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이번 일, 밀정으로서
대단히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콜로세움 건이라면 신경 안 써도 돼.

가르다가 난입해오다니
누가 그걸 예상했겠어?

여기는 킴벌리야.

그 누구도 위험과 엮이지 않고
넘어갈 순 없어.

바로 그렇기에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당신께서 마땅한 때에

하셔야 할 일을
확실히 해내실 수도 있도록.

 

그래, 해내야지.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아침밥이야.

 

먹어 보자!

맛있어!

 

그나저나 너도 참 열심인걸,

아침과 방과 후
거르지 않고 다니다니.

그렇다곤 해도
이 트롤이 네 열의에 부응해 줄 거라곤

솔직히...

 

먹어줬어?

어때, 맛있어?

 

정말이지,

넌 대단한걸, 알토 군.

 

겹쳐지는 그림자

찰나에 피어난 우의

인과의 하늘의 저편에

바치는 검의 꽃을

과오를 넘어 어디로 가나

공허에 안긴 채

마음 속 깊은 곳에 둥지를 튼

마물들이 눈을 뜨네

 

악에겐 복수의 칼날을――

선에겐 구원의 죽음을――

더럽혀진 나의 손은

어느 쪽을 벨 것인가

맞서 싸워라

용맹하게 맞서 싸워라

목숨 따윈 내줘버려라

달려드는 승리(시작)를 향해

공격의 한 수를

 

이제 가름과 워그의 창자를
구분 못하는 녀석은 없겠지?

오늘은 끝이다, 해산!

 

좋았어, 밥이다, 밥.

 

저 수업 다음에 점심이야?

기분은 이해해, 피트.

나도 본가에서
가축을 도축하고 하긴 했는데,

오늘 건 제법 빡셌어.

 

녀석들, 상당히 얌전해졌네.

응,

적어도 대놓고는
카티에게 짓궂은 짓 안 하게 됐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낙관해도 될지는 의문이야.

즉, 어젯밤의 그건
아인종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보수파에 대한 공격이겠지.

어쩌면...

카티가 대상이 됐던 트롤 폭주 사건,

그 건에 대한 인권파로부터의
보복일지도 모른다,

그런 얘기죠, 올리버?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물론 네가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은 안 해.

다만 항쟁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단 거야.

항쟁이라니...

가능성의 이야기예요, 카티.

하다못해,

가르다 사건의 범인이 명백해지면
후련해질 텐데.

그치?

선생님들 빨리 알아내주지 않으시려나.

아니, 학교는 움직이지 않을 거야.

 

왜지?

이번 건 어디까지나
미궁 안에서 생긴 일이니까.

학생들끼리가
아주 조금 요란하게 맞붙었다,

그 정도로 인식할 뿐일 거야.

죽는 사람이 나왔으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그 정도는 일상다반사란 거군요.

일상다반사?

그게?

새삼 느끼는 건데
무시무시한 학교에 들어와버렸네.

네.

하지만 이번 일만 놓고 보면

나나오는 커다란 걸 얻은 모양이에요.

 

있잖아,

어땠어, 가르다랑 붙어보니?

그 칼로 막 싸운 거야?

어떻게?

다음에 밥 같이 안 먹을래?

 

이거 곤란하구려.

어디서부터 대답해야 할지...

 

하룻밤 사이에 대인기인가.

지조도 없는 녀석들이네.

 

왜 그래, 카티?

저렇게 되는 건 당연해!

나나오는 그만한 활약을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왜 올리버는
인기인이 안 되는 거야?

똑같이 활약했는데.

 

이해해요, 카티.

그 싸우는 모습은 정말이지,

거의 한 시간에 걸쳐 꼬박 해설해 드리고
싶을만한 내용이었는걸요!

했었잖아,

어젯밤 거의 한 시간에 걸쳐.

아직도 더 얘기하고 싶은 거겠지.

뭐, 어쩔 수 없지.

화려한 나나오에 비해

올리버의 기술은

수수하고,

알기 까다로웠으니까.

 

어이, 야, 피트!

올리버를 정신적으로 죽일 셈이야?

미안.

너무나도 숙련자 취향인 거예요,
올리버의 싸움 방식은.

그렇다고 해도 이 상황은
신상필벌의 이념에 반해요.

이렇게 됐으니...

 

잠깐!

뭐야, 셸라!

