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번

 

출소다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마라

 

죄송합니다

 

속세로군...

 

백만엔걸 스즈코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메뉴는 치울게요

 

응, 2만 엔 정도

 

집에 생활비를 낸다고?

 

형편이 안 좋아?

 

아니, 전문대까지 보냈는데

 

취직도 못 하고
알바나 하고 있잖아

 

식비 정도는 내야
눈치가 덜 보이지

 

그렇구나, 기특하네

 

기특하긴

 

그럼, 독립할 생각은 없어?

 

생각이야 있지만
능력이 돼야 말이지

 

그렇긴 하지

 

그럼, 우리 같이 살까?

 

돈도 덜 들 테고

 

좋은 방 있습니다

 

- 여기 싸다
- 정말

 

들어가자

 

- 저기다
- 아니, 저기

 

여기, 여기...

 

- 거꾸로잖아
- 거꾸로?

 

좋은 집 구해서 다행이야

 

그치?
역에서도 가깝고

 

타케시?
나, 집 구했어

 

정말?

 

방 둘에 월세 9만까지 깎았어
잘했지?

 

제법인데?

 

한 사람 당 3만 엔이다

 

이 정도면 타케시도 괜찮지?

 

- 나 먼저 이사할게
- 응

 

- 괜찮지?
- 응, 알겠어

 

- 스즈코한테도 말해 둘게
- 응, 알겠어

 

응, 끊을게

 

한 사람 당 3만 엔?

 

내가 말 안 했어?
타케시도 같이 산다고

 

응? 집 같이 구하자고...

 

그러니까, 타케시랑 셋이서

 

스즈코는 혼자서 방 써도 돼

 

타케시랑 사는 거 싫어?

 

한 번밖에 못 만났는데

 

괜찮아
스즈코라면 잘 지낼 거야

 

타케시가 잘 부탁한대

 

빨리 짐 옮기고 싶다니까

 

먼저 열쇠 줄게

 

나는 스즈코랑 같은 날
이사할 거니까

 

타케시 있어도
너무 신경 쓰지 마

 

깜짝이야, 왜?

 

뭐 해?

 

이사 갈 집 커튼 만들어

 

- 사면 되잖아
- 커튼 비싸잖아

 

정말 나가는구나

 

응

 

왜, 서운해?

 

제대로 먹고 살겠어?
취직도 못 한 주제에

 

나야 조용히
공부할 수 있어 좋지만

 

어쨌든 열심히 해

 

건방 떨긴...

 

가스 되네?

 

다행이다
최소한의 생활은 하겠어

 

리코, 늦는다
집을 못 찾나?

 

리코는 안 와

 

뭐?

 

헤어졌어

 

뭐?

 

그럼, 이 집은 어떡하고?

 

나 혼자서는 집세 못 내니까

 

당분간 같이 살아

 

나, 너한테는
별로 관심도 없어

 

어디까지나
공동생활일 뿐이야

 

뭐?

 

이봐

 

내일 새 주인을 찾아보자

 

배고픈 모양이구나

 

뭐 좀 사 올게

 

인터넷으로...
참, 컴퓨터도 없지

 

전단지라도 붙일까?

 

다녀왔습니다

 

왔구나?

 

너, 뭐야?

 

난 리코한테 차여서
심란해 죽겠는데

 

혼자 신나 가지고는

 

짜증나게 까불지 좀 마

 

고양이는?

 

당연히 버렸지

 

야옹아

 

- 사토 씨
- 네

 

잠깐만

 

사토 스즈코 씨?

 

네

 

하마다 타케시 건으로
서까지 좀 가 주셔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고양이를 버려서
홧김에 했다는 거죠?

 

그 버린 짐 속에

 

백만 엔이
들어 있었다는 건 알았어요?

 

백만 엔?

 

- 몰랐어요
- 그렇군요

 

하지만
하마다 타케시 씨 말로는

 

백만 엔이
들어 있었다고 하던데요?

 

검은 가방 안에...

 

거짓말하는 거예요

 

저는 잘못한 것 없어요

 

검은 가방이
있었던 건 기억나요?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에요
그게...

 

그거 했어요?

 

저는 잘못한 거 없어요

 

아니, 했냐고요

 

전 잘못한 거 없다니까요

 

아니, 그게...

 

그거

 

섹스 했냐고요

 

했어요?

 

안 했어요

 

조금도?

 

조금이라니, 무슨 뜻이에요?

 

- 안 했어요
- 그게 아니라

 

나쁜 짓 할 사람처럼
안 보여서 하는 말인데

 

만약에 그 남자와
한 번이라도 섹스를 했다면

 

우리도 치정에 얽힌
사건으로 보고

 

민사로 넘길 수 있거든요

 

안 한 거죠?

 

안 했어요

 

그렇군요, 유감입니다

 

그럼, 형사사건으로
처리할 수밖에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는 겁니다

 

할 걸 그랬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소지품을
무단으로 폐기한 바

 

이 사실에 형법 261조
기물손괴죄를 적용한다

 

당시 막 실연한
피해자의 심정을 고려하면

 

아끼던 닌텐도DS 게임기 등

 

소지품을 모조리 버린 행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피고인은
아직 만 21세의 젊은이고

 

본 재판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벌금 20만 엔을 선고한다

 

여기, 스즈코 케이크야

 

여기

 

네, 그렇습니다

 

그럼, 그 건은
내일 다시 연락드릴게요

 

- 네
- 왔어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 맥주 먼저 받아

 

응, 그래

 

자

 

응, 따라 줄까?

 

- 아니, 괜찮아
- 그래

 

자, 그럼 먼저 건배하자

 

- 건배
- 건배

 

자

 

- 건배
- 건배

 

- 그럼,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스즈코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렸어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텐데

 

미안...

 

어서 먹자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였는데

 

여기

 

타쿠야도

 

뭐 하러 왔어?

