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이지 The Rage, 2023.SRT

더 레이지 (The Rage) - 광견병
자막 : 진이@미영

 

내려

 

죽어라 패주신 덕에
전신이 쑤셔 죽겠어

 

- 나 좀 업어줘
- 아주 상전이시군

 

알았으니까
내려줘

 

내려줘!
나 혼자 갈 테니

 

뭐 하는 거야?

 

여기 내 친구
디마 니폰토프가 누워 있어

 

고작 27살에 죽었지

 

그리워?

 

기다려 봐, 너도 곧 겪게 될 테니
서두를 거 없어

 

이거 놔! 젠장!

 

그리고 저긴 또 다른 놈
디몬 테레쇼노크

 

그놈은 26살까지밖에
못 살았고

 

여긴 내 가장 친한 친구
코스티아 그레치코프가 누워있지

 

여기 흙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느껴져?

 

푹신푹신하지
너도 눕고 싶냐?

 

코스티아는
아무 불평 없이 누워 있잖아

 

멍청한 자식

 

여기 내 친구 놈들만
스무 명이 누워있어

 

서른 살을 넘긴 놈이
하나도 없지

 

참 자랑스럽겠네
저들에 비하면 장수한 셈이니

 

저놈들은 그딴 걸
혈관에 꽂을 때

 

무슨 꼴이 날지
몰랐던 거야

 

넌 전부 뻔히
알면서도 그러지만

 

유튜브가
내 스승님이거든

 

너도 혈관에 주사기 꽂고
그렇게 죽고 싶냐?

 

아니

 

아빠처럼 되고 싶어

 

자식들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 감는 거

 

헛걸음한 건 아니군

 

- 가자
- 혼자 갈 수 있어

 

혼자 할 수 있는 건
팔에 주사기 꽂는 것뿐이겠지

 

이제야 오네
전화 몇 번을 했는데

 

배터리 나갔어?

 

잘 지냈어?

 

그 골칫덩이도
데려왔어?

 

내 아들이야, 인마

 

내리세요, 도련님

 

비쩍 마른 게
딱 우리 아들놈 같네

 

- 이거 자네 주려고
- 알았어, 어이쿠

 

열쇠를 깜빡했네
잠깐만

 

미샤!
2호 오두막 열쇠 좀 줘!

 

- 빨리, 추워
- 내가 가서 가져올게

 

여긴 또 어디야?

 

네 고향이다

 

차고에
차부터 넣는 게 낫겠어

 

금방 할게
뭐 내릴 거 있어?

 

- 가방 좀
- 알았어

 

들어가자

 

들어와

 

아주 찜질방을
만들어 놨네

 

귀한 손님 오셨는데
이 정돈 해야지

 

어딜 들어가
여긴 맨발로 들어오는 데야

 

신발 벗어

 

물 좀 떠 와

 

유라!

 

- 응?
- 여기 탄약

 

이고르, 역시 넌 최고야
고맙다

 

- 뜨거운 음식 여깄고...
- 어서, 상 차려

 

다 차려놨지

 

짐 풀고 빨리 와

 

네 침대다
이게 더 푹신할 테니 써 봐

 

어떡해야
보내줄 건데?

 

뭐 하는거야?

 

무슨 짓이야?

 

- 다 됐다
-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미쳤어?
내가 개야, 노예예야?

 

이제부터 규칙이다

 

자고
아침에 운동하고

 

짐 챙겨서
숲으로 간다

 

사냥용 오두막에 가면
수갑은 풀어주마

 

하지만
여기선 이대로 있어

 

미친 거 아니야?
수갑은 아빠가 차야지

 

비켜!
아무것도 없어

 

- 누워!
- 건드리지 마!

 

놔!
놓으라고 했잖아!

 

공기도 좋고

 

사냥에, 맑은 물에

 

맘에 들 거다

 

신발 줘
발 시려

 

이불 덮어

 

어제가
마지막이었어

 

오늘 밤이면
금단 증상 온단 말이야!

 

버텨내
버틸 수 있어

 

강제 격리 해독이다

 

미쳤어
제정신이 아니야

 

스테이크는
왜 안 먹어?

 

뜨끈한 국물부터
먹으려고

 

아, 맞다

 

하루 종일 저러고 살아

 

여름 내내 돈 모으길래
내가 좀 보태줬지

 

인터넷으로
중고를 샀더라고

 

이제 끝났어
애 버렸지

 

못하게 막아

 

소용없어

 

내가 집만 나가면
다시 저러는데

 

애 엄마 퇴근하고 오면
알아서 처리하겠지

 

자네 아들은 어때?
괜찮아?

