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here.Special

노웨어 스페셜

 

아빠 왔어
마이클

 

잘 있었어?

 

안녕, 아빠

 

안녕
말 잘 듣고 있었지?

 

안녕하세요
데어드리 씨

 

얌전히 지냈어요
말도 잘 듣고요

 

간식을
다 먹진 않았지만

 

주시는 거
왜 안 먹었어?

 

아빠 기다렸어

 

자, 여기 앉자

 

제가 할게요

 

정리해놓은 게
맘에 들면 좋겠네요

 

별로면
다음에 알려 줘요

 

복지과에서 다음 주에도
맡아달랬거든요

 

고마워요

 

맘에 들 거예요

 

그럼 가 볼게요
잘 있어, 마이클

 

아빠 좀 쉬게 해 드리고

 

- 마이클?
- 잘 가요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놀 수 있어, 아빠?

 

그래
포도부터 먹고 놀까?

 

그럴까?

 

그래

 

5마리

 

머리 안 감는 친구가
있나 보네

 

5마리

 

"내려오렴, 내려와"

 

"아빠가 외쳤어요"

 

"아빠 곁이
훨씬 안전할 거란다"

 

다음 페이지

 

"거북이가 구름에 닿자"

 

"밑에서 보던 사람들이
환호했어요"

 

"그렇게 용감한 아이를
처음 봤거든요"

 

"거북이는 아빠에게
손을 흔들었어요"

 

다음 페이지

 

"거북이가
반대편에 도착하자"

 

"아빠는
너무나 자랑스러웠어요"

 

"와서 보세요"

 

"아빠가 외쳤어요"

 

"저 줄타기 곡예사
거북이가 제 아들이에요"

 

한번 더

 

시간이 늦었어
자야지

 

이제 자려고
몸을 누이니

 

주님, 저희 영혼을
지켜주시옵소서

 

밤새
저희를 보호해주시옵고

 

아침 햇살과 함께
깨워주시옵소서, 아멘

 

아멘

 

잘 자렴, 마이클

 

유치원 끝나면
샘네 엄마가 올 거야

 

샘네 멍멍이
산책시켜도 돼

 

멍멍이 키우고 싶어

 

음식 갖고 장난치지 마

 

내일은
초콜릿 시리얼 줄게

 

그러니까
오렌지 주스 다 마시자

 

안녕, 오언

 

- 안녕하세요, 선생님
- 안녕, 올라

 

오늘 재밌게 보내고
로즈 선생님 말 잘 들으렴

 

- 안녕, 엄마
- 안녕

 

- 나중에 보자
- 잘 가요

 

안녕, 얘야
이따 보자

 

우리 엄만 어딨어?

 

말했잖아
엄마는 떠나야 했다고

 

멀리멀리?

 

그래

 

멀리멀리

 

뽀뽀

 

안녕, 마이클

 

안에서 보자

 

할머니한테
그림 드릴 거예요

 

좋아하시겠다
가방에 책 넣었지?

 

넣었어요

 

출퇴근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저녁에 퇴근하고 오면
그만한 가치가 있죠

 

평화롭고 조용하고
사방이 푸르죠

 

애가 자연을 좋아하나요?

 

저희는
야외 활동을 즐겨요

 

보시다시피
긴 산책도 좋아하고요

 

개를 키울까
생각 중이었어요

 

좋아할 것 같네요
책임감도 가질 수 있고

 

잘됐네요

 

우리 때처럼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 해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 않고요

 

마음껏 뛰면서요
과잉보호 없이

 

자유롭게 나무를 타고
떨어지기도 하고

 

물론 잘 돌볼 겁니다
제 말뜻 아시죠?

 

네, 나무 타는 것도
좋아할 거예요

 

아직 어린애지만

 

말도 잘 듣고
예절도 잘 지켜요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고요

 

훌륭한 애라고
칭찬 많이 들어요

 

사랑이 많고
다정한 아이예요

 

행복한 어린아이죠

 

저 아이에겐...

 

평범한 가족이 필요해요!