 

타쿠야

 

다시 나가란 말이야!

 

타쿠야, 식사 중이잖니

 

입시에 방해되잖아

 

타쿠야
그런 말 하는 것 아니야

 

누나, 벌금도 혼자 다 냈어

 

집에 범죄자가 있는데
어떻게 세이렌 중학교에 가요?

 

아직 초범이라 괜찮아

 

이봐

 

젠장, 다 너 때문이야

 

타쿠야, 그만해라
여보세요?

 

지금 꼭 받아야 돼?

 

미안, 나 집 나갈 거야

 

다 들리잖아

 

안 들려

 

누가 받으래?

 

누나, 집 나갈 거야

 

큰 소리 내지 마
당신은 뭘 잘했다고

 

무슨 소리야?

 

그래,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집 나간다고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아?

 

언제?

 

내가 언제, 뭘 했다고 그래?

 

돈이 모이면

 

테니스 교실
젊은 남자한테 돈 쓰는 거

 

얼마나?

 

자기는 어떻고?

 

얼마라니

 

내가 뭘?

 

얼마나 모이면 나갈 건데?

 

회사 젊은 여자한테
얼마나 썼는데?

 

배... 백만 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바보 아냐?
뭐가 백만 엔인데?

 

바보 아냐?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백만 엔이면 어떻게 될 거야

 

하필 그 얘기를
지금 해야겠어?

 

뭐가 어떻게 돼
분명히 말하라고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고!

 

백만 엔 모이면 나갈 거야!

 

- 뭐
- 뭐?

 

이제 폐 끼치는 일
없을 거야

 

앞으로는
나 혼자 힘으로 살 거야

 

잘 먹었습니다

 

그 얘기 들었어?
사토 씨 댁의 스즈코 말이야

 

요즘 안 보인다 했더니
구치소에 있었대

 

구치소?

 

어머, 얌전한 애였잖아?

 

그런 애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니까

 

동생은 머리가 좋은데
스즈코는 말이야...

 

정말 보통이었대

 

그럼, 집에서도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았겠다

 

- 잘난 동생 때문에
- 괴로웠겠네

 

왜 하필 백만 엔이야?

 

백만 엔 정도면
집을 얻을 수 있으니까

 

보증금이랑
부동산 비용 등등

 

다른 동네로 가서, 백만 엔 모이면
다시 다른 데로 갈 거야

 

왜 그렇게 하는 건데?

 

그냥...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데로 갈 거야

 

누나, 주위에서
뭐라고 수군대는지 알아?

 

알아

 

그러면서
잘도 돌아다니는구나

 

그 사람들한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뭘

 

왜, 돌아다니면 안 돼?

 

네

 

죄송합니다

 

네

 

그건에 관해서는
제조사에...

 

네...

 

네

 

네? 네

 

죄송합니다

 

네

 

조금만 더

 

왔다

 

어이, 사토 타쿠야

 

너, 내일 숙제
꼭 보여주기다

 

- 알겠지?
- 네가 숙제를 제대로 안 하면

 

우리 오늘 못 논단 말이야

 

뭐야, 대답 안 해?

 

넘어져 있으면 다야?
약해 빠져 가지고

 

- 일어나
- 당장 일어나라고

 

- 일어나라니까
- 굼뜨기는

 

어서 따라와

 

대답 안 해?

 

어서 대답하라고

 

이 녀석 우는데?

 

창피하게

 

너, 선생님한테
고자질하기만 해 봐

 

집에도 알리면
끝장일 줄 알아

 

재미없다, 가자

 

- 진짜 찌질하다
- 뭐야, 저 녀석

 

질질 짜기나 하고

 

저 멍청이들과는
다른 중학교 가는 거다

 

사토 스즈코 아냐?

 

너, 여기서 뭐 하니?

 

진짜 반갑다

 

이번에 동창회에 나와서

 

네 무용담 좀 들려주라

 

- 그거 재미있겠다!
- 진짜 좋은 생각이다

 

이번엔 초대장 보낼게

 

진짜 기대된다

 

그렇게 얌전하던
사토 스즈코가 웬일이라니?

 

믿어지지 않아

 

얘기 좀 하고 가

 

너, 전과자라면서?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형무소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혹시 탈옥한 거야?
신고하자, 신고

 

다 죽어 버려!

 

아야, 아프잖아!

 

진짜 무서워서 신고해야겠다

 

이거 놔, 아프다고
뭐 하는 짓이야!

 

할 테면 해 봐

 

너희는 명예훼손으로
잡힐 테니까

 

이 파 냄새 어쩔 거야?
맡아 볼래?

 

지독해!

 

- 정말? 냄새 나지?
- 응

 

파 냄새 장난 아니야
진짜 쟤 뭐야?

 

아까 다 봤어

 

창피한 짓 좀 하지 마

 

뭐가 창피해

 

난 창피한 짓 한 적 없어

 

보고 있었으면 돕기나 하지

 

나 싸움 못 하잖아

 

하긴...

 

얼굴은 왜 그래?

 

너나 나나, 사연이 많다

 

아야

 

누나

 

응?

 

집 나가면 편지해

 

귀찮게스리

 

누나, 핸드폰도 없잖아

 

친구가 없으니까 필요 없어

 

그렇구나

 

그래도, 주소 가르쳐줘

 

나도 쓸게

 

알았어

 

똥 밟았다!

 

- 뻥이지
- 뭐야!

 

아야, 아야...

 

힘세졌는데?

 

- 갑자기 힘이 세졌어
- 그러게

 

- 배고파
- 나도 배고파

 

타쿠야에게

 

잘 지내니?