 

온갖 병원은
다 다녀봤어

 

온갖 무당
점쟁이 다 찾아다녔어

 

기도까지 올리며 매달렸는데
다 소용없더라구

 

2년 전 줄리아 장례식에서
딱 한 번 봤는데

 

- 그때 시작된 건가?
- 아니, 그 전부터였어

 

그 일 때문에
더 망가졌지

 

저녁에

 

집에 와 보면
없어

 

전화도 안 받고

 

그럼 밤새 걱정돼서
잠도 못 자

 

그러다 아침에

 

문을 열면

 

계단이나 현관 매트 위에
뻗어 있는 놈을 봐

 

맞고 들어온 꼴이
병든 개새끼 같아

 

여기로 데려온 거
잘한 거야

 

우리 동네 땅 기운
좋은 거 알잖아

 

여긴 영험한 기운이 있어

 

자, 한잔해

 

있잖아, 유라

 

경찰한테 덜미 잡혔어

 

- 농담이지?
- 이쪽은 어때?

 

누구는 돈 받고 봐주고
누구는 잡아넣기도 하지

 

이 바닥 생리가 그래
내 차례가 온 거고

 

운 좋게 아는 놈이
온다고 미리 알려줬지

 

월요일에
체포하러 온대

 

- 잠깐, 어디로 체포해?
- 감옥으로

 

몇 년 살다 오지 뭐
쉬기도 하고

 

책도 좀 읽고
인생 생각도 하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전에 보브카부터
살려놔야 해

 

놈들이 찾기 전까지
아들과 숲에 숨어 있을 거야

 

도와줄 거지?

 

당연하지
안 도와줄 줄 알았어? 서운하네

 

감자 다 익었겠다

 

미샤, 그딴 거 끄고

 

이고르 아저씨랑 얘기 좀 해
뭐라도 좀 배우게

 

아빠
15분만 더요

 

우리 아들도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어

 

그러다
헤로인으로 넘어갔지

 

미샤, 그 빌어먹을 거
당장 꺼!

 

- 왜 이렇게 늦었어?
- 길이 막혀서, 젠장

 

- 가서 뭐가 있는지 볼래?
- 아니, 됐어

 

난 여기 차 옆에 있을게
자네나 다녀와

 

발자국만 따라가

 

두 명이야

 

아침에
기지 점검하러 갔대

 

저녁에 서장이 그러는데
아무 소식 없다고 하더라고

 

조용히 좀 해 봐

 

뭐 있어?

 

둘 다 찾았어?

 

찾았어

 

어떤 짐승인지
갈기갈기 찢어놨네

 

늑대도
두 마리나 있었어

 

여기서
파티라도 벌인 건가?

 

이상한 놈들이군

 

대낮에 습격해 찢어놓고
그냥 가다니

 

방역 조치해야겠어

 

정말? 방역?

 

여기가 뭐 우한이야?

 

광견병 걸린 늑대는
무리 지어 안 다녀

 

이 두 놈이 걸렸으면
더 있을 수도 있어

 

좋은 아침

 

나 깨는 거 기다렸어?

 

아니
그냥 앉아 있었어

 

아빠

 

밤새 생각해 봤는데

 

아빠가 옳았어

 

여기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

 

이게 맞다는 걸 느꼈어

 

거울을
보는 것 같았어

 

그래서
뭘 봤는데?

 

모든 게

 

아주 더러운 것들을

 

비열함과 추잡함, 증오
그런 것들이 보였어

 

이제 다시는
거짓말 안 할게, 아빠

 

약 생각 간절하지만
안 할 거야

 

정말이야

 

맹세할게

 

잘됐다

 

- 이제 집에 가자
- 당연히 가야지

 

네 몸에서
그 더러운 게 다 빠지고

 

거울 속 네 얼굴을 보며
웃게 되면

 

그땐 더러운 것들도
안 보일 거다

 

안 빠지면
어떡할 건데?

 

내가 억지로
빼낼 거다

 

어서, 미샤
빨리 해

 

못하겠어요

 

할 수 있어, 아들
할 수 있어

 

어서, 도끼 들고
박살 내

 

못해요!

 

내가 경고했지?
경고했잖아

 

그 빌어먹을 거
부숴버려!

 

아빠!

 

당장 부수라고 했어!

 

왜 그렇게
애를 닥달해?

 

당장 네 손모가지
분질러버릴 줄 알아!

 

당장!

 

더!

 

더! 어서!

 

그래! 잘한다!
잘했어!

 

빌어먹을 영감탱이!

 

이제야
사람답게 살겠네

 

- 애가 불쌍하지도 않나?
- 정신 차리겠지

 

뭐들 하고 서 있어?
다 꺼져!

 

우린 언제 떠나?

 

이고르

 

보브카는 당분간
여기 두는 게 낫지 않겠어?

 

어젯밤 망루 근처에서
사람이 늑대한테 찢겨 죽었대

 

시내에서 경찰까지 와서
지금 조사 중이라고

 

지금은 거기
차 세울 데가 없어

 

그럼 바로
동계 산장으로 가야지

 

자네 차로?
어림도 없어, 가봤는데 안 돼

 

산장은 그냥
잊어버리는 게 어때?

 

여기도 공기 맑고
다른 오두막은 네 거잖아!

