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일
현재 시각 오전 6시

 

CW-7의 살포가
시작됩니다

 

지난 7년간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 속에
개발을 이어온 CW-7은...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진 지금

 

79개국 정상이
CW-7의 살포를 결정하였고...

 

대기 상층권에
CW-7이 살포되면

대기 온도가 이전 수준으로
급속히 회복되면서

 

 

지구 온난화 위기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학자들은 기온을 내려주는
인공 냉각제인 CW-7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획기적 해결책이라 밝혔습니다

 

 

감 독 : 봉 준 호

 

설 국 열 차

 

CW-7의 대량살포 직후, 거대한 한파가 세계를 덮쳤다
새로운 빙하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멸종되었다

 

끝없이 달리는 운명의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만이,
인류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다

 

- 점호 시작
- 알았어

 

17년 후 서기 2031년

 

자, 다들 줄 맞춰 서
앉아 번호!

 

하나

 

 

 

 

다섯

 

여섯...

 

계속해, 계속

 

거기 너! 앉아

 

커티스 형
빨리 앉아

 

앉으라니까!

 

앉으란 말 안 들려?

 

- 뭐 하는 짓이야?
- 계산

 

앉아서 세면 안 돼?
총 맞으려 환장했어?

정말 미쳤어

 

 

조용히 해, 에드가
생각 중이니까

 

이 중에 혹시
바이올린 연주자 있나?

 

바이올린, 몰라?

 

다들 앞으로!
식량배급이다

 

바이올린?
장난해 지금?

 

앞칸 놈들
우릴 아주 호구로 보네

 

스테이크 썰면서 우아하게
현악 4중주를 곁들이시겠다?

 

우린 앞칸으로 가도
절대 저런 짓은 안 해

 

스테이크 먹고 싶다

 

저기요

 

저희 부부 둘 다 보스턴
심포니 출신입니다

 

저는 수석연주자였고요

 

- 아직도 켤 줄 알아?
- 그럼요

 

손 내밀어 봐

 

당신, 따라와

 

소지품은 놔두고 와
당신 손만 필요하니까

 

- 둘 다가 아니고요?
- 응, 양손 다

 

아내가 저보다
훨씬 뛰어난데요?

너 하나만 있으면 돼

 

 

그럼 안 가겠소

 

도리스, 도리스

 

다들 앉아!

 

에드가, 앉아

 

- 지금 저거 봤어?
- 앉으랬지

 

- 나쁜 새끼들
- 아직은 때가 아냐

 

그럼 대체 언제?

 

곧...

 

여보, 괜찮아
곧 돌아오리다

 

꼭 돌아올게

 

스테이크가 어떤 맛이라
그랬지?

 

어릴 때 한 번 먹어봤는데
통 기억이 안 나

 

기억 안 나면
억지로 애쓰지 마

 

구울 때 나는
냄새가 어떻다고?

사방에 그 냄새가
진동한다며

 

 

- 커티스, 이거니?
- 아니네요

 

커티스, 여기야!

 

우리 티미, 안녕?

 

손 줘봐!

 

네 단백질블록

 

아저씨 거랑 바꿔줄래?

 

싫어

 

그렇게 해서 되겠어?
비켜 봐

 

- 꼬마야, 이리 내!
- 가만있어 봐

 

내 아들 티미
이리 와 봐

 

영차
이리 와 봐

 

엄마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네 거 하나 주면
저거 두 개 줄게

 

- 어때?
- 싫어

 

데려와

 

티미!

 

너 자꾸 그러면
엄마가 맴매한다!

 

어디 갔어?

 

야, 이리 와
빨리 내놓으라니까

 

진짜 말 안 들을래?

 

위험하게 저길
올라가게 하면 어떡해?

 

지가 혼자 올라갔어요
완전 다람쥐야

- 그래 봤자 다섯 살 꼬마야
- 무지 날쌘 꼬맹이죠

 

티미, 우리 아들
빨리 내려오자

 

 

티미, 그럼 뭘 주면
그거랑 바꿀래?

 

기차에서 뭐든 다?

 

그래, 뭐든

 

공 가지고 싶어

 

공? 그건 안 되겠는데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다

 

싫어! 한 시간 동안
공놀이 할 거야!

 

 

그래 알았다

 

커티스
이제 때가 된 거야?

 

아직은 아냐, 타냐

 

하지만 이제 곧...

 

- 붉은색 편지인가?
- 네

 

기다리던 정보에요
정보원이 이름을 줬어요

 

내... 엠... 구...

'냄 궁민수'

 

 

보안설계자인데
지금은 감옥칸에 있어요

 

장난해?

 

- 감옥이라니!
- 에드가, 나가!

말이 안 되잖아

 

에드가, 시끄러워

 

 

그렇게 대단한
보안설계자가

정작 자기는 감옥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게 말이 돼?

 

나가라니까!

 

 

티미, 가자

 

너무 윽박지르지 마

 

에드가는 자넬
존경해서 저러잖아

 

전 존경 받을만한
사람이 못 돼요

 

우리 모두 그래

 

지금 우리가 여기
꼬리칸에 있고

 

검역칸, 감옥칸까지
문, 문, 문

 

이 세 개가 딱 4초간
동시에 열려요

 

이 문들을 4초 안에 통과해야
'냄'을 빼낼 수 있어요

 

그다음 문부터는
'냄'이 열어준다?

 

우리 운명이 그에게 달렸군

 

그렇죠

 

'냄'만 설득하면
앞칸까지 갈 수 있어요

 

- 맨 앞칸까지?
- 당연하죠

 

여기서 앞칸까지
단번에 몰아쳐야죠

 

무슨 일이 있어도
엔진을 차지해야 해요

 

이전 반란들도 엔진까지
못 가서 다 실패했잖아요

 

그래서 어쩔 셈인가?

