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가네시로 카즈키의 원작을 기초해
픽션으로 창작한 것으로 등장인물

단체 등의 명칭은 가공한 것으로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름이란 뭘까?

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달콤한 향기에는 변함이 없는 것을

-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

 

민족,

 

조국,

 

국가,

 

단일,

 

애국,

 

통합,

 

동포,

 

친선,

 

기분 나쁨

지배, 억압, 동족

 

아니, 종속인가?

침략, 변경, 차별
뭐야, 그건?

배척, 배타, 천민,
혈족, 혼혈, 순결, 단결

 

패스해

 

난 일본에서 태어났다

 

난 일본에서 태어났다

말하자면
한국계 일본인이다

 

난 일본인과 다르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녀석들은
날 이렇게 부른다

자이니찌!
- 재일 -

 

열 받았다

 

아니다

 

이건 내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3년 전

 

도망가면
평생 시다발이다.

 

알겠습니다

 

타하케 선배

지금까지 몇 명이
성공했죠?

10년 전에
성공했던 놈이

야쿠자의
선봉대로 죽고

살아있는 건 나뿐이지

 

그러니까 슈퍼 그래이트
치킨레이스지

 

"2번 라인에 전차가 도착합니다
노란선 뒤로 물러서 주십시오"

 

뭐하는 거야?
이 자식아들아!

 

왔다

 

뛰어!

 

쿠보즈카 요스케

 

시바사키 코우

 

오타케 시노부

 

야마자키 츠토무

 

어서 타!

 

어땠어요?

또라이, 수고했어!

 

경찰이 오고 있어요

따라와 보라고 해!

 

감 독 / 유키사다 이사오

 

아, 아버님 되십니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아닌가?

 

아버지가 맞으시죠?

 

저러다가
애 죽이겠어요

 

어머님!

 

어머, 어머, 어머님

 

이번에도 감옥은 면했지
고맙게 생각해

고맙다고 해야지

 

언젠가 죽일거야

 

아, 잘못 말했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내
연애에 관한 얘기다

 

"알로하"

"하와이에 와 버렸네"

 

이거 먹어라

 

아무리 네가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께는 이길 수 없어

일본 랭킹 7위잖아

왜 엄마가 다 하는거야?
나도 샤부샤부하게 해 줘

엄마가 하는 게 맛있어
/ 샤부샤부하게 해 줘

엄마가 하는 게 맛있다니까
/ 하와이..

 

하와이라..

앗 재수!!

 

왜? 아버지, 가고 싶어?
/ 그래

 

이전까지만 해도 퇴폐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말해 놓고서

그런 자본주의는 없어

베를린의 벽도, 소련도, 모두
추위에 패했잖아

추우면 코가 얼지 않니?
그래서 이데올로기도 어는 거야

 

어디가요?

하와이

 

그래, 하와이에 가자

 

여권이 꼭 필요해요

 

"여권이,
여권이 꼭 필요해"

 

난 확실한
마르크스주의라고요

"스파이, 간첩인지
간첩인지 모르잖아?"

 

당신 맘대로 가면 돼

 

안돼, 도무지 말이
안 먹혀

전 하와이만 가면 되요

 

좋아, 바꿔
하와이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바꿔"

부탁드립니다

재일 조선인이었던
아버지는

고작 하와이 여행을 위해
새로운 국적을 받아

재일 한국인이 되었다

 

우리집의 현관은

아직까지도 최악의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아빠

엄마

라고 부르는 의무가
주어졌다

 

잠깐 세워

 

뭐라고요?

세워

 

따라와

 

앉아라

 

똑똑히 봐라

 

어떻할거야?

 

뭘요?

국적같은건
간단히 바꿀 수 있어

돈만 있으면
미국이든 러시아든

 

좀 더 깨끗한
바다였으면 좋았을 텐데

 

넒은 세상을 봐라

 

그리고

 

스스로 결정해라

 

바다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나도 바다를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런 미래가 없는 일상 속에서
정말 진심으로 생각했다

 

어이 거기, 말썽꾸러기들
멍청하게 거기서 뭐하는 거야?

지역 주민들에게
방해되잖아

뭐야? 보고 있는 것
뿐이잖아요

 

뭐야?
뭘 하려는 거야?

 

일본인은 결국
사회에 섞여 가겠지

그렇지만 나의 미래는

 

민족학교 개교 이래로
최고의 바보로 불렸던 내가

 

이런 모습이 될까?

 

지금부터 공부를 해
대학에 가서 취업을 해도

 

이 정도겠지

 

죽기살기로 노력해서
변호사나 의사가 될까?

