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nnamed Memory 09

또 무리를 했다며?

 

정말이지

그렇게 거창한 건
하지 않았어요

 

아카시아에 찔렸는데
어딜 봐도 거창한 게 아닌 거야!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요

이리티르디아도 제대로
소멸시켰으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특별히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요

그리고 오스카라면
잘 해내 줄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너무 믿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계약은 1년 동안이라는 약속이었잖아?

 

그렇네요

 

뭔가요?

후회만큼은 하지 않도록 해

 

멈춰 있던 시곗바늘이 나아가는 그 끝에

영원이여, 이어져 다오

Unnamed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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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변함없이 이 품 안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마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일을 붙잡아서

그늘 속에 숨은 시간의 언덕은 이젠 없으니까

전하고 싶은 것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부디

흘러가게 될 그 끝은 이곳에 있으니까

되뇌었던 말을 따라 닿을 거야

날 부르던 그 목소리가 외치네

언젠가 바랐던 마음은 반드시 닿을 거야

네 마음의 곁에 있으니까

sub by 별명따위

~ 이해할 수 없는 것 ~

 

다음 달이면 해도 바뀌는 건가
시간 정말 빠르군

그러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몇 가지 사건이 있긴 했지만
어떻게든 올해도 무사히 끝날 것 같군

나머지는 폐하의 왕비가 결정된다면
거릴 것 없이 해를 넘길 수 있겠지만

티나샤 공이 그럴 마음만
드셔주신다면 빠를지도 모르겠군

그러면 역대 가장 아름다운
왕비가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마녀다

 

나는 찬성할 수 없네만

노먼 공

「노먼[파르사스 문관]」
그밖에도 후보는 얼마든지 있다네

마녀를 왕비로 추대하겠다니
농담으로도 웃을 일이 못 되는군

그건…

분명 마녀는 마녀지만
그녀는 투르다르의 여왕 아닌가

여왕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뭐라고 하는 거지?

아니…

 

듣고 계셨다면 얘기는 빠르겠군요

폐하가 당신에게 집착하는 한

이 나라는 언제까지고
왕비를 맞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보게, 노먼!

괜찮아요

 

하지만…

계약 기간도 얼마
안 남았다고 들었습니다만

 

본인이 뿌린 씨앗은
제대로 다 거둬주시는 거겠죠?

 

오스카의 기억을 지울 순 있어요

티나샤 님!
그건 아무래도…

하지만 오스카에게 들키면
엄청 화낼 것 같으니까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자각이 있으시다면 괜찮습니다

모쪼록 본인의 입장을
생각해 주십시오

 

이게!
뚫린 입이라고!

파밀라, 진정해
괜찮아요

마녀라는 존재는 역시
위험한 데다, 재앙 같은 존재예요

마녀가 배척받는 존재라는 건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티나샤 님께선 너무 관용하십니다

 

그렇지 않아요

그저 자신이 무엇인지를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에요

 

아까 말씀은 진심이십니까?

그게 필요한 일이라면
할 거예요

하지만 그런다면…

티나샤 님께선 잊혀지게 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잊는다고 해도
제가 기억하니까 괜찮아요

평범하게 행복해지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저도 기쁘니까요

 

티나샤 님

 

하지만 분명 제가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자신의 책무를
다할 거예요

강한 사람이거든요

오히려 제가 훨씬…

 

왜 나는 아직도 살아 있는 걸까?

바보 같은 소리 마십시오!

 

돌아가시고 싶으시다면
사람 속에서 살다가

사람으로서 눈을 감아 주십시오!

그게 아니라면 싫습니다!

파밀라

 

제대로 행복해지세요

제 부탁입니다…!

충분히 행복해요
고마워

 

저기 봐요
하늘이 아름다워요

 

1년은 길었던 걸까?

 

오스카

 

티나샤, 무슨 일이지?

 

아무 일도 아닌데요

 

선물이에요

 

이건?

단순한 감상용 물건인데요

오늘의 하늘이 예뻐서요

고마워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나?

왜요?

 

조금 기운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기운차거든요

 

뭐, 뭔가요?

아니, 어떤 마법 구성을
짜고 있었잖아

무슨 마법이지?

