가 원한 일이오 116 00:18:43,289 --> 00:18:45,124 당신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했소 117 00:18:45,250 --> 00:18:49,587 내가 죽기 전엔 벗어날 수 없을 것이오 118 00:19:11,484 --> 00:19:14,154 오늘 오라버니를 만났죠? 119 00:19:17,365 --> 00:19:18,825 그가 말했소? 120 00:19:20,493 --> 00:19:22,328 왜 안 죽였어요? 121 00:19:25,123 --> 00:19:27,208 돈을 못 받을까 봐서요 122 00:19:29,252 --> 00:19:33,756 그는 약점이 있어서 죽이는 건 문제가 아니오 123 00:19:33,840 --> 00:19:35,758 약점이 뭔지 아시오? 124 00:19:36,634 --> 00:19:37,969 바로 낭자요 125 00:19:43,933 --> 00:19:48,313 낭자가 죽이라고 했다고 한 뒤 그의 반응을 살펴봤죠 126 00:19:49,105 --> 00:19:55,695 황약사와 못 만나게 하는 건 낭자를 걱정하기 때문이오 127 00:19:55,945 --> 00:20:00,742 오라버니가 왜 그렇게 집착하죠? 128 00:20:00,825 --> 00:20:03,286 평생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요 129 00:20:04,245 --> 00:20:05,955 당신이 필요한 게로군 130 00:20:06,039 --> 00:20:13,296 저는 아니에요 저는 황약사를 좋아해요 131 00:20:14,672 --> 00:20:16,382 오라버니가 슬퍼하겠군요? 132 00:20:16,466 --> 00:20:18,426 그러라죠 133 00:20:18,927 --> 00:20:23,932 왜 그를 못 만나게 해서 날 힘들게 하는 거죠? 134 00:20:24,807 --> 00:20:29,270 사랑을 못 이루는 고통을 느끼게 할 거예요 135 00:20:29,354 --> 00:20:31,731 잔인하군요 136 00:20:31,814 --> 00:20:33,191 그가 죽어도 괜찮겠소? 137 00:20:33,274 --> 00:20:35,109 죽어 마땅해요! 138 00:20:38,029 --> 00:20:40,406 그건 왜 묻죠? 139 00:20:41,824 --> 00:20:46,871 오라버니의 요구 조건을 오랫동안 생각했었소 140 00:20:47,872 --> 00:20:52,919 남자는 연인이 죽어 가는 것을 볼 때 가장 고통스럽소 141 00:20:53,670 --> 00:20:59,509 하지만 낭자를 죽이면 돈을 못 받으니 그럴 순 없소 142 00:21:04,472 --> 00:21:05,682 그렇지 않소? 143 00:21:38,006 --> 00:21:40,258 누가 날 죽이려 해요 144 00:21:44,554 --> 00:21:46,764 무엇 때문에? 145 00:21:49,809 --> 00:21:53,396 황약사가 좋아하는 여자라서요 146 00:21:56,482 --> 00:21:57,984 절 살려 주세요 147 00:21:59,777 --> 00:22:06,826 그날 밤 그녀는 가지 못했고 난 두려워 말라며 술을 주었다 148 00:22:07,535 --> 00:22:10,371 그리고 그녀는 잠들었다 149 00:22:13,833 --> 00:22:16,127 내 동생을 어디에 숨겼소? 150 00:22:16,294 --> 00:22:18,379 왜 여기 있다고 생각하오? 151 00:22:19,255 --> 00:22:24,552 당신을 만난 후에 아무도 동생을 보지 못했소 152 00:22:26,846 --> 00:22:31,350 누가 죽이려 한다며 찾아왔었소 153 00:22:31,434 --> 00:22:35,938 하지만 곧 떠났소 집에 안 갔소? 154 00:22:36,564 --> 00:22:42,779 동생은 원한을 살 이유가 없는데 쫓기는 이유가 무엇이오? 155 00:22:42,862 --> 00:22:47,450 황약사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했소 156 00:22:47,533 --> 00:22:53,122 말도 안 돼 좋아한다면 그가 떠났겠소? 157 00:22:58,669 --> 00:23:03,674 어떤 사람들은 떠난 뒤에야 사랑했었다는 걸 깨닫죠 158 00:23:07,053 --> 00:23:09,097 황약사가 그런 사람이오 159 00:23:09,806 --> 00:23:11,140 아니오! 160 00:23:12,600 --> 00:23:14,602 어떻게 확신하오? 161 00:23:20,858 --> 00:23:23,736 그는 다른 여자를 좋아하오 162 00:23:26,572 --> 00:23:31,536 사람들은 좌절하면 자기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163 00:23:32,453 --> 00:23:37,834 모용언과 모용연은 한 사람이었다 164 00:23:38,501 --> 00:23:42,672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165 00:23:43,214 --> 00:23:45,466 취했소, 모용연 166 00:23:45,591 --> 00:23:47,260 모용연? 167 00:23:50,847 --> 00:23:55,852 잘못 봤어요 전 모용연이 아니에요 168 00:23:56,811 --> 00:24:05,361 지엄한 대연국의 공주인 모용언이라고 해요 169 00:24:08,030 --> 00:24:09,907 당신은 누구세요? 170 00:24:11,075 --> 00:24:13,035 날 모르겠소? 171 00:24:23,629 --> 00:24:29,177 저와 혼인하겠다는 분을 왜 모르겠어요? 172 00:24:32,180 --> 00:24:34,432 내가 그런 말을 했소? 173 00:24:34,515 --> 00:24:37,268 그날 복사꽃 아래서 174 00:24:38,144 --> 00:24:45,276 술에 취해서 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175 00:24:46,027 --> 00:24:51,157 여동생이 있으면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했잖아요 176 00:24:54,577 --> 00:24:59,081 제가 여자인 걸 알면서 왜 그러셨어요? 