 

아빠, 엄마가 있는
사랑이 넘치는 집과

 

제가 못 했던 걸
하게 해주고 싶어요

 

저것도 봐

 

머리 부딪쳤네
괜찮아?

 

- 괜찮아요
- 정말?

 

제가 못 했던 걸
하게 해 주고 싶어요

 

전 생각조차 못 한 것들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방 하나를
파란색으로 칠했어요

 

애가 안 좋아하면
바꿔도 돼요

 

우리 아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킬 거예요

 

그러니까, 그쪽 아들요

 

실리아가 보육 교사로
있는 학교에 보내거나

 

제가 다닌 기숙 학교에
보내도 돼요

 

졸업생 자녀들은
더욱 환영받죠

 

저기, 근데...

 

지금 다니는 곳도
좋아요

 

여기서 멀지도 않고
거기 친구들도 있어서...

 

아, 당연히 당신 의견을
따를 거예요

 

아빠가 어떤 상태인지
아나요?

 

아뇨
모르는 게 좋을 거예요

 

생모는요?

 

생모는 없습니다

 

벌레 보여?

 

이 안에 벌레 보여?

 

아이가 커서

 

친아빠에 대해
어떻게 알길 원해요?

 

뭐라고 기억하길?

 

새 가족이 아이한테
어떻게 설명을...

 

창문 청소부로요

 

하나, 둘, 셋

 

여섯, 일곱, 열둘

 

열다섯, 열넷

 

한번 생각해 봐

 

트럭은 짐을 잔뜩 싣고
여기저기 다니고

 

사람들은 일하러 가거나
친구 만나러 멀리 갈 때

 

차를 타고 다니잖아

 

마이클
나중에 다른 마을에 가서

 

다른 집에서
살아 보고 싶어?

 

우리 집이 좋아

 

최고의 아빠

 

신규 사례인가요
기존 건인가요?

 

조회 번호가
어떻게 되죠?

 

공룡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애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해하는 걸 원치 않아요

 

아직은 아니에요

 

너무 어리다고요

 

새 가족과 자기 주변에
또 그런 일이 생기고

 

자기도 죽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건 애답지 않잖아요

 

존, '기억상자'는
그런 게 아니에요

 

나중에 애한테 필요해요

 

새 부모에게도
필요하고요

 

있잖아요, 존

 

애가 매일 당신에 대해
생각할 때가 올 거예요

 

그럼 실체가 있는
뭔가가 필요해요

 

연결되고
앞으로 나아갈...

 

'앞으로 나아갈'?

 

복지사 시험에
그런 것도 나오나요?

 

존, 진정해요

 

쇼나 말대로
그럴 때가 와요

 

특히 18살이 돼서

 

생부모를 알 권리가
생겼을 때

 

입양된 걸
왜 알아야 하죠?

 

그 애의 유일한 가족이 될
가정을 찾아 줄 거잖아요

 

쓸모없는 부모는
기억할 필요 없죠

 

엄마는 떠나고
아빠는 죽고

 

개같은 인생이 될 걸요

 

마이클
벌써 일어났어?

 

책에
그림 그리지 말랬지?

 

도서관 아저씨가
뭐라 하시겠네

 

자, 어디에 붙일까?
네가 정해

 

아, 좋아
어디 보자

 

눌러, 꾹 눌러

 

그럴 때 화가 나죠

 

정원에 개를 풀어놓고

 

우편물은 오길 바라죠

 

우편물이 늦거나
분실되면 항의해요

 

그 인간들이나
빌어먹을 개나...

 

위험하잖아요

 

달려와서 문다고요

 

소소한 재밋거리 삼아서요

 

작은 놈들이
더 지독하잖아

 

이것 보렴
마이클

 

바지를 뚫고 물었어

 

항상 개를
조심해야 한단다

 

놈들이 또
뭘 물고 싶을지 모르니

 

마이클은 개를 좋아해요

 

아주 착한 강아지를 알죠

 

케이크 더 드릴까요
존?

 

맛있죠?
이 사람이 만든 거예요

 

방부제 하나 안 들어갔죠

 

괜찮습니다
맛있었어요

 

쇼나는요?