 

누나는 해변 가게에서
일하게 됐어

 

이사하는 데 쓴 비용을
다시 모아서 백만 엔이 되면

 

여기를 떠날 생각이야

 

이제 무더위가 시작되지만

 

누나 열심히 할 테니까
타쿠야도 힘내

 

스즈코

 

여기가 우리 가게

 

튜브도 팔고

 

저기 안에서
식사도 할 수 있어

 

여기는 튀김인데

 

간단해서 나도 하니까
금방 배울 거야

 

이건 오징어 구이인데
꽤 잘 팔리지

 

이건 옥수수고

 

마지막으로 빙수인데...

 

시범을 하나 보일 테니
잘 봐 둬

 

먼저, 그릇에
시럽을 조금 담고

 

스위치를 켠 다음
그릇을 돌리면서

 

얼음이 너무 넘치지 않게

 

가능하면 소복하게
담도록 해

 

소복해지면
마지막에 시럽을 뿌려서...

 

완성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하나 만들어 봐

 

- 네
- 좋아

 

대단하다
아빠보다 더 잘해

 

정말 이런 데서
일해 본 적 없어?

 

- 아니, 처음이에요
- 정말? 대단한걸

 

빙수 만드는 데
소질이 있어

 

- 안 그래?
- 응, 대단해

 

이거 쉽지 않은데

 

손재주가 있어

 

대단한걸

 

빙수의 천재인 것 같아

 

타쿠야에게

 

누나는 빙수에
소질이 있다나 봐

 

지금까지 칭찬을 받은 적이 없어서
기쁘기는 한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재능이라
복잡한 심경이야

 

아침 일찍부터
일하기는 하지만

 

도쿄에 있을 때보다
건강해진 느낌이 들어

 

이제는 일에도 익숙해졌어

 

타쿠야는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또 편지 쓸게

 

스즈코

 

저기, 괜찮지?
사색하는 분위기

 

이 동네 애는
아닌 것 같은데?

 

진짜 미백이지?

 

아는 척 좀 그만해라

 

저 화이티한 느낌, 좋은데?

 

- 화이티 좋아하네
- 화이트는 또 뭐야?

 

화이티 몰라?

 

그러니까 화이티가 뭐냐고?

 

화이티 말이야

 

완전 화이티다, 괜찮은데?

 

이거 완전 바보 아냐?

 

게다가, 흑단 같은 머리

 

- 흑단 같은 머리는 또 뭐야?
- 귀엽다

 

흑단 같은 게, 또 어때서?

 

흑단은 말이야
블랙이라는 거야, 블랙

 

되게 시끄럽네

 

- 바보 아냐?
- 누가 바보야?

 

너 말고 누가 있어?

 

그래 나 바보다, 그게 왜?

 

좋아, 내가 가 본다

 

뭐야, 내가 먼저 찜했는데

 

쟤 뭐 하는 거야?

 

- 저기요, 빙수 2개
- 네

 

어떤 맛이요?

 

- 둘 다 딸기요
- 네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여기서 일하면
수영도 못 하지?

 

네?

 

여기서 일하면
수영도 못 하지?

 

저 원래 수영 못 해요

 

정말?
아깝다

 

내가 가르쳐줄까?

 

바닷물 알레르기가 있어요

 

그게 뭐야?

 

내가 시시하게
작업이나 거는 사람 같지?

 

그런 거 아니야
너무 경계하지 마

 

둘 다 딸기죠?

 

같이 어디 놀러 갈래?

 

둘 다 딸기죠?

 

응, 딸기

 

여기요

 

이거, 선물이야

 

차였대요

 

시끄러

 

잘 먹는다

 

아예 들이붓는구먼

 

- 이거하고, 소시지 구이
- 네

 

있지, 정말 수영 못 해?

 

네

 

그냥 말 놔, 어디서 왔어?

 

홋카이도

 

웅대한 자연...

 

근데, 여기는 뭐 하러 왔어?
리조바?

 

리조바요?

 

리조트 아르바이트

 

뭐...

 

이리 줘, 계산할게

 

형제 있지? 남동생이나

 

그런 느낌이 들어

 

- 아니, 없어요
- 그래?

 

저기...

 

내일 친구들이랑 파티하는데
괜찮으면 올래?

 

파티? 나도 갈래!

 

엄마, 파티 가도 돼?

 

무슨 소리야?
밤늦게 하는 건데, 안 돼

 

그렇지, 같이 오면 되잖아

 

유사쿠, 가고 싶지?

 

꼭 가고 싶지?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지?

 

유사쿠, 좋겠다

 

- 응
- 그럼, 잘 부탁해

 

- 응
- 저기, 저는...

 

자, 이거 선물

 

받아, 어서

 

그럼, 내일 보자

 

안녕

 

붙었다
꺼졌어

 

좀 쉬면서 한 잔 해

 

마시고 있어요

 

지금 몇 시예요?

 

- 8시 반
- 가야겠다

 

벌써?

 

유사쿠 데려다 줘야죠

 

유사쿠, 집에 가자

 

유사쿠

 

유사쿠, 가자

 

벌써?
더 놀래

 

안 돼, 엄마한테 혼난다

 

집에 못 들어가도 좋아?

 

알았어

 

내가 데려다 줄게

 

있지...

 

유사쿠 보내고
다시 파티로 와

 

내일 일찍부터 일해야 돼요

 

오늘 파티 말이야

 

뭐랄까, 너 때문에
하는 것이기도 해

 

왜요?

 

가게에서 일한 뒤로

 

얼굴만 알지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너도 친구가 없는 것 같아서

 

좋은 기회다 싶었거든

 

그리고, 조금만 더

 

내 친구들하고도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어째서요?

 

우리, 친구잖아?

 

미안, 기분 상했어?

 

아니, 별로

 

아니, 친구가 아니지

 

사실은...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해

 

하지만, 우린 아직
서로 이름도 모르잖아요?

 

빨리 가자

 

갈게요

 

뭔가 어렵다
그치, 유사쿠

 

그런데, 아르바이트생은요?

 

그애 그만뒀어

 

네?
왜요?

