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하타노입니다

 

남자 변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나이는 4, 50대

 

옆에 빈 농약병이 있고
약간 부패했다고 합니다

 

- 복장의 특징은...
- 됐어

 

의사 선생이 실종된 건
오늘 저녁이야

 

부패하긴 아직 이르지

 

죄송합니다

 

수고했네. 계속 알아봐줘

 

선생님!

 

선생님...

 

멈춰 멈추라고!

 

- 시게
- 멈춰!

 

시게, 이 옷은 뭐야

 

이거 어디서 났어?

 

- 주웠어요
- 어디서?

 

선생님은 봤어?

 

- 선생님은?
- 어디서 주웠어?

 

- 저기...
- 저기가 어디야?

 

- 가만 좀 있어봐
- 왜 이래요

 

그만 해요

 

칠흑 같은 밤이구만

 

전 이런 데서 못 살아요

 

그래?
나는 꽤 마음에 드는데

 

좋잖아
아담한 집이라도 짓고

 

화초도 키우고
도자기도 굽고

 

괜히 그런 객기로
외지 사람들이 와서

 

이런 일이 생기죠

 

뭐? 그건 얘기가 다르잖아

 

의사니까 신념이
있어서 왔겠지

 

의사니까 더더욱 그렇죠

 

아무리 의사라도 온통
노인들뿐인 촌구석에서

 

죽어가는 노인들
송장 치는 일인데

 

정상인은 두 달이면
내빼고 말죠

 

내빼긴 왜
내가 보기엔 살 만한데

 

사고도 자살도 아닙니다

 

의사 연봉이
얼만 줄 아세요?

 

얼마에 고용했을까요?

 

왜? 조건이
아주 형편없어?

 

한번 맞춰보세요

 

그래도 명색이
의사 선생인데

 

못해도 7, 8백은 주겠지
촌구석은 안 그런가?

 

아뇨, 2천입니다
그것도 고정급으로

 

젊을 때 투자하면
인생이 달라져요

 

아들 놈 의대 가라고
꼬셔야겠어

 

여기서 3년 반만
잘 버티면

 

개인병원 하나는 차리겠죠

 

노친네들이 생난리를
치고 있군요

 

어디서 여자 끼고
퍼 마시고 있겠죠

 

그냥 돌아갑시다

 

아까 그거 의사 선생
가운이 맞답니다

 

5백 미터 떨어진
논두렁에서 주웠답니다

 

선생님 가운이
여기 떨어져 있었다고

 

이런 일은 처음이라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뭐야?

 

우리 의사 선생님

 

모르겠다니까
편의점도 안 보여

 

너 가위 바위 보
선수더라

 

너한텐 꼭 이길 줄 알았는데

 

지금이라도 나랑 바꿀래?

 

내가 너네 병원으로 갈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

 

잠시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괜찮아요?

 

큰일 날 뻔했어

 

괜찮아요?

 

- 무슨 일이야?
- 안 다쳤어?

 

어떻게 된 거야?

 

몸이 안 좋아요?

 

언제부터 그랬어요?

 

한 열흘 됐나

 

구체적으로 증세가...

 

식욕이 없는지
통 먹지도 않고

 

기운이 하나도 없고
몸도 축 처져 있고

 

아침은 먹었나요?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저녁은요?

 

물은 잘 마셔요?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고

 

일어났네요

 

죄송합니다

 

가만있어
괜찮아

 

오늘부터 도쿄에서
오사카, 아니... 여기로

 

연수하러 온

 

소마 케이스케입니다

 

알아요
알고 있어요

 

선생
좀 더 누워 있지 그래요

 

이노라고 합니다

 

차피! 펄펄하네요
이제 다 나은 모양입니다

 

가미와다 마을 진료소

 

아프면 말해요

 

- 안 아파요?
- 아파요

 

- 여기는?
- 아픕니다

 

선생도 참 안 됐소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게임에서 졌소?

 

그런 거 아닙니다

 

시골... 이런 데를
뭐라고 하죠? 산간벽지?

 

공기도 좋고
운치가 있을 것 같아서요

 

사실은

 

시간과 돈의 논리로만
환자를 보는

 

병은 봐도 사람은
보지 않는 도시형 진료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터라

 

들었습니까?

 

내년부터 이리로 모실까요?

 

- 좋습니다
- 저기 그게 아니고

 

저보다 젊은 선생이
좋으시죠?

 

외상은 없고
손발이 저리진 않죠?

 

가벼운 뇌진탕이군

 

- 어디가 안 좋아요?
- 아닙니다

 

걱정되시오?

 

아닙니다

 

걱정되면 CT 촬영
해 보실라우?

 

선생님이 보셨으니 괜찮겠죠

 

나 신경 쓸 거 없어요

 

찜찜하면 검사해야지
걱정이 제일 안 좋아

 

- CT, 여기서 찍습니까?
- 못 찍어요

 

근처에 큰 병원이 있으니까
거기 가보시오

 

소견서 써 줄 테니까
동네 사람들도 다 가요

 

근처라면 얼마나 걸립니까?

 

- 2시간까진 안 걸리지
- 편도에?

 

이노 선생님

 

코조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대요

 

- 말은 하신대?
- 불러도 대답을 안 한대요

 

어떡할까요?

 

소마 선생, 눈 좀 봅시다

 

일어서!

 

일어서요!

 

점프해 봐요

 

한 번 더

 

멀쩡하구먼

 

마침 잘됐네요
같이 갈까요?

 

네?

 

- 차 굴러가지?
- 키도 꽂혀 있던데

 

나는 면허가 없어서

 

어르신, 어르신

 

많이 힘드세요?

 

진찰 좀 할게요

 

죄송합니다
혈압 재겠습니다

 

언제부터 이러시죠?

 

조금 전에

 

밥 먹다가 보니까 갑자기

 

오늘은 음식 간이
잘 맞구나 했는데

 

딸내미가 가져온 초밥을

 

벌떡 일어나서 맛있게
다 드셨다니까요

 

아버지

 

삽관하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 천수를 누렸어요
- 그러게요

 

- 자식들 배웅 받으시고
- 복이 많으세요

 

천수를 누리시고
편히 가셨어요. 호상이에요

 

오래 사셨어요

 

마지막 가시는 모습이

 

아주 편안하시네요

 

- 하루에!
- 네

 

도키와 장의사
전화번호, 여기 있다

 

- 왜 이렇게 서둘러요?
- 뭘?