 

고맙습니다만
많이 먹었어요

 

팸 아주머니 케이크
좀 더 먹을래?

 

그럼 내가 먹어야겠구먼
토끼가 먹기 전에 말이야

 

아빠
토끼는 케이크 안 먹어요

 

마이클은 농담인 걸 알 걸
그렇지?

 

위탁 양육을 한 지
3년 되신 거죠?

 

네, 근데 힘들었죠

 

그게...

 

임신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워요

 

사람들의 축하와

 

아기방 준비에 대한
기대가 있잖아요

 

미련이 남다 보니
아이랑 있는 엄마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여자로서 실패했다는
기분이 매달 들어요

 

아니야

 

미안해요, 존

 

인생이 항상 의도한 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아마 남의 애를 돌보려고
이 땅에 왔나 보다 싶었죠

 

앤이 6살 때였나?

 

7살 때
위탁 양육을 시작했어요

 

넌 어땠니, 앤?
좋았어?

 

바로 받아들였죠
그렇지?

 

그랬지, 딸?
물 만난 오리처럼

 

애들이 떠날 땐
슬프기도 해요

 

맞아

 

이제 작별 인사는
하기 싫어요

 

시행착오 끝에
특별한 사람을 만났죠

 

영원히 함께할 거예요

 

아직도
손잡고 쇼핑하세요

 

좀 창피해요

 

어느 정도 사실이에요

 

거의 매 순간 함께죠

 

자다가 화장실 갈 때
이 사람이 같이 가 줘요

 

- 오줌 누러 갈 때요
- 아빠

 

조용히 해
뭐라 생각하겠어?

 

- 존은 오줌 안 눈대?
- 아빠!

 

못 들은 거로 하세요

 

마이클은 대가족의
일원이 될 거예요

 

모두 착하고
진실한 사람들이죠

 

누구나
자기편이 필요해요

 

날 존중하고
깔보지 않는 사람들

 

무슨 말인지 알죠?

 

알아요

 

우체부는 말이죠

 

요즘은 아무도
편지를 안 쓰잖아요

 

우린 곧
폐기 처분될 거예요

 

드론 같은 걸로
대체되겠죠

 

그럼 개들은 이제
뭘 물어뜯을까, 마이클?

 

토끼 좋았어?

 

토끼 키우고 싶지 않아?

 

멍멍이 키우고 싶어

 

거의 다 됐어

 

고맙습니다, 맥도나 씨
귀찮으실 텐데

 

안 그래
먹고 힘내야지

 

이거 말고
내가 뭘 하겠어?

 

이리 와, 키미

 

자, 여기 특별 간식
좋아하던 거

 

정말 고맙습니다

 

키미
먹으렴

 

그래그래

 

그 사람들이
잘난 척은 좀 해도

 

전문가들이잖아

 

그러니까 권하는 대로...

 

애한테는 뭐라고 하죠?

 

제가 하늘나라에서
주님 곁에 있다고요?

 

저를 이렇게 만든
주님 곁에?

 

우리 어머니는
그걸 믿으셨지

 

사후 세계

 

'흙에서 흙으로'라는 건
그분께 어림도 없었어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우린 흙이 아닌 공기야"

 

"우린 죽은 후에도
항상 존재해"

 

"우리 영혼과 기운은
공기 중에 있는 거야"

 

어렸을 땐
그런 어머니를...

 

이상한 소리 한다고
놀리곤 했어

 

근데 있잖아

 

어머니가 옳았어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찾아오셔

 

밤에 내 침대에 앉아서
나랑 대화를 해

 

아주 평화로우시지

 

그러니까 입으로
말씀하시는 건 아니지만

 

우린 대화를 해

 

존,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주디
안녕, 그레이스

 

마이클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미안해요, 들어와요

 

착하지

 

미안해요, 오늘은
재밌게 못 놀았어요

 

마이클
아빠 오셨네

 

탁자 밑에서 뭐 하니?

 

놀 기분이 아니었나 봐요

 

심통도 부리고

 

그레이스에게
예쁜 말도 안 하고

 

마이클

 

늦게 왔어

 

미안해

 

이제 갈까?