 

백만 엔이 모였다나?
원래 단기 아르바이트였고

 

뭐야, 진짜 좋아했어?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타쿠야에게

 

바다는 나쁘지 않지만
누나하고는 별로 안 맞는 것 같아

 

이번에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지내보려고 해

 

너도 잘 지내지?

 

여름방학은 어때?

 

더위 먹지 않게 조심해

 

스즈코

 

돌려줘

 

돌려 달라고

 

편지 쓰나?

 

- 네, 남동생한테요
- 그렇구나

 

여기는 여행으로 왔어?

 

아니, 당분간
여기서 지내려고요

 

여기는 온통 노인네들뿐인데
독특한 아가씨네

 

그래서 말인데

 

단기로 일할 만한 데가
있으면 좋겠는데

 

혹시 모르세요?

 

아르바이트 말이지?

 

글쎄, 우리는
일손이 필요 없고

 

하나, 괜찮은 것이
있기는 한데

 

그런데,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나?

 

농사일이거든

 

네, 그건 자신 있어요

 

그래?
그럼, 잠깐 기다려 봐

 

여보세요?

 

나야

 

그 집 수확할 일꾼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여기 아르바이트 찾는
아가씨가 있는데

 

- 정말?
- 응

 

일 좀 할 것 같아?

 

뭐, 보기에는 튼튼해 보여

 

좀 마르기는 했지만

 

그래

 

하루오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하지?

 

그럼, 숙식도
제공한다고 말해 봐

 

응

 

아가씨, 살 곳은 정해졌어?

 

아직 없대

 

키누 씨, 데려왔어

 

어머, 어서 와요

 

일손이 부족해서 말이야

 

젊은 아가씨한테 부탁하려니
영 미안하네

 

아니, 저야 감사하죠

 

우선, 누추하지만
일단 올라와요

 

이쪽이야

 

하루오

 

젊은 여자가 왔다고
이상한 생각하면 안 된다

 

여깁니다

 

우리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 쓰는 방이니까

 

마음 편히 지내세요

 

고맙습니다

 

아침에는 보통 5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복숭아밭으로 가죠

 

오늘은 피곤하실 테니
푹 쉬어요

 

고맙습니다

 

저, 욕실은 청소해 뒀으니까

 

먼저 씻도록 해요

 

네

 

노인이 있으니
되도록 빨리 끝내시고요

 

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네

 

그럼...

 

네

 

교통비가... 꽤 들었네

 

물 온도는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빨강이 따뜻한 물이고
파랑이 찬물이에요

 

네, 알아요

 

당연히...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죄송하지만, 아침이라...

 

몇 번 불러도 안 일어나기에
걱정이 돼서요

 

마음대로 들어와서
죄송해요

 

어제 깜박했어요

 

내일부터는 이걸 쓰세요

 

고맙습니다

 

아침식사 준비 됐어요

 

먹고 일하러 갑니다

 

피곤하시겠지만요

 

네, 금방 갈게요

 

복숭아는 쉽게 무르니까
살짝 아래를 잡고

 

부드럽게 비틀어서 따야 돼

 

한 번 해 봐

 

잘 따네

 

나는 처음 시집왔을 때

 

하도 힘을 주고 따서
시어머니한테 어찌나 혼났는지

 

어쩜 이렇게 잘 해?

 

너, 복숭아 따려고
태어난 거 아니야?

 

복숭아 아가씨 말이야

 

그렇지?

 

타쿠야에게

 

누나는 지금
복숭아를 따고 있어

 

매일 끝도 없이
복숭아를 따고 있어

 

아침부터 일을 하면
눈 깜짝할 사이, 오후가 와

 

누나는 복숭아를 따는 데도
소질이 있다나 봐

 

요즘 주인아주머니는 나를
'복숭아 아가씨'라고 부르는데

 

노인 특유의 유머를
잘 못 알아들을 때면

 

나도 아직 젊구나 하고
새삼 느끼고는 해

 

시험공부는 어때?

 

날도 더운데, 쉬엄쉬엄 해

 

스즈코

 

저기예요, 저기

 

수고하십니다

 

이게 누구야, 오셨어요?

 

안녕하십니까?

 

많이 덥지?

 

늘 이런걸 뭐

 

저, 촌장님이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셔서

 

저기, 아르바이트하는
애도 불러

 

- 스즈코, 잠깐만
- 네

 

시골 처녀 다 됐네

 

안녕하세요?

 

저는 이 마을 촌장
우에다예요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은

 

귀여운 아가씨가 복숭아 수확을
거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만나보고 싶어서 왔어요

 

좀 부탁할 일도
있고 말이에요

 

여기 서서 이럴 것이 아니라

 

누추하지만
저희 집으로들 가시죠

 

복숭아 아가씨?

 

네, 복숭아 아가씨

 

이 마을은 옛날부터
복숭아를 재배했는데 말이죠

 

요즘에는 야마나시가
워낙 유명해져 버려서요

 

어떻게든 마을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겠는데

 

젊은 사람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죠

 

있어 봤자, 초등학생이고

 

그러니...

 

아가씨가 우리 마을을
꼭 좀 홍보해 줬으면 해요

 

아가씨만한 인재가
없는 것 같아서

 

키누 씨도 어찌나
칭찬을 많이 하던지

 

저런...

 

10년만 젊어도
내가 복숭아 아가씨 하는 건데

 

아니, 저는
그런 것에는 서툴러서요

 

어이쿠, 너무 오래 있었네

 

지금부터 회의가 있어서

 

그럼, 복숭아 아가씨
잘 부탁해요

 

가시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저기...

 

저...

 

싫으면 싫다고
분명하게 말해요

 

아니면
억지로 맡을 수도 있어요

 

네

 

하기는, 아가씨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았네

 

잠깐 기다려
지금 촌장님한테 전화할게

 

- 네
- 여보세요, 시라이시인데

 

- 우에다 씨?
- 네

 

- 복숭아 아가씨 말이야
- 응, 잘 진행되고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본인 의견 들어보지도 않고
결정했잖아?

