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이지?

23분요

거의 다 됐네

- 이거!
- 그럼…

조금만 더 있어

니레노 씨!

쇼지 씨!

어디까지 가세요?

그게…
딸이 대학을 가서요

아, 그래요? 어디로요?

도쿄 쪽이에요

도쿄의 대학?
대단하네요

혼자 가나요?

예, 그래요

이거 큰일이네
이제 쓸쓸해지시겠어요

그러시니 쑥스럽군요

뭐가 쑥스러워요

1998년 이와이 슌지 감독 작품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저…

사쿠라가오카 2번지라면
이 근처 아닌가요?

2번지라면 여기인데요

사쿠라가오카 2의, 2의…

2의 4-5번지요

아, 여긴가요

쭉 가시다가
왼쪽으로 꺾으시면 돼요

잠깐, 후진이요 후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어서! 어서!

오래 걸려서 죄송해요

발 조심해라

머리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세요

예?

저기, 짐 배달 왔습니다

- 안녕하세요?
- 문 좀 고정시켜 주실래요?

예

밑에… 이거

거기 계세요

도와 드릴게요

마구 올라올 테니
여기 계세요

예

- 이봐!
- 예

작은 건 나중에 하고
큰 것 먼저 옮기라고

어서!

그러니까 그거 말고
큰 것부터! 어서!

2층인가 보네

신혼인가 봐

- 올라가시나요?
- 아뇨

- 조금 비켜 주시겠습니까?
- 위험해요!

내려놓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두 안 들어가겠네요

좀 들어낼까

뭔가 안 쓰는 것 있나요?

- 그게…
- 냉장고는 필요하겠고…

이 침대, 쓰실 거죠?

아, 네

이 소파도 쓰세요?

이거 꽤 차지할 텐데요

침대가 있으니까
필요 없지 않나요?

음…

버리죠

네…

텔레비전은 볼 거고

이부자리가 두 채네요

하나는 필요 없지
혼자 사시잖아

그래도 친구라든지 오면요?

어? 안 올 거야
나는 안 왔었어

여기 서명이오

아, 예

저기…

이건 어떻게 할까요?

- 이건 쓰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 그러게, 쓰세요!

예

- 그럼
- 감사합니다

예?

저기
오늘 이사 온 니레노라고 하는데요

아… 안녕하세요

이거, 별거 아니지만…
아사히카와 과자예요

- 감사합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해요

- 학생인가요?
- 예

그래요, 열심히 해요

- 예
- 그럼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도 아름답지만
당신이 더 빛난다’

학장님 연설입니다

글로벌 시대라는 생각을 해 보면

21세기는
여러 문제가 닥쳐올 것입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은…

키쿠타 유미코라고 합니다

여중, 여고를 나와서
이곳 환경이 기쁩니다

취미는 실내는 피아노
실외는 테니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도쿄가 고향인
야자와 하루키라고 합니다

취미는 미식 축구와
혼자 떠나는 여행입니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3년 전에 도쿄로 이사 왔습니다

사노 사에코
나카노 구립 고등학교 출신

취미는 낚시, 끝

처음 뵙겠습니다
타쿄 케이입니다

전 외국에서 자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Oh, nice to meet you!
- 영어 잘 해요?

- 네
- 남자친구 있어요?

지금은 없습니다만
소개해 줄 만한 사람 있나요?

그럼요! 전 어때요?

미안한데 제 타입이 아녜요

농담이에요

토치기 출신 오치아이 타로입니다
운동으로 유도를 좀 했습니다

특별히 기술을 걸거나 하진 않으니까
겁내지 말고 말 걸어 주세요

그럼 다음은 너

- 도쿄의…
- 가와사키에서…

- 도쿄의…
- 가와사키에서…

도쿄도 후추시 출신 지비키 고우입니다
혼자 살고요

좌우명은 ‘항상 튼튼히!’
카와세 타다유키입니다

니레노 우즈키입니다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 출신입니다

성격은…
밝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취미는… 음악 감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질문?