 

심통 부려서
죄송하다고 얘기할까?

 

죄송해요

 

괜찮아, 마이클

 

걱정하지 말아요

 

힘든 게 당연한 거예요

 

고마워요, 주디

 

그레이스도 고마워

 

- 고마워, 그레이스
- 괜찮아, 마이클!

 

언제든 또 환영이야!

 

가자

 

- 갈게요
- 유치원에서 봐요

 

또 새 친구 만나러 가?

 

오늘은 아냐

 

벨트 매렴

 

아빠

 

왜?

 

- 뭐가 있어?
- 안 움직여

 

딱정벌레네

 

죽었구나

 

이젠 못 움직여

 

움직이게 해 봐

 

못 해
죽었어

 

딱정벌레가 죽으면
몸이 작동을 멈추는 거야

 

움직이지도 먹지도
놀지도 않아

 

왜?

 

왜냐하면...

 

왜냐하면
모든 동물과 식물은...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다가

 

나이가 들면 죽게 되거든

 

죽을 때
몸을 두고 떠나

 

작은 다리랑 머리랑 배를
텅 비워 두고 갔어

 

딱정벌레는 이제 없어

 

몸만 남은 거야

 

슬픈 거야?

 

아니란다

 

슬픈 일은 아니야

 

그냥 없을 뿐이야

 

- 아이스크림!
- 아이스크림

 

최고의 아빠

 

어이

 

거기서 자라고
돈 주는 줄 아나?

 

모서리 안 닦였네

 

여긴 아직 시작 안 했어요

 

맘에 드는 구석이 없어

 

다신 부를 일 없을 거야
친구

 

나도 그럴 맘 없고
당신 친구 아니에요

 

그래, 창문도 제대로 못 닦는
건방진 청소부 놈이지

 

안녕, 루

 

이따 봐

 

이 정도는
너 혼자 할 수 있어

 

손가락 안 다치고

 

애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방에 틀어박히기도 해요

 

근데 그런 애가 아
수학 우등상을 꼭 쥐고

 

집으로 뛰어오기도 하죠

 

그럼 부모로서 잘했다고
느끼게 되죠

 

정말 자랑스럽고
이런 훌륭한 아이들과

 

함께라는 것에
감사하게 돼요

 

정말요?
톰도요?

 

그래, 토마스도

 

토마스는 특히 더 그렇지

 

아빠 말이 맞아
걔가 어땠었는지 알죠?

 

엄마, 이제 가도 돼요?
늦을 것 같아요

 

프레디, 네 물건들
차에 실어 줄래?

 

오늘은 신발 까먹지 말고

 

금방 갈게

 

누가 빈 통을 넣어 놨어?

 

프레디!

 

프레디가
제 신발 가져갔어요

 

- 엄마, 저 늦어요
- 갈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전 애들을 구별해서
생각하지 않아요

 

낳은 애는 입양한 애든요

 

모두가 제 아이들이고
제 아이로서 사랑해요

 

마이클이
막내가 될 겁니다

 

주님이 그걸 원하신다면

 

아담한 우리 가족의
막내가 되겠죠

 

사랑받을 거고요

 

모두에게

 

그렇지, 빌리?

 

내가 사는 거야

 

잘 마실게요

 

내일 와서 해 줄래?
금요일이나

 

내일요
그때까진 그칠 거예요

 

못 풀겠어요
이해가 안 돼요

 

괜찮아
같이 해 보자

 

부질없는 하루였어

 

그냥 침대에 있을걸

 

다시 해 보자
이건 여기 들어갈 수 있네

 

애가 태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어요

 

근데 마이클이
6개월 됐을 때

 

표를 끊더니
러시아로 떠났죠

 

그냥 떠나 버렸어요

 

주소도 안 알려 주고요

 

애 엄마가 어디에 있는

 

정말 귀한 걸 놓친 거예요

 

사랑스러운 아들을요

 

애 엄마 잘못은 아니에요

 

그 여자는...

