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대체 무슨 속셈이지?

 

속셈이고 자시고 없어.

 

소매치기 따위 한심한 짓이
지긋지긋해진 것뿐이야.

 

아무래도 네놈은
건방져서 마음에 안 들어.

마침 좋은 기회군.

누가 밥 주는 주인인지

단단히 알려주마.

 

땀 한 번 잘 흘렸네.

이제 돌아가서 느긋하게 목욕하고...

 

켄신, 목욕물 잘 데워놨으려나.

먼저 돌아갔으니까,

그 정도는 해뒀겠...

 

저건...?

 

바람의 검심
-메이지 검객 낭만담-

 

제3화
캇신류 - 재시동

 

칸토우에이구미

 

고집 센 꼬맹이로군.

사과 한 마디만 하면 끝날 것을.

자자, 있어 봐.

칼잡이 가스케라 불리는 네가
그 이상 했다간

그 녀석 정말로 죽어버릴 게야.

조장님...

야히코,

네 녀석 소매치기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 살 생각이지?

자기가 무사 집안이니
어떻게든 될 거다,

뭐 그런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메이지란 건
지극히 타산적인 시대거든.

긍지 따위 아무리 있어봤자
한 푼 값어치도 안 돼.

오히려 무사 집안이란 것들은

애지중지하며 그딴 걸 지니고 있으니,

눈 뜨고 망해가는 거지.

 

급기야 작금엔 저잣거리의 유곽엔

전 다이묘의 마님이나 딸들이 널렸고,

 

도적단을 붙잡아봤더니

전부 몰락 무사 집안이었다던가,

참 비참한 일이지.

자기가 무사 집안이란 건
잊어버려, 야히코.

그리고 야비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라고.

그러면 이 타니시의 수하로
오래오래 길러 줄 테니.

 

몇 번이고 말하게 만들지 마...

난 이제 사양이야.

 

이 꼬맹이가!

 

조장님께 무슨 태도냐!

부모가 뒈져버린 네놈을 주워주신
은인이신데!

맛있군.

 

작작 좀 해라!

 

무사 집안이래봤자,

네놈의 아버지는 고작 30석 두 사람 몫
녹봉 밖에 못 받는 가난뱅이 하급무사!

유신 초에 관헌에게 대들다가
처맞아죽은 바보 자식이잖아!

어머니도 유곽에서 몸 팔다가
병으로 훅 가버린 바보 여자지!

어느 쪽인진 몰라도

그 바보 부모 밑에 그 자식이군!

시끄러!

 

가스케 씨!

 

아버지께선

시류를 따라 막부를 배신하고

관군에게 붙는 걸
떳떳하게 여기지 않으시고,

쇼우기타이(彰義隊)에 들어가서
의롭게 목숨을 버리셨다.

어머니께선

날 키우기 위해 목숨을 버릴 듯이
일하시다 병으로 쓰러지신 거야!

 

두 분 다, 긍지를 가지고
고귀하게 사셨어!

나쁘게 말하는 녀석은
이 내가 용서 못 해!

 

용서 못 하는 건 이쪽이다,
이 꼬맹이가!

 

처죽여주마!

 

뭐냐, 네놈은!

 

난입이다!

얘들아, 적이다!

 

불러도 안 올게요.

좀처럼 들여보내주질 않기에

이 방 이외의 자들은
잠시 잠들게 만들었다.

 

유랑인 히무라 켄신,

조무래기 군을 인계받고자
이 자리에 대령하였소.

대령하였소는 얼어 죽을!

가스케 씨!

네놈도 무사냐?

한꺼번에 잡아죽여주지!

 

이야기하던 도중이다.

잠시 거기서 잠자코 있어주시게.

가스케 씨!

 

어떠신지, 조장님?

여기선 통 큰 모습을 보여주셔서

흔쾌히 조무래기 군을
놔주실 수는 없으실까?

 

조직원 전원 붕괴라는
수치를 드러내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만?

 

아...

알았어.

알아서 데리고 가.