 

이번엔 반드시
엔진을 차지할 겁니다

 

그리고 나선?

 

죽여야죠

 

윌포드를?

 

윌포드 인더스트리

 

열차의 지도자는 윌포드가
아닌 당신이어야 해요!

 

난 이제 유령 같은
늙은이일 뿐이야

 

내 시절은
예전에 끝났네

 

길리엄 할배
몇 살이지?

 

잠이나 자, 에드가

 

화내지 말고
내 말 들어봐

 

길리엄도
언젠가는 죽을 거잖아

 

그렇게 되면 그 뒤는
형이 맡아야 해

 

형이 이 열차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난 지도자 자격 없어

 

글쎄...

 

내가 보기엔 충분한데

 

- 에드가
- 응?

 

옛날 기억 어디까지 나?

 

글쎄... 어떤 기억?

 

혹시... 너희 엄마 기억나?

 

아주 가끔...

 

기억이 날 듯 말 듯

 

그냥 희미해

 

다들 제자리에서
꼼짝 마!

 

어딜 쳐다봐!

 

다들 조용히 해

 

- 건강검진이다!
- 아이들은 모두 따라와!

애들만 따라와

 

 

한 명도 빠짐없이!

 

애들만요?

 

그래, 앞쪽으로 와

 

아줌마
거기 가만있어!

 

꼼짝 마

요것 봐라
여기 한 명 더 있네?

 

- 이리 와
- 아니, 얘는 괜찮아요

 

 

그냥 건강검진이라니까
거기 잠자코 있어

가만있으라니까

 

 

확인해

 

- 꼼짝마!
- 티미, 도망쳐!

 

애를 놔줘!

 

앤디!

 

내 아들 내놔
이 나쁜 년아!

 

앤디! 앤디!

 

이 자식들
제대로 못하지?

 

티미!

 

지금 해발 고도에서는
7분이면 충분합니다

 

연설시간 7분 있습니다
총리님

 

정말 실망스럽다

 

정말 실망스럽다

 

정말 실망스럽다

정말 실망...

 

통역은 때려치워!
7분밖에 없다며

 

 

여러분

 

이건 신발이 아니다

 

무질서야

 

280mm짜리
무질서

 

보이지?
이건 바로 죽음이야

 

우리의 보금자리인
이 열차 안에서

 

살인적인 추위로뷰터
우릴 지켜주는 건 하나야

 

옷? 열차의 벽?

아니! 바로 질서야

 

 

질서 덕에 얼어 죽지 않고
이렇게 살 수 있는 거라고

 

열차 안에 있는 모두는

 

각자 정해진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애초부터 점지된
바로 그 자리 말이야!

 

신발을 머리에
쓰는 사람 봤나? 못 봤지?

 

애초부터 신발의 자리는
거기로 정해지지 않았거든

 

신발은 발밑에!

 

모자는 머리 위에!

 

이 기차에선
난 모자, 너흰 신발이야

 

난 머리 위
너희는 발밑

 

바로 그거야

 

기차에 탈 때부터 각자의 자리는
탑승권에 명시되어 있었다

 

일등석, 일반석, 그리고
너희같이 무임승차한 쓰레기들!

 

성스러운 엔진이
영원한 질서를 정해놓은 거야

 

모든 것은 성스러운 엔진에서
비롯된다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물과 승객들

 

흐르는 물과 온기, 모두

 

성스러운 엔진 덕분에
존재한다

 

애초에 점지된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거야

 

알겠지? 애초부터

 

내 자리는
앞쪽칸

 

너희 자리는

 

꼬리칸이었다

 

발 주제에
모자를 쓰겠다는 건

 

성역을 침범하겠단 얘기지

 

자기 주제를 알고
자기 자리를 지킨다

 

내 발밑에서!

 

42초 남았군

그럼 이쯤에서 성스러운
엔진의 위대한 수호자

 

윌포드 님께 한 말씀
들어 보도록 하겠다

 

 

윌포드 님, 들리세요?

 

여보세요?

 

이거 자꾸 끊기네

 

윌포드 님은 매우 바쁘셔
아무렴, 그렇고 말고

 

-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 아직은 아니야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

 

 

괜찮네

 

거기 뭐야? 앉아

그 쓸모없는 총
치우지 못해?

 

 

길리엄
오래간만이네요

 

건강해 보이네요

 

괜찮아, 안 죽어요

 

메이슨 총리, 윌포드에게
말 좀 전해 주겠소?

 

그러죠
뭔데요?

할 말이 있으니 만나자고

 

 

그냥 저한테 말씀하시죠

 

윌포드 님이 여기를
오시기엔 좀...

 

여기가 아니라
앞칸에서 보자

 

아드님 침실
잘 쓰겠습니다

 

따님인가?
괜찮아, 내가 할게

 

적극적인 협조
감사드립니다

 

기도 중에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왜 밀어?
미안하다니까요

 

부처님은 챙기세요

 

비켜!

 

시끄러워
이 자식아!

 

크로놀

더 좋은 물건 있는데
신선하고 더 강력한 놈...

 

 

한 번 볼래?

 

최상급 크로놀 열 개 구하려면
단백질블록 몇 개 필요하지?

 

저놈들 총알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메이슨이 한 말
기억하세요?

 

쓸모없는 총
치우랬잖아요

 

어차피 날 쏠 필요가
없단 뜻이었겠지

 

아뇨

 

말 그대로 쓸모없는 총
빈 총인 거죠

 

4년 전 마지막 반란
진압 때 다 써서

 

그야말로 총알은
'멸종'된 거에요

 

만일 아니라면 시작부터
우린 떼죽음이야

 

우선은 침착하게...

 

다음 번 붉은 편지를
기다리세

 

왼쪽, 오른쪽

 

그만 그만
더 왼쪽으로

 

이보게, 앤드류!