 

저로는 부족했죠
고향을 그리워했어요

 

그녀가 원하던 사람이
제가 아니었던 거죠

 

근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때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애 엄마가...

 

언젠가는...

 

파크스 씨가 설명했듯이

 

이미 늦었어요

 

애 엄마 행방을 찾아도

 

위원회가 환경을
평가할 길이 없어요

 

아이의 복지가
우선이에요

 

 

현재에 집중하자고요

 

우린 해낼 거예요

 

안녕하세요, 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잘 지냈어요?

 

모르겠어요

 

존, 아들을 위한 최선책을
바란다는 거 알아요

 

우리도 그래요
정말이에요

 

당신의 상황은
특수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특수한 방법으로
다루고 있죠

 

하지만 검토 가능한
가족 수는 한정돼 있어요

 

우리는 책임이 있고요

 

- 다 좋은 가족이에요
- 알죠

 

저도 알지만
이런 식은 싫어요

 

저는요...

 

처음엔 간단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가족이 좋을지
딱 보면 알 줄 알았어요

 

근데 제가 틀리면요?
제가 만약...

 

- 확신이 필요해요
- 그럼요

 

광고를 붙일 수 없나요?
가게 창문에요

 

그것도 승인 절차가
필요해요

 

우린 시간이 없고요

 

차 상태는 괜찮아

 

바퀴 정도는
바꿔도 좋겠지만

 

이 정도면 새 차야

 

부품 값만 줘

 

교체비는 안 받을게

 

고맙습니다

 

- 차 좋아하니, 마이클?
- 트럭요

 

트럭?

 

우린 트럭도 고친단다

 

다음에 와서 좀 도와주렴

 

그럴래, 마이클?

 

와서 트럭 고치는 거
도울래?

 

- 안녕히 계세요, 조지
- 행운을 빌어

 

가자
저녁 먹어야지

 

초콜릿, 초콜릿
초콜릿

 

초콜릿

 

- 보여?
- 초콜릿

 

초콜릿 분말이
어디 있을까?

 

아, 저기 있다

 

갈색?
빨간색?

 

빨간색

 

빨간색 초콜릿

 

- 베이킹파우더는?
- 베이킹파우더

 

- 베이킹파우더는?
- 베이킹파우더

 

아, 저기 있네

 

어떤 게 제일 좋은지
저분한테 물어볼까?

 

- 베이킹파우더요?
- 네

 

엄마가
케이크 만들어 주시니?

 

아뇨, 아빠가요

 

좋겠네

 

저거요

 

- 이거요?
- 맞아요

 

- 고마워요
- 안녕

 

마이클
이거 담을래?

 

잘했어

 

그래, 잘했어

 

포도

 

그래
마이클이 먹을 포도

 

탑승합니다

 

좋아
이제 다 샀나?

 

확인해 봐야겠네
목록 좀 보자

 

- 마이클, 달걀
- 달걀

 

달걀을 잊었어

 

어디 있지?
찾으러 갈까?

 

- 달걀!
- 달걀!

 

- 달걀!
- 달걀!

 

마지막 세트야
더는 없네

 

- 다음은 무슨 색?
- 빨간색

 

빨간색
그래

 

빨간색입니다

 

준비됐어

 

초 서른세 개

 

- 세 개
- 세 개

 

거의 다 됐데
다음 초는?

 

- 빨간색
- 빨간색이라고?

 

정말이야?

 

빨간색
알았어

 

놀랍군요
빨간색입니다

 

준비됐다

 

아빠 케이크에
초 서른네 개

 

- 네 개
- 네 개

 

서른네 살이니까
초 서른네 개

 

다 됐다

 

어때?
괜찮아 보여?

 

나이 많다

 

나이가 많아?

 

별로 안 많아

 

맞네, 마이클

 

아빠는 이제
그렇게 젊지 않아

 

그리고 언젠가는...

 

나 주는 거야?

 

고마워

 

죄송해요
오시는 걸 잊었네요

 

이 말은 벌써 했죠?

