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고작 네 개의 현,

 

거기서 연주되어 나오는 소리가...

 

날 붙잡고 놓질 않는다.

 

지금도...

 

때때로 떠올린다.

 

소리를 사랑했던

그 시절의 일을.

 

푸른 오케스트라

그러니까 그건 하며 변명만 하고

하지만 그건 하며 우는소리만 하고

거짓된 가면으로 변한

나는 대체 누굴까?

몇 개나 되는 타이틀이 붙은
나날과의 만남

마치 다른 사람을 살고 있는 듯해

네가 주었던 노래는
내일로 인도해 주었어

기사회생

가슴 속에 그리며

손톱을 물어뜯으며

기다리는 날은 작별이야

보이지 않는 상처까지도

사랑하며 지금 데리고 나가줄게

 

흔해빠진 이 프레이즈도

너와 붙인 멜로디라면

내세에도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가 될 것만 같아

그런 마음 이어서

선율을 연주해나가네

다다를 수 있을까
큰 함성이 기다리는 미래

 

제1화 아오노 하지메

 

아, 미안.

응.

너, 일부러 한 거 아냐?

아니야!

그런 짓 할 것 같냐.

 

괜찮냐, 아오노?

보건실 다녀와.

네.

 

어릴 적부터

스포츠를 잘 못했다.

 

난 야구도,

농구도,

피구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절대 안 돼!

손가락은 바이올리니스트의
목숨이란 말이다.

 

뭐,

딱히 상관없었지만.

 

싫진 않았으니.

 

다친 사람, 상담할 게 있는 사람

 

다녀왔습니다.

 

엄마?

 

엄마, 무슨 일이야?

 

나, 나...

나왔어,

나왔어, 인류의 적이!

뭐라고?

한 마리 있으면 백 마리 있다고 하는
인류의 적 말이야!

뭐야, 바퀴벌레야.

 

저쪽 방 안으로 도망쳤어!

빨리!

자, 잠깐...!

 

저쪽 방은...

 

금기의 방.

 

얘, 있어?

찾았어?

 

역시,

이 방에는...

들어오고 싶지 않았어.

 

찾았다, 찾았다, 찾았다!

저기, 봐봐, 저기!

어디?

피아노 밑에!

 

고마워, 하지메.

엄마, 너무 소란이야.

나중에 주워주렴.

 

알았어.

 

하지만 역시 소용없네.

청소를 해도
담배 냄새가 안 지워져서, 이 방.

 

그럼 저녁 준비하고 올게.

 

이 방에는...

담배 냄새와,

바이올린 소리가 배여있다.

 

1년 만인가.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낸 장소.

 

잠이 안 와...

 

그 방에 들어가서 그런가.

 

멋져, 멋져!

어떡하면 아빠처럼 소리를 낼 수 있어?

 

아버지는...

 

프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바이올린과,

아버지가 연주하는 소리를
정말 좋아했다.

 

망할...

 

지금도

그 소리가 귀에 착 달라붙어있다.

 

난...

그 소리에

붙들려 있다.

 

오늘도 체육인가.

 

있잖아, 그 녀석 오늘 왔나 봐.

진짜?

어차피 또 보건실에 틀어박히지 않겠어?

 

보건실...

 

아오노!

 

아, 네.

점심시간에 진로실 와라.

 

왜요?

왜냐니, 당연히 진로 상담이지.

잊지 말고 와라.

 

진로라.

 

귀찮네.

 

기분 탓...?

 

환청은 좀 문제가 있잖아.

 

교육상담실

너뿐이야,
교육상담실

아직 지망고 안 정해진 녀석.

 

아오노는 고교 가서
하고 싶은 일 같은 거 없어?

 

딱히 없어요.

히가시고에 간다고 했었잖아.

왜 갑자기 바꾸는 건데?

 

거기는

사토 군이 추천받았다고 들어서요.

뭐?

 

아무도...

 

날 모르는 장소로.

 

가능하면

아는 사람이 없는 고교로 가고 싶어요.

뭐, 그러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지만.

