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녀석을 다루는
요령이 있지

 

친구야, 오늘은
이걸로 끝이로구나

 

제대로만 했다면
토끼 두 마리는 잡았을 게야

 

빈손으로
돌아가야겠지만

 

욕심 없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하잖아

 

욕심이 없으면
실망도 없으니까

 

사냥만 한
삶의 낙도 없어

 

원초적 본능을
채워 주거든

 

숲을 누비며
사냥감을 거두고 말야

 

이제 돌아가자고
친구

 

오동통한 토끼가 프라이
되길 기다리고 있으니까

 

다리 넷과 꼬리만 달렸다면
오늘 저녁 감으로 딱 인데

 

정확히 맞긴 했구먼

 

맙소사
이 친구까지 쐈나 봐

 

이런!

 

토끼 한 마리 잡으려다가
살인자가 돼 버리다니!

 

말년이 안 좋을 거란
어머니 말씀이 맞는가 봐

 

근데 대체 이런데서
뭘 하고 있었던 게유?

 

이 근처 사람은
아닌 듯한데

 

총을 맞을 양이면
자기 동네로 가서 맞아야지

 

해리 워프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메이블 가 87번지

 

꽤 멀리까지
왔구먼

 

이 꼴이니 올해 성탄절 땐
집에 다 갔구먼

 

올해 겨울도
꽤 추울 텐데

 

형씨가 여길 떠날
입장도 아니고

 

영원히 말야

 

그렇고말고

 

와일즈 선장님?

 

부르셨나요, 부인?

 

무슨 일이죠
선장님?

 

말하자면 부득이한
사고랄 수 있죠

 

- 사람이 죽었어요
- 그렇군요

 

그런 것 같네요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요

 

혹시 이 친구
아나요?

 

아니요, 동네
사람은 아니네요

 

- 중요한 건 여기서 죽었단 거죠
- 딱하기도 해라

 

이분을 어쩌실
작정이세요, 선장님?

 

부인...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숨길 작정입니다
눈에 안 띄게요

 

없던 일처럼요

 

경찰에는 알리지
않을 건가요?

 

그래요, 여기서 절
봤다는 것도 잊어 주세요

 

제발 잊어 주세요
이건 사고였어요

 

이런 데 돌아다니니까
토끼인 줄 알고 쏜 거죠

 

실수였어요
그러니까 제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부인

 

원하는 대로 하세요

 

이와 비슷한 일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외국을 많이
돌아다니셨잖아요

 

- 더 끔찍한 일도 봤죠
- 비밀은 지켜 드릴게요

 

오리온코에
있었을 때도

 

엄청나게 덩치 큰 터키 친구가
칼을 들고 있다가...

 

선장님, 얘기보다 우선
시체부터 치우시죠

 

부인은 역시
현명하시군요

 

오늘 부인을 만나게 되서
정말 다행입니다

 

부인처럼 인정 많고
이해심 많은 분과

 

얘기하게 돼서
맘이 편해졌어요

 

저야말로요
실은...

 

선장님을 도울 수 있다니
오히려 제가 기쁜걸요

 

언제 시간 되시면 머핀이라도
대접하고 싶네요

 

커피도 함께요
블루베리 좋아하세요?

 

이거 워낙
갑작스런 일이라서

 

- 엘더베리 와인도 있답니다
- 그래요?

 

3년이나 이웃에 살면서

 

한 번도 왕래가
없었네요

 

맞습니다
말 나온 김에 그럽죠

 

- 언제 갈까요?
- 오늘 오후 어때요?

 

옷 갈아입고 배고픈
표정으로 가 뵙겠어요

 

그러세요

 

어서 가 보세요, 꾸물대다
공범으로 몰리시겠어요

 

정말 사려 깊은
분이시네요

 

- 그럼 가 볼게요!
- 가세요

 

거의 다 왔어
엄마!

 

여기야, 엄마!

 

- 진짜지, 엄마?
- 만지지 마, 아니

 

- 내 말이 맞잖아요
- 설마? 해리!

 

하나님 맙소사
해리잖아!

 

- 그분이 누군데, 엄마?
- 좋은 분이야

 

- 누군지 몰라?
- 엄마가 해리라며?

 

- 기억 안 나니?
- 왜 가만히 누워 있어?

 

자고 있는 거야

 

아주 깊고 아름다운
잠에 빠져 있어

 

머린 왜 다쳤어?

 

엉뚱한 짓을 하다가
그랬을 거야

 

- 나으실까?
- 기적이 있다면

 

집에 가자, 엄마가
레모네이드 만들어 줄게

 

나도 레모네이드 마시면
깊은 잠에 빠져?

 

아니, 레모네이드 마시면
기분 좋아질 거야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관두자, 아저씨 본 거 잊어라

 

- 어떻게 잊어버려?
- 딴 거 생각하면 돼

 

- 내일은 보러 안 올게요
- 그래, 착하다

 

빨리 가서
레모네이드나 마시자

 

시체를 어떻게 하든
별 상관 안 하겠구먼

 

표라도 판 듯
구경꾼들이 모여드는군

 

여기서 볼 게
뭐 있다고?

 

오늘처럼 재수 좋은
날도 없겠어

 

고인을 찾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숨어 있어야지

 

저러다 부 보안관까지
나타나면 어쩌나

 

투스칼루사 행
기차를 세우네

 

고향 행
기차를 세우네

 

투스칼루사 행
기차를 세우네

 

이제 방황은
그만하리

 

이제 투스칼루사로
돌아가야지

 

맘 속 연인에게
돌아가야지

 

투스칼루사로
돌아가야 해

 

고향에 남겨 둔
연인에게로!

 

가방 하나 없이

 

달랑 차표만 들고

 

하지만 내게
필요한 건

 

고향에서 날
기다리는 연인

 

너무도 정겨운
칙칙폭폭 소리

 

투스칼루사 행
기차를 세우네

 

고향 행
기차를 세우네

 

투스칼루사로
돌아가야 해

 

맘 속 연인에게
돌아가야지

 

투스칼루사로
돌아가야 해

 

고향에 둔
연인의 품으로!

 

가방 하나 없이

 

달랑 차표만 들고

 

하지만 내게
필요한 건

 

고향에서 날
기다리는 연인

 

안녕하세요
말로우 씨

 

그림을 한 점도 못 팔았군요
전부 그대로잖아요

 

차도 별로 없었고 아무래도
사이다가 더 눈에 띄나 봐요

 

사이다라! 그랬군
버려요, 다 마셔 버리든가

 

- 난 사이다 싫어해요
- 한 점도 안 팔리다니

 

유감이에요, 어디
새 그림이나 한번 봐요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이제 어떻게 먹고 살아요?

 

우리 남편도 화가 나면
그렇게 베를 치곤 했어요

 

한 번은 장이
파열되기도 했죠

 

뉴욕으로 가면
그림이 더 잘 팔릴까요?

 

사람들 왕래가
더 있다면요

 

많죠, 수백만 아니
수천만은 될걸요

 

- 그럼 그리 가세요
- 문제는 어떤 사람들인가죠

 

말해 줄까요?

 

모자들을 쓴
작은 사람들이에요

 

담배는 어떻게 팔죠?

 

나머지 반은
내일 살게요

 

아드님은 저 고물 차들을
고쳐서 뭐하는 거죠?

 

돈이 궁하니 몇 푼 받고
골동품 차 상인한테 팔죠

 

부 보안관 월급도
받잖아요?

 

부업이죠, 범인을 잡아야
돈이 나오니까요

 

말로우 씨
정말 아름답네요

 

- 심경이 복잡했어요
- 이게 무슨 그림이죠?

 

여전히 아주머닌
날카로운 비평가시군요

 

이해는 못 하지만 아름답긴 해요
로저스 부인도 그랬어요

 

- 제 얘길 하셨어요?
- 그냥...

 

꼬마와 살고 있는
예쁜 부인 맞죠?

 

딱 한 번 말로우 씨
얘길 했을 뿐이에요

 

동네 이상한 사람들
얘길 하다가요

 

- 네?
- 이방인들 말에요

 

그 부인이 못 만나 본
사람들 얘기요

 

그래서 그 예쁜 부인이
나에 대해 뭐랍디까?

 

아무 말도요

 

일 얘기나 하는 게 낫겠군요
이 물건들 좀 주세요

 

그럼 들어가서
물건 챙기죠

 

투스칼루사 철자가
어떻게 되죠?

 

샘?

 

- 캘빈 부 보안관!
- 총성 들었어요?

