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좋아, 잘한다.

내가 유키토의 비밀을 알게 된 건

이제 막 기억이 날까 말까 하는
어릴 적이었다.

유키토, 이쪽이야.

 

지기... 지기...

 

좋았어!

잘했어, 유키토!

 

안아달라고?
에잇, 에잇.

 

뭐야, 이게?

 

사람이 알게 하지 말지어다.

 

미안, 미안,

눈을 떼면 안 됐었지.

 

뭐야, 방금 건?

 

뭐, 유키토는 말이다,

조금 특별하거든.

 

유키토가, 특별해?

응, 물의 기운이 엄청나게 강해.

 

잘한다, 잘한다.

진기도 물의 기운이 강한 편이니까,

유키토와 상성이 너무 좋단 말이지.

뭐, 말 안 하는 것도 위험하려나.

스승님?

좋았어.

진기, 잘 들어라.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하루아키나 아카에겐 비밀이다.

 

나와 너만의 비밀이다.

응.

유키토는 실은 말이다...

 

유키토가...

 

제10화
「함께 가줄 테니까」

 

유키토 군?

 

너희들!

어째서...!

보스!

선생님!

도, 도와드리러 왔어요!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

아뇨, 그만 안 둬요!

우리도 야나기를 잇는 자예요!

 

와버린 건 어쩔 수 없나.

아카?

어이, 이바라!

네!

유키토!

네!

그리고, 하루아키의 제자 녀석들!

네!

후방에서 지원해라.

이바라, 애들은 네가 지휘해라!

넵!

 

아카!

저 아이들에겐 위험해!

여차하면 저 애들만 도망 보내면 돼.

 

서, 선생님...

 

챠타로, 야코,
그리고 유키토 군, 이바라 쨩,

뒤는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무리는 하지 말도록.

네!

 

후쿠와케 챠타로와 아마노 야코는
가능한 한 공격을 막아.

야나기 유키토는 나랑 같이 대상을 견제.

아, 알았어!

너한테 명령받는 게 석연치는 않지만!

하지만 해내주죠!

 

할 수 있어요!

 

온다!

 

천하에 가장 유연한 것이

천하에 가장 견고한 것을 지배하노라!

형체가 없으면
틈이 없는 곳에 들어갈지니!

 

물은 가히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않으니,

만인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무노라!

 

하늘의 도,

그것은 활을 잡아당김과 같을지니!

 

쓸데없는 짓을!

그런 말 하고 있을 때냐!

 

저 두 분이 같이 싸우다니!

응, 이거라면 불의 용도...!

 

내가 정말로 물의 용이라면,

어째서 난 아직...?

 

유키토가 물의 용이라는,

하루 형도 아카 형도 모르는

나와 스승님만의 비밀은

내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난 형들이 없을 때,

스승님과 그 보물에 대해
몰래 얘기하는 게 좋았다.

 

이렇게 쪼그만데.

 

왜 그러냐, 진기?

유키토는 언젠가
물의 용으로 돌아갈 거야?

물의 용으로 돌아가면
이제 유키토랑은 못 만나게 돼?

그러게 말이다,

좀 더 자라서

지금의 하루아키나 아카 정도의
나이가 되면

본래의 힘을 되찾아도 사람의 모습을
유지할 정도로는 안정되겠지.

뭐, 유키토에게 달렸어.

다만 그걸 위해선 아주 살짝
성가신 술법을 써야만 한다만.

성가신 술법?

응... 뭐, 그건
내가 할 테니 걱정 마라.

 

진기는 그때까지
꼭 유키토를 지켜줘라.

응!

 

유키토 군을 본토에서 키우라고?

그게 마코토의 유언이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유키토 군을
본토의 보호시설에 맡기고,

열다섯이 될 때까지
아야카시마의 사람과의 접촉을 끊으라고.

어째서?

이제 막 아빠를 잃은 참인데!

그렇게 어린데,

가족은커녕,
이 섬으로부터도 떼어놓다니...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스승님께서 의미 없는 소릴
남길 리가 없으니까,

분명 그렇게 해야 하는 걸 거야.

 

스승님의 유언의 이유는
나도 잘 알 수 없었지만,

유키토가 물의 용이란 게
원인인 건 틀림없었다.

 

하지만 유키토가
섬 밖에서 자란다고 해도

그 뒤엔 어떻게 되지?

유키토가 본래의 물의 용으로
돌아가려면

스승님의 술법이 필요해.

하지만 스승님은 이제 없어.

하루 형도 아카 형도 상처받고,

다들 뿔뿔이 흩어져 버렸어.

누군가가 대신 하는 수밖에 없어.

 

내가, 내가 해야만 해.

 

이거...?

 

스승님의 수기에 남아있었던 건

그 술법에 관한 단편적인 메모였지만,

나도 어찌 됐든 야나기의 제자야.

어떤 술법인지,

어찌어찌 해독해낼 수는 있었어.

 

진짜야...?

