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The.Story.of.a.Murderer.2006

군중들이 광분한다
어서 끌고 가

 

서둘러

 

어서

 

빨리!

 

서두르라니까!

 

열어라, 빨리!

 

악마의 자식, 살인마!

 

내 동생을 죽인 놈
당장 죽여라!

 

어서 죽여!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

 

판결문을 읽어라

 

살인자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판결문

 

사형 집행은
2일 후이며

 

죄인 장바티스트를

 

십자가에 묶은 채

 

고통스럽게
숨통을 끊을 것이다!

 

쇠막대로 12번 내리쳐
온몸을 요절낸다!

 

팔의 관절을
부러뜨리고

 

어깨는
으스러뜨리고

 

엉덩이, 다리도
뭉그러뜨려

 

뼈와 살도 신음하게
할 것이며

 

단칼에 죽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18세기 프랑스...

 

천재적 재능과 악명을
누린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악마에 영혼을 판 듯
그가 집착한 것은...

 

바로 향수였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그가 살았던 18세기는

 

어딜 가나 악취에
찌들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심한 곳이
유럽 최대 도시 파리

 

생선시장은
그중 최악이었다

 

한 상자 더 있소

 

코를 찌르는
이 악취를 뚫고

 

1738년 7월 17일
그는 세상에 태어났다

 

벌써 5번째 애였건만

 

태어나자마자 아기는
늘 이렇게 처리됐다

 

거의 모두 사산아였다

 

괜찮소?

 

시체를 생선내장에 섞어
쓰레기로 버렸던 것

 

오늘도 그 어느 때와
다름이 없었건만

 

장바티스트는
다른 운명을 선택하였다

 

무슨 소리지?

 

- 애잖아!
- 어 떻게 된 거야?

 

핏덩어리네!

 

애 엄마는?

 

방금 있었는데?

 

애를 죽이려 하다니!
어떻게 자기 자식을!

 

저 여자 잡아라

 

저기 간다

 

거기 서!

 

살인자!

 

결국, 첫 울음소리로...

 

엄마를 사형장으로 몰아내고

 

혼자 남은
장바티스트는

 

별 수 없이
고아원 행이 됐다

 

오늘 몇 명이야?

 

4명인데...
한 놈은 곧 죽겠군

 

반시체만 실어오는군

 

돈 받고
이름이나 쓰셔

 

저리 비켜!

 

- 어디로?
- 옆으로!

 

비키라니까!

 

죽었니?

 

내 자리 좁잖아!

 

- 갖다 버리자
- 빽빽 울 텐데!

 

죽여 버리자

 

더 세게 눌러!

 

뭔 짓이냐?

 

여자는 보조금 챙기려
애를 살렸지만

 

애들은 장바티스트를
처음부터 두려워했다

 

5살이 되도록
말은 못 했지만

 

그에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딴 애들은 그를
못살게 굴다가도

 

늘 지레 겁을 먹었다

 

하는 짓마다
이상했지만

 

후각만큼은 그를
따를 자가 없었던 거다

 

겨우 말을
배우긴 했지만

 

그가 이 세상을
느끼고 이해하는 건

 

바로 냄새와
향기였을 뿐

 

나무...

 

따뜻한 나무

 

풀...

 

촉촉한 풀

 

이건 돌...

 

따스한 돌

 

물...

 

차가운 물

 

개구리...

 

젖은 돌...

 

크고, 물에 젖은
개구리와 돌...

 

많아...

 

이 냄새...
저 냄새...

 

13살이 되자
그나마 고아원도 꽉 찼고

 

팔려갈 신세가 됐다

 

따라와!

 

10프랑 줘!

 

이 남자 독한 약 냄새로
찌든 걸 보니

 

7프랑
한 푼도 더 못 줘

 

저 무두질 공장에
끌려가면

 

곧 시체가 되어 나오는 건
안 봐도 뻔했지만

 

어서 가

 

7프랑 때문에
애를 넘긴 여자는

 

어서 튀어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5년을 못 버티고 죽어나가는
무두질 공장에서

 

장바티스트는
잡초처럼 살아남았고

 

뼛골 빠질 일도
문제없이 척척

 

하루 15~16시간
중노동도 우스웠다

 

그러다 큰 세상에
눈을 떴으니

 

난생처음 많은 냄새를
맡기 시작한 거다

 

장바티스트!