177 00:25:02,293 --> 00:25:06,923 술에 취해서 한 말을 믿었소? 178 00:25:09,884 --> 00:25:15,056 당신의 그 한마디 때문에 전 지금까지 기다렸어요 179 00:25:16,057 --> 00:25:20,937 절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요 180 00:25:22,688 --> 00:25:25,816 두 여자를 사랑할 순 없다고요 181 00:25:26,275 --> 00:25:31,822 모용언을 사랑하면서 어떻게 다른 여자를 사랑하죠? 182 00:25:36,786 --> 00:25:39,580 전 그 여자를 찾아갔었어요 183 00:25:47,546 --> 00:25:54,303 당신이 그 여자를 사랑한다기에 죽이려고 했지만 관뒀어요 184 00:25:54,595 --> 00:25:59,392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요 185 00:26:05,815 --> 00:26:11,153 당신이 정말 날 사랑하는지 수없이 자문해 봤었지만 186 00:26:15,491 --> 00:26:17,660 이젠 알고 싶지도 않아요 187 00:26:20,705 --> 00:26:25,042 제가 못 견디고 물어보면 거짓말이라도 해 주세요 188 00:26:26,377 --> 00:26:31,674 ‘당신은 내 사랑이 아니야’라는 말만은 하지 마세요 189 00:26:43,394 --> 00:26:48,608 그날 밤은 무척 길었다 마치 두 사람과 얘기하는 것 같았다 190 00:26:49,692 --> 00:26:55,740 그 뒤 난 그가 모용언인지 모용연인지 분간이 안 됐다 191 00:27:06,459 --> 00:27:07,668 모용언! 192 00:27:11,672 --> 00:27:12,965 모용연? 193 00:27:15,885 --> 00:27:21,098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누구죠? 194 00:27:26,854 --> 00:27:28,564 당신이오 195 00:27:29,315 --> 00:27:33,819 예전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땐 대답을 못 했었다 196 00:27:34,779 --> 00:27:39,950 하지만 황약사의 입장이 되니 별로 어려운 말도 아니었다 197 00:27:54,256 --> 00:27:58,469 그날 밤 자고 있을 때 누군가 날 만지는 걸 느꼈다 198 00:29:26,515 --> 00:29:28,851 그녀는 날 만지는 게 아니라 199 00:29:31,353 --> 00:29:33,772 내 몸만을 빌린 것이었다 200 00:29:35,649 --> 00:29:37,735 나도 마찬가지였다 201 00:29:40,196 --> 00:29:46,202 그녀의 손길은 형수님의 손길처럼 따뜻했다 202 00:30:49,807 --> 00:30:55,312 그날 이후 모용연이나 모용언을 만났다는 사람은 없었다 203 00:30:55,896 --> 00:31:02,319 수 년 후에 강호엔 이상한 검객이 출현했는데 204 00:31:02,444 --> 00:31:06,115 아무도 그의 내력을 몰랐고 그는 혼자 검술을 익힐 뿐이었다 205 00:31:06,240 --> 00:31:09,827 그는 독고구패라고 불리었다 206 00:32:06,300 --> 00:32:09,219 하지 207 00:32:16,143 --> 00:32:17,936 날 찾았소? 208 00:32:19,438 --> 00:32:22,066 남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어요 209 00:32:23,192 --> 00:32:25,069 동생이 어떻게 됐소? 210 00:32:27,196 --> 00:32:30,407 며칠 전에 검객들이 저희 집 앞을 지나갔는데 211 00:32:31,742 --> 00:32:35,579 철 모르는 동생이 그 중 한 명에게 실수를 했어요 212 00:32:37,998 --> 00:32:39,875 그들이 동생을 죽였죠 213 00:32:42,962 --> 00:32:45,673 관가에선 가만히 있었소? 214 00:32:47,132 --> 00:32:52,888 그들은 태위부의 검객이라 관가에서도 손을 못 써요 215 00:32:56,266 --> 00:32:58,143 돈은 얼마나 낼 수 있소? 216 00:32:59,144 --> 00:33:03,065 집이 가난해서 돈은 없고 217 00:33:05,442 --> 00:33:08,988 달걀과 당나귀뿐이에요 218 00:33:12,491 --> 00:33:16,078 당나귀는 어머니께서 생전에 남기신 제 혼수예요 219 00:33:20,332 --> 00:33:25,963 동생의 복수를 하려거든 돈부터 마련하시오 220 00:33:28,424 --> 00:33:31,969 당나귀 한 마리 벌자고 태위부의 검객과 싸울 순 없소 221 00:33:33,178 --> 00:33:35,139 복수는 대가를 치뤄야 하오 222 00:33:37,474 --> 00:33:42,438 낭자가 못생겼다면 포기하라고 했을 거요 223 00:33:44,648 --> 00:33:47,443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오 224 00:33:47,484 --> 00:33:55,117 내다 팔기에는 낭자가 당나귀보다 비쌀 거란 얘기요 225 00:33:56,201 --> 00:33:57,786 무슨 뜻인지 알겠소? 226 00:34:00,205 --> 00:34:02,374 그럴 수는 없어요 227 00:34:02,416 --> 00:34:07,296 돈이 적다고 하신다면 여기서 기다리겠어요 228 00:34:07,421 --> 00:34:09,965 꼭 누군가가 도와줄 거예요 229 00:34:17,639 --> 00:34:22,978 그녀가 