 

당신, 정말로 인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네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정신 마법을 시험해 보려고
한 것뿐이에요

잘 모르겠지만 뭘 할 거라면
미리 말해둬라

 

그래서?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여러 가지로

인생에 대해서요

나하고 결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안 해

고집이 세군

나와 결혼하고서
마녀를 그만두면 된다

 

어떻게 그만두라는 거예요

예전처럼 나이를 먹으면 된다

 

나이를 먹으면 된다는 건가요?

 

남은 건 몇십 년이라고 했던가?
충분하다

그걸 내게 줘

당신은 정말로 여자 취향이 이상해요

시끄러워
내 소중한 여자다

불평하지 마

 

이런 건 웬만하면
하지 말아 주세요

 

싫다면 제대로 거부해라

뭐라고 해야 할지

이렇게 맞닿는 것에도
익숙해졌다는 것도 있겠지만

역시 당신이
특별한 거겠죠

 

왜 그러세요?

 

아니

 

오스카, 안 돼요

어째서지?

 

어째서냐뇨

 

어째서?

 

스스로 생각해 봐라

 

뭐냐

 

밤 늦게 죄송합니다
서둘러 확인을…

 

너, 내 손에 죽어도
불평 하나 못할 거다

뭐, 뭐가 말인가요?

 

오스카!

 

뭐지?

성의 결계가 깨졌어요

 

- 어떻게 된 거야?
- 이쪽이야!

 

셋 이상 뭉쳐라!

사각을 만들지 마라!

싸우지 못하는 자는
바깥에 나오지 마라!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사라져라》

 

다친 데는?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성 안에 있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도록

티나샤 공

 

부디 무운을

폐하를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와라

센, 칼, 밀라, 닐, 쿠나이

 

가라!

 

《나의 의지를 명이라 인식하라》

《땅에 잠든, 하늘을 내달리는 전환자여》

《나는 그대의 물을 지배해, 소환한다》

《나의 명이 현출의 개념이라 이해하라》

 

좋았어

 

괜찮나?

네… 감사합니다
폐하

 

「아데라이야[레오노라 부하]」

 

오스카!

 

오스카

 

이건…

 

《나의 의지를 명이라 인식하라》

《세계의 흐름, 축인 전환자여》

《나는 그대를 거절한다》

거절한다…

거절한다!

거절한다… 거절한다!

거절―!

 

이건 무슨 상황이야?

 

이런 밤중에 죄송해요

 

- 시간을 멈춘 거야?
- 네

 

자연독?

설마 아르카키아?

 

이건 무리 아냐?

암흑시대부터 누구 한 명
살아 돌아온 자가 없는 맹독이야

 

무리라고 단정 짓지 말아주세요
어떻게든 할 거예요

어떻게?

혈청을 만들 겁니다

즉사성 독이야
어떻게 만들려고?

제 몸으로 만들겠습니다

뭐?

제 몸 안은 시간이
정체돼 있고, 마력도 많아요

이 독이라고 해도
만 하루면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마법을 써서
항체를 만글겠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혈청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네가 죽을 거야!

그 전에 격통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래서 당신한테도
부탁드리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 고통에는 강하거든요

 

싫어

부탁드려요

싫어!

너, 바보 아니야?
제정신이 아니야!

다른 남자로 해!

 

부탁드려요

 

이 남자한테 네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야?

있어요

 

너희도 도와

 

루크레치아 님

 

전대미문의 시도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네가 죽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지

 

이럴 거였으면 좀 더
단련해 둘 걸 그랬네요

몸이 좋고, 나쁘고
그런 건 그다지 상관없어

그보다도 정신줄
놓지 않도록 해

마력이 폭주하면 골치 아프니까

명심해 두겠습니다

 

제가 죽으면 뒤는 부탁드려요

알겠어

 

그리고 그 사람한테서
제 기억을 지워주세요

거절하겠어

네가 죽으면 그 남자더러
평생 짊어져 달라고 할 거니까

 

부탁드립니다

 

폐하!

 

이건?

무리는 하지 마세요

뭐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병환으로 몸져 누워 계셨습니다

모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나 지독했었나?

 

왠지 머릿속이 멍하군

누군가가 없는 것 같다만

 

기분 탓 아닐까요?