 

나디아도 괜찮대
따뜻한 밥 항상 해줄 거야

 

아니, 설상차 타고
바로 동계 산장으로 갈 거야

 

진심이야?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길인데

 

지금 영하 30도고
더 떨어질 거야

 

보브카는 약해, 못 버텨
숲은 약한 놈한테 자비가 없어

 

- 기다릴 수 없어
- 이고르, 고집 그만 부려

 

아침까지 기다리자

 

젠장

 

이리 와, 설상차
어떻게 준비했는지 보여줄게

 

궤도 새로 샀어
일본 직수입이야

 

베어링 교체했고
스키도 완전 새 거야

 

- 보브카한테 가볼게
- 그래

 

그동안 시동 걸어놓고
예열시켜 놓을게

 

이 새끼가!

 

그거 내놔!

 

내 거야!
그거 없으면 난 죽어!

 

내놓으라고 했지!
내놔!

 

쓰레기 같은 놈

 

잔머리 굴리는군

 

지금 몸수색이라도
해줄까?

 

네 잘못이야

 

제발, 조금만 줘!

 

아빠, 제발, 진짜 조금만!
이거 없으면 나 죽는다고

 

조금만 줘, 제발

 

이렇게 빌게

 

아빠잖아, 나 도저히
하룻밤도 더 못 버텨

 

내가 도와줄게
걱정 마

 

아빠, 이게 마지막이야

 

마지막! 약속할게
다시는 안 그럴게

 

나 지금 죽을 것 같아
제발, 아빠

 

내가 빌게!

 

이거 먹어
좀 나아질 거야

 

싫어! 저리 치워!

 

진통제야
괜찮아질 거라고

 

싫다고 했잖아!

 

내가 전에
안 해 본 줄 알아?

 

멍청이
진짜 멍청이

 

유라, 그거 꺼

 

밤까지
TV 좀 써도 될까?

 

그럼, 빌려가

 

가게 가서 시동 빨리 걸리게
오일 좀 더 사 와야겠어

 

얼어붙을 것 같아

 

'이부프로펜'보다
센 거 없어?

 

저놈 소리 지르는 통에

 

온 동네 사람들
다 몰려올 것 같아

 

17번지에
올가 사브첸코한테 가 봐

 

응급 구조사인데
뭐라도 있겠지

 

당신은 쓰레기야

 

너는 쓰레기의 아들이고

 

뭘 보고 싶어?

 

- 당신 장례식
- 그러셔

 

"좋은 아침!"

 

너도 약에 취하면
이런 게 보이는 거냐?

 

직접 한번 해봐
그래야 이해가 빠를 테니

 

- 누구 없어요?
- 누구세요?

 

- 안녕하세요
- 무슨 일이시죠?

 

이고르라고 합니다

 

티모페이랑 같이
사냥하러 다니죠

 

아, 들어오세요

 

티모페이는 없나요?

 

사냥 가서
아직 안 왔어요

 

혹시 강한 진통제
있으세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코데인' 성분 있는 걸로요
그것만 듣더라고요

 

그런 거 없어요
파라세타몰밖에 없어요

 

이것도
제 돈 주고 산 거예요

 

처방이라도
해줄 수 있나요?

 

안 돼요
엄격하게 금지돼 있어요

 

또 무슨 일이야?
료샤!

 

오소킨!
너 또 사고 치니?

 

네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그만!
그만하라고 했지!

 

집에 들어가, 당장!

 

"하늘 높이 연이 날고 있네
펄럭펄럭 춤을 추네"

 

"술래잡기, 공놀이
고무줄놀이"

 

"그냥 그렇게, 그냥 그렇게
폴짝폴짝 뛰고 있네"

 

엄마, 제발
수프 먹기 싫어

 

전화 한 통만
하게 해줘

 

애들이 갖다 줄 거야

 

이고르!

 

들려? 나와 봐

 

- 여기
- 고마워

 

처방전 없이
구하기 힘들었어

 

- 아들은 어때?
- 힘들어해

 

같이가, 문 닫게

 

망루에 이제 아무도 없대
내일 아침에 바로 가자

 

잘 됐네

 

지금 안 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야

 

- 우리 아들은 가출했어
- 정말?

 

아마 투르힌네 집에서
자고 있을 거야

 

- 그 이상적인 아버지?
- 응

 

걱정돼 죽겠네

 

내일 떠난다니
다행이야

 

나디아 잔소리
안 들어도 되잖아

 

좋은 뜻으로 한 거잖아

 

그래

 

내일이면 마을에
소문 쫙 퍼지겠네

 

괜찮아

 

아들한테 뭐라도
쓸모 있는 걸 사줘야지

 

움직이지마

 

집에 들어가, 빨리

 

어서, 서둘러!

 

빨리!

 

나 죽을 것 같아

 

늑대다! 물어!

 

- 방금 뭐였어?
- 늑대

 

물렸어?

 

늑대?
무슨 늑대가 저래?

 

광견병 걸린 놈이야

 

나 늑대한테 물려 죽으라고
여기 데려온 거지?

 

유라!

 

늑대한테 습격당했어요

 

- 유라는요?
- 죽었어요

 

- 늑대는 내가 죽였어요
- 애들은 이리 오지 못하게 해

 

부탁이니까 좀 참아줘
견뎌내야만 해

 

조용히 해

 

어떻게 공격당한 거죠?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어요

 

경찰에
신고한 사람 있어요?

