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알겠어?
빌려주는 거야

꼭 돌려줘

 

알겠어

반드시 돌려주러 갈 테니까

안심하고 도장에서 기다려

 

알았…

 

켄신!

 

[참간장]
[오늘 자정 신사의 숲 속]
[이나리 앞에서 기다린다]
[진에]

 

상처를 지닌 나그네여

아픔에 둔감한 우리

이제 웅크리고 있지만은 않아

세상에 나선 칼 끝

 

바람의 검심
-메이지검객 낭만담-

어디까지나 감각적으로

옳다고 믿었던 길을

우리는 속고 속이며 달려왔지

잘못 하나둘 쯤이야 있을 수 있어

틀에 박힌 상대적인

행복에는 관심없어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며 칼을 들었지

사거리에서 교차

어제 일 같아

기억 속에서 눈을 뜨는 동란

이토록 쉽게

홀릴 것만 같지

새빨간 비가 연주하는 진혼가

덧없이 흩날리는 망자

손짓하는 문지기

속에서부터 불타오르는 업화

지옥인가

천국인가

지켜보기 전에 걸음을 옮겨

이미 상처투성이

딱지는 이미 한 번 떨어졌고

비천

저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오늘이 최악의 하루라도

내일이 끝나버렸을지라도

한 명 정도는 이렇더라도

사랑해주리라 진심으로 믿어

언젠가 그 어느 날에

진흙 속에서 피어나 구름 위에서 지는

어리석은 나날을

살아가겠어

 

제7화
두 명의 칼잡이

 

그리 노려보지 말거라

널 잡아먹으려고
잡아온 게 아니니

알고 있어

켄신의 힘을
깎기 위해서지?

검은 갓도 비겁하기 그지없어

 

뭘 모르는군

 

널 인질로 삼으면
발도재도 분노하겠지

분노는 놈을 왕년의
칼잡이로 돌려놔줄 거다

 

지금의 발도재는
매가리가 없어

담배 한 개비 다
피우기도 전에 죽일 수 있다

그럼 재미가 없지

 

비겁한 데다가 허풍까지?

설마 켄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거야?

 

너야말로 모르나보군

칼잡이 발도재

일화를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실력을

 

내가 놈을 처음 본 건
막부 말의 교토였다

 

칼잡이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우리도 신센구미

한 놈을 상대로 질 리 없다

그렇게 생각했지

 

순식간이었다

달빛이 길을 어지러이
비추는 동안

놈은 나를 제외한
세 명을 모두 죽였다

 

이봐

 

동료에게 전해

이 이상 유신지사를 벤다면
내가 상대하겠다고

 

거기서 싸웠다면
난 순식간에 죽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잔뜩 죽여왔지
적도, 아군도

 

나도 놈과 같은
칼잡이가 됐어

칼잡이끼리 호각지세로
싸우며 죽고 죽인다

이게 가장 재미있어

켄신은…

곧 알게 될 거다

내가 보는 놈이

그리고 네가 보는 놈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그럼

 

마침 자정이야

즐거운 시간이 시작됐군

그렇지?

발도재

켄신…

 

좋은 눈이다

분노했군

그래

카오루 양까지 끌어들인 네놈과

그걸 막지 못한 내게

 

말투가…

 

마음에 들어

말투가 예전으로 돌아왔군

남은 건

그 칼날만 뒤집으면
전설의 칼잡이 부활인가

켄신

 

하찮은 술수를!

달라…

평소의 켄신이 아냐

 

심의일방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니카이도 평법

우선 한 손 평찌르기

 

다음은

 

일문자 횡휘두르기

십문자 종베기

여기서…

 

깬다!

 

내 움직임을 간파했나본데

뒤에 숨긴 칼까지는 읽지 못했군

 

아직이다

지금의 네놈은 담배 세 개비
필 시간이면 죽일 수 있어

켄신!

 

재미없군
좀 더 화가 나게 해주지

 

카오루 양!

심의일방을 조금
세게 걸었다

폐가 마비될 정도로

고작 2분 정도겠지

어젯밤처럼 쉽게
풀 수 없을 거다

질식사는 더럽고 추하지

시체에서 침에
분뇨까지 흘러나와

 

진에…

 

떠들 시간이 없을 텐데?

