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무슨 일이세요,
그렇게 예의차리고.

 

내 고향인 아발리 마을이

길드에 토벌 의뢰를 냈거든.

 

받아주고 싶은데,
D급 이상이 대상인 의뢰야.

 

나와 닐스는 대해소 때의 공적으로
E랭크로 올려줬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하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제게.

부탁이야,

임시 파티를 맺어서
의뢰를 받아줘!

토벌 대상은 확실히
고블린과 스켈레톤이라고 했었죠?

스켈레톤?

묘한 조합이지?

그 두 종은
근본적으로 서식 영역이 다른데.

 

료?

뭐가 이상해?

 

드디어,

고블린에 견줄 만한
판타지 세계의 주역,

스켈레톤의 등장인가요?

 

하죠.

 

장식된 푸른 화병처럼

너는 장식품이 아니니까

망설이지 말고 가는 거야 그 다리로

모르는 걸 알기 위해서

 

물 속성마법사

몇 천 몇 만 몇 억의 눈

사람은 모두 누구나 다 가지고 있어

자신에게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손이 닿지 않는 일상의 바깥

그건 마법이 일어나는 곳

너라면 발을 내디딜 수 있을 테니까

포기하거나 하지 말아줘

조금 너무 일러

우리들은 세계에 대한 걸

너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잘못된 길을 선택해도

내가 전부 정답으로 만들게

그러니 그렇게 두려워말고

함께 미래를 보자

장식된 푸른 화병처럼

너는 장식품이 아니니까

망설이지 말고 가는 거야 그 다리로

모르는 걸 알기 위해서

 

이 의뢰,

당초엔 카일라디 마을에
내어졌던 거란 건 알고 있지?

네,

그게 달성되지 않은 채
룬의 마을에 넘겨진 거죠?

어, 실제로 카일라디로부터는
두 번 모험자를 보냈다.

첫 번째는 E급,

두 번째는 D급 파티다.

 

D급 파티도 실패했단 건가요?

고블린과 스켈레톤의 토벌에?

조금 믿기지 않네요.

 

그게 말이지,

그 D급 파티의 보고서에는

마을 사람들의 협력을
얻을 수 없었다던가,

마을 사람들이 적대했다던가,
그렇게 써있어.

네?

외지인을 싫어한다, 란 뜻일까요?

아니,
그런 배타적인 마을이 아니야!

개방적이라고도 할 순 없지만요.

 

뭐, 보고서만으론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지.

그러니 솔직히,
닐스 등의 수락해준 건 고마워.

나도 작은 마을 출신이니 알아.

다만 충분히 조심해줘.

처음에 간 E급 파티는

멤버 중에 중상자가 나왔다.

그때는 30체 이상의 스켈레톤을
조우했다더군.

 

뭐, 신관인 에토가 있으니,

방심만 안 하면 괜찮겠지.

 

그리고 이번엔 료도 있으니까.

위트나쉬로 가는 호위 의뢰까진
아직 날짜도 남았어.

부상자가 나오지 않게
이쪽도 확실하게 해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법 빨리 도착했네요.

 

우리들이 걷는 페이스가 빨랐나봐.

보통은 카일라디에서
꼬박 하루는 걸려.

 

그건 평소의 지구력 훈련의 성과가
나왔단 걸까요?

지옥 같은 달리기 훈련을 견딘
보람이 있었어.

 

닐스냐?

 

오랜만인데!

닐스, 어서 돌아와!

응, 다녀왔어!

 

닐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미움받아서
추방당한 건 아니었군요.

다행이에요.

왜 내가 추방당하는데?

그야 닐스는
보이기에 골목대장이라 해야 하나,

망나니였죠?

그런 사람들은 대개 마을에서 쫓겨나서
모험자 신세가 되는 게 으레 있는 일이죠.

료가 단정하고 있네.

료 씨는 그런 지인이 있는 걸까요?

 

뭐, 뭐, 조금은 개구쟁이였던 건
부정은 안 하겠지만.

 

아무튼
우선은 촌장과 할머님께 가자!

 

불란, 있어?

오, 누구지?

 

아니, 너, 닐스?

정말로 닐스야?

 

몰라봤잖아!

몰라봤다니,

아직 마을을 나간 지
1년도 안 됐잖아.

그렇긴 하지만,
뭐라 해야 하나, 어엿한 느낌이.

마을을 나갈 적에는
망나니였을 뿐이었으니까.

 

불란, 그걸 얘기하지 마!

 

저쪽의 세 명은?