 

아빠?

 

오지 못하게 막아요

 

- 아빠
- 저 애 좀 잡아

 

아빠, 왜 이래요?!
아빠!

 

아빠!

 

여긴 어떻게 들어왔죠?

 

친구입니다
같이 사냥 가기로 했었거든요

 

어떻게 죽였습니까?

 

너무 무서워서
기억도 잘 안 나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오늘 실수로
창문을 깼어요

 

유라랑 내일
새 창틀 끼우려고 했는데

 

- 그렇군요
- 이제 어떻게 하죠?

 

관계자들이 올 겁니다
그때 결정하죠

 

저한테
원하는 게 뭡니까?

 

경위님! 잠깐요

 

다 끝났으니
해산합시다

 

뭔데?

 

늑대를 죽인 건
여기가 아니라 집 안이었어

 

- 무슨 소리야?
- 늑대가 창문으로 뛰어들었다고

 

안에서 죽여서 끌어낸 뒤
시체 옆에 둔 거야

 

- 이유는 모르겠지만
- 이리 와 봐

 

들어가도 될까요?
밖에서 보고서 쓰기 불편해서요

 

- 저 오두막으로 가시죠
- 여기가 낫겠습니다

 

그쪽은 수사관들 오면
내줘야 하거든요

 

안 그럼 싫어할 테니까요
알겠죠?

 

그러시죠

 

식탁에 앉으세요

 

TV 소리 좀 줄여줄래요?
아무것도 안 들리네요

 

- 무슨 소리죠?
- 제 아들입니다

 

마약 중독자인데
금단 증상이에요

 

지하실에라도
가둬놓은 겁니까?

 

금단 증상이라고
했잖아요

 

문 열어요

 

로만, 늦기 전에
구급차 좀 안내해

 

- 저 친구는?
- 내가 처리할게

 

빨리 안내나 해 줘

 

저기서 끌어내요

 

저기로

 

수건

 

살려줘서 고마워요
이 사람한테서 떨어지게 해줘요

 

- 수갑이요
- 경관님, 제 아들입니다

 

믿지 마요
미친놈이에요

 

닥쳐!

 

제가 지금 주머니에서 헤로인
꺼내서 보여드릴게요

 

거짓말, 거짓말이야

 

금단 증상 끝날 때까지는
절대 못 데려갑니다

 

거짓말이에요
절 고문하고 있다고요

 

늑대한테 물렸어요
보라고요

 

약쟁이들은 약 생각나면
거짓말을 잘하죠

 

- 못에 긁힌 상처입니다
- 광견병 걸릴 거예요!

 

- 시내로 가야 해요
- 자, 그만!

 

냉장고 위에
뭉치 올려놓으세요

 

수갑 푸세요

 

이해를
못 하시는 모양인데...

 

수갑 풀라고요

 

- 어디 가세요?
- 열쇠 가지러요

 

고맙습니다
미친놈이 절 죽이려 했어요

 

- 제정신입니까?
- 여기 20만입니다

 

경관님, 제 아들입니다

 

아들을
살리고 싶습니다

 

늑대가 나타났을 때
못 찾게 지하실에 숨겼어요

 

내 아들입니다

 

그냥 보내면
전 아들을 잃게 돼요

 

대단한 양반이네

 

여기서 20만이
어떤 돈인지 압니까?

 

그래서
20만을 드리는 겁니다

 

그 돈이면
팔 한 짝도 팔 놈들 많아요

 

- 이건 미친 짓이에요
- 미안함은 잊고, 돈을 받으시죠

 

내가 이걸 받으면
난...

 

사람한테
이래선 안 돼요

 

저놈은
모두에게 저래요

 

감옥에 처넣어야
정신 차려요

 

감옥에서 뭔가
배워 나오는 놈은 거의 없어

 

그 아들을 위해
기도할 겁니다

 

내 동생도 약쟁이였어
"너 그러다 약쟁이 된다"고 했지

 

완전 바보가 됐어
아무것도 이해 못 해

 

구제할 방법이 없어요

 

아무도 쟤 소리
못 듣게만 해줘요

 

어디 가세요?

 

- 뭐 하는 거예요?
- TV 켜요

 

날 저놈한테 파는 거야?

 

완전히 돌았네
이 개자식들아

 

서장님, 광견병 늑대가
한 마리 더 있습니다

 

여기서 늑대 사육이라도 해?
산림과는 뭐 하는 거야

 

- 방역 조치가 시급합니다
- 담당 산림 감시원입니다

 

감시원이
제 역할을 못 하는군

 

- 여기 사람들 해산시켜
- 예, 알겠습니다

 

- 집 안엔 뭐가 있었나?
- 잠시만

 

자, 여러분
집으로 돌아가세요

 

아가씨들, 예쁜이들
벌써 다 얼었겠네

 

서장님

 

한 마리 더 있어

 

빨리 내 차에 타!