 

앤드류

 

일어나게, 슬프다고
잠만 자면 어쩌나

 

자네 아들 맞지?

 

좀 어둡기도 하고
실력 발휘를 다 못했지만

 

아이의 눈을 보면서
희망을 잃지 말게나

 

우리 아들, 티미는?

 

- 티미도 그렸어요?
- 그럼요, 타냐

진정해요
그러다 다치겠어

 

 

자, 여기 있어요
티미

 

우리 아들

 

웃는 것 좀 봐

 

커티스
나도 같이 갈래

 

안돼, 타냐

 

왜 나는 안 되는데?

 

앞칸에 가서 내 아들 데려간
그 년 죽여버리겠어

더 꽉 붙여

 

 

이 비리비리한 남자들보다
내가 힘도 더 세잖아!

 

부탁이야

 

젠장, 뭐야 이거?

 

점호시간이 바뀌었어
뒤로 숨겨!

빨리!
지금 온다!

 

 

침착해!
침착하고 계획대로 해!

 

무기는 옷 속에 숨겨!

 

- 점호 시작
- 알았어

 

줄 서

 

자, 앉는다

 

하나 둘 셋...

 

어떡할 거야?

 

젠장, 단백질블록 지겹다!

옳소!

 

 

- 배고파 죽겠다!
- 닭고기 내놔!

 

치킨! 치킨!

 

조용해!

 

자, 그만!

 

총알 한번 박아줄까?

 

조용!

 

아직은 무리 아닌가?

 

빨리 서둘러!

 

- 하지만 총은...
-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하니까

 

총알이 있대도
문제없어

 

정말 가는 건가?

 

커티스 형, 지금이야!

 

시간이 없어
서둘러!

 

총알이 없다!

 

총알이 없다!

 

빨리 움직여!

 

멈추지 마!

 

문 폐쇄해!

 

그레이, 내 걱정 말고
빨리 가라

 

'냄 궁민수' 크로놀 중독
알만하네

- 에드가, 서둘러
- 어떻게 더 서둘러?

 

 

일하는 건
나 혼자구만

 

맨날 다 내 탓이야

 

열어

 

갑니다

 

어이!

 

크로놀쟁이

 

이게 크로놀이야?
앞칸에서 꽤 인기라며?

조심해
환각작용이 있어

 

 

원래는 산업폐기물이야

 

아주 위험한
인화물질이지

 

'냄 궁민수'?
보안설계자 맞나?

 

이 기차 문과 잠금장치
당신이 다 설계한 거 맞지?

 

형, 저놈 눈을 봐
완전 맛탱이 갔다고

 

크로놀을 너무 마셔대서
맛이 간 것 같은데?

 

당신 '냄'이야?

 

남 듣고 있나? 남

 

그래 듣고 있다. 씨바

 

그리고 원래 "냄"이 아니라 "남"!
남궁, 남 궁 민 수. 니미

 

"남궁"까지는 성이고
"민수"가 이름이야

 

이 무식한 새끼야

 

알 수 없는 단어 사용

올바른 어휘를 사용하세요

 

 

당신 도움이 필요해

 

뭘?

 

맨 앞칸으로 갈 수 있게
문을 열어줘야겠어

 

싫다면?

 

신선한 최상급 크로놀

 

문 하나 열 때마다
한 개씩 주지

 

젠장
말보로 라이트잖아?

 

말도 안 돼

 

담배는
10년 전에 멸종됐는데...

 

너도 함 빨아보고 싶냐?

 

하긴 너 같은 개싸가지가
담배 맛이나 알겠냐만

 

복잡할 거 없어
협조하면 크로놀

 

싫으면 다시 감옥행
선택해, 이 자식아

 

 

챈, 저리 가
얼른!

 

그만해

 

다시 처넣어주지!

 

일어나!

 

내 딸 요나
앞으로 가려면 얘도 있어야 돼

 

그럼 협조하겠단 건가?

 

대신 문 하나 열 때마다
크로놀 두 개씩

 

쟤도 중독자야?

 

아무도 없네

 

크로놀!

 

침대 좀 봐

 

- 다들 어디 간 거지?
- 급하게 튄 거 같은데

 

식탁에 음식 좀 봐!

 

가만, 이거 창문인가?

 

여전히 춥고...

 

죽어 있네

 

전부... 죽었어

 

다들 정신 차리고
앞으로 가자고

 

눈 구경 온 거 아니잖아?

 

갑시다

 

이봐 '남'!

 

크로놀

 

여기 아무도 없는 거
어떻게 알았니?

 

뛰어오네

 

폴?

 

폴 아저씨!

 

대체 뭐 하는 거야?

완전 변했어

 

 

이게 원래 자동이었는데
부품이 멸종되는 바람에...

 

- 내가 알던 폴 아저씨가 아냐
- 그러게

 

폴, 나야 커티스

이젠 이렇게
내가 직접

 

 

손으로 해야
된단 말이지!

 

이렇게 만드는 거였구나!
완전 뜨끈뜨끈해

 

이걸 혼자 다 만든 거야?

 

맞아, 내 솜씨지!

바로 너희의 일용할 양식
단백질블록!

 

 

이따위 걸 만들라고
널 끌고 간 거야?

 

이봐 폴

 

- 쭉 혼자 있었어?
- 그럼!

 

완전 내 구역이지!

 

우린 앞칸으로 갈 거야
같이 가자

앞쪽으로 간다구?
죽이는데!

 

 

하지만 난 안 돼
내 자리는 여기잖아?

 

이딴 거나 만들면서?
대체 왜?

 

이건 그림으로
남기지 마

 

알았어

 

지금껏 우리가 먹은 게
바퀴벌레야?

나도 먹는다고

 

 

매일 매일

 

이건 어디서 났어?

 

- 그들이...
- 이거 네가 쓴 거야?

 

아니야

 

그럼 누가 준 거야?