 

고맙군.

억지를 부려 미안하군.

 

괜찮으신가, 조무래기 군.

 

어딨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조직들을 하나하나 도느라
늦어버렸다네.

 

구해달라고 누가 말했어.

난 혼자서도 싸울 수 있었어!

싸울 수 있었단 말이야!

 

그런가.

소생은 또 조무래기 군을
얕보고 만 것인가.

 

그렇다면 하다못해

사죄 대신
상처 치료 정도는 하게 해주시게.

 

자식아, 그냥 보낼 것 같냐!

그만둬, 상대하지 마라!

 

저건 칼잡이의 눈이야.

불한당 칼잡이가 아닌

진짜배기 칼잡이의...

 

이 메이지에 아직 저런 눈을 한
남자가 남아있었다니.

상대했다간
목숨이 몇 개 있어도 택도 없어.

꼬맹이 하나로 끝나는 거면
싸게 먹히는 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자신의 무력함이 그리 분하신가?

조무래기 군.

빌어먹을,

강해지고 싶어.

네 도움 따윈 없어도 될 만큼

아버지, 어머니의 긍지를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낼 만큼...!

 

강해... 지고 싶어...!

 

늦는걸.

뭐, 다른 사람도 아닌 켄신이니
괜찮기야 하겠지만,

그 아인...

 

다녀왔소이다.

 

어서 돌아와.

 

역시 많이 다쳤구나.

큰길에 자동차 세워뒀으니까,

얼른 의사에게.

카미야캇신류 사범 대리인

카미야 카오루 님.

 

지금부터 조무래기 군의 선생이라네.

 

잠깐만!

너, 나 보고 검술을 배우란 거야?

그것도 이 호박한테서?

선생이라니 설마 이 애를 문하에?

그렇소.

 

자,

이제부턴 그대 노력하기에 달린 것.

모처럼 밥상이 차려졌잖소.

마음껏 강해지시게나, 야히코.

 

잠깐, 너!

아까 또 호박이라고 했지!

엉?

그래서 뭐 어쩌라고, 호박!

어쩌냐니!

그 말 좀 하지 말란 거야!

호박호박호박호박호박!

 

뭐, 아무튼

먼저 잡아봐 봐.

자.

 

엉?

무슨 짓이야!

시끄러!

네놈에게 이래라저래라
들을 이유 없어, 호박아!

호박이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조져버린다!

그래, 할 수 있으면 해봐!

 

둘 다 성격이 대차니 말이오.

켄신도 한 마디 해줘!

이 애, 입이 너무 험해!

자, 자,

모처럼의 문하생이잖소?

조금 더 소중하게...

소중하게라고...?

 

하나, 둘, 셋...

굉장하다!

열다섯 명은 더 넘어!

검객경관대 퇴치 소문이 퍼진 거야!

이걸로 카미야캇신류 부흥이야!

 

이거 곤란한데.

 

잠시 여러분,

소생은 이 유파 사람이 아니고

제자를 둘 생각도 없으니,

어제 그 소동을 보고
여기에 온 것이라면,

미안하지만 물러가주셨으면 하오.

 

이걸로 됐군.

 

그때,

전부 돌려보내지만 않았어도!

문하생도 마음껏 가르칠 수 있었는데!

반쯤 흥미로 온 기분파 입문자면

일단 반 년도 못 버틸 것이라오.

그래서야 의미가 없지 않겠소.

 

그것보다도 진정으로 의욕이 있는 자를
차분히 키우는 편이 좋을 것이외다.

 

이봐,

나도 강해지기 위해 여기에 온 거야.

그런데 이딴 계집이 상대여서야
얘기가 안 되지.

계...!

켄신도 강해지라고 했잖아?

그렇다면 네 검을 가르쳐 줘!

히텐미츠루기류는
후세에 전할 생각은 없다오.

소생은 말하자면 참관 역할.

야히코는 카미야캇신류로,

활인검으로 강해지시게나.

 

조져주지!

어디 해봐!