하고 싶은 말은 검으로 해라

 

지금은 검은 물론이고
움직임조차 잡지 못했어…

이것이야말로 비천어검류

이것이 칼잡이 발도재!

 

떠들 시간없다

죽여줄 테니까 어서 덤벼

 

켄신…

 

죽여준다고?

 

그거 좋지

 

칼잡이에게 어울리는 말이야

 

켄신…

 

네가 막부 말의 칼잡이 발도재로
돌아간 지금부터가 진정한 승부

 

간다, 발도재!

 

왜 그러지?

 

살기가 담기니 역시 다르군

 

목숨이 아까워졌으면

카오루 양에게 건
심의일방을 풀어

난 이제 못 푼다

직접 풀든가

술자를 죽여서 검기를
완전히 끊어내든가

방법은 둘 중 하나뿐

전자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널 죽여야겠군

 

그것도 불가능해

인간이라는 생물은

의외로 생각에 약하지

심의일방은 그 약함을 파고들어

고양된 검기로 상대를 위축시켜

몸을 구속하는 기술

깊게 생각하면
실제로 몸이 반응한다

술자인 나도 예외는 아냐

 

나는 불패…

그런가

스스로에게 강력한 암시를 걸어
잠재능력을 모두 발휘할 셈인가

나는 무적이다!

 

나는 최강이다

 

심의일방 그림자 술법

빙귀술

이걸 쓰는 건 신센구미를
빠져나올 때 이후로 처음이니

약 15년만이군

 

비겁하다면 비겁한 기술이지만

써야겠다

상관없다

무슨 기술이든
마음껏 써라

하지만

 

내가 죽이겠다고 한 이상

너는 반드시 죽는다

 

이건…

발도술의 자세

 

발도술

도검의 날을 칼집 안에서부터 뽑아내어
검속을 2배, 3배로 가속시키는 기술

상대가 공격할 틈을 주지 않고
베어넘길 수 있는

일격필살의 큰 기술이다

 

와라

왜 발도재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신속의 검

비천어검류를 다루는 자의 발도술

그야말로 최속의 검

하지만 피하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

발도술은 일격필살이기 때문에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양날의 검

피할 수 있을까?

 

피할 수 있다

이건 피할 수 있어

 

승부다!

히무라 발도재!

 

발도재!

넌 치명적인 결함을 못 알아챘다

그것은 칼

역날은 발도술에 불리하다

칼이 휜 방향에
칼등이 오는 역날검으로는

칼집안에서 충분한
속도를 얻지 못해

미세하지만
발도 속도가 늦어진다

그 차가 내게는 절호의 승기!

 

빠르다!

하지만 이것만 피하면…

 

피했다!
나의 승리야!

발도재!

 

이건…

칼과 칼집을 이용한…
2단 발도술?!

 

비천어검류 발도술
쌍룡섬

 

발도술이 양날의 필살기라는 것도
역날검이 발도에 불리한 것도

이미 다 알고 있다

최강의 발도술을
극한까지 깨우친 자

그것이 발도재라는
지사명의 유래다

 

팔꿈치의 관절을 부숴
힘줄을 끊어냈다

네 검사로서의 생명은 끝이야

 

그리고 이걸로

인생도 끝이다

 

죽어라

 

켄신…

 

왜 그러지, 발도재?

뭘 망설이는 거냐

심의일방을 풀려면
날 죽여야 한다

너무나 간단한 선택 아닌가?

전설의 칼잡이 님의 흉검

저승길 선물로 일격

여기에 먹여달라고

그래

네놈에게 선물 따위
주고 싶지 않지만

카오루 양을 지키기 위해

난 다시 한 번

칼잡이로 돌아간다

 

 

그거면 됐다!

네놈의 흉검을 나
진에가 느끼게 해달라고!

죽어라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술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대도
그것이 진실

하지만 나는 그런 진실보다

카오루 양의 물러터진 허언이
더 마음에 드는구려

 

켄신…

 

켄신

 

안 돼!

 

칼잡이로 돌아가지 마

 

살인검은 안 돼…

카오루 양!