 

몰라, 누가
이걸 놓고 가면

 

난 단백질블록에 넣어

 

꼬리칸에
보내는 것만 했어

 

 

- 물 공급칸 얘기인가?
- 네, 몇 칸만 더 가면 있죠

 

정수와 물의 재활용을
진행하는 곳이요

 

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지

 

거기를 점령하는 게
우리한테 유리할까요?

 

아마 맨 앞까지
갈 필요 없을 수도 있어

 

물을 손에 넣으면
협상 주도가 가능할 테니

 

저, 죄송한데요

물이라도 드셔야 하나?
너무 굼뜨시네

 

 

서둘러!
다들 기다리는 거 안 보여?

 

나 땜에?

 

그래, 당신

 

망할 인화물질만
계속 빨아대고 계시는데

 

그거 다 시간 끌려는
속임수지?

 

당연하지 크로놀 때문에
이짓도 하는건데...

입만 열면
크로놀 타령!

 

입 닥치고
문이나 열라고!

 

 

너네가 자꾸 그걸 주잖아!
문 열 때마다

문 열 때마다
달라던 게 누군데?

 

 

그래서 열잖아
그거 받으려고

 

'요나'라고 했지?

 

몇 살이야?

 

열일곱

 

열 일곱?
기차에서 태어났겠네

 

아저씨는?

 

땅 위에서 17년

 

꼬리 칸에서 17년

 

땅? 그게 뭔데?

 

- 기억 안 나
- 왜?

 

길리엄 만나기 전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거든

 

요나

 

너 혹시 투시력 있니?

 

투시력?
그게 뭔데?

 

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아는 것 같아서

 

머리속에
뭔가가 보이고 그래?

 

- 열지 마
- 뭐?

 

문 잠가!

 

조심해

 

형도

 

2조, 전진!

 

앞으로 이동!

 

'예카테리나' 다리 통과!

 

'예카테리나' 다리 통과!

 

이제 곧 다리 위야!

10, 9

 

 

8, 7

 

5, 4

 

3

 

2, 1

 

해피 뉴 이어!

 

해피 뉴 이어!

 

나이 먹는 거
졸라 싫어

 

윌포드 님
만세! 만세!

 

모두 자세 낮춰!

 

꽉 잡아!

 

충돌!

 

또 온다!

 

숙여!

 

'남' 뭐 해!
죽으려고 환장했어?

 

완전 맛이 갔어

 

저기 온다

 

무사통과!

 

무사통과!

 

됐어
이리 내!

 

하나, 둘
마이크 테스트

 

무사통과는 염병
이 배은망덕한 놈들!

 

자비로운 윌포드 님
아니었으면

18년 전에 진작
얼어 죽었을 것들이

 

 

그분의 자비 덕분에
기차에 올라타서는

지금까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감히 신성한
물 공급칸 앞에서

 

은혜를 원수로 갚겠다?

 

쓰레기들

 

지금부터 너희들 중
74%를 죽여주마

 

곧 죽을 놈들이
희망에 들떠 설치는 꼴 하고는

 

재미난 구경이 되겠어

 

커티스...
니들 완전 좃됐다

 

뭐라는 거야?

 

야 이 꼬리칸 촌놈들아

 

원래 이 예카테리나 지나고 나면
바로 터널이 나와

 

터널?

응, 졸라 긴 터널

 

뭘 봐? 튀어!

 

 

다들 뒤로!

 

챈, 저리 가
얼른!

 

챈! 불이 필요해!

 

챈, 불을 가져와!

뒤로 전달해!
불을 가져오라고!

 

챈에게 성냥이 있어!

 

 

다 죽여버려!

 

지금 넋 놓고 뭐해?

날 보지 말고
저길 보라고!

 

 

아파! 나 좀 내려놔!

 

항복 안 하면

 

죽는다

 

항복!

 

항복!

 

항복 안 하면
저 죽인답니다

 

젠장

 

커티스!

 

동작 그만!

 

다들 멈춰!

 

무기 버려

 

- 그만!
- 다들 멈춰!

 

젠장... 제발 좀
시키는 대로 해

 

무기 버려!

 

됐어. 보지 마

 

생존자들은...

 

몸을 씻어라

 

저기가 물 공급칸이다

 

몸에 묻은 피를
씻어내라

 

이 애들 본 적 있어?

 

누구... 난 모르는데

 

- 당장 말 못해, 나쁜 년
- 난 몰라, 정말이야

 

말 안 하면 내 팔보다
더 짧게 잘라주지!

 

윌포드 님이 아셔

 

윌포드 님은
애들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노란 옷 입은
여자가 데려간 거야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윌포드 님을 잡아

 

윌포드가
애들을 좋아한다고?

 

웃기시네, 엔진에만
미친 인간이 무슨...

 

엔진은 성스럽고
윌포드 님은 위대하셔

 

게다가 자비로우시지

 

그럼 지금 전화 해
널 구하러 오나 보게

 

그래

 

자비로운 윌포드 님을
불러보자고

 

여기 오실 리가 없지
엔진 켵을 지키셔야 하니까

 

우리가 널 여기서
갈기갈기 찢어 죽일건데

 

그래도 안 오실라나?

 

이쪽에서 물을 잠그면
올 수밖에 없을 텐데

 

물을 잠근다고?

 

그래 봤자 너희
꼬리칸 놈들만 손해야

 

물은 앞에서부터 오는 거야

 

기차 앞머리가 눈, 얼음을
삼켜서 물을 만든다구

그리고 당연히
그 물이

 

 

앞칸을 지나 여기로
오게 된다고, 커티스

 

그래, 너, 커티스 에버렛
윌포드 님도 널 잘 아시지

 

쭉 지켜보셨거든

 

네가 꼬리칸 사람들을
끔찍이 아끼는 것도 아시지

 

그런데 네놈 오른팔은
못 구해소 어쩌나?