 

이런 일은 서둘러
준비해야지

 

그거 치우시오

 

네

 

코조 어르신

 

그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 아버지
- 살아났어

 

뭐가 나왔어
혀가 나왔나?

 

피조개구나

 

세상에, 이런 경사가

 

어르신 잘 돌아오셨어요

 

피조개 초밥이 걸렸군요

 

대단하셔, 정말 명의야

 

의사 선생 나중에
나도 부탁합니다

 

내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오

 

감사합니다

 

선생님 만세!

 

만세! 만세!

 

소마 케이스케
선생님 환영회
 
 
 

 

소마 케이스케
선생님 환영회

 
이노 선생님 오기 전엔
여기는 무의촌이었소

 

 
 
 
이노 선생님 오기 전엔
여기는 무의촌이었소

 

4년이나
상상이 가시오?

 

주민이 천 5백명인데
무의촌이라니

 

절반이 노인인데 의사가
없다니 말이 됩니까?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어디 있어

 

가서 모셔올 수밖에

 

억지로라도 끌고 와야지

 

그 일을 누가
누가 하겠냐고!

 

이장님이요

 

그렇죠, 내가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하겠어요

 

그래서 내가 선생님을
꽉 붙잡아 데려왔잖소

 

어디서, 어디서
붙잡아 왔을까?

 

면사무소 직원들
건강 진단 때

 

맞았어, 건강 진단 차에
타고 있더라고

 

왕자님이

 

- 어? 내가 얘기했소?
- 몇 번이나

 

- 진짜 했소?
- 네

 

형사님

 

형사님

 

형사님, 이거 받으세요

 

선생님 좀
꼭 찾아주세요

 

선생님 안 계시면
이 마을은...

 

사실은 나도
당뇨가 있단 말이요

 

잘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 하룻밤
기다려 봅시다

 

도병원이나 대학병원에
연락하면

 

사정이 딱한데
도와줄 겁니다

 

그분들이 나서서
도와줄 것 같으면야

 

제가 무슨 걱정입니까

 

형사님은 모르십니다

 

벌 받을 소린지 몰라도

 

하느님 부처님보다 우리
의사 선생님이 더 든든합니다

 

그 분이 저희들한텐
하느님입니다

 

선생님

 

밤에 잠 오는 약
다 떨어졌어요

 

오늘 밤만 견뎌봐요

 

내일 약 갖다 줄 테니
걱정 말아요

 

- 소마 선생님 앞을 봐요
- 아이쿠

 

안녕하세요

 

잠시만 차 세워요

 

선생님, 도리카이
부인이잖아요

 

저 길 꺾어지자마자
바로 첫 집

 

그렇지

 

선생님이 시작한
일인데 왜 이러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 참 훌륭하신 분이에요
- 그만 해요

 

진료소에 못 오는
노인분들

 

선생님이 직접 찾아
다니며 진찰하세요

 

희한한 병을 앓고 계신
분들도 발견하죠

 

같이 가실래요?
돈은 안 나오지만

 

- 자원봉사입니까?
- 무슨 그런 말을

 

전임 선생 계실 땐
가끔 진료소에 왔대요

 

위염을 달고 산다는데

 

영감님 죽고 나서
주위에 아무도 없고

 

딸이 의사라던데
딸한테 얘기하겠지

 

약국에서 위장약
늘 사먹는다는데요

 

그런 얘긴
누구한테 듣죠?

 

주치의가 처방을 했겠지

 

딸이 대학병원
의사라는데

 

촌구석 의사한테
진찰받게 하겠어

 

약국에서 사먹는 약이
더 낫겠지

 

의사들도 자기구역 따져요?

 

불가침 조약이지

 

됐으니까
얼른 출발하세요

 

네

 

불공평하잖아요
이웃에는 다 가면서

 

저렇게 먼데
무슨 이웃이야

 

선생님... 오늘은

 

할머니
 
조수를 데리고 왔네요

 

네, 할머니
앞으로 두 달 동안

 

저랑 같이 일할
소마 선생입니다

 

안녕하세요
시게코 할머니

 

가슴 좀 볼까요?

 

왜 그러세요
부끄러우세요?

 

소마 선생님이
잘생겨서?

 

- 왜 이래요
- 진짠 줄 아네

 

그런 게 아닙니다

 

- 큰소리는
- 죄송합니다

 

아래쪽도 볼까요

 

좋으세요
소리가 아주 깨끗합니다

 

78에 168입니다

 

괜찮습니다
조금 긴장하셨네요

 

자, 이제
눈을 한번 볼까요

 

눈이 침침해서
어찌 하면 좋을까

 

조금이라도
잘 보이면 좋을 텐데

 

그런데 댁은 뉘시오?

 

엄마

 

이노 선생님

 

- 아야, 아야
- 다리 좀 꽉 잡아요

 

아야

 

더 꽉 눌러

 

- 가만있어 봐요
- 못 참겠어

 

그저께 주사 맞았죠?
기억 나세요?

 

효과가 있었어요?
한 대 더 놔 드려요?

 

주사 놔주세요

 

마요 할머니
노래 불러보세요. 뭔 노래더라

 

주사는 무슨 주사
난 주사 안 맞았어

 

선생님 덕분에
좋아지셨잖아요

 

정말 식성이 좋아

 

아까 먹었는데 또 배가
고프다니 놀라워

 

지난주에 피 검사한 거
아무 이상 없습니다

 

수치가 정상입니다

 

뭐?

 

그렇지만 혈압이 조금
높아서 염려되니까

 

혈압약을 드세요

 

뭐?

 

혈압약을 드시라고요

 

뭘 먹으라고?

 

혈압을 내리는
약 말이에요

 

환청이 심해요

 

정말?

 

일전에 보니까
너구리랑 대화를 하던데

 

진짜 너구리요?

 

갑니다, 좀 잡아주세요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선생님, 토마토 주스
먹으면 안 됩니까?

 

왜 안 돼요, 드세요

 

사과쥬스, 빵도 먹으면
안 된다

 

김밥이나

 

우동 같은 것도
먹지 마라

 

영양가가 높은 것도
먹으면 안 된다

 

죽음을 준비하라고
하더군요

 

무슨 전기장치로
하는 건데

 

비디오 같은 걸

 

반복해서 틀어주면서

 

계속 보고
들으라는 겁니다

 

천장에서 훔쳐보고 있다가

 

바늘로 온몸을

 

마구 찌른다니까요

 

어찌나 아프던지

 

안녕하세요. 세이텐 제약에서
약 가져왔습니다

 

누워 있을 때도 못 움직이게

 

온몸을 꽉 누르고

 

이불 안에는

 

남자가 있어요

 

추잡스럽지요

 

야스에 할머니, 약 드셨어요?

