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조금은 익숙해졌나?

네?

낮에는 뭘 하며 지내고 있지?

가사만으로는 시간이 남을 텐데.

그게...

유리에 씨한테서 잡지를 빌려 읽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하고 있습니다.

실은 이번 휴일에
외출할까 생각하고 있다.

알겠습니다.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

식사 준비는 어떻게 할까요?

너도 가는 거다,

함께.

 

여기에 와서
한 번도 거리에 나간 적이 없지 않나.

네...

가고 싶단 생각은 안 드나?

저기...

뭐지?

전 못 갑니다.

볼일도 없고,

민폐를 끼쳐드리는 게 아닐지...

 

민폐도 아니고,
볼일 같은 게 없어도 된다.

하, 하지만, 불편하시진...

전혀 불편하지 않다.

후리소데는 여기 처음 온 날 걸 입으면 된다.
(젊은 미혼 여성이 입는 최고급 기모노)

달리 걱정되는 점은 있나?

 

아니요...

그럼 그리 알고.

 

잘 먹었다.

 

서방님...

 

이때의 저는

서방님의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알지 못했기에,

첫 데이트는
갑작스레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제3화
첫 데이트

 

미요 님,

들어가도 괜찮으실까요?

드, 들어오세요.

 

준비는 어떠신가요, 미요 님?

아, 네...

여기 있는 거울, 사양 말고 쓰셔요.

 

어쩜 이리 안 어울릴까.

 

미요 님.

 

화장은 안 하시나요?

저기, 저...

그다지 화장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면 유리에에게 맡겨주셔요.

하, 하지만 저,
화장도구를 안 가지고 있어요.

괜찮답니다.

보세요.

 

도구는 여기에 있으니까요.

 

근사해.

최신 유행 같은 건 없지만,

이런 거라든가,
분명 미요 님께 어울릴 거랍니다.

 

그럼 분을 바르겠으니,

잠시 눈을 감아주시겠어요?

 

자, 다 됐답니다.

 

이렇게 근사한 미요 님을 보신다면

도련님께선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요?

 

슬슬 준비는 다 되었느냐?

 

지금 가겠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서방님?

아, 아니, 기다리진 않았다.

재촉해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갈까.

네.

 

저기, 오늘은 어디로 가시는지요?

아, 말 안 했었나.

먼저 내 직장에 가겠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다.

거리에 나가기 전에
차를 두러 가는 것뿐이다.

그, 그렇군요.

 

이곳이 서방님의 직장...

 

그럼 갈까.

네.

어라?

 

고도...

대장님 아니세요?

 

오늘 비번 아니셨던가요?

그래,

차를 두러 온 것뿐이다.

뭐야.

 

그래서,

이분께선?

내 일행이다.

캐묻지 마라.

 

대장님의 일행분이라니
이것 참 드문 일이네요!

그리고 이것 참 매우 아름다우시군.

이봐.

 

캐묻지 말란 소리가 안 들렸나?

어이쿠, 실례, 실례.

이런 데서 빈둥대지 말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가라.

넵!

그럼 수고하십시오!

 

정말이지...

저건 일단은
내 측근으로 고도라고 한다.

저래 봬도 이능자로서는
능력이 있는 편이야,

못마땅하지만.

 

자, 어디 가고 싶은 데는 있느냐?

 

사고 싶은 거나 갖고 싶은 건 없나?

아, 네...

특별히는...

 

어쩌지,

갖고 싶은 거라니, 하나도 안 떠올라.

 

그런가.

그럼 내가 사러 가는 데에
어울려주도록.

 

네.

 

즐겁나?

 

죄송합니다!

저도 참, 그만 푹 빠져서...

신경 쓸 것 없다.

마음껏 풍경을 즐기면 된다.

나도 그 누구도 그걸 나무라진 않는다.

 

하지만...

 

나에 대한 민폐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너를 불러낸 건 다름 아닌 나다.

 

알겠지?

 

네.

 

한눈팔다 떨어지진 말고.

 

조, 조심하겠습니다.

아주 좋아.

 

이 사람의 어디가 냉혹 무자비한 걸까?

 

이렇게나 다정하신데...

 

얘기가 다르잖나!

얘기라 함은?

시치미 떼지 말게!

어째서 미요를 쿠도 가에 줬지?

우리 장남에게 달라고 부탁했을 텐데!

아, 그 일말인가.

