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

 

내게도 정령이 보이면 좋을 텐데.

 

정령?

 

가디엘.

네.

우리는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없다.

 

그건 왕가의 오랫동안 있어온
수수께끼다.

 

정령의 은혜를 받을 수 없는 이상,

반크라이프트 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네, 폐하.

 

괜찮아.

에렌 쨩은 무사히
정령성으로 돌아간 모양이야.

 

다행이야.

 

하지만,

돌아가면 설교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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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와 정령의 갈등

 

오리, 잠시 떨어져 있어주겠어?

응.

 

딸은 참가하지 않았더군.

대단히 죄송합니다.

몸이 안 좋아서.

 

뻔히 보이는 거짓말은 됐어.

유감이야,
아들들과 만나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 그리고...

 

일이 재밌게 됐더군, 그 신부.

 

네, 사우벨은 행복한 자로군요.

그렇게까지나 근사한 여성과
결혼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거 다행이군.

 

일주일 뒤에

너와 네 딸을
내 성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아들들과 만나게 해주지.

 

그럼 이만 실례하겠네.

 

기다려주십시오!

됐으니까, 비켜라!

 

아주버님...!

 

너희들은 나가있어라.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여보, 난폭한 짓은 하면 안 돼.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얼굴이군.

 

너 때문에 에렌이 왕가에
점찍혀버리게 됐단 말이다!

 

저 때문...?

맞아, 네게는
여신 바르의 단죄가 내려졌어.

 

심지어 그걸 왕가에 알려지고 말았어!

그 덕분에 얼마나 반크라이프트 가가
궁지에 몰릴지 알고 있나?

여보, 그만둬.

 

그 분노, 에렌 쨩과 날 사랑하기에
그런 거란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번엔 운이 나빴어.

반대로 그 속 검은 인간은
악운이 무척 강한거 같네.

 

에렌이 뭐라고 할지.

어머,

그 아이라면 괜찮아.

우리들의 아이잖아.

예상 밖의 일을
저질러 줄 게 틀림없어.

 

이번에도 그랬잖아?

 

저기, 당신,

타인이 저지른 죄를 위해

딸을 내놓을 용기가 있을까?

 

타인을 위해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칠 수 있겠어?

 

라, 라필리아를 제물로라니!

그렇지?

당신이라면 알 거야.

왕가는 단죄에 대해
잠자코 있어주는 대신,

우리들의 소중한 딸,
에렌 쨩을 요구해왔어.

 

대체 무슨 소리죠?

 

아리아,

당신은 여신의 혼인증에
거짓 서약을 했구나.

거짓 서약?

서명을 할 때,
사우벨과는 다른 상대를 생각했지?

 

네 손목에 새겨져 있는
그 가시나무 무늬의 자국은

여신 바르의 단죄다.

 

다, 단죄?

 

그건 신 앞에서
거짓 서약을 했다는 죄의 증표다.

 

죄...

넌 동생을
사랑하고 있지 않는 거냐?

농락한 거냐!

아, 아니에요!

시치미 떼지 마!

 

잠깐, 여보.

 

이 멍, 아직 옅어.

 

아마도 그녀가 사우벨을
사랑하고 있는 건 틀림없을 거야.

그럼 어째서지?

아리아, 당신 알고 있지?

 

이건 바르 언니로부터의 경고야.

 

한눈 팔지 말고
사우벨을 진심으로 사랑해.

이대로 당신이 바뀌지 않으면
파멸의 길로 나아가겠지.

 

이걸로 더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국은 안 보일 거야.

하지만, 당신에게만은 보이고 있어.

 

당신이 진심으로 사우벨을 사랑할 때,
그건 사라질 거야.

 

잘 들어, 이 일은 발설하지 마라.

사우벨에게도다!

 

아기엘 씨가 사라지고,

이제야 사우벨 숙부님도
행복해지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버님의 저런 얼굴,
처음 봤을지도 몰라.