 

곧 올 거야
금방 와서 도와줄 거야

 

저기요, 그 짐승...
제가 가뒀어요

 

- 디마?
- 네

 

개 짖는 소리 듣고 나갔더니
우리 개한테 달려들고 있었어요

 

바보같이 떼어내려다
겨우 도망쳤어요

 

헛간으로 차 붙여!

 

어서, 어서

 

됐어

 

어떻게 됐어?

 

내가 죽였어

 

잘했네, 설인 양반

 

이봐, 그 약쟁이 녀석은
어떻게 됐어?

 

이리 와
설명해 줄게

 

명중시킨 포상금이야

 

자네 몫이야
각자 할 일 하자고

 

이 돈 때문에
그 사람을 판 거야?

 

그놈은 약쟁이야

 

네가 직접 가서
잡든가

 

아니면 내가
서장님께 보고할 거야

 

숲에선 돈 따위
필요 없으시겠지

 

난 사람들 틈에서
살거든

 

그래도 이건
인간 도리가 아니야, 아비조프

 

멍청하긴, 이 산지기 양반

 

3개월은 편하게
살 수 있는 돈이야

 

숲에선
돈이 필요 없다고

 

알았어
내가 처리할게

 

그래야지
내가 지켜볼 테니

 

어이!

 

누가 청년을 묶어서
설상차로 끌고 갔어

 

- 어디로 갔는데?
- 숲이지, 어디겠어

 

억지로 끌고 갔어
술 취해서 소란을 피우더군

 

알았네
차는 내가 맡아두지

 

쫓아가자

 

어디를?
이 밤에 숲으로?

 

거기서 고립되면
아침까지 살아남지도 못해

 

자업자득이지
어디 간다고 지랄이야?

 

너 때문에
저런 짓을 한 거야

 

안 가면 내가
서장님한테 갈 거야

 

낭만적인 밤이네

 

날 정말 감옥에
보낼 작정이었냐?

 

왜? 좋은 생각인데

 

집이랑 차랑
돈 다 갖게 될 거고

 

내 사륜구동차 팔면
약 몇 번이나 살 수 있냐?

 

- 1년은 버티려나?
- 뒤에 뭔가 있어!

 

뭔데?

 

빨리! 밟아!

 

그놈 진짜
중독자 맞아?

 

저런 약 한 방이면
사람이라도 진짜 죽였을 놈이야

 

재장전해

 

부탁이야

 

조수석 사물함에
탄약 있어

 

저기 빠지면
우리도 못 나와

 

안 빠져
얼음층이 단단해

 

날 제대로 잡았네
하필...

 

아내한테 저녁 먹으러
돌아간다고 약속했는데

 

다섯 발밖에 없는데

 

전쟁하러 온 건
아니었으니까

 

오늘 더 이상
총 쏠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꼼짝 마!

 

다 왔다

 

 

멈춰

 

이건 또 뭐야?

 

곰덫이야

 

자, 불 좀 비춰줘

 

정신 나갔네

 

제정신이 아니야

 

전부 널 위해서란다
아들아

 

여기서 어떻게 지내?

 

여기 다 있어

 

웬 난리야?
곰돌이 푸 집이야?

 

차 소리가 들려

 

저기 있네
창문으로 보고 있어

 

더 가까이 가

 

안 돼, 내려가면
다시 못 올라와

 

- 늑대요! 늑대!
- 뭐라고 하는 거야?

 

- 아무것도 안 들려
- 늑대들이 있다고

 

- 그래서 소리 지르는 거군
- 늑대, 늑대...

 

- 이리 와요!
- 아니, 우린 안 나가!

 

시동 꺼, 젠장
하나도 안 들리잖아

 

- 늑대라고요!
- 아무것도 없잖아!

 

빨리 이리 와요!

 

빌어먹을

 

죽였어?

 

해냈네, 산지기 양반

 

타이어 터뜨린 거야?

 

- 시동 걸어야 돼
- 저놈한테 걸라고 해

 

총알 다 떨어졌어

 

농담이지?

 

너도 아낌없이
쏴댔구만

 

오늘 뭐에 씌었나 봐

 

산탄총이 있긴 한데
차에 있어

 

우릴 보고
반응하는 거야

 

피해야 해
창문이 깨질 수도 있어

 

그럼 움직여

 

- 물렸어?
- 아니, 재킷만 찢겼어

 

살은 안 닿았어

 

신호 안 터져요

 

우리 돌아가는 거 맞죠?

 

- 가는거죠?
- 아니, 타이어가 터졌어

 

스페어 타이어 갈고
날 밝으면 꺼내줄게

 

여기서 머물 거야

 

다른 늑대들이 올까 봐
무섭지도 않아요?

 

- 괜찮아?
- 아직은요

 

- 시내로 가야 해요
- 금단 증상 끝났냐?

 

스트레스 때문이에요

 

여긴 왜 이렇게 더러워?

 

차 시동 걸어놔야 해

 

안 그러면
내일 아무 데도 못 가

 

그래, 영하 40도야

 

누가 여기
갇혀 있었던 것 같아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어요

 

문 앞에는
곰덫이 있었고

 

조용히 해요

 

자, 자

 

- 거기 뭐 있어?
- 응

 

이봐, 왜 그래?