 

약 같은 거 먹으면
큰일 나요

 

죽음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이놈의 자식이
혼쭐을 내야겠네

 

약을 먹지 말라니
나까지 죽일 셈이냐

 

할머니

 

뭐든 다 드세요

 

드시고 싶은 거 다 드세요

 

뭐든 마시고 초밥도
빵도 드셔도 됩니다

 

선생님, 홍차는
마셔도 됩니까?

 

그럼요, 드셔도 돼요

 

할머니도 좋아하셨잖아요

 

그런다고
낫는 것도 아니잖아

 

외로워서 저러는 겁니다

 

아무도 상대 안 하는데
저라도 해드려야죠

 

그냥 약이나 두고 가
괜히 부추기지 말고

 

선생님의 의학적
소견이십니까?

 

전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몸조리 잘 하세요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진료소에 가서
약 좀 체크해 봐요

 

물론이죠

 

선생님,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노 선생님
후배 되십니까?

 

그게 아니요

 

약을 환자한테
직접 배달하세요?

 

진짜 웃기죠
무슨 도매상도 아니고

 

구석 구석에
환자들이 있으니까

 

야스에 할머니

 

-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계세요

 

소마 선생! 일어나요!

 

일어나세요

 

어서 일어나요

 

이봐요, 안전운전

 

사고 나면 안 되잖아

 

- 지금 몇 분 됐어?
- 7분 됐습니다

 

간격이 점점
빨라지는데

 

초산인 경우
14~15시간이라고 써 있어

 

써 있다뇨...

 

자네는 시험 통과했잖아

 

- 실제론 못 봤습니다
- 낸들 봤나

 

아직 자궁문이 안 열렸어

 

- 아직 멀었어
- 괜찮을까요?

 

- 꽉 눌러요, 눌러
- 나온다, 나온다

 

그쪽 병원 제2외과에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근무한 이노 오사무
선생입니다

 

그런데 심심찮게
옮겨다녔더군요

 

전근이 아니고
자기가 옮겼어요

 

그렇습니까?
자넨 알았나?

 

여보세요

 

치토세 스시라고?

 

이노 씨 댁이... 아닌가요?

 

잠깐만, 잠깐만 경찰인데

 

이장님, 혹시
의사 선생 아버님이

 

어디서 무슨 일
하신다던가요?

 

들었는데... 그게

 

맞다
어디 은행원이라고 했어

 

신탁은행인지 어딘지
지점장이라던가

 

이노 오사무

 

저한테 묻지 마시오

 

난 잘 모릅니다

 

긴급 연락처

 

아버지가
작은 공장을 했다던데

 

- 어디서요?
- 오사카 어디랬지, 아마

 

반도체 관련이랬나
잘 기억이 안 나네

 

교토 아니었나?

 

무슨 목공소를 한다던데

 

우리 집 삼목을 보고
그랬는데

 

공장 아니고
중학교 선생이랬어

 

스님이야
불경을 잘 읊는다고 했어

 

유원지 호수에
유람선 선장이라더만

 

선생님도
선박 면허 있다고

 

목공소라니까

 

유람선 선장이란게
사실이야?

 

배달 갔을 때 그러더만

 

와카츠키 의대 창립 50주년

 

닥터 K 이노

 

이름을 불렀는데도
아무 대답이 없잖아요

 

얼굴이 새파랗게 돼서
웅크리고 있었어요

 

우리 셋이
집으로 옮겼죠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좀 더워서
그랬나 봅니다

 

눈 앞이 깜깜해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까

 

잘 모르겠어요

 

아주 짧은 순간이라서...

 

죄송합니다
눈 좀 보겠습니다

 

도리카이 씨
요즘 위는 어떠세요?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가슴 소리
좀 들어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좀 누우시겠어요?

 

왜 다들 보고 있어요?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진찰 좀 하려니까
왜 안 가시고들

 

저쪽으로 가세요

 

저분들은 혈압이 높아요

 

더 위험합니다

 

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
좀 누르겠습니다

 

아프면 참지 말고
말씀하세요

 

여기 안 아프세요?

 

안 아파요

 

몸이 많이 여위었어

 

가즈코, 얼굴색도
많이 안 좋아

 

뭔 걱정이람

 

아프면 딸이
대학병원 의사겠다

 

당장이라도 특실에
입원하면 되지

 

정말 그렇네

 

여기는?

 

안 아파요

 

이제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날씨가 워낙 더워서

 

수분과 영양이
부족하면 쓰러지죠

 

소화제를
두고 가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모두 가십시다

 

됐어요

 

몸조리 잘하세요

 

모두 수고하셨어요
이제 나갑시다

 

걱정 말고
돌아들 가세요

 

괜찮다니까

 

위 괜찮을까요?

 

- 왜?
- 빈혈이잖아요

 

그래서?

 

철분도 처방 안 했잖아요
차트 보여주세요

 

빈혈 증세를 유발하는

 

질병을 말해보시게

 

어떤 병이 있지?

 

소화관 암, 궤양

 

백혈병

 

임파선종

 

그리고 치질

 

자궁근종

 

- 임신...
- 임신?

 

임신?

 

- 임신이면 기적이지
- 기적이죠

 

자세하게 진찰해 보세요

 

알았어

 

예순 여섯에
출산한 예가 있었지?

 

그게 어느 나라였더라?

 

루마니아
루마니아 아니었나?

 

- 불가리아입니다
- 불가리아?

 

명인 만담 모음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진료소에서 왔습니다

 

- 이걸로 하세요
-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네?

 

와카츠키 의대

 

아십니까?
혹시 따님이 이 학교를...

 

여기 응시했다
떨어졌어요

 

제 거 아니고
제 부친 겁니다

 

아버지가 K이고
전 오사무입니다

 

저 말고 제 아버지를
원망하세요

 

죄송합니다

 

- 도리카이 씨
- 네?

 

위가 아파서 어쩌죠?

 

아까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을 못 했는데

 

따님하고
의논해 보셨어요?

 

아니, 뭐 그렇죠

 

의논하셨다면
걱정 없습니다

 

따님이 뭐라시던가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따님 지시대로
해 드리겠습니만

 

제가 직접 말해도 되고

 

편하신 대로 해 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잠시만

 

도리카이 씨

 

이거 안 탔어요
아주 맛있습니다

 

- 밥 더 드실래요?
-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염치없습니다
뭘 또 준비하세요?