-어머, 괜찮겠어?
-아니, 안 듣고 계시는구려.

그래, 덤벼 봐!

 

이것들아!

거기 서!

 

야히코!

야히코,

야히코!

 

정말이지,

잠깐 눈을 떼면 금방 땡땡이치고,

 

입도 험하고 삐뚤어져있고
근성도 없다니,

켄신, 대체 그 아이의
어딜 기대한 건지...

 

잠자코 듣고 있자니
자기 멋대로 말하고!

난 여기 문하생이 된 기억은 없어!

네게 배울 바에야
아류로 하는 게 훨씬 나아!

 

애당초 말이야,

기분파 녀석들은 둘째 치고,

누명도 벗겨졌는데

문하생이 한 명도 안 돌아오는 건
어떻게 된 거야?

 

그건...

보아하니 다들
사범 대리인 네게 정떨어진 거 아냐?

 

카, 카오루 씨!

 

도와주세요!

 

히라 쨩!

사토 군도!

어떻게 된 거야, 그 상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더는 도망 못 간다!

처죽여주지!

 

뭐 하는 사람들이죠, 당신들?

우리 옛 문하생들을 어떡할 셈이지?

시끄러!

방해하지 마!

 

대체 무슨 일이야, 이거?

설명해 줄래?

 

그게 그,

거리에서 취해서 난동 부리던
녀석들을 맞닥뜨려서...

그래요, 주변에 민폐를 끼치길래

저희가 그 녀석들을 붙잡았는데요.

그랬더니 동료들이 튀어나와서

적반하장으로 이렇게 쫓기는 몸이...

 

어디 갔냐!

이쪽이야!

 

찾았다!

 

저렇게 동료들이 많이...!

숫자가 너무 많아.

다들, 도장으로 들어가!

 

젠장!

하치스카 씨!

 

딱 좋군.

아주 좋아.

히시만구렌타이를 얕보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줘라.

 

기억났어.

녀석들, 히시만구렌타이야.

히시만구렌타이?

범죄자 예비군 같은 불량 집단이야.

정도란 걸 모르는 만큼

야쿠자보다 끈질기고 질이 나빠.

하지만 곤란한데.

하필이면 켄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에...

 

모습이 안 보인다 싶더니만,
그 녀석 어딜 간 거야?

장 보기를 부탁했거든.

쌀과 소금과 된장과 간장.

바보야.

한 번에 다 살 필요 있어?

어, 어떡하죠, 카오루 씨?

어떡하죠는 무슨.

네놈들이 뿌린 씨앗이잖아.

히라 쨩 일행에게 책임은 없어.

진짜 바보야, 너?

진심으로 이 녀석들의 이야기를
믿고 있어?

 

여기에 왔을 때부터

너희들 술 냄새 난다고.

취해서 난동 부린 건 히시만이 아니라,

아마도 너희들 쪽이겠지.

 

그 기세로 녀석들의 똘마니에게
싸움이라도 건 거 아니야?

그랬어?

 

정말 그랬어?

 

죄송합니다...

 

히시만 상대로 농성 따윈 소용없어!

썩 나와, 이 자식아!

낡아빠진 도장째로 박살내버린다!

 

목포(木砲)?

저 자식들, 뭐 저런 걸 다 갖고 있어!

 

목포,

막부 말기까지 사용되던 간이 대포.

떡갈나무 포신에서 발사되는

점토탄의 위력은

지근거리라면
일반 대포에도 뒤지지 않는다.

놀랐느냐?

이것이 히시만의 저력이라고.

어디서 검술 좀 배웠다고
까불기나 하고!

팔이 부러진 동료의 앙갚음,

단단히 해주지!

 

너희들,

술김에 한 싸움에서 검을 휘두르다

사람들 다치게 했어?

 

녀석들도 적당히를 모르는
바보들이지만,

이 녀석들은 그 이하의 쓰레기야.

애당초 옛 문하생이라면

무차별 살인 사건 때 꼬리말고
도망친 부류들이잖아, 네놈들!