 

어이, 무슨…

 

이봐, 왜 그래?

 

왜 저래?

 

광견병이야

 

불 꺼!

 

어디 가?

 

진정해, 친구!
아비조프, 수갑 줘!

 

빨리!

 

자! 꽉 묶어

 

진정해, 친구

 

진정해
진정하라고, 친구!

 

- 끝났어
- 이게 뭐야?

 

여기 지금
전부 다 전염된 거야?

 

아니, 손가락만
입에 안 넣으면 돼

 

이 사람은 어떡하죠?

 

곧 죽을 겁니다

 

하루 이틀밖에
안 남았어

 

이 혹한 속에서 어떻게
지금까지 버틴 거지?

 

불을 안 피운 지
꽤 됐군

 

티모페이 같아요
오늘 아침에 아내분을 만났거든요

 

사흘째
기다리고 있다던데

 

안타깝게 됐군

 

이런 멍청이

 

닥쳐, 너

 

이제 환자가 둘이네

 

나 아파
진통제 줘

 

차 안에 있는 늑대부터 치우고
빨리 떠나야 해

 

- 여기 앉아서 뭐 해?
- 어떻게? 총알 없잖아

 

문 열면 튀어나오겠지
그럼 덮쳐서 죽이는 거야

 

물리면 어쩌려고요?

 

우리 셋이
처리하는 거죠

 

저 둘은 어차피
도움도 안 돼요

 

정해야 할 건
딱 하나죠

 

누가 문을 잡고
누가 늑대를 죽일지

 

난 한 마리로 족해요

 

돈 쥐여주고
둘이 같이 가라고 해

 

항상 그런 식으로 하잖아

 

뭐, 용기 내라고
좀 더 얹어줄 수도 있고

 

내가 끝장낼게

 

무엇으로 끝낼지가
문제지만

 

자넨 말뚝 만들고
난 삽 좀 찾아볼게

 

이걸로 하죠

 

요양지를
잘못 골랐네요

 

도끼 줘요

 

미친 늑대들이
전혀 안 무서운가 보죠?

 

늑대보다 무서운 건
도시 사람들이죠

 

너무 얇게 깎지 마요
부러지겠어요

 

죽은 건가?

 

- 천천히
- 알았어, 알았다고

 

지금이야

 

젠장!

 

이봐요!
여기 좀 봐요!

 

어서요!
사냥꾼이 이상해요!

 

빨리 좀
와보라고요!

 

지독한 밤이네

 

넌 이제 여기 있어

 

아직 저기 있네

 

- 저기 있어
- 누가?

 

 

여기로 올 거야

 

올랴...
올랴한테 전화해

 

끝났어
아침이면 죽을 거야

 

내 아내
올랴한테 전화해

 

좀 나아진 것 같아요
말도 하잖아요

 

광견병 증상이
원래 이래요

 

죽기 전 잠시 나아 보이다
그대로 끝나는 거죠

 

진통제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소용없어요

 

아니면 네 약이라도 주든가?
차 안에 있잖아

 

곰이 어딘가에 있어
발자국을 봤어

 

이제 곰까지
나타난 거야?

 

- 그래
- 곰은 어떻게 죽일 건데?

 

삽이랑 도끼로?

 

늑대를 싫어하는군요

 

늑대를 잘 알면
좋아할 수가 없지

 

어떻게 아는데요?

 

열여섯 살 때
잘난 척하고 싶었거든

 

혼자서
늑대 사냥을 갔었지

 

왜 하필 늑대죠?

 

늑대는
숲의 왕이니까

 

한 놈을 조준하고 있는데
바로 뒤에 다른 놈이 있었어

 

총을 버리고
나무 위로 올라갔지

 

밧줄로 몸을 묶고
기다렸어

 

다음 날 사람들이
발자국 보고 날 찾았지

 

동상 때문에
발가락 세 개를 잃었지

 

난 숲의 어떤 짐승도
존중해

 

그날 밤 이후로
늑대에게 갚아줄 빚이 생겼지

 

- 그래서 몇 마리나 죽였는데요?
- 안 세어봤어요

 

- 세잖아요
- 23마리요

 

숲에는
아직 늑대가 많아요

 

장작 좀 그만 넣어
열기 다 빠져나가잖아

 

잔소리 참 많네

 

- 숲의 왕 납셨군
- 왜 비꼬는 건데?

 

네놈 때문에 여기까지 왔잖아
이유도 모른 채

 

첫 번째 사망자 나왔을 때
방역 조치를 했어야지

 

내가 방역 조치를
하는 게 아니야

 

지역 사냥 관리국이랑
지역 행정부에서 하는 거지

 

- 넌 경찰이잖아
- 그게 뭐?

 

마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경고할 수도 있었잖아

 

그럴 수 있었지
사람들은 내 책임이니까

 

짐승은 네 책임이야
일 처리도 엉망인 것 같고

 

일 처리하는 꼴 하고는

 

돈이라도 쥐여줘야
움직이겠군

 

- 무슨 소리야?
- 앉아!