축복의 키스라도 드릴까 해서.

아니, 그건 좀...

네, 약소해서 너무 황송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밖에 안 떠오르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 말이지...

어디, 이건 무슨 상황이신가?

나나오, 마침 잘 왔어!

지금 셸라가 있지...!

가르다와 싸울 때 애써준
포상의 키스를 해준대.

 

포상의 뽀뽀이신가.

그렇군.

그렇다면 소생도.

 

잠... 나나오!

 

제법 쑥스럽구려, 이건.

그럼 올리버,

다음은 귀하의 차례라오!

뭐?

그 사건의 포상이라면

소생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지 않겠소?

자!

아니, 그건...

도리에 맞는 요구라고 생각해요.

올리버는 받았잖아.

 

잠깐!

뭐야, 이 흐름!

올리버,

아직이신가?

 

알았어...

 

노르?

 

누나!

 

역시, 노르네.

이제야 학교에서 만났네, 그치?

응.

 

방해해버렸어?

미안해.

나, 기뻐서 그만...

아니야, 누나가 방해된다곤
생각한 적도 없어.

고마워.

잔뜩 친구가 생겼구나.

다행이야.

그럼 이제, 갈게.

 

다음에 봐, 노르.

친구는 소중하게, 알았지?

 

올리버, 방금 저분은?

 

아, 사촌 누나야.

신세 지고 있는 집에서
계속 잘 대해주고 있어.

노르라고, 애칭으로 불렀었어...

 

그런데...

소생에게의, 뽀뽀는?

 

그럼,

연금술
오늘은 이 수업 첫 실습이다만,

담당 교사 - 다리우스 그렌빌
여기서 취급할 물질엔

종종 비약적인 변이가 동반된다.

너희들의 머리로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하자면,

무척 위험하다, 란 뜻이지.

 

그걸 숙지한 상태로

앞에 나눠준 레시피의 마법약을
조제하도록.

그럼 개시.

 

카티가 저 선생님과
분쟁을 일으킨 뒤로

다섯 번째 수업이던가?

뭔가 비꼬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응, 그런 일은 없네.

교사의 책무에 철저히 임해주시는 거면
다행이겠는데요.

그러게.

얼른 끝내버릴까요.

잠깐, 가이.

이건 제법 함정이 많은 레시피야.

단계별로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해.

 

으, 응.

저는 평소처럼 나나오를 보고 있을게요.

부탁해.

그리고...

나라면 도와줄 필요 없어.

예습은 확실하게 해왔어.

하지만 피트...

절대로 손대지 마.

 

알았어.

 

좋았어.

이걸로 일단락.

 

뭐 하는 거야!

버블그래스를 너무 넣었어!

 

눈이!

그 아이의 눈을 올리브 오일로 씻겨줘!

피빨이꽃을 넣었으면

바로 뚜껑을 덮어야 해!

으, 응.

 

피트!

그건 열 배의 물에...!

 

천지를 반대로
이베르숨!

 

적확한 대응이군.

 

자네, 이름은?

 

올리버 혼입니다.

혼...

못 들어본 가문명이군.

최근 몇 대에 걸친 가계인가.

하지만 센스가 좋군.

어느 대응이든
평소에 연찬을 거듭한 게 보이는군.

자네의 얼굴과 이름은
기억해두지, 미스터 혼.

 

감사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충고해두자면

사귀는 친구는 잘 고르는 편이 좋겠군.

 

올리버,

드디어 당신 개인의 실력이
빛을 보았군요.

너무 띄우진 말아줘.

바라던 바는 아니지만,

구해준 건 사실이야.

감사를 표할게.

그리고 화상 입혀서 미안해.

신경 쓰지 마.

봐봐, 이미 치유도 끝냈어.

 

미스터 혼.

 

미스터 앤드류즈.

내게 무슨 볼일 있어?

필요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한 가지 조언이다.

저 선생님은 조심해라.

 

그렌빌 선생님 말이야?

재주 좋은 학생을 조수로 삼아
썩혀놓는 사람이야.

우수한 자로부터는
연구 성과를 가로채고

자기 논문으로 발표하지.

그런 나쁜 소문이 넘쳐나는 인물이야.

아마도 네겐 조만간 권유가 있을 거야.

여러 가지로 통 큰 제안을 듣겠지만,

진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현명할 거야.