그런가

그보다도 무언가 드시겠습니까?

아니, 좀 더 자겠다
미안하다

알겠습니다

모두 퇴실할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불러주세요

 

노먼

 

너, 내가 몸져 눕기 전에
있던 일을 알고 있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이상한 소리를 물어서 미안하다

 

폐하

 

누구를 왕비로 하실지
정해지셨습니까?

 

왕비?

슬슬 후계자를 염두에 두시는 편이
좋을 시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 조건에 적합한 분을
선택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스카

 

티나샤

 

뭘 하는 거야?

 

기껏 가신들의 입을 막아두고,
네 기억까지 건드렸는데

티나샤는 어디 있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네게 꽂혔던 아르카키아의 독을
전신에 순환시켰어

 

살아 있는 건가?

죽었다면 이런 데 두진 않지!

 

죽지 않은 게 신기해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격통이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영창을 하고 있었어

나 참…

남자가 생기면 좀 차분해질 거라
생각해서 추천했더니 악화됐잖아

왜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고 있는 거야!

미안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여자가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이건 내가
입힌 상처지?

 

이제야 정신이 들었나 보네

 

루크레치아

 

움직일 수 있다면
이쪽으로 와

그 상처를 치료해 줄 테니까

 

티나샤

 

기다리고 있었다면
내가 갔을 텐데

 

전이해 왔으니까
금방이에요

방해됐나요?

상관없다
몸은 괜찮나?

네, 이젠 완벽해요

그럼 나중에 벗어 봐라

어째서?

제대로 나았는지 보고 싶다

나았다고!

나 참, 뭘 생각하는 거예요?

너야말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에…

계약자

아니, 그밖에는?

그리고… 중요하다

그런가

 

대체 뭐예요?

 

아니

너, 좀 더 여러모로
생각해 봐라

알겠지?

 

그렇게 돼서

왜 비웃음을 산 건지
의미불명이에요

티나샤 양, 자각이 없는 건가?

뭐가 말이에요?

티나샤 님

폐하의 말씀대로 좀 더
제대로 생각해 주십시오

 

예를 들면, 이번 일만 해도

다른 계약자에게도
똑같이 해 주실 겁니까?

 

상황에 따라서도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폐하는 특별하죠?

아마도…

응, 그렇네요

왜 특별한 거죠?

어째서일까?

 

애착?

 

티나샤 님은 폐하께

계약자 이상으로, 남성으로서
애정을 가지고 계신 건 아니십니까?

에?

 

에, 그런 거예요?

저한테 묻지 말아주세요!

제… 제가 오스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뭐야, 그게!

 

좀 더 솔직해지는 게 어때?

너, 오래전부터 그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지?

어째서!

어째서냐니

나한테 물어봐도…

오히려 묻고 싶은데
왜 자각이 없는 거야?

 

저, 오스카를…

 

이젠 죽일 수밖에 없겠어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너, 바보야?

 

티나샤

 

오스카, 잠깐 괜찮을까요?

갑자기 무슨 일이야?

생각해 봐도 좀처럼
알 수가 없어서

지금 모두에게 의견을 물어보고서

사람이 많은 쪽을
채용하려고 하는데요!

 

뭘 하고 있는 거지?

저는 당신을 좋아하는 건가요?

 

네가 망가지는 모습도
이젠 정점에 도달했군

 

그래
이제야 깨달은 건가?

 

이리 와

 

왜 우는 거지?

 

전혀 알 수가 없어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그거 영광이군

 

긴 세월을 엮는 빛의 바늘

넣어둔 그 상자 속

태어나고, 다시 사라지는 것

용납받을 수 없는 축복을

모이고, 다시 떨어져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인간은 흘러가는 운명과

돌아오는 원 속에서

계속해 방황하는 네가 어디로 간다 하여도

푸른 빛 사이를 넘어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을

나아가는 그 너머에

네게

인도해 주는 것은 함께 사랑했던 기억

언젠가 갈라졌던 가지의 끝이

서로 맞닿게 됐을 때

꽃을 피워내는 봉오리에

다시금 저주하며 소망하네

안녕을

 

~ 백지의 아이들 ~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