 

박살 나기 싫으면

 

한번 해 보든가

 

아드님은
저거 한 지 오래됐나요?

 

전 2년 전에 시작했죠
경험 공유해 드릴까요

 

사양하지
난 밀주 전문가라서

 

이 나라에
널린 게 술꾼이죠

 

- 당신은 뭐에 중독됐죠?
- 돈에요

 

돈은 자극제일 뿐
마약이 아니라 본능이죠

 

- 마약에 대해 뭘 안다고?
- 사람을 죽이지

 

아니면
바보로 만들거나

 

그래서
수갑을 채울 수 있다고?

 

아직 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게 그렇게
쉬운 일 같아?

 

물론 주사기 꽂는 게
더 쉽겠지

 

그럼 우린 널 찾고
쫓고, 붙잡아야 해

 

빌고, 구하고, 결국엔
네 무덤까지 파줘야 하니까

 

헤로인 중독자들은

 

보통 처음엔
흡입부터 시작해

 

하지만
시나리오는 항상 똑같아

 

뭐 하는 거야?
옷 입어

 

이게 약쟁이의 핏줄이야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야
여기랑 여기밖에 없어

 

남은 혈관 없으면
그냥 아무 데나 찔러

 

예를 들면, 여기

 

여기도
아주 좋은 자리지

 

발가락 사이나 손등에도

 

심지어
머리에도 가능하고

 

성기에도 가능해
바로 고환 아래에

 

상황이 아주 안 좋거나
정맥 검사를 하면

 

혀 밑, 입 안
어디든 할 수 있어

 

중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거야?

 

쾌락을 위해 온몸에 바늘을
꽂는 놈들을 끊게 하겠다고?

 

내가 널
포기해야겠니?

 

누구와도 협상할 수 있지만
약쟁이는 안 돼

 

당신들 전부
가둬버려야 해

 

그래, 물론이죠

 

50년대에 미국에서
실험이 하나 있었어

 

쥐들을 우리에 넣고
물그릇 두 개를 줬지

 

하나는 헤로인이 들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냥 물이었어

 

얼마 후, 쥐들은 헤로인
물만 마시기 시작했어

 

- 중독이군
- 그래, 그렇게 결론 내렸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됐어

 

80년대 캐나다에서
새로운 실험이 진행됐어

 

그는 이 실험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자신만의 실험을 하기로
결심했지

 

그는 '쥐 공원'을 만들었어

 

온갖 놀이기구가 있는
거대한 공원이었어

 

암수 20마리의 쥐를
거기에 넣고

 

공원을 다양한 종류의
먹이로 채웠어

 

물그릇 두 개를 뒀어
하나는 헤로인, 다른 건 그냥 물

 

쥐들은 헤로인 물을 맛보긴 했지만
계속 마시지는 않았어

 

깨끗한 물을 마셨지

 

헤로인에 불순물을
섞었다는 게 들통났다고?

 

알고 보니 중독은
처해진 환경과

 

주변에서 받는 대우에
달려 있었던 거였어

 

그래서
이게 다 내 탓이다?

 

누구 잘못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아무것도
이해하려 하지 않으니까

 

문제의 본질이 시스템이란 걸
보고 싶지 않은 거지

 

아빠를 억죄고 있는
바로 그 시스템 말이야

 

결국 아빠를 길들여서
나까지 가두게 만든 거야

 

어디다 뒀어?

 

- 뭘 찍어?
- 너 정신 들면 보라고

 

- 멀쩡해지면 보여줄게
- 핸드폰 치워!

 

바랴, 2000만 줘, 제발!
2000이 아까워?

 

봐, 내 꼴이
말이 아니잖아!

 

돈 어딨어?

 

- 바랴, 돈 어딨냐고?
- 돈 없어

 

이런 씨발!

 

내가 너한테
돈 안 줬어?

 

선물 안 사줬어?

 

젠장, 그럼
다시 뺏어야지

 

네가 날 속일 줄 알았어
이 쌍년

 

그거 치워!

 

엄마한테 갈까?
병원에 계신 엄마 뵈러

 

멍청하냐? 내가 이 꼴로
엄마를 어떻게 봐!

 

이건 진짜 네가 아니야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거야

 

왜 울고 지랄이야?
왜 우냐고, 이 쌍년아

 

보브카!

 

지금 네 엄마가
죽어 가냐고?

 

저리 가!

 

- 뭐 하는 거야, 보브카?
- 핸드폰 내놔!

 

핸드폰 내놔!

 

- 저리 가, 제발!
- 쌍년아, 입 좀 다물지

 

- 나 다쳤어, 피 나
- 제발, 저리 가

 

돈 어딨냐고, 씨발

 

문은 왜 잠갔어?

 

바랴, 나 상태 진짜 안 좋아
돈 주면 갈게

 

제발, 저리 가

 

- 제발, 저리 가라고
- 이 쌍년아, 진짜!

 

돈 어딨어?