정말로 동생의 복수를 하려고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230 00:34:35,532 --> 00:34:40,245 그러고 보니 누군가와 닮았다 231 00:35:09,399 --> 00:35:18,951 그 후에 매일 밤 복사꽃이 핀 고향 꿈을 꾸었다 232 00:35:20,410 --> 00:35:26,083 그때서야 백타산에 오랫동안 안 가 봤다는 걸 깨달았다 233 00:36:03,412 --> 00:36:05,330 눈에 무슨 문제가 있나? 234 00:36:07,249 --> 00:36:09,626 난 어려서부터 눈이 나빴지 235 00:36:10,294 --> 00:36:12,796 의원이 서른 이후엔 실명한다더군 236 00:36:13,839 --> 00:36:15,632 금년에 몇인데? 237 00:36:16,300 --> 00:36:17,801 서른 238 00:36:20,721 --> 00:36:22,639 그런데 왜 왔어? 239 00:36:24,641 --> 00:36:27,728 해마다 봄이면 고향에는 복사꽃이 찬란하게 피지 240 00:36:29,479 --> 00:36:36,403 눈이 멀기 전에 보고 싶은데 경비가 다 떨어졌어 241 00:36:36,820 --> 00:36:40,908 자넨 문제를 해결해 준다던데 날 도울 수 있겠나? 242 00:36:42,576 --> 00:36:46,663 몇 달 전에 내 친구가 여기서 마적대를 물리쳤지 243 00:36:47,998 --> 00:36:53,212 마적대가 복수하러 온다는데 내 친구는 이미 떠났어 244 00:36:55,047 --> 00:37:01,011 마을 사람들은 화가 미칠까 봐 그들을 죽일 고수를 사겠지 245 00:37:05,515 --> 00:37:10,979 고수가 있다던데 아직 있는지 모르겠군 246 00:37:11,063 --> 00:37:12,856 그를 왜 찾나? 247 00:37:13,565 --> 00:37:16,026 누가 빠른지 겨뤄 보고 싶어 248 00:37:20,697 --> 00:37:22,449 내가 잘못 왔군 249 00:37:22,532 --> 00:37:24,034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어 250 00:37:25,535 --> 00:37:27,162 팔만 자르는 건가? 251 00:37:27,246 --> 00:37:32,376 자를 바엔 목을 잘라야지 252 00:37:56,817 --> 00:37:58,610 넌 오해했어 253 00:37:59,319 --> 00:38:03,031 넌 내 상대가 안 돼서 잘못 왔다고 한 거야 254 00:38:03,115 --> 00:38:07,744 팔만 자른다고 했는데 왜 목까지 내놓았지? 255 00:38:18,005 --> 00:38:20,007 저를 도와주실 수 없나요? 256 00:38:28,098 --> 00:38:33,478 그는 한물간 검객이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257 00:38:33,603 --> 00:38:41,653 술 한 잔과 밥 두 그릇을 먹고 저녁이 되면 돌아간다 258 00:39:07,679 --> 00:39:10,140 왜 자꾸 저 여자를 쳐다보나? 259 00:39:12,142 --> 00:39:14,311 그녀를 보면 누군가가 생각나 260 00:39:14,811 --> 00:39:16,146 자네 부인? 261 00:39:21,651 --> 00:39:25,989 그렇게 그리워하면서 왜 떠도나? 262 00:39:29,743 --> 00:39:32,204 그녀는 내 친구와 정을 통했어 263 00:39:37,834 --> 00:39:40,337 마적대는 언제 오지? 264 00:39:42,714 --> 00:39:45,133 며칠 내에 올 거야 265 00:39:47,219 --> 00:39:53,350 복사꽃이 시들기 전에 빨리 와야 할 텐데 266 00:40:12,119 --> 00:40:18,208 꽃은 언제 피는지 알 수 있지만 마적대는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267 00:40:19,835 --> 00:40:25,132 그는 매일 성 밖에서 늦게까지 기다렸다 268 00:40:31,012 --> 00:40:37,185 그는 밤마다 등불을 켰지만 밤에는 물체를 식별도 못 했다 269 00:41:11,845 --> 00:41:13,763 제가 싫으세요? 270 00:41:22,063 --> 00:41:23,940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죠? 271 00:41:27,652 --> 00:41:28,820 그래 272 00:41:30,113 --> 00:41:31,781 혼인했어요? 273 00:41:33,116 --> 00:41:34,242 왜 묻지? 274 00:41:35,952 --> 00:41:38,538 부인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275 00:41:39,998 --> 00:41:41,833 그렇다고 할 수 있지 276 00:41:41,917 --> 00:41:44,794 그런데 왜 같이 있지 않죠? 277 00:42:11,196 --> 00:42:13,698 술 한 잔 더 주겠나? 278 00:42:26,086 --> 00:42:28,588 오늘은 술이 당기는 모양이지? 279 00:42:33,510 --> 00:42:35,845 내일은 못 마실 것 같아 280 00:42:42,686 --> 00:42:46,064 새벽녘에 도착할 것 같군 281 00:42:47,983 --> 00:42:49,985 내가 등불을 준비했네 282 00:42:50,652 --> 00:42:52,821 그럴 필요 없어 283 00:42:56,783 --> 00:42:59,160 이제 아무것도 안 보이지? 284 00:43:00,328 --> 00:43:02,747 태양이 강렬할 때는 보여 285 00:43:03,498 --> 00:43:05,625 내일 날씨가 좋기를 바라야겠군 286 00:43:07,544 --> 00:43:12,841 내가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사람을 좀 찾아 주게 287 