 

- 이게 다예요
- 죄송합니다

 

선생님, 죄송한데

 

야채 좀 썰어주실래요?

 

야채?

 

야채라...

 

여기 있네요

 

네

 

- 점수가 위에 나와요?
- 네, 나옵니다

 

스트라이크를 치면
맨 위에 나옵니다

 

지금은 볼입니까?

 

네, 방금 볼이니까
위에 2볼이라고 나오죠

 

룰을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정말 그렇겠어요

 

경기 규칙을 알고 보면
재미있죠

 

담배 태우세요

 

담배 안 피웁니다

 

어머, 제가 실례했어요

 

- 담배 피우세요?
- 아뇨

 

전에 선생님은
애연가였거든요

 

남편이랑 만나면
어찌나 피워대던지

 

옛날에는 다들 피웠죠

 

제 부친도 수술 끝나면
맛있게 한대 하셨죠

 

선생님 의사 집안에
도련님이시군요

 

- 비밀로 해 주세요
- 왜요?

 

조수로 와 있는 젊은이

 

그 선생 부친이
개인병원 원장입니다

 

그래서 그런 차를
몰고 다니는군요

 

있는 집 자식들은 다
글러먹었다고 했거든요

 

말하면 안 되겠네요

 

저기 선생님...

 

딸애한테는 연락하지
말았으면 해요

 

저기...

 

말씀하세요

 

제 상태가 이미
손 쓰기엔 늦었죠?

 

전 그런 말 안 했는데요
아직 모릅니다

 

저기, 선생님

 

저는 아무런 치료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이대로
놔두고 싶어요

 

따님이 그러시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자기가 의사인데
얼마든지

 

그러니까 아무 말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부탁드리는 게

 

딸아이의 인생을
부정하는 거나 같지만

 

이젠 어디 나가는 것도
너무 지치고

 

참 부담스럽죠?

 

아니...

 

우리 애들도
제가 얼마나 부담되겠어요

 

다들 도시로 나가서

 

나름 힘들게
고생해서 이룬

 

자기 생활이 있을 텐데

 

애들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네요

 

못 들어주시겠어요?

 

아까 제가 원하는 대로
하시겠다고 했잖아요

 

그랬죠

 

그럼, 선생님

 

같이 거짓말 해 주세요

 

자녀들한테 거짓말해서
부담 안 주시려고요?

 

그래요

 

남편 때랑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뜻대로 해드리는 대신에

 

저한테 와서
제대로 검사 받으세요

 

안 그러시면

 

저까지 위에
구멍이 납니다

 

좋아요, 검사 받을게요

 

저기...

 

한숨부터 쉬고 그러나

 

자네 치료받는 도립병원
소화기 내과 말야

 

선생하고 잘 알지?

 

그렇지도 않습니다

 

골프 시합에서
제가 실수로 이겼거든요

 

무슨 소리야?

 

그만한 일로
사이가 틀어져?

 

세이텐 제약입니다

 

- 어서 오세요
- 안녕하세요

 

어머?

 

어머나!

 

우연히 들렀는데
안 좋으시다고 해서

 

우연히 들렀다고?

 

네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러면 안 되죠

 

괜히 걱정이 되잖아요

 

사이몬 씨한테
데려다 달랬죠

 

잘하셨어요
바로 검사할까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내시경 하실래요?

 

무섭지만 해 볼게요

 

장하십니다

 

내일 아침으로 잡을까요?

 

식욕은 있으세요?

 

오늘은 특히
식욕이 없어서

 

아침은 차 조금
마셨어요

 

이 일을 어째
아침도 안 드셨네요

 

마침 잘됐네요
지금 바로 검사할까요?

 

지금 하시려고요?

 

곧 비가 오겠는데
슌페이는 엄마랑 집에 가

 

두 군데
갈 데가 있는데요

 

그렇지 참
가기로 돼 있지

 

소마 선생만 보내면
감당이 안 될까?

 

- 마음이 안 놓이는데
- 할 수 있습니다

 

별일이야 없겠지만
말들이 많을 텐데

 

저 할 수 있습니다

 

- 할 수 있어?
- 맡겨주세요

 

자신 있으면
혼자서 가도록

 

크게 신경 쓸 일도 없고

 

가정 환경도 다 파악했고

 

이런

 

- 나중에 다시 걸게
- 젊은 선생님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무릎은 어떠세요?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

 

곧 쏟아지겠어요

 

큰일 났어
얼른 집에 가야겠어요

 

- 진짜네
- 엄마, 얼른 가요

 

갑자기 전화해서 죄송합니다

 

와카츠키 대학병원
이노 선생 댁입니까?

 

저는 하마오카 경찰서의
하타노 형사입니다

 

이노 오사무 씨가
댁의 아드님이죠?

 

실은 그저께 저녁

 

이노 씨가
진료소를 나간 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글쎄 이유는 잘 모르겠고

 

환자 가족과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선생님 진단상의
약간의 의문점이 있어서

 

아드님이 내리신
진단 말입니다

 

네?

 

그러니까 아드님
이노 오사무 씨는

 

가미와다 진료소
의사 선생이잖아요

 

여보세요? 어머님

 

뭘 찾아냈을까요?

 

암이 있었겠죠

 

아닙니다
위궤양입니다

 

많이 아팠을 텐데
워낙 참을성이 강해서

 

그렇습니까

 

만약에 구멍이
너무 깊으면

 

위궤양도 수술을
해야 합니다

 

여기선 못합니다

 

수술은 싫네요

 

그렇죠

 

그럼 제 말을 잘 들으세요

 

약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치료를 잘해야죠

 

그래야죠

 

선생님 말씀대로
잘할게요

 

선생님

 

사카모토 씨
옷 자릅니다

 

- 많이 아팠겠어요
- 이제 괜찮아요

 

수고했어요. 가족들 오니
밖에서 기다리세요

 

산사태 때문에
구급차가 다 나갔대요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우리가 옮기자고

 

늦었습니다

 

아파요?

 

많이 부어올랐는데

 

탈구된 거 아냐
부러졌는데

 

- 엑스레이 준비해
- 네

 

가슴도 부딪쳤어요?

 

엑스레이 찍고 나서

 

큰 병원 정형외과로
갑시다

 

뼈가 고정이 안 돼서
제가 따라 갈게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일어설 수 있어요?
머리도 부딪쳤어요?

