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1,046 --> 00:00:04,949 토호 주식회사 주식회사 신성 영화사 제휴작품 2 00:00:07,586 --> 00:00:17,226 토호 주식회사 배급 3 00:00:19,665 --> 00:00:27,573 우리 나라의 군대는 대대로 천황이 통솔하시는 곳에 있다 (군인칙유) 4 00:00:28,006 --> 00:00:35,946 군기 펄럭이는 아래에 (Under the Flag of the Rising Sun, 1972) 5 00:00:39,852 --> 00:00:43,789 제작 마츠마루 세이시 토키자네 쇼헤이 6 00:00:44,022 --> 00:00:47,959 원작 유키 쇼지 (나오키상 수상 작품, 중앙공론사판) 7 00:00:48,260 --> 00:00:52,857 각본 신도 카네토 오사다 노리오 후카사쿠 킨지 8 00:01:30,135 --> 00:01:32,070 출연 9 00:01:32,404 --> 00:01:36,000 탄바 테츠로 10 00:01:36,308 --> 00:01:39,904 히다리 사치코 11 00:01:40,145 --> 00:01:44,515 에하라 신지로 나츠야기 이사오 12 00:01:44,750 --> 00:01:49,640 나카하라 사나에 / 후지타 유미코 미타니 노보루 / 나이토 타케토시 13 00:02:05,000 --> 00:02:10,300 자막제작 에릭카트먼 (2022.07) 배포, 수정, 영리 목적 사용금지 14 00:02:12,102 --> 00:02:15,601 나카무라 칸에몬 15 00:02:17,349 --> 00:02:21,719 감독 후카사쿠 킨지 16 00:02:23,695 --> 00:02:27,699 전국 전몰자 추도 종전 이래 여기에 26년 17 00:02:27,699 --> 00:02:32,704 전국 전몰자 추도식 지난 대전에서 전진에 흩어져 18 00:02:32,704 --> 00:02:37,709 전화로 쓰러진 수많은 사람들과 19 00:02:37,709 --> 00:02:40,712 그 유족의 위상을 생각하며 20 00:02:40,912 --> 00:02:45,717 여전히 가슴 아픔을 느낀다 21 00:02:45,717 --> 00:02:49,721 여기에 온 국민과 함께 22 00:02:49,721 --> 00:02:54,726 세계의 평화와 우리 국운의 진전을 기원하며 23 00:02:55,026 --> 00:03:00,732 진심으로 추도의 뜻을 표한다 24 00:03:02,973 --> 00:03:12,772 하지만 3백만에 달하는 전몰자 중에는 아직까지도 영령의 죽음에 가세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25 00:03:12,965 --> 00:03:20,788 육군 군소 (중사) 토가시 카츠오 1945년 8월 뉴기니 전선에서 적전 도망죄로 사형 26 00:03:21,941 --> 00:03:25,062 1971년 27 00:03:26,612 --> 00:03:29,093 후생성 28 00:03:30,877 --> 00:03:41,097 불복 신청서 볼복 신청인 토가시 사키에 각하 (기각) 29 00:03:41,170 --> 00:03:43,503 조사과장 30 00:03:57,722 --> 00:04:00,722 대단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31 00:04:04,663 --> 00:04:08,667 1952년에 유족 원호법이 시행된 후 32 00:04:08,667 --> 00:04:13,672 계속 이의 제기를 해 오셨군요 33 00:04:13,672 --> 00:04:16,675 저는 4월에 이곳에 막 온지라 34 00:04:16,675 --> 00:04:19,678 말씀을 듣는 건 처음입니다만 35 00:04:19,678 --> 00:04:22,981 매년 종전 기념일에 오시는군요 36 00:04:22,981 --> 00:04:24,683 그렇습니다 37 00:04:24,683 --> 00:04:27,686 뭔가 이유가? 38 00:04:27,686 --> 00:04:30,689 저기, 남편이 전사한 날이 39 00:04:30,689 --> 00:04:33,692 분명치 않아서 40 00:04:33,692 --> 00:04:39,698 그래서 8월 15일을 기일로 정해 놓고 41 00:04:39,698 --> 00:04:42,701 이걸 봐주세요 42 00:04:43,579 --> 00:04:48,689 사망 고지서 육군 군소 토가시 카츠오 부재 담당자 토가시 사키에 43 00:04:48,846 --> 00:04:50,704 8월 ( )일 44 00:04:50,881 --> 00:04:54,033 (전)사망하셨으니 45 00:04:59,718 --> 00:05:06,658 여보 또 과장님이 바뀌었다고 46 00:05:06,658 --> 00:05:09,661 같은 얘기만 47 00:05:09,661 --> 00:05:13,661 몇 번 되풀이하면 끝날까 48 00:05:20,672 --> 00:05:23,675 그 통지를 받았을 때를 49 00:05:23,875 --> 00:05:26,678 나 지금도 잊을 수 없어 50 00:05:28,274 --> 00:05:30,662 1946년 51 00:05:32,684 --> 00:05:34,686 남편은 전사가 아니에요? 52 00:05:34,686 --> 00:05:36,688 아니 그건 53 00:05:36,688 --> 00:05:39,691 '전사'라는 글자 지우고 '사망'이라고 써놓은 건 54 00:05:39,691 --> 00:05:41,693 - 무슨 이유죠? - 그건 말이죠 55 00:05:41,693 --> 00:05:44,696 예를 들어서요 병이라든가 56 00:05:44,696 --> 00:05:47,699 병이라면 전병사라든가 뭐라고 쓰겠죠 57 00:05:47,699 --> 00:05:50,702 우선 날짜도 빠져 있잖아요 58 00:05:50,702 --> 00:05:52,704 난 이런 까닭 모를 엽서 59 00:05:52,704 --> 00:05:56,704 - 받을 수 없어요 - 실은 말이죠 60 00:05:58,710 --> 00:06:01,713 토가시 상은 사형으로 61 00:06:01,713 --> 00:06:03,648 - 사형? - 응 62 00:06:03,648 --> 00:06:05,050 네? 63 00:06:06,650 --> 00:06:07,652 같이 살았던 건 64 00:06:07,652 --> 00:06:10,652 반년도 안 됐는데 65 00:06:11,011 --> 00:06:14,573 임시 소집 영장 토가시 카츠오 66 00:06:12,085 --> 00:06:14,573 1942년 67 00:06:14,959 --> 00:06:17,662 걱정할 필요 없어 68 00:06:17,662 --> 00:06:20,665 나라면 괜찮으니까 69 00:06:20,965 --> 00:06:23,668 몸조심해 70 00:06:23,668 --> 00:06:25,670 - 응 - 큰 배를 안고 71 00:06:25,670 --> 00:06:28,673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 게 무리겠지만 72 00:06:28,673 --> 00:06:30,378 여보 73 00:06:46,691 --> 00:06:50,695 변소 안에서 울었어 74 00:06:50,695 --> 00:06:53,698 너에게 우는 얼굴 보여줄 수 없어서 75 00:06:53,698 --> 00:06:55,700 울었어 76 00:07:02,640 --> 00:07:06,644 그리고 5개월 지나 토모코가 태어나서 77 00:07:06,644 --> 00:07:09,344 사진 당신 손에 닿았을까 78 00:07:09,404 --> 00:07:11,305 종전 79 00:07:12,434 --> 00:07:15,960 1945년 8월 15일 80 00:07:16,654 --> 00:07:20,658 겨우 전쟁 끝나서 81 00:07:20,658 --> 00:07:24,662 이걸로 당신 돌아와 줄까 했더니 82 00:07:28,666 --> 00:07:31,669 죽을 수도 없어 83 00:07:31,669 --> 00:07:34,669 토모코가 있으니까 84 00:07:43,180 --> 00:07:45,683 뭐가 즐거워서 저렇게 버는 거야 85 00:07:45,683 --> 00:07:48,686 몸 혹사하면 밤이 아깝잖아 86 00:07:48,686 --> 00:07:50,688 저 젊은 나이에 과부 생활이지만 말이야 87 00:07:55,716 --> 00:07:58,050 1952년 4월 88 00:08:00,538 --> 00:08:04,534 전몰자 유족 원호법 시행 89 00:08:06,638 --> 00:08:09,641 우리 남편도 전쟁에서 죽었잖아요 90 00:08:09,641 --> 00:08:11,443 다른 사람들에게 연금 나오고 91 00:08:11,443 --> 00:08:13,645 - 왜 나에게는 안 나와요? - 그건요 아주머니 92 00:08:13,645 --> 00:08:17,649 댁의 경우는 토가시 상이 군법 회의에 회부되어 죽었잖아요 93 00:08:17,649 --> 00:08:19,651 - 그러니까 - 우리 남편이 94 00:08:19,651 --> 00:08:22,554 군법 회의에 회부된 걸 누가 봤어요? 95 00:08:22,554 --> 00:08:25,657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요 나라에서 통지가 왔어요 96 00:08:25,957 --> 00:08:29,661 - 후생성에서요 - 그런 말 하지 말아요 97 00:08:29,661 --> 00:08:33,661 읍장님을 만나게 해줘요 읍장님을 네? 네? 98 00:08:35,667 --> 00:08:37,669 잘 봤습니다 99 00:08:38,169 --> 00:08:41,673 그래서 지금 가족은요? 100 00:08:41,673 --> 00:08:45,678 네, 딸이 사위를 얻고 101 00:08:46,678 --> 00:08:49,681 - 그럼 손자도 - 네 102 00:08:49,681 --> 00:08:52,684 그건 안심이군요 103 00:08:52,684 --> 00:08:58,690 남편이 성불하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어요 104 00:08:58,690 --> 00:09:01,693 심정은 잘 압니다 105 00:09:01,693 --> 00:09:06,631 그런데 말입니다 현재의 법률에서는 106 00:09:06,631 --> 00:09:09,834 군법 회의에서 처형된 사람에게는 연금도 부조료도 107 00:09:09,834 --> 00:09:12,637 나오지 않게 되어 있어요 108 00:09:12,637 --> 00:09:16,641 뭐, 남편분의 경우도 거기에 해당하는 것이고 109 00:09:16,641 --> 00:09:19,644 저기, 저는 조금도 110 00:09:19,644 --> 00:09:22,647 연금을 목적으로 오는 게 아니에요 111 00:09:22,647 --> 00:09:27,652 우리 남편이 정말 탈주해서 사형을 당했는지 어떤지 112 00:09:27,652 --> 00:09:30,655 그게 알고 싶어서 여기에 오는 거예요 113 00:09:30,655 --> 00:09:34,659 그건 당시의 군 전몰자 연명부에도 제대로 114 00:09:34,659 --> 00:09:37,662 - 보셨겠지요 - 네, 저기 115 00:09:37,662 --> 00:09:41,666 그 연명부라는 건 종전의 혼잡한 때에 116 00:09:41,666 --> 00:09:44,669 복원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서 만들어진 117 00:09:44,669 --> 00:09:47,672 - 엉터리라고 하더군요 - 누가 그런 말을 118 00:09:47,672 --> 00:09:51,976 네 저기 중대장님에게서 받은 편지에 119 00:09:51,976 --> 00:09:55,680 - 그렇게 쓰여있어요 - 아 이분은 120 00:09:55,680 --> 00:09:59,684 저에게도 진정서를 내고 계시는데요 121 00:09:59,684 --> 00:10:03,688 뭐 내용은 하나의 가정에 불과한 것이고 122 00:10:03,688 --> 00:10:09,694 연대장님의 말씀으로는 군법 회의의 판결서도 없다고 해서 123 00:10:09,694 --> 00:10:12,697 - 이거 - 네, 기밀 서류는 전부 124 00:10:12,697 --> 00:10:15,500 종전과 동시에 소각해 버린 것 같아요 125 00:10:15,500 --> 00:10:19,704 그렇다면 우리 남편이 사형당했다는 증거도 없는 거잖아요 126 00:10:19,904 --> 00:10:21,706 그러니까 저희는 127 00:10:21,706 --> 00:10:25,510 이 연명부를 신용할 수밖에 없어요 128 00:10:25,510 --> 00:10:28,713 뭔가 다른 유력한 증거라도 없는 한 말이죠 129 00:10:28,913 --> 00:10:30,715 그렇습니다 