 

응? 벌써
회의에서 통과됐는데?

 

뭐? 회의에서 통과가 돼?

 

- 응
- 아뿔싸

 

취소하려면 일이 복잡한데

 

그렇다면...

 

모일 수밖에 없겠네

 

마을의 구세주!
복숭아 아가씨 사퇴 건

 
 
 
 
 
 
응, 그래, 그래...
위험하다는 거지?

 

마을의 구세주!
복숭아 아가씨 사퇴 건

 
 
 
 
 
 
 
 

 

마을의 구세주!
복숭아 아가씨 사퇴 건

 
 
 
 
 
 
 
응, 알았어

 

저쪽에 문제가 있다니까
좀 들어줘...

 

하루오, 왔어?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모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의 의제는
복숭아 아가씨 사퇴에 대한 것으로

 

본인인 사토 스즈코 씨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
모이게 되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우선 본인의 입으로 직접

 

사퇴하려는 이유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사토 스즈코입니다

 

복숭아 아가씨라고 하지만

 

저는 무슨 일을 하는지
들은 적도 없고

 

사람 앞에 서는 일도
굉장히 서투릅니다

 

모쪼록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뭐야? 무슨 일을 하는지도
설명을 안 해줬어?

 

그럼, 안 되지

 

지금이라도 설명해 줘

 

그러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지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러니까 말이죠

 

그러니까

 

복숭아 아가씨는

 

이 마을을 홍보하기 위한
이른바 캠페인 걸이에요

 

주요 활동으로는

 

폭넓게는 매스컴에 등장해서

 

우리 마을의 복숭아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리는 겁니다

 

사실, 바로 일주일 뒤에
방송국이 취재를 올 예정입니다

 

전국 방송이에요

 

따라서, 이 귀여운 아가씨가
우리 마을을 홍보해주면

 

내년 마을 예산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형편도
조금씩 펴지게 되겠죠

 

안 그렇습니까?

 

그건 그렇지

 

TV에 나가서 선전하면
큰 도움이 되지

 

그렇지

 

이런 영감들만 나와 봐야
뭐 볼 거나 있겠어?

 

마을 예산이 나온다는데
꼭 해야죠

 

아가씨, 좀 부탁해요

 

그래요

 

TV에도 나온다잖아?

 

TV에 나가야 한다면
더 안 됩니다

 

왜 안 돼?

 

이유가 뭔데?

 

이유는...

 

- 어쨌든 안 됩니다
- 그냥 해요

 

우리가 녹화도 할게
기념도 되고 좋잖아?

 

아니

 

정말로 저는...

 

시라이 씨도 한마디 해

 

자네가 저 애
일자리도 찾아 줬다며?

 

그런데, 저 애는
도움 받을 건 다 받고

 

아무것도 안 하겠다잖아?

 

아니, 사실
제가 도와주기는 했죠

 

일자리도 찾아 주고
살 곳도...

 

그러지 말고 복숭아 아가씨...
좀 해주면 안 될까?

 

하지만

 

저 때문에
예산이 나왔다고 해도

 

저는 이 마을 주민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되면

 

예산이 나온 뒤에
뭔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너희 도시 사람들은
늘 그딴 식이야

 

시골이 좋다고
멋대로 찾아와 놓고는

 

시골 촌놈이 되기는
싫다고 하지

 

시골을 무시하지 마!

 

어린 것이
시골을 무시하는 거야 뭐야!

 

이봐!

 

우리가 너희 기분전환 하라고
농사짓는 줄 알아?

 

뭐야!

 

우습게 보고 말이야

 

우린 생활이 달렸다고!

 

- 다들 진정들 해요
- 복숭아 아가씨 하라고!

 

- 하라니까
- 그 정도는 해

 

다들 진정해요, 진정해

 

저는 못 합니다!

 

전과가 있어요!

 

- 정말?
- 전과? 전과가 있대

 

시라이시 씨?

 

나도 모르는 일이야

 

저...

 

생각해 봤는데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마을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 우리인데

 

우리 힘으로 일어설
생각은 안 하고 말이죠

 

외지에서 온 애한테
의지하려 들다니

 

뭐야, 하루오

 

너, 그 애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그러면...

 

전과자와 결혼이라도 하든가

 

뭐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우리 머리로 생각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고급 품종 복숭아를
개량하거나

 

인터넷 판매를 하는
방법도 있는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면서
싫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복숭아 아가씨나
시키려고 하고

 

왜...

 

왜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그렇게 마음고생을
시키는 거죠?

 

정말 잘해 주었어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받아

 

아니, 괜찮아요

 

무슨 소리야
열심히 일했는데

 

그리고, 정말 얼마 안 돼

 

기대했다가 나중에
실망이나 하지 말고

 

어서

 

한창 수확 철인데 죄송해요

 

괜찮아, 나머지는
하루오가 알아서 할 거야

 

민폐만 끼친 것 같아요

 

그런 소리 하지 마

 

정말 큰 도움이 됐으니까

 

전과자 받아 줬다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

 

괜찮아, 그럴 일 없어

 

정말 신세가 많았어요

 

- 바래다 줄게
- 아니, 괜찮아요

 

농협 가는 길인데, 뭘

 

줄 게 이것뿐이네요

 

가는 길에 먹어요

 

잘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타쿠야에게

 

이번에 지낼 곳은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 곳이야

 

꽤 큰 도시지

 

뭐랄까...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백만 엔이 모일 때까지
여기서 지내려고 해

 

타쿠야는 잘 지내?

 

학교는 어때?

 

아빠, 엄마 말씀 잘 듣고

 

스즈코

 

사토

 

혹시 애들이 괴롭히니?

 

근처에 뭐가 있어요?