 

선생님 호흡이 이상해요

 

머리가...

 

숨 쉴 수 있어요?

 

사이몬 씨, 가서
산소탱크 가져와요

 

산소통

 

손가락 끼웁니다

 

아파요?
갈비뼈가 부러졌나?

 

산소포화 89까지
떨어졌고 맥박 115

 

여기 산소

 

이거 부탁해요

 

산소 들어갑니다

 

어때요?

 

사카모토 씨
사카모토 씨

 

잡아요

 

왼쪽 흉부가
안 올라오는데

 

- 산소는?
- 들어가고 있는데도...

 

어서 갑시다
안 되겠어

 

날씨가 이래서
시간이 더 걸려요

 

119 헬기, 방재 헬기
자위대 헬기든 뭐든 불러

 

이런 날씨에
날 수가 없죠

 

선생님, 한번 더
소리를 들어보세요

 

가족은?

 

가족한테 설명할게

 

한 번 더...

 

왼쪽 흉부에서
소리가 안 나

 

사이몬 씨
차 준비해요

 

어서 가요

 

이건 기흉 아닐까요?

 

공기를 빼야 해요

 

구멍을 뚫고 공기를 빼야
병원까지 견뎌요

 

여기 준비됐습니다

 

선생님, 이거... 그거잖아요

 

폐가 파열되면서
흉부에 공기가 찼어요

 

이걸로 구멍을 뚫어요

 

응급실 근무를
오래 해서 알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렇다고 제가
찌를 순 없잖아요

 

- 왜 그러세요?
- 머리 잡아요

 

- 기흉입니다
- 긴장성 기흉이래요

 

어서 하세요

 

경정맥 좀 보세요

 

92, 93
오르고 있어요

 

여기 하나 더

 

제 3늑막에
하나 더 뚫습니다

 

아, 네

 

사카모토 씨

 

가슴에 차 있는
공기를 뺄 거니까

 

금방 편안해질 거예요

 

힘들어요

 

힘들어요

 

아팠어요?
찌르는 거 못 느꼈죠?

 

아파서 못 느꼈죠

 

소마 선생, 어서 차로 옮겨요
준비물 챙길게요

 

천천히
어깨 움직이면 안 돼요

 

내려갑니다

 

문이 닫힙니다

 

선생님

 

끝났답니다

 

- 선생님
- 선생님

 

- 선생님
- 수술이 끝났답니다

 

- 가 봅시다
- 어서 갑시다

 

수술실에서 나왔나?
어서 갑시다

 

응급 수술을 받은
사카모토 씨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테시가와라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늑골 골절도 없었고
폐 손상도 가벼웠습니다

 

드레인만
삽입했습니다

 

장기 손상이나 외상도
없습니다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어깨뼈는 괜찮았습니까?

 

어깨?
내일이면 괜찮습니다

 

폐가 문제인데

 

선생님이 정말 현명한
판단 하셨어요

 

구멍을 안 뚫었으면
위험했습니다

 

웃을 일이 아냐
긴장성 기흉은

 

응급실 이외엔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이론으론 알지만
실제로 닥치면

 

우왕좌왕하다가
환자 보내는 수가 있다고

 

시골에 이런 훌륭한 분이
계시다니 안심이죠

 

자네는 잘 보고
배우도록 하게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 살았어요
- 정말 다행이에요

 

선생님

 

마츠키 할아버지
또 열이 난답니다

 

2시간 전부터 40도랍니다

 

그리 갑시다

 

의사 면허증
이토 오사무

 

선생님 자필이네요

 

오타케 씨

 

이노 씨가 갈 만한 데
혹시 모르십니까?

 

갈 만한 데요?

 

한 두 사람 정도
숨겨줄 법도 한데

 

어찌됐든 사람들을 위해
많이 애썼잖아요

 

아무나 의사만 있으면
된다는 겁니까?

 

오타케 씨

 

이노 씨와 3년 반 일했죠?

 

그렇게 되네요

 

이런 외진 곳에서
일하다 보면

 

둘만 서로 알아주는
고생도 많았을 텐데

 

둘 사이를 의심하세요?

 

절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왜 그렇죠?

 

헤어진 남편이
의사였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이노는 의사가 아니죠

 

맞다, 참 그렇죠

 

- 다음 주에 다시 올게요
- 화요일에

 

4일
4일 날 오세요

 

가와모토 제철 검진
월요일이 좋을 것 같은데

 

- 안녕하세요
- 수고하십니다

 

다시로 할머니
오후에 오실 거예요

 

잘 먹겠습니다

 

또 튀김덮밥이네요

 

병리 보고서
도리카이 가즈코
 
 
 

 

병리 보고서
도리카이 가즈코

 
위암진단을 위한
생검조직의 판정을

 

다음의 5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제 1그룹

 

정상조직 및 이형을
나타내지 않는 양성병변

 

제 2그룹

 

이형을 나타내지만
양성으로 판단되는 병변

 

제 3그룹

 

양성과 악성의 경계에
있는 병변

 

제 4그룹

 

암이 강하게 의심되는 병변

 

제 5그룹

 

암

 

도리카이 리츠코

 

아버지도 했습니다

 

아버님도 고혈압이셨어요?

 

심근 경색은
유전될 수 있으니까요

 

관 삽입한 데는 괜찮아요?

 

- 안 아프세요?
- 안 아파요

 

- 네, 도리카이입니다
- 리츠코?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용건이 있으신 분은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실례합니다
진료소입니다

 

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의심 없이
완전히 믿었죠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 무서운 일이네요

 

늙으니까

 

분별력이 없어져서

 

치료받고 더 나빠지거나
하진 않으셨습니까?

 

그게 참 이상한 게

 

치료 받고 나면 진짜
좋아지기도 하거든요

 

참 어리석죠

 

예의 바르시고
의리가 있으신 분이라

 

나쁘게 말씀 안 하시는
심정은 압니다

 

이노의 판단이 옳았다면
진작에 큰 병원으로...

 

하타노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

 

그 남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잠은 잘 주무세요?