130 00:10:30,715 --> 00:10:32,717 정말로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131 00:10:32,717 --> 00:10:36,721 남편분의 무죄가 증명되지 않는 한 132 00:10:36,721 --> 00:10:38,723 저로서도 전임자의 결정을 133 00:10:38,723 --> 00:10:41,723 마음대로 뒤엎을 수는 없기 때문에 134 00:10:49,734 --> 00:10:52,737 오늘 아침 나가는 길에 135 00:10:52,737 --> 00:10:54,739 딸에게 이런 말을 들었어요 136 00:10:54,739 --> 00:10:58,743 엄마 이제 적당히 그만 해요 137 00:10:58,743 --> 00:11:00,745 어차피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138 00:11:00,745 --> 00:11:03,981 무엇보다 엄마에 대해서 세간에서 뭐라고 하는 줄 알아? 139 00:11:03,981 --> 00:11:07,685 연금이라니 잘도 말하는구만 140 00:11:07,685 --> 00:11:10,688 옛날이라면 탈주병의 가족이라는 건 141 00:11:10,688 --> 00:11:15,693 따돌림을 당해도 당연한 거였어 142 00:11:15,693 --> 00:11:18,696 저는 응수해 주었어요 143 00:11:18,696 --> 00:11:22,700 '사람의 입을 봉할 수는 없다' 144 00:11:23,200 --> 00:11:26,704 딱히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145 00:11:26,904 --> 00:11:30,708 딸이 데릴사위를 얻었을 때도 146 00:11:35,713 --> 00:11:37,715 - 조심히 가요 조심히 가 - 아줌마 147 00:11:37,715 --> 00:11:40,719 한밤중에 들여다보면 곤란해 148 00:11:41,719 --> 00:11:43,721 못 참겠으면 말을 걸어달라고 149 00:11:43,721 --> 00:11:45,723 언제든지 상담해 줄 테니 150 00:11:51,028 --> 00:11:54,732 악의없는 농담이라도 151 00:11:54,732 --> 00:11:58,732 나에게는 가슴에 박히는 말이었어요 152 00:12:15,686 --> 00:12:20,691 좋은 사위니 안심하라는 말을 들어도 153 00:12:20,991 --> 00:12:25,691 난 남편이 아플 정도로 가슴에 복받쳐 와서 154 00:12:43,714 --> 00:12:45,019 여보 155 00:12:54,226 --> 00:12:55,790 여보 156 00:12:58,127 --> 00:12:59,530 여보 157 00:13:00,230 --> 00:13:01,670 여보 158 00:13:16,381 --> 00:13:18,684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159 00:13:19,984 --> 00:13:22,687 제가 포기하면 160 00:13:22,687 --> 00:13:26,687 우리 남편은 영원히 성불할 수 없잖아요 161 00:13:29,694 --> 00:13:33,694 죽은 후 26년이 지나는 동안에 162 00:13:35,700 --> 00:13:39,705 다른 유족 사람들은 163 00:13:41,105 --> 00:13:44,709 천황 폐하와 함께 추도식에 나가서 164 00:13:44,709 --> 00:13:48,709 국화꽃을 올리는데 165 00:13:51,716 --> 00:13:55,720 왜 우리 남편만 166 00:13:56,020 --> 00:13:59,720 제대로 증거도 없이 167 00:14:02,660 --> 00:14:04,664 저도 168 00:14:06,664 --> 00:14:10,664 한 번 정도는 천황 폐하와 함께 169 00:14:12,670 --> 00:14:16,670 남편을 위해서 국화꽃 올려주고 싶어요 170 00:14:53,010 --> 00:14:55,713 이거 실례하겠습니다 171 00:14:56,013 --> 00:14:58,716 실은 말이죠 172 00:14:58,716 --> 00:15:01,719 이 건에 대해서는 저희도 신중을 기하고 173 00:15:01,719 --> 00:15:06,657 남편분과 같은 부대분들에게 조회 편지를 부쳤거든요 174 00:15:06,657 --> 00:15:09,660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175 00:15:09,660 --> 00:15:12,663 유력한 답장은 오지 않습니다 176 00:15:12,663 --> 00:15:15,666 다만 여기에 4명 정도 177 00:15:15,666 --> 00:15:18,669 답장을 주지 않은 분들이 있거든요 178 00:15:18,969 --> 00:15:22,673 어쨌든 무슨 사정이 있으시겠지만 179 00:15:22,673 --> 00:15:25,676 유족인 당신이 직접 교섭하시면 180 00:15:25,676 --> 00:15:29,680 뭔가 새로운 사실을 말해줄지도 모릅니다 181 00:15:29,980 --> 00:15:33,680 어떻습니까? 만나보시면 182 00:15:48,877 --> 00:15:52,143 전 육군 상등병 테라지마 츠구오 183 00:16:15,158 --> 00:16:17,062 실례합니다 184 00:16:18,662 --> 00:16:20,662 실례합니다 185 00:16:35,979 --> 00:16:41,685 후생성의 조회 같은 건 안 왔네요 186 00:16:41,685 --> 00:16:46,690 무슨 생각으로 공무원들은 그런 말을 하는 걸까요? 187 00:16:46,690 --> 00:16:51,695 받았다면 바로 답장을 보냈겠죠 188 00:16:51,695 --> 00:16:56,700 토가시 상 덕분에 저는 죽지 않고 끝났으니까 189 00:16:56,900 --> 00:16:59,703 남편 덕분에요? 190 00:16:59,953 --> 00:17:04,642 네, 그래요 191 00:17:04,942 --> 00:17:08,547 그건 지독한 전선이었어요 192 00:17:09,059 --> 00:17:11,619 1943년 193 00:17:09,647 --> 00:17:13,651 그 무렵 뉴기니에서는 194 00:17:13,651 --> 00:17:19,657 미군과 호주군의 반격 작전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195 00:17:19,657 --> 00:17:24,662 우리 부대는 라바울에서 증원을 하러 갔습니다만 196 00:17:24,962 --> 00:17:29,667 마침 댐피어 해협에 접어들었을 때 197 00:17:43,847 --> 00:17:45,782 구축함 3척 굉침 198 00:17:46,852 --> 00:17:48,786 수송선 7척 침몰 199 00:17:49,821 --> 00:17:51,756 무기 탄약 2500톤 침몰 200 00:17:52,817 --> 00:17:55,412 장병 3600명 익사 201 00:17:58,696 --> 00:18:02,633 처음부터 무모한 작전이었던 것 같아요 202 00:18:02,933 --> 00:18:08,639 육지에 다다른 건 겨우 800명도 채 안 되었고 203 00:18:08,939 --> 00:18:13,644 어쨌든 현지 수비대와 합류하기 위해서 204 00:18:13,644 --> 00:18:15,646 행동을 개시했습니다만 205 00:18:37,968 --> 00:18:42,673 이런 때 토가시 상은 의지가 되는 분대장이었어요 206 00:18:42,973 --> 00:18:45,076 쏘지 마, 쏘지 마 207 00:18:45,676 --> 00:18:47,679 계속 쏘지 마 208 00:18:48,679 --> 00:18:50,681 - 당분간 가만히 있어 - 토가시 군소 209 00:18:50,681 --> 00:18:53,684 첨병대가 위험하다 구조하러 간다 210 00:18:53,684 --> 00:18:55,686 - 소용없습니다 - 뭐? 211 00:18:55,986 --> 00:18:58,689 적들을 포위해놓고 내쫓는 겁니다 212 00:18:58,689 --> 00:19:00,491 지금 뛰쳐나가면 함정에 빠집니다 213 00:19:00,491 --> 00:19:02,026 어떻게 알아? 214 00:19:02,626 --> 00:19:04,628 - 경험 - 이 자식 우군을 215 00:19:04,628 --> 00:19:06,630 - 못 본 체할 건가 - 어리둥절하다가 216 00:19:06,630 --> 00:19:08,630 당하는 겁니다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217 00:19:10,634 --> 00:19:14,638 다들 들어라, 우리 소대는 이제부터 적의 측면을 찌른다 218 00:19:14,638 --> 00:19:16,640 - 공격 목표는 - 삼도천이다 219 00:19:16,640 --> 00:19:19,640 - 다들 움직이면 바로 당한다 - 이 자식 220 00:19:22,646 --> 00:19:26,650 네놈 항명죄다 나중에 군법 회의에 회부해 주겠어 221 00:19:26,650 --> 00:19:30,654 다른 사람들은 나를 따르라 222 00:19:30,654 --> 00:19:35,654 목표, 전방의 대지 돌격 223 00:19:47,971 --> 00:19:50,671 죽으면 되는 게 아니야 224 00:19:53,677 --> 00:19:55,679 덕분에 우리 분대는 225 00:19:55,679 --> 00:19:58,682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고 끝났어요 226 00:19:58,682 --> 00:20:03,687 하지만 그때부터가 이 세상의 지옥의 시작이었어요 227 00:20:12,953 --> 00:20:16,794 1943년 9월 미군 라에 동쪽에 상륙 228 00:20:19,429 --> 00:20:21,979 호주군 공정부대 라에 서쪽을 공격 229 00:20:24,411 --> 00:20:26,317 일본군 라에 철퇴 230 00:20:28,899 --> 00:20:31,482 사라와켓 산중에서 2200명 아사 231 00:20:33,576 --> 00:20:36,182 1943년 10월 미군 핀샤펜을 공격 232 00:20:38,791 --> 00:20:40,726 호주군 앤트 곶으로 상륙 233 00:20:42,464 --> 00:20:45,036 1944년 1월 미군 군비 곶에 상륙 234 00:20:47,459 --> 00:20:49,394 일본군 마당으로 철퇴 235 00:20:51,471 --> 00:20:54,724 피니스테레 산맥에서 3500명 아사 236 00:21:01,472 --> 00:21:05,371 1944년 4월 일본군 한사, 웨와크, 아이타페에서 패퇴 237 00:21:08,686 --> 00:21:11,889 그 무렵 우리 부대는 238 00:21:11,889 --> 00:21:15,693 정글 안에서 꼼짝 못 하고 있었어요 239 00:21:15,693 --> 00:21:18,696 정글을 나가면 기다리던 적에게 240 00:21:18,696 --> 00:21:23,701 저격 당하는 셈이었지요 탄약도 식량도 바닥나고 241 00:21:23,701 --> 00:21:29,707 병사의 3분의 2는 영양실조와 말라리아로 242 00:21:29,707 --> 00:21:34,712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었어요 243 00:21:34,712 --> 00:21:39,718 우리 병사들은 이런 말을 수군거리고 있었어요 244 00:21:40,718 --> 00:21:43,721 야뇨를 시작하면 3일 후 245 00:21:43,721 --> 00:21:47,725 말을 못하게 되면 2일 후 246 00:21:47,725 --> 00:21:53,725 눈을 깜빡이지 않게 되면 내일, 죽는다 247 00:21:58,834 --> 00:22:00,738 어때? 248 00:22:00,738 --> 00:22:03,075 오줌 마렵지 않아? 249 00:22:04,675 --> 00:22:07,678 영차, 괜찮으니까 와 250 00:22:13,684 --> 00:22:15,084 괜찮나 251 00:22:19,990 --> 00:22:23,694 드디어 총공격 명령이 왔어 252 00:22:23,694 --> 00:22:25,196 오늘 밤이다 253 00:22:25,996 --> 00:22:29,700 움직일 수 없는 병사는 말이야 응? 