 

- 못 들었는데
- 난 들었어요

 

총성이 들려서는
안 되는 곳인데

 

- 어째서?
- 사냥 금지 구역이거든요

 

- 왜지?
- 제가 공고 판을 붙였으니까요

 

가끔 사냥하는 게 어때서?
심심풀이잖아

 

총은 위험한 겁니다
생물을 죽이니까요

 

여기 사람들은 대포 갖고도
화물차 못 맞출걸

 

맞는 말씀이세요
하지만 법은 법이니까

 

누가 총질했는지 찾아서
벌금을 부과해야죠

 

부업거리 생긴 건가?

 

도움 되지 않을 만한
일 있으면 알려주게

 

베이컨은 어떻게
드릴까요?

 

- 뭐라고 하셨죠?
- 베이컨 어떻게 드려요?

 

잘라 주세요

 

- 캘빈은 어디 갔어요?
- 쓸데없는 일로 나갔어요

 

날씨가 참 좋네요

 

어제도 좋았지만
별 말씀 없으셨잖아요

 

우리 애는 왜 찾아요?

 

그림들이 정말
아름다워요

 

듣자 하니 선생님
것이라더군요

 

파시지 그래요?
돈도 많이 벌 텐데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고려해 봐야겠군요

 

노래도 잘 하시더군요
직접 쓰신 건가요?

 

저한테 빌리고 싶은
거라도 있으세요?

 

기운 돋는 말은 듣기
좋잖아요, 말로우 씨?

 

-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죠?
- 작품에 써 있잖아요?

 

- 읽을 수 없어야 하는 건데
- 알아보기 힘들긴 해요

 

화가다운 사인이에요
그렇죠, 위그스 부인?

 

딴 건 몰라도 그림이
안 팔리는 건 분명하죠

 

용기의 말씀 감사합니다
그레이블리 부인

 

- 제 이름을 어떻게?
- 위기 부인이 말씀하셨거든요

 

위기라니
재미있는 애칭이네요

 

저도 위기라고
불러도 되나요?

 

외상값이나 갚아요

 

다 됐어요
베이컨이랑 콩, 양배추

 

설탕, 소금, 차
그리고 마가린

 

- 1달러 95센트에요
- 담배 반 갑도요

 

- 그럼 2달러 5센트네요
- 그렇게 많아요?

 

돈이...

 

됐어요, 그림 팔리는 대로
계산하도록 하세요

 

잠시만요...

 

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이거 어때요?

 

커피 담기엔
그만일 겁니다

 

한번 들어봐
주실래요?

 

손잡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요

 

크기가 어때요?
손잡이는요?

 

크기가 손가락에
딱 맞나요?

 

제 손가락에는요

 

- 사겠어요
- 15센트에요

 

- 차받침은요?
- 10센트

 

- 적당한 가격이네요
- 손가락 크긴 왜 재셨죠?

 

남자한테 맞는 잔을
사고 싶었거든요

 

- 어떤 신사 분을 위해서요
- 신사 분이라?

 

오늘 제 집에
신사 분이 오실 거라서요

 

- 정말이요?
- 커피와 머핀을 대접할 거예요

 

노친 네께서
인기가 대단하시군요

 

노친 네요?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손님이 사이다 사러
오신 것 같네요

 

제가 몇 살 같아요?

 

쉰쯤? 몇 살로 보인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마흔 둘이에요
출생신고서도 보여줄 수 있어요

 

그 정도로는 남자 앞에서
젊게 보일 수 없죠

 

- 무슨 말씀이신지?
- 품격을 보여줘야 해요

 

외모 속에 있는
숨은 내적 자질...

 

여사의 진정한 모습인
감각 있고 젊은 모습을요

 

나이를 초월한
사랑과 이해심을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 드릴게요
자신은 없지만요

 

뭐요?

 

- 밖에 나가봐야겠어요
- 지금 이 판국에요?

 

- 가위 어딨죠?
- 밖에요

 

머리를 잘라야겠어요

 

- 머리를요?
- 짧게요, 최신식으로

 

로맨틱한 스타일로
말입니다

 

그럼 10년은 더
젊어 보일 겁니다

 

- 리본도 파세요?
- 어딘가 있을 거예요

 

- 파우더나 립스틱은요?
- 있을 거예요

 

볼품없거나
싸구려 같지 않고

 

젊고 고귀한 품성이
드러나는 걸로요

 

가위는 제가 가져올 테니
딴 것들을 준비해 줘요

 

- 여기 있군
- 이봐요, 젊은이...

 

할 수 없지

 

그만 가 보세

 

머리야 또 자라면
되는 거니까

 

캘빈이 돌아왔나 보네요

 

- 혼자 왔나요?
- 또 차를 못 팔았나 봐요

 

이봐요, 그림 좀 그리게
비켜 주시겠소?

 

이런 식이라면 곧
전국 방송까지 되겠어

 

- 선장님이 이랬어요?
- 신고하지 말게

 

사고였어
단순한 사고

 

토끼나 비둘기인 줄
알고 쐈던 게야

 

- 누구나 당할 수 있었지
- 일을 바로 잡아야죠

 

그 방법밖엔 없겠지

 

오늘 아침 제일
처음 봤던 건

 

정신 나간 오동통한
개똥지빠귀였다네

 

상한 체리를
먹었던 게지

 

그걸 보자마자 누군가
재수 옴 붙겠구나 했어

 

내가 될 줄은
몰랐지만 말야

 

고기가 다 떨어졌길래
사냥이나 하려고 나왔는데...

 

이치에 맞게 설명하면
경찰도 이해할 겁니다

 

요즘 이치에 맞는 일이
있어야 말이지

 

사고였잖아요
신의 뜻일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한 사람의 운명에
한 몫 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몰라요

 

만약 천상에 있는
운명의 책에

 

이 남자가 죽을
운명이었다면

 

이 시간
이 장소에서요

 

그런데 한 순간
실수로

 

세상을 떠나야 할
시간을 놓쳐 버렸다면...

 

그러니까 번개에
맞아야 할 운명인데

 

번개가 칠 가능성이
없었다고 쳐요

 

근데 선장님이 나타나서
총을 쏜 거죠

 

결국 하늘의 뜻도
운명도 실현된 겁니다

 

양심에 끼리길 것 없어요
걱정 마세요

 

샘, 내겐
양심 따윈 없네

 

하늘의 벌 따윈
걱정하지도 않아

 

하늘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자네가 말했던 그런
거창한 이유도 없고

 

- 전혀 아냐
- 그럼 뭐가 걱정이죠?

 

나 때문일세
내 자신이 걱정돼

 

앞으로의
내 인생 말일세

 

경찰들이 얼마나
의심 많은 줄 잘 알거든

 

결백을 증명할 때까진
죄인 취급받는다고

 

그러니까 차라리
묻어 버리고 잊을 거야

 

알려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영원히 잠들도록 묻고
잊어버릴 거라고

 

난 이 친굴 쏜 적도 없고
자넨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시체를 목격한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요?

 

꼬마와 왔던 부인과
그레이블리 부인, 거지...

 

그린보우 박사님도
있잖아요

 

- 그들은 어쩌실 거죠?
- 아무도 시체에 관심 없었어

 

자네만 빼곤 모두
본체만체 했다고

 

그건 선장님
생각이죠

 

시체를 묻고 났는데
누군가가 궁금해 하면 어쩌죠?

 

그러니까 시간이
없단 게지

 

사고 따위로
감옥에 가긴 싫어

 

고인더러 해리라고
불렀던 부인이...

 

갑자기 사랑했단 걸
알고 찾으면요?

 

- 오히려 기뻐하던걸
- 어떤 여자였는데요?

 

무지개만큼 예뻤어
내가 젊었으면 할 정도로

 

- 아들이 있었고요?
- 맞아, 5살쯤 된 것 같았네

 

로저스 부인과
그 아들 같군요

 

그림 다 그리면 함께
시체를 묻는 거 어때?

 

얘기는 나중에
하고 말야

 

글쎄요, 사람이 죽었으면
경찰에 알려야죠

 

알았네, 새미

 

그만 두게
어서 가 봐

 

내가 죽였으니 시체는
내가 처리해야지

 

사방으로 끌고
다니시려고요?

 

최선을 다해야지
어쩔 수 없잖나

 

잘못했다간 진짜
살인죄로 기소 되요

 

솔직히 저도 의심이
가기 시작하는걸요

 

그것 보게
내가 뭐래?

 

예술가인 자네도 그런데
경찰은 어떻겠나?

 

이름과 주소가 써 있는
편지가 있다면서요?