 

그럼요

 

요즘은 전통 만담을
듣고 있어요

 

듣다 보면 스르르
잠이 와서

 

- 라디오로 듣습니까?
- 아뇨

 

남편이 모아둔 테이프가
어디서 나와서

 

한번 빼볼게요

 

- 카세트 테잎이군요
- 그래요

 

요새 사람들은
안 쓴다죠

 

카세트 플레이어군요

 

그래요

 

옛날에 딸아이가 쓰던 건데
중간에 멈추네요

 

저도 하나 있을 텐데

 

됐어요, 충분해요

 

잠들 때쯤 딱 멈추니까

 

다츠오 씨
잠시만 기다리세요

 

선생님 바꿔드릴게요

 

바로 바꿔드린다니까요

 

선생님

 

다츠오 씨 손자가
배탈이 났대요

 

어?

 

선생님

 

어?

 

여보세요

 

배가 어느 쪽이
아프다고 합니까?

 

아, 그래요

 

선생님 아니고

 

제가 갈게요

 

제가 갑니다

 

위암에 관한 모든 것

 

괜찮아요?

 

- 괜찮으세요?
- 선생님 옷에 묻겠어요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힘드신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곧 딸애가 올 텐데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역시 많이 아프네요

 

조용히, 조용히

 

올빼미 의사 선생님이

 

나무 위에서
졸고 있어요

 

환자 파일

 

도리카이 가즈코

 

병원엔 언제 갔어?

 

2주일 전에요

 

약은 챙겨 먹고 있나?

 

- 늘 까먹고 안 먹죠
- 잘하는 짓이야

 

제 위궤양 사진은 찍어서
어디다 쓸지 안 물을게요

 

알았어
몇 개 남았어?

 

천 4백 개 월말까지

 

그렇게 많이는 못 써
주민이 몇 명인데

 

또 그 소리

 

아직도 숨어 있는
노인들이 우글우글해요

 

신규환자 스무 명만
찾으면 되는데

 

샅샅이 찾고 있어, 온 동네
혈압이 내려가고 있다고

 

그 약이 그렇게
잘 듣는 줄 몰랐네요

 

알았어, 5백으로 하지

 

그 이상은 무리야

 

곧 갈 사람들을
연명시키라고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짓이야

 

그런 식으로 따지면
다 마찬가지죠

 

선생님도 저도
다 폐업입니다

 

됐어
그만 하고 입!

 

알았어

 

알았어, 7백

 

일전에 중앙병원에서
사카가미 씨 만났는데

 

도소 메디카 근무하는
사카가미 씨

 

심장박동조절기
팔고 있던데

 

여전한 모습에
어찌나 반갑던지

 

하마터면 선생님
이름 말할 뻔했네요

 

도소 메디카라면...

 

의료기구 파는 회사죠

 

아, 그렇지. 참

 

이노가 그 회사에서
영업을 했답니다

 

의대랑 전혀 관계 없는
일반대 나와서 10년 동안

 

그 회사에서 만드는
심장박동조절기 있죠

 

병원을 돌아다니며
그 의료기를 팔았어요

 

댁이랑 같은 일을 한 거죠

 

충격이 크죠?

 

충실한 개처럼 모셨는데

 

하지만 의료기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의학지식을
알게 되나 봅니다

 

그랬군요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야 약만
많이 팔아주면

 

감지덕지 감사하죠

 

우리 일이 생명과
직접 연관이 있다곤

 

겉으로야 어찌 보이든
별로 생각 안 합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는 저도

 

어쩌다가 환자와
마주치게 되면

 

간혹 가다가

 

내 손이...

 

남의 명줄을
쥐고 있단 느낌이 들어요

 

정말 묘한 느낌입니다

 

괜히 기분이
우쭐해지고

 

엉뚱한 욕심이
나기도 하고

 

언감생심이지만 이왕이면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마을 노인들이 다
노리개가 된 셈이잖소

 

그래도 마을 노인들
명줄을 잘 쥐고 흔들었어

 

선생이라고 떠 받들어주는 걸
즐겼을까?

 

아니면 사실은
돈이 목적이었나?

 

어느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대체 뭡니까
사랑입니까?

 

왜 이래요!

 

지금 행동도
사랑입니까?

 

저를 사랑할 리는 없죠

 

그런데도 얼른
저를 붙잡았죠

 

모르긴 해도 비슷한
심리 아니었겠어요?

 

이노 선생

 

의사 돼 보니까

 

좋습니까?

 

요즘도 당직한대요?

 

응, 여전히 많이
힘든가 봐

 

- 나이도 제법 됐지?
- 몇 살이에요?

 

서른 다섯이지

 

리츠코가 벌써?

 

아직 젊은 척하고 다니고
실력도 있고 좋겠다

 

저런 옷은
어디서 사지?

 

리츠코

 

됐어, 뭘 물어봐
우리랑은 수준이 달라

 

암튼 능력도 좋아
아파트도 장만하고

 

그 젊은 놈이랑은
아직도 동거한대요?

 

나도 모른다

 

아버지 살아 계셨으면
뭐라셨을까?

 

우리 똑똑한 리츠코
하고 싶은 대로 해

 

- 아빠 임종도 못 지키고
- 그만 해라

 

병원 소개했다고
의무는 다했다 이거지

 

일밖에 모른다니까
완전 남자야

 

사키코, 그만

 

저기,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진료소 사람들인가

 

- 뭐야
- 뭔데 그래?

 

누군데 그래?

 

- 어디 누가 있어?
- 저기

 

- 지나갔어
- 갔다고?

 

히라이와 선생?

 

그 선생님 돌아가신지가
언젠데

 

돌아가셨어? 언제

 

이제 일어났니?

 

기억 안 나니?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아휴, 더워

 

프림페란

 

타케프론, 아르사르민

 

페로미아

 

- 안녕히 계세요
- 잘 가

 

엄마...

 

이제 다 갔구나

 

병원 다니고 있어요?

 

그럼, 병원 가지
내가 나이가 몇인데

 

엄마, 위가 아픈 거야?

 

그래

 

위가 더부룩하구나

 

날씨가 이렇게 더우니
식욕도 없고

 

엄마 먹는 거
위궤양 약이에요

 

역시나
의사 선생님답구나

 

지금 농담할 때에요?
왜 말 안 했어요?

 

언니들은 알아요?

 

말할 걸 그랬구나
그럼 설거지라도 해줬을 텐데

 

엄마, 검사는
제대로 받았어요?

 

카메라까지 삼켰단다

 

네가 이리 속을 썩이는데
위에 왜 구멍이 안 나겠니

 

내일 저녁에
택배가 올 거야

 

그럼 부재 중
딱지라도 떼 줄래?

 

미안해

 

또 전화할게

 

근데 있잖아, 유
여보세요

 

저기 있잖아...

