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라 씨, 괜찮아?

감기야?

 

언데드의 정점에 군림하는
내가 감기라니,

재밌는 농담이구나.

 

아니라면 다행인데.

누군가가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구먼.

 

인기쟁이구나, 카미라 씨!

 

이 아첨꾼 같으니.

 

리리의 스튜도 미미었느니라.

 

카미라 씨도 칭찬꾼이네.

 

제노스, 어서 돌아와!

 

로서 (순식간에 치유해준 거였는데 ) (쓸모없다며 추방당한 천재 치유사,)

 

그렇군.

언데드는
보다 강한 언데드에게 이끌린다, 라.

 

알고 있었어?

몰랐지만, 놀라진 않는다.

다 숨기지 못하는 나의 카리스마 오라가
넘쳐나오고 있는 게야.

 

부복하라, 인간들아!

 

어찌할 테냐?

나를 쫓아낼 테냐?

아니.

주변에 대한 영향을 생각하면
오히려 내 곁에 있는 게 좋지 않겠어?

 

리, 리리도...

리리도 그 말, 듣고 싶어.

 

리리, 내 곁에 있어라.

 

카미라, 왜 그래?

리리, 제노스의 이상적인 색시가...!
카미라,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니라!

 

모두 혐오하는 레이스 보고
곁에 있으라니,

네 녀석은 정말 별난 남자로구나.

 

좋다.

그럼 사양 않고 계속 놀려주마.

뭔 소릴 남기고 가는 거야?

 

크레슨 군,

언데드 퇴치 건,

상당히 활약했다더군.

뭐, 뭐...!

같이 있던 젊은이들이
입을 모아 자네를 칭찬했어.

 

아주 대단하군.

 

하지만, 자네가 활약했다는 건,

제노라는 특별 연수생은
기대에 어긋났단 건가.

 

앞으로도 교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도록.

돌아가도 돼, 크레슨 군.

 

네...

 

그게...

저도 대단하지만,

그 녀석도,
그 특별 연수생도 굉장한 녀석입니다.

 

대량의 언데드도 좀비킹도

사실은 그 녀석이 쓰러트렸어요.

 

자네는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지?

사실입니다.

제가 제대히 봤으니까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빌어먹을!

빚은 갚았다, 특별 연수생!

 

제노스 군,
골드란 연구실에서 호출이 있었어요.

파벌로의 권유겠죠.

-와, 대단해요!
-오, 진짜야?

이야, 역시나네요.

언데드 퇴치에서의 활약이
눈에 든 모양입니다.

 

의외인가요?

그건 표면상으로는 크레슨이란
남자가 한 걸로 되어 있었으니까.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만.

 

제1 관문 돌파란 건가.

스타트 지점에 섰다고 해야겠죠.

아직 교수의 면접이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있어?

좀 더 편하게 할 수 없어?

골드란 교수는 왕립 치료원에서는
최대 규모의 파벌을 통솔하는 장이니까요.

간단히 만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조직이란 건 참 성가시네.

나한텐 안 맞을거 같아.

골드란 교수는
특히 권위나 체면에 엄격하니까요.

하지만 골드란이란 녀석은
상급 치유사지?

특급 치유사인 당신이 더
높은 거 아니야?

유감스럽게도
권력과 직함은 비례 안 하네요.

특히 약 개발로 인정받은 저는
특수 분야니까요.

 

뭐, 일단은
그 호출이란 거에 다녀올게.

건투를 빕니다.

제노스 씨, 힘내세요!

 

잘 왔어, 제노 군.

난 교수의 제2 비서를 하고 있는 자다.

 

자네가 특별 연수생인가?

자네는 뭘 할 수 있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치료 정도야.

작군.

치료만이라면
평범한 치유사라도 할 수 있지.

힘이 있다면 위를 노려라.

우리 나라에 있어서 치유사가
특별한 존재란 건 알고 있을 텐데?

응? 그랬어?

이 나라의 역사는
우리들에게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현재의 이권은
지배 계급에 집중되어 있지.

나도 머지 않아
지배 계급에 들어가겠지.

우리 파벌에도
그에 걸맞는 이익이 들어올 거다.

자신의 가치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 해.

 

치료도 그렇지?

생명의 가치는 평등하지 않아.

부유한 자와 가진 게 없는 자는
받을 수 있는 치료도 달라지지.