 

그럼 편지는
집으로 보내 줘야죠

 

우편물을 역으로
운반하는 게 누군지 몰라?

 

캘빈 위그스네
부 보안관 말야

 

하긴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하죠

 

우선 로저스 부인이
해리를 얼마나 잘 아는지

 

경찰에 신고할 의도가
있는지 알아보죠

 

- 그래서 얻는 게 뭔데?
- 많죠

 

가까운 친구가 아니고
경찰에 신고 안 할 거라면

 

저도 해리 묻는 걸
도와드리겠어요

 

새미! 우린
한 배를 탄 거야

 

지금 몇 시나 됐지?

 

- 정오쯤이요
- 이런!

 

빨리 준비해야지, 그레이블리
부인과 데이트가 있거든

 

설마 선장님이요?

 

왜 이러나
나보다 못 한 남자도 많아

 

맞아요, 선장님은
역사를 만드시는 겁니다

 

만들긴 뭘
만든다고 그래

 

단순히 초대받고 커피와
머핀 먹으러 가는 게야

 

가능하면
엘더베리 와인도!

 

선장님이 그레이블리
부인 집에 초대받은

 

첫 남자라는 건
아세요?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아직도 꽤
젊고 말야

 

- 부럽네요
- 그래, 아주 젊지

 

젊은 여인이라면
즐길 권리가 있지

 

자넨 빨리 로저스 부인한테
가서 해리 일이나 알아봐

 

- 우선 시체부터 숨기죠?
- 저런!

 

그런 걸 깜박했다간
정말 교수형 당하고 말지

 

이런, 죄송하외다

 

저런 박사한테 수술 받으면
죽기 십상일 게야

 

- 빨리 숨깁시다
- 그래

 

안녕하세요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은
처음 봅니다

 

당신을
그려보고 싶군요

 

다른 용무로 오신 거
아니에요, 말로우 씨?

 

정말 아름다운 분이세요
누드화도 그리고 싶어요

 

다음에 하죠, 아니한테 줄
레모네이드 만들던 중이었어요

 

이런, 제가 곤란할 때
찾아온 것 같군요

 

제 벗은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요

 

그게 아니라

 

실은 다른 용무가 있었는데
부인을 보자마자

 

다 잊어버렸어요

 

- 중요한 얘긴 아니겠군요
- 어쩌면요

 

레모네이드 좀 드시면
생각날 지도 모르죠

 

아름다우신 데다
사려도 깊으시군요

 

- 아니!
- 안녕하세요, 말로우 아저씨!

 

그래
그건 토끼니?

 

죽은 거예요
그건 뭐에요?

 

이건 개구리란다

 

- 보렴
- 배가 고픈가 봐요

 

- 우리 바꿔요
- 네 엄마랑 개구리랑?

 

- 토끼랑요
- 좋다

 

횡재하신 거예요, 죽은 토낀
먹이 안 줘도 되니까요

 

부엌으로 가져가서
레모네이드 좀 줄게

 

토끼 발이 있었지만
죽어 버렸네

 

- 행운의 클로버가 있어야 했어
- 행운의 말굽이거나

 

근데 토끼는
어떻게 태어나요?

 

- 코끼리랑 똑같단다
- 그렇구나

 

근데 왜 전엔 우리 집에
안 놀러 오셨어요?

 

네 엄마가 저렇게
예쁘신 줄 몰랐거든

 

엄마보다 제 새총이
훨씬 예뻐요

 

- 그럼 내일 또 오마
- 그게 언젠데요?

 

- 오늘 다음 날
- 그건 어제죠, 오늘이 내일이고요

 

- 그렇구나
- 어제의 내일은 언제죠?

 

- 오늘이지
- 아, 어제구나

 

무시하세요, 그 애 시간관념은
우리랑 다르거든요

 

- 레모네이드 마실래?
- 벌써 두 잔 마셨어요

 

- 엄마한테 말했으면 줬잖니
- 몰래 먹는 게 더 재밌어

 

토끼 좀
빌려도 돼요?

 

그러렴
뭐 할 건데?

 

갖고 돌아다니다 보면
쓸 데가 있을지 몰라요

 

벌써 개구리 한 마리도
얻었잖아요

 

아니, 또
어딜 가니?

 

토끼로 또 장사해야지

 

- 저녁때까진 돌아와
- 알았어요

 

처녀 때 이름이 뭐죠?
가명이라도 말해 봐요

 

제니퍼 로저스요

 

예쁜 이름이네요

 

오솔길에 누워 있는
남자 혹시 알아요?

 

- 누구요?
- 해리요, 죽은 남자

 

아, 그 사람이요

 

제 남편이에요

 

죽은 사람이 남편?

 

레모네이드에 설탕
더 안 넣어도 돼요?

 

- 괜찮아요
- 전 시큼한 게 좋거든요

 

그럼 해리가
아니의 아버지?

 

아니요, 아니 아빤 죽었어요
해리도 죽었잖아요

 

세상 살기엔 너무
착한 사람이었어요

 

외모로 보면 그 정도로
착한 분 같진 않던데

 

착했어요
끔찍할 정도로요

 

착하다는 말 할 때
입 모양이 참 예쁘네요

 

- 레모네이드 더 드실래요?
- 나중에요

 

아니는 토끼를
어디서 주운 거죠?

 

길에서 주웠대요
와일즈 선장님이 쏜 거겠죠

 

괜찮으시다면 부인 얘길
더 듣고 싶군요

 

사실 해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 좋은 생각 있으세요?
- 박제로 만들어서

 

유리관에 넣든 말든
맘대로 하세요

 

기왕이면
젖빛 유리관에요

 

부인과 결혼한 거 말고
또 무슨 짓을 한 거죠?

 

여러 번 해리에 관해
해명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 했어요

 

조금도요

 

하지만 당신은...

 

예술가적 감각이 있으니
이해할지 모르겠네요

 

운이 좋다면요
어서 말해 보세요

 

다 털어놔요

 

오래전 사랑에 빠졌었어요
아주 푹 빠졌었죠

 

- 상대 이름은?
- 로버트요

 

서로의 가족을 돌보고
결혼하기로 약속했죠

 

- 그래서 했어요?
- 그럼요

 

그러다 로버트가
죽었어요

 

6주 동안 마음이 아파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아니를
임신했다는 걸 알았죠

 

- 놀랐겠군요
- 그때 해리가 나타났어요

 

미남이고 영웅이었던
천사 해리가요

 

- 착한 남자 해리가요
- 성이 뭐죠?

 

해리 워프에요
로버트의 형이죠

 

그도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그랬다면
차라리 좋았죠

 

동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저와 결혼한 거였어요

 

부인은 그가 당신을
사랑한 줄 알았군요?

 

아니를 위해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두 번째 첫날밤의
진실을 안 거고요

 

첫날밤이 아니라
두 번째 첫날밤에요?

 

끔찍한 진실이에요

 

해리의 진실이죠

 

- 어떻게 된 일인데요?
-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서른쯤이요

 

자초지종은 이래요

 

제일 예쁜 잠옷을 입고
호텔 방에 있었어요

 

- 이해하시겠어요?
- 그럼요

 

해리에 대해
별 감정이 없었지만

 

날 사랑한다고 믿었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어요

 

힘들었겠어요

 

보름달이 뜬 밤이었고
전 창가에 앉아 있었죠

 

잠옷이 달빛에
더욱 예뻐 보이라고요

 

당연하죠

 

당신한테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그야말로 남인데 말이에요
제 얘기 지루하지 않아요?

 

전혀요

 

- 레모네이드 더 하실래요?
- 나중에요

 

어디까지 말했었죠?

 

보름날 밤이라
창가에 앉아 있었다고요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애쓰면서요

 

제가 그런 말까지
다 했어요?

 

그래서 해리가
언제 왔어요?

 

오지 않았어요

 

- 대신 다음날 전화했더군요
- 다음날이요?

 

호텔 로비에서
잡지를 샀는데

 

- 별자리 점 기사가 있었대요
- 나빴대요?

 

기사에 의하면
해리는 황소자리인데

 

그날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말라더래요

 

- 완성할 수 없다고요
- 그래서 당신은요?

 

그 길로 엄마 집으로 갔죠
그걸로 끝이에요

 

정말 찡한
얘기군요

 

이해해 주실 줄
알았어요

 

- 아무도 몰라줬어요
- 어머니까지도요?

 

해리랑 같이 살라고
하셨어요, 전 싫었죠

 

해리도 돌아오라고 괴롭혔지만
계속 거절했고요

 

만약 해리에게
뭔가 시키고 싶어도...