 

따라와, 배달 있어!

 

끈질기게
살아남았으니

 

드디어 재능을
발휘할 때다

 

이 세상 모든 냄새...

 

달콤한 것도 좋고
구린 것도 상관없다

 

아무 냄새면 어떠하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듯

 

새록새록 세상을
발견하며 감탄하고

 

죽 한 그릇에도
냄새는 수천 가지

 

모든 냄새를
음미했던 것이다

 

장바티스트!

 

이쪽이야!

 

어서 오라니까!

 

발디니 댁에
24장 배달되겠소?

 

그럽죠

 

이리로

 

이 향수 이름이?

 

'사랑과 영혼'
최신 상품이죠

 

좀 뿌려봐도?

 

그럼 제가 여기에

 

천국의 향기군요

 

예술이에요!

 

드세요, 많이 있어요

 

왜 이러세요?

 

자두 사실래요?

 

2개 드려요?

 

또 말도 없이 사라지면
죽여 버린다!

 

그날 밤 그는
잠을 못 이뤘다

 

코끝엔 아련한
그 여인의 향기는

 

왜 끈질기게 살아남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만 같았다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다가

 

빛의 계시를 받은 듯

 

향기를 영원히
간직하겠노라 다짐했다

 

당시 파리에서 향수를
만드는 사람 중에는...

 

이태리 출신
발디니도 있었다

 

이곳에 가게를 차린 게
벌써 30년 전

 

한 때는 꽤 유명했고

 

향수 몇 개로
떼돈도 벌었다

 

그러나 다 지난
얘기일 뿐...

 

지금은 손님 없는 가게나
지키는 처량한 신세

 

이제 오는군

 

- 발디 니 주인님!
- 가발부터 써

 

가발 쓰라고!

 

외출하십 니까?

 

향수 연구 중이니
절대 방해하지 말게

 

드디어
새로운 향수를?

 

버라몽 백작
주문이 있어서...

 

원하시는 게 그 뭐냐...

 

'사랑과 영혼'...
이라던가?

 

사기꾼같이 생긴
놈이 만든 건데

 

- 펠리시에요?
- 맞아, 그 자식

 

'사랑과 영혼'?

 

- 뭔지 아나?
- 그럼요

 

밖에 한번
나가보십시오

 

그 냄새뿐이죠

 

마침 샘플로 사왔는데

 

연구하실 때
참고하십시오

 

그따위 허접한 걸
흉내 내라고?

 

하긴 별 거 없더군요

 

그냥... 흔해빠진
냄새던데

 

첫 향은
라임 오일 같고...

 

그러냐?

 

두 번째 향은?

 

오렌지 꽃...

 

마지막은
사향 냄새 같긴 한데...

 

그놈이 뭘 쑤셔 넣든
관심 없어

 

그야 당연하죠

 

난 세상이 뒤집어질
향수를 만들 것이다!

 

물론입니다

 

손님 상담할 때
크게 떠들지 마라

 

자고로 영감이 필요한
작업이거든

 

테레사! 내 손수건!

 

- 이거 필요하죠?
- 고마워라

 

뭐 필요한 거 없어요?

 

- 영감이 필요해
- 이미 충분하시면서!

 

당신은 최고의 향수를
만들 수 있어요

 

벨리시모!

 

이렇게 황홀할 수가...

 

놈은 또 해냈구나

 

라임 오일... 맞고

 

오렌지 꽃도 확실해

 

클로버도 약간

 

아냐!

 

계피?

 

사라졌네

 

계피?

 

계피 아냐

 

클로버?

 

아냐

 

사향?

 

아냐

 

누구요?

 

가죽 공장에서
왔습니다

 

주문하신 염소 가죽이요

 

들어와라

 

이쪽으로

 

그래, 저기 놔라!

