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학원의 부적합자 2 07

신들의 전승에 따르길―

그 옛날, 고대의 마족이

신을 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마검이 있었다

 

sub by 별명따위

 

이리 오렴, 세네테로

 

그 신수들은 어떻게
들어온 걸까?

들어온 게 아니겠죠

그 벽은 신족에게 있어
강력한 저주입니다

 

그러니까… 그 뜻은?

 

벽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침입해 있던 거겠지

그렇구나

이 무렵에는 아직 벽에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지?

 

혹시

그 노우스갈리아라는 신족이…

 

아직 이 숲에?

안심해 주십시오

 

저의 주군의 명은
당신을 호위하는 것

위협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곁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신은 완고하지만
상냥한 면도 있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건 저의 주군의
자비입니다

 

- 레노!

할머니가!

할머니가 돌아가셔!

사라진다구!

 

다 같이 배웅해 주자

 

『07 그저 단 한 자루의 검과도 같이』
할머니…

『07 그저 단 한 자루의 검과도 같이』
 

잘 돌아왔구나, 레노…

 

이런

아무래도 오늘은 귀여운
손님도 온 모양이구나

이름은?

아노슈·폴티코로다

나는 대전의 수목, 미게로노프

인간에게 대전을 살아나갈
지혜를 내려주는 정령이란다

 

잎을 잡아보려무나

너희에게 싸우기 위한
지혜를 내려줄 거다

 

아아, 네게는 필요가 없는 모양이구나

사라진다고 들었다만

소문과 전승이 끊어진 것인가?

아무래도 싸우는 게 아니어도
가르쳐 줄 만한 게 있었던 모양이다

정령이 사라지는 조건은
또 하나 있단다

그건 자신의 소문과 전승에
등을 돌렸을 때

내 전승은 인간에게 마족과
싸울 지혜를 내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과 마족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혜를 쥐어짜냈지

 

잎이!

할머니!

미안해!
내가 고집을 부려서…!

 

대전의 수목은 전쟁이 끝나면
잊혀지는 거란다

어차피 나는 사라질 운명이었던 거다

 

레노, 네게도 언젠가
선택해야 할 때가 오겠지

 

소문과 전승을 지킬 것인지,

그걸 등지고 소중한 자를
지킬 것인지

이건 정령의 숙명이란다

 

망설임이 생기거든
네 마음에 물어보려무나

정령은 전승에
지배되는 게 아니다

마음은 언제나 네 것이란다

 

할머니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는 거다

나는 만족했다

분명 곧 평화가
찾아올 테니까…

 

곤란하군요

 

당신의 눈물을
막고자 했습니다만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저기, 신

마왕은 나를
위로해 달라고 했을까?

 

괜찮아!

나는 슬플 때에는
울지 않아

내 눈물은 정령이 되니까!

 

아이가 태어나는 때에는
역시 기쁜 눈물을 흘리는 게 좋아!

 

와오!

 

커다래요…

 

이건?

근사한 소문을 찾았거든

평화로운 시대의 배움터

할아버지 선생님이
다양한 것을 가르쳐 주는

새로운 우리의 가족!

교육의 대수
에니유니엔이야

 

이 대수 안에서는
폭력을 행사할 수 없어서

신수가 습격해 와도 문제없어

레노는 자유롭게
정령을 낳을 수가 있군

정령의 어머니라고 해도
자유로운 건 아니야

감정이 흘러넘치는 느낌일까?

나와는 상관없이
태어나는 정령도 있으니까

 

리나도 분명 그럴 거야

 

응…

 

아노슈네는 한동안
아하르트헤른에 있을 거야?

가능하다면 한동안
신세를 지고자 한다

알겠어

유랑 예술가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아서

모두 기뻐할 테니까

감사하지

신, 같이 와 줘

 

레이, 미샤

저 둘을 감시하고 있어줘

나는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 응
- 알겠어

 

100권 정도인가

아직 적군

미안하구먼

아직 교육을 할 준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뭐, 일단 찾아보도록 하지

제시아

 

녹색 책을 찾아줘

사랑의 요정, 플랑이
적혀 있는 책이다

누나한테 맡겨둬

…예요

 

플랑은 보답받지 못한 사랑이
형태를 이루어서 맺어주는 정령이었지?

그렇다

이 숲에 페이지가 찢긴
책이 있었다

이 시대라면 찢어지기 전의
책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제시아는 내가 보고 있을게

무언가 있거든 알려줄게

맡겨두지

 

신은 내 호위가 끝나면
어쩌려고 했어?

섬길 주군이 안 계신 시대를
살아간다 한들

의미는 없습니다

저의 주군의 뒤를 좇아
2,000년 후에 전생할 것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이 숲에 신족이
숨어 있는 것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걸까?

어째서죠?

 

좀 더 신하고 놀 수 있으니까

 

자, 신!
이건 뭐게~?

 

모르겠습니다

눈물꽃(涙花)이라고 하는데
내 눈물을 흡수한 꽃이야

아까 대수를 낳아낸 것입니까?

응!

눈물꽃이 시들지 않고
결실을 맺는다면

그건 소문과 전승을
정령으로 만들어 주거든!