그걸 전해 두고 싶었어.

충고 고마워, 미스터 앤드류즈.

릭.

주제넘게 말참견한 것뿐이야.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내 지인이 미즈 알토나 너희들과
얘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야,

입학식 때의 트롤 사건에 관해서.

 

미안했어.

미스터 앤드류즈가 말해서
일단은 사과해둘까 해서.

나도 솔직히 그렇게 큰일이 날 줄은
생각 못 했으니까.

그렇군요.

입학식 날에
카티를 위험에 처하게 만든 범인은

당신이었단 거군요, 미즈 맥클리.

맞아.

네 녀석이었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그건

인권파는 마법계의 수치라고
부모한테서 들어왔으니까!

그래서 약간 장난 좀 칠까 하고
주문을...

어째서?

할 말이 있으면 직접 하면 되잖아!

말없이 뒤에서 기습이라니
비겁한 짓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

즉,

카티가 달리도록 주문을 건 건 너구나.

 

응, 맞아.

그럼 공범자는 누구지?

또 한 명, 트롤을 흉포화 시킨
사람이 있었을 텐데.

난 몰라!

정말 모른다고!

난 그 애에게 창피를 좀 주려 한 것뿐.

그랬더니 트롤이 멋대로
날뛰기 시작해서...

 

저거, 믿어도 되겠어?

거짓말은 안 하고 있는 걸로 보였어.

그녀는 주문을 외운 것 이외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그럼 트롤의 폭주는 대체...?

 

이야기가 복잡해졌네.

 

분위기 전환하자.

나, 트롤한테 다녀올게!

지금 있지,
더더욱 사이가 좋아질 것 같아!

네, 카티.

힘내세요.

화이팅이라오!

응, 다녀올게!

굳세네, 저 녀석.

정말요.

 

얘,

넌 그때 왜 날뛰었어?

 

나, 알 수 있어!

넌 자기가 먼저
남을 상처 주려는 아이가 아니란 걸.

그런데 왜 그때는...

 

화염이여 일어나라
플람마!

 

잘 안되는구려.

초조해하지 마, 나나오.

상당히 좋아졌어.

주문은 말하자면

마음속의 이미지와 현상을 잇는 가교야.

장검에서 쏘는 불꽃은
그전에 이미 네 안에 있어야만 해.

 

정성스럽게 마음속에 그리는 거야.

자신의 안에서 도는 힘을
다루는 거라면

검의 수련으로 호되게 단련 받았다오.

하지만 일단 몸에서 벗어난 힘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자신과 바깥의 경계를 걷어내는 거야.

피부 바깥으로 펼쳐지는 세계에
자신을 동화시킨다.

그리고...!

화염이여 일어나라
플람마!

 

정말, 너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너는...

 

이제... 오지 마...

너, 너, 말을...?

떨어져 있는 편이... 좋아...

그 녀석... 위험해...

 

불어라 질풍이여
임페투스!

 

바람의 주문도 아직 멀었구려.

초조해할 것 없어.

하지만 이 주문은
소생도 얼른 익히고 싶다오.

올리버가 모두와 힘을 합친

첫 마법이지 않소?

그래, 그랬지.

그렇다면 다음엔 소생도
거기에 끼고 싶구려.

그 트롤이라는 커다란 사람이
또 도망칠 거란 생각은 안 들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에 대비해서.

 

나나오, 지금 뭐라고 했어?

 

만에 하나라도
그 커다란 사람이 또 도망칠 일은...

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 트롤은 도망쳤다고?

단순히 폭주한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탈주를 시도한 거라고?

듣고 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리 느꼈었지,

교문 쪽으로 뛰어가는 걸로 보였기에.

하지만 폭주와 뭔가 다른 점이?

커다란 차이가 있어.

혹시 도망치려 한 거라면

그 트롤은...

 

설마...!

아니, 그럴 수도 있어!

 

나나오, 특훈은 일단 중지하자!

 

카티!

벌써 돌아간 것일까?

 

카티의 장검인가?

그 녀석이...

 

끌고 갔어...

이 위인, 말을?

역시 그런 거였구나.

너, 카티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아?

모... 른다...

하지만... 분명... 나도 있었던...

어둡고... 깊은 장소...

지하 미궁이구나.

올리버, 이건?

사태는 한시를 다투고 있을지도 몰라.