00:43:12,924 --> 00:43:15,218 황약사라는 사람이야 288 00:43:18,013 --> 00:43:21,016 시골에서 누가 기다린다고 전해 줘 289 00:44:09,939 --> 00:44:14,652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제할 수가 없었다 290 00:44:16,112 --> 00:44:20,742 내 얼굴에 묻은 그녀의 눈물이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291 00:44:32,212 --> 00:44:34,714 그 여자가 날 위해 울어 줄까? 292 00:49:38,643 --> 00:49:44,774 검이 빠르면 피가 솟을 때 바람 소리처럼 듣기 좋다던데 293 00:49:47,068 --> 00:49:51,572 내 피로 그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294 00:50:06,045 --> 00:50:09,006 백로 295 00:50:49,881 --> 00:50:52,050 이 사람의 이름은 홍칠 296 00:50:52,175 --> 00:50:54,719 칼 솜씨가 아주 빠르다 297 00:50:54,802 --> 00:50:56,804 그는 신발을 신지 않는다 298 00:50:56,888 --> 00:51:01,726 내게 보탬이 될 줄은 알지만 난 이 사람이 싫다 299 00:51:01,851 --> 00:51:07,732 내 운세에서 숫자 7을 만나면 명이 끝난다고 했기 때문이다 300 00:51:08,691 --> 00:51:12,028 내가 그를 만난 건 그가 막 시골에서 왔을 때였다 301 00:51:16,407 --> 00:51:19,076 내가 왜 밥을 주는지 아나? 302 00:51:19,202 --> 00:51:20,828 모르오 303 00:51:20,912 --> 00:51:22,830 배가 고픈 걸 알기 때문이야 304 00:51:24,540 --> 00:51:27,335 난 자네를 오랫동안 지켜봤어 305 00:51:27,418 --> 00:51:33,382 반 나절이나 담벼락에서 지쳐 앉아 있더군 306 00:51:34,425 --> 00:51:41,182 자네처럼 무공을 좀 한다고 천하를 우습게 보는 이는 많지 307 00:51:42,683 --> 00:51:49,524 강호를 떠도는 건 힘든 일이야 무공을 하면 많은 일을 못 하지 308 00:51:50,274 --> 00:51:52,110 농사 짓기 싫지? 309 00:51:52,235 --> 00:51:57,031 산적 짓도 못 하고 약장사는 더 싫을 텐데 310 00:51:57,114 --> 00:51:59,367 어떻게 살 거야? 311 00:52:00,618 --> 00:52:03,204 무공 고수도 밥은 먹어야 해 312 00:52:04,038 --> 00:52:06,541 자네에게 맞는 일이 있어 313 00:52:06,624 --> 00:52:12,463 돈도 벌고 의로운 일이지 314 00:52:13,339 --> 00:52:14,841 어때? 315 00:52:14,924 --> 00:52:16,801 잘 생각하고 빨리 결정하게 316 00:52:16,926 --> 00:52:20,221 배는 금방 또 고파져 317 00:52:35,987 --> 00:52:39,991 홍칠이 오고 얼마 안 돼서 마적대는 다시 왔다 318 00:52:40,783 --> 00:52:45,997 홍칠을 마을로 데려가기 전에 신발을 사 줬다 319 00:52:46,080 --> 00:52:51,085 신발을 신은 검객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320 00:52:58,217 --> 00:53:01,345 10냥이 비싸다는 거요? 321 00:53:05,808 --> 00:53:07,935 그럼 싼 사람을 찾으시오 322 00:53:08,019 --> 00:53:10,188 저쪽에 몇 명 있군 323 00:53:10,313 --> 00:53:14,775 몇 냥만 줘도 좋아할 거요 324 00:53:17,653 --> 00:53:23,200 신발도 안 신은 검객을 믿을 수 있소? 325 00:53:31,626 --> 00:53:33,961 만약 저들이 실패해서 326 00:53:34,045 --> 00:53:40,509 당신들이 고용한 걸 마적대가 알면 어찌될 것 같소? 327 00:53:42,929 --> 00:53:46,891 내 친구의 무공이 저들보다 낫다고 장담은 못 하겠소 328 00:53:46,974 --> 00:53:52,021 하지만 이 일에 20여 명의 목숨이 걸려 있소 329 00:53:53,147 --> 00:53:58,319 이 점만으로도 신발 신은 검객을 믿어야 하오 330 00:53:58,402 --> 00:54:03,240 실수가 없도록 홍칠을 어딘가로 데려갔다 331 00:54:03,324 --> 00:54:05,076 왜 시체를 보여 주시오? 332 00:54:05,159 --> 00:54:07,078 어떻게 죽었는지를 말하고 있어 333 00:54:07,161 --> 00:54:13,501 이틀 전에 그는 여기에서 마적대를 몰살하려 했어 334 00:54:13,584 --> 00:54:15,920 하지만 자신이 희생되었지 335 00:54:16,045 --> 00:54:19,465 여기에 칼을 맞고 죽었어 336 00:54:20,800 --> 00:54:23,928 다른 상처와 확연히 다르지? 337 00:54:24,011 --> 00:54:25,972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친 거야 338 00:54:26,806 --> 00:54:28,307 이런 상처는 이거 하나뿐이야 339 00:54:28,432 --> 00:54:36,315 그들 중의 한 명이 단칼에 그의 목숨을 뺏은 거야 340 00:54:39,485 --> 00:54:44,615 마적대와 싸울 때 한 사람만 주의해 341 00:54:44,740 --> 00:54:46,951 검을 왼손에 든 사람 342 00:54:50,788 --> 00:54:56,836 내가 죽더라도 찾아오지 마시오 말하는 시체가 되긴 싫소 343 00:54:57,586 --> 00:55:01,757 열 닷새 맑고 바람이 불었다 344 00:55:01,841 --> 00:55:05,177 인간사의 선악을 정하는 날 345 00:55:05,302 --> 00:55:10,516 핏빛이 있으니 먼 길을 피하고 재앙을 경계하라 346 00:57:23,941 --> 00:57:28,946 돈을 세지도 않고 받는 사람은 그 돈을 금방 다 써 버린다 347 00:57:31,949 --> 00:57:34,577 하지만 홍칠은 자세히 세었다 348 00:57:34,660 --> 00:57:37,955 이런 사람은 내 곁을 곧 떠난다는 걸 나는 안다 349 00:57:45,296 --> 00:57:49,425 초열흘, 입추, 맑음 350 00:57:49,508 --> 00:57:55,389 찬 바람이 부니 친구를 만나기에 좋은 날이다 351 00:57:57,016 --> 00:57:58,517 홍칠? 352 00:57:58,851 --> 00:58:00,686 떠났소 353 00:58:03,147 --> 00:58:07,484 다시는 안 올 테니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시오 354 00:58:22,333 --> 00:58:23,792 내 말뜻을 알겠소? 355 00:58:33,719 --> 00:58:36,931 여자를 속이는 건 쉽지 않다 356 00:58:37,056 --> 00:58:43,771 단순한 여자일수록 그렇다 357 00:58:43,896 --> 00:58:47,066 낙타를 버릴 홍칠이 아니기에 그녀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358 00:58:57,201 --> 00:58:59,870 고향에서 기다리라니까 359 00:58:59,954 --> 00:59:02,706 왜 자꾸 따라다녀? 360 00:59:03,540 --> 00:59:06,418 집으로 돌아가! 361 00:59:08,963 --> 00:59:10,214 싫어요! 362 00:59:11,257 --> 00:59:13,676 당장 돌아가라니까! 363 00:59:15,094 --> 00:59:16,262 어서! 364 00:59:23,018 --> 00:59:25,062 당장 가! 365 00:59:43,747 --> 00:59:46,208 벌써 며칠째 기다리고 있군 366 00:59:46,292 --> 00:59:48,711 쫓아도 안 가는데 어쩌겠소? 367 00:59:49,295 --> 00:59:51,839 마누라와 다닐 순 없잖소? 368 00:59:54,216 --> 00:59:56,260 누가 안 된다고 했나? 369 00:59:56,343 --> 00:59:58,971 다 하기 나름이야 370 01:00:05,019 --> 01:00:07,229 나도 옛날엔 자네 같았지 371 01:00:08,063 --> 01:00:12,693 천하를 얻기 위해선 여자를 버려야 하는 줄 알았어 372 01:00:16,405 --> 01:00:23,954 그런데 집에 돌아가 보니 그녀는 내 형수가 돼 있더군 373 01:00:34,131 --> 01:00:36,258 매일 찾아와도 소용없소 374 01:00:38,135 --> 01:00:43,766 돈이 없으면 못 도와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오 375 01:00:46,769 --> 01:00:48,562 부탁이에요 376 01:00:48,646 --> 01:00:53,734 부탁해도 소용없소 난 중개인일 뿐이니 377 01:00:55,152 --> 01:00:58,238 부탁하려거든 직접 하시오 378 01:01:11,960 --> 01:01:17,508 시간 낭비라고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집착하는 게 있다 379 01:01:17,591 --> 01:01:20,719 저 여인처럼 380 01:01:32,815 --> 01:01:35,609 열닷새 비가 왔다 381 01:01:35,692 --> 01:01:44,827 흙이 젖으니 외출은 금물이고 북쪽에 살기가 있다 382 01:03:05,991 --> 01:03:10,704 내가 태위부의 검객이라면 죽어도 눈을 못 감았을 것이다 383 01:03:10,788 --> 01:03:13,874 그들의 목숨 값이 겨우 달걀 하나였기 때문이다 384 01:03:14,416 --> 01:03:18,003 달걀이 손가락과 바꿀 만큼 가치가 있나? 385 01:03:24,218 --> 01:03:25,761 없소 386 01:03:28,597 --> 01:03:30,307 하지만 기분은 좋소 387 01:03:31,767 --> 01:03:33,602 이게 내 본래의 모습이오 388 01:03:39,024 --> 01:03:45,572 안 다쳐야 했겠지만 검이 옛날처럼 빠르지 못했소 389 01:03:48,450 --> 01:03:53,789 옛날에 검이 빨랐던 건 옳다고 믿고 했기 때문이오 390 01:03:53,872 --> 01:03:56,708 대가를 바란 적이 없었소 391 01:03:59,419 --> 01:04:02,130 난 평생 안 변할 줄 알았는데 392 01:04:03,465 --> 01:04:11,139 그 여자에게 부탁받는 순간 난 내가 변했다는 것을 느꼈소 393 01:04:12,766 --> 01:04:20,399 하지만 당신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 난 거절했소 394 01:04:25,279 --> 01:04:27,197 그런 내 모습이 싫었소 395 01:04:30,826 --> 01:04:37,624 당신과 지내면서 나 자신을 잃고 당신을 닮아 가다니 396 01:04:40,669 --> 01:04:42,796 난 당신처럼 되긴 싫소 397 01:04:49,261 --> 01:04:55,100 당신은 달걀 하나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진 않을 테니까 398 01:04:56,935 --> 01:04:59,896 그것이 당신과 나의 차이요 399 01:05:23,629 --> 01:05:25,464 홍칠을 구해 줄 수 없나요? 400 01:05:31,595 --> 01:05:33,680 많이 아프다면서요? 401 01:05:35,557 --> 01:05:37,768 의원을 불러 주세요 402 01:05:37,851 --> 01:05:41,188 의원요? 