알고 있지? 254 00:22:29,700 --> 00:22:35,706 - 자결이죠? - 응, 뭐 그렇지 255 00:22:37,206 --> 00:22:40,711 수류탄입니까 청산가리입니까 256 00:22:40,711 --> 00:22:44,715 - 공기다 - 공기? 257 00:22:44,715 --> 00:22:49,720 빈 주사기로 말이야 심장에 공기를 처넣는다는 거야 258 00:22:55,726 --> 00:22:58,729 너 그런 방식으로 살해당해도 괜찮나? 259 00:22:58,929 --> 00:23:01,732 싫다면 이대로 도망쳐 260 00:23:02,732 --> 00:23:03,667 30km 서쪽에는 261 00:23:03,667 --> 00:23:07,671 아직 우군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어떻게든 될 거야 262 00:23:07,671 --> 00:23:09,673 - 하지만 - 괜찮으니까 그렇게 해, 응? 263 00:23:09,673 --> 00:23:12,676 목표가 있는데 구태여 죽을 일 없어 264 00:23:12,676 --> 00:23:14,080 어이 265 00:23:16,680 --> 00:23:18,682 죽는 게 편하다 싶을 때가 오면 266 00:23:18,682 --> 00:23:20,684 이걸 써라 267 00:23:20,684 --> 00:23:24,088 빈 주사기보다는 더 깔끔해 268 00:23:24,688 --> 00:23:26,688 그럼 이만 269 00:23:28,692 --> 00:23:30,694 군소님 270 00:23:30,694 --> 00:23:35,699 그게 토가시 상의 모습을 본 마지막이었어요 271 00:23:35,999 --> 00:23:38,702 그럼 저기 272 00:23:38,702 --> 00:23:43,707 남편은 그 탈주한 건 아니군요 273 00:23:43,707 --> 00:23:45,709 네 274 00:23:45,909 --> 00:23:51,715 탈주한 건 저예요 275 00:23:51,715 --> 00:23:55,719 토가시 상은 훌륭한 전사(戦死)예요 276 00:23:55,719 --> 00:23:58,722 분명 그 전장에 익숙한 몸놀림으로 277 00:23:58,722 --> 00:24:01,725 적진으로 돌진해 간 게 틀림없어요 278 00:24:07,964 --> 00:24:11,668 돌진 279 00:24:11,668 --> 00:24:13,670 지금의 얘기 280 00:24:13,670 --> 00:24:17,674 테라지마 상께서 후생성 사람에게 얘기해 주실 수 없을까요? 281 00:24:17,974 --> 00:24:22,679 - 제가요? - 네 부탁드려요 282 00:24:22,679 --> 00:24:25,682 - 꼭 - 그런데 283 00:24:25,882 --> 00:24:29,686 전사한 걸 본 것은 아니니까요 284 00:24:29,886 --> 00:24:32,689 증거로는 인정되지 않겠죠 285 00:24:32,689 --> 00:24:35,692 아니요 당신은 산 증인이에요 286 00:24:35,692 --> 00:24:38,695 당신의 얘기를 누구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어요 287 00:24:38,895 --> 00:24:43,700 테라지마 상 부탁드려요 부탁드려요 288 00:24:43,700 --> 00:24:45,700 네? 289 00:24:47,904 --> 00:24:49,706 저는 말이죠 290 00:24:49,706 --> 00:24:54,711 이런 쓰레기 더미 같은 곳에 정착해서 291 00:24:54,711 --> 00:24:57,714 10년 이상이 되었어요 292 00:24:58,014 --> 00:25:02,653 여기는 지도상으로는 도쿄도이지만 293 00:25:02,653 --> 00:25:07,653 저는 도민의 자격도 없고 말하자면 부재한 국민이에요 294 00:25:09,660 --> 00:25:11,662 여기에 와서 295 00:25:11,662 --> 00:25:15,666 한 번도 거리에 나가 본 적이 없어요 296 00:25:15,866 --> 00:25:19,670 나갈 필요도 없고요 297 00:25:19,670 --> 00:25:24,675 깨끗해진 거리에서 사람들과 만나거나 얘기를 하거나 하는 게 싫어요 298 00:25:24,875 --> 00:25:28,679 아니, 자신이 없어요 299 00:25:28,879 --> 00:25:31,682 그런... 300 00:25:31,682 --> 00:25:34,685 테라지마 상 당신 그런... 301 00:25:34,685 --> 00:25:37,688 신세를 진 토가시 상에게의 보은으로 302 00:25:37,688 --> 00:25:40,691 도움이 되고 싶다고도 생각하지만 303 00:25:40,691 --> 00:25:45,691 제발 이것만큼은 봐주세요 304 00:25:49,700 --> 00:25:52,703 이제부터 그 305 00:25:52,703 --> 00:25:56,707 다른 사람들도 만나시겠지만 306 00:25:56,707 --> 00:26:02,646 누가 뭐라고 해도 토가시 상은 훌륭한 전사예요 307 00:26:02,946 --> 00:26:06,646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308 00:26:10,113 --> 00:26:13,277 전 육군 고초 (하사) 아키바 토모타카 309 00:26:14,657 --> 00:26:15,659 그만둬 310 00:26:15,659 --> 00:26:17,962 이 자식 무슨 짓이야 311 00:26:18,662 --> 00:26:20,064 관둬요 당신 312 00:26:22,864 --> 00:26:23,967 저기요 313 00:26:24,467 --> 00:26:25,469 저기요 저기요 314 00:26:25,469 --> 00:26:27,671 - 알고 있어요 당신의 마음은 - 싫어 짓궂은 애 싫어 315 00:26:27,671 --> 00:26:29,473 괴롭히는 쪽이 아니에요, 네? 316 00:26:29,473 --> 00:26:31,675 당신의 마음은 알고 있어요 쿠니노 상 317 00:26:31,675 --> 00:26:35,479 그런데요 26년 전에 일본은 전쟁에서 졌어요, 그렇죠? 318 00:26:35,479 --> 00:26:38,682 - 뭐라고 했어? 뭐라고 했어? - 아니 그러니까요 319 00:26:38,682 --> 00:26:41,485 - 26년 전에 졌어요 - 졌다고? 320 00:26:41,485 --> 00:26:43,687 - 네 - 멍청한 놈, 일본이 지금까지 321 00:26:43,687 --> 00:26:45,689 전쟁에 진 선례가 있어? 322 00:26:45,689 --> 00:26:48,692 청일・러일 전쟁, 만주 사변 전부 이겼어 323 00:26:48,692 --> 00:26:50,994 그러니까 그 뒤에 시원하게 져버렸거든요 324 00:26:50,994 --> 00:26:52,696 - 시원하게? - 정말이에요 325 00:26:52,696 --> 00:26:55,700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오늘 오신 손님들에게 물어보세요 326 00:26:56,700 --> 00:26:59,703 - 정말로 졌어? - 안 졌어 327 00:26:59,703 --> 00:27:02,405 - 야, 안 졌다고 하잖아 -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당신은 328 00:27:02,405 --> 00:27:03,640 안 졌다고 하고 있네 329 00:27:03,640 --> 00:27:05,642 저 사람은 거짓말하고 있어 330 00:27:05,642 --> 00:27:07,444 그럼 뒤쪽 사람에게 물어봐요 331 00:27:07,444 --> 00:27:09,646 - 이봐 정말로 졌어? - 졌어 졌어 332 00:27:09,646 --> 00:27:12,649 - 야, 저놈은 적국인이네 - 뭐라는 거야? 333 00:27:12,949 --> 00:27:15,652 입장료 지불해주신 손님에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 334 00:27:15,652 --> 00:27:17,654 그럼 나 지금까지 뭐 한 거야? 335 00:27:17,654 --> 00:27:19,656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까지요 336 00:27:19,656 --> 00:27:21,658 총 끝에 통나무 막대기 붙이고 337 00:27:21,658 --> 00:27:23,260 남해의 외딴섬에서 날아오는 비행기를 향해 338 00:27:23,260 --> 00:27:25,462 '야 야' 따위 하고 있었을 거야 339 00:27:25,462 --> 00:27:28,065 바보같이 당신 340 00:27:30,667 --> 00:27:32,669 그럼 난 이런 영장 보면서 뭐 한 거야? 341 00:27:44,681 --> 00:27:47,684 토가시라는 이름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342 00:27:47,684 --> 00:27:51,688 이런 얼굴이었나? 아 잘 봤어요 343 00:27:51,688 --> 00:27:54,691 저기, 만나보신 적이 있지 않을까요? 344 00:27:54,691 --> 00:27:56,693 같은 부대니까 말이죠 345 00:27:56,693 --> 00:27:58,695 만나긴 만났을 것 같은데요 346 00:27:58,995 --> 00:28:02,632 그때는 어느 누구의 얼굴을 봐도 모두 똑같아서요 347 00:28:02,632 --> 00:28:06,636 목이 가늘고 눈이 크고 348 00:28:06,636 --> 00:28:09,639 볼이 깡말라 버렸지 349 00:28:09,639 --> 00:28:13,643 우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려는 350 00:28:13,643 --> 00:28:15,645 인간다운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351 00:28:15,645 --> 00:28:19,649 그런데 저 테라지마 상은 352 00:28:19,649 --> 00:28:23,653 훌륭하게 쳐들어가서 전사했다고 말해줬는데요 353 00:28:23,653 --> 00:28:25,655 그렇다면 그걸로 됐잖아요? 354 00:28:25,655 --> 00:28:31,661 그런데 죽은 걸 본 것도 아니고 355 00:28:31,661 --> 00:28:34,664 저, 사실을 알고 싶어요 356 00:28:34,664 --> 00:28:38,668 그거야 자신의 분대장이니까 나쁘게는 말하지 않겠지만요 357 00:28:38,968 --> 00:28:41,671 하지만 그러면 부인에게는 도움이 되지는 않겠죠? 358 00:28:41,671 --> 00:28:44,674 그럼 당신은 뭔가 사실을 알고 있나요? 359 00:28:44,674 --> 00:28:47,677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요 360 00:28:47,677 --> 00:28:50,680 뭐 내가 알기로는 361 00:28:50,680 --> 00:28:52,882 그때는 그런 멋있는 짓은 362 00:28:52,882 --> 00:28:56,686 -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어요 - 그럼 저기 363 00:28:56,686 --> 00:28:59,689 총공격도 쳐들어간 것도 없었다는 말이에요? 364 00:29:00,089 --> 00:29:04,689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365 00:29:06,630 --> 00:29:11,635 우리 부대에는 말이죠 대포는 12문 있었는데 말이죠 366 00:29:11,635 --> 00:29:14,638 쓸만한 건 하나도 없었지 367 00:29:14,638 --> 00:29:18,642 기관총은 48정 중에 딱 1정이고 368 00:29:18,642 --> 00:29:21,645 38식 보병총의 경우도 당신 369 00:29:21,645 --> 00:29:24,648 가지고 있는 사람은 3분의 2 정도인 거예요 370 00:29:24,648 --> 00:29:28,652 나머지는 죽창이에요 죽창으로 싸우라고 했으니까요 371 00:29:32,656 --> 00:29:34,658 그럼 선배는 지금 무대와 372 00:29:34,658 --> 00:29:36,660 똑같은 걸 해 온 거네요 373 00:29:36,660 --> 00:29:38,662 없었던 건 무기와 탄약뿐이 아니야 374 00:29:38,662 --> 00:29:40,664 가장 중요한 음식이 없는걸 375 00:29:40,664 --> 00:29:44,668 물배도 한때라도 하지만 밀림 속에는 그 물조차 없어 376 00:29:44,668 --> 00:29:47,671 이런 터무니없는 전쟁이 있을까요? 377 00:29:47,671 --> 00:29:50,674 작전을 세우는 높으신 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 378 00:29:50,674 --> 00:29:52,676 이래서는 이길 수가 