이름이 뭐더라?
에드가?

 

 

닥치지 못해!

커티스!
내가 도와줄게!

 

넌 죽는 게
도와주는 거야

 

아냐, 도와줄 수 있어
내 말 좀 들어봐

 

 

윌포드는 절대 안 와

 

네가 가야 해

 

내가 거기까지 데려다 줄게
난 기차를 잘 알잖아

 

나랑 가면 안전해

너를 어떻게 믿어?

 

 

왜냐하면
나는 살고 싶으니까

 

그래서 자비로운
윌포드 님을 팔아먹겠다고?

 

일단 거기까지 가면

 

네가 그를 처치해

 

코앞까지 데려다 줄 테니

 

반드시 죽여
그래야 내가 살아

 

커티스?

 

꼭 더 가야만 하겠나?

 

그럼요
아직 반도 안 갔는걸요

 

이만큼만 해도
누구보다 멀리 온 거야

 

4년 전 '맥그리거 반란' 때도
여기엔 못 왔었으니까

 

열 칸이건 스무 칸이건
결국 엔진까지 못 가면

 

결국 반격당할 거에요

 

뿌리를 뽑아버려야죠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죽었어

 

너무 많이...

 

알아요

 

사람들 봤나?
다들 지쳐있어

 

내가 아까 사람들에게
씻으라고 했던 건

 

얼마나 다쳤는지
보려고 했던 거야

 

그래도 가겠습니다

 

메이슨을 앞세우면
훨씬 빨리 갈 수 있어요

 

여기서 부상자와 포로들을
돌보고 계시면

 

엔진을 차지한 뒤
지도자로 모셔 갈게요

 

그런 말 말게, 커티스

 

지도자는 이미 자네야
자네도 잘 알잖아

 

이젠 그걸 좀 받아들여

 

두 팔 다 멀쩡한 제가
어떻게 지도자가 됩니까?

 

흉터가 거의 사라졌네

 

팔은 두 개인 게 좋아

 

외팔이는 불편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하다못해 여자를 안을 때도
두 팔인 게 훨씬 낫잖아?

 

앞으로 계속 가다
좁은 다리를 만나면

 

W가 새겨진
큰 문이 보일 거야

 

그 문 뒤에
윌포드가 있네

 

윌포드가 말을
하도록 두면 안 돼

 

혀를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지

 

자, 다들 모여요
좀 더 가까이

 

좋아요
모자 죽이네

 

그레이, 넌 이제
커티스와 함께 가라

 

한 사람 더 있었구만?

 

크로놀

 

나 신경 쓰지 말고
모두 일들 해

 

- 총리님, 괜찮으세요?
- 괜찮아

 

먹지 마요!

괜찮아, 겁내지 마
너네 안 잡아먹어

 

토마토는 좀 먹겠지만

 

 

이것도 먹는 거야?

 

너 이거 모르지?
기차에서만 커갖고

 

아빤 맨날
이거 밟고 컸는데

 

바깥세상엔 원래
다 이걸로 돼 있어. 흙

 

으으으, 이게 뭐야?

 

움직인다
저 밑 땅 밑에...

 

저 뭐야?

 

갑시다

 

- 스시들 좋아하나?
- 당연하지

 

있으면
내놔 보시지, 응?

 

당신들 정말 운이 좋아
스시는 일 년에 딱 두 번

 

1월, 7월만 먹을 수 있거든

 

왜, 생선이 모자라서?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균형'이야

 

이 수족관은
폐쇄된 생태계라서

 

물고기의 개체 수를
정확하고

엄밀하게 통제해야만

 

최상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거든

 

 

안되지
넌 이거 먹어

 

뭐로 만든 건지는 알지?

 

맘껏 드시죠!

 

친구, 다음 칸
가기 전에

 

이걸 좀
풀어주면 안 될까?

친구 좋아하시네
내가 왜?

 

 

뭐랄까...
교육적인 문제랄까?

 

다들 조용!

 

여러분, 오늘은
꼬리칸 손님들이 오셨어요

자, 손님들에겐
어떻게 인사해야죠?

 

 

안녕, 꼬리칸 손님들!

티미!

 

 

앤디!

 

- 티미!
- 앤디!

 

앤디...

 

혹시 이런 꼬마 못 봤니?
이름은 티미인데

아저씨 아들인데
자세히 좀 봐봐

 

나 얘네 봤어!

 

 

- 언제?
- 어디서?

 

저기서 들어와서
저쪽으로 나갔어

 

그게 다야?

 

 

- 혹시 울고 있던?
- 아니

 

근데 울고 싶은 거
같긴 했어

 

꼬리칸 사람들은
다들 게을러터져서

자기 똥을 뭉개면서
하루 종일 잠만 잔대요

 

아냐, 아주
친절하고 정의로우며

 

 

자비로운 분들이야
그렇고 말고

 

총리님 마침 비디오를
보려던 참이었어요

 

잘됐네

 

[윌포드 님 이야기]

[윌포드 님 이야기]

윌포드 님!

윌포드 님!

 

윌포드 님의 기차 사랑은
어릴 적부터 유별났어요

나중에 크면 기차에서
살 거에요, 영원히!

 

 

영원히!

 

이런 어린 시절 꿈은
윌포드 인더스트리라는

 

기차 왕국을 세우면서
현실이 되었답니다

 

그러나 그분의 진짜 꿈은
전세계 철길을 다 지나는

초호화 유람열차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새해→노동절...]
43만 8천km에 달하는 전세계 철로를

43만 8천km에 달하는 전세계 철로를

 

매년 한 바퀴씩
순환하는 이 열차는

 

북극의 혹한과 사막의
열기에도 끄덕없고

 

자급자족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최고의 디자인과
첨단기술을 자랑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옛 날 세상 사람들은
윌포드 님을 비웃었어요

 

'과잉 설계'에
'과잉 설비'라며

 

이 멋진 열차를
비난했답니 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걸
윌포드 님은 알고 계셨어요

 

 

그게 뭘까요?