 

가죽이 마음에 든다고
전해라

 

가죽 값은
며칠 후 내겠다고

 

알겠습니다

 

이 가죽 냄새도
향긋하길 원하시죠?

 

물론, 그렇지

 

'사랑과 영혼'을
쓰시겠군요?

 

그 사기꾼 놈이 만든 걸
내가 왜?

 

주인님한테
그 향수가 진동해요

 

근데 로즈마리가
너무 강한데다

 

또 많이 들어간 게...

 

이 두 가지죠

 

베르가모 오렌지...

 

박하향 파출리?

 

파출리!

 

파출리...

 

또 다른 건?

 

이거랑 이거...

 

이 두 가지...

 

오렌지 꽃...

 

라임...

 

- 사향
- 로즈마리

 

- 클로버
- 이거까지!

 

- 때죽나무?
- 그것도 들어갔어요

 

- 때죽나무?
- 때죽나무

 

네 코가 남다른 건
인정하겠다만...

 

냄새 구별하는 건
파리 최고죠!

 

재료이름을 몰라서
말은 못하지만...

 

어른 말씀부터 들어!

 

그런 건방진 말을
어디서 하는고!

 

고수인 나도
다 모르는데!

 

'사랑과 영혼'은
나도 알고 있었다!

 

코 하나로 향수를
만드는 줄 아냐?

 

향수 만들 때
정말 필요한 건...

 

정확한 공식이다

 

언제 어떤 재료를
얼마큼 넣을지

 

'사랑과 영혼'의
공식을 알고 있냐?

 

파리 최고의 코라며?

 

말해봐!

 

모르겠지?
내 충고나 들어!

 

재능 좀 있다고
까불지 마라!

 

겸손하게 땀 흘리며
배우는 것

 

그게 첫 번째다

 

공식이 뭔지는 모르지만

 

'사랑과 영혼'을
당장 만들어드리죠

 

누구 맘대로
내 실험실에 손을 대!

 

비싼 향료들이
얼마나 많은데?

 

- 해볼게요
- 내 말부터 들어!

 

대체 이름이 뭐냐?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알았다, 장바티스트

 

큰 소리 떵떵 치더니
솜씨를 보여 봐라

 

망쳐도 겸손은
배울 테니

 

얼마큼 만들면 됩니까?

 

뭐를 얼마큼?

 

'사랑과 영혼' 말입니다

 

이 통 가득?

 

미쳤군!

 

- 이거나 채워
- 네, 주인님

 

그런데 한 가지...

 

- 내 맘대로 하겠습니다
- 멋대로

 

안 돼

 

100% 알코올은
안 돼!

 

홀라당 태워 먹을
작정이냐?

 

양부터 재야지!

 

그만 집어치워!

 

개뿔 모르면서!

 

알코올은
맨 나중에 넣는 거다

 

무식하게 흔들어대긴!

 

너 같은 걸 믿은
내가 바보지

 

다 됐습니다

 

이럴 수가

 

이게 '사랑과 영혼'?

 

별로 좋은 향수는
아닙니다

 

훨씬 훌륭한 걸
만들어드리죠

 

주인님도 아주
좋아하실 겁니다

 

한 번 맡아보시죠!

 

그럴 시간 없다
안 그래도 머리 아파

 

- 하지만...
- 당장 꺼져!

 

여기서 배우고 싶습니다!

 

- 생각해보겠다
- 주인님!

 

향기를
간직하고 싶습니다

 

뭐라고?

 

가르쳐 주십시오

 

그것도 생각해 보지

 

내 사랑...

 

50프랑에 데려가겠소

 

제대로 해!
멍청한 것들

 

- 계속 당겨
- 얼간이들아

 

힘을 쓰란 말이야

 

장바티스트!

 

그 50프랑으로
셋의 인생이 바뀌었으니

 

비켜!

 

공장주인은 돈 냄새만
맡고 저승길로

 

발디니는 돈벼락을 맞은 듯

 

장바티스트의 향수가
미친 듯이 팔리면서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장바티스트가 얻은 건?