 

설거지 같은 거요

 

- 별점 때문에 안 된다면 어떡해요
- 옳은 말이에요

 

나 혼자 하기 싫은
일도 있잖아요

 

그런 걸 알았다면
누구도 당신을 비난 못 해요

 

아니가 태어난 후 해리가
찾지 못 할 곳으로 왔죠

 

이름도 바꾸고요

 

그런데도 계속
찾았어요?

 

오늘 아침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더군요

 

문을 열기도 전에 그가
문 밖에 있단 걸 알았어요

 

- 뭘 원한대요?
- 저요

 

자기 아내기 때문에
절 찾아가겠다더군요

 

해리 말에 의하면
어느 날 갑자기 외로웠대요

 

당신은 어땠어요?

 

역겨웠어요, 그이 수염과
곱슬머리 봤어요?

 

네, 죽은 후에
보긴 했지만요

 

서 있다는 것만 빼곤
생전 모습이나 똑같아요

 

그가 집에 들어갔을 때
뭐라고 했죠?

 

아무 말도요, 대신 우유병으로
머릴 한 대 갈겼죠

 

갈기다니?

 

후려 쳤다고요

 

비틀거리며 숲으로 가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날 집에
데려갈 거라대요

 

소원 풀었군요

 

레모네이드
좀 더 드세요

 

선장님
정말 오셨군요

 

초대해 주셨잖아요
전 그렇게 기억하는데요

 

물론 기억하죠
그래도 다시 뵈니 놀랍네요

 

남자 마음을
돋궈 줄줄도 아시는군요

 

안 들어오시겠어요,
선장님?

 

감사합니다
고대하던 바인 걸요

 

이렇게 맛있는 블루베리
파이는 아무나 못 만들죠

 

모양을 제대로 만들기가
무척 힘들 겁니다

 

하이부쉬 블루베리를
쓰는 게 비법이에요

 

선장님이 아까 남자를
쐈던 부근에서 땄어요

 

멋진 신사의
컵이군요

 

가문 대대로 내려온
컵이랍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쓰시던 거예요

 

주무시면서 평안히
돌아 가셨겠죠

 

실은 탈곡기에 끼어서
돌아가셨어요

 

제가 심경을
불편하게 해 드렸나요?

 

아니, 전혀요

 

험한 일 당하는 데는
익숙해져 있거든요

 

죽음도 여러 번
직면해 봤고요

 

최근까지도요

 

그렇죠

 

아니, 뭘
들고 있니?

 

- 토끼요
- 토끼?

 

- 그게 뭐니?
- 죽었어요, 제 것도 아니고요

 

- 그럼 누구 건데?
- 선장님이 쏘신 거잖아요

 

오늘 잡으신 거군요
맛있는 스튜 감이네요

 

세상에, 드디어 제가
토끼를 잡았네요

 

- 어디서 찾았니?
- 블루베리 머핀에서요

 

- 뭐야?
- 숲에서 찾았어요

 

토끼 대신
머핀 하나 어떠니?

 

머핀 두 개
값은 되요

 

그만 가 봐야 돼요

 

정말 멋진
오후네요, 부인

 

그렇죠?

 

부인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선장님이야말로
정말 좋은 분인걸요

 

우리 문제부터
얘기하죠

 

해리요
대체 어쩌실 거예요?

 

저런,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밤이면 땅 속에
묻히게 될 테니까요

 

땅을 파고 해야
할 텐데... 그냥...

 

연못 속에다
버리면 안 돼요?

 

그러다 결국 물 위로
떠오를 텐데요?

 

땅에 묻히면
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

 

게다가 이번 겨울엔
연못가 얼음을 깬대요

 

얼음을 자르다가
혹시라도...

 

알았어요
선장님 말씀이 옳아요

 

땅 속이 제일
안전하겠어요

 

저 친구 꽤
편해 보이는걸

 

되도록 빨리 묻을 곳을
찾는 게 좋겠어요

 

로저스 부인에 대한
자네 말이 맞다면 그래야지

 

그럼 빨리 찾죠

 

되도록 파기 좋은 곳을
고르도록 하죠

 

파는 동안에도 들키지
않는 곳으로 말야

 

특징 있으면서도
눈에 띄는 곳으로요

 

해리가 노을을 볼 수
있게 서향으로 하고

 

- 겨울에는 따뜻하고
- 여름엔 선선한 곳

 

솔직히 해리가
쬐끔은 부럽네

 

원하시면 구덩이를
두 배로 크게 팔게요

 

말은 고맙네만
당장은 싫네

 

이곳이 좋겠는데요

 

자넨 운이 좋군
해리 워프

 

- 선장님, 외투 벗으세요
- 왜?

 

당연하죠
선장님 시체잖아요

 

난 무덤 파는 데는
별 재주가 없네만

 

사냥하기 전에
그 생각을 하셨어야죠

 

캘빈 위그스야
이제 어쩌지?

 

최대한 얘길
꾸며대세요

 

삽 그만 내려놓게
새미

 

- 왜 그러세요?
- 지쳤네

 

잘 됐군요
전 10분전에 지쳤었거든요

 

선장님이 그만두시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 보기만 해도 소름끼치는군
- 그래요?

 

이제 해리를
갖다 넣어야죠

 

부디 편히 잠들길!

 

몇 마디 하시겠어요?

 

그래, 해야지
해리, 제발 가만있어 주게

 

빨리 마무리하고
여길 뜨세

 

선장님... 부 보안관이
뭔가 찾는 것 같아요

 

해리가 여기 있었단 걸
아는 걸까요?

 

새미, 제발 그런
끔찍한 생각은 말게

 

그러다 해리가 어디 갔나
찾으면 어떡해요?

 

잔소리 말고
빨리 마무리나 해

 

앞으로 뭘 죽이실 양이면
토끼만 죽이세요

 

- 몸집 작은 걸로요
- 맞아, 내가 말 안 했나?

 

- 오늘 토끼를 잡긴 했었어
- 알고 있어요

 

제니퍼 집에 갔을 때
아니가 보여주더군요

 

제니퍼라고? 벌써
그렇게 가까워졌나?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아름다운 미망인이
될 게야

 

해리부터 묻고 나서
제니퍼 얘기 좀 하죠

 

그럴 필요 없어
그건 자네 사생활이니까

 

난 내 코가
석자야

 

- 제 작품 말인가요?
- 뭐라고?

 

그레이블리 여사요
제가 외모를 다듬어 드렸거든요

 

아름다운 여인으로
거듭나게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잔뜩 긴장해서
식료품점에 오셨더라고요

 

새 컵과 여러 가지
물건도 사시고요

 

제가 화장과 머리를
만져 드렸어요

 

설마 눈치 못
채신 건 아니겠죠

 

아주 좋은 여자지

 

- 아주 좋은 여자야
- 두 분 다 좋은 분들이죠

 

우리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걸요

 

오늘 내 기분도 그랬네
기분이 왜 이런지...

 

사랑에 빠진 건
아니고요?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
좋은 건 없지

 

모든 일에
활력을 주거든

 

엄청난 활력을 말야!

 

힘은 이제 그만
써야겠네요

 

- 잠시 쉬도록 하죠?
- 그래, 쉴 자격 있지

 

솔직히 말해 봐, 제니퍼가
내가 낸 사고에 대해 뭐라던가?

 

로저스 부인
말씀이세요?

 

지금쯤은 서로 이름 트고
지낼 거 아냐

 

어쨌든 내 총알 한 방 덕에
속박에서 벗어난 거잖아

 

한 방이요? 사냥 금지
공고판에도 하나 박혔던데

 

맞아, 공고판에도
쐈었지

 

한 방은 맥주 깡통에
한 방은 해리에게 맞았고

 

- 토끼는요?
- 그래, 한 방은...

 

왜 그러세요?

 

- 갑자기 왜 그러세요?
- 난 세 발 밖에 안 쐈단 말야

 

딱 세 발 말야, 한 발은 공고판
하난 맥주 깡통

 

또 한 방은 무덤 속에
누워 있는 해리가 맞았죠

 

그렇지가 않아
나머지 하난 토끼가 맞았어

 

내가 토끼를 쏜 거면
해리는 내가 쏜 게 아니지

 

새미, 대체 자네 때문에
이 무슨 고생이야?

 

살인자가 될 뻔
했잖아

 

가만히만 있을 겐가?
도와줘, 묻는 것도 도왔으니

 

안 죽였다 해도 이미
잘 묻힌 사람을 왜 파요?