 

아주 깔끔하진 못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빨래는 매주 한 번만 해요
반 통만 채우는 게 싫어서

 

전 마이클에게 늘
반쪽만 해주는 거 같아요

 

그래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턴
쌓아 뒀다가 빨아요

 

고마워요, 쇼나

 

그럼 차를 마시게
물을 끊일까요?

 

네, 좋죠

 

- 그래요?
- 고마워요

 

마이클
차 마실래?

 

주스 줄까?
애가 주스를 마실까요?

 

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열여섯 살 때였고

 

상대는 같이 일하던
남자였어요

 

그게 첫 경험이었고
애가 생겼어요

 

그 사람을 사랑했죠

 

열여섯 살의 사랑이
어떤 건지 알잖아요

 

가족들이 알고는

 

난리가 났어요

 

아버지는 충격을 받았고

 

옆 동네 의사 얘기를
하시길래

 

전 절대 안 된다고 했죠

 

그러다가...

 

수술을 앞두고
문서에 서명하는데

 

그냥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주변 사람 모두한테요

 

제 아들을
지키고 싶었거든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정말로 그러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요

 

저 믿죠, 존?

 

선택권이 없었어요

 

아기를 데려가기로 한
부부도 못 만났어요

 

그 후 몇 년이 지나서
의사가

 

다신 애를 못 가질 거라고
하더군요

 

남은 건 입양뿐이었지만
전 괜찮았어요

 

제가 포기해야 했던
아이만큼

 

새 아이도
사랑할 거니까요

 

근데 남편 생각은
달랐어요

 

자기 애가 아닌 애를
사랑하긴 어렵다고 했죠

 

진짜 자기 애가 아니면요

 

그래서...

 

그렇게 끝났어요!

 

자, 이리 와 보렴

 

트럭에 이 돌멩이가

 

몇 개나 들어갈까?

 

이제 3년이 지났어요

 

입양 자격이 생긴 지
3년이 됐는데

 

커플만 원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수 있죠

 

프로필 작성할 땐
제일 먼저

 

싱글도 자격이 되는지 봐요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제 아기를 입양 보낸다면
저도 그랬을 테니까요

 

피부색이나 외모 같은 건
상관없이 그냥 커플

 

서로 사랑하는 커플이면 돼요

 

그게 중요하죠
안 그래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어려워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이 집에 올 아이가
터널 끝 빛 같은 존재예요

 

우승컵을 타는 것과
같을 거예요

 

그보다 더 좋겠지만요

 

몇 개나 실었어?

 

전 그저 사랑할 애가
있었으면 해요

 

뭔지 알죠?

 

사랑을 줄 존재

 

아기 때 어땠어요?

 

음, 우리를...

 

아니, 저를
밤새 못 자게 했어요

 

모유가 안 나와서
이가 날 때 고생했죠

 

존은 이 나이 때
어땠어요?

 

글쎄요

 

4살 때까지는
아버지가 키우셨대요

 

트럭 운전을 하셨는데

 

운전석 뒤에
아기 침대를 뒀죠

 

그 후에
위탁 가정에서 컸어요

 

하나 물어봐도 돼?

 

아빠랑 같이
뭘 하는 게 좋아?

 

최근엔 몸 쓰는 놀이를
거의 못했지?

 

그냥...

 

책 읽고 텔레비전 보고
공원에 가고

 

가끔 창문도 닦았어요
그렇지?

 

창문 닦는 거 좋아해?
물에 젖는 게 좋아?

 

아뇨

 

아줌마는 언제 죽어요?

 

이런

 

모르겠구나, 마이클

 

아무도 모를 거야

 

한참 후면 좋겠구나

 

난 질투가 났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웠지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
나이 든 사람들을

 

내 남편은 아직 젊은데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옆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데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근데 그이는
전혀 안 그랬어

 

우리가 함께한 매 순간을
더 많이 즐겼고

 

주변 모든 게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보인댔어

 

태양은 더 밝게 빛나고

 

꽃들의 빛깔은
더욱 다채롭고

 

풀도 더 푸르렸다는 거야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네요

 

내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지도 몰라

 

제겐 죽음만 보여요

 

모든 곳에 도사리고 있죠

 

원하는 게 있어서
어슬렁거리는 놈들처럼

 

전 약점을 숨기며
자랐어요

 

위탁 가정에서 약점을
보이면 곤란해져요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하지만 가끔

 

유치원에 데려다줄 때

 

애랑 함께 온
엄마들을 보면

 

눈물이 솟구쳐요

 

그럼 얼른 돌아서서 가요
행여나 누가 저를 보고...