 

뭐 별명이 또라이인데
무리겠지

 

난 매스게임과 클래식 음악과
건포도가 들어간 카레가 제일 싫다

 

또라이
또라이!

어쨌든 내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

 

"야, 어디가!"

한국 국적 또는
조선 국적

 

놀라울 정도로
좁은 선택이지만

 

난 처음으로 인간적인 취급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결정했다

 

한국인이 될거에요

 

그래

그래도 하와이에는
안가요

 

일본 고등학교에
시험칠거에요

뭐야, 갑자기?

 

넓은 세계를 보는 거죠

네 맘대로 해라

 

그래서 난 담배도, 싸움도 끊고
일본 학교에 시험을 쳤다

 

그래서, 지금
이런 인상이 되었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못 한다는 거다

 

이 사건 덕택에

나는 망가졌다

 

스기하라가 어느 놈이야? 너야?
/ 아닙니다

 

너야?
/ 아닙니다

 

이 녀석예요

 

농구부에서 잘리고 나서

여러 명의 도전자가 내게
도전해 왔다

지금까지 총 24번 싸워서
진적은 없다

 

널 유명하게 해 주지

  그게 무슨 뜻이야?

비리자 아이들에서
총을 버릴 때 나오는 대사지

아사쿠사 아이들이란
영화는 봤지

노이루 아이들은?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어란 녀석이지?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어

 

어이!
스기하라!

 

흑인 해방 운동 지도자
말콤엑스가 의로운 말을 했다

스기하라!

 

나는 자유를 위한 폭력은
폭력이라 말하지 않는다

치정(治政)이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여론

폭력은 나도 싫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패는 건 싫지만
맞는 건 더 싫다

그게 전부다

 

약속이기 때문에

이건 혁명 역사다

민족학교 때의
교과서지

 

내가 하는것도 말하자면
혁명이니까

도움이 된다는 거지

 

철패로 머리 깬
사람 발견

 

재떨이야
/ 뭐라고?

 

가또는 기념비적인
최초의 도전자였다

 

뭐지?

 

무언가 거품이 나와

 

거품이 나온다니까

카또는 야쿠자 두목의
외아들이다

 

그런 건 미리
말해주면 좋은데

 

아빠

 

전보다 좋아진 것 같은데?

진짜?
/ 좋습니다

좋습니다, 도련님
그 사람 같아요.. 키아누 리부스

남성미가 더 넘치네요
/ 눈도 크게 하면 좋았을 텐데

눈은 지금 그대로도
괜찮잖아

 

아, 그렇군요
눈은 지금이 좋군요

 

스기하라 군

 

손가락이라도 잘라
받으려 했지만

 

됐어

 

알겠습니다

 

그 후, 가또와는
친구가 되었다

 

스기짱,
오늘 내 생일이야

 

알았어,
커피우유 사주지

그게 아니라

오늘 파티니까, 와

 

귀여운 애들이 많이 올 거야

 

5,000엔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해요

 

교환소가 망했다고
약해지지 마세요

그런게 아니다

 

두 개가 한꺼번에
망한 건 쓰리지만

아직 두 개가 남았다

 

그럼 뭐 때문인데요?

 

엄마가..

 

나가 버렸다

 

자업자득이야

자기는 차도 사고
뭐도 사고 다 하면서

왜 난 플라맹고 배우면
안 되는 거지? 자, 먹어라

 

어디 보는 거야?

 

똑같은 제복인데
전혀 달라

 

쓸데없는 소리만
하는 구나

 

어디가?
/ 화장실

 

아줌마, 디저트

파인애플 통째로 하나

 

어, 또라이잖아?

 

그래, 나다
/ 뭐야, 그 머리는?

 

자본주의의 상징이
되어버린 거야?

이 녀석과 만난지
2년 반 만이었다

민족학교에선 HR시간 대신에
총괄시간이 있었다

 

교내에서 일본어 사용은
금지되어 있었다

 

담임인 김 선생은 총괄 활동과
자아비판이 삶의 전부인 것 같았다

별명은
지옥의 킹키

 

"원수,
앞에 나와라"

 

"뭐라고 썼어?"

 

엄청 똥 누고 싶어

 

"엄청 똥" 하고 싶었습니다

"엄청 똥 누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왜 나쁩니까?"

 

그러면

"엄청 똥" 하고 싶을때
어떻게 말하면 좋습니까?

 

"똥하고 싶다"

 

일본말로 "엄청 똥누고 싶어"
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엄청 똥 누고 싶다고
몇 번 말했어?"

 

"깔보고 있는거야!"

그 날 이후로 난
배신자로 낙인 찍혀 버렸다

 

소문대로 완전히 변했군
구제 청바지까지 입고

머라이어 캐리 CD도
산 것 아니야?