 

향수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운 거다

 

천재야

 

훌륭해요

 

이게 향수의 기본이다

 

향 하나엔
재료 4개가 들어간다

 

그게 서로 잘 맞는 게
아주 중요해

 

향수는 그런 향
3개가 만나는 거고

 

헤드, 하트, 베이스...

 

그렇게 재료가
12가지야

 

'헤드'는 첫 느낌...

 

몇 분 후엔
'하트' 향이 시작...

 

몇 시간 지속되고

 

마지막 '베이스'는...

 

'하트'가 사라지고
며칠 후까지 남는다

 

옛 이집트인들은
그 이상을 원했다

 

13번째 비밀 재료를
첨가하면

 

최고 향수가
될 거라 믿었지

 

이집트에서 그 향수가
발견됐단 전설이 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수천 년 잠자던
마법 같은 향수는

 

이 세상을 천국의 향으로
마비시켰지

 

12가지 재료는
다 찾았지만

 

비밀의 13번째 재료는...

 

아무도 모른단다

 

왜죠?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전설이라니까
돌 머리야

 

'전설'이 뭔데요?

 

됐다

 

장바티스트?

 

왜 이러나?

 

향기를 내 손에
잡고 싶어요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향기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고요

 

- 향기를 영원히?
- 가르쳐 주세요

 

일단 진정부터 해라

 

진정해

 

할 일이 태산이다

 

'존재하는 것의
영혼은 향기다'

 

주인님이 그랬어요!

 

내가?

 

원하시는 향수
다 만들어드릴 테니

 

향기를 향수처럼
만들게 해 줘요

 

해 줄 수 있죠?

 

당연하지

 

그것만 알려 주세요

 

그럼 세계 최고 향수를
만들어드리죠

 

장미 1만 송이를 끓이면
뭐가 나오게?

 

딱 한 방울의 오일이야

 

이게 끝입니다

 

이래야 공기가 통해서
꽃잎도 싱싱해

 

난 기계 준비할 테니
살살 다뤄야한다

 

꽃은 서서히 향기를
간직한 채 죽게 해야 돼

 

이제 됐다

 

기계를 얹고

 

온도가 가장 중요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오일은 천천히 올라오지

 

이 엄청난 기계를
내가 만들었다니까!

 

찬물이 펌프질을 하면...

 

꽃잎에서
오일이 나오는데

 

그 오일이...

 

나중엔...

 

여기 떨어지지

 

남쪽도시 '그라스'는
좀 달라

 

공기펌프질을
이용하거든

 

그라스...
아름다운 곳인데

 

향수의 고향이요...

 

향수의 천국이지

 

적어도 향수를 만드는
인간이라면...

 

그라스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안 죽으니까 걱정 마
심심하면 흔들려

 

그라스...

 

주인님!

 

보십시오

 

장미의 영혼이다

 

장바티스트!

 

무슨 일이냐?

 

장바티스트?

 

이게 다뭐냐?

 

- 사기꾼!
- 뭐라고?

 

날 속였잖아요!

 

감히 버릇없이
그따위로!

 

어떤 냄새든 향수로
만들 수 있다면서!

 

당연하지!

 

맡아 봐요!

 

말해요!

 

냄새 없는데

 

뭐로 만들었는데?

 

유리!

 

유리는 냄새가 없잖아!

 

냄새가 왜 없어!
이건?

 

냄새 안 나는데

 

- 그만 하거라!
- 구리라고요!

 

집어치워!

 

그럼 구리를
증류했다고?

 

철? 유리? 구리?

 

또 뭘 해봤나?

 

이런!

 

단단히 돌았군!

 

여기 넣으면 다
향수가 된댔잖아요!

 

아무리 그렇다고!

 

고양이를 죽여?

 

알고 보니 앞뒤가
콱콱 막힌 놈일세!

 

이 멍청아!

 

고양이나 사람 냄새는
향수로 못 만들어!

 

- 못 만들어요?
- 당연히 못 하지!

 

- 죽을병입니다
- 뭐요?

 

- 포기하세요
- 어떻게 해봐요!

 

- 도저히...
- 살려야 돼!