없어요 379 00:30:06,690 --> 00:30:09,693 패전이 겹치자 포로가 되거나 380 00:30:09,693 --> 00:30:12,696 전선을 이탈하는 놈들도 늘어났어요 381 00:30:12,696 --> 00:30:14,698 그럼에도 사단본부의 높으신 분들은 382 00:30:14,898 --> 00:30:16,500 상관없어 383 00:30:16,500 --> 00:30:18,702 도망가는 병사는 닥치는 대로 마구 베어라 384 00:30:18,702 --> 00:30:21,705 군법 회의할 필요는 없어 385 00:30:22,005 --> 00:30:24,708 그런데 말이죠 386 00:30:24,708 --> 00:30:27,711 도망친 건 병사뿐만이 아니에요 387 00:30:27,911 --> 00:30:30,714 장교도 마찬가지 388 00:30:30,714 --> 00:30:32,716 이 자식 389 00:30:32,716 --> 00:30:35,719 네놈 장교 주제에 부끄럽지 않은 거냐 390 00:30:35,719 --> 00:30:37,721 적전 도망은 총살이다 391 00:30:41,925 --> 00:30:44,728 나비다 나비다 392 00:30:44,728 --> 00:30:47,731 아, 엄마 393 00:30:47,731 --> 00:30:51,735 미친 흉내 따위나 내고 394 00:30:53,737 --> 00:30:55,739 이 새끼 395 00:30:55,739 --> 00:30:57,741 병신 새끼 396 00:30:57,941 --> 00:31:01,745 전선으로 돌아가 돌아가 397 00:31:01,745 --> 00:31:05,682 싸울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던 병사들은 398 00:31:06,182 --> 00:31:09,686 정글 속으로 헤맬 수 밖에 없었던 거예요 399 00:31:09,886 --> 00:31:14,691 거기서 뭐든지 붙잡고 먹은 셈이지만 말이죠 400 00:31:14,891 --> 00:31:18,695 뱀, 도마뱀 이건 뭐 물론이지만 401 00:31:18,695 --> 00:31:22,699 지렁이, 거미 벌레라는 벌레 402 00:31:22,699 --> 00:31:26,703 살아만 있다면 모두 오케이였어요 403 00:31:26,703 --> 00:31:28,705 음식에 관한 거라면 404 00:31:28,705 --> 00:31:31,708 나 이외에는 모두 적이었지 405 00:31:31,708 --> 00:31:33,111 쥐다 406 00:31:51,127 --> 00:31:53,730 체력이 있는 녀석은 407 00:31:53,730 --> 00:31:58,730 산속까지 밭을 털러 갔는데요 408 00:32:09,000 --> 00:32:10,676 설마 409 00:32:14,383 --> 00:32:17,687 설마 남편이 그런 410 00:32:17,687 --> 00:32:19,689 아니 모두가 다 411 00:32:19,689 --> 00:32:22,692 그런 변을 당한 건 아니지만요 412 00:32:23,092 --> 00:32:27,697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생각났군요 413 00:32:27,697 --> 00:32:33,003 그건 말이죠 종전 얼마 전이었죠 414 00:32:33,703 --> 00:32:38,703 내가요, 연대 본부로 명령 수령하러 갔을 때예요 415 00:32:44,714 --> 00:32:46,714 - 왜 그래? - 고구마 도둑이다 416 00:33:16,679 --> 00:33:18,681 말도 안 돼 417 00:33:18,681 --> 00:33:21,684 우리 남편이 고구마 도둑이라니요 418 00:33:21,684 --> 00:33:25,688 증거가 있어요? 증거가 419 00:33:25,688 --> 00:33:28,691 그런 건 있을 리 없어요 420 00:33:28,691 --> 00:33:32,695 다만 군소인 건 확실했어요 421 00:33:32,695 --> 00:33:36,699 게다가 종전 무렵 처형당했다고 하고 422 00:33:36,699 --> 00:33:40,703 나에게 짚이는 건 423 00:33:40,703 --> 00:33:43,703 이 이야기뿐이에요 424 00:33:45,708 --> 00:33:47,011 그럴 수가 425 00:33:48,711 --> 00:33:50,111 그럴 수가 426 00:33:57,720 --> 00:34:02,659 선배, 슬슬 시간 됐어요 427 00:34:02,959 --> 00:34:04,659 응 428 00:34:06,963 --> 00:34:08,665 부인 429 00:34:08,965 --> 00:34:12,669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430 00:34:12,669 --> 00:34:16,673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에요 431 00:34:16,973 --> 00:34:19,676 억지로 생각해 내려고 해서 432 00:34:19,676 --> 00:34:25,682 겨우 되살린 나쁜 꿈이에요 433 00:34:25,682 --> 00:34:27,684 어쩌면 434 00:34:27,684 --> 00:34:31,688 내가 말하고 있는 건 모두 435 00:34:31,688 --> 00:34:35,688 만담의 연속일지도 모르고 436 00:34:46,703 --> 00:34:50,707 나는 말이죠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만요 437 00:34:50,707 --> 00:34:54,711 이건 여분의 인생이에요 438 00:34:54,711 --> 00:34:56,713 진짜는 439 00:34:56,713 --> 00:35:00,717 저쪽에서 끝마쳐버린 것으로 440 00:35:16,666 --> 00:35:21,671 엄마, 이제 그만 좀 해요 441 00:35:21,671 --> 00:35:24,674 아무리 가봤자 소용 없으니까 말이야 442 00:35:24,674 --> 00:35:26,674 그렇지? 443 00:35:31,681 --> 00:35:33,684 여보 444 00:35:34,684 --> 00:35:38,689 도대체 어느 쪽의 이야기가 진짜인지 445 00:35:39,989 --> 00:35:44,694 훌륭하게 쳐들어갔다고 하고 446 00:35:44,694 --> 00:35:46,696 고구마 도둑이라고 하고 447 00:35:46,896 --> 00:35:50,700 좋은 이야기 들었을 때 돌아왔으면 좋았어 448 00:35:50,700 --> 00:35:53,703 그걸 여기저기 쏘다니고 449 00:35:53,903 --> 00:35:58,708 몸이라도 망가지면 그야말로 아빠가 성불할 수 없잖아 450 00:36:10,653 --> 00:36:13,656 뭘 시작하는 거야 엄마 451 00:36:13,956 --> 00:36:18,661 내일 아침 첫차로 또 도쿄에 다녀올게 452 00:36:18,661 --> 00:36:21,664 - 이번에는 묵게 될지도 몰라 - 엄마 453 00:36:21,664 --> 00:36:24,664 생각하신 대로 하면 돼 454 00:36:26,969 --> 00:36:29,672 어떻게 하면 아빠가 성불할 수 있을지 455 00:36:29,672 --> 00:36:32,675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 456 00:36:32,975 --> 00:36:37,675 사실을 모르는 동안은 아빠는 성불할 수 없어 457 00:36:39,308 --> 00:36:42,574 전 헌병 군소 오치 노부유키 458 00:37:05,642 --> 00:37:08,645 저기, 오치 상이세요? 459 00:37:08,945 --> 00:37:10,645 네 460 00:37:13,850 --> 00:37:17,654 저기, 저는 461 00:37:17,654 --> 00:37:19,157 그렇군요 462 00:37:20,657 --> 00:37:25,662 하지만 어느 쪽 이야기가 사실인가 하는 건 463 00:37:25,662 --> 00:37:28,665 저도 모르겠군요 464 00:37:28,965 --> 00:37:30,668 저기 465 00:37:31,668 --> 00:37:35,672 우리 남편이 정말 사형당했는지 어떤지 466 00:37:35,672 --> 00:37:37,674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어요 467 00:37:37,974 --> 00:37:40,677 토가시 상이라고 하셨죠? 468 00:37:40,677 --> 00:37:43,680 네, 토가시 군소예요 469 00:37:43,680 --> 00:37:47,684 그런 이름에는 짚이는 게 없는데 470 00:37:47,984 --> 00:37:51,688 군소라고 하면 471 00:37:54,691 --> 00:37:57,694 어머 손님? 472 00:37:57,694 --> 00:37:59,696 마누라예요 473 00:37:59,696 --> 00:38:03,633 - 실례하겠습니다 - 어머 괜찮아요 그대로 계세요 474 00:38:03,633 --> 00:38:06,636 아, 피곤해 피곤해 475 00:38:06,636 --> 00:38:09,639 어젯밤은 가게 모임 연회로 아침까지야 476 00:38:09,639 --> 00:38:11,641 접대 같은 직업도 중노동이에요 477 00:38:11,641 --> 00:38:13,643 정말로 이제 어질어질 478 00:38:13,643 --> 00:38:15,645 여주인 집에서 한 시간 정도 479 00:38:15,645 --> 00:38:17,648 재워달라고 했어 480 00:38:18,648 --> 00:38:20,650 그럼 잠깐 실례하고 쉬도록 할게요 481 00:38:20,650 --> 00:38:22,053 편히 있으세요 482 00:38:30,660 --> 00:38:33,663 거짓말이에요 483 00:38:33,663 --> 00:38:36,666 - 네? - 마누라 녀석 484 00:38:36,666 --> 00:38:40,670 요릿집 요리사와 만나는 거예요 485 00:38:40,970 --> 00:38:43,673 어젯밤도 바람피우고 온 게 분명해요 486 00:38:43,673 --> 00:38:47,677 여보 무슨 소리야 손님 앞에서 487 00:38:47,677 --> 00:38:50,680 어때요? 정곡을 찔린 표정을 하고 있죠? 488 00:38:50,880 --> 00:38:52,682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489 00:38:52,682 --> 00:38:54,087 어젯밤에 나 제대로 490 00:39:01,691 --> 00:39:04,427 저는 지금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491 00:39:04,427 --> 00:39:06,629 모르게 되어 가고 있어요 492 00:39:06,629 --> 00:39:08,631 차라리 그때 단숨에 493 00:39:08,631 --> 00:39:11,634 총살당하는 게 좋았을지도 몰라요 494 00:39:11,634 --> 00:39:13,636 총살? 495 00:39:13,636 --> 00:39:16,639 전범 혐의로 호주군에게 잡혀서요 496 00:39:16,939 --> 00:39:20,643 어떻게든 얼버무리고 돌아왔는데 497 00:39:20,643 --> 00:39:25,648 전직 헌병이라서 국내에서도 미국에게 공적으로 쫓겨 다녀서요 498 00:39:25,648 --> 00:39:29,652 술이라도 안 마시면 잘 수 없는 밤이 계속되어서 499 00:39:29,652 --> 00:39:32,655 '폭탄' 알아요? 500 00:39:32,655 --> 00:39:35,658 전후의 암거래 술인데 501 00:39:35,658 --> 00:39:39,662 그걸로 결국 눈이 나빠져 버렸어요 502 00:39:44,667 --> 00:39:48,671 그런데 아까의 이야기의 연속입니다만 503 00:39:48,971 --> 00:39:53,676 실은 후생성에서 조회가 있었을 때도 망설였어요 504 00:39:53,676 --> 00:39:56,679 알릴지 말지 하고 505 00:39:56,679 --> 00:39:59,682 저기, 뭔가 아세요? 506 00:39:59,982 --> 00:40:02,685 전쟁의 끝 무렵 507 00:40:02,685 --> 00:40:06,689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어요 508 00:40:06,689 --> 00:40:08,689 그런데 509 00:40:19,101 --> 00:40:21,704 미안해요 아무것도 없어서 510 00:40:23,204 --> 00:40:25,708 저기 511 00:40:25,908 --> 00:40:28,711 어떤 사건이었나요? 