너도 마찬가지야
노동자처럼 굴더니 디저트나 시키고

 

또라이, 너 옛날처럼
좀 날뛰어 봐

내일 학교
쉬는 날이지?

머라이어 콘서트라고
말했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시끄럽네, 입 닥치고 잘 들어
/ 아줌마

 

알았으면
말대꾸 하지 마

부모랑 같이 살고 있으면
일본이고, 한국이고, 조선이고 없어

그저 아이일 뿐이야
아이!

 

알았으면 떠들지 말고
어서 먹어

뭐야, 제비초리도, 양 곱창도 남기고
뭐가 디저트냐?

맥주는
10년 후에나 마셔

남자라면 우유를 마셔

우유

 

퍽 하고 당했지만
바로 한 방..

 

스기짱

 

와 주었구나

 

선물이야

 

분위기 좋은데

 

헤로인과 대마초도 있어

 

좋아, 좋아

 

즐겁게 놀아

 

라쿠고!

 

그 순간

엄청난 것이 기억났다

 

이건 내 연애에 관한
얘기였다

 

뭐 읽고 있었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맞지?

 

비슷해

 

에이, 안 어울린다

 

초능력이라고 들어 봤어?

 

스기하라, 맞지?

 

어떻게 그걸?
/ 그냥 알아챘어

그리고 싸움
잘하는 것도 맞지?

맞다고 해야 하나?
/ 농구부였고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 나머지는 다음에 하지

 

나가지 않을래?

비좁은데다 시끄럽기만 하고
보잘것없어

 

방금 내 마음도 알아챈 거야?

 

저도 당신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나요?
사실은 아는 게 없는걸요

갑자기 존칭을 쓰니
어색하다

 

뭐야, 이건?

 

멋지네

 

고맙군

 

교정을 걸어 본 게
행진연습 이후 처음이군

 

무슨 음악을 듣는거지?

 

랩

 

일본 랩이야?
/ 일본 랩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음악이 좋아?
/ 별로 가리지는 않아

그런데 일본음악은 좀
가리는 편이지

왜지?
/ 글쎄, 왜 일까?

 

나도 일본 음악은 별로 안 들어
/ 왜?

 

왜일까?

 

똑같네, 영화는?
/ 액션 쪽일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샤이닝이랑..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리고 마그노리아

용쟁호투
/ 봤어! 봤어, 그것도 세 번이나

정무문은 봤어?
/ 안 봤어

최고라고 할 수 있지
다음에 빌려줄게

다음에?
/ 그래..

 

장래엔 뭐가 될 거지?
/ 변호사나 의사

굉장한데
/ 되면 굉장하겠지만 힘들테니..

결국 전혀 다른 길을
갈 거같아

내 주변의 남자들은 전부
유명해질 거라고들 하던데

그건 널 꼬시기
위해서겠지

 

그럼 넌 날
꼬시고 싶지 않니?

 

난 장 클로드
바안다무가 될 거야

바안다무가 아냐
반담

 

미안

 

이름을 알 수 없을까?

이름같은 것은 어때도
상관없잖아?

 

사쿠라이
/ 뭐?

이름은 안 가르쳐 줄래
이름을 싫어하거든

 

사쿠라이구나

 

난 스기하라야

그건 알아
아까 마음을 읽었잖아

그런데 성만 읽고
미처 이름을 못 읽었어

 

안 가르쳐 줄래
싫어하거든

하긴 무슨
상관이 있겠어

 

방금 봤어?

 

별똥별이었어

 

이런 부끄러운 경우를
당하게 되다니

무슨 일이야?
/ 별똥별이라니까

남자애와 별똥별을 같이
보게 되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런 거야?
/ 당연하잖아

 

정말 그런거야?
/ 그래, 정말 부끄럽다고

 

이건 다른 얘기인데
아까부터 팬티가 보여

혹시 소원을 빌던가
그러진 않았지?

별똥별 본 거
아무에게도 말하기 없기야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 알았어

 

일요일에는 뭐하는데?
/ 친구랑 만나지

혹시

여자친구 있어?
/ 없어

난 거짓말 싫어해

 

그럼 미안

 

역시 그랬군

 

이거

 

그리고, 이거

라쿠고

모두 거짓말이야

 

말하지 않은 건
많았지만

이것으로
거짓말은 없어졌다

 

먼저 가

 

이번에는 뒤에서
뛰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럼 먼저 가지

 

그때도 뛰었지?

 

자, 전화 해

 

보통 손을 흔들거나
그러지 않나?