 

글쎄요

 

편의점도 멀고

 

제일 가까이에
홈센터가 있기는 한데

 

별 도움은 안 될 겁니다

 

괜찮아요

 

그럼, 거기 보증인도
작성해 주세요

 

네

 

사토 타쿠야

 

괜찮아요

 

- 저기, 우치야마
- 네

 

- 안내해 드리도록 해
- 네

 

- 그럼, 같이 가시죠
- 네

 

여보세요?

 

저는 부동산에서 근무하는
카와구치라고 하는데요

 

사토 타쿠야 씨 계십니까?

 

네

 

전데요

 

- 나카지마
- 네

 

오늘부터 원예 코너에서
일하게 된 사토 스즈코 씨

 

나카지마 료헤이예요

 

- 잘 부탁합니다
- 잘 부탁합니다

 

나카지마라고 해요

 

나카지마, 21살이었던가?

 

네

 

그럼, 사토 씨랑 동갑이다

 

젊은 친구들이 늘어서 좋네

 

이제 난 휴식시간이니까
나카지마가 이것저것 좀 가르쳐줘

 

네

 

부탁할게

 

- 고맙습니다
- 수고하세요

 

- 총각, 잠깐만요
- 네

 

죄송한데요

 

혹시 까치콩 씨앗 있어요?

 

잠시만요

 

올해 충분히 꽃을
즐기실 수 있어요

 

저기요

 

다른 것도
한 번 둘러보세요

 

네

 

무슨 일이에요?

 

손님이 까치콩 씨앗을
찾으셔서요

 

죄송합니다

 

까치콩 씨앗은 이쪽이에요

 

- 아가씨
- 네

 

이거하고, 그리고 저것도 좀

 

저기, 이 꽃 이름이 뭐죠?

 

피튜... 피튜니아예요

 

다년생인가?

 

다년...

 

저기, 다년생?

 

이건 다년생이에요

 

다만, 피튜니아는
추위에 약하거든요

 

그러니, 겨울에는
실내에 두셔야 돼요

 

하지만, 비교적
키우기 쉬운 꽃이에요

 

애기나팔꽃이라고도 부르죠

 

그렇구나

 

그럼, 2개 주세요

 

고맙습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여기 흰색하고
핑크색, 이걸로

 

여기 흰색과 이 핑크요

 

네, 감사합니다

 

이건 살충제, 이건 영양제

 

이걸 헷갈리면 큰일 납니다

 

죄송해요

 

아무리 비슷해도 그렇지

 

손님이 잘못 사면
사토 씨가 책임질 겁니까?

 

주임님, 제가 아직
설명을 못 했어요

 

죄송해요

 

저기요

 

네

 

정말 죄송해요

 

제가 상품을
확인도 안 하고...

 

그렇죠?

 

읽으면 알잖아요?

 

글자 읽을 줄 알죠?

 

- 수고했어요
- 수고했어요

 

저...

 

주임님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귀가 따갑도록 잔소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자기가 윗사람한테
혼날까 봐 그러는 거예요

 

하지만
분명한 제 실수니까요

 

너무 담아 두지는 마세요

 

첫날부터 다 외울 수는 없죠

 

사토 씨, 집이 이 근처예요?

 

네, 미도리가오카요

 

저는 후지미초예요

 

- 가깝네요
- 그러게요

 

그럼, 저는 저쪽이라

 

네, 수고하셨어요

 

- 수고하셨어요
- 수고하셨어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열심히 하네요

 

아니
야단맞기 싫어서요

 

평화롭게 살고 싶거든요

 

그렇군요

 

사토 씨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나카지마
어때, 많이 팔렸어?

 

뭐, 그럭저럭

 

오늘 한잔 할 건데, 와

 

새로 들어왔죠?

 

- 사토예요
- 사토 씨도 와요

 

올 거지?
꼭 와야 돼

 

좋아, 둘 다 오는 거다

 

그리고 애완동물 코너의
마리도 불러야지

 

사토 씨, 웃는 얼굴인데
난처해 보여요

 

가기 싫죠?

 

아니, 아니에요

 

거짓말

 

네

 

사실 가기 싫어요

 

그때, 마나베 씨가
쭈욱 미끄러지는 거야

 

마나베 씨는 사원인데
고지식하기로 유명해요

 

미끄러지나 싶더니
그대로 서는 거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야

 

보고 있던 내가
더 황당했다니까

 

마나베 씨답다

 

실례합니다

 

마지막 주문인데
시키실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벌써, 시간이...
어떻게 할까?

 

당연히 2차 가야지

 

죄송한데, 주문은 됐어요

 

저는 슬슬 가 봐야겠어요

 

뭐야, 나카지마
벌써 가려고?

 

내일 아침부터
강의가 있어서요

 

사토 씨도 내일 일찍
어디 간다면서요?

 

네, 맞아요

 

뭐야, 가라오케 가자

 

안 돼요
학생이 공부를 해야죠

 

나카지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토 씨
사토 씨는 남을 거죠?

 

너무 그러면 싫어해요

 

먼저 갈게요

 

죄송해요

 

싫어? 나 싫어?

 

- 먼저 가겠습니다
- 정말 싫어?

 

저...

 

네

 

고마워요

 

뭐가요?

 

아까 도와줘서요

 

아니, 제가 오히려 고마워요

 

나도 집에 가고 싶었거든요

 

내일 아침 강의 있다는 거
거짓말이에요

 

정말이요?

 

내일 오후에 있는데
당연히 출석할 거예요

 

그래요?

 

다 같이 마셔도 말하는 사람은
결국 2, 3명뿐이잖아요?

 

다들 시시껄렁한
얘기들뿐이고

 

혼자서는
빠져나오기가 힘든데

 

오늘은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왔어요

 

제가 오히려 고맙다니까요

 

그렇군요

 

여기예요

 

바래다 줘서 고마워요

 

아니오

 

그럼, 잘 자요

 

조심해서 가요

 

위험한 걸

 

소녀도 아니고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사토?