내 파티 멤버야.

 

에토, 아몬, 그리고 료야.

 

잘 부탁드립니다.

 

응, 잘 부탁해!

난 촌장 불란이야.

 

그렇군,
닐스가 의뢰를 받아줬군.

확실히 마을의 사정을 모르는 녀석들보단
적임일지도 모르겠군.

 

불란,

두 번째로 온 모험자들에게
협력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무슨 소리야?

 

그러게,

순서대로 설명하자면...

 

처음에 보인 건 스켈레톤이었어.

동쪽 숲속에서,
그 때부터 항상 보이게 됐지.

 

고블린은 그 조금 뒤에
숲의 남쪽에서 내가 발견했어.

그래서 한꺼번에 토벌 의뢰를 냈는데,

첫 파티가...

그... 싸운 장소가 문제였거든.

 

혹시 동쪽 숲 안으로 들어간 거야?

어, 숲속을 피로 더럽혀버렸어.

 

그래서 두 번째 파티가 왔을 때
쫓아내려한 마을 사람들이 있었어.

 

생사가 걸린 싸움이야.

장소를 골라서 하라고 말해도
그렇게 간단히는 안 된단 건 알아.

하지만 말이야,

그곳은 마을의 인간들 사이에
몇 대에나 걸쳐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전해져 내려온 장소야.

 

확실히, 그 장소가 피로 더럽혀져셔야
쫓아내고 싶어질 만도 하겠네.

미안,

이해가 안 가지?

보아하니
마을의 관습이란 걸까요?

그런 셈이야.

하지만
이건 마을의 비사와 관련된 거니까,

할머님과 총회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말할 수 없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러니까
닐로이 씨가 18살이 된 뒤에

닐스는 가장의 자리와 농토를 넘기고
마을을 나갔다,

모험자가 되기 위해?

네.

형은 옛날부터
농업을 좋아하지 않았고,

본래라면 성인이 되면
바로 마을을 나갈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그 직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닐로이 씨를 키우기 위해 남았다고.

닐스답네요.

 

저래봬도 남을 잘 돌보니까.

닐스 씨는 엄청 잘 대해주고 계셔요.

형이 신뢰하는 분들과 와줘서
기뻐요.

 

형과 여러분들이라면,

총회에서도 토벌에 반대하는 사람은
안 나올 거예요.

 

지난번 사람들은 마을의 관습을 무시하고
숲에 들어가려고 했어서.

아, 역시.

그건 협력해주지 않는 게 당연하지.

 

돌아왔어.

어서 돌아와.

총회 결과는 어땠어?

 

응,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벌 허가는 내려졌어.

우선은 내일 낮 중에

고블린 조사를 할까 해.

그리고
그 다음에 스켈레톤 쪽 말인데...

 

너희들이라면 괜찮겠지, 라며
허가는 나왔는데,

지금부터 말할 내용은
발설 금지야.

알겠지?

 

이 마을에는
특수한 부분이 두 개 있어.

 

그 첫 번째가 동쪽 숲 안쪽에 계신

수호수님이야.

 

수호수?

 

그런 전승이 있는 마을은
때때로 있지만,

여기가 그런 곳일 줄이야.

 

수호수?

이 무슨 판타지스런!

뭐, 촌장과 할머님 밖에
만날 일이 없으니까,

난 본 적도 없지만.

 

이건 분명
오늘 중으로 둘이서 수호수님께 설명하러...

그 수호수님이 악신 등에게
침식 당해서 미쳐버려서

우리들을 덮쳐올게 틀림없어.

 

반드시 그럴 게...

료.
반드시 그럴 게...

 

너, 뭔가 이상한 거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

아,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그, 그것보다,

또 하나의 특수한 부분이란 건
뭔가요?

정말이지,

다른 하나는 사당이야.

사당?

응.

이건 할머님이
자기가 얘기하겠다고 했어.

 

미안하지만,
내일까지 기다려줘.

 

내가 고블린을 본 건
이 부근이다.

평소엔 아이들도 놀러오는 곳인데,

지금은 접근하는 걸 금지시켰지.

하지만 어디에든 규칙을 어기는
어린아이는 있는 법이니까.

 

역시 닐스는 옛날부터...

역시라니, 뭐야,
역시라니!

 

이거, 전부 고블린의 발자국이죠?

 

고블린의 둥지,

또는 마을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네.

 

왜 그래, 료?

 

10체가 넘는 고블린이
이쪽을 향하고 있어요.

조우하는 건 5분 뒤예요.