 

선전포고군요, 속 검은 분.

 

좋아요.

그럼 이쪽도
적의 동향을 알아보러 가볼까요.

 

아바마마.

 

어째서 왕가는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없는 걸까요?

 

계약을 맺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지.

 

왜 그런지는
오랫동안 있어온 수수께끼다.

 

하지만...

 

어떡하면 좋지?

 

사우벨에겐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하지만...

 

형님도 말씀하셨잖아,

사우벨만을 사랑하라고.

 

그렇다면...

 

아, 네.

 

지금 갈게요.

 

괜찮아, 아리아?

응.

 

미안해,
여러분들을 기다리시게 해버려서.

걱정하지 마.

그런 것보다 네 몸은 좀 어떻지?

 

안색이 좋지 않은걸.

 

괜찮아?

응, 이제 괜찮아.

 

하지만,

조금만 더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

 

물론이지.

 

사우벨.

 

아가씨,

너무 어지르시면
어머님과 아버님께 혼나십니다.

 

괜찮아요, 빈트.

이건 적의 동향을 조사하는 거예요.

혼날 이유가 없어요.

아뇨, 혼내게 안 둘 거예요!

 

뭔가 알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면,

저희에게 물어봐주십시오.

그쪽이 더 빨리 알 수 있는 일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왕가에 걸린 정령의 저주의
일화를 아세요?

 

어떻게 아가씨께서 그걸?

왕가로부터 검은 안개가
나오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어머님께 물어보니,

그건 정령의 저주라고.

설마, 벌써 보이십니까?

 

어머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도 잘은 모르고,

아가씨께는 아직 이르지 않나 하고.

 

그렇게 말하고 있을 수도 없게 됐어요.

말했잖아요?

적의 동향을 조사하는 거라고.

적이라니 무슨 뜻일까요?

속 검은 분... 아, 아뇨,

라비스엘 폐하가
반크라이프트 가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아버님과 제게
왕성에 오라고 말했어요.

 

그 자식들...

또 질리지도 않고 뻔뻔하게...!

 

빈트!

 

아가씨, 대단히 죄송...

 

알고 있군요?

 

꼭 알아야할 필요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말씀드리지요.

 

그건...

 

200년 전의 몬스터 템페스트 때
일어났습니다.

 

당시의 왕이 시행한
몬스터 템페스트 대책이

저주를 받는 원인이 된 겁니다.

대체 뭘 한 거죠?

 

왕가는 불리한 전황을 타파하기 위해,

정령왕을 내놓으란 소릴 한 겁니다.

 

당연히 우리는 호락호락
그 말에 따를 순 없었습니다.

 

그 정도의 일로 우리 왕이 인간에게
힘을 빌려준다니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속을 태우던 왕은

금기에 손을 댄 겁니다.

 

금기?

 

에렌 쨩, 들어간다.

 

다녀왔다, 에렌.

많이 늦어져버렸구나.

 

약속을 어긴 거라면 화 안 났으니까,

이리 오렴.

 

왜 그러니, 에렌 쨩?

 

어머님,

빈트에게서 들었어.

어라, 뭐를?

 

왕가의 저주에 대해서요.

 

그래?

물어봐버렸구나.

 

에렌 쨩은 다정하니까
저주를 풀어버리는 게 아닐까 해서

자세히는 얘기 못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정령은
결코 왕가를 용서하지 않아.

그 참극을, 동포들의 비명소리를.

그건 알아줬으면 해.

 

전 하나도 다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저주의 이유도 모르고

태평스럽게 살아남아 있는 왕가를
뻔뻔하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에렌 쨩...

 

미안하다.

 

왜 아버님이 사과하세요?

 

제게도 인간의 피가 들어있어요.

할머님도 할아범도
사우벨 숙부님도 알베르토 아저씨도

반크라이프트 가의 여분분들,
다 사랑해요.