 

몸이 안 좋니?

 

그런 거 아니지?
열심히 먹을 거지?

 

선생님, 저희들이
옆에서 거들게요

 

- 그래?
- 그럼, 사토

 

점심 시간이라 좀 늦어도 되니까
먹도록 해 봐

 

- 깜짝이야
- 어서 먹어

 

- 아깝잖아?
- 빨리 먹으라니까

 

- 먹어라
- 먹으라고

 

- 더러워
- 더럽게스리

 

어떻게 된 거야, 사토

 

몸이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했어야지

 

누가 걸레 좀 가져와

 

안녕

 

안녕

 

웬일이에요?

 

수업이 끝나서요

 

요리하게요?

 

대단하시네요

 

만들어 먹는 게 싸니까요

 

그렇죠

 

생각은 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반찬 맛있죠?

 

네

 

저...

 

혹시 시간 있으면
차라도 한 잔 마실래요?

 

전부터 궁금했는데

 

사토 씨, 여기 사람이 아니죠?

 

네, 도쿄예요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는 어떻게?

 

그냥 흘러 흘러서요

 

전에 왔던 적은 있어요?

 

그래서 온 거예요?

 

아니오

 

죄송해요, 꼬치꼬치 물어서

 

백만 엔이 모이면
이사를 가거든요

 

처음에 친구랑 셋이서
방을 빌렸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못 오게 됐거든요

 

그래서, 둘이 살게 되었는데

 

우연히 제가
아기 고양이를 주웠거든요

 

그걸 같이 살던 사람이
멋대로 버린 거예요

 

너무 화가 나서...

 

제가 그 사람 짐을
모두 내다 버렸어요

 

그것 때문에...

 

형...

 

형사

 

형사?

 

형사 고소를 당했어요

 

정말이요?

 

그러자

 

집에 있기도 힘들고

 

그래서 처음엔 해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 다음에 산으로 갔죠

 

백만 엔을 모아서

 

다시 여기로 온 거예요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인가요?

 

아니...

 

오히려 찾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해도...

 

내가 한 행동에 따라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찾지 않아도...

 

아무리 싫어도
여기 있으니까요

 

도망치는 거예요

 

뭔가에 쫓기고 있어요?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도 겉돌기만 해서

 

차라리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한 적 없어요?

 

있어요

 

그래서, 낯선 곳으로 갔죠

 

물론 처음에는
아무도 저를 모르지만

 

점점 아는 사람이 생기고

 

그러면...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되죠

 

백만 엔만 있으면
집을 빌릴 수도 있고

 

다음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생활이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백만 엔을 모아서
전전하고 있어요

 

그럼, 백만 엔이 모이면
또 여기를 떠날 거예요?

 

실례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 아니에요
- 제가 오자고 한 거니까

 

그럼

 

저기...

 

- 죄송해요
- 뭐가요?

 

꼬치꼬치 캐물어서

 

아니오, 저도 죄송해요
너무 말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부끄럽네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네, 말 안 해요

 

저기, 따라오지 마세요

 

저도 같은 방향이라

 

- 저기, 화난 거예요?
- 화 안 났어요

 

왜 이렇게 빨리 걸어요?

 

- 경멸할 테니까요
- 왜요?

 

전과자라

 

- 안 해요
- 해요

 

- 안 한다니까요
- 해요

 

- 안 해요
- 앞으로 할 거예요, 다들 그렇죠

 

저는 다른 사람하고 달라요

 

저는 이쪽이에요

 

잠깐만, 잠깐만요!

 

아무리 그래도

 

도망까지 칠 건 없잖아요

 

저...

 

이런 장바구니를 들고

 

할 얘기는 아니지만...

 

저...

 

사토 씨를 좋아해요

 

미안해요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갈게요

 

신경 쓰여요

 

신경 쓰여요

 

제 얘기를 듣고 나면

 

분명히 싫어할 거라
생각했어요

 

저도...

 

나카지마 씨를...

 

좋아해요

 

마지막에 잘 안 들렸어요

 

좋아해요

 

죄송해요

 

왜 사과하는 거예요?

 

다행이다

 

저기...

 

저녁 좀 해줄 수 있어요?

 

네

 

- 실례합니다
- 좀 지저분해요

 

들어갈게요

 

잠시만요

 

네

 

프라이팬 좀 쓸게요

 

별로 안 깨끗할 거예요

 

저, 파를 깜박해서

 

네

 

파를 깜박해서
사가지고 올게요

 

파요?

 

가는 거요, 굵은 거요?

 

가는 거요

 

이거라도 쓰실래요?

 

할머니 같다

 

할머니가 파를 사면
이렇게 심어 두고는 했어요

 

맛은 좀 떨어지지만

 

- 편리하니까요
- 그러게요

 

타쿠야에게

 

잘 지내니?

 

누나는 잘 지내

 

부모님께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좀 전해 줘

 

벌써 새 학기가 시작됐지?

 

학교는 좀 다닐 만하고?

 

스즈코

 

뭐야

 

이거 놔

 

이거 놔

 

하지 말라니까

 

뭐 하는 짓이야?

 

어딜 까불어?

 

뭐 하는 짓이야!

 

36,755엔 남았구나

 

나카지마, 사토 씨

 

- 네
- 네

 

오늘부터 새로 일하게 된
아르바이트생이야

 

미야모토 토모요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미야모토 씨
나카지마랑 같은 대학이래

 

그래요?

 

네,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 잘 부탁합니다
- 잘 부탁합니다

 

이쪽은 씹히는 맛이 있고

 

토종 시금치는
단맛이 느껴지는 거예요

 

너무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죄송해요

 

천천히 외우도록 해요

 

나카지마 선배님은
전공이 뭐예요?

 

- 저는 심리학이요
- 그러세요?