 

대단한 색적 능력이네.

그렇다면 1체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사냥하자.

남긴 녀석의 뒤를 쫓아서,

둥지를 찾아서 그대로 치는 거죠?

 

아이스 바인드, 10.

 

가자, 아몬!

네!

 

좋았어, 쫓자!

 

아마도 저 동굴이겠지.

 

우선은 밖에 있는 녀석들을.

 

아이스 바인드, 6.

 

뭔가 큰 게 온다.

아몬, 조심해!

 

고, 고블린 제너럴?

 

제너럴이라면, 대해소 때의...?

 

너무 위험해.

우리들로선 도저히...!

 

아이스 바인드!

 

닐스, 마무리 안 짓나요?

 

응...

 

제, 제, 제너럴, 고브 제네럴!

고브, 고브, 제너럴, 고브 제너럴!

희생자도 없이 쓰러트릴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제너럴의 마석도 손에 넣었고요.

으, 응...

 

닐스들은 대단하군.

 

모두 한꺼번에 고브 제너럴!

 

너희들, 고블린을 쓰러트려줬다더군.

잘 해줬어.

소개하지,

마을의 조언자, 나스 님,

보통 할머님이라 부르지.

손님에게 대고 할머님이란
설명을 하는 녀석이 어딨어?

멍청한 것이.

 

미안하군, 손님.

이 불란도 그렇고
닐스도 그렇고,

예의를 모르는 것들이 많은
마을이라서.

왜 나까지.

 

자, 피곤할 텐데 미안하지만,

갈까?

 

저건?

 

드디어 수호수님 알현 이벤트!

저주에 침식당한 수호수님과의
배틀이 벌어질 가능성도.

또 뭔가 불온한 걸
꾸미고 있는 거 아니야?

 

할머...

아니, 나스 님.

할멈이라고 해도 돼.

날 나스라고 부르는 건
이젠 수호수님 정도야.

 

그럼 할머님,

그 장식,

대지모신님의 문장 아닌지?

 

역시나 빛의 신관,
잘 공부 했군.

 

대지모신?

우리들이 신앙하고 있는
빛의 여신님과 대지모신님은

각자 7대신의 한 축으로
모셔지고 있었어.

 

다만, 오랜 시간 속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지금은 신전이나 신관이라고 하면

빛의 여신 쪽 사람이라고
여겨지게 돼 버렸지.

다른 6신은 쇠락해버렸어.

이 마을 대대로 장로는

대지모신님을 신앙해왔지.

 

빛 속성 이외의 신앙이라.

할머님은 빛 속성 회복 마법은
못 쓴다는 건가요?

회복 마법이라면 쓸 수 있지.

하지만
빛의 신관들이 쓰는 것과는 다르지.

빛의 신관은 영창을 하지?

 

네, 물론이죠.

대지모신을 모시는 자들은
영창은 하지 않아.

그렇다기 보단,
애당초 영창이란 건 없었다네.

네?

언제쯤부터인가

영창이란 게
당연한 듯이 횡행하게 되어버린 게야.

 

수호수님, 나스이옵니다.

불란 및 토벌을 행할 4명을
데려왔습니다.

 

오나, 배틀 이벤트?

 

수고가 많군.

 

펜릴...

 

침식 안 당했어!

 

이벤트 발생 안 함.

 

빛의 신관, 검사가 둘,

그리고...

 

나의 이름은 응쿠신이라고 하네.

거기 있는 물의 마법사여,

그대의 이름은 뭐라고 하나?

 

료입니다.

수호수님께서 이름을 대셨어?

그런 적,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을 텐데.

사람에겐
발음하기 힘든 이름이라서 말이지,

지금까진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네.

하지만 거기 있는 마법사,

료라고 했던가?

그대에게 전하지 않는 건
의리없는 짓이지.

의리없다?

그래,

나는 요정의 친척 같은 걸세.

그런 자에게 있어서 그대는,

그래, 가까이 있으면
무척 마음이 편해진다네.

 

세라 씨도 말했지,

난 요정왕의 마음에 들었다고.

요정이 마음에 들어하는
체질, 인 걸까?

 

마음이 편해진다면, 에 또...

감사합니다?

 

감사해야할 건 내쪽일세.

그대 덕분에
수명이 천 년 늘어난 것 같네.

실은 이제 앞으로 10년 정도면
다할 예정이었네만.

나스도 재밌는 자를 데리고 왔군.

무어라...

료는 굉장하구나.