홋카이도는 역시 춥나요?

- 예
- 당연한 걸 묻냐?

저기, 스키는 잘 타나요?

아니요

그쪽 사람들은
다들 잘 타지 않나요?

전… 별로

왜 이 대학으로 왔어요?

예?

여기 응시한 이유

글쎄요

그게

뭐랄까…

여러가지로 환경이라던가…

죄송합니다

그 스웨터 덥지 않나요?

홋카이도 출신이라잖아

- 다음은 너!
- 누구, 저요?

여기 앉아도 되니?

제2 외국어는 뭘로 할 거야?

예?

프랑스어는 간단할까?

글쎄요…

이름, 뭐라고 했지?

니레노인데요

니레노?

니레노 우즈키예요

니레노 우즈키

예

난 사에코

- 사에코 씨…
- 사노 사에코

사노 사에코 씨

밥이 맛없지?

내일 바쁜 일 있니?

예?

내일, 일요일이잖아

아…

쇼핑하러 안 갈래?

- 내일은 조금…
- 무슨 일 있어?

방금 이사 와서
짐 정리라든가, 이래저래…

다음에 어때요?

미안, 이름이 뭐랬지?

니레노 우즈키예요

비 갠 후 반짝거리는
오후의 언덕길

당신은 눈부신 듯
눈을 비비며

나의 대문을 두드렸지만

내일이 되면
어차피 깨어날 꿈

너는 잠시나마 안 좋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길 좀 여쭤 보고 싶은데요

‘무사시노도’라는 서점 아십니까?

‘무사시노도’요?
쭉 가시면 바로 있어요

- 왼쪽이오
- 왼쪽…

감사합니다

- 아니 아니, 저쪽이오
- 저쪽이오? 감사합니다

저…

예

여기 몇 시까지 하나요?

6시까지요

그렇군요

토키치로, 망할 놈!

감쪽같이 속았군

이제는 더 이상…

주군!
아직 포기하시면 아니됩니다

짧은 천하였지만 후회는 없다!

시대는 변한다

이 전국 시대도
머지않아 막을 내릴 것이다

언젠가는 평화가 오겠지

그것이 내가 바라던 꿈
내가 염원했던…

노부나가를 죽인 것은
그런 시대를 위한 것인데

토키치로는
어차피 졸지에 출세한 놈

그런 놈들은
한 세대로 끝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누가…

평화 시대의 지배자가 될지
아마도…

마츠다이라 이에야스

나의 꿈을
그가 반드시 이루어 줄 것이다

미츠히데!

웬 놈이냐!

천하를 쥔 인물도 아닌 네게는
꽤나 어울리지 않는 꿈이로군

노부나가!

- 네놈이 어찌?
- 귀신이다

네놈의 기습을 모르고 당할 나라고
생각했느냐?

뭐라고?

토키치로가 이렇게 빨리 반격한 이유를
생각해 보게나

그렇다면 혼노지에서 자해한 자는
카게무샤였나?

카게무샤가 아니다
그건 이에야스였다

이에야스?!

이에야스라고 했나?

이에야스라고?

그 녀석은
오다 노부나가로서 죽어 줬지

그리고 지금부터는

내가 이에야스 대신
천하를 지배한다

이에야스 대신이라고?

왜 그런 복잡한 짓을?

아즈치모모야마 시대가 끝나면
도쿠가와 바쿠후에 의한 에도 시대다

내가 천하를 지배하려면
다른 수가 없었다

네가 그걸 어찌 알았느냐?

그래, 저승 선물로 이야기해 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내 검에 죽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라

이놈!

오, 오지마!

뭐야, 이 깡통은

여기 쉬는 날도 있나요?

내일 쉬어요

저기요

이거…

이거… 이봐요!

이거 당신 거예요

저기, 서클 정했어?

아직…

너 낚시 안 할래?

낚시?

