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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우리들, 《꽃의 나라》[로스도르]의 엘프는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시조신, 레아실위아에께 맹세합니다

 

언젠가 반드시...

여러분께서 베풀어주신
두터운 정에 보은하겠노라고

 

여러분이 나아가는 길에
부디 선한 신들과

용기의 정령이 내리는
가호가 함께하기를

 

무엇도 지니지 못한 채

최초의 한 발짝을 내디디네

걸음에 응해 늘어가는

기대나 탄식

되풀이하며

목표로 하는 것은 끝자락

역사 속에 전해가기 위해

생명의 등불

얼마나 되는

밝은 빛으로

불태워야

한 편의 시에 다다를 수 있을까

너나할 것 없이

도달하고자 바라는 안식의 땅

그것은 언제나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저 한 줌뿐인 지울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싶어서

가장 눈부시게 빛날 날을 바라네

온몸을 타고

흐르는 고동을 불사르며

 

fan sub by kairan

 

전사의 불길
 
 

 

우웩...

 

오래 있고 싶진 않은걸

 

불을 피우지 않은 게
정답이었군

공기가 침체돼 있다

 

윌 공께서 내독 마법을
걸어주셨지만

꺼림칙한 감각은 있네요

 

게다가
조망도 안 좋아...

조우전이랑
함정이 무섭네요

 

상대는 악마[데몬]니까...

벽이나 천장을 기는 녀석

날개가 달린 것도 있어

그걸 머릿속 한편에
기억해두고

우리는 위와 좌우에
집중하자

가끔씩 망보기 담당을 세우고
간단히 휴식을 취하는 거야

네!

 

멈춰!

 

함정이다...

해제할게

 

지금 어느 부근인지
아시겠어요?

슬슬 《돌의 집회실》이
나오겠군요

그 다음부터는
수없이 분기하게 됩니다만

 

해결했다

가자

 

의외로군요...

네...

악마[데몬]의 습격이
한 번도 없었어

 

그건, 그게...

용과 악마[데몬]
한통속은 아니었다...

그런 뜻일까요?

아직 그렇다고
단언하긴 힘들겠구만

 

이 너머에 있다는
《돌의 집회실》 부근에 머릿수를 모아서

대기하고 있는 거 아냐?

 

반대로 복병이 없다면

루의 말이 정답이겠네

멈춰!

 

왜 그러지...?

 

소리가 나...

철컥거리는 금속음...

그밖에는
작은 발소리의 왕래...

 

매복하고 있는 거야...?

모르겠다...

단언할 수 있는 건
뭔가가 있다는 것뿐이야

저기...

그렇다는 건
이건, 그...

응...

 

나랑 게를레이즈 씨가

방패를 세우고
첫충돌을 견뎌낼게요

매넬은
통로 측면에서 원호...

루랑 레이스토프 씨는
대기

상황을 보고 돌격

 

오오...!

드워프가 왔는데?

인간이랑 엘프도 있군

《꽃의 나라》[로스도르]
함락된 게 아니었나?

도망쳐
살아남은 건가?

안심해, 형제

여기는 안전하거든

 

전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힘들었을 테지?

 

벗들이여...

오오!

그대는
게를레이즈 아닌가!

탈출하지 않았나?

하하하!

혹여나 빠져나와
돌아온 것인가?

임자답구먼~

 

하지만
좋은 배짱이지!

임자가 있다면
일당백이지!

함께 싸우세!

 

루...

 

제가...
말해야 한다고 봐요...

 

아우르방..그르 님?

아니, 대군님이 아니지

옥좌의 방에 계실 텐데

 

나의 이름은 빈달브!

 

《흑철의 나라》
최후의 군주!

아우르방그르의 피를
이어받은 자다!

 

마지막?

무슨 마지막이란 말이냐!

우리가 존재하는 한

《흑철의 나라》는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

 

훌륭한 방책이군...

만듦새가 좋아...

계속 수선하며
개량을 계속한 것이겠지

 

그렇다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의
진수를 쏟았지!