 

자, 그대들의 토벌에 관해서다만,

사당 앞에 30체,

그 안쪽에 또 강한 게 1체 있네.

그녀석은 내가 사당 안에 붙들어놨네.

수호수님께서?

그래,

사당의 영력으로는
묶어둘 수 없는 듯해서 말이지.

그대들이 30마리를 쓰러트리면
해방시키도록 하지.

 

부정한 영혼을
지금 신의 품으로 돌려보내리니.

그 죄를 용서받기를
나는 여기에 바라노라!

턴 언데드!

 

좋았어, 열자.

 

스, 스켈레톤 아크?

 

아이스 크리에이트 해머!

 

사당에서 나오면 발을 묶을 테니,

그걸로 팍팍 내구도를 깎아주세요.

 

알았어.

그럼 수호수님께 풀어달라고 하죠.

 

아이스 플라워.

 

아름답구먼.

 

자, 아크가 옵니다!

 

아이스 반!

 

닐스, 아몬!

 

딱딱하네!

하지만 조금씩 대미지를 주고 있어요!

 

네가 서있는 곳은

수소 결합 두 개짜리 물분자들을
좀 많이 써서

최적의 경도로 만든 특수한 얼음.

 

엄청 미끄러질걸.

 

슬슬 끝내야지!

 

드디어 끝났어?

지쳤어.

 

사당 안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야.

이게 이 마을의
또 하나의 특수한...

 

깨져있나.

 

할머님, 이건 대체?

 

선대 무녀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지.

과거에 사당에는
밝게 빛나는 옥이 있었어.

하지만 어느 날
그 옥은 검게 흐려지고,

조금 지났더니 깨졌다고.

 

이전 수호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게 있지.

자신이 있는 동굴에는
어디선가 힘이 들러들어오고 있다,

그 힘의 근원은
이 사당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그리고 이 마을은 옛날부터

몇 번이고 고블린에게 습격받았거든.

 

혹시 닐스 부모님이 안 계신 건...?

 

지금까지는 본거지를 찾지 못했는데,

그대들이 찾아낸 동굴이
그걸지도 모르겠군.

어쩌면 그 동굴에도
사당의 힘이 흘러들어간 영향으로

고블린이 생겨나게 되어버린 걸지도.

 

나의 주술로
그 동굴에 봉인의 둔덕을 만들지.

 

그러면
힘이 새어나올 일은 없을 게야.

 

그러고 보니 슬슬 때가 됐네.

그러게.

나도 에토도
모험자 등록한 뒤로 이제 곧 300일.

 

그렇구나.

300일까지 밖에 숙사에 살 수 없죠.

저기, 료, 아몬.

나와 에토는 숙사를 나가면
집을 사거나 빌릴까 해.

그래서, 너희도 같이 안 살래?

 

부디 넣어주세요!

오, 그래?

료는 어떡할래?

 

조금 대답은 기다려줄래요?

저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어서.

 

내가?

길드 마스터 대리?

어,

위트나쉬의 개항제.

평소라면 펠프스에게 부탁하겠지만,

그 녀석은 지금 다른 임무로 바쁘니까.

이번만이야, 부탁해.

 

위트나쉬라...

 

멍청한 것!

전투가 종료됐다고 해서
방심하지 마라!

사단장으로부터 말씀을 듣겠다.

 

전원 결집!

 

모두, 연습 수고 많았다.

저번보다는 숙달됐다만,
합격점이라곤 아직 할 수 없다.

내일부터 나와 부장은

황제 폐하의 명으로
나이틀레이 왕국의 위트나쉬로 간다.

귀환 예정은 2개월 후.

돌아왔을 때의 연습에서

더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이상!

 

오늘은 친절하셨네요.

제3 중대에서 같은 일이 있었을 때는

양 다리를 쏘셨으면서.

 

그때마다 치유사에게 치료시켜서야

훈련이 지체되니까요.

 

틀린 말 아니군요.

 

그리고,

그 불꽃의 화살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

바짝 긴장되겠죠.

 

역시나 폭연의 마법사란 별명은
헛것이 아니군요.

 

그날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을 때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바람이 두 사람을 인도해주고

운명의 페이지가, 이렇게 넘겨졌어

수면에 비친 옆얼굴이 덧없어서

언젠가 얼음처럼
녹아서 사라질 것만 같아서

 

당신의 곁, 영원히 이어지기를

마법을 걸어줘,
부디, 시간아 멈춰줘

누구보다 길게 이름을 불러줘

어느 순간이든 잘라내서 간직해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