 

제니퍼한테 잘 묻어 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에요

 

약속을 지키려면
그대로 둬야 한다고요

 

게다가 해리를 안 죽였다
해도 이미 유죄에요

 

사고로 사람 죽이고
묻었다면 몰라도

 

죽이지도 않은 시체를
묻었다고 하면 안 믿을걸요

 

시체를 발견했다고 무조건
묻으면 안 되는 거라고요

 

잘못하면
의심만 사요

 

경찰에 알리든가
사람들한테 알렸어야죠

 

자넨 뭘 몰라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진짜 사람을 죽인 건지
확인해야 한단 말야

 

복잡하군요, 처음엔
양심 따윈 버리셨다더니

 

이젠 누구보다
도덕적인 말씀을 하시네요

 

새미, 제발
도와주게

 

내가 죽였든 아니든
이젠 상관없어

 

이대로 있다간 경찰만 보면
덜덜 떨게 될 거야

 

좋아요

 

저라면 살인범임이 증명될
일 따윈 안 할 테지만

 

고맙네, 둘이서 파면
금세 팔 수 있을 거야

 

여기선 구분이 안 가는걸
들어가 봐야겠어

 

- 제가 할게요
- 그래, 시력이 더 좋을 테니까

 

저건 총알
자국이 아닌걸요

 

그래?
세상에!

 

둔탁한 연장에 맞은
상처 같아요

 

무슨 생각하는 게야
새미?

 

우리가 살인 사건에
휘말린 것 같아요

 

살인 사건이라면
누가?

 

- 누가 했을까요?
- 지금 그걸 물었잖나?

 

제니퍼 로저스를 빼고
누가 그를 죽였겠어?

 

제니퍼요?

 

그래, 설마 제니퍼가...
말도 안 돼요

 

여기서 시체를 봤을 때
놀랐다고 한걸요

 

어쨌든
머리를 쳤다며

 

마다가스카르에서 오던 길에
소방수를 태운 적 있는데

 

이틀 후 벽돌 벽에
머릴 박고 자살했었지

 

배에 벽돌 벽이
어디 있어서요?

 

늘 그게
수수께끼였네

 

제니퍼가 죽였을 리 없어요
말도 안 돼요

 

게다가, 누가 죽였든
무슨 상관이죠?

 

그냥 묻어 버리는 게
우리 모두를 위해 나아요

 

천만에, 딴 사람의 허물을
덮어 줄 생각 없어

 

그레이블리 부인이
범인이라도요?

 

뭐야?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니라고요

 

시체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선장님이 시체를
끌고 가는데도요

 

예술가들은 에티켓이란 걸
모른다니까

 

워낙 예의가 바르셔서
놀란 표정을 안 한 게야

 

내가 해리 발목을 잡고 있지
않았으면 말도 안 하셨을걸

 

그래요?

 

그 부인이...

 

'무슨 일인가요, 선장님'
이라고 말했을 때

 

단순한 인사말처럼
돌렸다고

 

'날씨 참 좋죠'하는
그런 인사말처럼 말야

 

다시 묻게
도와주실 거예요?

 

글쎄

 

그린보우 박사나 거지가
범인일 수도 있죠

 

- 아니면 제니퍼?
- 말씀드렸잖아요

 

얘기해 봐야 무슨 소용이죠
시체나 치웁시다

 

좋아, 내가 필요할 때
날 도왔으니 나도 돕지

 

마지막으로
묻어 버리자고요

 

더 이상
딴 소리 말고요

 

어서 들어오세요
부인

 

늙다리 선원의 집이라
누추하지만요

 

부인 집처럼 아름답고
화려하진 못 해도 아늑하죠

 

좀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하루 만에 이렇게 가까워
질 수 있다니 놀랍네요

 

소문처럼 부인이 딱딱한 분이
아닌 건 알았지만요

 

절대 아니죠

 

- 정말이요?
- 그럼요

 

제가 이래봬도 고상한
여인은 알아보거든요

 

해리 시체 옆에서
부인을 보자마자...

 

- 와일즈 선장님?
- 네?

 

절 잘 봐주셔서
고맙지만

 

갑자기 오후에 커피와
머핀을 대접하겠다고

 

선장님을 초대한 덴
이유가 있었어요

 

게다가 지금 이렇게
여기에 오기까지요

 

아니요, 아무것도
해명하실 것 없습니다

 

위기에 처한 절 구해
주셔서 감사할 뿐인걸요

 

말씀 감사합니다만
고백할 게 있어요

 

아니요
아무 말씀 마세요

 

제가 시체를 옮기고
있는 걸 보시고도

 

너무도 덤덤하게
모른 척 해주신걸요

 

- 선장님!
- 네?

 

제가 커피와 머핀을
대접한 이유가 있었어요

 

그건...

 

- 제가 측은해서요?
- 고마워서였어요

 

고마워해야 할 건
바로 저인걸요

 

아니요, 제가 고맙죠
정말이에요

 

제 시체를
묻어 주셨으니까요

 

부인의 시체요?

 

선장님께서 죽였다고
생각하시는 해리를...

 

제가 신고 있던 등산화로
머리를 쳤거든요

 

부인이요?

 

신발 끝에 쐐기
모양까지 있었어요

 

대체 왜죠?

 

절 덮쳤어요

 

집에 가던 길이었는데
그자가...

 

이상한 눈초리로
절 따라 왔어요

 

그러면서...

 

- 우리가 결혼했다는 거예요
- 아는 사이였군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생전 처음 본 남자였어요

 

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랑은
결혼하지 않을 테고요

 

다른 사람과
혼돈했나 보군요

 

게다가 절 덤불로
끌고 들어갔어요

 

- 그래서요?
- 다시 뛰쳐나왔죠

 

계속하세요

 

그자가 다시
날 당겼고

 

두 번씩이나!

 

제게 욕을 해댔어요
끔찍한 욕설로요

 

- 물론 못 알아들었지만요
- 그러시겠죠

 

- 우린 싸웠어요
- 그리고요?

 

제가 이겼죠, 싸우다가
신발을 벗어서 후려쳤어요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힘껏 이요

 

부인이 죽인 거군요

 

그런 것 같아요
절 괴롭혔어요

 

- 너무 심하게요
- 그랬겠죠

 

지금까지 그렇게
화난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제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는 줄 몰랐고요

 

결국...

 

로저스 부인한테 맞고
또 부인한테 맞은 거군요

 

로저스 부인이
왜 그를 쳤죠?

 

그 사람
아내였거든요

 

가엾기도 해라, 어쩌다
그런 사람과 결혼했누

 

저기요, 선장님

 

그 자리에서 도망칠 땐
비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선장님을
만났고, 그래서...

 

선장님이 쏜 걸로 하면
간단하겠다 싶었어요

 

- 제발 용서해 주세요
-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장님께
아직도 빚진 느낌이에요

 

천만에요
잊어버리세요

 

그럴 수는 없죠
선장님께도 누가 되고요

 

죽이지도 않은 사람
시체를 묻게 만들었으니

 

저 때문에 죄의식에
시달리실 거예요

 

오히려 제가
영광인걸요

 

그럼 안 되죠

 

이제 보니 해리란 자는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럼 제 행동도
정당화 될 수 있어요

 

그러니 경찰에 알리지
못 할 이유가 없죠

 

- 경찰이라니요?
- 모든 게 밝혀질 거예요

 

부 보안관이나 경찰도

 

일단 해명을 들으면
별 소란 안 피울 거예요

 

신문에는 기사조차
안 날 거고요

 

모르세요? 이런 얘기엔
신문들이 환장을 해요

 

살인과 치정...

 

해리는 지금 그대로
잊어버리세요

 

새미와 저, 로저스 부인도
그냥 잊기로 했거든요

 

하지만 선장님의
시체가 아닌걸요

 

제가 죽였으니, 어떻게 하든
권리는 제게 있어요

 

- 하지만...
- 안 그런가요?

 

- 그야 뭐...
- 동의해 주실 줄 알았어요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 삽 좀 가져다주세요
- 하지만...!

 

해리를 일단 파내고 나서
저희 집으로 가요

 

제가 맛있는 코코아
만들어 드릴게요

 

애가 너무 피곤해서
하루 반은 그냥 잘 거예요

 

집이 참 예쁘네요

 

로버트의 보험금으로
산 집이에요

 

- 설탕 넣어요?
- 아니, 블랙이요

 

이상하게도...