 

- 이렇게 죽을 순 없소
- 진료비 50프랑이요

 

돌팔이 주제에
돈은 왜 달래?

 

이놈아, 장바티스트

 

살아야 돼...

 

절대 이렇게 죽으면 안 돼
할 일이 많다고!

 

제발...

 

혹시...

 

딴 방법 없나요?

 

증류 말고
향수를 만드는 방법

 

장바티스트!

 

그런 거 없어요?

 

물론 있고말고

 

그게 뭐죠?

 

'냉침법'이란 거다

 

가르쳐 주세요

 

나도 그건 잘 모른다

 

그라스에 가면
배울 수 있나요?

 

글쎄...

 

대답해요!

 

그라스 말곤 없지!

 

1주일 후 말짱해진
장바티스트는

 

그라스로 가기 위해
추천서가 필요했다

 

발디니는 추천서를
써주는 대신

 

향수 100개 제조법을
알려 달랬는데

 

장바티스트에게는
1천 개라도 우스웠다

 

발디니는 기뻐
미치는 줄 알았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행복감에 벅찬
가슴을 안고

 

황금빛 미래를 꿈꾸며
잠자리에 들었건만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길을 떠난 장바티스트는
가슴이 설레었다

 

이렇게 맑은 공기가
있었던가

 

드디어 자유를 숨 쉬는
순간이었다

 

그라스로 가는 길은
두 가지

 

굽이굽이 마을을
통하는 길과

 

산과 들을 가로지르는 길

 

선택은 당연히
두 번째다

 

지겨운 사람 냄새가
없는 곳

 

혼자 있을 곳이
늘 그리웠으니까

 

난생 처음으로
원하던 곳을 찾았다

 

코에 와 닿는 건
죽은 돌 냄새 정도

 

마치 신성한 제단 같았다

 

거슬리는 냄새가
전혀 없으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고

 

이 얼마나 황홀한가

 

왜 그라스로 가고
있었는지

 

그 계획도
잊을 뻔했다

 

누구세요?

 

누구죠?

 

누구예요?

 

그의 옷에 쩔은 냄새는
수천 가지

 

모래, 돌, 이끼 냄새에...

 

몇 주 전 먹은
소시지 냄새까지

 

근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자신의 체취는 없다니

 

어떻게 인간에게
냄새가 없을 수가!

 

그럼 난 인간도
아니란 말인가?

 

갑자기 밀려오는
외로움과 두려움

 

세상으로부터
무시당한 느낌

 

장바티스트는
계획을 바꾼다

 

일단 그라스로 간 후...

 

기적의 향수를 만들어
영웅이 되어

 

다 무릎 꿇게 할 거다

 

그의 결심은 단호했고

 

운명의 여신도
미소 지었다

 

테레스 리치스 부인
여기 잠들다

 

로라?

 

로라?

 

곧 갈게요, 아버지

 

처음 보는 얼굴이네

 

새로 왔어요

 

꽃 꺾는 거 재밌네요

 

눈에 띄는 꽃은
다 꺾으시나 봐?

 

멍청이

 

꽃을 쑤셔 넣지
말랬잖아!

 

장바티스트
하는 걸 보라고

 

솜씨가 보통 아니지?

 

꽃을 서서히 죽여야
향기가 산다니까

 

여자 다루듯 살살
내 말 맞지?

 

지당하십니다

 

저 꽃잎 확인해봐

 

더 기다려야 돼요

 

하라면 해!

 

그만해

 

- 그럴 기분 아냐
- 정말?

 

지금은 안 내켜

 

말했잖아...

 

싫다니까!

 

싫음 관둬!

 

루시엥?

 

- 사다리 줘!
- 알아서 내려와

 

루시엥?

 

루시엥!

 

루시엥?

 

루시엥?

 

루시엥?

 

튜브장미 가져왔는데
부인은?

 

지금 바쁘세요

 

꽃잎을 너무
많이 쓰시네

 

알아서 하겠지만

 

뭐 하는 거야?

 

동물 기름 발라요

 

왜?

