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600년 정도 전에
정말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왜냐면, 진실된 느낌을 주기에는

너무나도 옛날 이야기이고,

교훈도 없을 뿐더러
위안도 없는 이런 이야기는,

분명 거짓말이라고 해두는 편이

좋을 테니까요.

 

600년 정도 전,

지금은 더는 어디에도
그 이름을 남기지 않은 나라에

무척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유복한 귀족의
외동딸로 태어난 그녀의

그 아름다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국내에 모르는 사람은 없고

어느 가정에든
그녀의 초상화가 걸려있을 정도였습니다.

 

남녀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가 그녀에게 매료되었습니다.

 

그 아름다움만으로
황제 폐하로부터 칭호를 받은 그녀는

전 국민으로부터
아름다운 공주, 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었습니다.

 

소문으로 들은 그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고자

국민들은
그녀가 사는 성에 장사진을 쳤고,

매일 매일
성앞에 선물의 산이 쌓였습니다.

 

귀녀님의 아름다움을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부디 거둬주십시오.

 

음악가는 그리 말하며
바이올린을 켰습니다.

 

귀녀님의 아름다움을
시로 만들었습니다.

부디 거둬주십시오.

시인은 그리 말하며
드높이 낭송하였습니다.

 

귀녀님의 아름다움을
조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부디 거둬주십시오.

예술가는 그리 말하며
백 개의 상을 조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물도

공주님을 미소짓게 하진 못했습니다.

 

아무도 날 봐주지 않아.

공주님은 방에서 홀로 한탄했습니다.

 

아름답다, 아름답다며
극찬을 해주지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

내가 어떤 인간인지
그 자들은 아무것도 몰라.

나의 내면을 몰라.

 

그것이 아름다운 공주의
고민이었습니다.

 

그녀가 뭘 하든 무슨 말을 하든

감상은 언제나

'아름답다' 한 마디.

성공해도 실패해도

좋은 일을 해도 나쁜 일을 해도

평가는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무얼 해도 아름답다.

자나깨나 아름답다.

아름다운 공주란
참 잘 표현한 말입니다.

 

그런 아름다움,

마치 마성 같지 않습니까.

 

이래선 내게는 의지 따윈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잖아.

나는 나의 겉모습의
노예가 아니란 말이야.

우연히 날 때부터 가진
아름다움 따윈

방해밖에 되지 않아.

 

난 외모가 아니라

좀 더 내면을 봐줬으면 해.

 

자신의 아름다움에 기대지 않는
이 어엿한 마음가짐에 감동을 받은 것이

이 나라에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마녀 할머니였습니다.

 

아름다운 공주,

네 미모를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투명빛으로 만들어주마.

그 대신, 네 마음이
주변의 모두에게 보이게 해주지.

앞으로는 너의 내면이
시험받게 될 거란다.

 

마녀 할머니가 주문을 외며
지팡이를 휘두르니,

비쳐보일 듯하던 공주님의 피부가

정말로 투명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공주는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외모의 아름다움이 걷히고,

드러난 공주님의 마음이 아름다움은

지금까지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 반짝임은 성에 있으면서도

나라의 구석구석까지 고루 미쳤습니다.

 

공주님의 아버지는

지금껏 못 보고 있었던
딸의 마음이 하도 아름다워서

자신을 부끄러워 하며,

아침에 인사를 한 다음 순간

발코니에서 뛰어내려서
스스로를 벌하였습니다.

 

공주님의 어머니는

이렇게나 어엿한 마음을 가진 딸을
낳은 걸 자랑스레 생각하여

그것만으로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생을 부여받은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한 탓에

아침식사를 한 후,

평온하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아름다운 공주의 다정함을

곡으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음악가는

거기에 걸맞는 선물로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

즉, 악기를 켜기 위한
양손목을 잘라내고

공주님께 바쳤습니다.

 

아름다운 공주의 총명함을

시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 시인은

거기에 걸맞는 선물로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

즉, 시를 낭송하기 위한
혀를 잡아뜯어서

공주님께 바쳤습니다.

 

아름다운 공주의 용감함을

조각상으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 예술가는

거기에 걸맞는 선물로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

즉, 재료를 가려내기 위한
눈을 도려내서

공주님께 바쳤습니다.

 

국민들은 다들

그때까지 소중히 해왔던
공주님의 초상화를

불에 태웠습니다.