 

마침 쿠도 가로부터도
혼담이 들어왔거든.

거절할 수도 없지 않나.

미요는 그 우스바 가의 딸을
어머니로 가졌단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능을 잇지 않았지.

그렇다고 해도

미요의 아이가 우스바의 이능을
잇지 않을 거란 법도 없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우스바의 힘을 원하나?

 

우스바의 이능은 이능자 중에서도
특별한 것이란 말이다!

이 이상 쿠도 가가 강해지면

우리의 입장도 위태로워지건만!

미요에게 이능이 없단 걸 알면

어차피 쿠도는 금방 버릴 걸세.

그렇게 되는 날엔
그쪽에서 신부로 맞아들이게나.

 

주워주겠다고 한다면

미요도 울며 기뻐하겠지.

 

아무리 작은딸이 귀엽다고 해도

황금 달걀을 낳을지도 모르는 미요를

일부러 내버리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그럼 사이모리 가는 앞으로 일절

미우의 처우에 참견하지 않겠단 걸로
봐도 되겠나?

암,

버린 거나 다름없는 딸이다.

어디서 어떡하든 간에
살아있든 죽어있든

흥미 없어.

 

그런가, 잘 알았다.

 

사이모리 미요를 손에 넣는 건

우리 타츠이시 가.

쿠도 가 따위에 빼앗기고 있을 것 같나.

 

이봐.

아, 네.

아버님 일행은
무슨 말씀을 나누고 계신 거지?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미요 님에 대한 이야기인 듯한데...

뭐?

왜 언니의 이름이 나오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카야,

그렇게 큰소리 내는 거 아니야.

코우지 씨, 내게 설교하는 거야?

 

아버님도 타츠이시 아저씨도

이제 와서 언니에 대해
무슨 할 얘기가 있단 거야?

뭐, 그런 말 말고...

그래, 카야,

모처럼 날씨도 좋은데

뭔가 사러 외출이라도 해볼까?

지난주에 개점했다던
백화점에 가고 싶어 했잖아.

 

뭐, 좋아.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가자.

 

나카미치에 또 새로운 가게가 생겼어.

가게 안도...

코우지 씨는 분명 지금도
언니를 생각하고 있겠지.

지금쯤 쿠도 가에서
객사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하나도 재미없어.

 

스즈시마야 포목점

 

이곳은 스즈시마야라고 해서,

쿠도 가가 예전부터
단골로 찾던 가게다.

황실의 의복도 짓는 일도 있다더군.

 

괴, 굉장한 가게로군요.

 

어서 오십시오, 쿠도 님.

오늘은 신세 좀 지지.

 

사전에 연락해 주신 물건,

조건에 맞는 걸
이미 몇 점 정도 골라놓았답니다.

안쪽으로 오시죠.

그래.

 

쿠도 님도 드디어, 로군요.

딱히 그런 건...

수줍어하실 필요 없답니다.

쿠도 님께서 여성을 데려오시다니,

처음 있는 일 아닙니까.

뭐, 그건 그렇다만.

도련님, 그거 아세요?

아무래도 미요 님께선 낡은 옷을
스스로 수선하시는 모양입니다.

말을 걸어볼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다지 알리고 싶지 않으신 듯해서.

 

지방의 가난한 농민인가 싶을 만큼
해진 낡은 옷.

아마도 제대로 된 기모노는 저것 한 벌.

명가의 같은 나이대의 영애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을

그녀는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아.

 

쿠도 님.

 

아, 미안하군.

그녀에겐 어떤 게 어울릴까?

저 아가씨께는 이런 옅은 색이
어울리실 것 같답니다.

이쪽이나 이런 조합도.

 

저것은?

 

저쪽도 아주 좋은 물건이지요.

하지만 지금부터 지으려고 하면

조금 계절이 안 맞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가.

 

어울... 리겠지.

 

어떠십니까?

 

이걸로 하나 지어주게.

그 외에도 이 중에서 몇 개쯤
지어주면 고맙겠군.

잘 알겠습니다.

 

이쪽은 오늘 가지고 돌아가시면
되겠습니까?

그래, 받아 가지.

 

저기, 쿠도 님.

뭔가?

저 아가씨는 절대 놓치시면 안 됩니다.

저분은 말하자면 원석,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잠재력이 있습니다.