 

기름이 향기를
빨아들이니까

 

다음은?

 

그걸 식혀서...

 

그리고...
그걸 여과시킨 후...

 

그리고?

 

알코올과 다른 향을...
손대지 마요!

 

저건 뭐지?

 

꽃잎 담가둔 거예요

 

- 좀 봐도?
- 안 돼요!

 

지금 바쁘니까
어서 가줘요

 

- 잠깐만 볼게
- 만지지 마!

 

- 안녕하세요?
- 왔군

 

저건 왜 천으로
싸놨지?

 

방법을 한 번
바꿔봤는데

 

햇빛 들어가면...

 

향기가 상할까 봐

 

그렇군

 

따라와라
꽃값을 주마

 

향기 상할까 봐?

 

꽃 냄새도 안 나는데!

 

이런, 망친 것 같군요

 

비싼 돈 받으면서
이런 헛짓거리 할래!

 

얼마 내면 되죠?

 

당신과 있고 싶은데...

 

가격은 다양해

 

그건 뭐야?

 

향수 만들려고요

 

거기 누워요

 

섬뜩한걸

 

동물기름일 뿐이에요

 

이게 당신 향기를
빨아들일 거예요

 

향수 좋아하시네

 

찐하게 뒹굴어보자
이거 아냐?

 

맞지?

 

향수 만든다니까요!

 

팔 좀 가만히

 

설마 묶는 건 아니지?

 

팔을 뻗어 봐요

 

이 짓도 오래하니
별놈 다 걸려

 

조용...
가만있으라니까

 

그건 또 뭐야?

 

- 기름 긁어내야 돼요
- 미쳤어?

 

자꾸 이러면
망친다니까!

 

근사한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못 참겠어!

 

나가
여기 니가 준 돈

 

인육 요리라도
하겠다는 거야?

 

당장 나가!

 

장미 녹기 전에
불어야지

 

- 장미는 안 녹아요
- 이건 다를 텐데

 

이제 건배할까요?

 

몽테스키외 후작님을
위해서

 

우리 사업의
번창을 위해서

 

건배!

 

영광스런
이 자리를 빌려

 

아리따운 따님의
생일을 축하드리며

 

작은 애정의 표시를
드리고 싶군요

 

아름답다!

 

- 잘 어울린다!
- 예뻐요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후작님

 

'후작님'?

 

이제 좀 친근하게
불러주면 안될까?

 

- 숨바꼭질 어때요?
- 좋아!

 

모두 하는 거야

 

남자가 술래
여자는 숨기!

 

좋아요

 

알빈, 잠깐

 

제발! 내려 주세요

 

이제 도망 못 갈 걸

 

게임 끝났어요

 

로라!

 

이제 그만해야지

 

로라!

 

알빈, 프랑스와!

 

로라, 쌍둥이 못 봤니?

 

게임 시작하곤
못 봤는데

 

알빈, 프랑스와?

 

알빈, 프랑스와?

 

자크?

 

이쪽으로

 

따라 오거라

 

후작님!

 

이쪽으로

 

알빈, 프랑스와?

 

알빈, 프랑스와?

 

그 멍청이가 일을
또 제대로 안 했군!

 

그 친구 너무
닦달하지 마

 

더럽고 게으른 놈
죽여 버릴 거야

 

장바티스트!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어디 자빠져있냐?

 

뭐 잘못됐나요?

 

아니, 시간 있으면
꽃잎 좀 봐달라고

 

걱정 마십시오

 

저것 봐!

 

세상에!

 

저기야

 

통금을 내리자고
미쳤소?

 

재스민은 밤에 꺾어야
팔 수 있는데!

 

장사 망칠 일 있소?

 

모두 손해가
막심할 텐데!

 

놈이 의원님 딸을
노린 다면요?

 

통금을 만들고
놈을 잡아야 합니다

 

놈이 뭘 노리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뻔 한 거 아니겠소?

 

예쁜 여자만
죽인다니!

 

한 명만 빼고 다
처녀인 채로 죽었는데!

 

어떻게 아시오?

 

부검결과
성폭행은 없었소!