 

저도 심리학 전공이에요

 

나카지마, 인기가 좀 많지

 

- 저기요
- 네, 지금 갑니다

 

미안, 오늘은 안 되겠어

 

응, 알았어

 

저녁 벌서 준비했어?

 

아니, 괜찮아

 

- 정말? 그럼 다행이고
- 그럼, 또 연락할게

 

- 안녕
- 그래

 

- 미안
- 아니, 괜찮아

 

- 기다려
- 같이 가

 

- 어떻게 된 거야?
- 죄송해요

 

이거 팔 수 있겠어?

 

이런 걸 부주의라고 하지

 

부주의했지?

 

정신이 해이하면
부주의해지는 거야

 

해이해져 있는 거라고
사토 씨

 

죄송해요

 

그 사과는 나한테 하는 거야
거베라한테 하는 거야?

 

저기...

 

부탁이 있어

 

뭔데?

 

말 꺼내기가 좀 그런데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얼마나?

 

5만 엔 정도면 돼

 

괜찮아?

 

알았어

 

내일 은행에서 찾아올게

 

- 고마워
- 아니야

 

사토 씨, 나카지마랑
동거라도 해?

 

아니, 그런 일 없어요

 

그래?

 

나카지마가 사토 씨
근무표 보여 달라고 하면서

 

급여 계산하고 있기에

 

같이 살려고
계획이라도 세우나 싶었지

 

아니, 아니에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사토 씨

 

나카지마 선배한테
공책 좀 전해 주시면 안 될까요?

 

선배 오늘 쉬는 날이라서요

 

응, 그럴게

 

- 고마워요
- 응

 

- 다녀올게요
- 응

 

이런 글씨구나

 

사토 씨

 

잠깐만

 

때마침 잘 만났다

 

저기, 돈 만 엔만
좀 빌려줄래?

 

방금 토모요랑
우연히 만났는데

 

돈을 하나도
안 가지고 나와서

 

그래

 

여기

 

고마워

 

같이 차 마실래?

 

아니, 들를 데가 있어서

 

정말? 그래

 

- 그럼
- 가

 

고마워

 

내가 뭘 하는 건지...

 

- 어른 2장이요
- 3,600엔입니다

 

고맙습니다

 

미안

 

800엔입니다

 

1,000엔 받았습니다

 

거스름돈입니다

 

- 감사합니다
- 미안

 

고마워

 

뭐야, 전화하지 그랬어?

 

이거 전해 주려고

 

고마워, 들어와

 

보리차밖에 없어

 

여기

 

고마워

 

저녁 먹으러 갈까?

 

아니, 이거 마시고 갈 거야

 

안 자고 가?

 

궁금한 게 있어

 

뭐?

 

- 저기...
- 응

 

나카지마는...

 

나 좋아해?

 

뭐?

 

갑자기 왜 그래?

 

좋아해?

 

좋아해

 

왜?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그리고?

 

왜 그래?
오늘 좀 이상한데?

 

그리고?

 

그리고...

 

얼굴도...
얼굴도 예쁜 것 같고

 

- 그리고?
- 그만하자

 

이런 거 좀 쑥스럽다

 

내 돈 때문이지?

 

돈이 없었으면 안 만났겠지?

 

어떻게 그런...

 

아니면...

 

왜 내가

 

다른 애와의 데이트 비용까지
내야 하는 건데?

 

그건...

 

뭐?

 

말 못 하잖아?

 

나...

 

나카지마랑 만나는 거

 

지쳤어

 

사토 타쿠야

 

누나에게

 

잘 지내?

 

얼마 전에 내 책상에
꽃병이 놓여 있었어

 

너무 화가 나서

 

그 꽃병을 깨 버렸거든

 

그리고, 장난을 친 녀석들과
싸우게 됐는데

 

한 녀석이 다치는 바람에

 

나는 '아동상담소'라는 곳에
보내졌어

 

상처를 입힌 건 나쁜 짓이라
그 애한테 사과했지만

 

용서해주지 않을 거래

 

누나,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

 

다치게 한 건
나쁘지만 말이야

 

아빠, 엄마는 전학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전에 봤던
누나 모습을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그러니까, 이대로
모두와 같은 중학교에 가려고 해

 

시험은 안 칠 거야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생이 되도록 노력할게

 

누나

 

아빠, 엄마가 걱정 많이 해

 

가끔은 전화 좀 해줘

 

타쿠야

 

타쿠야

 

누나가 바보였어

 

정말 바보였어

 

타쿠야에게

 

한동안 편지 못 해서 미안해

 

누나는 잘 지내고 있어

 

나는 내가 훨씬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가족도, 연인도...

 

오래 함께 있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안 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했어

 

얌전하게, 적당히 웃다 보면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어느 사이엔가 아무 말도
못 하는 관계가 되는 건

 

불행한 일이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인데

 

그 헤어짐이 두려워
누나는 무리를 했던 것 같아

 

하지만, 만나기 위한
헤어짐임을 이제 깨달았어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졌다고 해도

 

조금도 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누나가 이런 말을 해도
위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타쿠야는 잘못한 것 없어

 

정말 기특해

 

누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망쳐 왔지만

 

이번에야 말로...

 

새로운 곳에서

 

내 힘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생각이야

 

타쿠야에게서 용기를 얻었어

 

고마워

 

스즈코

 

다행히 곧 사람이
들어올 것 같아

 

열심히 해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빌렸던 거

 

응

 

잘 있어

 

그냥 보낼 거예요?

 

오해한 채로 떠나잖아요

 

백만 엔이 모이면 떠날까 봐
일부러 돈을 빌렸는데

 

결국, 백만 엔이 모이기도 전에
떠나 버리잖아요

 

뭐 하세요?

 

그만 좀 뿌려요

 

정말...

 

내가 뭘 하는 건지...

 

이렇게 쉽게 끝낼 수는 없어

 

올 리가 없지

 

sub2smi by  Michael Arch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