 

가령 말이야
우리 엄마랑

 

같이 생활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까

 

아니, 자기가

 

꼭 그러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니까

 

- 어
- 선생님

 

요시이 할머니가
보냈어요

 

잘 익었구만

 

아주 달겠어

 

선생님

 

저, 다른 연수 다 끝나면

 

내년 봄에 와도 됩니까?

 

왜 그렇게 웃으세요?

 

아버님껜 뭐라 하고?

 

뭐라실까

 

펄쩍 뛰시겠죠

 

여기 있으니까

 

대학이나 병원에서
봤던 건

 

다 아니다 싶습니다

 

큰 병원에서는
치료하는 거나 받는 건

 

사무적인 일처리 같아요

 

의사가 필사적으로
치료해봐도

 

고소나 안 당하면 다행이고

 

여긴 사람들이 감사해
하는 걸 느낄 수 있고

 

마음이 아주 편안하달까
뭐라고 할까

 

그쯤 해둬

 

환자가 보는 입장은
의사랑 또 다르지

 

그야 그렇지만

 

여기 사람들이 확실히
고마워하고 있잖아요

 

괜히들 그러는 거야

 

환자 얼굴도 살피고
사는 형편도 알고

 

뭘 바라는지
귀 기울이고

 

큰 병원에선
불가능하죠

 

외진 시골이라도 선생님이
계시니까 마을 사람들이

 

다들
안심하고 있잖아요

 

- 그래서...
- 알았네

 

- 이장한테 말해주겠네
- 선생님

 

피곤해서 자야겠어
나갈 때 불 꺼

 

왜 그러세요?

 

여기 사람들 좀 부족해도
그냥 받아들이는 거야

 

옛날부터

 

원래부터 그랬어
내가 잘나서 그런 게 아냐

 

쉬운 일도
아니잖아요

 

난처한 부탁도
많이들 하잖아요

 

선생님 없인
구제불능이죠

 

나 없인 안 된다는
생각은 위험해

 

나 죽으면 마을 사람들이
따라 죽겠어?

 

- 너무 극단적이잖아요
- 극단적이 아냐

 

자네

 

여기에 정이
많이 들었구만

 

난 자네랑 달라

 

여기가 좋아서
있는 게 아냐

 

어쩌다 보니까
눌러앉은 거야

 

돈벌이도 되고

 

편하겠다 싶었는데

 

공이 계속
날아오는 거야

 

던지니까 받아 치고
또 날아오고

 

계속 반복이야

 

그렇지만

 

받아 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계속 받아 치게
되는 거야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 그래도 선생님은
- 선생님 소리, 그만 해

 

인정해주니 고맙지만

 

선생... 나 가짜야

 

가짜 의사...

 

농담 그만 하세요

 

그런 자학 모드는 주위를
불안하게 할 뿐이에요

 

그런 게 아니라니까

 

무면허야, 자격이 없어

 

그럼 어떤 의사가
자격이 있습니까?

 

아니라니까

 

제 아버지 보시면
한심해서 웃음이 날걸요

 

경영 밖엔 안중에 없어요

 

의사 자격 빵점입니다

 

저도 알고 보면
완전 가짜죠

 

스스로도 묻곤 하죠

 

나 같은 놈이
어떻게 생명을 다루지?

 

정말 답답하네

 

내년 봄에
정말 올 거야?

 

상사 푸념도 좀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 되게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늘어 놓기 바쁘니

 

수박 먹고
불 끄고 나가게

 

빨간 약을 하루에
세 번 드세요

 

건강 챙기시고

 

안녕히 가세요

 

여행 갔다 왔지
아오모리 쪽으로

 

먼저 가보겠습니다

 

우에노 미츠에 씨
많이 기다리셨죠

 

별고 없으시죠?

 

우메 씨, 다음이니까
기다리세요

 

다녀왔습니다

 

위각 상부 사진입니다

 

주변도 깨끗하고
궤양이라고 판단됩니다

 

백태가 조금 있고
출혈도 있습니다만

 

궤양의 바닥이
주위보다 낮고

 

- 함몰면도 완만해서
- 네

 

- 죄송합니다
- 아니에요

 

생검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는데

 

2008년 7월 22일

 

한달 전입니다

 

여기는 좀
나아지고 있는데요

 

그렇죠

 

이때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나요?

 

촬영 일주일 전부터
복용했죠

 

내시경을 처음 하면
아무래도...

 

이제 5주일째인데

 

아르사르민과 가스타

 

PPI와 타케프론

 

타케프론이군요

 

뭐든 말씀하세요

 

아직도 식욕이
없는 것 같고

 

전보다 너무 많이
야위어서 놀랐습니다

 

약은 빠짐없이
복용하고 있지만

 

궤양이 5주 지나도
완화되지 않을 경우

 

구역질이 심하신데
체질이겠죠

 

구역질도 문제네요

 

페로미아를 처방하셨죠?

 

엄마한테 빈혈이
있는 줄 몰랐는데요

 

궤양 때문에 생긴
빈혈인가요?

 

사진으로 봐선 출혈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빈혈이 있으면
정말 큰일이다 생각돼서

 

단순한 궤양이면
다행이지만

 

아직 말씀 안 하셨나요?

 

네?

 

따님한텐 비밀로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따님도 모른 척하세요

 

- 무슨 말씀이세요?
- 안쪽을 보세요

 

거기

 

하혈이 상당히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항문에...

 

- 처음 듣습니다
- 그러니까 암말 마세요

 

부끄러워 하실 겁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따지고 들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버지 쓰러지기 전에

 

병을 알아채지 못해서

 

같은 실수를 안 하려고

 

죄송합니다

 

남의 부모들만 진료하고

 

그야 다 그렇죠

 

선생님 부모님은 어떠세요?

 

충분히 불행합니다

 

엄마를 잘 치료해 주세요
선생님만 믿을게요

 

엄마가 고집을
부리기도 하겠지만

 

언제 떠나십니까?

 

지금 출발할까 합니다

 

집엔 또 언제 옵니까?

 

글쎄요. 내년 이맘때 쯤
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일년 뒤에 온다고요?

 

일년에 한 번도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

 

일년 뒤에 온다니...

 

왜 그러세요?

 

선생님...