그 멍청한 놈들이
다 얼어 죽는다는 거요

 

 

네, CW-7 때문에 빙하기가
올 것을 미리 아셨죠

그래서 우릴 지켜주려고
발명하신 게 뭐죠?

 

엔진!

 

 

칙칙폭폭, 덜컹덜컹

엔진은 죽지 않네!

 

 

- 만약에 엔진이 멈추면?
- 다 얼어 죽는다

 

그런데
정말 멈출까?

아뇨, 절대!

 

그 이유는 뭘까?

 

 

- 엔진은 영원하니까
- 영원해요!

 

- 엔진은 죽지 않으니까
- 죽지 않아

칙칙폭폭
덜컹덜컹

 

영원한 건 누구 덕분?

 

 

윌포드 님!

 

만세 만세
만만세!

 

아, 이 노래
진짜 중독성 있어

 

여러분, 시간이 됐어요
이리 와요, 뛰지 말고!

 

밀지 마요
자리는 많으니까

 

조금 있다 창밖으로 뭐가
지나가는지 아는 사람?

 

'얼어 죽은 7인!'

 

집중, 이 장면은
꼭 시험에 나오니까

 

15년 전, 그러니까
열차 탑승 3년 뒤

7명의 승객이 위대한 열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려 했죠

 

 

이 사건이 뭐지
막달레나?

'7인의 반란'이요

 

 

맞아요, 여러분이 태어나기
한참 전 일이에요

 

물론 그들은 실패했고
대신 열차에서 뛰어내렸죠

 

자, 저기 보이네요

 

너도 봐봐
저기 보이지?

 

왜?

 

보이죠?
겨우 저만큼 간 거에요

 

제일 앞사람 여자야

 

앞쪽 객실칸 청소하는
청소부였는데

 

원래 이누이트 족이였거든

 

에스키모 말이야

 

나한테 맨날 눈이 어떻고
얼음이 어떻고...

 

기차 밖에 가서 살 수 있다고
저 여잔 믿었어

 

- 기차 밖에 나가면?
- 모두 얼어 죽는다!

 

- 엔진이 멈추면?
- 우리 모두 죽는다

 

성스런 엔진의 수호자는?

 

윌포드 님!

 

여러분! 윌포드 님이
새해 계란을 보내셨어요

 

만져봐요
아직도 따뜻하죠?

성스런 엔진의 열기로
삶은 계란이랍니다

 

게다가 특별 선물로

 

세계적인 보스턴 심포니의
수석 바이올린 주자

 

제럴드 맥킨스터 씨가
연주를 해주실 거에요!

 

 

진짜 제럴드 맞아?
신수가 훤해졌구만

 

난 됐어요

 

그만 가자, 커티스

 

해피 뉴 이어!

 

해피 뉴 이어

 

닭은 멸종된 줄
알았는데

 

 

기차 안에는 멸종됐다고들 하지만
아닌 것들이 꽤 있어

예를 들면?

 

 

이런 거!

 

앤드류, 정신 차려!

 

난 아냐
내가 시킨 게 아니라고!

 

[경축! 설국 18주년]

 

안돼

 

커티스!

 

이젠 너 밖에 없어

 

이봐 친구
우린 서로 잘 알잖아

믿어줘
정말 난 아니야!

 

 

앞으로 간다

 

야, 열어!

 

열어!

 

빨리!

 

- 메이슨 총리야
- 젠장, 맥박 확인해

 

이봐, 기차에 손상이 가잖...

 

완전 엉망이네

 

온다

 

서둘러
마스터키 있지?

 

제발 쏘지 마세요

 

맙소사, 앞칸 승객을
죽이면 어떡...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어디 가세요!
잠깐만요

 

잠깐 얘기 좀...

 

이 나쁜 놈!

 

문 닫아, 임마

 

타냐

 

티미, 내 아들

 

티미를...

 

꼭 찾을 거야
약속할게

 

알아

 

고마워

 

너도 챙겨!

 

야! 내 크로놀 내놔!

 

니네 다 죽여 버린다!

 

거기 안 서!

가만 안 놔둬!

 

 

문 열어

 

크로놀부터 내 놔
크로놀...

 

크로놀이 그렇게 좋아?

 

젠장, 다 줄 테니까!

 

문이나 당장 열라고!

 

이 자식이 정신이 있나

 

무슨 문 여는데
개 환장을 했나

 

이거나 펴라

 

영광...
영광으로 알고 피워라

 

인류 마지막 담배다, 임마

그게 마지막이야
이 꼬리칸 촌놈아

 

 

당신, 꼬리칸에
와 본 적은 있어?

 

열차에 처음 탔을 때

 

거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나 해?

 

아비규환 그 자체였어

 

얼어 죽지 않고 기차에 탔지만
기뻐할 틈도 없었지

 

윌포드의 군인들이
모든 걸 다 뺏어갔거든

 

천 명도 넘는 사람들이
물도 음식도 없이 갇힌 거야

 

한 달이 지나고 우리는
서로 잡아먹기 시작했다

 

제일 혐오수러웠던 게
뭔지 알아?

 

내가 사람 맛을
알았다는 거야

 

그중에 아기들이
가장 맛있다는 것도...

 

자기 아이를 숨기던

 

여자가 한 명 있었어

 

칼을 든 남자 몇 명이

 

그 여자를 찔러 죽이고
아이를 뺏었는데...