 

스승님, 유키토...

 

물은 가히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않으니!

 

유키토 군은 자각함으로써
능력이 개방되어 있어.

하지만...

 

굳고 강한 것을 공격하려는 데에

이를 능가하는 것은 없도다!

 

이 술법은 스승님의...!

 

저 녀석...!

 

선생님!

이대로 봉인된다면...!

 

소용없나!

 

사명... 대참!

무사는 무를 내세우고,
전사는 노하며,

승자는 대적하며,
사람을 부리는 자는 오만하고자 하니,

사악함의 극이라 하노라!

 

보스!

 

인간 따위가 용에게 저항하지 마라!

뭔가를 버리지 않고선
지킬 수 없단 거잖아!

 

있을 자리 잃지 않은 자 오래가고,

죽어서도 잊지 않은 자 오래 살지니!

 

틀렸어,

거의 통하지 않아.

 

너희들은 여기까지다.

내 힘이 남아있는 동안에

철수시키겠다.

 

선생님!

 

보스, 전 아직 할 수 있어요!

 

보스!

 

-선생님!
-선생님!

자, 잠시만요!

저는 아직...!

 

왜 난 아무것도 못하는 거지?

 

남들을 다치게만 했던 내 힘에
의미가 있었다면,

지금 도움이 되어야만 하는데...!

 

난...

울먹거리는 소리 내지 말라고.

 

진기?

 

진기... 씨?

 

여어.

 

스승님, 유키토...

스승님의 수기에 남아있던

유키토를 물의 용으로서
부활시키기 위한 술법은

술자의 생명을 대가로 한 것이었다.

 

와버렸네.

 

10년 전과 똑같아.

그럼 또 야나기 사람들이...?

 

아야카시마에는 전설이 있어.

 

옛날 옛날에

이 섬의 수호신인
한 쌍의 용 중 한쪽이 약해져서

다른 한쪽이 날뛰었다.

약해진 건
생명의 은총을 내리는 물의 용이었고,

날뛴 건
생명을 불태우는 불의 용이었어.

 

명맥은 흐트러지고

풍요로웠던 섬은 불길에 집어삼켜서

생물이 살 수 있는 장소는 없어졌다.

 

거기서 나타난 건

한 명의 대선인.

그 녀석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하는 술법으로

약해져서 사라지려 하던 물의 용에게

힘을 되찾게 해주었다.

부활한 물의 용은 불의 용과 조화하여

밸런스를 되찾은 섬은
풍요롭게 되살아났다.

경사로다, 경사로다, 뭐 그런 얘기지.

 

하지만 길고 긴 시간이 지나서

또 두 용의 조화가
무너지는 때가 찾아왔다.

 

스승님은 전설의 술법을
스승님 방식으로 엮어내셨어.

그게 바로, 물의 용 유키토를
사람의 모습으로 키워서,

과거의 대선인이 한 것처럼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힘을 되찾게 해주겠다,

뭐 그렇게 하시려던 모양이었다.

 

이거, 이거, 실화냐, 싶었지.

그런 게 가능하다고?

정말로 이 섬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거냐고?

하지만 몇 번을 되풀이 읽어봐도

스승님께서 도달한 술법은
그렇다고 쓰여져 있었어.

제자인 나로선
그걸 믿는 수밖에 없었어.

 

스승님이 안 계시게 된 지금,

누군가가 그걸 하지 않으면

아야카는 먼 옛날처럼은
생물이 살 수 없는 섬이 되고,

유키토도 어떻게 되어버릴지
알 수 없어.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거라면

별수 없잖아?

다행히 나한테는
혈연 관계의 친척도 없어.

홀몸인 입장이야.

섬을 위해 희생하니 어쩌니
꼴에 안 맞는 것도 정도가 있지만,

뭐, 이 섬은 날 키워준 은혜도 있으니까.

그 대신, 그날까지는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결심했어.

 

굵고 짧게, 유쾌하게 살아주겠다고.

 

섬으로 돌아오는 데에
동의는 해준 모양이야.

하지만

유언이라곤 해도

기억도 못 할 나이 때부터
본토에 맡겨지고,

그렇게 또 자란 장소에서
이번엔 데리고 돌아온다.

제멋대로라고 생각해도 별수 없겠지.

괴로운 일만 겪게 만들어버렸네.

유키토 군, 어떤 아이가 되었을까?

데리러는 내가 가지.

후견인으로서
제대로 설명해 줄 책임이 있어.

 

내가 갈게.

 

다 큰 유키토를 데리러 갔을 땐,

나답지도 않게 아주 살짝 긴장했어.

 

뭐, 동생격이기도 하고,

내 목숨을 해먹어버릴 상대와의
10년 만의 재회야.

무리도 아니잖아.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유키토는 상당히
궁상맞은 표정을 짓는 녀석이 되어 있었어.

 

어쩔 줄 몰라 하며
외로움을 타는 주제에

타인과 엮이는 걸 포기했어.