 

어쩜 이런 시시한 것을

애지중지 걸어뒀던 것일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런 걸론 전혀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목숨, 부모형제의 목숨,

아이의 목숨, 손자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성앞에 쌓인 선물의 산이 아닌

시체의 산이

성의 높이를 넘기는 데엔
그렇게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아, 어떻게 이런 비극이.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자신의 마음의 모습에 바쳐진
시체의 산과 피의 강에 절망하여,

공주님은 마법을 풀어달라고 하러

마녀 할머니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가장 먼저 공주님의 내면을 접했던
마녀 할머니는

목숨보다도 소중한

오랫동안 함양해온
지식이 쌓인 머리를

공주님께 바친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잘린 목을 앞에 두고

공주님은 쓰러져 울었습니다.

 

그런 측은함을 부르는 모습이,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아름다운 마음이

더더욱 국민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그들은 내가 먼저라며 앞다퉈

자신의 목숨을,

아니면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을

공주님께 바쳤습니다.

 

공주님을 위로하기 위해

차례차례 끊임없이

미소로 그 몸을 내던졌습니다.

 

쌓여버린 시체의 산,

아니, 시체의 성은

물론 악명으로 왕도나
이웃나라에까지 떨쳐졌습니다만,

하지만 달려오는 군대도

직접 아름다운 공주의 위광을 느끼면

스스로 자처해서
그 시체의 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젠 싫어.

다들 죽어버려.

그런데 나는 아무도 구할 수가 없어.

 

내가 뭔가를 하면 할수록,

뭔가를 말하면 말할수록,

다들 죽어버려.

이제,

나도 죽어버리고 싶어.

 

하지만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공주님의 마음의 강함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공주님은 미치는 것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여행을 떠나렴.

그렇게, 거기서 할머니의 잘린 목이
말을 했습니다.

공주님이 흘린 눈물이
기적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아주 잠깐동안
할머니는 되살아났습니다.

 

마성조차도 넘어서는

너의 마음의아름다움을 위해
죽어버리는 자를

언젠가는
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너는 사람들로부터
계속 멀어져 있거라.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않고,

혼자서 살렴.

 

그렇게 말하고 할머니는

다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렇게 핏빛으로 새빨갛게 물든 성과

시체로 쌓인 성을 떠나서,

아름다운 공주는
끝없는 여행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마녀 할머니의 저주 같은 충고에 따라

이 이상 아무도 죽게 하지 않기 위해,

 

누구와도 동행할 수 없는

오직 혼자만의 도피행.

 

그녀가 흡혈귀가 되는 것은

이것보다 조금 더 뒤의 일입니다만,

공주님의,

키스샷 아세로라오리온
하트언더블레이드의

붉게 피로 물든 흡혈귀 전설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깨끗한 그녀는

자신에게 바쳐진 아주 작은 목숨을

처음으로 구할 수 있었던 것이

이것으로부터
600년 후의 일이었습니다.

 

잔혹동화
아름다운 공주

 

UNHAPPY?
고뇌하는 사람의 아이야

UNLUCKY?
사람이 아닌 자도

BE HAPPY!
늦추지 말고 노려라

살아있는 거니까

외면했었던 과거도

따분한 미래도

카운셀링

이것 참

고금동서
피스 피스

UNHAPPY?

UNLUCKY?

BE HAPPY!

언데드!

 

컷인

왠지 어째서

미래따위에

아무런 희망도 없는
기대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이제 꽤 오래 살아왔어

기시감과 템플릿에 식상

멋진 사건의 기척도 없어

유감

쌓인 경험의 인과

형해화된 신화와
따분한 진화

결론은 자극이 필요한 거야

질려버렸어

익숙해져버렸어

막 이러고

갖춰져 가는 가이던스

늘어가는 컴플라이언스

뚜껑이 덮혀가는 것 같아

하도 쪽쪽 빨아먹어서

이것도 저것도 전부 다

똑같은 맛이 나

언데드!

죽진 않았어

너와 너의 연쇄

살아있다는 건
계속 변해간다는 거야

불행에 안주하며
만족하지 말란 말야

행복해지려 하지 않는 건
비겁해

이 세상 이 세상엔

기괴기괴 판타지

다음은 귀신이 나올지
뱀이 나올지

마주 치고 겪고
그제야 시작되는 이야기

자아 사람인지 괴물인지

한화휴제
피스 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