 

너,

학년 순위 204 / 225
너,

학년 순위 204 / 225
어디 골라가고 할 여유 없거든.

 

이상하네.

요즘엔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데 말이죠.

요즘이잖아.

공부란 건 말이야,

계속 차곡차곡 쌓아가지 않으면
성과가 안 나오는 거야.

 

너도
바이올린 엄청나게 연습했으니까,

그만큼 켤 수 있게 된 거잖아?

 

넌 음악의 길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선생님의 아쉬워하는 얼굴을 보면...

조금은

마음이 아프다.

 

중1 때 콩쿠르,

그때는 정말 놀랐다.

지금까지

담임 교사가 온 적은 없었으니까.

 

공립 고교가 좋구나.

그다지 어머니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러면서도 먼 학교에 가고 싶구나.

 

억지 부리고 있는 건 자각하고 있어요.

있잖아, 아오노,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주변 사람들은 네 적이 아닌 것 같은데.

반 애들도...

알고 있어요.

 

있잖아, 아오노,

나 말이야, 너한테 추천하고 싶은
학교가 있는데 말이야.

어디...

 

또다!

여기 말인데.

선생님!

바이올린 소리 들리죠?

 

아키네 녀석,

보건실에서 켜지 말라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무슨 얘긴가요?

 

뒷이야기는 방과 후에 해야겠네.

 

바이올린의 정체는요?

 

어라?

신경 쓰이나?

아오노는 이제
바이올린 그만둔 거 아니었나?

 

딱히 신경 안 쓰이거든.

 

아키네가 누구야?

우리 학교에 현악부 같은 건 없는데.

 

진짜 못하던데,

그 소리.

 

차 안에 충만한

담배 냄새,

 

아버지의 목소리,

 

아버지의 미소,

 

모든 것이

토할 것 같았다.

 

하지메,

 

넌 바이올리니스트다.

죽을 각오로 바이올린을 계속 켜라.

 

망할 아버지...

 

안색이 안 좋은데, 하지메?

 

늦게까지 깨어있었지?

 

응...

 

결국,

아침까지 못 잤네.

 

엄마,

 

저 방 열려있는데?

 

환기야, 환기.

악기 안 상하게 전부터 했었잖니.

 

딱히

이제 그런 건 되지 않았어?

어차피 안 쓸 거니까.

 

이제 안 쓸 거니?

 

안 쓰잖아?

 

그렇구나.

 

까치집 지어져있어.

 

안 쓸 거니?

 

저 방,

자물쇠 달려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바이올리니스트
배신의 불륜애

모든 걸 저 방에

가둬둘 수 있도록.

 

엄마를 괴롭게 하는 걸,

 

두 번 다시 떠올려버리게 하지 않도록.

 

난 그 녀석처럼

엄마를 상처 주거나 하지 않을 거야.

 

죽을 각오로 바이올린을 계속 켜라.

 

아버지가 그렇게 말한 그날,

결심했어.

 

더는 바이올린은 켜지 않겠다고.

 

아오노!

어이, 괜찮아?

 

이젠 좀 열이 받는다,

운동을 못하는 나 자신과,

언제까지고

바이올린에 붙들려있는 나 자신에.

 

체육 수업 시간 중

맞고 쓰러져거든요.

머리도 부딪힌 것 같으니,

잠시 동안 좀 눕혀주세요.

 

실례합니다!

 

어라?

선생님 자리에 없어?

 

타케다 선생님!

 

뭐야, 아직 안 왔구나.

 

진짜,

모처럼 특훈의 성과를
들려주려고 했는데.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아아, 또 소리 틀렸네.

야, 야, 좀 적당히 해.

그래 가지곤 바이올린의 비명이라고.

 

옆 현에 손가락 닿은 거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가 너무 많잖아.

 

이것 참,

대체 어떤 녀석이 켜고 있는 건지.

 

나?

 

변태!

 

뭐?

 

최악이야!

너, 침대에 숨어서
날 계속 보고 있었던 거야?

뭐?

아니야!