512 00:40:28,711 --> 00:40:31,714 양해를 구해두겠습니다만 513 00:40:31,714 --> 00:40:36,714 그다지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514 00:40:39,722 --> 00:40:44,727 게다가 그 사건의 관계자가 남편분인지 아닌지도 몰라요 515 00:40:44,927 --> 00:40:47,730 알고 있는 건 단지 그 남자가 516 00:40:47,730 --> 00:40:52,735 군소였다는 것뿐이에요 517 00:40:54,235 --> 00:40:56,735 자 하나 드세요 518 00:40:58,741 --> 00:41:00,743 들려주세요 519 00:41:00,743 --> 00:41:03,679 부탁드려요 520 00:41:04,079 --> 00:41:07,683 전우를 죽이고 잡아먹었어요 521 00:41:11,770 --> 00:41:14,238 1945년 8월 522 00:41:14,690 --> 00:41:17,693 장소의 이름도 부대의 이름도 잊었습니다만 523 00:41:18,093 --> 00:41:20,696 어느 해안의 감시 초소에 524 00:41:21,096 --> 00:41:26,096 10명 정도의 병사가 배가 고픈 채 모여있었어요 525 00:41:28,103 --> 00:41:31,103 그런데 어느 날 526 00:41:40,115 --> 00:41:43,118 고기라고? 무슨 고기야? 527 00:41:43,118 --> 00:41:46,121 들돼지야 528 00:41:58,133 --> 00:42:00,135 어디서 잡았어? 529 00:42:00,135 --> 00:42:03,072 이 근처에 들돼지가 있어? 530 00:42:03,072 --> 00:42:06,072 이 더위라면 금방 상해버려 531 00:42:09,000 --> 00:42:13,078 소금이 있으면 교환받고 싶다 응? 532 00:42:14,083 --> 00:42:17,086 거래는 바로 성립되어 533 00:42:17,086 --> 00:42:21,090 일행 전원이 백숙으로 해서 먹었다고 해요 534 00:42:32,101 --> 00:42:35,004 그런데 이 군소는 535 00:42:35,004 --> 00:42:37,106 들돼지를 잡은 장소도 536 00:42:37,106 --> 00:42:41,110 자기 부대의 소재조차도 확실히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537 00:42:41,110 --> 00:42:45,114 수상히 여긴 한 명이 뒤를 밟았죠 538 00:42:45,114 --> 00:42:48,117 어쩌면 좋은 수렵물을 539 00:42:48,117 --> 00:42:51,120 얻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죠 540 00:43:01,030 --> 00:43:04,000 이 상등병은 541 00:43:04,000 --> 00:43:07,066 그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요 542 00:43:12,074 --> 00:43:15,077 그런데 3~4일 지나자 543 00:43:15,077 --> 00:43:20,077 예의 군소가 또 고기와 소금을 교환하러 왔어요 544 00:43:23,000 --> 00:43:26,088 뭐야? 이거 썩었잖아 545 00:43:26,088 --> 00:43:29,091 익히면 괜찮아 546 00:43:29,091 --> 00:43:32,795 소금을 준다면 다음에는 제대로 소금에 절여 가지고 올 테니까 547 00:43:32,795 --> 00:43:36,095 어디에 그렇게 들돼지가 있어? 548 00:43:48,900 --> 00:43:54,016 그 군소는 의외로 간단히 자백했어요 549 00:43:54,016 --> 00:43:57,119 전우 한 명과 탈주 도중 550 00:43:57,119 --> 00:44:02,124 고구마를 도둑 맞았기 때문에 발끈해서 죽여버렸고 551 00:44:02,124 --> 00:44:06,061 그 후 너무 배가 고파서 552 00:44:06,061 --> 00:44:09,061 전우의 엉덩이 살을 553 00:44:11,266 --> 00:44:13,066 그만해주세요 554 00:44:19,066 --> 00:44:20,477 그럼 555 00:44:21,877 --> 00:44:24,680 돌아오지 않았다는 상등병 사람도 556 00:44:24,680 --> 00:44:27,080 두 번째 고기가 되었어요 557 00:44:30,085 --> 00:44:35,891 그 군소라는 사람 역시 사형당했군요? 558 00:44:35,891 --> 00:44:38,093 네 559 00:44:38,093 --> 00:44:41,096 - 당신이 죽였어요? - 아니요 560 00:44:41,096 --> 00:44:45,096 저는 다만 입회했을 뿐이에요 561 00:44:47,102 --> 00:44:49,104 그 사람 562 00:44:49,104 --> 00:44:52,107 죽기 전에 가족에 대한 건? 563 00:44:52,107 --> 00:44:55,110 특별히 564 00:44:55,110 --> 00:44:59,004 다만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있었네요 565 00:44:59,004 --> 00:45:02,951 사진 어떤 사진이죠? 566 00:45:02,951 --> 00:45:08,056 확실히 젊은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었어요 567 00:45:13,762 --> 00:45:18,066 그 군소라는 사람 이 사진과 닮았나요? 568 00:45:18,066 --> 00:45:21,069 네? 저기 569 00:45:21,069 --> 00:45:25,073 아, 죄송해요 570 00:45:25,073 --> 00:45:29,073 - 정신이 없어서 - 괜찮습니다 571 00:45:31,079 --> 00:45:35,083 그 전선에 있었던 병사는 전부 572 00:45:35,083 --> 00:45:41,089 철저히 인간의 야비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573 00:45:41,089 --> 00:45:45,093 그 무렵의 병사들은 죽은 전우의 뼈를 발라내기 위해 574 00:45:45,093 --> 00:45:48,096 새끼손가락을 잘라내어 굽고 있었습니다만 575 00:45:48,096 --> 00:45:52,100 그 냄새를 맡았을 때 576 00:45:52,100 --> 00:45:55,103 저는 제 코를 막기 전에 577 00:45:55,103 --> 00:46:01,009 무심결에 식욕이 돋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어요 578 00:46:01,009 --> 00:46:06,109 저와 그 군소와의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도 없었어요 579 00:46:34,875 --> 00:46:38,080 남편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니 580 00:46:38,080 --> 00:46:40,083 헛소리 581 00:46:41,083 --> 00:46:42,583 헛소리 582 00:46:50,092 --> 00:46:53,092 거짓말이지 여보? 583 00:46:55,097 --> 00:46:59,102 다들 거짓말하고 있어 584 00:47:08,043 --> 00:47:12,047 아무도 알 수 없어 사실은 585 00:47:12,047 --> 00:47:15,047 응? 무슨 말 했어? 586 00:47:21,055 --> 00:47:23,058 뭐 하는 거야? 587 00:47:23,058 --> 00:47:27,062 싫어 그만둬 아파 아프잖아 588 00:47:27,562 --> 00:47:29,065 그만두라니까 589 00:47:31,065 --> 00:47:34,069 기분 나빠, 싫어 590 00:47:34,069 --> 00:47:37,072 싫다니까 아파 아프잖아 591 00:47:37,072 --> 00:47:39,074 아무도 알 수 없어 젠장 592 00:47:39,074 --> 00:47:42,077 - 아무도 알 수 없어 - 그만둬 593 00:47:44,594 --> 00:47:47,787 전 육군 소위 오오하시 타다히코 594 00:47:49,084 --> 00:47:57,092 '나그네 여행을 한다면 마음이 흐트러져 아내를 그리워하지 않은 날은 없다' 595 00:47:59,092 --> 00:48:01,096 이 단가는 596 00:48:01,096 --> 00:48:06,034 여행을 떠난 남자가 집에 남겨둔 아내를 생각하며 597 00:48:06,034 --> 00:48:10,038 마음이 흐트러져서 하루라도 598 00:48:10,038 --> 00:48:14,042 애태우지 않은 날이 없다는 마음을 노래한 것입니다 599 00:48:52,080 --> 00:48:55,083 저는 말이죠 600 00:48:55,083 --> 00:48:58,086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601 00:48:58,086 --> 00:49:00,088 지쳐버려서 602 00:49:00,088 --> 00:49:04,025 계속 생각할 에너지를 잃어버린 거겠죠 603 00:49:04,025 --> 00:49:07,028 당신의 그 고집에 604 00:49:07,028 --> 00:49:10,028 놀라고 있습니다 605 00:49:16,037 --> 00:49:21,042 우리의 청춘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606 00:49:21,042 --> 00:49:24,045 저는 복원하여 교단에 섰을 때 607 00:49:24,045 --> 00:49:27,849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608 00:49:27,849 --> 00:49:32,053 제 죽은 전우들의 청춘은 609 00:49:32,053 --> 00:49:34,056 뭐였는지 610 00:49:35,056 --> 00:49:40,162 평화로운 새로운 일본을 만들기 위한 고귀한 희생 611 00:49:40,862 --> 00:49:44,065 그게 유일한 대답이었습니다 612 00:49:44,265 --> 00:49:47,869 젊은 사람들은 전쟁을 몰라요 613 00:49:47,869 --> 00:49:51,072 그 두려움을 몰라요 614 00:49:51,072 --> 00:49:54,075 저에게 남을 가르칠 자격이 있다면 615 00:49:54,075 --> 00:49:57,078 그것은 전쟁의 비참함을 616 00:49:57,078 --> 00:50:00,081 어떻게 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겠지만 617 00:50:10,874 --> 00:50:11,960 피의 메이데이 618 00:50:16,344 --> 00:50:17,352 재군비 619 00:50:25,080 --> 00:50:26,910 학살 620 00:50:33,390 --> 00:50:34,410 우국 621 00:50:58,139 --> 00:51:03,879 이걸로 괜찮은가 이걸로 괜찮은가 622 00:51:03,879 --> 00:51:08,083 저는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623 00:51:08,083 --> 00:51:13,088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624 00:51:17,282 --> 00:51:20,013 미군기지 즉시 철거!! 625 00:51:20,242 --> 00:51:24,889 산리즈카 투쟁 승리를 향한 정치적 반격 삼가라!! (확실치 않음) 626 00:51:25,026 --> 00:51:26,517 반전 627 00:51:32,107 --> 00:51:36,111 모든 것이 계속 저를 앞질러 가요 628 00:51:36,111 --> 00:51:40,816 저는 따라잡을 수 없어요 저는 지쳐서 629 00:51:40,816 --> 00:51:43,118 내버려질 뿐이었습니다 630 00:51:48,123 --> 00:51:53,028 후생성으로부터의 조회에는 분명히 답장을 보냈습니다 631 00:51:53,028 --> 00:51:56,131 하지만 제 편지에 무엇이 쓰여 있었는지 632 00:51:56,131 --> 00:51:59,134 자세히 누구도 읽으려고 하지 않았겠군요 633 00:51:59,134 --> 00:52:04,072 말단의 일이 되면 그들은 전혀 성의가 없거든요 634 00:52:04,072 --> 00:52:06,074 진상을 모른다면 635 00:52:06,074 --> 00:52:10,078 당사자나 유족이 유리하도록 해석하면 돼요 636 00:52:10,078 --> 00:52:12,080 그걸 26년이 