자네가 강의에서 쓴 마법진을
한 번 더 여기에 그려보도록.

나 자신의 눈으로 자네가
도움이 될 인간인지 확인해봐주지.

그걸 증명할 수 있다면
맞아들일 용의는 있다.

 

이걸로 뭘 알 수 있단 거지?

 

치유 마법에 대한 조예의 깊이,

수상한 계통이 아니란 것도 말이지.

 

마법진에는 다양한 유파가 있는데,

치유 마법학상 지켜야할
기초나 원칙이 있지.

이것들이 지켜지지 않았으면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우리 파벌은 항상 정통적이면서
우수한 자로 구성되어야만 하지.

 

교수, 어떠실까요?

 

제법 재밌는 마법진이군.

확실히 이런 응용은 본 적이 없어.

그리고 아무래도
기초도 튼튼한 모양이다.

 

내일부터 우리쪽에 다니게.

 

뭐야, 이거?

 

뭘 멍하니 있어?

얼른 여기에 서.

 

넌...?

네 선배인 크레슨 님이다.

오늘부터 네 녀석은
골드란 연구실의 관계자.

룰은 확실히 따라줘야겠어.

응, 알았어.

나 참, 특별 연수생 따위가
여기에 드나들 수 있게 된 건

이 몸이 추천해준 덕분이야.

죽도록 감사하라고.

그랬어?

뭐, 감사해.

하지만 왜?

 

당연하지.

널 이용해서 올라가줄 거야.

 

너, 솔직한 녀석이네.

참고로 이 행렬은 뭐야?

골드란 교수의 전체 회진이야.

교수가 입원 환자를
보고 다니시는 거야,

이렇게 교수를 선두로
서열순으로 줄 서서 말이지.

그렇단 건
내가 올 때까지 네가 최하위였어?

시, 시끄러!

두고 봐.

난 언젠가 반드시
끝까지 올라가 줄 거야!

그래?

힘내.

가엾다는 듯한 눈빛으로 보지 마!

 

이렇게 많은 인수가 필요해?

위엄이란 게 있어.

그리고 교수가 도시는 건
초부유층 뿐이야.

 

잠깐 보고 올게.

야, 어디 가는 거야!

 

실종 사건을 조사하려면,

골드란에 대해
조금 더 알 필요가 있어.

 

골드란 선생님,

어제 베드 옆에서 다리를 삔 뒤로
아픔이 심해서...

 

이건 염좌로군.

이 정도면 세 명이면 되겠지.

 

뭐지?

 

이어져 모이는 한 줄기 빛,

헤매이는 생명의 등불을 인도하여,

앞날을 가리키는 길이 되어라.

기브 힐.

 

아픈 게 편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너, 멋대로 행동하지 마!

 

미안.

그나저나 치유사를 몇 명 쓴
저 치료는 뭐야?

너, 그런 것도 몰라?

교수의 전문은 전이 치유 마법이야.

전이 치유 마법?

생명력에 해당하는 걸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옮기는 마법이야.

획기적이지?

이거라면 자신의 마력이 적어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어.

예를 들면
부상을 당한 녀석이 있잖아?

이 녀석에게 다른 녀석한테서
생명력을 인계해줌으로써,

치유력을 높이는 게
전이 치유 마법이야.

중상일수록 치유에 필요한
생명력이 늘어나니까,

건강한 녀석을 많이 준비해서,

조금씩 생명력을 받아서
환자에게 인계해주는 거야.

그렇게 하면 환자도 살고
한 명 당 인계해줄 생명력도 조금이면 돼서

다소의 피로감으로 끝난단 거야.

 

그건 재밌네.

그래서 파벌에 많은 사람을
넣고 싶어하는구나.

그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장 선거겠지.

지금의 샬버드 원장님이
슬슬 은퇴한단 소문이 있으니까,

다음 원장 선거를 대비해서
유력자들의 투표권을 확보하고 싶은 거야.

이대로 가면
골드란 교수로 거의 결정.

 

승리마에 타고 있으면
출세가도 직행이라고!

이것저것 가르쳐줘서 고마워.

너, 의외로 좋은 녀석이네.

바, 바보 같은 소리 마!

난 널 이용하고 싶은 것뿐이야!

그러는 김에 묻고 싶은데,

아프레드란 남자를 알고 있어?

아프레드라고?