 

당신과 있으면
정말 편해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좋은 감정이죠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과
편하게 느낀다면요

 

한 가지 꺼림칙한
게 있어요

 

말만 해요
처리할 게요

 

- 해리 때문이에요, 어쩔 거죠?
- 걱정 말아요

 

이젠 땅의 일부로
영원히 잠들었으니까

 

맹세해요, 해리는
이제 잊어도 돼요

 

누군지 몰라도
들어오세요

 

무슨 일이에요?

 

자네한테
할 말 있네

 

아니요
제가 할게요

 

무슨 말씀인데요?

 

해리는 제가 하이킹 신발
굽으로 쳐서 죽였어요

 

부인이셨군요

 

지금 부 보안관에게
가는 길이었어요

 

- 주 경찰에도 알리게요
- 소용없대도 고집이셔

 

맞아요
이미 묻혔잖아요

 

자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또 파신 건
아니겠죠?

 

그게 난...

 

제가 파자고
했어요

 

- 정말 괜찮겠어요?
- 걱정할 거 없어요

 

모두 제
책임이니까요

 

선장님께 모든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숨길 게
없다는 걸 알았죠

 

해리에 대해
다 아세요?

 

불행히도 그래요

 

누가 정신병자와
숙녀를 가십 삼겠어요?

 

또 모르죠

 

살인 사건이란 게
어떤 건지 모르실 겁니다

 

몇 시간이나 계속되는
심문에, 사진에

 

사생활은 신문에
온통 다 폭로되고요

 

제 사생활이 부적절할
거란 뜻인가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몰래 훔쳐본단 뜻이에요

 

사람 미치도록
따라 다니거든요

 

신문기자에, 사진 기자에
경찰까지요

 

전 결심했어요

 

단호하다니까

 

선장님이 설득하셔서

 

여기 와서 제 계획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어쨌든 로저스 부인이
고인과 가장 가까우니까요

 

부인 생각은
어때요?

 

해리 때문에 왜 그리
소란인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매장된 건데
뭐 하러 파내신 건지

 

하지만 파내셨다니
부인 생각대로 하세요

 

솔직히 전 상관없어요
해리를 되살리지만 않으면요

 

드디어 자유군요

 

당연히 자유죠
저한텐 이미 과거의 일인걸요

 

잠깐만요, 제니퍼

 

한 가지 잊은 게 있어요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
당신 결혼 생활도 알려질 텐데?

 

- 그 생각을 못 했군요
- 해리 시체는 어딨죠?

 

커다란
떡갈나무 밑에

 

- 삽을 가져오죠
- 제가 또 일을 만들었군요

 

- 죄송합니다
- 괜찮아요, 천만에요

 

그럼 모두
함께 가요

 

한 번도 장례식을
직접 본 적 없었는데

 

난 있어요

 

이게 세 번째라오

 

그것도 하루에!

 

빨리 끝내자고요

 

그래야지

 

위에 시멘트를
부울까 봐

 

봄에 블루베리 나무를
심어 좋을 게요

 

딴 건 안 되나?
라일락 같은 거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게 좋겠어요

 

- 한마디 하는 거 어때?
- 할 말이 없어요

 

- 팔도 아프고요
- 기도하기엔 너무 늦었어요

 

게다가 영혼은 벌써
저승으로 갔을 거예요

 

안녕, 해리
당신을 용서할게요

 

- 해리를 위한 트럼펫 소린가
- 모르는 말씀 마세요

 

달빛 아래 당신의
지금 모습을 그리고 싶소

 

마을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소린걸

 

저건 분명
유령 역마차 소리에요

 

200년마다
이곳을 지난대요

 

- 유령 역마차요?
- 언덕을 가로지르는 도로에요

 

이런 밤에 순찰 돌려면
무척 힘들겠군

 

누군가 뛰어
오고 있어요

 

- 말인가?
- 말이 소리도 지르나 보죠?

 

- 뭐라는 거지?
- 이쪽으로 오면 알게 되겠죠

 

- 말로우 씨!
- 위기 아주머니시네요

 

말로우 씨!

 

말로우 씨!

 

-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 그분이...

 

- 천천히 말씀하세요
- 그분이 백만장자였어요!

 

- 누가요?
- 말로우 씨 그림을 사겠대요

 

- 어떤 거요?
- 전부 다요

 

천재적인 그림이래요

 

맞는 말이지만 내 그림을
사겠다니 믿기 어렵군요

 

거절하더라도
얘기부터 해 봐야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알았어요
얘기나 해보죠

 

- 사사프러스 뿌리를 캤어요
- 사사프러스 차가 건강에 좋대요

 

그 차가 관절염에 좋다고
남편이 생전에 그랬어요

 

그 백만장자가
대체 얼마나 내겠대요?

 

폭풍우 그림 같은 건
7달러 달라고 했어요

 

- 그랬더니요?
- 값으로도 못 따진다더군요

 

그게? 유치원생이
그린 그림 같던데

 

세상의 탄생을
상징하는 거라고요

 

나도 유치원 때
세상이란 걸 알게 됐다네

 

이 친구는 현대 미술관의
미술 비평가요

 

죄송하지만 전 미술 평론가들
말 따윈 안 믿어요

 

- 그러신가요?
- 제 그림이 좋단 건 압니다

 

제게는 그림을 사실
선생의 생각이 더 중요해요

 

당신 작품은 천재적이에요
그래서 다 사고 싶군요

 

- 유감이군요
- 왜죠?

 

팔 수가 없거든요
값을 못 치르실 테니까

 

돈...!

 

새미, 바보같이 굴지 말고
한껏 받아 내게

 

그래요
현실적으로 생각하세요

 

- 비현실적인 가격이라도 치르죠
- 어때요?

 

당신 작품이니까
맘대로 하세요

 

좋아요, 세상에서
뭐가 제일 좋죠?

 

글쎄요
딸기 같아요

 

딸기 적으세요

 

1년 내내 매달
신선한 딸기 두 상자요

 

지금 이 순간부터요

 

간단하군요
딴 건요?

 

아니는 뭘 좋아하죠?

 

화학 실험 세트요

 

- 어떤 종류요?
- 냄새가 지독한 거요

 

- 들으셨죠?
- 네

 

냄새 지독한
화학 실험 세트

 

위기 아주머닌
뭘 갖고 싶으세요?

 

현금 동록기요
크롬 표면에 종 달린 걸로

 

- 놓을 곳은 있고요?
- 만들면 되지

 

- 현금 동록기래요
- 크롬 표면에 종 달린 걸로요

 

알겠소

 

그레이블리 여사님
완벽하게 갖춰진 미장원 어때요?

 

그건 뭐하게?

 

진작 담았어야 할 걸
못 담은 희망의 상자요

 

희망의 상자!

 

선장님은요?

 

산탄총
총알도 충분히!

 

승마 바지와 셔츠
사냥용 모자, 갈색으로!

 

데이비 크로켓이면
되겠구먼

 

그 정도면
대충 됐네요

 

- 이제 그림은 그쪽 거요
- 선생은 없소?

 

맞아요
뭔가 받긴 해야죠

 

글쎄요

 

그거다

 

뭔데요?

 

실례할게요

 

가능할까요?

 

그 정도는 쉽게
마련할 수 있소

 

그럼 거래는
된 거군요

 

내일 아침에 작품들을
가지러 오겠소

 

말로우 씨

 

오늘 이 밤을 평생
잊지 못하게 될 겝니다

 

또 오세요, 다음 달이면
작품이 더 있을 테니까

 

저야말로 선생의
단골이 되서 기쁩니다

 

그림 값을 올린다고
해도 말입니다

 

-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그럼 이만!

 

축하하네, 새미
잘 했어

 

- 제가 제대로 한 건가요?
- 정말 잘하셨어요

 

다행이군요

 

내겐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중요하거든

 

왜요?

 

당신을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으니까

 

-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요?
- 왜 안 되나요?

 

전 오늘에야 겨우
자유를 얻었단 말에요

 

쉽게 얻은 건
쉽게 잃는 거죠

 

게다가 나와 결혼해도
당신은 자유로울 수 있어요

 

굉장히 특이한
분이시네요

 

난 자유를 존중해요
아니, 사랑해요

 

세상에서 우리만큼
자유로운 부부도 없을걸요

 

너무 갑작스럽네요

 

생각해볼
시간을 주세요

 

좋아요, 대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만이요

 

- 이 밤중에 웬일들이죠?
- 멋진 일이 있었단다

 

말로우 씨가 백만장자한테
그림을 다 파셨어

 

- 아침까지만 해도...
- 돈 받았소?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

 

자리만 차지했지
정말 쓸모없다니까

 

근처에 돌아다니는 거지가
이걸 신었더라고요

 

시체에 신겨 있던 걸
벗겼다던데

 

시체가 있었다는
곳으로 가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몬트릴리어 2000
대줘요

 

그건 주 경찰
번호잖니

 

그만 가보는 게
좋겠네요

 

새 현금 등록기
정말 고마워요

 

천만에요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가세요

 

- 가 볼게요
- 가세요

 

가세요, 선장님

 

부 보안관
캘빈 위그스입니다

 

기다리죠

 

어머니?