그러니까 시들지 않도록
애정을 담아 보살펴 주는 거야

 

이렇게!

 

좋아!
그럼~

 

신도 해보자!

 

- 자
- 왜 제가?

신은 있지

생물이나 생명과
좀 더 접해보는 게 좋아

그러면 분명 즐거울 거야

 

생명과 접하는 거라면
셀 수 없을 정도로―

그런 게 아니야!

아무튼, 자!

 

어쩔 수 없군요

 

잠깐, 잠깐!
그럼 안 돼, 신!

눈물꽃을 키우기 위해서는
애정이 중요해!

애정…

웃어 봐!
우선은 미소를!

 

정말, 그러니까 애정을
담아야 한다니까!

애정!

좀 더 진심으로 해 봐!

사랑은 모릅니다

아, 그런 고집적인
태도는 좋지 않아

그치만 신은 마왕 아노스는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마왕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물을 주면 돼

그 마왕께선 저를
구해주신 분입니다

섬기고 있던 것은
사랑이 아닌 은혜를 느꼈기에

이 몸은 과거에도, 지금도
한낱 검에 불과합니다

그건…

아, 찾았다!

아저씨 찾았다!

놀아줘, 놀아줘!

- 검 아저씨!
- 놀자~

 

아까 구해줘서 따르게 됐나 봐

이거 봐!

 

응? 놀자!

정령 모두와
술래잡기를 하는 거야!

모두, 신한테서 1분 동안
도망쳐 다니면

신이 뭐든 들어준대~

준비, 땅!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헤에~

마왕 아노스의 오른팔은
정령을 붙잡을 자신 하나 없구나~

그런 거구나~

흘려들을 수 없겠군요

 

신은 정령 같아

무슨 뜻이죠?

사랑을 잊은 검술사 정령~

있을 것 같아서

 

자, 1분

 

모두 붙잡지 않았습니까?

붙잡지 못했어

정령은 아직 있으니까

바·로·나!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신한테
뭘 해달라고 할까~

레노 님, 신
손님이 왔다네

누군데?

치사왕(熾死王), 엘드메드라고 하는군

신족 일로 할 말이 있다는군

 

용건은?

어이, 어이
그리 험악한 얼굴은 하지 말게나

좋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왔다네

나는 천부신(天夫神), 노우스갈리아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네

 

얼마 전, 녀석은 어느 계획을
내게 제안해 왔었지

녀석이 노리는 것은―

 

너다!

어머니 된 대정령!

 

노우스갈리아는 너를 모체로
신의 아이를 낳게 만들려 하고 있다!

2,000년 후에 마왕 아노스를
멸해버리기 위해서

 

뭐라고 대답했습니까?

물론 흥미가 있다고 대답했다―

 

역시 마왕의 오른팔!

너 정도 되는 남자를
거느리다니

마왕 아노스의 인망은
정말 훌륭하군!

하지만 너라면 이해할 것이다!

마왕에게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저의 주군께 결점은 없습니다

그래?
그래, 그래!

그렇다!
그야말로 그것이 결점이다!

포학의 마왕에게 결점 따윈 없다!

결점이 너무 없어서
마왕 아노스에겐 적이 없다!

녀석에게는 적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보다도 강하고!

그리고 진정한 마왕이 되기 위해서!

나는 그것이 보고 싶은 것이다!

 

저 녀석, 뭐라는 거야?

엘드메드는 언제까지고
어린애로군

한 번 가볍게 쓰다듬어준 이후로
날 건드리게 되었다

 

내게 영문을 모르는
기대를 품고서

어떻게 생각해?

기분 나빠

그렇지?

거기다 당해도
유쾌하게 웃으니까

처리하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나는 언제, 어느 때라도
마왕의 적이다

하지만 결코 신의 편도 아니다

신의 아이가 과연 정말로
마왕에게 어울리는 적수가 되는 것인가!

이거야, 이거야~
의문이군!

의문만이 남는다!

그래서 너희에게 노우스갈리아의
계략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너희는 전력으로 신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저지해라!

마왕의 오른팔과 대정령도
그 탄생을 저지할 수 없을 정도의 존재라면

그건 분명!

녀석과 싸우기에 적합한
적이 될 것이다!

그 순간까지는 이 치사왕은
너희의 편이다!

 

신, 이 사람 이상해

신경 쓰시지 마십시오

늘상 있는 일입니다

 

요컨대 신의 아이의 탄생을 저지하면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냐며
흥미를 잃겠죠

오오!
역시 잘 알고 있군

 

노우스갈리아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시죠

 

- 여기에?
- 그래

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신족은 질서에 따라
행동을 해서 말이지

녀석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자, 샘의 중앙으로 오게나

 

천부신 노우스갈리아는
신을 낳는 질서

즉, 조건은―

이거다!

 

치사(熾死)의 모래시계다

이 모래가 전부 떨어졌을 때
저주받은 자는 목숨을 잃는다

 

무슨 생각이죠?