 

도와주겠다고 올까 봐요

 

그건 약점이 아니라
사랑이야

 

애한테 이 짓을
어떻게 하죠?

 

가족을 줬다가
도로 뺏는 거잖아요

 

아주 용감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애를 죽도록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미안
말이 헛나왔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죽어가네요

 

그러게

 

남편이 그리우세요?

 

아니!

 

매일 대화하는 걸!

 

50년간 함께
멋진 시간을 보냈지

 

딱 하나 슬픈 건
애가 없었다는 거야

 

좀 젊었더라면
내가 맡는 건데

 

작년 성탄절에 드디어
남편 칫솔을 버렸어

 

이리 오렴

 

저희는 입양 안 해도 돼요

 

그러니까 남편과 전

 

아기를 낳을 수 있어요

 

안 낳는 것뿐이죠

 

배가 나온 채로 걸으며

 

예정일을
행복하게 기다리다가

 

조그마한 갓난아기를

 

병원에서 데려와
문을 닫고

 

세상에서 단절된 곳에
갇혀 사는 건

 

저랑 안 맞아요

 

우리랑 안 맞잖아

 

안 맞지

 

둘 다 그렇게 생각해요

 

저희는
삶에 당당히 맞서고

 

뭐든 직면하길 원해요

 

저희에게 이 일은...

 

새로운 여정이에요

 

새로운 모험이죠

 

저희 마음엔
아이를 위한 공간이 있고

 

실제로 집에도
공간이 충분하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부모가 필요하다면

 

부모가 돼 줄 수 있어요

 

좋네요

 

좋아요

 

얘가 맘에 드니?

 

이름은 지미야

 

"고맙습니다"
해야지

 

고맙습니다

 

사진하고 좀 다르네요

 

아빠도 안 닮았고요
엄마 닮았나요?

 

네, 눈이 엄마 닮았어요

 

엄마가 어떻게
애를 떠날 수가 있죠?

 

남편을 떠난다면 몰라도
애를 떠나요?

 

애는 엄마가 필요해요

 

엄마가 있으면 좋겠지?

 

이건 치워야겠네요

 

미리 준비하는 바람에

 

로렌은...

 

저희는
갓난아기를 기대했어요

 

하지만 마이클도
사랑할 겁니다

 

사랑으로 키울게요

 

아이와 저희를 위해서요!

 

좋을 겁니다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인생이 될 거예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건 좋은 일이죠

 

부모님이 그러셨듯이요

 

뭔가 공을 세우고
이 세상을 떠나는 거예요

 

이 세상에서의 삶에

 

목적이 있고

 

의미가 있도록요

 

죄송해요
가끔 말이 많아져요

 

그리고

 

여긴 제 방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기차 방이죠

 

제가 여기 오래 있는 걸
아내는 이해 못 해요

 

할 일이 늘 있답니다

 

뭔가를 개선하고
고치기도 하죠

 

시간을 들여서
살펴봐야 해요

 

조심스럽게
아이처럼요

 

마이클이 좋아할까요?

 

갠 트럭을 좋아해요

 

기차도 좋아하고요

 

애한테 보여 주세요

 

그래야죠
좀 더 크면요

 

부서지기 쉽거든요

 

아빠

 

그래

 

와 줘서 고마워요

 

마이클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존도요
반가웠어요

 

네, 고맙습니다

 

트레버

 

마이클
지미는 여기 산단다

 

다음에 또 와서
지미랑 놀아도 돼

 

마이클
지미에게 인사해야지

 

지미랑 놀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도 하고

 

같이 놀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가렴

 

그럼 이제 가자

 

입양이 뭐야, 아빠?