결코 악마[데몬]의 침입을
허용하진 않는다!

 

그런가...

하지만...

 

그럼에도
《흑철의 나라》는 멸망한 것이다!

 

전사들은 모두 죽었다!

대군 아우르방그르도
서거하셨다!

《꽃의 나라》[로스도르]는 무참히
시들어버렸으며!

《흑철의 나라》는 용과 악마[데몬]들이
준동하는!

《철녹의 산맥》이
되어버렸지!

 

그..럴...

그..럴 리는 없다...

《흑철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알고 있을진대!!

외면하지 마라!
용감한 드워프 전사들이여!

 

나의 조부
아우르방그르께서는!

사룡에게
본때를 보여주었고!

그 한쪽눈을
빼앗았지!

신마저도 칭송하는
영웅의 행적이로다!!

그리고 나, 빈달브는!

그 위업을 이어받고자
달려온 것이다!

 

당대의 영웅들과 함께!!

 

《흑철의 나라》는
분명 멸망했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신, 블레이즈!

그리고 등불의 여신
그레이스필이시여!

신들의 거룩한 신좌에서
똑똑히 들으시오!!

 

나는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다!

선한 신들과 수많은 조령들의
이름에 맹세코!

《흑철의 나라》를!

과거의 번영을
되찾겠노라고!!

용광로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등불로부터 번져 타오르는
용기(불길)로 녹을 벗겨내어!

《철녹의 산》은!

다시 한 번
《흑철의 산》이 되리라!!

 

그러니...

이제 됐다...
잠들도록...!

 

다들, 잘 싸워주었다...

 

도련님...

훌륭한 연설이었습니다

악마[데몬] 놈들을 물리치고
기필코 해냅시다

이 노골의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지켜드릴 테니...

목숨이랑 바꿔버리면
곤란한데...

 

아직도
배워야만 할 게 많아...

이 산에 관해서도

 

싸움에 관해서도

 

나라의 부흥이니 뭐니
더럽게 성가신 맹세를 해버리다니

바보구만~

 

윌 공이나 메넬 공의
맹세랑은 다르게

그래도
끝은 있으니까요~

두 분 정도는 아니죠

 

우선은 이기는 것...

그리고
살아남는 게 먼저다

네!

 

윌 공, 기다리셨죠

가십시다!
지시를!

이제...
존칭은 필요 없어...

 

아무리 그래도
임금님을 종자로 부릴 순 없지

그건...!

 

아뇨, 그럼에도
윌 공께서는 윌 공이십니다!

제가 존경해마지 않는...

둘도 없는
기사님이시니까요!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나

 

힘냈구나

훌룡했어

 

그들도 분명
행복했겠지

네!

 

저..저기...

불사신께도 조금은
감사해야 하는 걸까요...?

 

아아...!

조..조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아...?

 

필요한 일이었다지만...

다소 시간을
너무 뺏겨버린 모양이야

 

자, 가자

 

《흑철의 산》을...

드워프의 나라를
되찾으러

 

그레이스필의
등불에 맹세코!

 

다음 분기에서
오른쪽으로!

그래!

 

튼실한 전위 녀석들 덕에
편해서 좋구만

 

윌, 그쪽은?

응!

후방은 그다지
압력도 없으니깐

혼자서도 괜찮아...!

 

단독으로
후미가 여유롭다니...

변함 없이
혼자만 수준이 다르시구랴

하여튼~

그렇지만도 않아

혼자가 아니니까!

 

곧 빛의 방이 나옵니다!

 

아마도 용은 그 너머의
《대공동》에 있을 겁니다!

 

악마[데몬]는 그 직전의
빛의 방에서 매복하고 있겠지요!

 

일찍이
대군 아우르방그르가

최후의 연설을 하셨던
옥좌입니다!

 

되찾아야겠지...

 

응, 되찾자!

 

하는 수 없구만

뭐, 지원은 해주마

 

그래...

빼앗긴 것은
전부 되찾는 게 맞다

 

저건 분명...

《장군급》[제너럴]...