낚시라면… 이런 낚시?

재미있다고, 낚시

다음 수업까지
리포트를 제출하세요

‘일본 무역의 직접 투자 추이’에 관해서

글쎄, 낚시는 한마디로 말해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린 ‘플라이’가 전문이지

플라이라고 아나?
‘플라잉 피싱’

뭐 계류낚시의 일종이지만
이런 가짜 미끼를 쓰는 거야

혹시 지렁이 같은 거
만질 수 있겠어?

그렇지? 여자니까 말야

하지만 플라이는 이런 가짜 미끼를 사용하니까
여자라도 전혀 문제 없어

너랑 어울리는데

기념으로 줄게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
본 적 있으려나?

저기, 브래드 피트 나오는 건데

- 봤어요
- 봤어?

그게 바로 ‘플라잉 피싱’이야

그거, 마지막에 브래드 피트가
곰한테 죽는 거죠?

아니, 곰한테 죽는 건 아닌데…

지금 가입하면
‘손오공의 여의봉’을 선물로 준다고!

와! 오비스 4번

초보자한텐 아깝지, 이거

어때?

오! 하고 있구나

저기요…

모두 뭘 낚고 있는 거죠?

연습이야! 연습

너, 꽤나 소질이 있는데

- 그래요?
- 그래

잠깐 줘 봐

이거, 릴을 바꾸는 게 좋겠는데
좀 기다려 봐

뭔가 리듬 체조 같네

- 이런 느낌으로…
- 감사합니다

오비스 4번에는
CFO 3번 릴이 좋다고

이건 명기 중의 명기야

당분간 너 빌려 줄게

네 친구 중에 말이야
낚시하고 싶은 사람 없을까?

예?

네가 친구 하나 가입시키면
이 릴을 공짜로 줄게

사노!

- 안녕
- 안녕

오늘 첫 수업이 뭐야?

문학 인류학

난 세계사

사노!

- 오늘 서클 못 갈 것 같아서…
- 그래?

미안

자, 그럼

- 저기, 그만둘 거야?
- 뭐?

- 서클 말이야
- 아니

- 진짜?
- 응

잠시 실례합니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여기 있네요

5,000엔 거스름돈입니다

- 커버 씌워 드릴까요?
- 괜찮아요

네

저기…

저녁 식사 같이 하실래요?

예?

제가
카레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미안해요, 벌써 먹었거든요

네, 죄송해요

응… 낚시

왜 이상해? 그런가…

뭔가 안 해 본 걸 해 보고 싶어서…

괜찮지 않을까 하고

아, 여기는 따뜻해
꼭 여름 같다니까

밤에는 조금 춥지만…

누가 왔나 봐, 잠깐만

네

무슨 일이신가요?

저기, 아까 그렇게 거절한 게
죄송해서요

아니에요

일부러 만들었는데
왠지, 남으면 미안한 것 같아서요

괜찮습니다

- 괜찮아요?
- 예

저… 혹시 남았다면
먹을 수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들어오세요
드시고 가세요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뭔가 우리 집 문이랑
색이 틀리네요

그래요?

이쪽이에요

실례할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저, 앉아서 기다리세요

제가 할게요

고마워요

예쁜 방이네요

뭔가 학생 방이라는 느낌

여보세요
아, 미안해

응, 이웃분이 오셔서…

나중에, 다시 한번 걸게

요시에?
아, 알아 알아

아, 그래?

있잖아

후카츠 선배 멋있지 않아?

응? 누군데?

부장 말이야

- 아…
- 어때?

우즈키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뭐?

홋카이도에 애인 없었어?

응?

사귀던 사람이라던가

짝사랑은 있었지만…

어라, 나랑 같네

어떤 사람이었어?

멋지고 똑똑한 사람

똑똑해?

응, 굉장히 똑똑했어

똑똑한 사람이 좋아?

그런 건 아니지만…

작년 봄
선배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가 버렸다

무척 슬펐다

야마자키

무사시노 대학

무사시노 대학이라고 아니?

