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언제든지 그대는 두려움을 모른 채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고양이 같아서

 

그대가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내가 그대를 보고 있었기에

자극적인 사고회로

점점 끌리고 있어

 

푸르고, 푸른, 그 눈동자에
나는 아직 비치지 않아

그대는 오늘도 평소의 그대인 채로

 

흔들리고, 흔들리는, 이 마음은
어딘가에 담아둔 채

지금은 여기서 그저
그 옆모습을 보고 있어

 

봄이 움트는 걸 느낄 무렵,

옥엽 님의 임신은
확실한 것이 되었다.

 

신기하네.

아기가 있는 걸 아는 건가?

 

귀여워!

나도 슬슬...

 

혼담이 들어오더라도

전력을 다해 제지당하겠지.

 

너무 유능한 것도 곤란한 일이야.

 

매일이 충실하다 보면
역시 세월이 지나는 게 빨라.

임씨 님의 밑에서 있었던 2개월은
쓸데없이 길었는데.

 

또 그림 그리시겠습니까?

 

이것은 큰붉은젖버섯이라는
독버섯인데...

 

평범한 꽃을 그리렴.

 

평범한 꽃이라...

 

푸른 장미
푸른 장미라고요?

푸른 장미
네.

푸른 장미
모르시는 걸까요?

모르시는 걸까요?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한 푸른 꽃잎이

아름다워서 말이죠,

과거에 궁중에
자주 꽃꽂이 되어 있었습니다만.

꿈이라도 꾸신 게 아닌지?

푸른 장미 같은 건 존재 안 할 텐데요.

 

그런데 그게 있단 말이지요.

 

또 다함께 감상하고 싶군요.

 

어떠십니까?

어떻게든 안 되겠습니까?

당신이시라면
못 이루실 일은 없지 않으신지?

 

알겠습니다.

그러한 장미가 있다면
저도 꼭 한 번 보고 싶군요.

결정났군요.

이거 이거, 실로 기대되는군.

 

그럼 이만.

 

다음달 원유회에서.

 

안 그래도 바쁜데,

쓸데없는 안건을 떠안으실 것까진...

말 마라.

아무튼 나라 안의 꽃가게들을
다 살펴봐줘.

 

꽃가게의 이야기로는

지금은 장미의 계절이 아니라더군요.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하다.

 

이번에 다함께 푸른 장미를
감상하기로 되어서 말이다.

 

푸른 장미?

저는 약사입니다만.

그래, 알고 있다.

 

뭔가 사연이 있나?

유난히 지쳐보이네.

 

장미라.

조금이라면 지식은 있지만...

 

기녀 상대로 용돈 벌이 할 때
다뤘던 적이 있지.

하지만...

 

정말로 푸른 장미를 봤다고요?

그래.

 

환각제가 유행하고 있진 않습니까?

그런 게 나돌았다간
나라가 멸망할 거다!

임씨 님.

 

무리일까?

 

어떤 식으로 하면 좋으시겠습니까?

 

다음달 원유회에 준비할 수 있겠느냐?

다음달?

장미가 피는 건 적어도
두 달 이상 뒤입니다만.

그렇겠지...

 

어떻게든 거절해두지.

 

임씨 님의 이 반응,

그리고 무리한 난제를
떠맡기는 식의 수법...

 

이 이야기,

혹시 어떤 군사가
들고 오신 게 아닌지?

 

그래.

 

알겠습니다.

수락하겠습니다.

 

괜찮겠느냐?

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만,

하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도망치기만 하는 것도 열받아.

 

기왕이면
그 히죽대는 외눈안경을 쪼개주지.

 

임씨 님.

몇 가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사용을 허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화 님.

상관없어.

그건 원래부터
네가 만들게 한 거잖니.

 

그립네.

 

이전에 독으로 앓아 누우신
이화 님을 위해

증기탕을 만들어 달라 했지.

 

이번에 그걸 빌리게 되었는데,

역시나 공짜로는 죄송하지.

자, 이것을.

천자의 애독서입니다.

 

감사히 받도록 할게.

 

기루에서 들여놓기를 잘했네.

 

그쪽을 부탁하지.

네!

 

임씨 님.

아, 왔느냐.

시킨대로 세우게 했다만,

대체 어떡할 셈이냐?

 

장미를 혼란시키는 겁니다.