 

가족도 아닌 노인 하나가
앞으로 나서더니

 

칼을 달라 그러더군
아이를 죽이려나 생각했지

 

그렇지만 노인은
칼을 받아서

 

자기 한쪽 팔을 잘랐어

 

그리고는, 정 배가 고프면
이 팔을 먹고

 

아이는 내버려 두라고 말했어

 

정말이지...
믿기 힘든 광경이었어

 

다들 칼을 내려놨지

 

눈치챘겠지만, 그 노인은
길리엄이었고

 

그때 살아난 아기가
바로 에드가야

 

그리고 난...
칼을 든 남자였어

 

내가 에드가 엄마를 죽였어

 

그때부터 하나, 둘
꼬리칸 사람들은

 

한쪽 팔이나 다리를 잘라
내놓기 시작했지

 

그건 한 마디로
기적이었어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결국... 하지 못했어

 

한 달 뒤 윌포드의 군인들이
단백질블록을 가져왔고

 

그때부터 여태껏
그 쓰레기를 먹고 산 거지

 

18년간 윌포드를 증오하면서

 

18년간 이 순간을 기다려왔어

 

그리고 드디어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니 이 문 열어줘

 

제발...

 

얘기 잘 들었다, 커티스

 

근데 문은 못 열겠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질 알어?

 

문을 여는 거야

 

이런 문이 아니라

 

이쪽 문을 여는 거야

 

이 바깥으로 나가는
문들 말야

 

워낙 18년째 꽁꽁
얼어붙은 채로 있다 보니까

 

이게 이제 무슨 벽처럼
생각하게 됐는데

 

사실은 좃도 문이란 말이지

 

그래서 이쪽 바깥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이 얘기야

 

그래서 다들 얼어 죽자고?
완전 미쳤군

 

만약에 얼어 죽지 않는다면

 

기차 밖에 나가서
살 수 있다면

 

너 예카테리나 브릿지
기억나지

 

왜 니네 도끼 맞고
작살날 때 말이야

 

해피 뉴 이어 할 때 마다
내가 꼭 보는 게 있거든

 

거기 잘 보면

 

추락한 여객기 한 대가
계곡에 거꾸로 처박혀 있어

 

한 십 년 전인가

 

그때는 꼬리 날개 부분만

 

얼음 위로 살짝 드러나
보였는데. 지금은

 

비행기 몸통이랑 앞날개까지
점점 더 드러나 보여

 

눈과 얼금이 줄어든다
이 얘기지

 

즉 녹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녹을 준비가 되어 있는 눈이야

 

와르르르 무너져 내리는

 

그리고 최근에
내가 뭘 봤는지 알아?

 

창밖으로 뭔가 이...

 

이 얘기까지 뭐...
할 필요는 없을 거 같고...

 

넌 크로놀을
너무 많이 했어

 

그 놈의 인화물질 탓에
완전히 맛이 갔다고

 

그래 너 말 한번 잘했다

 

이 크로놀이 원래는 뭐였냐

 

니말대로 좃 같은 공업용
인화물질 아니냐

 

불 붙이면 쾅!

 

간단히 말해서 폭탄
이 새끼야!

 

내가 냄새나 킁킁 맡자고
2년 동안 이걸 모은 줄 알어?

 

문 한번 제대로
열어 보자고 모은 거지

 

성냥이나 빨리 내놔!

 

뭐 하는 짓이야?

 

빨리 불 내놔!

 

당장 그만둬!

 

불!

 

커티스 에버렛 씨

 

윌포드 님께서 저녁 식사에
정식 초청하셨습니다

 

먼저 가시죠

 

커티스, 자넨가?

 

어서 오게, 친구

 

어디 좀 보세
배고픈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으니 당연하지

 

앉으시죠

 

자네는 이 열차 모든 칸을
다 가본 유일한 사람이야

 

꼬리 끝부터 엔진까지!
인류 최초라고

 

정말 대단해

 

꼬리칸 사람 중 엔진까지
와 본 사람은 없고

 

- 나도 꼬리칸엔 안 가봤으니
- 왜지?

 

너무 더러워서?

 

꼬리칸 인간 쓰레기들이
병이라도 옮길까 봐?

 

여기라고 좋기만
한 줄 알아?

 

시끄럽고

 

또 외롭지

 

그래?

 

스테이크에
넓은 공간에

 

원하면 뭐든 대령하는
저런 계집까지 있는데?

 

커티스, 다들 애초부터
정해진 자리가 있고

 

너만 빼곤 모두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좋은 자리에 있는 놈들이
그런 배부른 소릴 하지

 

이 열차의 누구라도
당신 자리를 원할 걸

 

- 그럼 나랑 자리 바꿀까?
- 닥쳐

 

어차피 우린 다 같은 신세야

 

이 저주 받은 쇳덩어리
기차 안에 갇힌 죄수들이지

 

미디엄 레어 괜찮나?

 

폐쇄된 생태계인 열차에서
균형은 필수야

 

공기, 물, 음식, 특히 인구...
다 균형이 맞아야 해

 

최상의 균형을 위해서
가끔씩은...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지

 

 

인구수도 마찬가지야

 

급격하게 줄여야지

 

생로병사의 원리에 맡기면
시간이 머무 오래 걸려

 

그러다간 사람이 넘쳐
다들 굶어 죽게 될걸

 

차선책은 사람들이 서로를
죽여주는 건데

 

그래서 소위 말하는 폭동이
때마다 필요한 거야

 

'7인의 반란'
'맥그리거 폭동'

 

그리고 위대한
'커티스 혁명'

 

예측불허 줄거리의
흥미진진한 볼거리였어!

 

'예카테리나' 터널에서 횃불로
반격할 줄 누가 알았겠나

 

천재적이야

 

길리엄도 나도
그건 예상 못 했어

 

뭐라고?

 

정말 몰랐나?
나랑 길리엄 사이를?

 

우리 계획을?