 

가자

 

이런

 

엄마는 아직
안돌아 온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버지께
복싱을 배우고 있다

 

왼손을
곧게 뻗어 봐

 

그 상태로
한바퀴 돌아라

 

좋아

 

지금 네 왼손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략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
꼬마야

 

그 원의 가운데 앉아서
닿는 곳에만 손을 뻗으면

넌 상처없이 살 수 있어

그렇게 사는 방법은 어때?
/ 촌스러워

 

복싱이란 뭐냐

그 원을 네가
주먹으로 뚫어서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 오는 행위다

 

밖에는 강한 녀석들로
가득 차 있지

그리고 그들은 네 원 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맞는 것도 안 되고
때리는 것도 안 되는거야

그래도 하겠냐?
원 속에 있는 게 안전한데도?

 

할거야

 

자, 시작한다

 

이래서 오늘은
안 할 거라고 했던거야

 

천국까지
연결된 듯한 비군

 

천국이란 곳..
좋은 나라일까?

 

좋아!

 

뭐라고 하는 거에요?
/ 스페인 말이다

 

옛날에는 스페인 사람이
되고 싶었어

 

무슨 뜻예요?

 

네 스스로 찾아 봐

 

노스 코리아노!

 

아버지

 

좀 더
뛰고 와야겠다

화해 잘하세요

 

뛰지 좀 말지
창피한데

2주 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열의 도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책 고마워

 

어땠어?
/ 역시 전기 벌레가 제일 우스웠어

그리고
썩은 두부 얘기도

 

두부라..
또라이답군

이 녀석은 정일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녀석이다

라쿠고도
이 녀석의 영향이고

 

"너 죽인다!
너!"

 

우린 나라같은 건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또 한번 말해 봐"

 

우리는 나라같은 것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난 정일이가 한 말을
평생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때
도움을 받은 것도

 

야, 또라이
넌 대학에 안 갈 거야?

생각중이야
그래도 취직은 절대 안 할 거야

왜?
/ 어차피 사장은 될 수 없잖아

최고의 꿈을 잃어버린 채로

평생 조직 안에서
쓸모없는 놈이 될 수는 없어

그건 악몽이야

 

먼저 대학에 들어가서

4년 동안 뭐가될지 생각..
/ 그건 시간 낭비야

좀 더 삐딱하게
말하는 것도 괜찮겠어

넌 이미 엄청나게
삐딱한 말투니까

 

클 때니까 많이 먹어야지
/ 잘 먹겠습니다

 

저기, 이건
돼지의 어떤 부위죠?

 

불알
/ 뭐라고요?

 

구슬

 

바보같이

 

이 녀석, 겉모습은 엄청
촌스럽지만

민족학교 개교이래
수재예요

 

그만 둬
/ 정말이야?

 

이름이 뭐라고 했지?
/ 정일입니다

아, 정일이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아버지는 조선인 이예요

왜 일본 학교에
가지 않았니?

그거죠, 바로 그래서
이 놈이 멋진거죠

앞으로, 민족 학교의
선생이 된대요

후배들이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훌륭한데
존경스러운 걸

그렇죠? 멋지죠

그렇게
거창한건 아니고

문화제에 라쿠고 단독
발표회를 여는 게 꿈입니다

적극적인 조선인이죠

라쿠고도 할 수 있니?
/ 저 녀석은 충분하죠

넌 가만있어 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녀석처럼 멋진 녀석이
민족 학교에 있으면

민족 학교도
많이 변할 것 같아요

인간의 몸으로 말하면
DNA의 돌연변이 같은 건데

아니, 요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일본인의 미콘도리아
DNA로 더듬어 가면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
증증조 할머니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과 중국에 이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져요

계속 그걸 증증.. 조
할머니까지 이르게 되면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의
원시인에 이르게 되죠

증증증증..

미안, 근데
무슨 얘기지?

 

얘기가 새버렸나 봐

난 이해해
네가 하려던 얘기

 

여동생이 일본학교에
가고 싶어 해

몇 학년이지?
/ 중 3이야

내년인가?

걱정이야, 또라이
너처럼 강하지 않으니까

 

언제 상담 좀
해 줄래?

 

그래

 

아, 맞다
이거 읽어봐

 

세익스피어

 

유명한 사람들은
많이 나와?

그렇지는 않지만 읽어 봐
정말 멋지니까

 

갑자기 국회는 왜?
/ 왜냐니?

 

데이트 장소로는
특별하지 않아?

일본에는 하나밖에 없으니
엇갈릴 염려가 없잖아

 

그리고, 멋지잖아

 

그런가?

 

자, 가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아홉

 

뭐하는 거야?

이거 알아? 백곰은 꼭
아홉 번째에 뒤돌아보거든

거짓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아홉

 

정말이네?
왜 그런거지?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야

이렇게 좁은 곳에
갖혀있는 동안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지금은 일곱 보잖아?