어두운 녀석으로 자랐구나 하고
솔직히 생각했어.

 

하지만

어울려보니 제법 순순한 녀석이고,

웃고 있는 표정을 보는 건...

뭐, 나쁜 기분은 아니었어.

 

이 녀석을 위해서라면
괜찮으려나 생각했지.

각오라면 어릴 적부터 굳히고 있었고,

언제 죽어도 후회가 없을 만큼
맘껏 살아왔고,

그렇게 진심으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때가 와보니

스스로도 놀랄 만큼 벌벌 떨어버렸어.

죽고 싶지 않아, 라니,

새삼스런 생각을 했어.

 

잠깐, 아즈키 쨩!

들어봐!

진기 녀석이 말이야!

 

그 녀석이라면 방금 왔었어.

 

외상을 전부 갚고 가버렸어.

상당히 그 녀석 답지 않은 표정을 했지.

 

이바라?

 

하루 형.

 

내가, 물의 용...?

 

하루 형, 유키토에 대해 눈치챘구나.

어떡할 건가요, 유키토 군?

 

난...

 

피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네.

 

나도 도망치고 싶네.

 

있잖아, 스승님,

나 있잖아, 나 답지도 않게 진짜로

이 섬과 유키토를 위해
그 술법을 할 생각이었어.

그걸 위해서 몰래 술법의
수련이나 연구도 했었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서

가급적 미련이 안 남도록

남들이 기대해 주지 않을
삶을 살아왔어.

 

하지만

유키토와 재회하고,

이래저래 그 녀석의 스승 놀이나
하는 사이에...

 

그 녀석, 나에게 기대하는
눈빛을 하게 되었다고.

날 무시하는 태도도 취하는 주제에,

사실은 날 신뢰해버리잖아.

 

모처럼 미련이 안 남도록 살아왔는데,

정작 네가 내 미련으로 남아서
어쩌잔 거야.

 

스승님은 대단하네.

그리고 하루 형도 아카 형도

목숨과 바꿔서라도 불의 용을
어떻게든 하려고 하고 있어.

난 스승님이나 형들처럼은 못 되겠어.

하지만 있잖아,

 

엄청나게 무섭지만,

죽고 싶지 않지만,

나, 이 섬도,
시원찮은 제자이자 동생인 유키토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굉장히 좋아한단 말이지.

 

그러니...

 

가야겠지.

 

진기 씨,

지, 지금까지 어디에...?

아니,

조금 각오를 굳히는 데에
시간이 걸려버렸거든.

 

있잖아, 유키토,

너, 물의 용의 힘, 되찾고 싶어?

 

진기 씨, 알고 있었...?

네가 바란다면 돌아오게 해줄게.

난 그걸 위한 술법을 알고 있어.

 

저는 이 섬과
이 섬에서 사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요.

 

진짜 저에게 그럴 힘이 있다면...

되찾고 싶어요!

 

그래?

진기, 넌 무슨 짓을...?

어이!

불의 용이 또 움직이기 시작한다!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이건 진짜거든.

 

자자, 구경들 하시오!

야나기 마코토의 수제자,

이 사가와 진기 님의
최후의 맥이으미 기술을 보여주지!

 

저건 설마...?

진기!

 

그만둬!

 

이건...?

명맥이야.

 

힘을 잃은 물의 용에게
원래 힘을 되찾게 해주려면

위대한 맥이으미가 매개체가 돼서

물의 용의 영혼과 명맥을
이어줄 필요가 있대.

 

위대한 맥이으미?

왜?

뭐, 위대하다고 하기엔
아주 살짝 모자랄지도 모르지만,

난 물의 기운이 강해서
너와의 상성이 좋으니까,

되겠지.

그렇게 대충대충...

그렇게 됐으니 유키토,

너, 뛰어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걱정 말라고.

나도 함께 가줄 테니까.

 

잠깐, 진기 씨?

매개체가 된다니, 무슨 의미예요?

너도 이야기 정도는
들은 적 있을 거 아냐,

아야카시마의 전설.

아주 먼 옛날 이 섬에 찾아온 대선인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약해져 있던 물의 용을
부활시켰다는 얘기.

지, 진기 씨, 그 말은...?

 

내 목숨, 네게 줄게.

그러니...

 

이 섬을 지켜줘.

 

잠깐, 진기...!

 

진... 기...

 

누구나가 존재가치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진 않아

지우고 싶은 과거의 상처를 더듬어봐도

밤은 여전히 밝아오지 않지

후회과 희망의 틈새에서

명맥을 잇고 있는 건

언젠가 그대와

나누었던 그 말이 나에게

움직일 힘을 주었어

불가사의는 꿈과도 같이

한순간의 환상을 그려냈어

에페머럴한 세상에서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지

누구나가 비밀을 끌어안고서

홀로 외로이 울고 있어

그럼에도 내일은 또 찾아오니까

이어나가자

내세 내세 내세 내세로 그 손을

 

제11화
「유키토, 날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