 

입양은 말이지

 

엄마랑 아빠가
아이를 돌볼 수 없을 때

 

다른 집에 가서

 

좋은 새 부모님이랑
사는 거야

 

다정한 새 가정에서
살게 되는 거야

 

입양되기 싫어

 

넘어지지 마, 마이클

 

조심해

 

존, 정해진 방식이 있어요

 

우리가 따라야 하는
절차들이 있는데

 

존은 특수한 사례죠

 

어디서 찾은
사람들이죠?

 

대체 어떤 절차를
밟은 건데요?

 

미안해요, 존

 

하지만 이럴 때도 있어요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더 어린 애를
바란 것 같아요

 

그 사람들한텐
개도 안 보내요

 

빌어먹을 토끼도요

 

내 삶에서
가장 큰 결정이에요

 

그걸 이해 못 한다고요?
당신도?

 

나를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잖아요

 

난 이해해요

 

그래서 여기 있잖아요

 

전 이미 규정을
많이 어기고 있어요

 

파크스 씨에게 들키면
새 직업 구해야 될 걸요

 

지금 중요한 건
새 부모가 아니에요

 

마이클이 문제예요

 

애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알긴 알죠

 

내 아들이니까요

 

하지만 그 애를 정말
제대로 아는 걸까요?

 

이런 결정을 할 만큼
충분히?

 

젠장

 

이럴 때 술이 필요한데

 

왜 여기로 데려왔어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케이크 먹으러?

 

알았어요
다음엔 술집에 가서

 

보드카 마셔요

 

그리고 다 해결해 버려요

 

마셔도 된다면

 

마셔도 되면?

 

마신다고 죽진 않아요

 

너무 오래 씻기는 게 아냐?

 

깨끗해 보이는데

 

아냐, 더러워

 

머리 젖혀 봐
눈에 비눗물 안 들어가게

 

그렇지

 

이제 없어

 

로즈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다 죽었네

 

아빠 숟가락 쓰지 마

 

예의가 아니라고 했지?

 

더 주세요

 

더 줄 거야
아빠 건 먹지 마

 

싫어

 

호랑이 잠옷은 더럽잖아

 

내일 빨래할 거야
늦었으니까

 

마이클
이거 입자

 

마이클

 

당장 새 잠옷 입어

 

사과할 마음 들 때까지
나오지 마

 

트럭에 뭘 싣고 있니?

 

돌멩이

 

진상들은
전부 줄 그어놨어요

 

좋은 고객님은 별표

 

돈은 주는데
좀 애매한 분들은

 

물음표 표시했어요

 

여기 있어요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전화하세요

 

당분간은 가능해요

 

고마워요, 멋지네요
외국에 나가세요?

 

 

아, 열쇠 드릴게요

 

관리 잘하면
괜찮을 거예요

 

그러죠
일 시작하면 연락할게요

 

죄송해요
잊을 뻔했네요

 

월요일 이후에
현금으로 바꾸세요

 

- 고마워요
- 행운을 빌어 줘요

 

잘해 봐요

 

공룡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딱정벌레처럼
몸을 떠났지만

 

숲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지

 

머지않아

 

아빠도
아빠 몸을 떠나겠지만

 

항상 네 주변에 있을 거야

 

공기 중에

 

하늘에 있는 풍선처럼?

 

그래

 

아빠가 보이지는 않아도

 

아빠한테 얘기할 순 있어

 

그럼 아빠가 들어

 

지금처럼 아빠 말이
들리진 않을 거야

 

그렇지만

 

마음속으로 들을 수 있어

 

- 마음으로?
- 응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란다

 

네 주변의 공기 속에서

 

널 따뜻하게 감싸는
햇살 속에서

 

빗물에도?

 

그래

 

널 적시는 빗속에도

 

포도에도?

 

그래

 

거기에도 있을 거야

 

포도 속에 말고

 

포도의 맛 속에

 

"운전 면허 따면 열어보렴"

 

마이클에게

 

멍멍이

 

어서 와요, 존

 

안녕, 마이클

 

다시 만나 정말 기뻐

 

번역 이동엽

 

자막 제공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