 

다음 희생자가
없을 수도 있는데!

 

통금이니 뭐니
수선떨고 돈도 못 벌고!

 

손 놓고 누가
죽기를 기다려요?

 

7명, 8명까지?

 

끔찍해라!

 

통금입니다!

 

집으로 들어가시오!

 

모두 들어보세요!

 

우리 경찰은
속수무책이니

 

파리 경찰에게
지원받읍시다

 

파리 경찰이라고
별 수 있습니까!

 

거지, 부랑아부터
잡아들여요

 

혼자 사는 남자부터!

 

내 말 들어요!

 

놈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고요!

 

희생자는 모두
미모의 여성인데

 

성폭행한 흔적도 없고

 

여자의 아름다움 자체를
노리는 것 같아요

 

집착증 수집가랄까

 

수집하다니, 뭐를?

 

머리카락을?

 

더러운 놈!

 

이 살인자!

 

살인 동기가 뭐든...

 

계획대로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요

 

이 총 받고, 어서

 

자네도!

 

주인님!

 

이 자는 악마입니다!

 

인간이 잡을 수 없는
악령이요!

 

주교님을 불러
놈을 처단합시다!

 

그래서 될 것
같습니까?

 

교회의 힘을
믿지 않겠단 거요?

 

이건 믿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머리를 써야죠!

 

교회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피의 살인은
계속될 거요!

 

그라스의
시민들이여!

 

악마의 사자인
이 살인자를 잡아

 

반드시 사형에
처할 것이오!

 

놈은 사랑하는 딸을
죽이고...

 

아름다운 꽃을
짓밟았으며

 

그놈의 잔인한 소행으로

 

막심한 손해를 보게
했을 뿐 아니라

 

어둠과 불행을
몰고 왔습니다!

 

짐승만도 못한 놈을
가만둘 수 없으니

 

전염병보다도
더러운 놈...

 

이 악의 화신을
반드시 찾아냅시다!

 

뿌리까지 남김없이
잘라버려야 합니다!

 

교회는 이를 완전히
처단할 것이니

 

사탄의 자식

 

유황불에 떨어져라!

 

물러서라

 

죄에 절은 놈의
팔다리를 자르고

 

어둠과 악마의 자식을
뜨거운 지옥 불에

 

처넣읍시다!

 

자비의 주님이시어...

 

뜨거운 불로
놈을 심판하소서

 

악마의 뼈를
으깨어주소서

 

아멘!

 

주교님, 기적입니다
놈이 잡혔습니다

 

놈이 체포됐습니다

 

그레노블에서 잡혔어요

 

죄를 다 자백했습니다

 

모든 걸 자백했어요!

 

할렐루야!

 

주께 감사를!

 

기도에 응답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아멘

 

아멘

 

보고서를 보니
엉뚱한 놈을 잡았어요

 

모든 죄를
이렇게 자백했는데!

 

고문을 했으니 그렇죠

 

이것 보시오

 

여자의 목을 조르고
성폭행을 했다는데

 

모든 희생자는
머리충격으로 죽었고

 

머리카락은 잘렸지만
강간흔적도 없소

 

안토안

 

모두 기뻐하고 있는데

 

그만 하시오

 

아버지, 왜요?

 

- 집에 가자
- 한참 재밌는데

 

- 이럴 시간이 없어
- 싫어요, 더 놀고...

 

로라!

 

로라!

 

비키시오

 

로라!

 

로라!

 

아버지!

 

미안하다

 

이러는 내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애비 맘을 이해해다오

 

넌 내 전부잖니!

 

아버지 마음
다 알아요

 

혹시 너한테...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잘 자거라

 

안녕히 주무세요

 

로라!

 

로라!

 

무슨 일이세요?

 

네가 창문 열었니?

 

아뇨, 왜요?

 

이걸 후작에게
무조건 빨리 전해라

 

마리, 어서 준비해!

 

멈춰라

 

북쪽 길을 따라
산을 넘어라

 

리치스 씨 떠나셨소?

 

- 그렇소만
- 어느 쪽으로?