같은 홀수잖아
다음

아홉이라고 했잖아?
/ 됐으니까, 다음

그 후, 토요일은
사꾸라이와 데이트를 했다

지금은 한걸음이잖아

이즈음 사또는
마약때문에 퇴학을 당했다

도련님, 그냥 사슴이예요!
/ 아줌마, 아줌마!

도련님, 그냥 사슴이라니까요!
/ 아줌마, 아줌마!

봉수가
총괄시간에 걸리고

"이쁜여자 꼬셔와"라고
어떻게 말을 하면 좋습니까?

 

그렇게 하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쁜여자 꼬셔와"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히라타 미쓰루와
만나고

야스! 잠깐만
야스

 

야스, 뭐하는 거예요?
/ 미안합니다, 사생활이라

우유 마셔요, 우유좀
뼈에 좋대요.

 

그런 엄마는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우리 얘기로 돌아오자면

 

아프기 그지없다

 

어때? 브루스 리 약이
캔커피 같지?

 

이날 사쿠라이는

흰 선을 따라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고 했다

 

지금까지 사귄
여자 친구는?

 

한 명
/ 별로 없네

 

사쿠라이는?

 

나도 한 명

반년 전
대학생과 헤어졌어

어른이잖아?

 

옛날에는 자신만만한
남자에 약했거든

 

옛날이라 해 봤자 작년이잖아?
/ 여자는 그럴 때가 있어

 

그 남자와 어디까지 갔는지
궁금하지 않아?

 

그런 거 물어봤자
신경질만 날 뿐이야

 

짜식 남자라고

 

귀엽게 봐준다

 

가족 관계는?
/ 세 명

 

난 언니가 있으니까
네 명

 

고향은?

 

고향은.. 없어

 

우리 아빠는 요코하마고
엄마는 큐슈야

 

왜 웃는데?

 

난 파파, 마마라 부르라고
강요당했지만

한 번도 그렇게
불러 본 적이 없어

맞을때도 말이야

 

아버지는
잘 때리시는 모양이지?

 

응, 가끔씩

 

신발 신는 게 어때?
/ 이게 기분이 좋다니까

 

가자!

 

다 왔다

 

여긴 누구집이지?
/ 우리 집

 

괜찮아,
잘 말해뒀어

 

이건 스기하라군 꺼
/ 감사합니다

 

일본 사람의 가정에서
식사하는 건 이것이 처음이다

 

술 들겠어요?
/ 아, 괜찮습니다

스기하라 군은
이 나라가 좋은가?

내 남자 친구 왔을 때도
이 이야기

난 일 때문에 외국에
나갈 일이 많은데

일본인처럼 때깔 없는
사람들도 드물지

일본인이란 게
부끄러울 때도 있네

그래서 난
선거하러도 안 가지

 

일본이라는 국호의 의미를
알고 계신지요?

 

해가 뜨는 곳이란
뜻이 아닌가?

그런 설도 있지만
여러가지 설이 있다는 군요

그런 거 학교에서
배운 적 없지?

 

그러니까, 일본인은
자기 나라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그런 나라도 드물다고
책에 써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렇다는 겁니다

 

일본이 무슨 뜻일까?

해가 뜨는 곳이라고 하잖아
/ 그게 잘못된 거라잖아요

아니야, 맞아
/ 가자

 

메론 먹어야죠?
/ 나중에 먹을게

 

아, 이거
아빠의 취미야

 

이리와

 

이름 말인데
/ 응?

조금 전 아무도
안 부르더군

 

확실히 말해 두었지

 

"좋아 해"

 

이날 이후로

데이트 장소는
사쿠라이의 집이 되었다

 

둘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너무 부끄러워서
말할 수 없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최후의 선은
넘지 않았다

다음을 위해서

 

아빠가 살펴보고 오라고 하셨어

 

고마워, 언니

 

그럼 천천히 놀다 가세요

 

놀랬다

 

맞다

 

이번 토요일에
오페라 보러 안 갈래?

 

오페라?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춘희'를 보고 싶은데
하는 데가 없어서

 

오페라

 

내가 오페라를 본단
말인가?

 

그럼 돈을 모아야 겠네?

 

오페라 비싸냐?
/ 응, 아마도

 

그것보다 참,
그녀는 알고 있는 거니?

뭘?

 

또라이의
모든 걸 말이야

 

가까운 시일 안에
말 하려고

 

오페라 본 후에
말 할거야

 

기억하니?
슈퍼 그레이트 치킨레이스

왜 갑자기?

 

그때의 또라이는 멋졌어

그 때
너 있었어?