난 침대에서 자고 있었던 것뿐이야!

그럼 왜 코피 뿜고 있어!

 

이런!

어차피 에로 한 거라도 생각했겠지!

진짜 역겹거든!

 

소리의 정체는 이 녀석인가.

 

뭘 빤히 쳐다보고 있어.

엮이면 성가실 것 같아.

 

딱히,

난 너 같은 거 안 보고 있었거든.

이 코피는 농구하다
공 맞은 것뿐이니까.

꼴사납게.

 

아니, 이봐...

난 네 더럽게 못하는 연주에
놀라서 눈이 뜬 거라고!

뭐?

어딜 봐서 못한다는 거야?

더럽게 못하지!

아니 그보다,

못하고 이전의 문제야!

먼저 그 손톱!

네 그 마녀 같은 손톱이
다른 현을 건드리고 있다고!

 

그러고서 바이올린 켜다니

진짜 말도 안 돼!

 

뭘 정색하고 있는 거야, 난...

 

아니 근데, 이 녀석,

왜 이런 데서 켜고 있는 거야.

 

눈 떴냐?

 

머리 맞았는데 괜찮아?

걱정했다고.

 

혹 생겼네.

 

선생님, 오는 게 늦잖아.

아키네,

너 또 여기서 바이올린 켜고 있었냐?

 

아키네?

 

아키네 리츠코,

학생 지도로 좀 돌봐주고 있거든.

딱히 돌봄 받은 적 없는데.

옆반이니까 얼굴 정돈 알잖아?

 

이런 녀석 있었나?

타케다 선생님,

오늘은 바이올린 가르쳐 줄 거라며?

아, 그거 말인데...

 

선생님, 바이올린 켤 줄 알아요?

이거, 내 바이올린.

 

어라, 너한테 말 안 했나?

나, 고교생 때
오케스트라 부에 들어가 있었어.

오케스트라 부?

시민 악단인가요?

학교 부활동이야.

고교생끼리 구성된 오케스트라.

그립네.

벌써 20년이나 더 전인데,

지금도 선명하게
그 시절의 소리를 기억하고 있어.

 

아오노는 오케 경험 있어?

 

수많은 소리가 어우러져가는 순간은
엄청나게 기분 좋다고!

 

고교생의...

오케스트라...

 

나, 세컨드 바이올린이었거든.

이거, 그때 쓴 바이올린이야.

필사적으로 알바해서
제법 괜찮은 걸 샀거든.

 

몰랐어.

그래서 지금은 이 녀석이 렌탈 중.

내 모교의 오케스트라 부에서
바이올린 하고 싶다길래 말이야.

선생님, 너무 술술 다 털어놓고 있어.

오케스트라라...

어릴 적부터 솔로였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네.

그나저나 선생님,

이 코피 군은 대체 뭐야?

이 녀석, 아까 날 엿봤었거든.

뭣!

 

이 녀석은 아오노 하지메,

네 선생님이야.

뭐?

 

아오노,

네게 부탁이 있는데 말이야.

 

네.

아키네에게
바이올린 가르쳐 주지 않을래?

 

-네?
-네?

왜, 왜 제가 그런 짓을!

잠깐 선생님,
무슨 소릴 꺼내는 거야, 갑자기!

뭐 하잔 건지 이해가 안 되는데!

괜찮아,

이 녀석, 이해가 안 될만큼
바이올린 잘 켜니까.

그런 문제가 아냐!

왜 이런 녀석한테 배워야하는 건데!

아오노는 수락해준다면

체육 성적 너그럽게 봐주마.

 

아키네는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바이올린 안 빌려줘.

 

그 녀석은 갑작스레

바이올린을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아키네 리츠코.

 

이것이,

나와 그녀의 만남이었다.

 

아오노는 말이야
그 녀석이랑 친구가 되어줘.

나, 이 곡이 제일 좋거든.

바이올린으로 이 곡을 켜는 게 목표야!

나도...

저 녀석처럼 또 켤 수 있는 날이 올까?

제2화
 

제2화
아키네 리츠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