돈 들어요 403 01:05:43,023 --> 01:05:51,782 낭자는 달걀로 잘 부탁하니 그걸로 의원을 불러 보지그래요 404 01:06:03,377 --> 01:06:08,215 그는 내 말을 어겼기 때문에 도와주지 않을 거요 405 01:06:09,299 --> 01:06:12,010 낭자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406 01:06:13,053 --> 01:06:14,554 낭자가 구해 주시오 407 01:06:18,433 --> 01:06:21,937 낭자가 날 찾아올 줄 알고 408 01:06:22,938 --> 01:06:24,940 기다리고 있었소 409 01:06:27,234 --> 01:06:31,196 당신은 절대로 몸을 팔 수 없다고 했죠? 410 01:06:32,364 --> 01:06:36,159 이번엔 어떻게 하는지 보겠소 411 01:06:44,459 --> 01:06:45,752 무슨 생각을 하시오? 412 01:06:45,836 --> 01:06:47,129 아니에요 413 01:06:51,133 --> 01:06:53,802 날 위해 아무 일도 하지 마시오 414 01:06:55,429 --> 01:06:58,014 이번에 죽는다고 해도 415 01:07:00,225 --> 01:07:02,477 난 여한이 없소 416 01:07:07,607 --> 01:07:14,364 달걀 때문에 낭자를 도와줬고 달걀은 이미 내가 먹었소 417 01:07:17,075 --> 01:07:19,327 그러니 낭자에겐 빚이 없소 418 01:07:20,746 --> 01:07:24,458 바보짓 하지 마시오 명심하시오 419 01:07:30,297 --> 01:07:35,093 그 후로 그 여자를 보지 못했다 420 01:07:59,618 --> 01:08:02,329 다시는 검을 못 잡을 것 같소 421 01:08:05,457 --> 01:08:10,504 검이 없어도 맨손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어 422 01:08:12,047 --> 01:08:18,386 손가락 잃은 검객이란 명성을 얻을지도 모르고 423 01:08:18,470 --> 01:08:21,556 고향으로 돌아갈 거야? 424 01:08:21,640 --> 01:08:25,811 겨우 이런 일로 돌아갈 거면 애초에 뭐하려고 나왔어? 425 01:08:28,021 --> 01:08:30,398 이 사막 너머엔 뭐가 있죠? 426 01:08:30,482 --> 01:08:32,108 또 다른 사막이 있지 427 01:08:34,110 --> 01:08:40,075 누구나 산을 보면 그 너머엔 뭐가 있나 궁금해한다 428 01:08:41,326 --> 01:08:45,789 막상 산 너머에 가 보면 별 것 없다는 걸 알게 되고 429 01:08:45,872 --> 01:08:50,085 차라리 여기가 낫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는 안 믿을 것이다 430 01:08:50,168 --> 01:08:56,758 그는 직접 보기 전에는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다 431 01:09:05,600 --> 01:09:07,269 어디로 갈 생각이야? 432 01:09:07,352 --> 01:09:10,480 안 가 봤던 곳으로 가서 명성을 쌓겠소 433 01:09:10,564 --> 01:09:14,693 손가락이 9개뿐인 영웅이 있다고 하면 나인 줄 아시오 434 01:09:14,776 --> 01:09:16,361 부인은? 435 01:09:17,487 --> 01:09:20,532 데려갈 생각이오 다 하기 나름 아니겠소? 436 01:09:20,615 --> 01:09:23,910 마누라를 데리고 다니면 안 된다는 법은 없잖소? 437 01:09:26,496 --> 01:09:27,539 가자! 438 01:09:28,498 --> 01:09:34,004 홍칠이 단순하기 때문에 그녀가 좋아하는 것 같다 439 01:09:35,839 --> 01:09:39,801 둘이 떠나는 것을 보니 질투가 났다 440 01:09:41,803 --> 01:09:47,601 똑같은 기회가 있었을 때 나는 왜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441 01:10:35,106 --> 01:10:42,447 떠나던 날에 남풍이 불자 그는 일부러 바람을 거슬러 갔다 442 01:10:43,114 --> 01:10:51,164 그날은 열닷새였고 북쪽이 길한 방향이었다 443 01:10:52,332 --> 01:10:55,043 3년 후, 홍칠은 마적대의 두목이 되어 444 01:10:55,043 --> 01:10:56,878 북마적이라 불리었다 445 01:10:56,878 --> 01:10:58,546 이후 그는 설산에서 446 01:10:58,546 --> 01:11:01,675 서독(西毒)과 대결해 서로의 목숨을 앗아 갔다 447 01:11:09,516 --> 01:11:12,936 홍칠이 떠난 후 계속 비가 왔고 448 01:11:13,645 --> 01:11:16,648 그때마다 누군가가 생각났다 449 01:11:18,024 --> 01:11:19,818 그녀는 옛날에 날 좋아했다 450 01:11:23,154 --> 01:11:30,036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그녀 곁을 떠날 때면 비가 왔다 451 01:11:31,162 --> 01:11:36,710 슬퍼서 비가 온다고 말했던 그녀는 나중에 형과 혼인했다 452 01:11:37,460 --> 01:11:41,715 그녀가 혼인하던 날 나는 백타산을 떠났다 453 01:12:48,448 --> 01:12:51,534 자꾸 물어봐도 똑같아요 저는 못 가요 454 01:12:51,618 --> 01:12:55,246 오늘 밤이 마지막이야 같이 가자 455 01:12:55,246 --> 01:13:00,543 못 가요 난 당신 형수예요 456 01:13:01,169 --> 01:13:05,715 이젠 당신 형의 아내예요 457 01:13:15,725 --> 01:13:18,686 입춘 458 01:13:43,420 --> 01:13:45,797 