이제 와서 도장으로
도망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번지수 틀려먹은 거야!

 

이제 도망 못 간다.

나와.

알아서 데려가.

이제 우리 알 바 아니야.

그, 그럴 수가...!

멍청아, 너도야.

거기 계집도 같은 죄다.

그 녀석들 숨겨줬으니까.

뭐라고?

앙갚음은 전부 내가 받을게.

 

그러니 세 사람에겐 손대지 말아 줘.

잠깐만!

뭐야, 그게!

두 사람에게 검술을 가르친 건

돌아가신 아버지와 나야.

이미 문하를 떠났다곤 해도

두 사람의 어리석은 칼의 책임은

내게도 있어.

최선을 다해 활인검을,

사람을 위하는 검을
나름 설파하고 가르쳤었지만,

정말로 나름에 불과했구나.

 

야히코,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어디서든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열심히 하렴.

 

네가 혼자서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뭐,

여자 무술가도 가끔은 나쁘지 않나.

 

웃기지 마!

 

이 묘우진 야히코를

저기 저 쓰레기 둘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마!

네 녀석 혼자 지독한 꼴 당하게 해놓고

네, 끝, 할 수 있겠냐고!

하치스카 씨!

이 꼬맹이가!

더는 용서 안 한다, 처죽여주마!

처죽인다니,

불온한 소릴 하는구려.

 

켄신!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목포까지 꺼내들 것까진 없잖소.

도가 지나친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두시게.

시끄러!

뭐냐, 네놈은!

하치스카 씨, 야단났습니다.

이 녀석은...

 

그 왜,

검객경관대를 혼자서 쳐부숴서
소문난 유랑인,

분명 이 녀석이에요!

바보야!

고작 유랑인 한 명에 뭘 쫄고 자빠졌어!

이쪽엔 이게 있잖아!

목포 준비!

 

켄신!

쏴라!

 

이 역날검의 날은

사람 이외의 것은
가차 없이 베어버리지.

 

한 번 더 말하겠다,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라.

 

알았다...

 

잘 알았다.

 

얘들아!

네, 넵!

돌아가자!

 

그렇군.

소생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런 일이 있었는가.

저기...

됐네,

자네들은 이제 돌아가시게.

그리고 여기 문하생이었단 사실은
일절 잊고,

두 번 다시 검에 손대지 마라.

 

히라 쨩.

 

어깨에 상처,

의사 선생님께 꼭 봐달라고 해.

 

문하생

 

기운 내시게나, 카오루 님.

 

이쪽이 아무리 성의껏 노력해봐도

그게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을 때도 있다오.

 

찔찔 짜지 마,

어울리지도 않게.

 

난 저렇게는 절대 안 될 거니까.

문하생,

되어주지.

 

갑자기 켄신처럼 되려 해봤자 무리니까.

일단은 너 정도로 참아주지.

 

자, 얼른 정리하고 대련하자!

 

하지만,

틀림없이 받아들여주는 자도
있을 것이외다.

 

꾸물꾸물 댈 틈 없어!

얼른 와, 카오루!

난 빨리 강해지고 싶단 말이야!

호박 타령 하더니만
이젠 이름을 막 부르네?

 

카미야캇신류,

사범 부재중.

사범 대리, 카미야 카오루.

문하생, 묘우진 야히코.

그리고 유랑인, 히무라 켄신.

메이지 11년 초봄의 이날,

자그마하지만 새로운 한 걸음을

똑똑히 새겼다.

 

알았어!

우리가 졌어!

당신, 강해!

이제 좀 봐줘!

그냥 좀 부글부글했던 것뿐이야!

말 안 해도 이제 그만할 거야.

 

너무 약하다고, 네놈들.

이 이상은 약자를 괴롭히는 게 되잖아.

 

나 참,

시시한 싸움에 껴버렸네.

 

어디에 좋은 실력자 없나.

 

다음 시간,

싸움꾼 남자 - 사가라 사노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