기대 받았으면서
자취를 감춰버린 자식이야.

마음에 안 들어.

 

실종 전에 무슨 일 있었어?

몰라.

식사회에 불려갔으면서
그 바로 뒤에 사라져버렸어.

식사회?

교수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모아서
때때로 개최해.

거기에 불리면
장래에 간부 확정인데.

젠장, 부럽잖아!

 

귀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그럼 난 이걸로 역할 끝났네.

그렇게는 안 되죠.

힌트는 얻을 수 있었지만,
아직 확신까진 먼 상황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제노스 군도
골드란 교수의 마음에 들어서

식사회에 잠입해주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걸 해내면
계약금도 더 얹어드리죠.

물론 약속대로 향후의 어둠의 영업에 대해선
일절 관여 안 하겠습니다.

 

가급적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어찌되었든 일이 다 정리되면
스승에 대해선 들려줘야겠어.

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제노스 군,

한 가지 질문입니다.

지금 바닥엔 수많은 동전들이
여기저기 어질러져있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이것들을 줍고 싶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연구나 회의로 바빠서

그렇게 많은 시간은 못 냅니다.

그런 때에 당신이라면
어떤 코인을 줍겠습니까?

 

당신은,

생명의 가치는

평등하다고 생각합니까?

 

베커 선생님, 계세요?

 

아니, 제노스 씨도 있었네요.

중요한 말씀 중이셨나요?

아뇨, 잡담 좀 하고 있었습니다.

회의였죠?

장소는 어디였죠?

정말,

제가 안내해드릴 테니까요.

항상 죄송하네요.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재주껏 노력해볼게.

 

링가는 천재일지도 몰라.

 

이걸로 혼자만
제노스 님의 침대에 숨어들어서

마음껏 킁카킁카 할 수 있어.

 

-조피아?
-링가?

 

왜 여기에?

너야말로 왜...?

 

뭐야,

너도 청소하러 온 거야?

조피아도?

 

제노스가 부재 중일 때
청소하자고 생각해내다니,

나는 천재로다!

 

뭐, 그런 느낌은 들었지만.

도어가 부서져서
쓸데없는 일이 늘었어.

 

조피아와 링가에게 새치기 당했나.

 

괜찮은데?

역시 나야!

절반 이상은 링가가 했어!

나는 문을 완벽하게 고쳤다!

-그건 아무것도 한 게 아니거든!
-그건 아무것도 한 게 아니거든!

 

영예로운 이 몸의 일을
조금은 돕게 해주지!

교수의 애견 돌보기야!

 

너는 보고 있기만 하는 것뿐이지만.

 

이봐, 연구실에서의 네 일은,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당연하지!

산보 말고도
밀크 님께 밥을 준다든지,

목욕을 시킨다든지
털 고르기를 해준다든지,

아직도 할 게 많아!

그런 얘기가 아니라 말이지...

 

교수는 오늘

친분이 있는 7대 귀족에게 불려가셨대.

진짜 동경하게 되지?

뭐, 내가 이대로 출세가도를 돌진하면

그 자리에 불려가는 것도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넌 출세를 하고 싶어?

뭐?

당연하잖아!

높은 사람이 돼서
상류 계급에 끼어서,

좋은 거 먹고
좋은 여자를 손에 넣고

부하들을 턱짓만으로 부려먹고 싶어.

그걸 위해서
치유사 일을 열심히 하는 거야!

 

치유사란 건
누군가를 치료하니까 치유사 아니야?

 

그건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해.

그야 많은 목숨을 구하고 싶다든가,

난치병은 내가 고친다든가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치유 마법이란 건 만능이 아니야.

못 하는 건 못 하니까.

 

그것보단 역시 돈과 권력이야!

 

뭔데?

어이, 크레슨!

 

오늘도 골드란의 개 님
열심히 돌보고 있냐?

본즈 씨!

안녕하세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나 참...

개 주제에 새침한 얼굴이나 해대고,

마음에 안 들어.

 

그런 말, 교수가 들으시면...!

 

안색만 살피고 살지 마.

 

저건 누구야?

골드란 교수의 제1 비서야.

저게?

안 믿겨지지?

교수의 옛 지인이라던데,
제대로 일도 안 하고,

낮부터 술만 마시고 있고.

아무리 옛 정이 있다고 해도

저런 거에 제1 비서의 자리를
마련해줄 건 없는데 말이야.