지금은 카티를 추적하자!

알겠소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인권파 일부가 진행하고 있던 연구 중에

아인종의 지성화란 것이 있었어.

지성화?

인간에게 뒤처지지 않는 지성을
아인종이 가진다면

인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어.

트롤에게 사람 말을 이해시키는 실험은

그 시도 중 하나였어.

같은 인권파로부터의 강한 비판을 받고

금방 기세가 꺾였지만,

계승해온 마법사가 있을지도 몰라,

킴벌리라는 어둠 속에서.

 

의심할 여지는 없어.

그 트롤은 뇌를 개조당했어.

퍼레이드에서 탈주를 시도한 건

그 처우를 견딜 수 없어서였겠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머릿속에 든 것에 손을 대었다,

그런 의미인가?

그런 짓을 성공시킬 수 있는 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아.

있다고 한다면
아인종의 생태를 통달한 자뿐이야.

 

틀렸나.

그리 시간이 많이 안 지나서
아직 쫓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이상 깊이 들어가는 건 위험해.

고드프리 총괄이나
휘트로 선배에게 알려서 지시를 청하...

 

아무래도 고드프리 총괄을
불러오는 건 곤란하지.

연옥의 불꽃에 불태워지는 날은
아직 한참 미루고 싶거든.

 

역시 당신인가.

 

밀리건 선배!

 

내 공방에 온 걸 환영해,

미스터 혼, 미즈 히비야.

기이하게도
가르다를 쓰러트린 두 사람이구나.

그건 참 곤란했었어.

고생해서 1년이나 걸려
사역마로 만들었는데,

선보이는 날이 제삿날이 될 줄이야.

그것도 당신이?

 

올리버, 저걸 보시게나!

 

카티!

무슨 짓을 한 거지?

아무것도.

아직, 은.

트롤의 뇌는 완벽하게 조정했어.

그런데

그는 도무지 말을 하려 하지 않았지.

정말 오랫동안 막혔었어.

하지만 설마 이 애가 열쇠일 줄이야.

이 애가 그의 대화 능력을 깨웠어.

대체 뭐가 유효하게 작용한 걸까?

 

무슨 짓을!

아주 잠깐 살펴보는 것뿐이야,

그녀의 뇌를 말이지.

 

내 전문 중 하나는 뇌척수학.

재능 있는 자의 특유의 경향도
뇌로부터 직접 보고 파악할 수 있어.

멋진 비밀이 있을 거야,
이 아이의 뇌엔.

걱정하지 않아도
아픔은 느끼지 않을 거야.

흉터조차 남기지 않을 거야.

부디 내게 맡겨줘.

보는 바와 같이

경험 풍부한...

내게!

 

전부 아인종.

카티를 넘겨주시진 않으시겠는가?

넘겨주고 말고,

뇌를 보고 난 뒤라면 금방이라도.

올리버,

아무래도 이 위인과는 문답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구려!

기다려, 나나오!

 

석독(石毒)이여 사라져라
컨트라브!

 

반응이 빠른데?

1학년을 상대하는 느낌이 안 드는걸?

그건 바실리스크의...!

자식 사랑이 끔찍한 부모한테서
받은 거거든.

애석하게도 사람을 가리는지라,

여기에 자리 잡기까지

형제가 다섯 명쯤 희생됐어.

부모의 사랑이란 이리도 무거워.

다시 한번 내 소개를 하지.

킴벌리 마법학교 4학년,

베라 밀리건.

전문 분야는 아인종의 생태 연구.

그들의 지위 향상을 바라 마지않는
인권파 마녀.

이 눈을 아는 자들 사이에선
그냥 있는 그대로

뱀눈의 밀리건이라고 불리고 있어.

 

제5화
글레어
(뱀의 눈)

 

그 시절의 나는

그 무엇도 아닌 "나"였기에

대가 없는 사랑과 따스함에
보호받고 있었어

 

찰나에 지나가버리는 시간은 무정하게도

사랑스러운 당신을 데리고 가버렸어

자그마한 손에 다 끌어안을 수 없는

후회는 남기고

똑… 똑… 고독하게

그저 움직일 뿐인 고동

분노는 어느샌가

괴물처럼 마음을 탐식하고

무언가로 바뀌고 말았어

사랑받고 있던

그날의 "나"는 이제 없어

 

다음 시간
어라이즈
(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