 

잠시만 앉아보세요

 

금방 돌아올게요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병리조직검사 결과
도리카이 가즈코, 암

 

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권을 이탈했거나

 

전원이 꺼져 있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너무하잖소
우릴 버리고 가다니

 

검사한다고 내 피까지
뽑아 갔는데

 

세 번이나
이만한 주사기로

 

맨날 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는데

 

무릎은 그대로고
간도 별 차도가 없어

 

선생님 잡아가서
감옥 보내는 거요?

 

우리 세금으로
감옥에서 살게 하는 거요

 

그러니까 철저하게
조사를 안 해봤죠

 

다 제 불찰입니다

 

이제 됐소?

 

그런데 형사님은
진짜 맞소?

 

형사 수첩만 보고
진짜인지 알 수가 있나

 

이노가 좀 어설프단
생각 못했나요?

 

어설프다기보다

 

시골이니까

 

저런 방법도 통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위험한 처치 했다던가
환자가 잘못됐다거나

 

그런 일 없습니다

 

저도 옆에서
잘 지켜보고 있었고

 

선생이 이노를
감시했다구요?

 

한통속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딴 사람한테
얘기했나요?

 

그런 말을 할
분위기도 아니고

 

이 마을에선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데

 

제가 나설
처지도 아니고

 

아주 초연하시군요

 

이노와는 어떻게
지냈나요?

 

다소 의심이 가도
따르는 척 했겠네요

 

일 이외엔
어떤 얘기를 했나요?

 

개인적인 일이라든가?

 

어떤 생각을 한다든가?

 

그 사람은

 

자기 얘길 남한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선생

 

이노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가짜한테
의지할까요?

 

오히려 몰매 맞고

 

산 속에 매장되는 건
우리일지도 모르죠

 

알 수가 없어요

 

이해가 안 갑니다

 

가짜지만 나름대로
마을을 위해 힘썼어요

 

그건 사실이죠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죠

 

고민이든 불안이든
뭐든 좋아요

 

선생한테만
얘기한 거 없었나요?

 

선생이 유일한 조수잖소

 

아니면

 

이노한테 전혀 마음을
열지 않았소?

 

자기는 가짜라고...

 

그런 말을 했소?

 

- 그러고는?
- 그 다음엔 안 물었어요

 

어쩌다 그런 말이 나왔죠?

 

의심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잘 모르겠어요

 

왜 그랬을까요

 

선생은 의심을 가졌잖소

 

왜 그런 말을 듣고도
흘려버렸소?

 

아무도 진지하게
안 들어줬군

 

이노를 진짜로
만들어버린 건

 

바로 마을 사람들이야

 

소마 선생, 그만 하고
돌아갑시다

 

여기는 없어요

 

여보세요

 

접니다, 오사무

 

어쩐 일이냐?
전화를 다하고

 

아버지
아직 안 주무세요?

 

일어나 계신다

 

얘기하게 바꿔주세요

 

너인줄도 모르실텐데

 

알아요

 

여보세요

 

오사무예요

 

잘 들리세요?

 

네

 

저예요, 오사무

 

네, 그렇습니까

 

아버지

 

아버지 펜라이트

 

제가 잃어버렸어요

 

아, 그렇습니까

 

아버지 펜라이트

 

제가 훔쳐갔어요

 

아, 그렇습니까

 

엄마

 

우리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볼래요?

 

이젠 아파도
약 줄 사람도 없잖아요

 

다른 병원 가느니
나도 편하고

 

너한테 진찰 받는 거냐?
겁나는구나

 

무슨 말씀이에요
설마 내가 하겠어요?

 

이노 선생은 엄마한테
치질이 있다던데

 

우리 병원이면 검사도
빨리 하고 선생들도 알고

 

아픈 데도 없는데
뭣하러 동경까지 가니

 

지금부터 감자도
한창 자랄 시기라서

 

물을 매일 안 주면
수확이 안 좋아

 

요시다도 하야시도

 

그리고

 

가케이 숙모도
다 기대하고 있는데

 

정 그렇다면

 

가보지, 뭐

 

그래요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고 있군요

 

오히사, 미안하구나

 

난 아무것도 몰랐어

 

나를 그토록 위하는지 몰랐어

 

나도 평생 죽을 때까지

 

어머니께 병에 대해
확실히 말씀드려야죠?

 

마음은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제가 의사인데도

 

병세는 어떠십니까?

 

마을을 상대로
소송하실 수도 있는데

 

그 얘긴 나중에 하죠

 

저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네요

 

당연히 그러시겠죠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어서

 

제가 오히려 소송을
당하는 거 아닌가요

 

무슨 말씀을
오히려 마을을 구하셨죠

 

만약 제가 안 갔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선생님이라면

 

엄마가 어떻게
임종을 맞도록 했을까

 

네, 지금 갑니다

 

만약 잡히면
한 번 물어봐주세요

 

알겠습니다

 

가미와다 진료소

 

울지 마
금방 나을 거야

 

얼른 나아라

 

얼른 나아라

 

감사합니다

 

손님, 흡연공간은
저쪽입니다. 부탁합니다

 

어서 오세요
120엔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 선생님, 결혼하셔야죠
- 아직 애인이 없어서요

 

애인이 있어야 할 텐데

 

- 그러게요
- 하나는 있어야지

 

갖고 가도 되니까
어서!

 

모자 챙겨요
알림장도 넣고

 

알림장 넣었어?
료타로

 

알림장! 알림장

 

702호 환자
바이탈은 안정됐어요?

 

혈압이 높고
오줌이 안 나와요

 

- 카테코라민을 늘리죠
- 그래야겠어요

 

선생님, 먼저 가세요

 

안녕하세요

 

네

 

내가 죽으면
한줌의 재가 되어

 

웃음꽃을 피우겠어요

 

그때 당신이
당신이라면

 

나 역시 나이겠지요

 

되돌아 보면
지도도 없이

 

곁눈질만으로 고비고비
걸어 왔네요

 

뜻대로 안 되는 일도
많았지만

 

그게 인생이겠지요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고비마다 어김없이
꽃은 피지요

 

야속하고 모진 바람에
흔들리면서

 

바람이 부는 대로
흐르는 대로

 

뜻대로 안 되는 일도
많았지만

 

그게 인생이겠지요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고비마다 어김없이
꽃은 피지요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고비마다 어김없이
꽃은 피지요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고비마다 어김없이
꽃은 피지요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고비마다 어김없이
꽃은 피지요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걸을지라도

 

고비마다 어김없이
꽃은 피지요

 

꽃은 피지요

 

꽃은 피지요

 

꽃은 피지요

 

감독 / 니시카와 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