 

오늘 구입해 주신 물품들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쿠도 님의 애정과 재력으로

놓치지 말고 갈고닦아주시는 겁니다.

그러면...

그러면?

아름다운 여성을 마음껏 차려입혀주는
즐거움이 생겨날 거랍니다!

 

정말이지...

 

어머님...

 

어떤가, 맛은?

저기... 맛있습니다.

그다지 맛있다고
생각하는 표정이 아닌데.

그, 그렇지는...

 

넌 정말로 웃지 않는군.

 

죄송합니다.

아니, 탓하려는 게 아니라 말이지.

 

다만...

 

웃고 있는 모습을
조금 보고 싶다 해야 하나...

 

서방님께선 그...

별나시군요.

 

죄, 죄송합니다.

제가 건방진 소리를...

난 전혀 화 안 났다.

그러니 그런 식으로 움츠러들지 마라.

하지만...

 

우리는

이대로 가면 결혼할 사이다.

생각하는 건 뭐든
서로 말하는 편이 좋겠지.

나도 네가 솔직하게
말을 해주는 편이 기쁘다.

사죄가 아니라.

 

결혼할 사이...

 

서방님께선 분명 모르는 거야,

내가 이능을 가지지 않은 걸.

 

언젠가 스스로 털어놔야 해.

하지만

바라게 되고 말았어.

조금이라도 오래
이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고...

 

나중에 얼마든지,

어떤 벌이든 받겠습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더...

언젠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그날까지...

 

어머, 도련님?

미요 님이라면 목욕 중이시랍니다.

 

유리에,

아직도 돌아가지 않았나?

 

아직도라니 실례로군요.

 

그건?

 

서, 서방님!

이건...!

 

얌전히 받아둬라.

이런 고가의 물건, 받을 순 없습니다.

신경 쓸 것 없지 않느냐.

하지만...

신경 쓰지 마라.

 

저기...

두고 가신 건 서방님... 이시지요?

 

빗을 보낸다는 것엔

구혼의 뜻이 있습니다.

딱히 깊은 뜻은 없다.

구혼하시는 거군요?

그냥 빗이다.

특별히 의미는 없다고 하잖느냐.

그렇죠, 그렇고말고요.

미요 님은 다 부서져가는 빗을
쓰고 계셨고,

도련님께서 새 빗을 지금 보내셔도
아무 이상할 것 없지요!

미요 님께선 지금까지 이 집에 찾아오신
그 어느 여성과도 다릅니다!

유리에는 매우 찬성이랍니다, 도련님!

 

그러니까

그런 의미가...

미요 님께선 분명 기뻐해 주실 겁니다.

 

아무튼 사양 말고 써주도록.

 

감사합니다, 서방님.

 

소중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뭐, 곧잘 있는
이능의 집안 소동이라 해야겠지.

그렇다고 해도 도가 지나쳐.

적어도 명가의 사람이 할
행동은 아니야.

의붓어머니인 사이모리 카노코는
어지간히 원망스러웠겠지.

원래 연인 사이였던 사이모리 신이치가

집안 사정으로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것을.

부모로선 최악이군.

그래서, 본론은?

응,

나리 예상대로

사이모리 미요에겐 이능이 없어.

한편 여동생 카야는

3살에 견귀의 재능이 발현됐지.

장녀인 미요의 취급이 너무해진 건

아마도 이게 계기겠지.

 

자신을 학대하는 새어머니와 여동생,

사랑이 없는 아버지,

그 안에서 혼자인가.

 

기모노를 사다 준 것 정도로는

그녀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건
도무지 될 턱이 없겠군.

 

그러고 보니 나리,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사이모리 신이치의 전처,

사이모리 미요의 친어머니 말인데,

아무래도 우스바 가 사람이었던
모양이더라고.

뭐라고?

정말이지 놀랐다니까.

우스바 가의 존재 따윈
미심쩍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우스바 가라고 하면

사람 마음에 간섭하는 게 가능한
이능을 가진 가계였던가.

그 정보는 확실한 건가?

암,

사이모리 미요의 어머니의 이름은
우스바 스미.

어떤 사정으로 그녀가 사이모리 가에
들어갔는지까진 파악하지 못했지만.

 

정말이지,

그녀가 온 뒤로부터는

정말 나답지 않군.

 

어리석은 것.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이런 간단한 시키가미(式神)를
보내올 줄이야.

하지만 어디의 누구의 짓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