그리고 전 아버님의 아이예요.

그리고 어머님의 아이예요.

이건 제 긍지예요.

아버님이 마음앓이 할 것 없어요.

 

그것보다 왕가의 인간들이
죄의 무게를 모르고

지금도 정령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게
용서할 수 없어요.

 

역시 내 딸!

 

아버님, 섭섭해요!

왜?

 

에렌 쨩, 보고 있었지?

 

네.

속 검은 분의 선전포고군요.

당당히 맞서주죠.

 

역시 로벨의 아이야.

어머님, 섭섭해요!

그러니까 왜?

 

딸이 반항기일지도 몰라...

 

그나저나 그 뒤에 어떻게 됐나요?

아리아도 참, 스스로 사우벨에게
죄를 고백해버렸어.

 

로벨이 입막음을 했는데도.

왕 바보지?

 

그렇게 돼서,
사우벨이 피로연을 도중에 중지해버려서,

집안이 대격노의 폭풍이야.

나도 분노한 나머지

한동안은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해버렸어.

 

어머님과 로렌은
에렌을 보고 싶어했는데.

그랬군요.

사우벨 숙부님, 가엾어.

 

응.

아버님,

아리아 숙모님이 안 계실 때라면

할머님 등을 만나러 가도
상관없을까요?

 

응.

하지만 난 돌아가지 않겠단
선언을 한 체면상

조금 돌아가기 껄끄럽네.

할머님과 할아범과 사우벨 숙부님과
알베르토 아저씨를 보고 싶어요!

전 여러분들을 보고 싶어요!

가요!

내일이라도 가요!

굉장히 갑작스럽네.

네, 급한 일이에요.

 

저택에 직접 들어가면 될 텐데.

그러니까 돌아가기 껄끄럽다니까.

 

할머님!

 

에렌 쨩!

쓸쓸했단다!

 

이자벨라 님,
에렌 님이 괴로워 하십니다.

 

어머,

미안하구나, 에렌 쨩.

내가 하도 기뻐서.

 

할머님...

 

오랜만이옵니다, 에렌 님.

할아범, 보고 싶었어요!

 

드디어 이 집이 밝아지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괜찮아세요.

 

울지 마세요.

 

미안하구나.

그게 아니란다.

기쁘단다,

에렌 쨩이 있어주는 것만으로.

 

할머님...

 

부르셨을까요?

사우벨 숙부님!

 

처음 뵙겠습니다, 아리아 숙모님.

전 로벨의 딸, 에렌이라고 합니다.

 

인사에 답해야지.

 

형님, 아리아에게
뭔가 할 말씀이 있으시다고?

내가 아니다.

에렌이다.

 

무슨 얘기일까?

네, 얘기라기 보단...

경고예요.

 

에렌은 라필리아와 같은 나이지만,

보는 그대로의 어린애가 아니다.

하는 말은 무겁게 받아들여라.

 

네...

 

어머니는
사우벨 숙부님을 배려해줘서

당신 이외에겐 증표가 보이지 않는
마법을 걸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당신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아버님의 충고를 어기고

숙부님에게 얘기해버렸어요.

그, 그건...

네 어머님이
사우벨을 사랑하라고 말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밀을 만들면 안 되잖아?

말하면 사우벨 숙부님이
용서해주기라도 할거 같았나요?

 

맹세의 자리에서 다른 남자를 생각했다는
고백을 누가 용서할까요?

그건 반크라이프트 가를
모욕하고 있어요.

 

그 말대로 구나.

 

당신은 사우벨로부터
아기엘 씨의 일을 들었는데,

똑같은 짓을 하는군요.

그건 아니야!

난 새롭게 가족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아주버님 마음에 들려고 하는 건
당연하잖아!

당신은 자신의 마음이 불순했단 걸
인정하고 있어요.

그러니 바르 언니께서
단죄하신 거예요.

 

단죄를 폐하에게 눈치채여버렸어요.