장미를 혼란시켜?

무슨 의미지, 약사?

 

햇빛을 들이고,

저기서 증기를
오두막 안으로 보냅니다.

 

따뜻하게 데운 방에서
장미를 키우는 겁니다.

꽃이 개화의 시기를
착각해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혼란시킨다, 라.

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묘묘!

소란?

나도 도울게!

 

다리에 상처 괜찮아?

 

혹시 감시역인가?

 

무리만큼은 하지 말라고

실컷 들었으니 말이지.

 

괜찮아, 돕게 만들어서 미안.

아니, 오랜만에 같이 있게 됐네.

 

응, 그러게.

 

들여온 장미는 100 포기 이상.

 

이걸로 마지막.

 

우와, 굉장한 양이다.

종류는 여러 개로 흩어놓고

가능한 한 빨리 피는 걸 골랐어.

전부 필까?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온조 조절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일손을 몇 명 파견받았지만,

남에게 맡기기는 어려운 작업이다.

 

잘못해서 전부 시들게 만들었다간
끝장이다.

 

맑은 날에 바깥에 내놓고
햇볕을 쬐게 만든다.

 

기분 좋아보여.

응.

 

일은 좀 어떻게 되어갑니까?

 

간식입니다.

 

감사합니다.

 

일 땡땡이 칠 수 있고,
간식까지 받을 수 있다니,

최고야!

 

이것도 일이긴 하지만.

 

무슨 일이지?

글쎄, 신기해보이기라도 하나?

 

아니면
무서운 데도 보고 싶은 마음인가.

 

다음은 뭐 하면 돼?

 

새싹이 많은 모종이 있으면

몇 개쯤 따줄래?

영양분이 집중돼서
좀 더 잘 피게 되고

병을 예방할 수 있어요.

 

괜찮아.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서둘러주세요!

 

꽃봉오리, 좀처럼 안 생기네.

 

추위가 돌아온 날은...

 

철야해서 오두막을 데운다.

 

날씨는 마음대로 안 돼.

 

어제도 안 잤어?

잤어, 새벽녘에.

새벽녘이라면 방금인데?

할 수 있는 건 해둘 테니까,
조금이라도 자지 그래?

눈을 뗄 수 없으니.

 

또 이쪽 보고 있네.

 

매일 매일 용케 질리지도 않네.

그보다 정신 사나워.

 

뭔가 관심을 딴 데로 돌릴 수 있으면...

 

대단하다!

이게 봉숭아물이구나!

 

홍등가에선 다들 하고 있어.

예쁘니까 그렇겠네!

 

아, 묘묘도 하고 있어?

 

귀엽다?

 

최근 유행하고 있지?

 

그러게요.

 

천자의 총애를 받는 상급비는

유행의 최첨단이니까.

 

비효율적인걸.

 

홍낭 님은 꾸미기보다 일인가.

 

기미 일도 끝났으니,

수정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벌써?

원유회까지 시간이 없는지라.

그러게.

아, 맞아.

이번에 옥엽 님께선 결석하셔.

앵란 님이 첫 선을 보이는 날이니
자리를 양보하는 형태야.

 

임신을 숨기기 위해서인가.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있잖아,

수정궁에선 괜찮아?

점점 여위어 가는데?

너무 무리하진 마.

 

감사합니다.

 

묘묘!

 

묘묘, 큰일이야!

 

꽃봉오리...

방금 발견했어!

 

드디어 첫 번째야!

 

이대로 가면

어찌어찌 피어줄지도...

 

묘묘?

 

묘묘?

 

묘묘!

 

약사로부터 연락은?

아뇨, 아무것도.

 

저도 요 며칠간 얼굴을 못 비춰서.

피차 원유회 준비로
쫓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임씨 님.

 

저게 자창(子昌) 공의 딸,
앵란비인가.

 

참으로 화려하시군.

 

앵란비에게...

 

부족한 점은 없을는지요?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무엇이든.

어머.

 

푸른 장미?

설마...

 

봉오리를 감상하며

자랑스럽게 핀 모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하나의 흥취가 아닐지.

 

아름답군.

 

임씨에게 보내어지는 온갖 시선.

 

아무리 뛰어난 용모가 있다 해도,

풋내기 환관이 주제넘게 나서는
모습을 좋게 볼 정도로

욕심 없는 관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색정은 좋다.