 

왜?

 

- 바닥에 있는 그림이요
- 새 거야

 

오늘 그렸나 본데
파는 건 아냐

 

- 왜요?
- 직접 물어보렴

 

제니퍼 로저스 집에
가면서 좋고 갔나 봐

 

집에 들를 시간이
없었던 거지

 

갑자기 그림에
관심이 생긴 거니?

 

아뇨

 

그냥 저
그림이 왠지...

 

안녕하세요, 경사님

 

캘빈 위그스입니다

 

경사님이 관심 가질
만한 일이 생겼어요

 

신발을 훔쳐 신은
거지를 잡았는데

 

변사체에서 신발을
훔쳤다지 뭡니까

 

부 보안관이 해리의
신발을 들고 나타났어

 

주 경찰에 전화까지
괜찮을까?

 

모르겠어요, 아직 우리와
연관 짓진 못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날 보는
눈초리가 심상찮아

 

뭘 눈치 챘다면 우릴
거기 잡아 뒀을 겁니다

 

하지만 현대 경찰은
심리 파악을 아주 잘해

 

사람 진을
홀딱 빼놔서

 

나중엔 빨리 가스실에
갔으면 하게 만든대

 

신이 발에 맞으면
그냥 신으라고 했을걸요

 

모르겠네

 

- 결정했어요
- 뭘요?

 

결혼하겠어요, 당신이
청혼한 걸 잊지 않았다면요

 

나도 당신이 좋아요
그리고...

 

아니에게도 좋은 아빠가
돼 줄 것 같아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말하지 않겠어요

 

추운 겨울에는 역시
짝이 있어야 따뜻하지

 

하지만 지금은 서로
입을 맞춰야 해

 

주 경찰이 왔을
때를 대비해야지

 

솔직히 청혼했던 걸
거의 잊고 있었어

 

- 증인도 있는 걸요
- 이젠 기억해요

 

좋아요, 이제부터
난 당신 남편이요

 

그걸 증명하려면
입을 맞춰야겠지

 

살짝만 해 주세요
전 금세 흥분하거든요

 

정말 아름답네요

 

샘, 아까 백만장자에게
뭘 부탁했어요?

 

굉장히 현실적이네요

 

- 축하해요
- 자넨 행운아야, 새미

 

- 두 사람은 행복할 거야
- 감사합니다

 

해리를 묻을 때 내가
너무 투덜댔다면 용서하게

 

이런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랬나 봐

 

- 내가 또 도울 일 있으면...
- 아니, 잠깐만요

 

왜 그래요
샘?

 

해리와의 일이
끝난 게 아니에요

 

벌써 3번이나 묻었는데
뭐가 더 남았겠어요

 

우리가 결혼하려면
당신의 자유가 입증돼야 해

 

그걸 입증하려면
해리가 죽었단 걸...

 

입증해야 하고요

 

정말 복잡하네요

 

복잡할 거 없어요

 

왜 날 그렇게
쳐다보죠? 설마...?

 

새미, 뭐든 돕겠네만
제발 그것만은!

 

해리를 또
파라고는 말게!

 

힘내세요, 선장님
그럴 순 없어요

 

- 소문이 걱정이라면...
- 그게 아니에요

 

샘 같은 남자라면
뭐든 참을 수 있어요

 

문제는 그레이블리
부인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든
살인은 살인이니까요

 

아무래도 부인에게
해가 될 뿐이죠

 

맞아요, 그러니까
묻힌 채로 둬야 해

 

7년만 있으면
사망으로 가정되니까

 

- 7년이면 전 할아범 되요
- 바보 같은 소리!

 

우린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 만났잖아요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그래도 해리를
파내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이 뭐라던
상관없어요

 

나 같은 여잘 건들다니
그잔 미친 게 분명하잖아요

 

- 부인이 어때서요?
- 그래요?

 

어쨌든...

 

내가 파리다
부 보안관 캘빈 위그스가

 

주 경찰들 몰고 오기
전에 하는 게 좋겠지

 

생각해 봤는데

 

그냥 모두 없었던
일로 하는 거예요

 

해리가 절 찾아왔다가
잔뜩 화가 나서 떠났고

 

그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엉뚱한 사람이
죄를 쓸지 몰라

 

나 같은 이유도
없는데 말야

 

대체 누가요?

 

우리 중에 두 사람은
의심을 받게 될걸요

 

우선 부인이었던 제니퍼고
다음은 샘이죠

 

저요? 제가 왜 만난 적도
없는 해리를 죽여요?

 

그래도 살인 동기는
될 수 있어요

 

- 저 때문이에요
- 맞아요

 

전 해리가 죽은 후에야
제니퍼를 사랑하게 된걸요

 

경찰이
믿어 줄까요

 

부인 말이 맞아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겠군요

 

진작 신고하지 않았던
이유를 말해야 할 텐데

 

게다가 몸이 더럽혀진
이유도 설명해야 하고

 

씻기면 되죠, 뭐

 

끔찍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안 그럼 그레이블리
부인의 자백이 소용없어져요

 

늦게 신고한 것도
제가 너무 당황해서

 

집에 돌아가서 좀
쉬었다고 둘러대면 되요

 

- 당연히 당황하죠
- 너무 오래 쉬었다 생각할 텐데

 

이러고 밤새도록
얘기만 할 거예요?

 

빨리 해리를 씻길
곳을 찾자고요

 

빨리 숨어요

 

사랑은 어떤 시간도
대신할 수 없으며

 

죽음의 순간까지도
견디게 하리니

 

그렇지 못 하다면

 

다신 글을 쓰지도
인간이 사랑하지도 않으리

 

약간의 사고가
있었던 것 같아요, 박사님

 

그런 것 같군요

 

누가 발견한 거죠?

 

- 그게...
- 제 전 남편이에요

 

로저스 부인
남편이 있는 줄 몰랐네요

 

괜찮아요, 사람은
언젠가 죽으니까요

 

- 어떻게 된 겁니까?
- 그게...

 

모르겠어요, 사인을
말해 주실 수 있나요?

 

너무 어두워서
짐작밖에 못 하겠소만

 

그럼 시신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겨 두죠

 

좋아요, 진찰 가방부터 갖고 오죠
어디로 갈까요?

 

저희 집으로
데려 갈게요

 

마지막으로 집을
찾게 되겠군

 

당연히 마지막이
돼야죠

 

빨리 하세, 한 번쯤은
나를 힘이 남아 있어

 

외투는 제가
챙길게요

 

멜빵은
제가 하죠

 

아무래도 셔츠는
다리미로 말려야겠어요

 

이상하지 않아요?

 

해리를 몇 년씩이나 거부했는데
지금 그의 옷을 빨고 있어요

 

저길 봐!

 

놀랄 거 없어요
선장님

 

옷장 문이 열린
것뿐이니까

 

해리인 줄 알았어요

 

진정하세요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요

 

내가 신발로 쳐서 난
머리의 상처는 어쩌죠?

 

반창고를 붙여
놓을 게요

 

죽기 전에 치료받았다고
생각하게요

 

셔츠만 준비되면
다 된 거네요

 

- 설마 저거...
- 캘빈 위그스의 차에요

 

잠깐만요

 

부 보안관님
어쩐 일이세요

 

- 샘 여기 있나요?
- 네, 계세요

 

잠깐 볼 수
있을까요?

 

- 샘?
- 왜요?

 

- 부 보안관님이 찾아 오셨어요
- 나간다고 해줘요

 

- 기다리세요
- 제가 들어가죠

 

어서 오시게

 

안녕하세요, 선장님
그레이블리 부인도 계셨군요

 

카드 하고
있던 중이네

 

이 패가 아닌데...
자네도 브리지 하나?

 

-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 그럴 줄 알았네

 

무슨 일이지?

 

- 오늘 어디 계셨죠?
- 평소처럼 일했지

 

맨스필드 매도우
근처에서요?

 

그럴 수도 있지
스케치를 많이 했으니까

 

혹시...

 

거기서 이걸
그렸나요?