 

면목 없구나.

아뇨,

사우벨 숙부님이 잘못한 게 아니에요.

 

아리아 숙모님,

정령에게 사랑받고 있는
반크라이프트 가는

왕가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예요.

그런 건 알고 있어.

영웅인 아주버님이 계시니 당연하잖아.

그것만이 아니에요!

 

왕가가 이 집안을 집요하게 노리는 건,

아버님의 간판이 아닌

무엇보다 그 힘을 필요로 하는 거예요.

 

아버님의 힘은
주변국을 억제할 수 있을 정도예요.

하지만 당신의 이기적인 행동이

이 나라에서 그 힘을 꺾는
원인이 된 거예요.

완전히 의미를 모르겠어.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야?

당신 때문에

사우벨 숙부님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걸
우려한 아버님은

본가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어요.

그게 뭐 어쨌는데?

왕가에게 있어서 필요한 전력인
아버님이

인간계에서 없어져 버리면...

그러니까 뭔데?

그 원인이 된 방해꾼을 없애버리면

다시 영웅은 돌아와줄지도 모른다,

아마도 왕가는 그렇게 생각하겠죠.

 

방해꾼만 없어지면
그걸로 충분할 거라고.

방해... 꾼...?

당신이에요, 아리아 숙모님!

 

나?

 

아기엘 씨 일이 있었는데,

왜 숙부님의 결혼식에
왕가가 찾아왔는지.

 

당신의 품평을 하기 위해서예요.

그럴 수가...

당신이 반크라이프트 가에 있어서

걸맞는가 뿐만이 아니라,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인간인지를
보고 판단하기 위해.

그런데 당신은
오히려 발목을 잡는 짓을 한 거예요.

 

싫어...

 

싫어!

 

아리아,

로벨을 한눈에 보고
사랑에 빠지는 여성은 무척 많아.

 

당신도 그 한 명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사우벨은 드디어 당신과
결혼할 수 있게 됐다며 무척 기뻐보였어.

 

난 사우벨을 사랑하고 있어!

그렇다면

목숨의 위험을 무릅써서까지

아버님께 불순한 마음을 품는 건
그만두세요.

 

잘 들으세요, 아리아 숙모님.

아버님을 빼앗으려고 하면,

저희 모녀는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슬금슬금, 그리고 확실하게,

당신을 부술 테니까요.

 

각오해주세요!

 

그래도 난...

아리아를 믿고 싶어.

 

미안했구나.

8살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만들다니.

아뇨,

전 말하지 않고선
참을 수 없었던 것뿐이에요.

쓸데없는 짓을 해서 죄송해요.

에렌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졌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로 고맙다.

 

숙부님...

 

그럼,

성으로 가야하죠, 아버님?

 

그러게...

아, 싫다, 싫어.

 

그런 거라면, 에렌 쨩에게
새로운 드레스가 필요하겠구나.

로벨, 네 것도 만들 거다.

 

로렌,

시급히 실력 좋은 여재봉사를 불러줘.

네, 바로 준비에 들어가겠습니다.

 

바빠지겠구나!

 

미안하다.

어머님께선 딸을 갖고 싶어하셨거든.

그러니 그만
힘이 들어가버리시는 거란다.

네.

그렇다면...

 

화장 담당!

모여라!

 

사우벨 숙부님도...

 

같은 꼴을 당하면 될거 같아요.

 

아버님도 불똥이 튀고 싶지 않으면
사우벨 숙부님을 구속해주세요.

알았어, 에렌.

 

용서해라, 사우벨!

 

형님?

난 딸에겐 못 이겨.

사우벨 숙부님!

 

각오해주세요!

 

어떨까?

 

수염이 없는 숙부님, 근사해요!

응.

 

저렇게 멋있어지면,

아리아 숙모도 달리 눈을 돌릴 일은
이제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사우벨을?

 

그렇구나!

명안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