 

- 길리엄?
- 그래, 길리엄

 

앞칸과 꼬리칸은
서로 돕는 관계라네

 

사실, 길리엄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라

 

진정한 내 친구였어

웃기지 마
당신 말 안 믿어

 

 

애초 계획은 터널에서
폭동을 끝내는 거였어

 

그리고 생존자들은
꼬리칸으로 돌아가

 

좀 넓어진 공간에서
살 수 있게 말야

 

헛소리 집어치워!
길리엄이 그랬을 리 없어

 

결국 다 좋게 끝났잖아

 

자네의 반격으로 훨씬
흥미진진 하긴 했지만

 

덕분에 앞쪽의 손실도
예상보다 컸어

그래서 길리엄이
대가를 치른 거지

 

 

아이러니해, 그렇지?

 

죽고 사는 게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야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일은

 

숫자놀음이지

 

네, 윌포드 님

 

길리엄 거처에
와 있습니다

 

잠깐만
여전히 똑같나?

 

네, 74%
그대로입니다

 

좋아, 진행해

 

잠깐

 

18주년을 기념해서
18명 더 살려주게

 

정말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꼬리칸 사람들이네

 

젠장!
엔진 다치면 어쩌려고!

 

요즘 들어
엔진이 좀 예민하거든

 

앉아서 식사 매너
좀 지켜주시죠

 

긴장 풀라구

 

진정해

 

길리엄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네

 

자네가 똑똑하긴 한데
뻣뻣하게 굳어있다더니

 

마지막으로 여자랑
자본 게 언젠가?

 

길리엄 말처럼 멀쩡한 두 팔로
여자도 좀 껴안고 그래 봐

 

길리엄이 그리울 거야

 

한밤중의 통화도

 

길리엄은 몇 시간씩
수다를 떨어댔어

 

수화기를 바꿔 들지도
못하면서 말이지

 

얼굴이 왜 그러나?

 

어디 아파?

 

꼭 미친 사람 같군

 

안 그래도
미친 놈들 천진데!

 

피!

 

괜찮아?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숙여!

 

요냐야, 우리가
그 문을 열어야 되거든!

 

거기 보면 전깃줄 많지?

 

졸라 많아

 

죽어라!

 

하긴 이 기차에서
살아 남으려면

적당히
미쳐있는 게 낫지

 

 

길리엄도
잘 알고 있었지만

삶을 지속하려면
적당히 균형을 이룬

 

 

불안과 공포, 혼란이
반드시 필요하다네

 

없으면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말야

 

그런 맥락에서 이번
'커티스 혁명'은 정말 걸작이야

 

요나야, 빨간색은 팔번이야

 

아니 칠번 칠번

 

이리 와보게

 

자네에게 보여줄 게 있어
자넨 자격이 있으니까

 

어서

 

지금 엔진이
잠에서 깨고 있어

 

아늑하지?
평화롭고

 

지금 엔진의 심장에
들어와 있는 거야

 

난 내 인생을 다 바쳤어

 

영원한 엔진을 위해서...

 

엔진이야 말로
영원 그 자체지

 

이 기차에서 혼자만
있어본 적 있어?

 

혼자만 있어본 게 언제지?

 

기억도 안 나지?

 

바로 지금
자네만의 시간을 가져 봐

 

방금 쓴 걸세

 

자네에게 주는 편지
받아

 

기차

 

난 이제 늙었어
내 자리를 맡아주게

 

자네도 원하던 거잖아?

 

길리엄도 원했던 것이고

 

엔진을 보살펴 줘
계속 숨 쉴 수 있도록

 

저길 봐, 커티스

 

저 문 너머...

 

자기 자릴 지키는 사람들로
가득한 수많은 칸들

 

그게 모여서 뭐가 되지?

 

바로 기차야

 

그리고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확한 수의 사람들이
모이면 뭐가 될까?

 

바로 인류지

 

기차는 세계고

 

우리는 인류
그 자체야

 

그리고 이제부터 자네가
이 인류를 이끌어 가야 해

 

자네가 없으면
이 인류는 멸종될 걸세

 

지도자가 없으면 어찌 되는지
자네는 직접 봤잖아?

 

서로를 잡아먹었지

 

요나, 크로놀!

 

요나야, 하지 마!

싫어!

 

 

총알이 없네

 

크로놀
문 손잡이에 붙여

 

저들을 봐

 

저게 인간이란 거야

 

너도 직접 봤잖아

 

저들 중 한 명이었지

 

한심하고 바보 같아
그렇지 않나?

 

너는 저들을
구원할 수 있어

 

길리엄도 그래서
널 구원했던 거고

 

커티스

 

이건 네 운명이야

 

- 붙였어!
- 성냥은 커티스, 커티스 주머니에!

 

커티스, 성냥 줘!

 

저긴 너무 좁아서
애들만 들어갈 수 있지

 

다섯 살 이하의
아주 어린 애들

 

엔진 자체는
영원하지만

 

모든 부품이 다
그런 건 아냐

 

최근에 부품 하나가
멸종돼서

 

대신할 게 필요했거든

 

다행히 꼬리칸에서 계속
애들을 낳아대는 덕에

 

그 애들로 엔진을
보살필 수 있었지

 

이 개자식!

 

요나

 

끝내라

 

딱 하나야!

 

수동 엔진 점검
진행 중

 

중앙 피스톤 작동
안전 거리 유지 요망

 

앤디?

 

앤디 맞지?
아저씨 기억 안 나?

 

거기 서, 앤디
아저씨 말 들어

 

그 위로 올라가지 마

 

앤디!
이리 와, 제발

 

당장 거기서 나와
제발, 앤디!

 

제발 말 좀 들어, 앤디!

 

커티스, 오버하지 말게

 

누구나 애초부터
정해진 자리가 있다니까

 

눈물 나네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커티스

 

잠깐만 있어봐

 

설 국 열 차

 

크리스 에반스

 

송 강 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고 아 성

 

>알리슨 필

 

블라드 이바노브

 

루크 파스콸리노

 

존 허트

 

에드 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