 

자네 어머니께
맡기고 온 그림인데

 

왜 그걸 들고 다니지?
그러다 찢기면 어쩌려고

 

귀중한 작품이 상하면
팔 수 없게 돼

 

그럼 제가 블루베리
한 상자를 매달 보내 드리죠

 

제가 알고 싶은 건 이걸
어디서 그렸고 누구냔 겁니다

 

우선 그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작품이네

 

파스텔로 그린 거지
그리고 그 모델은...

 

- 갑자기 떠오른 얼굴이고
- 말도 안 돼요

 

진짜 수사관처럼
말하네?

 

제가 잡았던 거지가 신발을
사체에서 벗겨 신었다고 했었죠?

 

근데 그자가 말한 변사체와
이 그림 얼굴이 같아요

 

잔뜩 술에 취한 거지가
뭘 제대로 봤겠어요

 

그런 사람 말은
믿을 게 못 되죠

 

학교에다
잡아 두고

 

- 이 그림을 보여줬소
- 작품이요

 

어쨌든 이 작품을
보여줬는데

 

너무 똑같다며
정신까지 잃을 뻔했소

 

어디서 그린 거요
샘?

 

내 잠재의식에서
끌어낸 거네

 

미안하지만 당신 말을
믿을 수 없군요

 

너무 시끄러워서
게임할 기분 다 망쳤네

 

미안합니다만, 난 그만
집에 가 봐야겠어요

 

모두 내일 봅시다

 

날 못 믿겠다니
무슨 뜻이지?

 

솔직히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시체 얼굴은 보면 알아요
바로 이렇죠

 

미술이라는 게
사실 별게 아니거든

 

이건 잠든 남자의
초상화일세

 

세상사 모든 것을 잊고
편히 잠든 얼굴이지

 

추억과 충동을
함께 품고 있다가

 

심원한 감정의 그림자를
표출하고 있지

 

그 모든 것이
바로...

 

내 손가락에 의해
작품으로 표출된 거지

 

- 왜 이래요, 샘
- 모델은 필요 없네

 

잠든 남자의 얼굴을
그렸다기보다

 

완전히 다른 걸 예술적
감각으로 표현할 수 있거든

 

내 잠재의식 속의 얼굴은
이 세상을 덮을 만큼 많아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가
무궁무진하기도 하고

 

따라서 수많은 얼굴을
만들어 낼 수 있지

 

눈썹을 약간
올리거나

 

볼을 좀 더
부풀리거나

 

입술에 표현을
좀 더 가미하거나

 

보라고

 

- 무슨 짓을 한 건지 아세요?
- 물론!

 

부 보안관이 내 예술을
잘못 해석했단 걸 보여준 거지

 

사건 단서를 손상
시킨 겁니다

 

아직도 내 말을
이해 못 하는군

 

날 놀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요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단 증거는 또 있어요

 

꼭 밝혀내고야
말 겁니다

 

안녕히 가세요

 

저 아찌가 왜 우리
욕조에 누워 있어요?

 

개구리니까 그렇지

 

그만 자야지, 아니
아침에 주 경찰이 올 거요

 

다시 얘기해야 하니까
어디 가지 말아요

 

- 어서 자라니까
- 내 화실로 오게

 

어디 가지 마세요

 

어딨소?

 

욕실에요
개구리와 놀고 있죠

 

이쪽입니다
박사님

 

아니가 좀 아파서요

 

누가 남의 차를
건드리는 거야

 

왜 남의 차 경적을
함부로 울려 대요?

 

세상은 모르는
일이야

 

그레이블리 부인과 나도
언제 차를 사게 될런지

 

이 차를 잘 살펴보니
정말 좋은 차더군

 

그러니까
만지지 마세요

 

미래의 고객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지

 

미래의 고객은 무슨?
살 형편도 못 되면서

 

갔어요

 

꼬맹이는... 아니는
침대에 눕혔어요

 

- 의사는 뭐래요?
- 나가라더군

 

날 보는 눈빛이 이상했어요
뭔가 고민하는 듯했소

 

선장님, 이젠 겁
안 나나 보죠?

 

겁나다니?

 

그래서 나갔던 게
아니야

 

난 쉽게 겁먹는
사람이 아니라고

 

은 세상을 두루두루
돌아다녔는걸

 

온갖 해괴한 항구와
거친 사내들을 봤지

 

그레이블리 여사
만약...

 

내가...

 

통통 보트 선장에
불과하다면

 

그것도 이스트 강만
뱅글뱅글...

 

평생 바다에는 나가 보지도
못 했다면 어떻겠소?

 

글쎄요
선장님은...

 

지금까지 이스트 강에서 본
통통배 선장 중...

 

최고 미남이세요

 

과찬의 말씀이시네요

 

다돌 뭐 하나
구경할래요?

 

- 선장님!
- 그걸 어디서?

 

부 보안관 캘빈의
차에서 가져왔지

 

샘이 단서인 그림을
해치우는 걸 보고

 

나머지 단서인 신발은
내가 맡기로 결심했네

 

멋쟁이 통통배 선장님께
뽀뽀해 드릴게요

 

대체 시신을 왜
욕조에 넣은 겁니까?

 

사인이 뭡니까?

 

심장이요
심장 마비죠

 

- 심장이요?
- 심장마비!

 

아무래도 필리핀으로
이사 가야겠군

 

- 맙소사, 자연사라니
- 당연하죠

 

근데 왜 시신을 반나체
상태로 욕조에 넣었습니까?

 

부 보안관이
못 보게 하려고요

 

땅에서 파냈기 때문에
무척 더럽기도 했고요

 

파내다니요?

 

설명을
해 드릴게요

 

해리는 오늘 하루 종일
묻혔다 파였다 했어요

 

뭐요?

 

결국 일이
너무 복잡해져서

 

그냥 해리를 파내 씻겨
원래 자리에 두기로 했죠

 

대체 뭐가
복잡하단 거죠?

 

그러니까...

 

와일즈 선장님은 자신이
해리를 쐈다고 생각했거든요

 

머리에 상처를 보고요
근데 그건 선장님이 아니라

 

그레이블리 여사를
덮쳤을 때 난 상처였죠

 

선장님이
그레이블리 여사님을요?

 

아니요, 해리가요

 

전 줄 알고 여사님을
숲으로 끌고 갔거든요

 

저한테 우유병으로 한 방
맞은 상태라 착각한 거죠

 

선장님과 샘이 해리를
처음 묻었어요

 

선장님이 무척
겁을 먹으셨었어요

 

근데 선장님 총에 맞은 게
아니라 다시 시신을 파냈죠

 

그런데 그레이블리 여사가
신발로 쳐서 죽은 줄 알고

 

- 신발이요?
- 그래서 선장님이...

 

다시 해리를
파묻은 거예요

 

그러다 다시 파고
이유는 생각 안 나는데

 

어쨌든 샘과 제가 결혼하고
싶기 때문에 또 꺼낸 거죠

 

- 근데 부인은 왜...?
- 머릴 쳤냐고요?

 

죄송합니다만
그건 제 사생활이라서요

 

어쨌든 시간도 늦었고
이 일은 모른 척해 주세요

 

내일 아침 해리는 말쑥하게 해서
제자리에 좋을 테니까요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럼 지금까지 복잡한
일에서 모두 벗어나고요

 

묻었다 팠다
맙소사!

 

25년 의사 생활 중
이런 끔찍한 얘긴 처음이요

 

좀 이상한 분
같지 않아요?

 

어쨌든 해리 옷부터
입혀야 하잖아요?

 

맞아요

 

다시 아니가 시신을
발견하게 하는 게 어때요?

 

그리고 내게 말하면
전 부 보안관에게 전화하고요

 

맞아요, 아니는 어차피
시간 개념이 이상하니까

 

- 내일 시신을 발견하는 거죠
- 그러니까 오늘이요

 

아니에게 내일은
어제거든요

 

어서 해리를 준비시키죠
어서요, 선장님

 

저기 와요

 

아니, 빨리 엄마한테
가서 얘기해

 

만지진 말고

 

아니, 어서 빨리 엄마한테
가서 얘기를 하렴

 

뛰어, 꼬맹아!

 

그게 아니라
어서 가렴, 아들아

 

어쩜 아직 선장님
성함도 모르고 있네요

 

엘버트에요
부인은?

 

아이비에요
갑시다, 엘버트

 

잠깐만요
샘한테 물어볼 게 있어요

 

그 백만장자한테
대체 뭘 달라고 했나?

 

뭐였대요?

 

더블 침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