왜 자꾸 손수건을 보시오? 459 01:13:47,132 --> 01:13:51,636 그건 남편 손수건인데 왜 당신이 가지고 있죠? 460 01:14:11,865 --> 01:14:13,616 그는 죽었나요? 461 01:14:17,370 --> 01:14:23,710 복사꽃을 본 지 오래돼서 다음 해에 그의 고향에 갔다 462 01:14:24,836 --> 01:14:28,423 하지만 그곳엔 복사꽃이 없었다 463 01:14:38,725 --> 01:14:41,352 그건 이제 소용없어요 464 01:14:46,733 --> 01:14:52,530 복사꽃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떠날 때야 깨달았다 465 01:14:54,407 --> 01:14:56,910 복사꽃은 그 여자의 이름이었다 466 01:15:19,098 --> 01:15:25,563 그녀의 눈물을 보고 나서야 황약사가 날 찾아왔던 이유를 알았다 467 01:15:37,909 --> 01:15:40,411 아이가 이상해요 468 01:15:40,912 --> 01:15:43,206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아요 469 01:15:46,084 --> 01:15:48,670 말을 안 걸면 빤히 쳐다봐요 470 01:15:48,753 --> 01:15:52,298 원하는 게 있어도 말을 안 해요 471 01:15:54,884 --> 01:15:57,220 손에 쥐어 줘야 가져요 472 01:16:03,393 --> 01:16:05,645 처음엔 내버려 뒀지만 473 01:16:07,564 --> 01:16:10,400 이젠 신경조차도 안 써요 474 01:16:10,775 --> 01:16:14,946 난 그녀를 좋아하지만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다 475 01:16:15,321 --> 01:16:18,825 포기가 나을 수도 있으니까 476 01:16:20,243 --> 01:16:25,415 난 그녀가 아이를 보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걸 안다 477 01:16:26,582 --> 01:16:28,793 구양봉이 질투 난다 478 01:16:29,252 --> 01:16:35,800 나는 사랑받는 느낌을 알기 위해 많은 사람을 해쳤다 479 01:16:38,803 --> 01:16:44,392 그와 혼인했을 줄 알았는데 왜 하지 않았소? 480 01:16:49,606 --> 01:16:51,608 날 사랑한다고 말을 안 했어요 481 01:16:52,275 --> 01:16:54,986 굳이 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소 482 01:16:57,155 --> 01:17:02,160 난 그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는 자존심 때문에 말을 안 했어요 483 01:17:03,828 --> 01:17:09,000 꼭 그와 혼인할 줄 알았는데 484 01:17:10,335 --> 01:17:13,254 난 그의 형과 혼인했어요 485 01:17:16,549 --> 01:17:22,180 혼인 전날에 같이 떠나자는 걸 거절했죠 486 01:17:27,060 --> 01:17:29,937 왜, 잃고 나서야 얻으려고 하죠? 487 01:17:31,481 --> 01:17:35,109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488 01:17:35,902 --> 01:17:39,947 사랑에 승부가 있다고 해도 그녀가 이겼다고는 생각 안 한다 489 01:17:40,865 --> 01:17:45,662 하지만 난 처음부터 졌다 490 01:17:51,542 --> 01:17:54,629 난 이 여자 때문에 복사꽃을 좋아한다 491 01:17:54,712 --> 01:17:58,341 매년 복사꽃이 필 때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492 01:17:59,676 --> 01:18:04,430 그녀가 구양봉의 소식을 궁금해해서 난 구양봉을 만나러 간다 493 01:18:05,932 --> 01:18:11,229 구양봉이 있는 한 난 매년 그녀를 만날 수 있다 494 01:18:12,271 --> 01:18:16,984 내게 소중한 게 뭔지 알아요? 495 01:18:20,113 --> 01:18:23,700 당신 아들 아니오? 496 01:18:26,119 --> 01:18:28,246 옛날엔 그렇게 생각했죠 497 01:18:30,706 --> 01:18:37,755 하지만 아이가 크면 언젠간 떠나 버리겠죠? 498 01:18:42,969 --> 01:18:45,471 그래서 모든 게 허망해요 499 01:18:51,144 --> 01:18:54,313 전엔 사랑이란 말을 중시해서 500 01:18:56,941 --> 01:19:01,863 말로 해야만 영원한 줄 알았죠 501 01:19:05,992 --> 01:19:07,952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502 01:19:10,288 --> 01:19:12,874 하든 안 하든 차이가 없어요 503 01:19:15,293 --> 01:19:17,086 사랑 역시 변하니까요 504 01:19:26,637 --> 01:19:29,140 난 이겼다고 생각해 왔어요 505 01:19:33,019 --> 01:19:35,605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506 01:19:39,442 --> 01:19:42,445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507 01:19:45,114 --> 01:19:52,163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죠 508 01:19:59,545 --> 01:20:03,341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509 01:20:59,647 --> 01:21:02,191 그와 친한 사이면서 510 01:21:06,445 --> 01:21:09,323 왜 내 소식을 전하지 않았죠? 511 01:21:10,575 --> 01:21:15,621 당신과의 약속 때문에 말할 수가 없었소 512 01:21:21,127 --> 01:21:22,878 고지식하시군요 513 01:23:02,687 --> 01:23:05,856 얼마 후에 그녀는 죽었다 514 01:23:07,858 --> 01:23:13,406 죽기 전에 술을 주면서 그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515 01:23:15,533 --> 01:23:18,452 그녀는 구양봉이 자신을 잊어 주길 바랐다 516 01:23:22,915 --> 01:23:27,712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라 했다 517 01:23:30,047 --> 01:23:33,884 그 해부터 난 많은 일을 잊고 518 01:23:35,511 --> 01:23:39,765 복사꽃을 좋아한 것만 기억했다 519 01:23:45,229 --> 01:23:49,483 6년 후, 황약사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520 01:23:49,525 --> 01:23:54,321 그는 은둔해서 살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동사(東邪)라 칭했다 521 01:24:03,330 --> 01:24:06,834 경칩 522 01:24:08,544 --> 01:24:11,881 입춘이 지나고 경칩이 왔다 523 01:24:12,548 --> 01:24:18,471 이맘때면 친구가 찾아왔지만 금년엔 오지 않았다 524 01:24:38,949 --> 01:24:43,287 그 후 백타산에서 편지가 왔고 525 01:24:44,371 --> 01:24:49,710 2년 전 가을 형수가 중병으로 죽은 걸 알았다 526 01:24:54,006 --> 01:24:59,428 황약사가 안 올 줄은 알지만 계속 기다릴 생각이다 527 01:25:00,304 --> 01:25:06,977 난 이틀 동안 문 앞에 앉아서 하늘이 변하는 걸 보고서야 528 01:25:07,061 --> 01:25:12,691 이곳에 오랫동안 있었으면서도 사막도 제대로 못 본 걸 알았다 529 01:25:18,155 --> 01:25:22,576 옛날에는 산을 보면 산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530 01:25:23,118 --> 01:25:25,246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531 01:25:27,122 --> 01:25:31,919 난 기구한 운명으로 어려서 부모를 잃고 532 01:25:32,002 --> 01:25:39,885 형을 의지해서 자라며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했다 533 01:25:40,886 --> 01:25:47,560 거절당하기 싫으면 먼저 거절하는 게 최선이다 534 01:25:48,853 --> 01:25:53,566 그래서 돌아가지 않았다 535 01:25:54,400 --> 01:25:59,071 그곳이 좋긴 하지만 이젠 돌아갈 수 없다 536 01:25:59,905 --> 01:26:09,540 난 부부 궁합이 나쁜 운세라 혼인은 유명무실하다고 했다 537 01:26:43,949 --> 01:26:49,747 그날 난 술이 마시고 싶어 취생몽사를 마셨다 538 01:26:51,540 --> 01:26:54,877 그리고 계속 내 일을 했다 539 01:26:58,797 --> 01:27:01,926 나이는 40대 초반인 것 같군요 540 01:27:05,387 --> 01:27:11,477 살다 보면 들추기 싫은 일이나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있죠? 541 01:27:13,479 --> 01:27:19,026 당신에게 잘못한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적도 있을 테고 542 01:27:22,071 --> 01:27:24,198 하지만 용기가 없었군? 543 01:27:28,494 --> 01:27:30,955 살인은 아주 쉬운 일이오 544 01:27:31,747 --> 01:27:39,922 무공은 뛰어나지만 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있는데 545 01:27:40,422 --> 01:27:46,220 돈만 조금 주면 그 사람을 죽여 줄 거요 546 01:27:51,058 --> 01:27:52,643 잘 생각해 보시오 547 01:27:53,811 --> 01:27:57,314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548 01:27:59,608 --> 01:28:04,571 난 할 일이 없을 땐 백타산 쪽을 바라보았다 549 01:28:07,241 --> 01:28:10,452 옛날에 그곳엔 날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다 550 01:28:15,958 --> 01:28:20,713 취생몽사는 그녀가 내게 던진 농담이었다 551 01:28:22,756 --> 01:28:28,429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 552 01:28:30,431 --> 01:28:33,100 그녀는 전에 늘 말했었다 553 01:28:33,183 --> 01:28:40,983 ‘가질 수 없더라도 잊지는 말자’고 554 01:28:48,782 --> 01:28:56,999 난 매일 같은 꿈을 꾸었고 얼마 안 가서 그곳을 떠났다 555 01:29:18,020 --> 01:29:25,819 그 날은 불이 쇠를 이기니 서쪽이 길하다고 했다 556 01:30:01,021 --> 01:30:10,072 구양봉은 백타산으로 돌아가 서독(西毒)이라 불렸다 557 01:30:27,000 --> 01:30:31,000 sup2smi by 홍시 | 철자법 간략 수정: high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