 

카오루 양!
정신차려

괜찮아?

 

카오루 양

괜찮고말고…
켄신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왔네

 

난 괜찮아

괜찮으니까 이제…

 

어젯밤의 새대가리면 모를까

설마 심의일방을 이런
계집도 풀어내다니

나도 한심하군

 

그만둬라, 진에

단검 하나로

게다가 왼손밖에 못 쓰는
네게 승기는 없다

모든 게 끝났어

얌전히 오라를 받아

아니, 아직 안 끝났다

 

뒷처리가 남았지

 

이 감촉…
좋구나

 

모르겠다는 표정이군

 

말했을 텐데

뒷처리다

내가 잡혀서 조사가 시작되면

틀림없이 암살을 의뢰한
유신 정부 고관들이 드러날 테니

뭣이?

 

설마 메이지가 됐으니
암살도 사라졌다 생각했나?

그래서 한심하다는 거다

유신, 메이지, 신정부
말은 번드르르하지만

그 속에는 막부 말과 같은
권력항쟁이 계속되고 있어

방해되는 놈들은 없애고 싶지만
제도가 근대화되어

경찰 기구도 체계가
갖춰져가는 지금은

예전처럼 단순한
암살은 불가능해

한편으론

나도 한 번 발을 들인
수라의 길을 빠져나올 수 없고

빠져나가고 싶지도 않아

 

그렇게 정치꾼과 칼잡이의
이해가 일치했고

흉악한 살인귀
검은 갓이 탄생한 거다

 

칼잡이는 자신의 의지로
사람을 벤다

하지만 상대를 직접
선택하지는 않아

그걸 무시하고 네게 덤볐으니
이렇게 꼴사납게 죽는 거겠지

하지만 상관없어

오른팔이 끝장난 이상
살아있어봤자 지루하겠지

 

진에

그딴 눈은 집어치워
발도재

날 죽이겠다고 할 때의
눈은 훨씬 근사했다고

네놈의 본성은 역시 칼잡이야

같은 칼잡이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없어

칼잡이는 결국
죽을 때까지 칼잡이

다른 삶은 살 수 없어

네가 언제까지 나그네라고
떠들어댈 수 있을지

지옥 밑바닥에서 지켜보마

 

칼잡이는 결국
죽을 때까지 칼잡이

 

죽을 때까지…

 

켄신…

 

돌아가자, 카오루 양

여기서부터는 고관들 문제야

경찰에 맡기지

 

켄신

 

켄신

 

왜 그래?

도와줘서 고마워

인사는 해야지

 

아니…

인사는 내가 해야지

고마워

아냐, 별 말을…

 

그때 카오루 양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완전히 칼잡이
발도재로 돌아갔을 거야

 

그렇지

그러고보니 남색
리본 돌려줘야지

 

이게 뭐야?
피투성이잖아

맞네

왼팔의 출혈이 흘러
품 속에 고였나보군

어떡할 거야?

불가항력이었어

너무해, 용서 못 해!

 

켄신, 거기 서!

 

진에

지옥 밑바닥에 지켜봐라

본성이 칼잡이라도
난 평생 억눌러보겠어

나는 두 번 다시 칼잡이
발도재로 돌아가지 않아

 

나는 죽을 때까지
불살의 나그네다

 

다녀왔어

나도

 

칼끝에 비친 그대가

떠도는 가을 하늘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옆 모습에

난 항상 다가가지 못 해

잊고 싶지만

생각처럼 잊혀지지 않아

칼날을 드리운 과거가 날 찔러

소매가 닿은 새벽보다 먼저

만나기 전으로는 이제 돌아가지 못 해

누구를 위해서도 꽃은 피지 않아

이 마음 닿지 않더라도

사랑 같은 게 사랑 같은 걸로

눈물자국은 지우지 못 해

하지만 언젠가 용서할 수 있다면

이 칼끝에 비친 내일을

한 명, 한 명 떠도는 가을 하늘

지금 우리 다시 만난다면

그 날의 기억은 아픔도 거짓도

흐르는 시간과 함께 녹아들 테니

 

잊을 수 없는 그대여

 

이제는 떠돌지 않도록

 

다음 회
도망치는 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