지나 아직까지도 637 00:52:12,080 --> 00:52:16,084 도망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의중은 모르겠습니다 638 00:52:16,084 --> 00:52:17,886 한편으로는 A급 전범이 639 00:52:17,886 --> 00:52:22,090 총리대신마저 되어 있다는데 640 00:52:22,090 --> 00:52:25,093 지위가 낮은 사람이 성불할 수 없는 건 641 00:52:25,093 --> 00:52:28,096 전쟁 중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군요 642 00:52:46,114 --> 00:52:49,117 그 섬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643 00:52:49,117 --> 00:52:52,120 모두 똑같습니다 644 00:52:52,120 --> 00:52:57,125 차별하거나 심판하는 건 누구도 할 수 없어요 645 00:52:57,125 --> 00:53:02,030 적탄에 쓰러진 자도 자결한 자도 646 00:53:02,030 --> 00:53:06,067 처형당한 자도 굶어 죽은 자도 647 00:53:06,067 --> 00:53:09,067 모두 똑같은 '전사'입니다 648 00:53:11,072 --> 00:53:15,072 남편은 모두와 똑같지 않아요 649 00:53:19,080 --> 00:53:22,083 남편이 왜 사형을 당했는지 650 00:53:22,083 --> 00:53:26,083 난 그게 알고 싶어요 사실이 651 00:53:31,092 --> 00:53:36,097 종전 후에 발각된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652 00:53:36,097 --> 00:53:39,097 하지만 그건 적전 도망이 아니었어요 653 00:53:41,102 --> 00:53:44,005 병사들이 공모하여 654 00:53:44,005 --> 00:53:47,105 자신들의 상관을 죽였습니다 655 00:53:48,810 --> 00:53:50,112 제 부대에 656 00:53:51,112 --> 00:53:55,116 고토라는 소대장이 있었습니다 657 00:53:55,116 --> 00:53:57,919 고토 소위는 658 00:53:57,919 --> 00:54:01,022 저와 같은 학도 출신의 소위였습니다만 659 00:54:01,022 --> 00:54:03,559 육사 출신의 장교나 고참 하사관들에게 660 00:54:03,559 --> 00:54:09,064 얕보이지 않으려고 항상 어깨에 힘을 주던 남자였습니다 661 00:54:10,866 --> 00:54:14,069 어느 날 그 고토의 진지에 662 00:54:14,069 --> 00:54:18,069 미군 파일럿이 불시착했습니다 663 00:54:22,878 --> 00:54:24,580 상관없다 베어라 664 00:54:25,080 --> 00:54:30,080 명령을 내린 건 사단 참모인 센다 소좌입니다 665 00:54:41,897 --> 00:54:43,899 그만두면 좋았을 텐데 666 00:54:43,899 --> 00:54:47,102 고토가 참수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나왔습니다 667 00:54:47,102 --> 00:54:49,104 아니 어쩌면 668 00:54:49,104 --> 00:54:53,108 학도 출신 장교를 단련하려는 의미로 669 00:54:53,108 --> 00:54:57,108 센다가 고토를 특별히 뽑았을지도 모릅니다 670 00:56:09,851 --> 00:56:12,053 - 어이 헌병 - 네 671 00:56:12,053 --> 00:56:14,055 - 처분해 - 네 672 00:56:14,055 --> 00:56:17,055 비켜 비켜 673 00:56:56,097 --> 00:56:59,000 그 후의 고토는 674 00:56:59,000 --> 00:57:01,183 점점 히스테릭해져 간 것 같습니다 675 00:57:01,193 --> 00:57:03,540 이 자식 676 00:57:08,356 --> 00:57:09,789 일어나 677 00:57:10,044 --> 00:57:14,048 필요 이상의 중노동에 부하는 혹사하고 678 00:57:14,048 --> 00:57:18,048 이유도 없이 때리고, 차고 679 00:57:29,063 --> 00:57:34,063 식량은 자기가 관리해서 독차지하고 680 00:57:40,074 --> 00:57:44,078 중증 말라리아 환자를 사역으로 내보내서 681 00:57:44,078 --> 00:57:46,481 죽여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682 00:57:47,281 --> 00:57:51,085 참다못한 분대장 군소가 항의를 하자 683 00:57:51,085 --> 00:57:55,089 네놈 상관인 나에게 반항하는 거냐 684 00:58:28,056 --> 00:58:31,860 이대로라면 685 00:58:31,860 --> 00:58:35,060 우리는 소대장에게 살해당하고 말아 686 00:59:26,047 --> 00:59:28,050 그 군소 687 00:59:29,050 --> 00:59:32,053 그 군소가 남편이라는 거예요? 688 00:59:32,053 --> 00:59:35,057 - 네 - 어째서요? 689 00:59:35,757 --> 00:59:39,060 당신 그 현장에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690 00:59:39,060 --> 00:59:42,764 하지만 그 사건은 종전이 되어 691 00:59:42,764 --> 00:59:44,364 모든 것이 드러났어요 692 00:59:44,473 --> 00:59:46,789 1945년 8월 15일 693 00:59:46,868 --> 00:59:50,071 종전 정보가 알려지자 694 00:59:50,071 --> 00:59:55,076 이탈했던 병사들도 밀림에서 나왔습니다 695 00:59:55,076 --> 00:59:59,080 드디어 끝났다 안심하는 마음으로 696 00:59:59,080 --> 01:00:04,085 우리는 사단 본부가 있던 곳으로 집결했습니다 697 01:00:04,085 --> 01:00:09,090 그 중에 고토 소대의 생존자가 5명 698 01:00:09,090 --> 01:00:11,090 들어 있었습니다 699 01:00:18,900 --> 01:00:21,102 고토 소위는 어떻게 됐어? 700 01:00:21,102 --> 01:00:25,106 너희들의 소대장 고토 소위는 어떻게 됐어? 701 01:00:25,106 --> 01:00:28,109 - 자결하였습니다 - 웃기지 마 702 01:00:28,109 --> 01:00:32,113 그런 말로 이 센다가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나 703 01:00:32,113 --> 01:00:34,115 센다 소좌는 704 01:00:34,115 --> 01:00:37,018 포로를 참살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705 01:00:37,018 --> 01:00:38,920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706 01:00:38,920 --> 01:00:44,120 결국 한 명의 병사가 소대장 살인을 자백하자 707 01:01:00,141 --> 01:01:03,077 처형 이유는 상관 살해 708 01:01:03,077 --> 01:01:07,081 군법 회의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709 01:01:07,081 --> 01:01:10,085 재판도 안 하고? 710 01:01:11,085 --> 01:01:14,589 전쟁이 끝나가는 중에? 711 01:01:15,089 --> 01:01:17,089 바보 같은 712 01:01:18,793 --> 01:01:20,095 바보 같은 그런... 713 01:01:21,095 --> 01:01:24,098 형을 집행하기 전 714 01:01:24,098 --> 01:01:27,101 센다는 5명에게 선고했다고 합니다 715 01:01:27,101 --> 01:01:29,804 일본은 권토중래를 기하고 716 01:01:29,804 --> 01:01:33,107 30년 후에는 반드시 재기해서 717 01:01:33,107 --> 01:01:37,011 짐승같은 미국 영국에게 복수한다 718 01:01:37,011 --> 01:01:41,015 하지만 상관을 살해하는 719 01:01:41,015 --> 01:01:47,121 너희들 불충불령한 무리를 조국은 필요로 하지 않아 720 01:02:22,089 --> 01:02:24,092 여보 721 01:02:24,792 --> 01:02:28,597 정말 분했겠구나 722 01:02:29,797 --> 01:02:33,601 나에게는 당신이 필요했던 거야 723 01:02:33,901 --> 01:02:41,101 26년간 계속 필요했던 거야 724 01:02:45,913 --> 01:02:48,015 할아버지 빨리 빨리 725 01:02:48,015 --> 01:02:50,119 응응 응응 726 01:02:51,507 --> 01:02:55,721 전 육군 소좌 센다 타케오 727 01:02:52,119 --> 01:02:56,124 센다는 전범으로서 추궁당하는 걸 면했습니다 728 01:02:57,124 --> 01:03:01,128 그리고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729 01:03:01,128 --> 01:03:06,067 수년 전까지 동남아시아 개발 공단의 임원으로 있었습니다만 730 01:03:06,067 --> 01:03:10,071 지금은 은퇴하여 유유자적하다고 합니다 731 01:03:10,271 --> 01:03:13,074 뉴기니 전선의 회고록을 732 01:03:13,074 --> 01:03:16,074 집필중이라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733 01:03:20,081 --> 01:03:22,084 한 번 734 01:03:22,884 --> 01:03:26,589 우연히 센다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735 01:03:27,989 --> 01:03:31,092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습니다 736 01:03:31,092 --> 01:03:35,096 죽이고 싶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737 01:03:35,096 --> 01:03:38,100 부딪힐 정도로 접근했지만 738 01:03:38,900 --> 01:03:44,105 녀석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잊어버린 겁니다 739 01:03:44,105 --> 01:03:47,909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740 01:03:47,909 --> 01:03:53,114 그렇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하는 남자입니다 741 01:03:53,114 --> 01:03:55,117 - 자 갈까 - 응 742 01:04:05,469 --> 01:04:07,535 오해로군요 그건 743 01:04:08,062 --> 01:04:12,066 아니면 나에 대한 악의적 중상인가 744 01:04:12,066 --> 01:04:15,770 분명히 처형 사실은 있었어요 745 01:04:15,770 --> 01:04:19,073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육군 형법에 따른 746 01:04:19,073 --> 01:04:21,075 군법 회의의 결과예요 747 01:04:21,075 --> 01:04:24,879 그럼 왜 판결문이 없나요? 748 01:04:24,879 --> 01:04:29,083 글쎄 어떻게 된 걸까요 모르겠군요 지금에 와서는 749 01:04:29,083 --> 01:04:33,488 종전의 혼잡으로 분실했는지 혹은 750 01:04:33,888 --> 01:04:36,891 소각한 군 기밀 안에 섞여 있었는지 751 01:04:36,891 --> 01:04:41,095 어쨌든 전몰자 연명부에는 기입되어 있겠죠 752 01:04:41,095 --> 01:04:43,097 그런 거 믿을 수 없어요 753 01:04:43,097 --> 01:04:47,101 그렇게 말해 버리면 이야기가 안 되는군요 754 01:04:47,101 --> 01:04:49,504 처형의 죄명은 뭐인가요? 755 01:04:49,804 --> 01:04:53,107 물론 상관 살해 및 적전 당여라고 756 01:04:53,107 --> 01:04:57,111 - 당여란 집단으로라는 뜻이에요 - 하지만 연명부에는 757 01:04:57,111 --> 01:05:00,114 적전 도망이라고만 쓰여 있어요 758 01:05:00,314 --> 01:05:02,116 뭔가 잘못되었군요 759 01:05:02,116 --> 01:05:05,052 사무 처리상의 실수일지도 몰라요 760 01:05:05,052 --> 01:05:07,655 그렇게 엉터리 같은 것이었나요 761 01:05:07,655 --> 01:05:10,055 제국 육군이라는 건 762 01:05:11,759 --> 01:05:16,063 마음은 잘 알겠어요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763 01:05:16,063 --> 01:05:20,868 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법을 어겼으니까 764 01:05:20,868 --> 01:05:25,072 나는 그 사건의 군법 회의에는 직접 관계하지 않아요 765 01:05:25,072 --> 01:05:30,077 하지만 처형한 것에 관해서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766 01:05:30,077 --> 01:05:32,079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767 01:05:32,279 --> 01:05:36,884 당시 병사들은 모두 망연자실하고 있었어요 768 01:05:36,884 --> 01:05:41,088 무리도 아니죠 황군 불멸의 신념으로 싸워왔으니까 769 01:05:41,088 --> 01:05:43,891 하지만 우리 지휘관은 770 01:05:43,891 --> 01:05:48,095 언제까지나 패전의 비탄에 잠겨있을 수는 없었어요 771 01:05:48,095 --> 01:05:52,099 지기는 했지만 일본의 명예와 긍지를 위해서 772 01:05:52,099 --> 01:05:56,103 질서를 지켜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773 01:05:56,103 --> 01:05:59,907 군법 회의도 처형도 어쩔 수 없는 조치였어요 774 01:05:59,907 --> 01:06:03,043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그걸 단행했어요 775 01:06:03,043 --> 01:06:07,047 정말로 그 후 규율은 지켜지고 776 01:06:07,047 --> 01:06:10,050 일본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완수하고 무사히 777 01:06:10,050 --> 01:06:13,050 귀환까지 도달할 수 있었어요 778 01:06:16,056 --> 01:06:19,860 그럼 그럼 남편은 779 01:06:19,860 --> 01:06:21,862 본보기였다는 거예요? 780 01:06:21,862 --> 01:06:24,064 - 희생양이었던... - 그게 아니에요 781 01:06:24,064 --> 01:06:28,068 어떠한 경우에도 질서라는 건 필요한 거예요 782 01:06:28,068 --> 01:06:33,073 패전국 일본이 전후 여기까지 부흥 번영하고 783 01:06:33,073 --> 01:06:36,076 다시 세계열강의 전열에 가담한 것도 784 01:06:36,076 --> 01:06:38,779 전적으로 국가의 질서가 785 01:06:38,779 --> 01:06:42,082 견고하게 유지되었기 때문은 아니었나요? 786 01:06:42,082 --> 01:06:45,886 아니, 당신의 남편은 787 01:06:45,886 --> 01:06:50,090 유감스럽게도 상관을 살해했어요 788 01:06:50,090 --> 01:06:53,894 이유는 있다 하더라도 사람을 죽이면 심판받아요 789 01:06:53,894 --> 01:06:58,098 이건 민주주의 현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790 01:06:58,098 --> 01:06:59,500 당신 791 01:07:00,100 --> 01:07:04,038 그럼 당신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792 01:07:04,038 --> 01:07:07,041 스스로는 안 했어도 남에게 명령해서 시켰잖아요 793 01:07:07,041 --> 01:07:10,044 - 천황 폐하의 명령으로 - 전쟁은 794 01:07:10,044 --> 01:07:12,847 일본 전체가 했으니까 795 01:07:12,847 --> 01:07:15,551 그것과 이것과는 다르군요 796 01:07:17,051 --> 01:07:18,853 할아버지 왜 그래? 797 01:07:18,853 --> 01:07:21,056 응? 아무것도 아니야 798 01:07:21,756 --> 01:07:23,059 여기요 799 01:07:29,063 --> 01:07:33,067 잊으라는 건 무리일지도 몰라요 800 01:07:33,067 --> 01:07:39,073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잊는 게 필요해요 801 01:07:39,073 --> 01:07:42,877 과거에 연연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요 802 01:07:42,877 --> 01:07:45,880 - 난 달라요 - 내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803 01:07:45,880 --> 01:07:48,082 하나만 더 덧붙여 둡시다 804 01:07:48,082 --> 01:07:51,786 미군 병사 포로 살해는 고토 소위의 독단으로 한 거예요 805 01:07:51,786 --> 01:07:55,089 나는 관여하지 않았어요 그걸 은폐하기 위해서 806 01:07:55,089 --> 01:07:59,093 관계자를 처형했다는 건 당치도 않은 트집이에요 807 01:07:59,093 --> 01:08:03,093 게다가 처형당한 건 5명 전부는 아니에요 808 01:08:04,832 --> 01:08:08,035 상관 살해에 직접 손을 댄 3명뿐이에요 809 01:08:08,035 --> 01:08:11,038 나머지 2명은 금고형이었다고 생각해요 810 01:08:11,038 --> 01:08:14,041 그중 한 명은 병사했고 811 01:08:14,241 --> 01:08:17,044 나머지 한 명은 무사히 귀환했다고 들었어요 812 01:08:17,044 --> 01:08:22,049 확실히 테라지마 상등병이라든가 였군요 813 01:08:22,049 --> 01:08:24,049 테라지마 상등병? 814 01:08:29,056 --> 01:08:34,061 누가 뭐라고 해도 토가시 상은 훌륭한 전사예요 815 01:08:34,061 --> 01:08:38,065 맞다 지금 생각났는데 816 01:08:38,065 --> 01:08:42,069 토가시 군소 이하 3명의 범행을 자백한 것도 817 01:08:42,069 --> 01:08:44,569 확실히 그 테라지마 군이었어요 818 01:08:51,879 --> 01:08:53,081 그래요 819 01:08:54,281 --> 01:08:59,086 제가 그 자백한 병사예요 820 01:08:59,286 --> 01:09:04,825 살아나고 싶은 일념으로 전우를 배신했어요 821 01:09:04,825 --> 01:09:08,025 그래서 그런 꾸며낸 이야기를 했어요? 822 01:09:10,030 --> 01:09:14,034 자신이 한 일을 속이기 위해서 823 01:09:14,034 --> 01:09:17,037 나한테 거짓말한 거예요? 824 01:09:17,037 --> 01:09:20,040 무슨 말을 들어도 별수 없어요 825 01:09:20,040 --> 01:09:23,043 그런데 826 01:09:23,043 --> 01:09:27,043 진짜 이야기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827 01:09:30,050 --> 01:09:32,050 들어주실래요? 828 01:09:36,056 --> 01:09:39,860 종전 통지가 도착했을 때 829 01:09:39,860 --> 01:09:41,762 토가시 분대는 830 01:09:41,762 --> 01:09:46,066 본부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감시 초소에 있었는데 831 01:09:46,266 --> 01:09:49,069 온갖 것을 다 먹어 치워서 832 01:09:49,069 --> 01:09:53,074 아사 직전의 상태에 몰려 있었어요 833 01:09:54,074 --> 01:10:00,080 그러니까 사단 본부로 모이라는 명령을 받고도 834 01:10:00,080 --> 01:10:05,085 아무도 당장은 움직일 기력조차 없이 835 01:10:05,085 --> 01:10:10,091 잠시 멍하니 드러누운 채였어요 836 01:10:11,091 --> 01:10:15,896 특히 저는 말라리아와 영양실조로 837 01:10:15,896 --> 01:10:19,099 한 걸음도 못 움직일 정도로 약해져 있었어요 838 01:10:21,101 --> 01:10:26,101 거기에 갑자기 소대장이 나타났어요 839 01:10:33,113 --> 01:10:34,116 경례 840 01:10:36,116 --> 01:10:40,120 다들 들어라, 우리 소대는 이제부터 총공격으로 들어간다 841 01:10:40,120 --> 01:10:42,120 전원 총을 잡아 842 01:10:44,124 --> 01:10:47,928 사단 본부로 집합하라는 명령입니다만 843 01:10:47,928 --> 01:10:52,132 그럴 필요는 없어 종전이라는 건 헛소문이다 844 01:10:52,132 --> 01:10:55,135 일본은 불멸 황군은 불패다 845 01:10:55,135 --> 01:10:58,038 우리는 어디까지나 단호히 싸운다 846 01:10:58,038 --> 01:11:01,442 한 명도 남김없이 놈들의 목을 마구 베어준다 847 01:11:02,142 --> 01:11:04,079 뭐냐 그 낯짝은? 848 01:11:05,079 --> 01:11:07,081 왜 총을 안 드나? 849 01:11:07,081 --> 01:11:10,885 네놈들, 전쟁에 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거냐? 850 01:11:10,885 --> 01:11:13,888 일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거냐? 851 01:11:13,888 --> 01:11:16,491 어떤가 토가시 군소? 852 01:11:16,891 --> 01:11:19,093 뭐라고 말해 853 01:11:19,093 --> 01:11:21,896 네놈들 네놈들 나를 깔보는구나 854 01:11:21,896 --> 01:11:24,099 학도병 출신이라고 생각하고 855 01:11:24,899 --> 01:11:27,101 나는 일본을 사랑한다 856 01:11:27,101 --> 01:11:30,105 네놈들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857 01:11:32,005 --> 01:11:34,109 뭐냐 그 꼴은? 858 01:11:35,109 --> 01:11:36,411 일어나 859 01:11:37,111 --> 01:11:38,514 일어나지 못해? 860 01:11:39,714 --> 01:11:41,117 일어나 861 01:11:42,817 --> 01:11:44,119 좋아 이 자식 862 01:11:45,119 --> 01:11:47,121 네놈 같은 병사는 863 01:11:56,130 --> 01:11:57,633 이 새끼 864 01:11:59,933 --> 01:12:02,470 상관인 나를 향해 865 01:13:00,527 --> 01:13:02,127 그리고 어떻게 했나요? 866 01:13:15,075 --> 01:13:19,075 분대장님, 소대장님을 867 01:13:29,089 --> 01:13:31,091 소대장은 자결이다 868 01:13:31,091 --> 01:13:34,094 종전 소식을 듣고 미친 거다 869 01:13:34,094 --> 01:13:38,094 알겠어? 