얼마든지 이용할 방법이 있다.

 

질투도 좋다.

다루기 편해.

성가신 건...

 

무얼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눈이다.

 

자창,

앵란비의 친부로
여제의 총애를 받았던 남자.

 

지금의 천자는 고개를 들 수 없다.

바로 그렇기에

이쪽도 미소를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자창보다도 성가신 건...

 

나한, 저 남자다.

 

참으로 밉상스럽군.

 

정신이 들었어?

 

앵화 씨?

이제 수정궁에 가면 안 돼.

항상 여윌대로 여위어서 돌아오잖아.

 

죄송합니다.

 

일어났느냐?

 

전 이만.

 

앉아있어도 된다.

 

참 어렵군요.

개화까진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건
아니로군.

 

아무것도 아니다.

충분하다.

 

이건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물들인 것뿐이에요.

물들였어?

아무것도 안 묻어있다만.

바깥쪽이 아닙니다.

안쪽부터 물들인 겁니다.

 

이 장미는

원래는 전부 하얀 꽃입니다.

 

다양한 염료물을 만들어서

하얀 봉오리가 빨아들이게 한 겁니다.

 

그래서 푸른색만이 아니라
다양한 색이 있었군.

네.

잎은 거무칙칙하게 물드는지라

미리 전부 따두었습니다만.

 

그 뒤엔 원유회 동안
색이 빠지지 않도록

염료물이 스며든 솜을 고정시키면
완성입니다.

실로 단순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뼈가 빠지게 고생하는 건
장미의 꽃을 피게 하는 것까지야.

 

확실히 단순하군.

그러니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는
관리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천자께는 미리 비법을 밝혀놨습니다

 

최초로 비밀을 아시는 게
기쁘신 모양이라,

즐거운 듯이 들어주셨지요.

 

그럼 옛날에 궁정 내에서
푸른 장미를 봤다고 하는 건...

매일 매일

푸른 염료물을 장미가 빨아들이게 한
한가한 사람이 있었겠지요.

 

뭐 하러 또 그런 짓을...

 

글쎄요,

여자를 꼬실 도구라도
갖고 싶었던 게 아닐지?

 

드문 일이군.

손톱을 물들인 거냐?

안 어울리지만요.

 

봉선화와 작장초이 있으면
좀 더 예쁘게 물들일 수 있지만.

손톱물꽃이란 별명을 가진 봉선화와

괭이밥이란 별명을 가진 작장초.

두 개를 함께 개어서 손톱에 물들이면

선명한 붉은색이 된다.

 

뭐, 예쁘게 물들인다 한들...

이래봬도 나아진 거긴 하지만.

 

고순 님,

부탁드렸던 건?

네,

들은대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걸로 무대는 갖춰졌어.

남은 건...

지긋지긋한 녀석에게
한방 먹여줄 뿐이야.

 

그나저나

설마 도발이 실패로 끝날 줄이야.

 

대부분의 인간들의 얼굴은
바둑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흑돌, 여자는 백돌.

군부의 부하 사람들도

기껏해야 장기말이야.

 

대부분의 자들은 병, 졸이고,

계급이 올라갈수록

마, 포가 되어가지.

 

군부의 일은 간단해.

장기말에 알맞는 배치를 하면 돼.

 

적재적소,

그걸로 대개의 전쟁은 이길 수 있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설령 자신이 무능해도

할당만 잘해주면 알아서 일을 끝내주지.

 

오늘은 평소 이상으로 눈이 아프군.

아무래도 붉은색이 아른거려.

 

봉숭아물인가.

 

기억 속의 손톱물은
천박한 붉은색이 아니야.

 

아련하게 물들인 봉선화의 붉은색.

 

써내려진 문자에서 떠오르는 표정

편지지에 스며들어가는 동그란 눈물

나날 속에서 뒷전으로 미뤄뒀던
쓸쓸함이 서서히 드러나

당신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 같아서

 

봐봐

사랑은 약
울고 또 흐느껴 울던 그 뺨에

새겨지는 미소 주름
비는 그치고

사랑은 약
젖어서 홀쭉해진 꿈에

쏟아지는 응원소리 전해지는 온기

언젠가 혼잣말로가 아니라
고마워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전해지지 않게 되기 전에
그 눈을 보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음 시간,

봉선화와 작장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