갑충악마[스카라바에우스]!

 

윌 공

제게 맡겨주십시오!

 

루...

아니, 빈달브

무운을 빌게

감사합니다!

 

잠깐...!

야!

괜찮아, 메넬

보내줘

잠깐만, 야...!

저거 《장군급》[제너럴]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불리한데...

 

그렇다 해도

이건 루의 싸움이야

옥좌를 건...
왕의 싸움이라구

 

마음에 안 드는
상판대기로군...

 

저건 강해요...

전사의 신조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죽게 놔둘 셈이냐?

저녀석을 가르친 건
너만이 아니거든?

 

그래...

하지만
뭐가 어찌 되든...

우리가
손을 댈 여유는...

아마 없을 거예요

 

그런 뜻이었나!

 

야, 루!

못 이길 거 같으면
우리가 이길 때까지 버텨!

죽지 마라!?

 

감사합니다, 메넬 공!

하지만...!

이길 겁니다!

이녀석한테는
이깁니다!

등불에 맹세코!!

불길에 맹세코!

산의 백성들이
그대들을 무찌르리라!!

 

우리는 그대들을 무찌른다!

드워프의 도끼를 받아보거라!

 

《달린다》[쿠르레레] 《기름》[올렘]!

 

축도술!?

 

마법제거의 《말》을
날려주고 싶지만...!

 

젠장!

 

루!!

괜찮..습니다...!

 

나는 안 진다...!

맹세에 걸고서...!

동포들의
마음을 걸고서...!

 

나는...!

 

모두의 고향을
되찾는다!!

 

네놈이 빼앗은 것을
돌려받겠다!!

 

그녀석들은 영혼을 불살라
싸움에 임하지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적장, 물리쳤습니다!

 

아직이야, 루!

조금만 더 힘내줘!

아, 네...!

 

이미...
한계가 가까워...!

 

하지만!

이게 마지막 《대장급》[커맨더]!

 

《사라져라》[디스케데]!

 

게를레이즈 씨...!

경계를 부탁드려요!

 

치료하자!

 

이야~
이건 아무래도 죽는 줄 알았다

악마[데몬]의 거점에 5명이서
들이박는 건 확실히 무모했어!

 

잘 했다

공이 크다고~

아..아뇨...

제가 한 것이래 봐야...

 

네가 되찾은 거야

산과 왕관을...

아뇨, 아직이죠

아직 모든 걸
되찾은 게 아니니까요

 

응, 그러게...

하지만
모든 걸 되찾은 뒤에는

윌 공께서 왕관을
씌워주시면 좋겠네요

뭐...?

그건 고위 성직자밖에
용납되지 않는 거 아닌가...

네가 그거잖아!

아?

 

가자!

잠깐

 

저기를 봐라

 

갑충악마[스카라바에우스]의 몸이 없어!?

 

목은 확실히 여기에...

악마[데몬]는 죽이면
티끌이 되어야 할 텐데

목이 잘렸는데
아직도!?

 

추적하자!

 

《대공동》으로
향하고 있군요

용에게
도움을 구하러...?

그저 몸의 반사작용만으로
헤매는 것뿐일지도 모른다만

 

장기는 점점
짙어지고 있어...

 

다들, 조심해!

 

여기가 《대공동》입니다

 

찾아봅시다!

 

찾았다...!

 

뭘 하는 거지...?

 

나약하기 그지 없구나...

 

어서 오너라...

 

나의 침소에...

 

잡동사니 속에

손을 뻗어

떠올린 기억

마법과도 같은 말의 조각들

이어맞춰 끌어안아보자

쌀쌀한 밤에 짓눌려

어쩔 줄을 모를 것만 같은 때도

또렷하게 불을 밝히는 빛을 향해

그저 인도되어 가네

빛바래 가는 피스를 모아

과거를 미래로 이어 맞춰 나가자

미완성이자

뒤죽박죽인 지금을 넘어갈 테니까

가슴에 손을 올리고서 또다시

걸어나가자

 

철녹산의 왕
 

fan sub by kai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