응? 도쿄에 있는 거?

아, 꽤 유명하잖아

지원할 거야?

도쿄의 무사시노 대학

친구 오노다 나츠코 말로는
꽤나 유명한 대학이라고 했다

그래도 ‘무사시노’라는 어감은
왠지 선배를 연상시켰다

‘무사시노’, ‘무사시노’

난 쿠니키다 돗보의 ‘무사시노’를 읽었다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그 후 ‘무사시노’라는 장소
‘무사시노’라는 지명이

내 안의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무사시노… 무사시노… 무사시노

무척 넓은 들판에서
특기인 기타를 치는 선배의 모습

그 영상이
벽에 걸린 액자처럼

나의 뇌리에 새겨져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선배!

수험 공부에 몰두하던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도쿄에 놀러갔던 후배 다키자와 마리코가
찾아왔다

무사시노

이 커버를 누가 싸 준 건지
알아요?

야마자키 선배

‘무사시노’라 적힌 갈색의 커버에는…

‘무사시노도’라는 서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선배
그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한대요

그래?

고마워

좋아했거든

쿠니키다 돗보

무사시노의 초원을 헤매였던 나는

드디어 선배가 있는 곳을
겨우 찾아낸 것이다

‘무사시노’에 있는 ‘무사시노도’

난 남은 고교 시절 반년의 전부를

‘무사시노’에 바쳤다

어서 오세요

저기…

예

죄송한데요, 저 책 좀…

저… 노란색 표지요

죄송해요

이거 말입니까?

- 여기 있어요
- 고맙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기…

고교…

기타 고교 나오지 않았나요?

네, 다녔어요

그렇죠? 1년 후배였죠?

기억하세요?

아, 이름이?

우즈키, 니레노 우즈키예요

여긴 어쩐 일로?

- 대학에…
- 여기서 대학을?

예, 무사시노에요

그래? 나도 무사시노 다녀

아… 그렇구나

2,930엔입니다

3,030엔 받았습니다

이 근처에 살아?

예

그럼 다시 한번 들려

예

비가 오기 시작하네

자, 그럼…

아, 우산! 우산 빌려줄게
잠깐만 기다려

괜찮아요, 괜찮아요

가까우니까요

그럼, 선생님
언제 식사라도 하시죠

카토 씨!

우산 있으세요?

- 비가 오나?
- 막 쏟아져요!

퍼붓는구먼…

자네, 우산 없나?

이거 쓰게

아뇨, 괜찮습니다

안에 몇 개 더 있으니까

그런…

그럼 잠깐만 빌려주시겠어요?

제가 우산을 사서
바로 돌아올게요

금방 올 테니까요

야마자키 선배!

무슨 일이야?

저기…

역시 우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비가 점점 더 심해지네요

지금 쓰고 있잖아

이건 빌린 거예요
길 건너편에서

잠깐 기다려

손님들이 잊고 간 거야
좋은 걸로 골라

그럼… 이거

역시!
그걸 고를 줄 알았지

그럼

잠깐 기다려

안 되겠어, 그거 부서진 거야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긴… 기다려

이걸로 좋아요

이건 어때? 너무 화려한가?

이걸로 괜찮아요
이게 좋아요

선배
아직도 밴드 활동 하세요?

아니

어떻게 알았지?

선배, 유명했잖아요

진짜?

저한테는요…

뭐?

이것, 다시 돌려주러 올게요

괜찮아

돌려주러 올게요

그래

이것 참…
자네 판단이 옳았어

여기도 우산이 그것뿐이더군

실례했어요

괜찮아요

그거 어떻게 된 거야?
주워 왔나?

아… 예

그럼

감사합니다

성적이 안 좋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담임인 모리야마 선생님께서는
기적이라며 축복해 주셨다

하지만, 이왕 ‘기적’이라고
표현할 거라면

난 그걸 ‘사랑의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