대정령 레노는 신의 아이를
낳기 위한 모체

그녀를 없애려 하면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친 소리를 듣고
나타날 것 같진 않군요

 

물론 없애버릴 생각으로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정말로 사라진다면
고작 그 정도인 것을!

 

너는 마왕의 심복이다!

 

그녀가 신의 아이의
모체인 이상

주군을 위협하는 존재를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지킬 필요는 없을 터!

 

약자의 궤변이군요

 

그녀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몸을 지켜야만 할 정도로

저의 주군은 약하지 않으니까요

 

강력…

강대!

초특급!

역시 마왕의 오른팔!

그렇지 않아서야
재미있지 않지!

 

신족의 힘?

그 말대로다

부상을 입은 노우스갈리아에게
내 몸을 빌려주었다!

숙주가 죽으면 나올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만

내가 생각했던 대로였군!

모두 계산대로였다는 겁니까?

그래!

레노가 죽어가더라도,
내가 네게 죽어도!

어찌 됐건 신은 나타난다!

내가 사라질 위험은 있었다만

그 큰 도박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로망이 아니던가!

자, 나오거라
천부신 노우스갈리아

신의 힘을 보여 봐라

그러지 않는다면 그 힘을

이 치사왕이 그대로 받아가겠―

다만―!

 

신의 말은 절대적이다

어리석은 마족이여

엎드리거라

 

제가 엎드릴 상대는
저의 주군 단 한 명

치사왕과 협력하려고 했지만
예상이 빗나간 겁니까

 

모든 것은 신의 질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신을 숭상하며,
그리고 두려워하라

 

신!

 

그렇게 부상을 입은 몸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겁니까?

 

그건 불손하다네

신을 죽이는 흉검

 

마왕에게 거두어져 인간다운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인가

 

하지만 그 가슴에 뚫린
공허함은 영원히 메워질 일은 없지

전생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만

몇 번을 다시 태어난들,
아무리 바란다 한들

소용없는 발버둥이다

네 마음에는, 근원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멋대로 말하지 마!

신은 쌀쌀맞은 데다가
완고한 사람이지만

너보다는 훨씬 상냥해!

 

모르는 것 같군
대정령 레노

 

그럼 몽매한 네게
신의 지혜를 내려주지

그의 근원은 본래
마족의 근원이 아니다

마검이다

 

신을 죽이는 흉검, 신레그리아

먼 옛날, 마족의 선조가
신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사용자에게 마력을 받아
검은 마족의 몸을 얻었다

하지만 몸을 얻었다 한들,
의지를 가졌다 한들

사랑만은 결코
얻을 수가 없었지

당연하다

싸우기 위해 태어난 마검에게
사랑이 깃들 리 만무하니

인간의 마음을 추구하고,
아무리 소망한다 한들

그 어중간한 마음은
미래영겁 공허함에 짓눌리겠지

결국 마검은 마검이다

 

이 몸은 과거에도, 지금도
한낱 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감사하거라
신을 죽이는 흉검

네가 아무리 바라도
결코 얻을 수 없는 것

질서의 지배자인 우리는
그것을 내려줄 수가 있다

네게 사랑을 내려주지

 

대정령 레노를 모체로
태어나는 신의 아이를 키우거라

마왕을 멸해버릴
세계의 질서를

아쉽게도

 

제게 사랑은 필요 없습니다

이 몸은 그저 한 자루의
검과도 같을 뿐

 

신의 말은 절대적이다

너희는 질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저는 미래영겁
저의 주군을 섬기겠습니다

이 가슴의 공허함과 함께

 

도망친 겁니까

 

가죠

 

신, 고마워
또 지켜줘서

그리고…

 

미안해!

무슨 말씀이시죠?

눈물꽃한테 물을 주는 거 말이야!

좀 더 진심을 내라고 해서 미안해!

안심해 주십시오

상처 입을 일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신은 공허하다고 했어!

큰 문제는 아닙니다

공허하다고 했어!

나는 큰 문제라고 생각해!

 

내가 신에게 사랑을
가르쳐 줄게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치만 나를 지키지 않았다면
신은 사랑을 얻을 수 있었을 거잖아!

당신이 마음에 둘 일은 없습니다

그 신이 말한 대로

제 근원에선 사랑이
결락되어 있습니다

아니!

나는 신에게도 분명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걸 살짝
알기 어려울 뿐이지

열심히 해볼 테니까
어울려 줘!

 

그건―

호위 명령을 하는 겁니까?

 

그거라도 괜찮아
신이 하는 말을 들어준다면

알겠습니다

 

여린 고독과 함께 너는

끊임없이 싸우다 사랑에 눈물 흘리겠지만

마음이 텅 비게 되어도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며 널 데려가겠지

 

불합리한 신

비극은 네 아군이야

밤을 맡겨두고서

철학의 숲을 향해서

웃는 너와 보았던 수많은 별

운명을 고통스럽게 죄여오는 악몽

눈물은 투명한 보물

눈앞의 고독과 함께 너는

세상의 끝으로 사랑을 찾으러 가지만

언젠가 보답받을 거라 믿고 있는다면

바람은 잔잔해져 너를 데려가겠지

 

『마왕이 없는 마족의 나라』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