 

어이, 회색 놈

 

제발, 이럴 리 없어

 

어디 있는 거야?

 

제발, 제발...

 

고마워

 

보브카는 어딨어?

 

내가 정말…

 

안 돼! 오지마!

 

어이!

 

탁자 위로 옮겨요

 

젠장!

 

이런 멍청한...

 

진정해, 진정...
괜찮아

 

젠장

 

살살, 조심해서...

 

조금만, 조금만 참아

 

진정하고, 진정

 

됐어, 이제 됐어...

 

그래, 이제 됐어
진정해

 

진정해...

 

이제 끝났어
다 끝난 거야

 

저 사람 너 때문에
죽었어! 알겠어?

 

너 때문이라고
이 자식아

 

네 엄마도
너 때문에 죽었어!

 

- 안 아파!
- 닥쳐, 이 쓰레기야

 

둘 다 닥쳐
소리 질러서 놈을 자극하잖아

 

병원에 데려가서 광견병
백신 맞게 해야 해

 

하늘 높이 연이 날고 있네
펄럭펄럭 춤을 추네

 

술래잡기, 공놀이

 

아직도
들어오려고 하네

 

놈이 들이닥치면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거야

 

여기서 태워버릴 거야

 

우리를 따라오면?

 

밖에선 승산 없어

 

하지만 여긴...
좁아서 기회가 있어

 

불로 놈의 시선을 끌어

 

중요한 건 놈이
뒷다리로 서게 만드는 거야

 

그때 말뚝으로
찌르는 거지

 

갔나? 간 거지?

 

창문 깨고 도망쳐!

 

도망치라고 했잖아!

 

아빠, 빨리 창문으로!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이리 와!

 

괜찮을 거야
내가 꺼내줄게

 

산장은 불탈 테니
넌 가야 해

 

밤에는 영하 40도야
얼어 죽을 거야

 

같이 갈 거야
상처 좀 볼게

 

숲을 가로질러 가

 

거기 산길로
갈 수 있을 거야

 

눌러, 더 세게 눌러

 

조금만 기다려

 

같이 가
거기 가면 치료해 줄 거야

 

너 혼자 가야 해
안 그러면 얼어 죽어

 

자, 천천히

 

전에는
시간이 참 많았는데

 

너랑 얘기를 못 했어

 

이제는
얘기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

 

시간 충분해

 

기억나? 엄마가
나 낳던 날 얘기해준 거

 

기억나지?

 

다시 얘기해줘

 

아빠?
얘기해줄 수 있어?

 

알았어, 내가 할게

 

엄마가 출산하는데…

 

아빠는
복도 벽 뒤에 서 있었고

 

네 시간 가까이
비명만 질렀대

 

애를 못 낳고

 

근데 아빠가 숨 쉬라느니
말라느니 조언을 해대고

 

의사들이 그 조언 때문에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어 했다고

 

그러다
엄마가 그랬지

 

"고기 파이 좀 사다 줘"

 

"아직 진통 안 오니까
고기 파이 하나 먹어야겠다고"

 

"저 밑에 진짜
맛있는 거 판다고"

 

상상이 가?

 

난 4.6kg으로 태어났어

 

네가 워낙 크게 울어대서
뭐라도 먹여야 할 줄 알았대

 

근데 커서는
깡말랐네

 

아빠?

 

죽지 마, 알겠지?

 

다시는 마약 안 할게

 

절대로

 

이런 약속 수없이 했지만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왜 아무 말도 없어?

 

아빠?

 

아빠, 뭐 하는 거야?
장난하는 거지?

 

어서 일어나
일어나, 아빠

 

일어나, 아빠!
조금만 더 가면 돼, 들려?

 

일어나, 이 영감탱아!

 

그놈의 고집
내가 싹 다 고쳐줄게!

 

내 말 듣고 있어?

 

내가 해냈으면
아빠도 할 수 있어

 

일어나, 아빠!

 

일어나, 아빠!
제발!

 

다 왔네

 

안녕, 아빠

 

어떻게 지내는지는
안 물을게

 

잘 지내는 거 아니까

 

약 끊은 지 1년 됐어

 

결국, 아빠 방법이 먹혔네

 

바랴랑 나
우리 이제 아기 가질까 해

 

딸이었으면 좋겠어

 

무슨 말을 할지
한참이나 연습했는데

 

막상 할 말이 없네

 

그래서?
할 얘기는 다 했어?

 

아기 얘기는 뭐래?

 

아주 좋은 생각이래

 

- 나 수영하러 갈래
-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미쳤어?

 

물 엄청 차가울 텐데
빠져 죽어

 

보브카!

 

안 빠져 죽어
아빠가 여기서 수영 가르쳐줬어

 

왜 태국이나 터키에서
안 가르쳐주셨대?

 

여기 7월은 보통...

 

한 2도쯤
더 따뜻하거든

 

보브카
정말 안 좋은 생각이야

 

- 정말?
- 응, 정말

 

- 그럼 같이 가!
- 안 돼, 보브카!

 

보브카!

 

보브카!

 

진이@미영