 

요즘 그때의 또라이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

 

타하케 선배

 

타하케 선배 있었잖아

그 사람도 성공했어

 

지금 뭐하고 있는데?

 

또라이, 나 있잖아

 

지문

 

찍고 왔다

 

당시는 아직
재일 외국인에 한해서

지문 날인 제도가 있었다

구청 직원 전부
한 대씩 패주려고 했지만

 

지문 날인지를 들고 온 아가씨 얼굴에
멍이 들어 있었고

지문을 찍을 때는
이렇게 노트를 세워 감춰 줬었어

 

때릴 상황이 아니였어

죄송합니다 라고
머리를 숙였어

그런 경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지

 

드디어 잡히고 말았어
권력이란건 대단해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도망가지 못해

 

또라이

 

넌 내 후계자지?

 

자, 가라

 

그 후에 들은
얘기지만

 

선배는 당시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 국적으로 바꾼 것 같았어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어딘가의 거리를
뛰고 있는 건 확실할거야

 

그럴거야

 

자, 가라!

 

타하케 선배의
흉내야

 

자, 그럼

 

또라이
/ 정일이?

무슨 일이야?
/ 내일 좀 만나자

얘기할 게 있어
굉장한 거야

뭔데?

전화로는 말 못해
만나서 얘기하자

너라면 이해해 주겠지?

 

어이, 저런 조선인에게 차이면
끝날 줄 알아

난 그 쪽에 500엔 걸지
/ 자, 갔다 와

이게 널 지켜 줄 거야
/ 자, 갔다 와

 

저기..

 

왜 그러시죠?
/ 아니, 그게 아니라

 

뭐하고 있는 거야?

 

구급차!
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

 

구급차, 누가 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

 

결국, 정일은 굉장한 일을
천국까지 가지고 가 버렸다

 

정일은

당신을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까지

정일과 친하게 지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내일 학교 쉬어라
/ 왜?

뻔하잖아, 정일이를
그렇게 한 놈에게 복수해야지

그런 일을 왜 하는데?
/ 묻고있는 건 나야

올 거야, 안올거야?

정일은 그런 거
원하지 않아

 

또라이, 알고 있는거야?

정일은 벌써 죽었어

그 녀석이 남긴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해

 

정일이 원했던 건 바로 너야

 

너 같은 놈이 정일에 대해서
뭘 안다는 거야?

 

제대로 얘기도
해본 적 없는 주제에

단지 날뛰는 것뿐이잖아

희생물을 원할 뿐이지

그러면 그런 낡아빠진
핑계는 대지 마

 

너 일본 학교에 가더니
정신까지 팔아 버렸냐?

그따위 조선 혼이라면
20엔에 팔아주지

네가 살래?

 

이름이란 뭐지?

 

장미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향기는 그대로인걸

 

오늘 같이 있어줄까?

 

뭐라고 했지?

 

스기하라가
자고 일어날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왜지?

 

잘은 모르지만..

 

내가 스기하라라면
그렇게 해주기를 바랄 테니까

 

좋아해..

 

왜 그러는데?

 

할 말이 있어

 

스스로는 별것 아니라
생각하지만

진전을 위해서는
말해야 할 것 같아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돼

 

나..

 

난 일본인이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지?
/ 말한 대로야

내 국적은
일본이 아니야

 

어딘데?
/ 한국

 

중학교까지는 조선이었고

반 년 후에는 일본인일수도

무슨 말이야?
/ 국적 같은 건 의미가 없다는 거야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어?
/ 응

 

그러나 교육은 달라

중학교까지는
민족학교에 다녔고

그곳에서
조선어도 배웠어

 

뭐, 요약하면 두 배야

올림픽때에는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응원이 되거든

 

굉장하지?

 

끝

 

왜?

 

왜 그런거야?

 

아빠에게
어릴 때부터 들었어

 

한국이나 중국남자와
사귀면 안 된다고

 

그게..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

 

모르겠어

 

아빠가 말이야

 

중국이나
한국 사람들은

 

피가 더럽다고..

 

왜 웃는거야?

 

미안해
/ 왜 사과하는 거야?

 

머리는 이해하지만

 

안돼..

 

몸이

 

내 몸에
스기하라가 들어오는 게

 

무서워

 

별것 아니었으면
벌써 말해야 하는 거잖아?

 

너무해

 

갑자기 그런 말로

이렇게 만들고

 

처음이었단 말야

 

그 이야기가 아니라도
무서웠단 말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내 이름..