어이, 크레슨!

아, 네, 부르셨을까요?

이 술, 줄게!

 

아차!

 

밀크 님이!

 

밀크, 밀크!

 

내면에 감춰진 생명의 반짝임,

나의 기도에 대답하여

빛의 가호와 함께 여기에 방출하라!

하이 힐!

 

트, 틀렸어.

 

출혈만 멎으면
생명에 문제 없을거 같은데?

그것만으론 안 돼!

흉터가 남아버렸잖아!

 

교수는 밀크 님의
아름다운 털결을 제일 좋아하셔!

이제 난 끝이야...

 

밀크 님도 미안해,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버려서...

 

힐.

 

야, 뭐 하는 거야?

보다시피 치유 마법을 걸고 있어.

소용없어!

네가 아무리 좀비킹을 쓰러트릴 정도의
마법 출력이 있다고 해도,

정교한 피부 재생까지는...

 

나았어?

흉터가 어딨는지 전혀 모르겠어!

힐이란 건 그런 마법 아니야?

하는 김에 금이 간 늑골도 고쳐줬으니까
산보는 계속할 수 있을 텐데,

일단은 오늘은 쉬게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힐은 그런 마법이 아니야.

특급이 할 만한 말이나 내뱉고.

 

기다려, 특별 연수생!

밀크 님을 돌보는 건 내 일이야!

 

안녕하세요, 제노스...

제노 씨.

 

무슨 일이야?

 

그게,

혹시 괜찮으면 잠깐 간보 안 할래요?

간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 아니었어?

 

네, 저기...

 

그...

죄송합니다!

 

아뇨...

 

제게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골드란 교수의
눈에 들 수도 있었을 거고,

제노스 씨에게 수고를
끼칠 일도 없었겠지, 하고 생각했더니,

점점 죄송해져서...

그걸 말하려고 일부러 간보을?

네.

저 같은 거에게 사과받아봤자
아무런 득도 안 될거 같지만요.

노동의 대가는 베커에게서 받을 거니까
걱정할 거 없어.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이런 기회라도 아니었으면,

왕립 치료원에 발을 들일 일 같은 건
없었을 거고,

스승에 대해 알게 될 단서도
잡지 못했을 거니까,

내게 있어서도 메리트는 있어.

그러니 정말로 신경 쓰지 마.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해주세요.

 

그러고 보니
제노스 씨의 스승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게 잘 모르겠단 말이지.

수상쩍은 남자였지만,

문자 읽고 쓰기나
바깥 세계에 대한 것,

병이나 부상에 관한 것부터
마법에 관한 것까지

아무튼 여러가지를 가르쳐줬어.

뭐, 은인이지.

제게 있어서의
베커 선생님 같은 느낌의 분이실까요?

베커는 은인이야?

물론이죠.

제가 치유사가 되려고 결심했을 때,

세심하게 돌봐주셨어요.

뭐, 연구만 하다
연인이 도망쳐버려서

지금은 제가 돌봐드리고 있는 거나
다름 없지만요.

왜 베커가?

말 안 했던가요?

베커 선생님은 어머니의 동생,

제 외삼촌이셔요.

하지만 저는
마법도 연구도 대단치 않아서.

참고로 우밍은
무슨 연구를 하고 있지?

간단히 말하면
약의 관리 방법이에요.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어떤 습도에서
어떻게 보존하면 좋은가, 뭐 그런 거...

재미없죠?

재미없네.

 

하지만,

중요한 일이란 건 대부분 다 재미없어.

 

제노스 씨...

뭐, 스승한테서 들은 말이지만.

 

사과하려고 했는데
제가 오히려 더 기운을 받아버렸네요.

때로는 남에게 의지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도 일상 생활은
남의 도움만 받고 있어.

누가 뭐래도 혼자서는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해.

 

제노스 씨는 재밌는 사람이네요.

 

색시 후보가 늘겠구먼.

뭐야?

신경 쓰지 마,

뒤를 밟고 온 모양이야.

누가요?

하지만 기대한 정도로
분위기가 달궈지진 않았으니,

별 하나.

채점 하지 마.

 

부탁해, 날 도와줘!

에... 또...

위험한 안건이...!

좀 도와줘!

뭔가 재밌을거 같구나.

별 셋!

그러니까 채점하는 건 좀 하지 말자?

 

귀족 영애의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