소대장은 자결이라고 870 01:14:16,069 --> 01:14:21,074 그리고 토가시 상네 4명은 871 01:14:21,074 --> 01:14:24,074 사단 본부를 향해 갔어요 872 01:14:27,080 --> 01:14:30,083 당신을 내버려 두고 갔어요? 873 01:14:30,083 --> 01:14:34,083 모두 겨우 걸었어요 874 01:14:37,090 --> 01:14:42,090 움직일 수 없는 제가 내버려지는 건 당연해요 875 01:14:46,099 --> 01:14:51,605 본부에 도착하면 사람을 보내주겠다는 것이었어요 876 01:14:52,105 --> 01:14:54,108 저는 877 01:14:55,108 --> 01:14:59,108 그걸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878 01:15:30,077 --> 01:15:32,081 소금 맛이다 879 01:15:34,081 --> 01:15:40,087 자신의 몸속에 이런 맛있는 것이 남아 있어 880 01:15:40,087 --> 01:15:44,592 그건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881 01:15:45,092 --> 01:15:50,092 그리고 급격히 굶주림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882 01:15:55,102 --> 01:15:58,106 이걸 883 01:15:59,106 --> 01:16:02,106 먹을 수 있을까 884 01:17:22,055 --> 01:17:25,760 나는 사람을 먹었어 885 01:17:27,060 --> 01:17:28,464 사람을 886 01:17:31,064 --> 01:17:32,567 하지만 887 01:17:34,067 --> 01:17:37,471 세상은 별로 변해 있지 않아 888 01:17:49,082 --> 01:17:53,589 사람을 먹었다고 그게 어쨌다는 거야 889 01:17:56,089 --> 01:18:00,494 나는 살아 주겠어 살아남고 말겠어 890 01:18:21,047 --> 01:18:26,052 저는 먹어 버렸어요 891 01:18:26,052 --> 01:18:32,052 당신의 남편이 죽인 사람의 고기를 892 01:18:40,066 --> 01:18:41,768 덕분에 893 01:18:41,768 --> 01:18:46,573 저는 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894 01:18:47,073 --> 01:18:49,876 다음 날 제가 겨우 895 01:18:49,876 --> 01:18:53,079 사단 본부에 다다랐을 때에는 896 01:18:53,079 --> 01:18:55,882 이미 센다 소좌가 897 01:18:55,882 --> 01:19:00,087 토가시 상네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898 01:19:01,387 --> 01:19:05,025 물론 저도 고문받았어요 899 01:19:05,025 --> 01:19:12,032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총살이라고 협박받았어요 900 01:19:12,032 --> 01:19:17,037 저는 어떻게든 살고 싶었어요 901 01:19:17,037 --> 01:19:23,043 게다가 소대장이 미쳤다는 걸 고하면 902 01:19:23,043 --> 01:19:28,048 토가시 상네의 죄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903 01:19:28,048 --> 01:19:33,053 그렇게 생각하고 저는 일체를 고백했어요 904 01:19:33,053 --> 01:19:37,053 물론 고기를 먹은 걸 빼고 905 01:19:39,059 --> 01:19:44,059 그런데 토가시 상네는 살해당하고 말았어요 906 01:19:46,066 --> 01:19:51,071 직접 손을 대지 않은 나카무라 고초는 907 01:19:51,071 --> 01:19:55,075 복원 전에 병사하고 908 01:19:55,075 --> 01:20:00,075 저만 일본에 돌아왔어요 909 01:20:05,085 --> 01:20:10,090 도쿄는 완전히 타버린 벌판이었어요 910 01:20:10,090 --> 01:20:14,094 사람들은 거기서 부끄러움도 체면도 없이 911 01:20:14,294 --> 01:20:17,599 인간을 드러내면서 살고 있었어요 912 01:20:19,099 --> 01:20:26,006 그게 제 마음에 얼마나 친근하게 비쳤는지 913 01:20:26,006 --> 01:20:29,109 모두 나와 똑같다 914 01:20:29,109 --> 01:20:34,114 사람을 먹고 전우를 배신한 빚도 잊고 915 01:20:34,114 --> 01:20:40,020 제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했어요 916 01:20:40,020 --> 01:20:44,124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어요 917 01:20:44,124 --> 01:20:47,857 세상은 금세 질서를 되찾기 시작했어요 918 01:20:46,413 --> 01:20:47,857 특수 붐과 강화 조약 919 01:20:51,131 --> 01:20:55,136 거리도 집도 복장도 920 01:20:56,136 --> 01:21:00,140 점점 깔끔하게 완성되어 가는 중에 921 01:21:00,440 --> 01:21:03,076 저만 혼자 922 01:21:03,076 --> 01:21:08,076 바보처럼 남겨져 가는 걸 느꼈어요 923 01:21:09,883 --> 01:21:11,085 그리고 924 01:21:12,000 --> 01:21:18,091 사람을 먹고 전우를 배신한 그 쓰라린 추억이 925 01:21:18,091 --> 01:21:23,091 내내 제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어요 926 01:21:25,098 --> 01:21:27,098 저는 도망쳤어요 927 01:21:29,903 --> 01:21:32,503 세상에 쫓겨 도망쳤어요 928 01:21:38,111 --> 01:21:43,717 그리고 이 조선인 부락에 정착했어요 929 01:21:44,417 --> 01:21:47,821 그렇지만 여기도 아마 930 01:21:47,821 --> 01:21:51,121 앞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겠죠 931 01:22:14,080 --> 01:22:18,084 제가 정착할 만한 땅은 932 01:22:18,084 --> 01:22:24,090 그 불탄 흔적 같은 편안한 세상은 933 01:22:24,090 --> 01:22:30,090 이제 지금의 일본에는 남아있지 않을지도 몰라요 934 01:22:37,103 --> 01:22:39,107 테라지마 상 935 01:22:41,107 --> 01:22:46,114 남편의 임종을 들려주세요 936 01:22:48,114 --> 01:22:51,119 오치 상에게 듣지 않았나요? 937 01:22:53,119 --> 01:22:55,122 오치 상? 938 01:22:56,022 --> 01:23:00,627 오치 상이 사형을 집행한 헌병이에요 939 01:23:30,089 --> 01:23:32,092 저기 940 01:23:32,892 --> 01:23:34,094 부인 941 01:23:35,094 --> 01:23:38,098 - 아, 언젠가의 - 네 942 01:23:39,098 --> 01:23:43,102 저기, 남편분 943 01:23:43,102 --> 01:23:46,105 네, 당신이 오신 날 밤 944 01:23:46,105 --> 01:23:48,108 트럭에 치였어요 945 01:23:49,005 --> 01:23:50,108 네? 946 01:23:57,116 --> 01:24:01,621 그날 밤은 전에 없이 마시고 일하러 나갔어요 947 01:24:02,121 --> 01:24:05,860 적신호인데 건너려고 한 것 같아요 948 01:24:06,860 --> 01:24:09,062 조심성 많은 사람인데 말이죠 949 01:24:09,062 --> 01:24:11,066 어떻게 된 걸까요? 950 01:24:13,066 --> 01:24:15,069 하기야 맹인이니까 951 01:24:15,869 --> 01:24:18,673 신호는 몰랐겠지만 말이에요 952 01:24:20,073 --> 01:24:21,775 저기 사모님 사진 953 01:24:21,875 --> 01:24:24,679 어머 미안해요 깜빡깜빡해서 954 01:24:25,879 --> 01:24:30,079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런 사진밖에 없었어요 955 01:25:04,951 --> 01:25:07,054 토가시 상은요 956 01:25:08,054 --> 01:25:12,059 죽기 전에 오치 상에게 말했다고 해요 957 01:25:13,059 --> 01:25:16,059 밥이 먹고 싶다고 958 01:25:19,966 --> 01:25:21,068 밥이? 959 01:25:21,768 --> 01:25:24,070 그래, 일본인답게 960 01:25:24,070 --> 01:25:26,072 쌀밥이 먹고 싶어 961 01:25:26,372 --> 01:25:28,072 이런 걸로 성불할 수 있겠어? 962 01:25:31,077 --> 01:25:34,077 - 쌀 같은 게 있었나? - 글쎄요 963 01:25:44,090 --> 01:25:47,093 밥을 먹여주기 전까지는 사형 따위 당할 수 없어 964 01:26:45,284 --> 01:26:47,488 이런 것밖에 없었어 965 01:26:48,988 --> 01:26:50,388 참고 먹어 줘 966 01:30:30,810 --> 01:30:32,110 일본은 어느 쪽입니까? 967 01:31:41,914 --> 01:31:45,117 사카이, 코바리 손 줘봐 손 줘봐 968 01:31:45,117 --> 01:31:47,119 손 줘봐 손 줘봐 969 01:31:47,219 --> 01:31:48,721 알겠어? 알겠어? 970 01:31:48,721 --> 01:31:50,523 우리는 끌려갔을 때도 함께였지만 971 01:31:50,523 --> 01:31:53,726 살해당할 때도 함께다 알겠지? 알겠어? 972 01:31:53,726 --> 01:31:55,928 처 처... 천황 폐하 973 01:31:55,928 --> 01:31:57,130 쏴 974 01:32:23,389 --> 01:32:27,089 천황 폐하라고 했군요 975 01:32:29,996 --> 01:32:33,099 만세라고 할 생각이었을까요? 976 01:32:33,099 --> 01:32:37,104 아니요 그렇게는 들리지 않았어요 977 01:32:38,104 --> 01:32:41,108 뭔가 호소하는 듯한 978 01:32:42,108 --> 01:32:48,108 아니, 항의하는 듯한 그런 외침이었어요 979 01:32:59,125 --> 01:33:04,064 남편과 함께 살해당했던 사람들의 가족은요? 980 01:33:05,064 --> 01:33:08,569 사카이 상등병의 아내는 981 01:33:10,069 --> 01:33:14,069 사카이의 남동생과 재혼했다고 해요 982 01:33:19,000 --> 01:33:24,584 지금 신슈의 산속에서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983 01:33:25,084 --> 01:33:29,088 이제 옛날 일은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984 01:33:29,088 --> 01:33:32,088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고 해요 985 01:33:56,115 --> 01:34:01,000 코바리 일등병의 고향은 히로시마예요 986 01:34:04,056 --> 01:34:07,060 부모님도 형제도 전부 987 01:34:07,860 --> 01:34:10,560 예의 원폭으로 죽었다고 해요 988 01:35:02,114 --> 01:35:06,052 나라가 멋대로 시작한 전쟁조차 989 01:35:07,052 --> 01:35:12,058 뒤처리는 전부 우리가 뒤집어쓰고 있네요 990 01:35:30,368 --> 01:35:32,269 불복 신청서 1953년 8월 15일 각하 (기각) 991 01:35:39,084 --> 01:35:42,589 여보, 당신 역시 992 01:35:44,089 --> 01:35:48,595 천황 폐하께 꽃을 올려줄 수 없네 993 01:35:50,095 --> 01:35:55,101 하지만 무엇이 어찌 된들 994 01:35:56,101 --> 01:36:00,105 당신은 성불할 수 없겠지만 995 01:36:01,921 --> 01:36:04,117 태평양 전쟁 전몰자 996 01:36:04,117 --> 01:36:06,117 전투원 220만명 997 01:36:06,117 --> 01:36:08,117 비전투원 90만명 998 01:36:08,117 --> 01:36:10,117 총계 310만명 999 01:36:10,117 --> 01:36:16,617 태평양 전쟁 전몰자 전투원 220만명 비전투원 90만명 총계 310만명 1000 01:36:18,605 --> 01:36:2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