 

북쪽으로

 

남쪽이 아니고?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그건 왜?

 

북쪽으로 갔다니까!

 

장바티스트?

 

장바티스트!

 

장바티스트!

 

장바티스트!

 

세상에!

 

- 어서 오십시오
- 오늘 밤 묵는 손님은?

 

없습니다만

 

손님 받지 마시오
돈은 내가 내겠소

 

얼마든지

 

아침 일찍 섬으로 갈
배를 부르시오

 

- 거긴 수도원 밖에...
- 알고 있소

 

알겠습니다

 

전망 좋은 방이죠

 

바다도 잘 보이고

 

잠시 만요

 

됐군

 

옆방은 없소?

 

- 거긴 전망이 좀...
- 상관없소!

 

전 이만

 

대체 무슨 일이죠?

 

하루 종일
너무 이상하세요

 

왜 이러세요?

 

어제 네가 죽는
꿈을 꿨단다

 

다른 여자들처럼

 

분명 놈은 근처에서
너를 노리고 있어

 

미모의 여자만 죽는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잖니?

 

마지막으로 너를
노리는 게 분명해

 

그래서 후작에게 빨리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다

 

그때까지 안전한
수도원에 가 있으렴

 

겨우 꿈 하나 때문에?

 

다 결정했다

 

전 그 분을
사랑 안 해요!

 

이젠 되돌릴 수 없구나

 

- 아버지
- 그만해라, 로라

 

일어서, 손들어!

 

왜 내 딸을 죽였지?

 

왜?

 

그 여자가 필요했소

 

왜 죽인 거야?

 

난 단지...

 

그 여자가 필요했소

 

좋아

 

똑똑히 들어둬라

 

네 최후는
내가 지켜보마

 

갈가리 찢겨 죽을
마음의 준비나 해라!

 

비명소리에 질려
모두 돌아가도...

 

네 핏덩어리 살점이
뒹굴어도

 

그걸로 끝난 게 아냐

 

증오심에 이글대는
내 눈을 보며...

 

천천히 죽게 해주마

 

쓰레기보다도
더러운 놈

 

내 분노의 화살에 찔려...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는 거야

 

어떻게 죽일까?

 

뼈를 갈아 죽이겠지

 

사형 집행인이다!

 

얼간이

 

저기 온다

 

사슬을 풀어라

 

그만!

 

사형대 위에 올려

 

그건 뭐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놈이 온 거야?

 

이분은
죄가 없으시다

 

누명을 쓰신 거야

 

죄 없이 오셨다!

 

천사이시여!

 

인간에게 내려오신...
천사이시다!

 

장바티스트?

 

나까지 속일 순 없어!

 

용서해주시오...

 

그대여...

 

다음날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였다

 

무엇으로
이 혼란을 설명하랴

 

수치스럽고
추잡한 짓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뿐

 

곧 시의회가
다시 열렸고

 

진범을 잡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결국, 향수공장
남자가 체포됐으니

 

희생자들 옷과 머리칼이
그 집에서 나온 거다

 

14시간 고문 후 그는
모든 죄를 고백했고

 

사건은
영원히 종결됐다

 

장바티스트는
파리로 발길을 옮겼다

 

그 향수로 세상을
마비시킬 수도 있었고

 

왕이 무릎 꿇게
만들 수도 있었고

 

교황을 예수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가 못 할 것이
없었으니

 

돈, 명예, 죽음보다
강한 힘으로

 

누구든 서로 사랑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향수가
아무리 마술을 부려도

 

자신은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으니

 

이젠 가슴 시린
외로움뿐

 

기적의 향수라 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1766년, 6월 25일
밤 11시

 

장바티스트는
파리에 도착한다

 

본능처럼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천사가 왔다!

 

내 사랑!

 

순식간에 그는
흔적 없이 사라졌고

 

향수에 취한 사람들은
환호했으니

 

난생 처음으로...

 

순전한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준 거다

 

이리 와봐!

 

이거 봐

 

이 옷 멋진걸

 

집에 가져가자

 

내가 입을래!

 

감독/ 톰 튀크베어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