 

츠바키라고 해

 

츠바키 공주의
츠바키

 

사쿠라이 츠바키

 

너무나 일본스러운 탓에
부끄러워 알려줄 수가 없었어

 

내 이름은 리 정호야

 

부르스 리의 리

 

너무 너무
외국인 같은 탓에

 

무서워서
알려줄 수 없었어

 

이봐, 너

 

잠시만

 

120엔만 빌려줄래?
/ 그러죠

아, 다행이다

커피를 사려 했는데
500엔은 못 쓰는 거야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그냥..

 

어디에서
걸어 온 거지?

 

긴자 쪽에서요

이름은?
사는데는 이 근처인가?

 

왜그래?

 

이건 뭐야?

 

한 대 줘 봐

 

이 일은 도무지
안 어울려

 

원래 문과였고

몸도 약하고,
제복도 안 어울리고

 

잘 어울려요

 

시체는 보기만 해도
빈혈 증상에..

 

죄송했습니다
/ 너 잘못한거야

120엔만 빌려 달라고
했을 뿐이잖아

외국인 등록증이 없어서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국적입니다

 

그럼 한국 사람이네?

아니요,
재일 한국인입니다

 

재일교포도
외국인 등록증이 필요한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만 엔 이하의 벌금이죠

그래?

 

그럼 체포해 버릴까?

 

몰랐으면서

 

재일 한국인과
사귄 적이 있지

 

말도 안되는 요리에 웃어버렸지
김치 비슷한걸 만들어서

같이 시쳐서 먹은적이 있어

귀여웠었지

 

저도 조금 전까지
일본 여자애와 사귀었습니다

 

상관도 없는 일에
신경 쓰고

바안다무가 아니라
반담이라고 하고

마코래가 아니고
매컬리 컬킨이라고 하더군요

 

자기는 팬티가 보여도
신경도 안 쓰는 주제에

정말 멋진데 그래

 

정말 귀여웠죠

 

연예인 누구와 닮았지?

 

생각이 나지 않아요

얼마 전.. 인기있었던..
생각이 안나네..

뭐라도 좋습니다

 

진짜로 좋아했었습니다

 

차별같은 건 당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녀와 만나기만 하면 갑자기
기가 죽더군요

 

그렇게 소중한 일본인은
처음이었어요

숨기려고 했었는데

 

마음을 굳게 먹고 일단
말했습니다

재일 한국인이야 라고

 

그랬더니?

 

무섭다고 하더군요

 

가끔은 피부색이 초록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재일 한국인임을 잊지도 않을테고
무섭다고 하는 이도 접근하지 않을테고

 

나도 경찰 제복이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그럼 아무도 내게
길을 물어보지는 않을텐데 말야

 

자, 이제 가볼까

 

힘 내

 

네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좋은 녀석임에는 틀림없으니까

 

그럴때는 미팅이나 하자
저기 파출소에 근무하고 있으니까

 

여보세요?

 

미안하지만
데리러 와 줄래?

 

웬일이세요?
정신도 못차릴 정도로

 

미안하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그 반대다

 

무슨 일인데요?

 

오늘, 두 번의 전화가
연속으로 왔어

 

하나는, 교환소가 또
없어진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북조선의 국제 전화로

 

뭔데요?

 

대영이 죽었다는 거야

 

대영은
아버지의 동생 분이다

 

그러니까 내
삼촌이 되는 사람이다

 

50년대부터 시작된
귀국 운동으로

북조선으로 귀국하였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다

아버지가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 후부터는

한 통의 편지도
오지 않았다

 

대영은 그림을
잘 그렸어

 

어렸을 때 어선의 뱃머리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걸 그렸지

 

이 어선이 3일 후
폭풍을 만났다

 

못 돌아 올 거라
생각했는데

 

잘도 돌아왔더군

 

그 후 대영은
배에 그림을 그려서

 

저녁 반찬을 얻었는데

그래, 맞아

 

둘이서 처음으로
게를 먹었지

 

정말 맛있다고 울면서 말이야

 

게를 보내 줬으면
좋았을 것을

 

녀석, 북조선에 가서
게를 먹어봤을까?

 

낡아 빠졌어!
그런 가난한 얘긴 이제 지겨워

게가 먹고 싶으면
혁명이라도 일으키면 되잖아요

그런 얘기로 눈물 짜는 시대는
이미 끝났어요

확실히 결정해야 할 거
아녜요!

부모들 1, 2세대가 꾸물거리니까
우리까지 자빠져 있잖아요!

 

부모님께 무슨 말버릇이냐!
/ 부모가 부모같아야지

아버님, 제가 한 대 패줘도 되겠습니까?
/ 내가 샌드백이야?

운전사 양반,
공원에 좀 세워 주시죠

3분 안에 정리하지요

 

이 남자의 약한 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실직을 하던
남동생이 죽어 없던

한번도 다운된 적이 없는
이 남자를

잠재워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요새 불량배들은
부모에게도 주먹질이라니

 

아, 종이 필요해
종

 

챔피언!

 

가드를 내리다니
멍청한 녀석

 

치사하게..
/ 치사하다고?

어떻게든 승리하는 게
내 방식이야

지금 와서 그 방식을
바꿀 수는 없어

웃기네..

 

확실히 네가
말한 대로 일거다

 

우리 시대가
아니라는 것 말이다

 

재일 한국인이니
일본인이니 이런 것

 

너희 세대는
좀 더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국경선 같은 건
내가 지워버릴 거예요

 

기억해 둬

 

우리 집안은 이조이래
유서깊은 집안이다

 

아버님, 찾았습니다
찾았어요, 여기

 

일은 괜찮은 거예요?
/ 그래

엄마와 내가 여생을 보낼
정도의 돈은 있어

마지막 순간은
제로로 돌아가도 괜찮겠지

그래서 네 뒤를 봐줄
여유는 없다

 

여보?

 

또 다시
아버지께 손대면

너 죽고
나 죽는거야!

상처는
내가 더 심해

 

이게 부부간의
사랑의 힘이란 거다, 알겠냐?

무슨 소리야?
인간아!

 

아파, 그만 좀 때려요
잘못했어요

 

왜 이런 최악의 사진이
현관에 걸려 있어야 하는지

왜 그때 그렇게 갑자기
국적을 바꿔야 했는지

 

하와이 때문은 아니다

 

나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 발에 채워진
족쇄를

하나라도 풀어주고
싶으셨던 거다

 

대학생이 되겠어요

 

정말이냐?

 

정일이의 유언이예요
/ 네 맘대로 해라

 

"나는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뿌리 없는 잡초다"

 

반년 후

 

노래 좀 그만 부르고
전화좀 받으세요

 

정전이다, 정전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래간만이야"

 

"별일 없었지?"

 

"난 별일 없었어"

 

"처음 만났던 초등학교"

"기억하고 있어?"

 

"지금 나와"

 

"나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거야"

 

그러니까 빨리
치과에 가라고 했잖아

 

시끄러워요!

 

난 어느 나라 사람이야?

 

난 어느 나라 사람이야?

난 뭐냐고?

 

대답해! 난 뭐야?

 

재일 한국인!

 

무슨 이유로 재일 한국인이라
부르는 거지?

 

재일이라고 부르는 건

언젠가 이 나라에서 나갈것을 생각하고
그런 거 아니야?

난 가끔
너희 일본인들을!

이 녀석, 저 녀석
죄다 패 죽이고 싶어져!

 

너희는 내가 무섭지?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불안해서 참을 수 없지?

 

좋아,
난 사자다

사자는 자신이
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그건 너네 마음대로 정한
이름이잖아

기분 좋을 때 다가와 봐
다 패죽여 줄 테니!

 

이름 같은 건 뭐라도 좋아!

애벌레든, 전갈이든
에일리언이든 상관 없어

하지만 난 에일리언이라
생각지는 않아

난!

 

재일도, 에일리언도
아니란 말이야!

난 나란 말이야!

 

난, 나라는 것부터
버려 버리지

물음표! 마침표!
엑스표!

뭐냐? 무섭지?

머라고 이야기를 좀 해봐?

뭐냐고! 제기랄!

 

그 눈

 

그 눈

 

내가 좋아했었어

 

그날 받은 성적이 않좋아서
풀이 죽어 있었어

 

왠지 모르지만 감동해 버렸어

굉장했었어

드롭킥

 

그때까지 우울했던 게
바보스러워졌지

그 아이가 귀여워 보였어

 

너무 멋져서
웃음을 멈출 수 없었어

멋지다는 게 이상하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지

 

스기하라를 잡아라!

 

스기하라

 

그래, 스기하라라는 이름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어

 

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지? 가자!

 

이 눈이

 

바로 그때의 눈

 

초능력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그러나 그 눈이
나를 볼 때

소름이 막 끼쳤어

 

이제 더 이상 스기하라가
어디 사람인지는 상관 없어

 

이제 겨우 알 것 같아

 

어쩌면

 

스기하라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느껴 왔는지도 몰라

 

울고있는 거야?

 

원 밖에는 손을 넣으려고 하는
녀석들이 엄청나게 많아

 

그 정도쯤은 내가
붙어 주지

 

최악이야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아, 부끄러워

또 이렇게 되어 버렸어

 

따뜻한 곳으로 가자

오늘 어디서 있을건지
생각해야지

 

계속 말하려고 했는데

 

이가 빠진 얼굴이
너무 귀여워

시끄러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